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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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5년 3월 1주 선정
스스로 깨닫는 마음의 힘
카렌 호나이는 영혼과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았으나, 고통을 겪는 한 사람에게 빛을 비추는 일이 마침내 세상을 밝히는 일이라고 믿었다. 열정이 없는 지성의 차가운 빛이 아니라 열정과 사랑이 담긴 빛이었다. 카렌 호나이가 쓴 책에는 인간에게 품은 애정이 녹아 있다. 그녀는 환자가 내면의 통찰력을 길러서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도록 도왔다. -폴 틸리히, 「카렌 호나이 추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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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Karen Horney, 1885-1952)
신프로이트학파를 대표하는 카렌 호나이는 1914년 베를린대학교에서 외상후증후군 연구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신 분석가와 환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전이와 저항 문제를 다룬 「정신 분석 치료법」(1917)과 「여성 거세 강박 관념의 기원」(1922)을 포함해 여성 심리를 다룬 여러 논문에서, 프로이트 정신 분석학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근 선망을 당연시했다는 점과 심리 발달 과정에서 사회 문화 요인의 영향을 소홀히 다루었다는 점이다. 여성 심리를 다룬 카렌 호나이 논문들을 묶어 출간한 책이 『여성 심리학』(1966)이다. 1931년 시카고정신분석연구소의 초청으로 미국에 정착한 카렌 호나이는 뉴욕정신분석연구소와 신사회연구소에서 정신 분석가이자 교육자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1935년부터 17년 동안, 복잡하고 어려운 정신 분석학의 주요 개념을 명쾌하고 간명하게 전달한 강연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해 묶은 첫 저술이 『우리 시대 신경증 인격』(1937)이고, 프로
이트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정신 분석의 새로운 길』(1939)도 펴냈다. 이를 계기로 프로이트를 추종하던 뉴욕정신분석협회와 갈등을 빚게 되면서, 몇몇 지지자들과 함께 정신분석진보협회를 결성하고 정신 분석가이자 교육자로서 꿋꿋이 정진했다. 환자들을 진료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와 문화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종교학자 폴 틸리히와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과 교류하면서 독창성이 돋보이는 정신 분석 저술을 연이어 출간했다. 『자기 분석』(1942)에서 환자가 스스로 정신 분석 치료를 보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인간의 내면 갈등』(1945)에서 모든 신경증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내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서 발생한다는 이론도 제시했다. 정신분석진보협회 위원들과 『당신은 정신 분석을 고려하는가』(1946)를 공동 집필했고, 1950년에 마지막 저술 『내가 나를 치유한다: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을 출간했다. 신경증의 기원과 구조를 밝힌 마지막 저술은 카렌 호나이의 독창적인 핵심 사상을 담은 결정판이다. 이 책으로 카렌 호나이는 프로이트의 후예 가운데 최고 인물로 평가받았다. 카렌 호나이의 저서는 사후에도 계속 치유력을 발휘했다. 13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지금도 독자들을 매혹한다. 생전에 무시되거나 거부되었던 카렌 호나이의 여러 이론은 현대 정신 의학뿐 아니라 주류 정신 분석학계에도 수용되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W. Sellars의 통관 철학: 과학 세계와 도덕 세계의 융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에서 인식론, 윤리학, 서양철학사 등을 가르쳤다. 현재 ‘철학 개론’과 ‘논리와 비판적 사고’ 등을 강의하면서 의미 이론과 진리 이론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러셀 서양철학사』, 『예일대 지성사 강의』, 『왜 세상이 잘못 돌아가나』, 『부모와 자식 어른과 아이 길동무로 살아가기』, 『현대 언어철학』, 『정신 분석의 새로운 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감사 글
옮긴이 서문
서론 진화하는 도덕_도덕, 인간 본성에서 진화하다
제1장 영광을 좇는 탐색_신경증 환자, 영광을 좇다가 길을 잃다
제2장 신경증과 권리 주장_신경증 환자, 권리 주장에 사로잡히다
제3장 당위의 폭정_신경증 환자, 가혹한 내부 명령에 희생되다
