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길 위의 신사들

양장본 Hardcover
마이클 셰이본 저자(글) · 이은정 번역 · 게리 지아니 그림/만화
사피엔스21 · 2010년 02월 25일
8.2
10점 중 8.2점
(13개의 리뷰)
(null%의 구매자)
  • 길 위의 신사들 대표 이미지
    길 위의 신사들 대표 이미지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길 위의 신사들 사이즈 비교 132x203
    단위 : mm
01 / 02
MD의 선택 소득공제 정가인하
10% 6,300 7,000
정가인하
12,500원 → 7,000원 (44%)
정가인하 안내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도서 중 출판사의 요청으로 정가가 인하된 도서입니다.
* 이전정가 → 정가 (정가 인하율)
적립/혜택
350P

기본적립

5% 적립 35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35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품절되었습니다.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마이클 셰이본의 지적 유희가 빛나는 역사모험소설!
장편소설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셰이본의 『길 위의 신사들』. 미국 동세대 작가 중 가장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저자가 '뉴욕타임스'에 2007년 1월부터 5월까지 연재한 장편소설이다. 중세 아랍의 유대 왕국 하자르에서 두 명의 노상강도가 펼치는 모험담을 담아냈다. 이국적 설정과 개성적 인물, 그리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삶과 운명에 대한 진지한 고뇌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또한 저자 특유의 지적이면서 유머러스하고 복잡하고 정교한 문체는 능청스럽고 걸쭉한 농담으로 가득한 옛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저자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장편소설 <돈키호테>에 바치는 오마주다.
『길 위의 신사들』은 두 명의 노상강도의 엉뚱한 모험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인간의 성숙에 대해 다룬다. 젊은 백인 '젤리크만'과 늙은 흑인 '암람'은 강도와 사기, 그리고 거짓 결투로 끝없이 사건을 일으키는 노상 강도다. 그러던 어느 날 노련한 코끼리 조련사에게서 새로운 돈벌이를 소개받는다. 얼떨결에 떠맡게 된 일로 길 위를 떠돌던 중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게리 지아니의 일러스트를 담아 이야기가 지닌 환상을 우리 일상 속으로 생생하게 옮겨놓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마이클 셰이본

마이클 셰이본

문학성을 인정받은 재주 많은 이야기꾼으로 현재 미국의 동세대 작가들 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마이클 셰이본은 1963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피츠버그 대학에서 문학사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과정을 밟으며 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던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The Mysteries of Pittsburgh》(1988)이 지도교수의 소개를 통해 책으로 출간되었다. 첫 소설의 성공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6년간의 침묵 끝에 《원더 보이스Wonder Boys》(1995)를 발표하여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The Amazing Adventures of Kavalier & Clay》(2000)으로 퓰리처상을 수상, 명실공히 문학성을 인정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퓰리처상 수상 이후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The Final Solution》(2004), 《유대인 경찰연합The Yiddish Policemen's Union》(2007) 등의 작품을 차례로 발표하며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 《유대인 경찰연합》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같은 해에 발표된 《길 위의 신사들Gentlemen of the Road》(2007)은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 가능성이 거론되며 문학성을 바탕으로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한 최고의 모험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셰이본의 작품은 미국 대중문화, 특히 영화계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았는데 그 중 두 편의 소설(《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원더 보이스》)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또한 미술과 영화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그는 영화 「스파이더맨2」, 「화성의 존 카터」 등의 각본에 직접 참여하며 소설 외의 분야에서도 빛나는 재능을 발휘했다.
현재 셰이본은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대부》, 《비프스튜 자살클럽》, 《위고 카브레》, 《크리스마스 캐럴》, 《점퍼》, 《성채》,《이스트사이드의 남자》 등이 있다.

