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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생태계: 다시 TV 정원으로

Media Ecology: Revisiting TV Garden
NJP Reader 9
백남준아트센터 · 2021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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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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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으로 수렴하는 미디어 생태계 연구 성과들!
미디어 생태계로 탐구하는 백남준 작품과 현재적 의미의 화두를 만나다
이 책은 백남준아트센터가 국제학술심포지엄 〈백남준의 선물〉에서 각 분야 연구자의 학술공동체 성과를 담아내어, 백남준의 ‘미디어 생태계’를 둘러싼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망한다. 아울러 백남준이 탐구했던 질문들의 현재적 형태, 즉 현재의 긴급한 문제들을 백남준식 질문으로 바꿔 던짐으로써 새로운 경로를 설정하도록 한다. 매체를 인간의 신체가 거주하는 하나의 환경으로 개념화한 백남준의 대표작 〈TV 정원〉은 커뮤니케이션 이론,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문화 정체성, 기술 철학과 윤리, 도시 연구를 아우르며 매체가 곧 신체의 일부가 된 오늘의 인류세를 비판적으로 진단하는 토양이 되어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준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학술 및 교육 간사로 일하면서 도시와 자연, 국가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ㆍ경험적 사례를 다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와 사회』, 『공간과 사회』, 『문화/과학』 등에 다수의 논문을 출판했다. 초기에는 국가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발전주의 도시화 과정 속에서 동원된 비인간 행위자 비둘기를 다룬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비인간 행위자의 범주를 확장시키면서 도시의 인프라, 콘크리트, 댐, 시설 등의 행위성에 천착하여 ‘한강의 생산’ 과정을 다룬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열대관상어 구피(Poecilia reticulata)를 통해 드러난 사회와 자연의 교란 과정을 다루는 ‘구피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글) 이동후

출간작으로 『미디어 생태계: 다시 TV 정원으로』 등이 있다.

저자(글) 이소요

출간작으로 『미디어 생태계: 다시 TV 정원으로』 등이 있다.

저자(글) 이수영

출간작으로 『미디어 생태계: 다시 TV 정원으로』 등이 있다.

저자(글) 이희은

출간작으로 『미디어 생태계: 다시 TV 정원으로』 등이 있다.

저자(글) 조안나 질린스카

출간작으로 『미디어 생태계: 다시 TV 정원으로』 등이 있다.

목차

  • 서문_ 김성은
    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구_ 이동후
    어디에나 있는 미디어: 고래에서 유튜브까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_ 이희은
    백남준의 대안적 미디어 생태학_ 이수영
    TV 정원: 주석_ 이소요
    인류세와 백남준의 매개체로서의 에코-에코-펑크_ 조안나 질린스카
    전회, 교란, 번역 그리고 백남준의 정치생태학_ 김준수

    Foreword_ Kim Seong Eun
    Media Ecological Exploration by Nam June Paik_ Lee Dong-Hoo
    Media That Are All Around: The Change of the Media Environment from the Whale to YouTube_ Lee Hee-Eun
    Nam June Paik’s Alternative Media Ecology_ Lee Sooyoung
    TV Garden: Notes_ Lee Soyo
    Eco-Eco-Punk: Mediating the Anthropocene with Nam June Paik _ Joanna Zylinska
    Turn, Disturbance, Translation and Nam June Paik’s Political Ecology_ Kim Junsoo

책 속으로

백남준은 미디어를 도구가 아닌 문화가 형성되는 사회의 근본 구조로 바라보면서, ‘미디어로서의 미디어’를 주목하는 미디어 생태학적 시각을 보여준다. 그는 당대 대중문화의 플랫폼이자 이데올로기의 매개체로서 가정생활과 여가의 중심에 있었던 TV를 예술의 매개체이자 대상으로 삼아 수행적 이벤트를 만들어간다. 이를 통해 전통적 시각 예술에 대해 도전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배경인 미디어 기술을 형상 혹은 콘텐츠로 전면화시키면서 기술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화가 별로 연구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일상의 배경/맥락으로서의 전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상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 TV에 대한 냉소적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16~17쪽ㆍ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구)
Nam June Paik viewed media not as tools, but as the fundamental social structure where culture was formed. This is a media ecological perspective that focuses on ‘media as media.’ At that time, TV was at the center of domestic life and leisure as the platform of pop culture and the medium of ideology. Paik transformed TV into the medium and object of art, and conducted performative events. By doing so, he challenged traditional visual art and brought media technologies, which were grounds for daily lives, to the front as figures or contents. This was how Paik raised questions about the role of technology. He pointed out that telephones were not studied much despite their impact on daily lives, and stressed it was necessary to pay attention to the telephone as the ground or context of everyday lives. He also threw doubt on the cynical attitude toward TV. People spend a lot of time in their lives with TV, but don’t discuss it seriously. (pp.166~167ㆍMedia Ecological Exploration by Nam June Paik)