제4장 신경증과 자부심_신경증 환자, 가짜 자부심에 속아 넘어가다
제5장 자기 혐오와 자기 비하_신경증 환자, 자기 자신과 전쟁을 치르다
제6장 자기 소외_신경증 환자, 강박증에 사로잡혀 진실한 나에게서 멀어지다
제7장 긴장을 줄이는 일반 대책_신경증에 사로잡힌 해결책, 생활 방식이 되다
제8장 확장 지배 해결책: 통달의 호소력_인생의 모든 문제에 통달하라
제9장 자기 말소 의존 해결책: 사랑의 호소력_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라
제10장 병든 의존 관계_자기 말소 유형과 오만한 복수 유형이 만나다
제11장 체념 독립 해결책: 자유의 호소력_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라
제12장 인간 관계와 신경증 장애_외면화를 극복하라
제13장 일과 신경증 장애_일에서 발생하는 신경증 장애를 극복하라
제14장 정신 분석 치료법_진실한 나를 찾아 통합하고, 좋은 인간 관계를 맺으라
제15장 이론 고찰_프로이트의 본능 이론에서 인간 관계와 진실한 나의 정신 역학으로, 비관주의에서 낙관주의로 나아가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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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신경증은 현대인들이 대부분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이다. 우리가 일평생 감기를 앓고 낫기를 반복하듯이, 신경계를 기반으로 감각하고 욕구하고 생각하는 인간은 모두 가볍거나 심각하게, 길거나 짧게 신경증을 앓고 낫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23쪽
우리가 자신을 계발하거나 거짓을 거부하는 기준은 ‘어떤 특정한 태도나 충동이 나의 인간다운 성장을 유도하는가, 또는 방해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신경증의 빈도가 보여주듯, 모든 억압은 우리의 구축 기력을 너무 쉽게 비구축적이거나 파괴하는 경로로 돌려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실현으로 나아가는 자율적 노력을 제외하고, 자발성을 구속하는 내부의 죄수복은 필요하지 않으며, 완벽을 추구하라고 밀어붙이는 내부 명령의 채찍도 필요하지 않다. 내부 명령으로 규율하는 방법이 바람직하지 못한 억압 요인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뿐더러 분명히 인간다운 성장에도 해롭다. 우리는 파괴력을 다룰 수 있는 훨씬 나은 가능성을 찾았기에, 내부 명령에 따른 규율 방법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실제로 그러한 규율 방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리 자신을 더 많이 자각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인식self-knowledge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성장할 힘을 끌어내는 구체적 수단이다. -27쪽
아이는 어떤 조건에서 성장하든 정신에 특별한 결함이 없다면, 십중팔구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맞서 사는 법을 배운 끝에 자기만의 삶의 기술skill을 습득한다. 그런데 아이의 내면에는 학습을 통해 습득하거나 발달시킬 수 없는 힘들이 존재한다. 당신은 도토리가 상수리나무로 자라도록 도울 필요가 없고 도울 수도 없다. 적당한 기회가 오면 도토리가 본래 지닌 잠재력潛在力 potentialities은 발현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기회를 만나면 자신의 특별한 잠재력을 어렵지 않게 발휘한다. 이때 진실한 나the real self, 곧 참다운 나의 유일하고 생동하는 힘도 계발한다. 자신의 감정과 사유, 소망과 관심을 명료하고 깊이 이해하는 능력,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는 능력과 의지력의 강화, 특별한 능력과 재능, 자신을 표현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에 따라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 같은 힘들이 나타난다. 인간은 이러한 힘들에 의지해서 일련의 가치와 인생의 목표를 찾게 된다. -29쪽
영광을 좇는 탐색에서 노골적이고 뻔히 드러나며 외향성이 두드러지는 요소는 신경증에서 비롯된 야망, 즉 외면의 성공으로 치닫는 충동이다. 현실에서 탁월해지려는 충동은 몸에 배어들어 모든 일에 탁월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동시에 으레 남보다 탁월한 능력이 일정한 시기에 제일 잘하는 일로 나타날 때 특히 강력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야망의 내용은 일생 동안 여러 번 바뀌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학교에 다닐 때 반에서 최고 점수를 얻지 못하는 일을 참을 수 없는 불명예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 후에는 멋진 소녀들과 만날 약속을 마지못해 수도 없이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나중에 그는 돈을 제일 많이 벌거나 정계에서 걸출한 인물이 되려는 야망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이것은 확실히 자기 기만self-deception이다. -39쪽