그림/만화 게리 지아니

미국의 대표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고 《신시티》, 《헬보이》 등의 만화책을 출간한 미국 최대의 만화사 ‘다크호스 코믹스’에서 《인디애나 존스》, 《더 섀도우》 같은 작품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7년 미국 만화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에이스너 어워드에서 ‘최고단편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를 비롯한 클래식 일러스트 시리즈 및 판타지 문학의 거장 로버트 하워드의 《솔로몬 케인》, 《더 라스트 킹》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목차

  • 1장 모자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불화에 관하여
    2장 골칫거리와 그를 떠맡은 대가에 관하여
    3장 길에서 떠맡게 된 짐과 잔혹함에 관하여
    4장 천사 대신 찾아온 사람들과 뒤바뀐 대의에 관하여
    5장 ‘아무 일도 하지 말라’를 지키는 말 도둑에 관하여
    6장 노르드인들의 특이한 거래에 관하여
    7장 전화위복에 관하여
    8장 길 위의 신사에게는 생뚱맞은 도덕심에 관하여
    9장 어처구니없지만 코끼리가 기도단과 동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불화에 관하여
    10장 선물로 준 배에 대한 뒤늦은 보답에 관하여
    11장 샤트란지 내기처럼 안 풀리는 베크의 인생에 관하여
    12장 몸을 맡긴다는 것에 관하여
    13장 세상의 중심에 있는 도서관까지 헤엄치는 일에 관하여
    14장 왕들이 뒤죽박죽 만들어놓은 현실과 싸워야 하는 병사들의 우울한 의무에 관하여
    15장 폭력과 품위를 강요하면서 다른 이의 운명에 동행하기에 관하여

책 속으로

거대한 몸집과 우람한 두 팔, 섬뜩한 분위기, 게다가 제 입으로는 늙었다고 했지만 어쩐지 그 말이 상대의 허를 찌르려는 전술로 인식되면서, 무기가 선반에서 내려지고 두 사람이 어떤 무기를 택할 것인지 결정하기도 전에 분위기는 아프리카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프랑크인은, 너무 통통하지만 않으면 새 두어 마리쯤 한 번에 꿰어 불에 구워먹을 때나 사용하면 제격일 듯한 터무니없이 길고 가느다란 송곳 하나만 가지고 등장했다. 구경꾼들은 ‘바늘 든 재단사’를 보고 낄낄대더니 아프리카인이 겨드랑이에 끼고 나타난 거대한 바이킹 도끼를 보고 술렁거렸다. 자루에는 룬문자가 잔뜩 새겨졌고, 초승달 모양의 칼날에서는 가차 없이 베어낸 머리와 피가 솟구치는 목에 대한 기억이 자랑스러운 듯 차갑게 빛났다. - 19쪽

뱃사람이 걸핏하면 신을 원망하듯 아프리카인은 내킬 때마다 등 뒤의 바이킹 도끼로 손을 뻗었다. 물푸레나무로 된 도끼자루에 룬문자로 새겨진 도끼의 이름을 대충 해석하면 ‘네 에미 씹할’이라는 의미였지만 마구간의 침입자, 페르시아인 같은 외모에 오른쪽 눈 대신 혹처럼 튀어나온 상처를 달고 묘하게 냉소적인 눈빛을 지닌 깐깐한 늙은이는 이 세 단어를 보고도 바이킹 도끼가 자신의 사이좋은 머리와 목을 영영 이별하게 만들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프랑크인(그의 이름은 젤리크만이었다)은 자신의 동업자가 결투의 진짜 목적, 즉 돈이나 벌 요량으로 미리 짜고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눈치 채고 접근해오는 얼빠지고 약삭빠른 녀석들에게 ‘니미 시팔’ 도끼를 휘둘러 상대를 고기와 뼈로 다져놓아 영영 그 입을 다물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 따라서 마구간을 침입한 페르시아인 노인은 겨우 숨 한 번 쉴 동안만 자신의 통찰력을 흐뭇해할 수 있었다. - 26쪽