〈TV 정원〉은 두 개의 이질적인 자연을 혼합하여 배경을 형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다음과 같은 ‘반-환경’의 효과, 혹은 ‘낯선 관계’를 마주하게 한다. (…) 또한 〈TV 정원〉은 익숙한 일상적 TV 시청의 시선이 아닌, ‘낯선 보기’의 방식을 선보인다. 우리는 여러 방향으로 놓인 여러 대의 TV를 동시에 바라보면서 이들을 주변 수풀의 관계 속에서 정원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28~29쪽ㆍ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구)
TV Garden elevates ground to figure by combining different natures, and subsequently allows viewers to encounter ‘unfamiliar relationships’ or the effects of ‘anti-environment.’ (…) Additionally, viewers get to watch televisions in an ‘unusual manner,’ different from how they do every day. As you view several televisions facing various directions, at the same time, you would see televisions forge relationships with surrounding plants and would accept televisions as part of the garden. (pp.178~179ㆍMedia Ecological Exploration by Nam June Paik)

“미디어는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Kittler, 1999).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이 짧은 문장은 인간과 미디어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를 축약한다. (…). 키틀러가 반대한 것은 과학 대 인문학 혹은 정신과 자연 등과 같은 이분법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은 키틀러가 활동할 당시의 독일 학계를 지배하는 관념이었고,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도 결코 낯선 것은 아니다. 즉 키틀러는 인문학을 계산이나 기계와 무관하게 여기는 생각이나 기계와 숫자가 인간의 영혼을 앗아갈 것이라는 생각 모두에 반대한다. 인간이 이루어온 모든 문화와 예술은 결국 인간의 감각이 물질과 이루는 인터페이스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46~47쪽ㆍ어디에나 있는 미디어: 고래에서 유튜브까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
“Media determine our situation”(Kittler, 1999). This short sentence by Friedrich Kittler sums up the history of debates surrounding the relationship between man and the media. (…) Kittler’s objection was the dichotomy of science and humanities or spirit and nature. This duality was prevalent in German academic societies in Kittler’s time and is no strange idea in today’s Korea, too. He is opposed both to the assumptions that humanities have no bearing on calculations and machines, and that the latter will deprive man of his soul. All sorts of culture and arts that humankind has achieved so far are made possible on the interface between human sensations and materiality. (pp.198~199ㆍMedia That Are All Around)

미디어는 어디에나 있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테크놀로지는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더 복잡하게 얽히도록 만든다. 이것이 오늘날의 미디어 인프라가 인간의 존재 조건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의 방식이다. (63쪽ㆍ어디에나 있는 미디어: 고래에서 유튜브까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
Media are all around but not eternal. Technologies do not separate human beings from nature but make them involved in nature more complicatedly. This is how today’s media infrastructures have a decisive influence on the existential condition of humanity. (p.216ㆍMedia That Are All Around)

백남준은 두 번째 범주, 즉 이러한 비디오 문화의 발달을 미국의 원유수입을 낮춰줄 에너지 자급, 환경보전과 바로 연결 지어 장기적으로 개인의 부와 국가의 부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나아가 백남준은 팩스나 화상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의 발달로 직접 자동차를 타고 출장을 가서 회의해야 하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바로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디오카세트가 문화를 다양하게 하며 나아가 케이블 TV, 화상 전화 등은 바로 공해를 감소시키고 생태계 위기의 가장 큰 해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 이 모든 백남준의 예언은 직접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생태계 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당 부분 현실이 되었다. (71쪽ㆍ백남준의 대안적 미디어 생태학)
Paik directly linked the second group, that is to say the development of video culture, with energy independence and environmental preservation, as it would lower the import of crude oil into the US. He predicted this group would determine the wealth of individuals and countries in the long term. He even argued people would go on business trips for meetings by car less and less thanks to the development of media such as fax and television, leading to energy saving. He foresaw that video cassettes would diversify culture, and cable TV and video telephones would reduce pollution and serve as the best solution to the crisis of ecosystem. (…) Many of Paik’s predictions have been realized, though they do not directly save energy and preserve the ecosystem. (p.224ㆍNam June Paik’s Alternative Media Ecology)