영광을 좇는 모든 충동은 공통으로 인간다운 존재들human beings에게 부여된 잠재력의 한계를 넘어서 더욱 위대한 지식, 지혜, 덕, 또는 권능으로 뻗어나간다. 말하자면 절대자the absolute, 무제약자the unlimited, 무한자the infinite를 향해 나아간다. 영광을 좇는 충동에 사로잡힌 신경증 환자에게는 절대 두려워하지 않음, 절대 지배력, 절대 거룩함이 아니라면 어떤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경증 환자는 참다운 종교인과 정반대 태도로 산다. 참다운 종교인이 볼 때 신에게만 모든 일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 신경증 환자의 해석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신경증 환자의 생각 속에서는 의지력이 마법에 가까운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추리는 오류가 없어야 하고, 예견은 틀리지 않아야 하고, 지식은 모든 것을 포괄해야 한다. 이 책을 관통해 흐르는 악마와 맺은 계약이라는 주제가 여기서 등장한다. 신경증 환자는 아주 많이 알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파우스트Faust이다. -53쪽
신경증 환자는 다른 사람들의 특별한 주목을 받고 특별한 고려와 경의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경의를 요구하는 권리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때로는 아주 분명하다. 경의를 요구하는 권리 주장은 신경증에서 비롯된 금지와 두려움, 갈등과 해결책에서 생긴 모든 필요가 충족되거나 존중되어야 한다는 훨씬 포괄적인 권리 주장의 일부이자 파편일 뿐이다. 더욱이 신경증 환자의 감정과 생각, 행동은 어떤 것이라도 결과가 나빠서는 안 된다. 이는 사실상 심리 법칙이 그에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곤경을 인정할 필요가 없으며, 곤경에 빠진 상황을 바꿀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신경증 환자는 문제에 부딪치더라도 더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못한다는 점은 타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62쪽
인생과 운명에 다가서는 다른 태도는 배후에 숨은 권리 주장을 인지하지 못하면, 훨씬 분별이 있어 보인다. 수많은 환자들이 각자 특별한 곤경에 빠져 괴롭고 시달릴 때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기분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표현한다. 신경증 환자들은 친구들에 관해 말할 때 친구들도 신경증을 앓지만, 이 친구는 사회 생활을 더 편하게 하고, 저 친구는 여자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또 다른 친구는 배짱이 두둑하거나 인생을 더 충분히 즐긴다고 할 터이다. 이런 두서없는 이야기는 무익하지만 이해할 만하다. 결국 사람들은 제각기 곤경에 빠져 괴로워하므로 자신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특별한 곤경을 겪지 않는 삶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느낄 법하다. 그러나 ‘부러운’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신경증 환자의 반응은 훨씬 심각해 보인다. 그는 갑자기 감기에 걸리거나, 의기소침한 태도로 돌변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을 추적하면, 신경증 환자가 어떤 문제도 생겨서는 안 된다는 완고한 권리 주장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괴로운 정신병의 원천이 드러난다. 신경증 환자는 누구보다 더 뛰어난 사람으로 태어났다. 더욱이 그는 대인 관계에 문제가 전혀 없는 인생을 살 뿐만 아니라, 실물을 만나거나 영화를 보고서 알게 된 인물의 탁월한 재능을 겸비할 권한이 있다.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만큼 겸허한 지성을 갖추어야 하고, 스펜서 트레이시Spencer Tracy만큼 인간답고 용감해야 하며,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만큼 의기양양하고 사내다워야 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권리 주장을 분명히 내세우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이런 권리 주장은 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거나 발달 과정에서 더 많은 행운을 누린 모든 사람을 향한 원망 섞인 시새움으로 나타난다. 그런 사람들을 흉내내거나 동경하는 형태로 드러나고, 분석가가 바람직하지만 흔히 모순을 일으키는 완벽한 자질들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타난다. -70쪽
