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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 W. 반 룬 저자(글) · 임경민 번역
아이필드 · 2011년 06월 27일
7.5
10점 중 7.5점
(3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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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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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적인 지리학을 통해 ‘흥미진진한 사람 이야기’를 듣는다!
『반 룬의 지리학』은 원론적인 지리학의 책의 범주에서 벗어나 ‘인간’의 숨결을 지리학에 불어 넣었다. 인간 간의 관계, 권력 간의 관계, 민족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영국이 한때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불렀던 이유와 프랑스 인들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히말라야 산맥이 주민들과 주변 민족에게 끼친 영향 등을 지리학적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지도와 다양한 도해를 통해 지리학적 사실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나라의 ‘관계’와 ‘인간’의 호흡을 담은 이 책은 역사를 4차원적인 지리학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각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헨드릭 W. 반 룬

저자 헨드릭 W. 반 룬(Hendrik Willem van Loon)은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인.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문화사가, 저술가로 활약한 20세기의 르네상스인.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저서들을 내놓을 만큼 호기심과 지식이 남달랐다. 1882년 1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20세 때인 1902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과 코넬 대학에서 공부하고 1911년 독일 뮌헨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차 세계대전 발발 초기에 벨기에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코넬 대학에서 역사를 강의했으며 1919년 미국시민권을 얻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쓴 《인류 이야기 The Story of Mankind》로 제1회 뉴베리 상을 받았다. 30여 권의 저서를 남기고 1944년 3월 미국 코네티컷의 올드그린위치에서 62세로 생을 마감했다.

번역 임경민

역자 임경민은 195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신동아> <월간 경향> <말> 등 여러 매체에 사회적 이슈가 된 현장들을 취재한 기사들을 기고하며 자유기고가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는 《마르크스》(상·하) 《폭군들》 《에스페란사의 골짜기》 《47》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기 전에--옮긴이
    01.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15
    02. 지리학이란 단어의 정의와 적용 방식--22
    03. 우리의 행성: 그 습관과 풍습과 버릇--25
    04. 지도: 인류의 지구 개척사를 포함한 매우 중요하고 매력적인 주제에 대한 간략한 고찰 --28
    05. 계절--81
    06. 대륙과 대륙이 아닌 육지--85
    07. 유럽의 발견과 종족--95
    여기서 잠깐 :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100
    08. 그리스: 구아시아와 신유럽을 잇는 연결고리였던 동지중해의 암반 곶--103
    09. 이탈리아: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필요에 따라 해군강국과 육군강국의 역할을 할 수 있 던 나라--119
    10. 스페인: 아프리카와 유럽이 충돌한 나라--143
    11. 프랑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나라--159
    12. 벨기에: 문서로 탄생한 나라, 내부 융화 빼고는 모든 것이 풍부한 나라--180
    13. 룩셈부르크: 역사적으로 진기한 나라--187
    14. 스위스: 높은 산과 훌륭한 학교와, 4개 언어가 공존하는 통일된 국민의 나라--189
    15. 독일: 너무 뒤늦게 세워진 나라--198
    16. 오스트리아: 사라지고 나서야 가치를 인정받은 나라--211
    17. 덴마크: 대국에 대한 소국의 이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217
    18. 아이슬란드: 북극해의 흥미로운 정치 실험실--222
    19. 스칸디나비아반도: 스웨덴과 노르웨이 왕국이 차지한 땅--226
    20. 네덜란드: 제국이 된 북해 연안의 습지--240
    21. 영국: 인류 4분의 1의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네덜란드 해안 건너 섬나라--249
    22. 러시아: 유럽 국가일까, 아시아 국가일까--276
    23. 폴란드: ‘회랑’이어서 고통 받고 이제는 자신의 ‘회랑’을 갖고 있는 나라--299
    24. 체코슬로바키아: 베르사유조약의 산물--304
    25. 유고슬라비아: 베르사유조약의 또 하나의 산물--309
    26. 불가리아: 발칸 제국에서 가장 건실한 나라. 국왕이 세계대전 중 엉뚱한 말에 돈을 거 는 바람에 그 결과를 참아내야 했던 나라--314
    27. 루마니아: 석유와 왕실의 나라--319
    28. 헝가리: 혹은 그 잔재--322
    29. 핀란드: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근면과 지혜가 낳은 나라--326
    30. 아시아의 발견--329
    31. 외부 세계에 아시아가 의미하는 것--335
    32. 중앙아시아의 고지대--338
    33. 아시아 서부 대고원--348
    34. 아라비아: 아시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368
    35. 인도: 자연과 인간이 대량생산에 몸담은 나라--374
    36. 버마, 샴, 안남: 말라카아시아 남부의 또 다른 거대 반도--389
    37. 중국: 동아시아의 거대한 반도--396
    38. 한국, 몽골, 그리고 이내 사라질지도 모르는 만주--415
    39. 일본 제국--420
    40. 필리핀: 멕시코의 옛 통치 지역--437
    41. 네덜란드 동인도제도: 개를 흔드는 개꼬리--442
    42. 오스트레일리아: 자연의 의붓자식--451
    43. 뉴질랜드--464
    44. 태평양의 섬들: 사람들이 땅을 경작하지도 실을 잣지도 않지만 살아가기는 매 한 가지 인 곳--469
    45. 아프리카: 모순과 명암의 대륙--473
    46. 아메리카: 지상 최고의 행운--528
    47. 신세계--569
    찾아보기--582