쓰레기 매립지를 재생한 마포구 하늘공원에 조성된 억새밭에서 억새에 딸려 제주에서 올라온 기생식물 야고가 꽃을 피워 야생화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소백산맥 소나무 조림지에서 송이버섯이 올라와 산마니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처럼 인간의 통제에서 비롯되지만, 결코 길들일 수 없고, 그럼에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생태가 있을 것임을 상상한다. (103쪽ㆍTV 정원: 주석)
As Aeginetia indica Linn, a holoparasitic plant, which came from Jeju attached to Miscanthus sinensis, attracted lovers of wild flowers when it bloomed in the silver grass field in the Haneul Park in Mapo-gu, Seoul, formed through the landfill recovery project, and pine mushrooms that grew in the pine tree plantation in the Sobaek Mountains line the pockets of herbalists, there may be many ecologies living together with us that are originally under human control but we can never tame. (p.258ㆍNam June Paik’s Alternative Media Ecology)

에코-에코-펑크는 세상을 언제나 이미 ‘미디어로 오염’되어 휘말리고 뒤엉키고 얽매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오염이란 문명이 발생하고 유지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의 구성요소로 간주된다. 오염은 남아 있는 것을 상기시켜 주며 매개의 전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에코-에코-펑크는 언제나 이미 오염된 미디어로서 자신과 자기 주변의 세상을 인식하는 이들을 위한 제안이다. 이것은 세상을 조직하고 세상 속에서 우리의 입지를 형성하는 미디어 인프라에 생태학을 유ㆍ무선으로 연결하는 이들을 위한 행동방식이다. (124쪽ㆍ인류세와 백남준의 매개체로서의 에코-에코-펑크)
Eco-eco-punk sees the world as always already “media-dirty” (…) it is rather seen as our civilization’s constitutive element. Dirt is also a reminder of the remainder and a conduit of mediation. Eco-eco-punk thus becomes a proposal for those who recognise themselves, and the world around them, as always already media dirty. It is a mode of acting for those for whom ecology connects, via wires and wirelessly, to the media infrastructures that organise the world and that shape our position in the world. (pp.279~280ㆍEco-Eco-Punk: Mediating the Anthropocene with Nam June Paik)

백남준의 관계적 사고는 작품을 ‘보는 방식’, ‘느끼는 방식’, ‘전유하는 방식’의 새로운 인식론을 제공하고 있다. 즉 객체와 주체의 관계성이 일상적인 행위의 실천과 체현된 지식의 움직임을 통해 작품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백남준의 인식론은 공간을 이해하는 하나의 이론적 지향과도 맞닿아 있다. 즉 현상학적 공간론이다. 현상학적 접근은 기존의 ‘과학적 접근’과는 구분할 수 있는 하나의 철학적 조류로 일상에서 경험과 체험적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130쪽ㆍ전회, 교란, 번역 그리고 백남준의 정치생태학)
Paik’s relational thinking offers us a new epistemology of the ‘ways of seeing, feeling, and appropriating.’ That is, the subject-object relationship is shown in the works through the practice of daily behaviors and the movement of embodied knowledge. This kind of epistemology is also in line with a particular theoretical orientation in understanding space: the phenomenological view on space. The phenomenological approach is a philosophical current that could be distinguished from the conventional ‘scientific approach’ and accentuates the importance of everyday experiences and empirical knowledges. (p.285ㆍTurn, Disturbance, Translation and Nam June Paik’s Political Ecology)

백남준은 생태학이 가진 가능성 중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이와 같은 믿음은 그가 시도해 온 다양한 작품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인지하지 못한 관계성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궁극적으로 백남준은 인간 너머의 접근을 통해 인간의 관계론적 지평의 확장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백남준을 ‘비인간-인간-기계-자연’의 대칭적 인류학을 시도하는 정치생태학자로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149쪽ㆍ전회, 교란, 번역 그리고 백남준의 정치생태학)
Paik believed in the “pos