“키클롭스 영감, 이 아이는 우리에게 이런 제의를 했어요. 우리가 영감을 죽이고 자신을 아틸로 데려다주면 자기 부모가 후한 상금을 내려줄 거라고요.” 젤리크만은 사실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 중에 ‘고향’이라는 단어만 유일하게 알아들었을 뿐이었다.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내 분명히 말해두겠네.” 늙은 싸움꾼이 말했다. “이 아이는 원수를 갚기 위해 고향으로 갈 수 있다면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무슨 짓이든 할 테니 혹시 그런 말을 했더라도 귀담아 들어선 안 돼.” 노인은 손을 뻗어 코끼리 훈련봉의 상아 손잡이를 움켜쥐고 소년을 노려보았다. “멍청한 놈!” 그는 반항하는 동물을 꾸짖듯 고함을 질렀다. “힘도 친구도 없이 뭘 하겠단 말이냐?” - 34쪽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그리움이 분출한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암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잃어버린 딸의 얼굴이 아닌 하자르의 어린 왕자였다. 지금 이 시간 병사들에게 붙들려 있는 왕자는 결국 그들의 사령관인 찬탈자 불잔에게 끌려갈 것이다. 암람은 끊임없이 고아를 만들어내고 또 없애는 세상에서 부성애는 불쏘시개로 쓸 쇠똥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되살아난 부모 잃은 아이에 대한 자비심은 암람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다. 그것은 그만큼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의지뿐만 아니라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이 약해졌다는 증거였다. 자비심은 약점이자 실수이며, 상대가 아이인 경우에는 더더욱 끔찍한 시간 낭비였다.
암람은 박차를 가하거나 고삐를 당기지 않고 상체를 꼿꼿이 세운 채 거친 갈기 위로 고개를 숙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함지르는 병사들과 번쩍이는 검들, 힝힝거리는 말들과 날아오르는 박쥐처럼 무너지고 접혀지는 천막 사이로 뛰어든 그는 곧바로 자신의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달빛이 너무 희미했다. - 83쪽

요셉 히르카노스는 자신들의 거래품 중 하나인 특수하고 희귀한 페르시아제 망원경을 눈에 대고 고행길이 될 지평선을 살펴보았다. 남쪽 하늘로 반마일쯤 치솟은 먼지 기둥이 하자르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그러나 위협적으로 항거의 맹세문을 휘갈겨 쓰고 있었다. 그가 읽은 내용의 반은 거짓말 또는 허풍이고 3분의 2는 희망사항일 거라고 쳐도, 무함마드 정규군이라는 묽은 스프 속에 오백 명쯤 되는 아르시야 기병대가 튼튼한 소 다리뼈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으며, 네스토리아교도와 이교도, 불을 숭배하는 사람들, 불잔의 추락을 예견했거나 소원하는 유대인들도 한 줌의 양념으로 들어가 있다고 묘사하고 있었다. 요셉 히르카노스의 눈으로 보면 하자르 유대인은 모두 야만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자르인들에게는 다그닥다그닥 말을 타고 동쪽 초원을 질주해오는 투르크 유목민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이는 숭배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 134쪽

