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열정
작가정보

●지은이 수전 손택
1933년 1월 28일 뉴욕에서 태어나 2004년 12월 28일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기념 암센터>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수전 손택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뛰어난 소설가이며 예술평론가다. 1966년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과 세계에 대해 가하는 복수다”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담은 평론모음집 《해석에 반대한다》를 내놓아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을 재기 발랄하게 비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로 현재까지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해 나아가며 새로운 문화의 스타일과 감수성의 도래를 알리는데 주력했던 손택은 오늘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숱한 별명과 명성을 얻었다.
그렇지만, ‘예술에 온 정신이 팔린 심미가’이자 ‘열렬한 실천가’로 불리기를 더 바랬던 손택은 자신의 바람에 걸맞게 미국 펜클럽 회장(1987~89)을 맡을 당시인 1988년 서울을 방문해 김남주, 이산하 시인 등 구속문인의 석방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으며,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전쟁 중인 사라예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한 바 있다. 2001년과 2003년에는 9‧11 미국 무역센터빌딩 폭파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와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을 비판해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손택의 저서로는 《해석에 반대한다》 이외에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부문 수상작 《사진에 관하여 》(1978)와 <전미도서상> 소설부문 수상작 《미국에서》(2000)를 비롯해 4권의 평론모음집, 6권의 소설, 4권의 에세이, 4편의 영화각본, 1편의 희곡 등이 있으며, 현재 전 세계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옮긴이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도서출판 <양철북>의 기획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번역가로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권력과 테러》(양철북 2003), 《자라지 않는 아이》(양철북 2003), 《위대한 생존》(갈라파고스 2003), 《안개 너머의 나라 켈트의 속삭임》(여름언덕 2004),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양철북 2005) 등이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클라라와 태양』 『온 컬러』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달빛 마신 소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기이한 자매들』 『바다 사이 등대』 『페이퍼 엘레지』 『몬스터 콜스』 『가든 파티』 등이 있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목차
- 폴 굿맨에 대하여
매혹적인 파시즘
토성의 영향 아래
지버베르크의 히틀러
바르트를 추억하며
열정의 정신
아르토에 다가가기
후주
옮긴이 후기
인명 찾아보기
작품 찾아보기
책 속으로
정상성이란 가치는 영원한 것도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정신이상 상태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자명하고 상식적인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미쳤다는 인식은 사고의 역사의 일부분이며, 광기 자체는 역사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광기란 말이 되지 않는 것,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말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그 문화 안에서 상식과 진지함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그 정의는 역사적으로 크게 바뀌어 왔다. 광기라고 불리는 것은 특정 사회에서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가리킨다. 광기는 한계를 고정하는 개념이다. 광기의 경계는 “다른” 것이 무엇인지를 정의한다. 미친 사람은, 사회에서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 행동을 용인해 주지 않는 사람, 억눌러야 하는 사람이다. 각 사회마다 광기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다시 말해 말이 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어떤 정의도 다른 것보다 덜 편협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31쪽)
프랑스인들은 벤야민을 ‘슬픈사람 un triste’이라고 불렀다. 젊은 시절 벤야민의 모습은 “심오한 슬픔”이 그의 특징인 것처럼 보였다고 숄렘은 썼다. 벤야민은 스스로를 우울한 사람으로 생각했고 현대 심리학에서 붙이는 명칭을 경멸하여 전통적인 점성술적 개념을 끌어 온다.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 (67쪽)
출판사 서평
첫 번째 에세이집 《해석에 반대한다》(1966)로 뉴욕 지성계에 스타덤에 오른 수전 손택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작가들을 오로지 “광기와 그릇된 소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예술을 옹호하기 위해 집필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거기에는 우울과 고독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발터 벤야민도 있었으며, 오만하지만 순수한 윤리적 열정의 소유자 폴 굿맨, 치열한 광기로 시대와 불화한 앙토냉 아르토와 병적 아름다움 집착하는 레니 리펜슈탈도 있었다.
이 에세이들은 발표되는 족족 당시의 문화 지형을 상당히 바꿔놓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인물들은 서구 현대예술사의 다양한 물결에서도 가장 ‘얄궂은’ 유형에 속한다. 그야말로 “학계와 전문가들의 용(龍)”이 지키는 지적 전문 분야에서 “학술적 무단침입자”로 살아온 사람들이자, 뿜어져 나오는 광기와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재료 삼아 자유와 예술, 그리고 삶의 진실에 관한 현란한 수완을 발휘한 예술가들이다. 하지만 동시대 대중과 문화예술계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워, 아방가르드적 난해함과 그노시스적인 광기로 이해될 뿐인 사람들. 그러한 그들을 손택은 그녀 특유의 냉정하고도 합리적이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들의 언어를 예술의 영역에 포함시키려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손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열정’이 베인 아방가르드적인 언어의 확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로도 사용된 발터 벤야민에 관한 에세이 <토성의 영향 아래>는 사실 이 책에 시종일관 흐르는 기조이자 주제적인 글로 벤야민의 삶과 글을 작가의 ‘기질’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한 독특한 글이다.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 벤야민이 (심리학적 개념을 경멸하여 쓴) 점성술적 개념으로 동원해 스스로를 규정하듯 자신을 우울한(saturnine) 사람으로 생각했고, 향후 그의 모든 주요 연구와 글쓰기 과제에 그런 그의 기질은 투사된다. 벤야민은 프루스트, 카프카, 칼 크라우스 등과 심지어는 괴테에서도 토성적(우울한, 혹은 음울한) 기질을 발견하게 되는데, 특히 벤야민은 보들레르의 “구체화된 산책자(flneur) 상에 19세기적 감성을 결부시키면서, 자기 자신의 감성도 도시와의 몽환적이고 예민하고 미묘한 관계에서 대부분 이끌어”내게 된다.