출판사 서평

백남준 작품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구이자
미디어 생태계를 조망하는 현재적 질문들
백남준아트센터가 지속해 온 연례 학술 심포지엄의 성과

백남준은 전자 미디어를 자신의 예술적 상상력의 매개체로 활용하며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의 교차점을 탐구했다. 그는 TV 스크린, 라이브 퍼포먼스, 위성 방송, 싱글 채널 비디오, 비디오 합성, 비디오 설치 등을 자신의 예술 표현의 재료나 수단으로 삼으면서 전자 미디어라는 당대 일상적 미디어 환경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백남준의 〈TV 정원〉(1974)은 〈글로벌 그루브〉(1973) 영상이 나오는 평면 TV 스크린들로 채워진 열대 정원을 구현한 작품으로, 자연-문화라는 전통적 이분법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미디어 생태학에 대해 그리고 미디어 생태학과 더불어 생각하는 공간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NJP 리더』 시리즈인 이 책은 이에 대한 학술공동체의 연구 성과로서 해당 6인의 글을 한글/영문판으로 함께 실었다.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개진하는 생태학은 서로 다른 관점을 지녔지만 백남준으로 수렴하는 그 양상이 새로운 미디어 연구의 차원과 발상을 기대하게 한다.

“생태학은 정치가 아니라 하나의 독실한 세계관”
백남준의 세계관을 각 분야에서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백남준은 버크민스터 풀러의 말을 인용하여, ‘경제학(economics)’의 어원 자체가 ‘생태학(ecology)’에서 왔으며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주거의 조건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총체적 탐구이며 설계라고 역설했고, 생존의 문제와 그에 대한 해답은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인류의 지식 축적에 달렸으며 개인의 생존은 번영이냐 절멸이냐로 귀착되는 전체의 생존과 운명을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백남준은 그러면서 “생태학은 ‘정치’가 아니라 하나의 독실한 세계관”이며 그것은 “세계의 설계, 전 지구적 재생, ‘너 아니면 나’에서 ‘너와 나‘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백남준의 생태학이 예술 등 특정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각 분야에서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각 분야의 연구가 생명과 생존이라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수렴해야 하는 것이다.

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촉자의 감수성

이 책의 첫 번째 글인 이동후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구」에서는 백남준의 〈TV 정원〉을 마셜 매클루언이 말한 환경을 지각하게 만드는 ‘반-환경’으로서의 예술로 보고, 그 안에 담긴 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촉자의 감수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의 예술 세계는 기술적 변화가 단순히 더하느냐 혹은 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변화를 수반하는 생태학적 문제라는 미디어 생태학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구는 인간과 비인간, 실재와 가상, 물질과 비물질, 지구촌과 국가주의, 사유와 공유 등이 공존하는 현재(미래)를 예측하는 예리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또한 미디어 기술에 관한 비관 혹은 낙관의 양극론에서 벗어나 미디어 생태학적 균형상태를 새롭게 상상해 보라고 한다. (38쪽ㆍ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적 탐구)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비가시적인 미디어의 물질성

두 번째 글인 이희은 교수의 「어디에나 있는 미디어: 고래에서 유튜브까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서는 미디어를 인프라로 접근하여,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비가시적인 미디어가 사실은 아주 무거운 물질성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디어 인프라가 비가시적이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미디어가 일상에 편재해 있음을 의미한다. (중략) 미디어 인프라는 점점 더 그 물질적 특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구축되는 경향이 있다. 거리 위에 줄지어 서 있던 전봇대의 전선은 땅 밑이나 하늘 위로 감추어지고, 두툼하고 무겁던 책은 매끈하고 얇은 스크린으로 구현된다. (중략)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으나 그것의 물질성을 깨닫지 못하는 상태. 이는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센서와 원격 작동으로 움직이는 스마트 미디어 체계가 주를 이룬 오늘날의 미디어 인프라이다. (52쪽ㆍ어디에나 있는 미디어: 고래에서 유튜브까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

사회적ㆍ환경적ㆍ정신적 생태계를 아우르는 미디어 환경의 세계

이어 이수영 학예연구사의 「백남준의 대안적 미디어 생태학」에서는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을 분석 틀로 삼아 백남준의 예술과 사유를 사회, 환경, 정신의 생태학으로 세워 조망한다.