출판사 서평

퓰리처상 수상작가 마이클 셰이본의 지적 유희가 빛나는 유쾌한 역사모험소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가 중 한 명인 마이클 셰이본의 소설《길 위의 신사들》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출간 전 『뉴욕타임스』에 15주간 연재되며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주요 매체에서는 출간과 동시에 앞 다투어 리뷰를 실으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클 셰이본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중세 아랍의 유대 왕국 하자르’라는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엉뚱한 노상강도 콤비를 내세워 고전 모험소설의 전개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한편, 작가 특유의 유머와 반전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의 모험소설을 탄생시켰다. 젊고 깡마른 백인과 늙고 우람한 흑인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주인공은 위기를 만날 때마다 날카로운 기지와 끈끈한 우정을 통해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이 새로운 모험소설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길 위의 신사들》은 문학성을 바탕으로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한 최고의 모험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모험소설이라는 장르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 가장 미국적인 작가가 쓴 가장 보편적인 모험소설
마이클 셰이본이 25세에 발표한 첫 소설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에서부터 퓰리처상 수상작인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작품에서 불완전한 미국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좌절하고, 불행해하고, 상실감에 빠지고 도덕적 몰락을 경험하는 미국인이거나 미국에 동화된 이방인(구체적으로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작가 또한 유대계 미국인이다)이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불안과 이룰 수 없는 그들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포드, 마리화나, 로큰롤, 할리우드 영화 등)를 통해 특유의 낯선 은유와 다채로운 묘사로 표현하는 작가가 마이클 셰이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미국적인 작가라는 호칭을 얻으며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려왔다. 그런 그가 《길 위의 신사들》이라는, 그동안의 미국적 색채의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의 모험 이야기를 쓴다고 했을 때 독자들과 주변 사람들은 그 선택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셰이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모험소설에 담긴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주목하고, 그동안의 작품에서 꾸준히 드러내왔던 주제를 더 많은 독자들이 쉽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험소설이란 장르를 택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그동안 모험 이야기에서 다루지 않았던 배경인 유대 왕국 하자르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길 위를 떠도는 두 사내의 모험담을 실제 중세 아랍의 황량한 길목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냈다.

▶ ‘길 위의 신사들’과 잊힌 유대 왕국 ‘하자르’
이 소설의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한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점에 의문을 표한다. 하나는 책의 제목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왜 하필 아랍의 유대 왕국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는 궁금증이 그것이다. 먼저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작가의 문학적 명성 때문인지 아니면 ‘신사’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책 제목을 접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철학적 사색이 담긴 잔잔한 소설인 줄로 알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책의 내용이 중세 아랍에서 벌어지는 두 노상강도의 모험 이야기라는 것과 책 표지의 오래된 검 이미지를 보고 나면 열에 아홉은 다시 한 번 제목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원제인 ‘Gentlemen of the Road’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지만 그 원뜻은 ‘노상강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도둑을 ‘밤손님’이나 ‘도선생’처럼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서양에서도 괴도 뤼팽 등의 도둑을 신사라고 일컫는 것같이 《길 위의 신사들》 또한 작가의 의도적 언어유희가 빛나는 제목인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인 하자르 왕국은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낯선 이름일 것이다. 중세 아랍 한가운데 위치한 하자르는 5000년 동안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나라를 떠돈 유대인의 운명처럼 동서양 역사 어디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자르 왕국은 7세기에서 10세기 동안 이슬람교와 유대교, 그리스정교가 교차하는 지점이자 동서양의 교역로인 카스피 해 연안에서 세를 떨치던 유목민족이 세운 국가다. 이러한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대교를 받아들여 유대인의 나라가 된 하자르는, 실크로드를 통해 모피와 꿀 등의 물품을 주로 교역하다 10세기 후반 비잔틴 제국의 침략을 받아 멸망하였다. 멸망 후 하자르 유목민은 유럽의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문화와 언어 등은 후대에 남아 있지 않아 동서양 역사 어디에서도 그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 완전히 잊힌 나라가 된 것이다. 작가 자신이 유대인이자 작품 곳곳에 유대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인물을 등장시켜온 마이클 셰이본은 새로운 모험소설을 쓰기로 결심하자마자 이 잊힌 왕국에 주목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를 벗어던질 엉뚱한 캐릭터와 함께 이전에는 아무도 쓰지 않았던 유대인의 모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 고전 모험소설의 뼈대에 현대적 감성을 입힌 모험담
집을 떠나거나 혹은 집으로 다시 돌아오려 애쓰는 행동에 대한 필연적인 귀결인 모험 이야기는 《오디세이아》에서부터 시작하여 《돈키호테》, 《삼총사》를 지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장르다. 마이클 셰이본의 《길 위의 신사들》은 모험소설의 고전에 대한 오마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전 모험소설의 큰 줄기를 소설 안에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주인공 젤리크만(젊고 깡마른 백인 전직 의사)과 암람(늙고 우람한 흑인 전직 군인), 그리고 그들이 떠맡게 된 골칫거리이자 모험의 명분인 하자르의 왕자 필라크의 모습은 마치 《돈키호테》의 돈키호테와 산초, 혹은 《삼총사》의 삼총사와 달타냥의 캐릭터를 연상시키고, 장마다 들어 있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게리 지아니의 삽화 또한 고전 모험소설에서 차용한 방식이며, ‘골칫거리와 그를 떠맡은 대가에 관하여’, ‘샤트란지 내기처럼 안 풀리는 베크의 인생에 관하여’ 등 내용 요약 식으로 쓰인 장 제목 또한 《돈키호테》와 같은 고전에서 쓰인 방식 그대로다.(‘용감무쌍한 비스카야인과 의기양양한 돈키호테의 굉장한 결투의 결말에 관하여’, ‘산초 판사가 주인 돈키호테와 나눈 분별 있는 대화에 대하여’ 등)