분개indignation를 드러내는 다양한 감정 표현에 관해 깊이 다루기 전에, 이론으로 들어가는 짧은 우회로를 선택해 보자. 특히 존 달러드JohnDollard, 1900~1980를 비롯한 다른 학자들은 우리가 모든 좌절에 적개심敵愾心 hostility으로 반응한다는 이론, 즉 사실 적개심은 본질적으로 좌절에 따른 반응이라는 이론을 주창했다. 실제로 아주 간단한 관찰만으로도 이런 주장이 얼마나 부당한지 드러난다. 반대로 인류가 적개심과 상관없이 겪는 엄청난 좌절의 양이 놀라울 따름이다. 적개심은 신경증에 사로잡힌 권리 주장들을 밑바탕에 깔고 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좌절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에만 일어난다. 다음으로 적개심의 구체적 특징은 분개나 학대받은 느낌으로 나타난다. 이따금 불운을 당하거나 상해를 입으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하곤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학대당했다고 느낀다면, 학대한 사람은 갑자기 신뢰할 가치도 없고 더럽게 싫고 잔혹하고 경멸받아 마땅한 비열한 자가 된다. 이러한 분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판단할 때 끔찍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83쪽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신경증 환자의 믿음은 전체 현상에서 약간 다른 복잡한 양상을 띤다. 우리는 이미 환자의 권리 주장이 온갖 특권에다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명칭을 함부로 갖다 붙인다는 의미에서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또 몇몇 권리 주장은 솔직히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혀냈다. 우리는 이제 권리 주장이 전부 마법에 가까운 기대로 가득 차 있다고 인정한다. 또 마침내 권리 주장이 환자가 이상을 좇는 나를 현실에 구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전체 규모를 파악한다. 권리 주장은 성취하거나 성공을 거둠으로써 환자의 탁월함을 입증하는 의미에서 잠재력 실현을 대표하지 못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증명 수단과 변명 거리를 제공한다. 신경증 환자는 자신이 심리 법칙과 자연 법칙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환자는 거듭거듭 타인이 자신의 주장에 응하지 않고, 법칙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며, 자신이 누구나 빠지는 곤경과 실패를 초월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 모든 사실을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에 반하는 증거로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신이 불공평한 취급을 받았다는 증명일 따름이다. 그런데 환자는 자신의 주장을 계속 간직하기만 하면, 언젠가 실현되리라 기대한다. 그에게 권리 주장은 미래의 영광을 보증하는 담보물이다. -91쪽
신경증 환자는 정직, 관대, 배려, 정의, 존엄, 용기, 사심 없음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또 완벽한 연인, 완벽한 남편, 완벽한 선생이어야 한다. 그는 모든 일을 참아낼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을 좋아해야 하고, 자기 부모와 자기 아내와 자기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아무것에도 아무에게도 애착을 보여서는 안 되고, 아무것도 그에게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되며, 결단코 상처받았다고 느끼지 말아야 하고, 언제나 마음의 평온을 유지해야 할뿐더러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일어서도 안 된다. 그는 늘 삶을 즐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쾌락과 즐김조차 초월해야 한다. 그는 자발적이고,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 또 모든 것을 인식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예견해야 한다. 게다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모든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빠진 곤경은 무엇이든 알아채는 즉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결코 피곤해서는 안 되며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언제나 필요한 때 직업을 구할 수 있어야 하고, 남들은 두세 시간 걸려야 해내는 일을 한 시간에 해치울 수 있어야 한다. -96쪽