책 속으로

기후의 현재 상태를 규정하는 세 가지 요소는 땅의 온도, 그 지역에서 우세한 바람 그리고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분의 양이다. 원래 기후(climate)란 단어는 ‘땅의 경사’를 의미했다. 그리스인은 지구 표면이 극지방으로 갈수록 점점 더 그 기울기가 심해짐에 따라 자신들이 방문한 지역의 기온과 습도 역시 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_34~5쪽 <지도>

바람(wind)이란 단어는 글자 그대로 ‘제 갈 길을 휘감아 나아가는’(wind its way) 그 무엇이다. 따라서 바람은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제 갈 길을 휘감아 나아가는’ 대기의 흐름이다. 왜 대기의 흐름은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휘감아 나아가는 것일까? 어떤 대기가 다른 대기보다 더 따뜻할 때, 따라서 더 가벼울 때 가능한 한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경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 경우 그곳에는 일종의 진공상태가 존재하고 그 진공상태를 메우기 위해 더 무겁고 차가운 공기가 밀고 들어온다. 그리스인이 이미 2천 년 전에 발견했듯이 ‘자연은 진공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공기는 물이나 인류만큼 진공을 싫어한다. _35쪽 <지도>

계절(season)이란 단어는 ‘씨를 뿌리다’(to sow)라는 의미의 ‘serere'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season은 봄, 즉 파종기를 가리킬 때만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중세기 들어 이 단어는 독자적인 함의를 잃고 말았다. 다른 세 계절이 일 년을 4등분하면서 추가되었던 것이다. 우기(to wet)란 의미의 겨울(winter), 수확의 시기란 의미의 가을(autumn), 그리고 한 해 전반을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였던 여름(summer)이 새로이 계절의 이름을 얻은 것이다. _81쪽 <계절>

4세기가 시작되자마자 교회가 전권을 쥐게 되면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상은 위험한 생각으로 치부되었다. (……)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재림할 터였다. 만일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들 관점에서 볼 때 세상은 평평해야 이치가 맞았다. 그렇지 않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두 번, 그러니까 한 번은 서반구 사람들을 위해 또 한 번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을 위해 재림하는 상황이 발생할 터였다. 물론 그런 절차는 터무니없을 뿐더러 품위도 없어 보였다. 따라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_27~8쪽 <지도>