초현실주의라는 그릇으로 담아내기가 어려울 만큼 버거운 인물 앙토냉 아르토에 관한 글(이 책에서 가장 긴 글인) <아르토에 다가가기>는 원래 아르토 저작 선집의 소개 글로 쓰인 글로 아르토에 관한한 가장 권위 있는 글로 손꼽힌다. “연극이라는 예술 분야에 아르토가 미친 영향은 엄청난 것이어서, 요즘 서유럽과 미국에서 상연되는 진지한 연극의 줄기를 아르토 전과 아르토 후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라는 손택의 평가는 아직까지도 연극에서의 아르토의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만큼 유명하게 인용되는 문장이다. 손택은 이글에서 “작품에서나, 삶에서나” 아르토의 “결과로서의” 모든 것들을 실패했다고 규정하지만 “완성된 예술 작품이 아닌 독특한 존재, 모종의 시학, 사고의 미학, 문화의 신학, 수난의 현상”과 같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문학적 모더니즘이라는 영웅적 시대의 마지막 위대한 본보기”로 칭송한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아르토를 그에 버금가는 난해한 문체로 해설한 것은 손택 자신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듯, 읽을 수 없는, 본질적으로 흡수할 수 없는 작가를 본질은 무시하고 제멋대로 먹기 좋게 요리해 피상적으로 다루는 현대 비평의 경향을 비난하며 아르토가 “문학과 역사에 엄청난 분량의 고통을 남”겼듯 독자들에게도 일정한 분량의 고통을 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레니 리펜슈탈에 관한 글인 <매혹적인 파시즘>과 한스-위르겐 지버베르크에 관한 <지버베르크의 히틀러>는 한때 우리 사회를 달궜던(그리고 현재까지도 의미 있는) ‘우리 안의 파시즘’의 원형적인 논의로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글들이다. <매혹적인 파시즘>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이질적인 두 개의 제시물, 즉 수단 남부의 마지막 부족에 관한 리펜슈탈의 유명한 사진집 《누바족의 최후》와 “공항 잡지 판매대나 ‘성인’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값싼” 포르노 사진집 《SS 제복》을 병치해 비교하면서, 이들 제시물이 갖는 공통적 근저에는 “아름다움을 병적으로 추구”한 파시즘적 탐닉이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손택은 그 증거로 리펜슈탈의 나치시대의 작품(영화 《신념의 승리》나 《올림피아》 등)의 근저에 흐르는 “영웅에 대한 대중의 복종”과 찬양이 전후 누바족에 대한 사진집 근저에 담겨 있는 “육체적 기술과 용기를 드러내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르는 것이 공동체 문화의 통합의 상징인 사회, 싸움에서의 승리가 ‘사람의 인생의 주요한 열망’인 사회를 찬양”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더 나아가 《SS 제복》에서 드러나듯이 나치식의 제복과 가죽 채찍에 숨은 “제복에 대한 환상, 즉 공동체, 질서, 정체성, 능력, 정당한 권위, 정당한 폭력”의 상징도 전혀 다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지버베르크의 히틀러>는 “충성을 유고하고 강요하는 고귀한 명작의 범주에 속”하는 1인극 영화 《히틀러, 독일 영화》를 다룬 글이다. “우리가 없었다면 히틀러가 어떻게 있을 수 있었겠는가?”라는 도발적인 내레이터의 반복을 발견되듯이, 지버베르크는 나치즘을 독일의 악마성에서 기원된 것으로 보는 토마스 만의 관점을 수용한다. 손택에 따르면, 지버베르크는 히틀러가 야기한 수천만 명의 살해가 역사적 괴물의 등장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보며, “히틀러 사후에 여전히 살아있는 일종의 히틀러적 본성, 현대 문화에 유령처럼 존재하는 것, 현재를 가득 채우고 과거를 재구성하는 변화무쌍한 악의 원칙을 환기”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버베르크의 영화는 결코 이러한 ‘실재’에 기반해 “정보의 표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치유적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사회와 대립하는 개인 및 군중심리를 탐구한 《군중과 권력》의 저자이며 “은둔하는 기인의 상으로서, 20세기의 상상력 속에서의 삶에서나 문학에서나 가장 큰 성취이자 순교자의 모습을 한 진정한 영웅” 카네티에 관한 글 <열정의 정신>도 주목할 만한데, 특히 손택의 이글이 발표(1980)된 바로 다음 해,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짧은 글인 <폴 굿맨에 대하여>와 <바르트를 추억하며>는 고인들의 부고를 접하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쓴 애정과 애도, 존경이 어우러진 우아한 감상의 표본과도 같은 글들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모두 손택의 말처럼 “최후의 심판에서, 최후의 지성인, 현대 문화의 토성적 영웅, 잔해, 반항적 시각, 몽상, 억누를 수 없는 우울함, 내리깐 눈을 지닌 인물들로 자기가 여러 ‘위치’를 가졌음을 설명하고 최대한 공정하고 비인간적으로 지성인의 삶을 그 최후까지” 옹호받아 마땅한 우리시대의 지성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5619742 |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11월 11일 | ||
쪽수 | 262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Under the sign of saturn/Sontag, Sus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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