불안에서 생기는 여러 반응이 흔히 주목을 끌지 못하는 까닭은 불안에 저항하려는 습관적 방어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인에 가까운 친구여야 한다고 느끼던 남자는 친구를 도와 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모질게 대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독한 술을 마시며 괴로워했다. 다른 한편 언제나 상냥하고 호감을 주어야 한다고 느끼던 여자는 친구에게서 사교 모임에 다른 친구를 초대하지 않았다고 흠이 잡혔다. 그녀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불안을 느꼈고, 일순간 거의 실신 상태에 빠진 듯했으나, 애정의 필요를 강화하는 쪽으로 반응했다. 이것이 불안을 억누르는 그녀만의 방식이었다. 이행되지 않은 당위에 사로잡혀 사는 남자는 어떤 여자와 자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 남자에게 성관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약해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수단이었다. -108쪽
인생에 통달한 느낌을 중시하는 확장 유형expansive type은 자신을 내부 명령과 동일시하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기준을 자랑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내부 명령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확장 유형 환자는 어떻게든 내부 명령을 실행하려고 애쓴다. 그는 현실에서 행동함으로써 내부 명령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누구보다 만사에 능통해야 하고, 결단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무슨 일을 시도하든, 간단히 말해 자신의 특별한 당위가 무엇이든,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최고 기준에 도달한다. 그의 오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서 실패의 가능성은 고려조차 하지 않으며, 떠오르더라도 즉시 제거해 버린다. 멋대로 정한 옳다는 기준은 너무 확고해서 자신의 마음속에서만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 -110쪽
사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기대하는 자기 말소 유형self-effacing type은 비슷하게 자신의 당위가 의문의 여지 없는 법칙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환자는 불안에 떨며 자신의 당위에 부응하려고 애쓸 때, 가련하게도 대부분 이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의식 경험 속에서 으뜸가는 요소는 자기 비판self-criticism, 즉 최고 존재가 되지 못한 죄책감a feeling of guilt이다. -111쪽
‘자유’라는 이상이 다른 무엇보다 호소력을 갖는 체념 유형resigned type은, 세 가지 유형 가운데 자신의 내부 명령의 폭정에 반항하기 제일 쉽다. 그는 자유나 자유를 풀이하는 자신의 해석이 워낙 중요해서 모든 강압에 신경 과민 반응을 보인다. 체념 유형은 조금 수동적으로 반항하기도 한다. 그러면 자신이 해야 한다고 느끼는 모든 일은, 곤란한 일이든 책읽기든 아내와 맺는 성관계든, 마음속에서 강압으로 변한다. 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원망을 불러일으켜서 결국 열의가 없고 멍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해야 하는 일을 어쨌든 한다면, 일은 내부 저항으로 생기는 긴장 속에서 하게 된다. -111쪽
당위當爲 shoulds가 어떤 사람의 인격人格 personality과 인생에 미치는 효과effects는 당위에 반응하고 당위를 체험하는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정도가 더 크든 더 작든, 몇몇 효과는 불가피하게 규칙적으로 발생한다. 당위는 언제나 긴장감을 낳으며, 어떤 사람은 긴장감a feeling of strain이 더 클수록 자신의 당위를 행동으로 옮겨서 실현하려고 고군분투한다. 당사자는 줄곧 발끝으로 서 있다고 느끼거나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 또는 어렴풋이 꽉 끼고 팽팽하게 당기며 갇혀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를 지배하는 당위와 문화 환경이 그에게 기대하는 태도態度 attitudes가 일치하면, 긴장감이 아주 약해서 거의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능동적인 사람은 당위에서 비롯된 긴장감을 아주 강하게 느껴서 활동이나 의무에서 벗어나 칩거하고픈 욕구에 사로잡힌다. -117쪽
신경증 환자는 완벽完璧 perfection에 도달하려 힘겹게 노력하고 완벽에 도달했다고 믿더라도, 절실하게 필요한 자신감自信感 self-confidence과 자존감自尊感 self-respect을 얻지 못한다. 상상 속에서는 신 같은 존재여도 아직 지상의 소박한 양치기도 가지는 자신감조차 얻지 못한다. 높은 지위에 오르고, 명성을 얻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 오만해질 테지만, 내면의 안정은 얻지 못한다. 그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별볼일 없고 있으나마나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쉽게 상처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두고 끊임없이 확인한다. 권력을 휘두르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에는 강하고 의미가 있다고 느끼고, 칭찬과 도전으로 기운을 돋우기도 한다. 그러나 의기양양한 감정은 낯선 환경에서 버팀목을 잃을 때, 실패를 겪을 때, 또는 혼자가 될 때 순식간에 무너져 가라앉는다. 외면의 몸짓으로 천국을 볼 수는 없다. -123쪽