유럽은 우리에게 문명을 주고 아시아는 우리에게 종교를 주었다. _335쪽 <외부 세계에 아시아가 의미하는 것>

우리가 최초의 기술적 발명들에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 서구의 위대한 진보’를 떠들썩하게 자랑할지 모르지만, 그토록 많이 부풀려진 진보란 것이 사실은 동양에서 시작된 진보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서양이 동양이라는 학교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의 기초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냈을지 의심스럽다. _335~6쪽 <외부 세계에 아시아가 의 미하는 것>

마침내 유럽이 ‘아시아를 인식하도록’ 만든 저술들은 어떤 진지한 ‘과학적’ 원정의 결과가 아니었다. 글의 소재가 되었던 나라에는 막상 눈길도 보낸 적이 없는 3류 작가, 대중적인 주제를 찾아 헤매던 불쌍한 싸구려 작가들의 노고 덕분이었다. _332쪽 <외부 세계에 아시 아가 의미하는 것>

모든 통상로는 본래 사치품을 위한 통상로였다. 각기 다른 지역에 살던 인종들 간의 초기 다툼은 하나같이 사치품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생활필수품보다는 오히려 사치품이 탐험의 노정에서 진정한 개척자 역할을 했다. _201쪽 <독일>

인간이 자연의 명령에 굴복해 비참한 노예 신세로 전락한 그런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자연을 철저히 파괴해서 영원히 만물의 시작이자 끝이어야 할 그 위대한 어머니와 모든 접촉을 끊은 나라도 있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법을 배워 상호 이익을 위해 타협하기로 한 나라들도 있다. 만약 후자의 사례를 보고 싶다면, 젊은이여! 북쪽으로 가 저 스칸디나비아 3국을 만나라. _238~9쪽 <스칸디나비아>

어느 날 전혀 뜻밖에도 청어로 알려진 물고기가 발트 해로부터 북해로 이동했다. 모든 유럽인들이 금요일마다 의무적으로 생선을 먹어야 했던 시절에 이런 변화는 발트 해 연안에 있는 수많은 도시들의 몰락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네덜란드 도시들이 갑자기 번영의 길로 들어섰음을 의미했다. (……) 청어 수산업은 곡물 교역으로 이어졌고 곡물 교역은 향신료 집산지인 인도의 섬들과 교역을 트는 계기가 되었다. _241쪽 <네덜란드>

출판사 서평

역사란 지리학의 4차원-시간과 의미가 있는 지리학
지리학? 지도, 이런 저런 숫자와 통계? 그러나 안심하시라. 그 누구도 아닌 반 룬이 쓴 지리학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원론적인 지리학 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선입견은 버려주시라. 아마도 저자가 쓴 다른 저서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에 뭔가 심상치 않은 내용이 담겨 있으리라는 생각에 벌써 들떠 있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이 책은 지리학으로부터 아주 멀리 벗어나 있다.
“역사란 지리학의 제4차원이다.”
저자가 모두(冒頭)에 밝혀놓은 문장 하나는 이 책의 성격과 내용을 압축한다.
반 룬이 이 책을 쓸 당시 《옥스퍼드 소사전》은 지리학을 “지구의 표면, 형태, 물리적 특성, 자연적, 정치적 경계, 기후, 산물, 인구에 관한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간’이 빠져 있다. 그래서 그 ‘인간’의 숨결을 지리학에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관계’가 있는 지리학 책을 집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간의 관계, 권력 간의 관계, 민족 간의 관계를 서술한 것이 곧 역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는 지리학에 ‘관계’를 불어넣어 4차원적인 지리학,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지리학, ‘시간과 의미’가 있는 지리학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토양은 영혼에 영향을 미치고 영혼은 토양에 영향을 미친다. 둘 중 어느 하나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나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으며, 양자의 진정한 내적 의미를 파악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의 성격을 이해하는 열쇠를 쥐게 된다.” _159쪽