구관조의 비방이 어느새 스스로 감당할 한계를 벗어나고 정작 본인은 명예훼손이 뭔지도 모르는 무지한 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기도 전에, 아프리카인의 왼손이 오른쪽 장화로 내려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칼자루에 끈을 칭칭 동여맨 투박한 아랍풍의 번득이는 칼이, 매사냥꾼이 운명의 연인을 하늘로 놓아버리듯이 흐르는 물 같은 거침없는 연속 동작으로 의자 너머 새를 향해 날아갔다. _ 본문 13쪽

뱃사람이 걸핏하면 신을 원망하듯 아프리카인은 내킬 때마다 등 뒤의 바이킹 도끼로 손을 뻗었다. 물푸레나무로 된 도끼자루에 룬 문자로 새겨진 도끼의 이름을 대충 해석하면 ‘네 에미 씹할’이라는 의미였지만 마구간의 침입자, 페르시아인 같은 외모에 오른쪽 눈 대신 혹처럼 튀어나온 상처를 달고 묘하게 냉소적인 눈빛을 지닌 깐깐한 늙은이는 이 세 단어를 보고도 바이킹 도끼가 자신의 사이좋은 머리와 목을 영영 이별하게 만들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_ 본문 26쪽

거기에 위와 같은 마이클 셰이본 특유의 언어유희와 길고 화려한 문체는 고전 모험소설의 단순한 구성에 입체감을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젤리크만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의 야만성을 알리는 내용이나 여성이 반역자를 처단하고 스스로 왕좌에 오르는 장면 등은 과거의 모험소설에선 보기 힘든 현대적 사고이자 기존의 모험소설로부터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스펙타클한 모험 속에서 드러나는 삶과 운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
모험소설의 플롯은 대체로 모험을 떠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렇듯 비교적 쉽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모험소설의 특징은 서사적인 전개보다 독특한 설정과 다채로운 사건이 작품의 재미와 차별성을 가늠하게 한다. 《길 위의 신사들》또한 중세 아랍의 유대 왕국이라는 이국적인 설정과 아픔을 안고 있는 문제적 주인공(젤리크만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와 누이가 겁탈당하고 살해되자 집을 떠났고, 암람은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딸을 잃고 난 후부터 길 위를 떠돌게 되었다)이 반역자에 의해 왕국에서 쫓겨난 비운의 왕자 필라크를 도우며 겪게 되는 모험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길 위의 신사들》은 내용 곳곳의 재치 넘치는 표현과 기막힌 사건의 연속에서 삶과 운명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을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 소설이 재미있는 모험담 이상임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야. 알고 있지?" 젤리크만이 성스러운 언어로 말했다. 그의 음성은 부드러웠고 말투는 다정하게 타이르는 듯했다. 필라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서 복수는 불필요한 거야. 소용없는 짓이라는 말이지. 불잔도 언젠가는 흙 속의 뼈가 돼. 그건 너나 나도 마찬가지다. 너를 끈으로 묶은 저 거인도 마찬가지고. 복수는 신의 영역이야." /"그놈을 괴롭히고 싶어." 필라크가 말했다. "괴로워서 몸부림치는 꼴을 보고 싶다고." / 젤리크만은 눈을 찡긋한 뒤 다정함과 엄격함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듯 필라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너와 신은 공통점이 아주 많구나." _ 본문 50쪽

