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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시인선 152
이인철 저자(글)
작가세계 · 2012년 0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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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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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시인선」152권『회색 병동』. 이 시집에서 저자는 자신의 젊은 날에 겪은 아픔과 상처를 오롯이 담아내는 한편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그리움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 책의 총서 (143)

작가정보

저자(글) 이인철

저자 이인철은 2003년 <심상>지로 등단했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를 졸업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목차

  • Part 1
    말머리성운
    심연의 라디오
    테레사

    박쥐
    붉은 수조
    긴 여름
    백야
    밤에만 존재하는 나라
    야간사격
    도망자
    눈보라
    설인
    그림자
    유령박쥐
    사육제
    트롬본

    Part 2
    갇힌 별
    지우개
    심야의 텔레비전
    은하수를 마시는 남자
    시간의 저쪽
    이중 자화상
    얼룩말 이야기
    노란 알약
    똥별
    콩꽃
    오뚝이병정
    영사기
    욕조에 알 낳기
    낙태
    중음
    은하수 뒤의 나비처럼

    Part 3
    메스칼린
    드럼과 구구단
    겨울노래
    야훼 닷컴
    붙박이별 아래서
    외눈
    끝없이 자라나는 그림자나무
    코브라 또는 최광훈 병장
    달빛거인
    아래 칸을 채우시오
    톱의 노래
    긴 도마를 가진 남자
    K 의 유령
    월식
    일곱 개의 바나나
    모르핀을 더 주오
    글 쓰는 노역자
    수박
    기린 혹은 h
    북두팔성
    피아노
    그린란드

    Part 4
    들깻잎 3장
    순창고추장
    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
    물안개
    강화도에서
    은어와 나
    저 썰물을 따라가면

    탬버린
    소금꽃
    고래여인숙
    천수만에서
    나무는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다

    |해설|유성호
    회색 병동의 별자리, 그 선연한 자국

책 속으로

색색의 알약들
입에 털어 넣고
군의관 앞에서 군번을 외우는
몽롱한 초저녁

쇠창살 사이로
밤마다
허공은 창문처럼 열려
말 모양의 별자리 뜨고
우리는 밤마다 붉은보라색 꿈을 꾼다
상무대 610동 정신병원에서
대가리 없는 말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말머리성운 속으로 도망친다
거기서 숨바꼭질을 한다
뿌연 성운 속에서 무엇으로든 몸을 바꿀 수 있다
번지는 마리화나 냄새
우리는 싱싱한 별을 뜯어먹는 망아지들이 된다
새벽녘
대가리가 없는 말들이 끄는 마차는
어김없이 병실로 되돌아온다
또다시 군번을 외우는 아침
우리는 말 울음소리로 운다
­「말머리성운」 전문

늘 수평을 잡으려 들락거리는 바닷물이
또 다른 먼 어느 곳을 고르려 잠시 빠져나간다
갯벌 군데군데 애총 같은 봉분이 물 위로 드러난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가는 징검다리 같아서
겅충겅충 뛰어 저 썰물 뒤를 따라가면
지도에도 없는, 위성이 찾지 못한
어느 섬에 닿을 것만 같다
­「저 썰물을 따라가면」 부분

출판사 서평

지난 삶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회색 병동의 기억,
상상적 은유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이인철의 첫 시집!


그동안 여러 문예지에 활발하게 신작시를 발표해온 이인철 시인이 등단 10년 만에 첫 시집 『회색 병동』을 내놓았다. 이 시집에서 그는 자신의 젊은 날에 겪은 아픔과 상처를 오롯이 담아내는 한편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그리움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시집 전반부는 그에게 감옥이자 병원이었고 자유를 박탈당한 군대 경험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치밀하게 편제된 권력장치, 폭력과 억압, 유폐와 갇힘, 고통으로 인한 모순 등 어두운 삶의 형상과 맞서면서도 그의 상상력은 다양한 은유와 상징으로 빛난다. 한편으로 그는 현실적 가난과 정신적 결핍으로 가득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 아름다운 서정시로 써내려간다. 그것은 곧 절박하고도 분명한 존재 확인의 순간이자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엉켜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잊히지 않는 기억과의 끊임없는 주고받음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꿈’꾼다. 돌아보면 여전히 고통스럽고 가슴 아픈 순간으로 남아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지난 시간으로의 회귀적 본능을 품고 있다. 그것은 곧 존재론적 기원으로의 향함인데, 이인철 시편들에 잘 드러나는 특징 중 하나다. 「갇힌 별」이라는 시에서 그는 “하프를 뜯던 손가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새벽노을에 번지고 있어/손목이 사라지고 있어/어둠 속에 물결치던 황금빛 음들/리라별자리로 돌아가고 있어”라고 노래하면서 핏빛 기억과 아름다운 별빛을 아스라하게 대비시킴으로써 회귀하는 순간을 더욱 아프게 보여준다.
이인철 시인은 자신이 머물렀던 어둡고 암울하기만 했던, 가난한 슬픔이 가득하던 그 시절을 애써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순간들을 하나하나 반추하면서 잃어버린 세계를 더 소중히, 깊이 감싸안으려는 의지가 굳건하다. 그의 아름다운 서정시들 속에는 요즘의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결하고도 순수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

〈시인의 말〉

갇혀봐라!
창살과 창살 사이로 도망가는 미래와 밤마다 꿈꾸는 유체이탈. 그들의 생각엔 밖은 상상이고 안쪽은 치료적 환상이다.
자유의지의 사지가 베드에 가죽혁대로 꽁꽁 묶여 있다. 지금, 밖에서도 그들과 다른 생각들은 갇혀놓았다. 우리도 그들과 다른 생각은 뇌에서 지워버리고 공동체 안에서 행복하게 사육되고 있다. 잘 간추려진 느낌으로 공산품 같은 무인칭 사람들이 회색 도시를 걸어간다.

〈추천의 글〉

고문, 학대, 감시, 처벌. 『회색 병동』은 감옥과도 같은 정신병동에서의 끔찍한 경험들을 거침없이 폭로하면서 그 공포와 불안을 그로테스크하게 형상화한 시집이다. 새장과 싸우는 새처럼 절망에 저항하는 광기에 찬 표현들, 어두운 억압의 뿌리에서 피어나는 환상의 꽃들처럼 한없이 외계로 펼쳐지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들. 자유로운 영혼의 상상력은 정말 무한한 것이다. 까마득한 천체의 빛들이 내면의 램프를 점화하는 순간, 본능과 상처와 분노로 뒤엉켜 있던 무의식의 언어들은 의식 밖으로 폭발하며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마치 들끓는 마그마를 오래 참았던 화산처럼, 슬픔과 노래를 오래 참았던 입술처럼 말이다.
­최승호(시인)

이인철 시인은 자신의 가파른 존재론적 기원과 함께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겪어온 상처를 심미적으로 구성함으로써 그것을 상상적으로 치유하거나 재확인하는 일종의 제의 과정을 치르고 있다. 깊이 각인된 젊은 날의 상처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 기원과 현재형을 고통의 미메시스로 노래하는 것이다. 이토록 선명한 감각적 이미지들을 오랫동안 몸에 간직해온 그의 트라우마(trauma)는 그로 하여금 이렇게 회색 병동의 기억에 대한 각별한 예술적 증언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6732426
발행(출시)일자 2012년 07월 17일
쪽수 150쪽
크기
128 * 188 * 20 mm / 254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세계사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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