촌철살인의 만평 같은 지리학
따라서 ‘반 룬의 지리학’에는 확실히 인류 문명의 발달 과정에 큰 방점이 찍혀 있다. 어찌해서 영국이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명성을 구가할 수밖에 없었던가, 그리고 소소하게는 프랑스 인들이 왜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가를 지리학적 배경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그러므로 이 책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나라들을 다루는 장은 아예 제국주의 침탈사를 방불케 한다. 초모룽마(에베레스트 산)가 8,848m라는 사실은 전혀 중요치 않다. 히말라야산맥이 그곳 주민들, 주변 민족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여전히 지리학 책이다. 그것도 아주 친절한 지리학 책이다. 반 룬은 여러 지리학, 지질학적 사실들을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펼쳐 보여준다. 지도와 갖가지 도해(圖解)가 자주 등장하는 것만 해도 그렇지만 반 룬은 아예 우리가 볼 수 없는 바닷속까지 입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다. 도버해협 바닷물을 모두 증발시킨 뒤 그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식이다. 거기에는 양안의 지리적 특성과 함께 좌초당해 가라앉은 수많은 선박들이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자연에 맞선 인간의 사투가 보이고 인간 간의 반목이 보인다.(271쪽) 지리학을 그렇게 대하라는 것이다. 바로 역사적 진실이다. 이는 단순한 도해를 뛰어넘어 차라리 촌철살인의 만평을 방불케 한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수치 중 상당수는 철지난 것이다. 반 룬의 대표 저서 중에서도 압권이라 할 《반 룬의 지리학》이 이제야 우리 독자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 이유도 혹 그 때문은 아닐까? 역시 지리학에 대한 선입견 문제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어차피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의 관심은 이미 1930년대 특정 국가나 도시의 산물 생산량이나 인구수에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제 역사와 지리학, 지질학에 관한 반 룬의 해박한 지식, 그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에 압도될 준비만 하면 그만이다.

관계와 인간의 호흡을 담은 맞춤 지리학
10년 전 당신이 보낸 한 통의 편지에 대한 답을 오늘에서야 드리게 되었군요. 당신이 편지에 썼던 내용을 원문 그대로 옮겨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지리학은 어떠세요? 물론 제가 단순히 새로운 지리학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를 위한 맞춤 지리학을 바라는 거죠. 제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려주고 그 밖의 모든 잡동사니들은 과감히 생략해버리는 그런 지리학, 바로 당신이 써주길 바라는 지리학입니다.
저는 지리를 매우 중시하는 학교를 다녔죠. 거기서 세계 여러 나라와 관련된 온갖 것들을 시시콜콜 다 배웠습니다. 나라 간 경계가 어떻게 획정되어 있는지를 배우고 그 나라의 도시를 배우고 인구수가 얼마인지를 배웠습니다. 또 온갖 산의 이름을 주워섬기고 그 산의 높이가 얼마인지를 외우고 매년 얼마만한 양의 석탄이 수출되는지를 배웠죠. 그리고 배웠던 만큼 빠르게 이 모든 것들을 깡그리 잊어버렸습니다.
거기엔 이른바 ‘관계’라는 게 없었죠. 마치 주체할 수 없이 많은 그림들로 가득 찬 박물관처럼, 아니면 너무 긴 연주회처럼 채 소화되지 않은 추억의 잡동사니들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제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었죠. 그래서 뭔가 구체적인 사실을 얻고자 할 때면 지도를 뒤지고 도해서와 백과사전과 정부의 보고서 등등을 헤집고 다녀야 했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고생을 해왔으리라 생각해요.
이 불쌍한 대중들을 대신해서 당신께서 뭔가 쓸모가 있는 새로운 지리학 책을 써 우리 손에 들려주실 수 없을까요? 온갖 산이며 도시, 그리고 대양을 당신의 지도에 그려 넣은 다음 우리에게 오로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왜 그들이 거기에 살고 있고,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말해주시면 어떨까요?
요컨대 ‘흥미진진한 사람 이야기’를 지리학에 끌어다 넣자는 말씀입니다. 진정 우리의 관심을 끄는 나라들에는 커다란 방점을 찍고, 그저 이름뿐인 나라들은 그냥 스치듯 훑고 지나가는 거죠. 그렇게 되면 결국 쓸데없는 것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꼭 필요한 지식만을 통째로 우리 머릿속에 담을 수 있겠죠.”