그는 결국 필라크를 보호하지 못했고, 애꾸눈에 고릿적 검을 차고 다니며 시기적절하게 냉소적인 미소를 날려주다 원통하게 죽은 모슬렘 노인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빨래 바구니를 들고 나간 딸이 비르비르 강의 수초에 걸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된 후부터 암람은 자신의 인생이 실패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다, 그것이 디나의 운명일 터였다. 또한 필라크에게 일어난 일도 필라크의 운명이었다. 그가 저지른 실패가 그의 것이듯 말이다. 실패, 그리고 어렵게 깨달은 운명의 불변성. _ 본문 183쪽

젤리크만과 암람은 가느다란 랜싯과 바이킹 도끼를 들고 다니며 거짓 결투를 벌이고, 사기를 치고,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며 쉴 새 없이 사건을 일으키는 노상강도다. 하지만 젤리크만은 그 칼로 사람들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암람은 약자를 향한 동정심 때문에 모험을 주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두 명의 노상강도가 단순히 소설적 재미를 위해 꾸며진 평면적인 모습의 악당이 아니라 보편적인 고뇌와 갈등을 겪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간임을 의미한다. 《길 위의 신사들》은 엉뚱한 모험 속에서 삶에 대한 성찰을, 사건을 해결해가며 성숙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길 위의 신사들》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
셰이본 소설의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게리 지아니의 멋진 일러스트 또한 이 모험소설을 완벽하게 뒷받침해준다._퍼블리셔스 위클리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는 셰이본의 이야기는 정말로 재미있다. 만일 영화인들이 이 작품을 놓친다면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_커커스 리뷰

이 책에는 우울한 정서가 깔려 있지만 그 우화적인 울림은 냉철하고 희망적이며 환상적이다. 《돈키호테》 같은 역동적인 스토리텔링과 동시대 역사와의 교묘한 울림이 있다._더 타임스

마이클 셰이본은 《길 위의 신사들》을 통해 뛰어난 문학작품도 재미있을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_피츠버그 트리뷴 리뷰

섬세한 표현과 낯선 은유를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날카롭게 포착해내는 능력은 그가 언어의 연금술사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_시카고 마룬

장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무대와 캐릭터는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를 통해 클라이맥스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_뉴욕타임스

나의 유일한 불만은 이 모험 이야기가 실크로드와는 달리 너무도 짧다는 점이다._시드니 모닝 헤럴드

화려한 문장, 기이한 등장인물, 이국적인 배경을 통해 완벽해진 좌충우돌하며 시끌벅적한 모험담에 매혹되고 말았다.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셰이본은 화려한 기교와 위트는 물론이고 확고한 문학관과 매력적인 포용력을 갖춘 보기 드물게 뛰어난 작가다._워싱턴 포스트

셰이본은 장르소설과 대중문화란 광산에서 황금빛 문학적 성취를 캐냈다._북마크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4026305
발행(출시)일자 2010년 02월 25일
쪽수 264쪽
크기
132 * 203 mm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Gentlemen of the road/Chabon, Michael

Klover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데이터를 불러오는 중입니다.

문장수집 (0)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이 책의 첫 기록을 남겨주세요.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