두려움fear과 불안anxiety, 공황恐慌 panic은 굴욕이 예상될 때나 굴욕당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일 수도 있다. 시험을 보거나 대중 앞에서 연주할 때, 사교 모임에 나가거나 이성과 만날 약속이 있을 때 먼저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러한 두려움을 흔히 ‘무대 공포증stage fright’이라고 부른다. ‘무대 공포증’이라는 말은 대중 연주나 비공개 연주에 앞서 나타나는 모든 두려움을 묘사하는 은유로 사용할 경우, 아주 좋은 기술어이다. 무대 공포증이란 기술어는 예컨대 처음 만나는 친척이나 중요한 명사, 식당 급사장hea
출판사 서평
“카렌 호나이는 영혼과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았으나, 고통을 겪는 한 사람에게 빛을 비추는 일이 마침내 세상을 밝히는 일이라고 믿었다. 열정이 없는 지성의 차가운 빛이 아니라 열정과 사랑이 담긴 빛이었다. 카렌 호나이가 쓴 책에는 인간에게 품은 애정이 녹아 있다. 그녀는 환자가 내면의 통찰력을 길러서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도록 도왔다.” -폴 틸리히, 「카렌 호나이 추도사」에서
프로이트를 잇는 정신 분석학의 대가 카렌 호나이의 대표작
프로이트의 본능 이론을 체계적으로 비판하고, 인격 형성에 사회적,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정신 의학뿐 아니라 주류 정신 분석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카렌 호나이. 모든 신경증이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 내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서 발생한다는 이론을 제시한 그녀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와 문화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종교학자 폴 틸리히와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과 교류하면서 독창성이 돋보이는 정신 분석서들을 저술했다.
카렌 호나이의 독창적인 핵심 사상을 담은 결정판으로, 신경증의 기원과 구조를 밝힌 마지막 저서 『내가 나를 치유한다: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이 출간되었다. 프로이트의 후예들 가운데 최고 인물로 평가받은 그녀의 저서는 사후에도 계속 치유력을 발휘하여 13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지금도 독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스스로 깨닫는 마음의 힘
카렌 호나이는 프로이트 이후 현대 정신 분석학의 발전에 기여한 뛰어난 정신 분석가로 알프레드 아들러와 더불어 신 프로이트 학파를 형성했다. 그녀는 마지막 저술인 『내가 나를 치유한다: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에서 신경증이 발병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밝혔고, 신경증에 걸린 성격 유형을 분류하면서 신경증을 극복할 방법도 제시했다. 모든 신경증은 불리한 조건에 놓인 개인이 좋은 인간 관계를 맺지 못하고 진실한 나를 망각한 채,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상에 맞춘 자아상을 만들어 내고 그것에 집착하는 데서 발병한다. 신경증에 걸린 사람들은 살면서 겪는 갈등과 불안에서 오는 압박과 긴장을 덜려고 선택한 해결책에 따라 확장 지배 유형, 자기 말소 의존 유형, 체념 독립 유형으로 분류된다. 세 유형이 선택한 신경증 해결책은 가짜 해결책으로 압박감을 일시적으로 덜어 줄 따름이다. 신경증에 걸린 사람은 자기를 분석하고 진실한 나도 찾아, 현실에 직면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살 때 신경증을 극복할 수 있다. 현대인이 대부분 앓는 신경증을 극복해야 건강하고 인간답게 성장할 가능성도 열린다.
기본정보
ISBN | 9788994054667 |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4월 20일 (1쇄 2015년 03월 15일) | ||
쪽수 | 543쪽 | ||
크기 |
152 * 224
* 31
mm
/ 920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Neurosis and Human Growth: The Struggle Toward Self-Realization/Horney, Kar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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