당신의 의뢰를 받고 그 요구에 충실하고자 항상 애써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을 향해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보세요, 여기 그것이 있습니다!”

<책 속으로 추가>
여러분이 역사학자, 화학자 또는 기술자이든 아니면 단순한 여행자이든 간에 인도(印度)에 관한 주제에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오한 도덕적, 정신적 문제 한복판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서구인인 우리들은 이 미궁 속으로 들어갈 때 조심스런 발걸음을 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이곳에서는 신출내기이기 때문이다. _387쪽 <인도>

나는 여기서 중국인과 인도인의 기질 사이에 매우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는 데 주목하고 싶다. (……) 힌두교도들은 언제나 신을 정색하며 대한다. 사원을 지을 때도 가난한 농부들의 피땀 어린 돈을 거두어들일 수 있도록 가장 크게, 가장 큰 비용을 들여 가장 화려하게 지어야 한다. “공공의 발전을 위한 1%가 아닌, 신들을 위한 억만금!”이 브라만교의 슬로건이었다. 중국인은 꾀죄죄한 세탁업자에서 힘깨나 쓰는 옛 권세가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꿰뚫어본 현자, 즉 공자의 영향을 받았다. (……) 중국의 통치자들이 세입의 많은 부분을 공공의 발전, 예컨대 운하와 관개 저수지와 성곽과 하천 정비에 투여하면서도 사원과 사당에는 신들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만 돈을 들인 것은 ‘사리에 맞는 행동’에 관한 공자의 개념을 철저히 따랐기 때문이다. _400~1쪽 <중국>

기독교 선교사들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도록 일본의 문을 닫아걸겠다는 쇼군의 결정은 서양 사람들에 대해 갑작스럽게 증오심이 폭발해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두려움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온 나라가 종교적 분쟁으로 갈가리 찢겨나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일본 해안에 평화와 친선의 전령들 데려와 풀어놓은 뒤 돌아가는 배에 잔뜩 물품을 싣고는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떠나는 상선의 선장들로 인해 국부가 약탈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_429쪽 <일본>

만약 루이 14세와 루이 15세가 지리학에 대해 조금만 더 알고 있었더라면 (……) 아마 뉴잉글랜드와 버지니아 주민들은 오늘날 프랑스 말을 하고 있을 것이며 북아메리카 전역은 파리의 통치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운명을 결정했던 사람들은 이 신세계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 심지어 노회한 나폴레옹[3세]조차도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풍요로운 지역과 맞바꾼 미국 금화 더미를 보며 횡재를 했다고 흡족해했다.
_544~5쪽 <아메리카>

너무 딱딱하다 싶어 유감이지만 근대 스위스 공화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빌헬름 텔의 용맹성 덕분이 아니라 오히려 빈번한 교류가 이루어지던 알프스의 통상로로부터 들어오는 손에 잡히는 수입 덕분이었다. _193쪽 <스위스>

무어인과 스페인 인은 같은 땅 위에서 살았고 태양도 1600년에 그랬듯이 1200년에도 과달키비르 강 유역에 같은 강도로 맹렬히 내리쬐고 있었다. 하지만 1200년에는 열매와 꽃의 낙원에 축복을 내려주었던 반면에 1600년에는 방치된 배수로에 잡초만 가득한 바싹 마른 황무지에 저주의 빛을 내리쬐었다. _163쪽 <프랑스>

물론 배타성도 나름대로 좋은 측면을 갖고 있다. 배타성은 서로에 충실한 공통의 이해와 집단의 이해에 충실한 동종 집단을 형성해내긴 하지만, 스코틀랜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비쳐보았을 때 배타성이 모든 형태의 경제적 협력과 국가적 조직화에 치명적인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_154쪽 <스페인>