백남준의 미디올로지는 작품이나 텍스트만으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실천의 영역에 있다. 이 실천의 영역은 사회적ㆍ환경적ㆍ정신적 생태계를 아우른다. 우리는 이 영역들이 서로 진동하며 하나의 커다란 미디어 환경을 이루는 세계에 살고 있다. (83쪽ㆍ백남준의 대안적 미디어 생태학)

〈TV 정원〉이 내포한 다섯 단어로 도달하는 맥시멈 디컨트롤의 세계

네 번째 글인 「TV 정원: 주석」의 이소요 작가는 〈TV 정원〉을 하나의 생태 현장으로 조사ㆍ연구한 자신의 작품에 포함된 식물학적 주석을 ‘식물’, ‘화초’, ‘화분’, ‘화단’, ‘정원’이라는 다섯 단어의 고리 안에서 재구성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TV 정원〉은 장기 상설 전시물이라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작품 속 생물들의 조형적ㆍ생물학적 본질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하여 통제해야 하는 새로운 과업을 안게 되었기에 생태에 대한 또 다른 유형의 논의를 열어준다. (…) 〈TV 정원〉의 화분과 화단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고 유지하는 장소이며 애초 인간 관람객의 상호 작용을 매개하고자 구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초의 생로병사를 함께하는 고유의 생물 네트워크가 발달하여 방제하더라도 되살아난다는 점에서 맥시멈 디컨트롤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103쪽ㆍ〈TV 정원〉: 주석)

원소 미디어 생태학의 재현, 〈TV 정원〉

작가, 예술가, 큐레이터이자 교수인 조안나 질린스카의 「인류세와 백남준의 매개체로서의 에코-에코-펑크」에서는 기술을 통해 생태학을 재매개하는 백남준의 예술이, 무산된 미래를 창조적으로 동원하는 일에 펑크의 불경한 미학을 융합시키는 공상과학과 닮았다고 설명한다.

백남준의 〈TV 정원〉(1974)은 (중략) 삶을 언제나 이미 매개된 것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존재적 범주와 경험의 차원들을 가로지르는 관계의 새로운 생태학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백남준의 작품은 다양한 스케일의 우주에서 실체와 유기체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전달자, 연결자, 행위자로서 더욱 근원적 의미의 매체의 실행을 보여준다. (중략) 따라서 백남준의 〈TV 정원〉은 〈TV 물고기〉(1975), 〈촛불 TV〉(1975)와 함께 원소 미디어 생태학(즉 “우리의 습성과 서식지의 기저를 이루는 요소들”의 네트워크)을 재현한다고 할 수 있다(Peters, 2015: 1). (중략) ‘행위’에 중점을 두는 것은 가상의 순수함과 자연의 조화를 넘어서서 자연은 매개된 상태로만 우리에게 올 수 있고, 이렇게 표현해도 된다면 ‘자연 그 자체’는 우리 인간의 기술화를 포함하는 변화와 생성의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시사한다. (107~108쪽ㆍ인류세와 백남준의 매개체로서의 에코-에코-펑크)

‘정치생태학자’ 백남준의 인식론과 교감

마지막으로 사회학자인 김준수의 글 「전회, 교란, 번역 그리고 백남준의 정치생태학」은 ‘정치’와 ‘정치적인 것’을 구분하고, 백남준의 인식론을 통해 무엇이 정치적인 사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백남준이 지적하듯이 생태학은 단순한 ‘정치’의 문제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여기서 정치는 하나의 정치적 장치 혹은 제도, 의사결정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중략) 여기서 백남준이 주목한 것은 바로 ‘정치적인 것’의 문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백남준은 생태학이라는 것이 불러오는 하나의 세계관에 대한 문제제기와 동시에 전 지구적 순환과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을 담지하는 ‘정치생태학’의 가능성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148~149쪽ㆍ전회, 교란, 번역 그리고 백남준의 정치생태학)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7128570
발행(출시)일자 2021년 01월 22일
쪽수 312쪽
크기
148 * 209 * 24 mm / 423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NJP 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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