작은 나라들의 자결권은 이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훌륭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자연 지형이나 경제생활의 냉엄한 필요성과 갈등을 일으키면 그 효력이 그다지 발동하지 않을 듯하다. _307쪽 <체코슬로바키아>

프랑스는 거의 10세기 동안 국가의 독립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이 별도로 네 국경을 방어해야 했다면 프랑스는 오로지 서쪽 국경을 방어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기만 하면 되었다. 이런 사실이야말로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서도 고도로 중앙집권과 근대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닐까 싶다. _170쪽 <프랑스>

오로지 ‘큰 것’에만 몰두해 있는 세상에서는 덴마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반면에 ‘위대한 것’에 몸 바치는 세상이라면 그 나라는 꽤 상당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만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모든 정부가 갈망해야 마땅한 궁극적 목표라면 덴마크는 독립국가로서 계속 존재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는 나라다. _221쪽 <덴마크>

베를린에서 예루살렘까지는 무척 먼 거리이다. 하지만 두 도시 모두 통상로가 지나는 곳에는 반드시 도시가 생겨난다는 동일한 지리학적 법칙을 따랐다. 예루살렘은 바빌로니아로부터 페니키아, 다마스쿠스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대상 루트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예수가 예루살렘이란 도시를 알기 훨씬 전에 이미 주요 무역 중심지였다. 우연히도 서에서 동으로[파리-상트페테르부르크], 북서에서 남동으로[함부르크-콘스탄티노플]이 만나고 있던 베를린은 운명적으로 제2의 예루살렘이 될 수밖에 없었다. _205 <독일>

먼 세월 속으로 더듬어 올라가야 만나는 다른 대부분의 도시들처럼 런던이란 도시도 어떤 우연이나 통치자의 변덕 때문에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런던은 순전히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 오늘날의 그 위치에 서 있다. (……) 영국 남부에서 북부로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설해야 했다. 그리고 런던은 배가 더 이상 항해할 수 없는 바로 그 지점, 하지만 사람과 상품을 물에 젖지 않은 상태로 다음 해안까지 무사히 옮길 시설을 2천 년 전의 기술로도 충분히 세울 수 있을 만큼 강폭이 썩 넓지 않은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_261~2쪽 <영국>

대서양에서는 아일랜드와 아메리카 해안 사이를 항해하면서 만나는 위험지역이라고 해야 로크올 섬 단 한군데뿐이다. 그 반면에 태평양의 섬들은 현대 기계문명이 자신의 단순한 취향에 비해 너무 복잡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가장 쾌적한 고향으로 여기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음과 분주함과 경쟁자의 화난 얼굴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주는 기분 좋은 벗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_472쪽 <태평양의 섬들>

아메리카의 주요 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뻗어 있는 까닭에 그곳의 동식물군은 빙하기에 빙하가 전진했을 때 그로부터 자유로이 탈출할 수 있었다. 따라서 유럽의 동식물군보다 살아남을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었다. _529쪽 <아메리카>

한 저명한 지진 전문가의 보수적인 추산에 따르면 지난 4천 년 동안 이른바 인류의 ‘역사시대’에 일어난 지진으로부터 모두 1,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_422쪽 <일본>

유럽은 이런 소식[칭기즈칸 군대의 러시아 침공 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슬라브족은 그리스 의식에 따라 신을 숭배하고 서유럽은 로마의 의식에 따라 신을 숭배했기 때문이다. (……) 결국 이러한 무관심으로 인해 유럽은 향후 대단히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들에게 어떤 짐을 지우든 묵묵히 수용하는 이 참을성 많은 러시아인의 어깨에는 280여년에 걸친 타타르족의 지배 기간 동안 대책 없는 굴종이라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습관을 얻었기 때문이다. _287쪽 <러시아>

거대한 시베리아 유형자 학교를 졸업한, 대머리에 작은 체구를 가진 한 남자가 그 폐허를 접수해서 재건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낡은 유럽의 모델을 버리고 낡은 아시아 모델도 버리고 낡은 것이라면 모조리 폐기처분했다. 그는 늘 미래를 향한 눈을 가지고 건설에 착수했지만 그것은 여전히 타타르족의 눈이었다. _294쪽 <러시아>

새로운 소비에트사회의 기본 구조는 의심할 여지없이 유럽에 기원을 두고 있다. 반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동원된 방식은 지극히 아시아적이다. 카를 마르크스와 칭기즈칸이 천년왕국을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이 기이한 실험의 결과가 어떠할지 나는 모른다. 예언은 예언일 뿐이다. _296쪽 <러시아>

교황의 비중이 늘어나고 이탈리아의 상업 발전이 그야말로 상승 일변도를 보이면서 우회로가 긴 생베르나르고개나 터무니없이 비싼 통행세를 물고 합스부르크가의 영토를 지나야 하는 브렌네르고개보다 더 편리한 지름길이 절실해졌다. (……) [스위스의] 농민들이 라인 강 유역으로부터 티치노 강 유역에 이르는 길을 닦기로 한 것은 그즈음이었다. (……) 얼마 안 가 이 생고타르고개는 유럽의 남과 북을 잇는 가장 인기 있는 통상 루트가 되었다. 주민들은 그동안 받았던 온갖 고통을 일부나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 일정한 수입이 꾸준히 들어오고 이러한 국제적 교류가 루체른, 취리히 같은 도시들에 자극을 주면서 이들 소규모 농촌공동체는 새로운 독립의식을 고취하기 시작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러한 의식은 합스부르크가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의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_192~3쪽 <스위스>

오슬로와 코펜하겐에서 지극히 민주적인 단순성이 엄격히 유지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스웨덴의 수도에서는 궁정식 풍습이 여전히 준수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토지 소유에 다른 이득이 계속 존재함으로써 귀족들이 오늘날까지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향 역시 미묘한 지리적 위치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듯하다. 노르웨이가 대서양에 직접 면한 반면, 스웨덴은 본질적으로 내해를 마주보고 있는 국가이고 따라서 스웨덴의 경제적 번영은 스웨덴의 역사와 더불어 전적으로 발트 해의 번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_234~5쪽 <스칸디나 비아>

콜럼버스가 무사 귀환하면서 인도로 가는 항로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리알토(베네치아의 상업중심구역)에 전해지자 베네치아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모든 주식과 채권이 반 토막 났다. (……) 잘 닦인 통상로들은 헛된 투자가 되고 말았다. 리스본과 세비야가 세계의 창고를 이어받아 유럽 전역의 상인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_130쪽 <이탈리아>

역사는 일반 대중이 통치방법론 따위에는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우 설득력 있게 가르쳐왔다. 보통 시민이 궁금한 것은 이게 전부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내게 평화와 안식을 보장해주는가? 내가 이마에 땀을 흘려가며 애써 거둔 것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보장해주는가? 그 누구도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는 그것을 나에게서 빼앗아가지 않도록 보장해주는가?” _427쪽 <일본>

‘과거의 실수’에 대한 고매한 판결에 한몫 거드는 일은 별반 효용 가치가 없다. 우리의 생각과 방안과 수단을 모아 미래에 다시는 이러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유익하다. _575쪽 <신세계>

이 책은 단순히 지구의 표면과 그 물리학적 특성 그리고 그 정치적, 자연적 경계를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먹을거리와 거처와 여가를 좇는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부르고자 한다. _22~3쪽 <지리학이란 단어의 정의와 적용 방식>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4620015
발행(출시)일자 2011년 06월 27일
쪽수 608쪽
크기
153 * 224 * 35 mm / 885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Van Loons geography/Van Loon, Hendrik Wil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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