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보

저자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은 1933년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태어났다. 시인이고 소설가이며 여행작가이다. 사색적이고 실험적인 글로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 전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지속적으로 노벨 문학상 물망에 오르는 드문 소설가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밖에서 세스 노터봄은 주로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자신을 무엇보다도 시인으로 여기고 있다. 그의 작품은 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불안의 감정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 횡단 히치하이킹 여행을 마치고 이듬해인 1956년 첫 소설 《필립과 다른 사람들》을 발표했는데, 이후 많은 작품에서 그는 주변의 세상뿐만 아니라 내면세계를 탐험하는 인물들을 탐색하고 있다.
세스 노터봄의 작품은 실험적이고 사색적이면서도 장난기와 가벼운 터치가 서려있으며 또한 문학적 은유로 가득하다. 1963년에 《기사는 죽었다》를 출간한 이후 그는 17년간 단 한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시와 기행문에 집중했는데, 시와 철학을 서정적인 묘사에 곁들여 쓴 스페인 기행문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세스 노터봄은 1982년 페가수스 문학상을 받았고, 1993년에는 《계속되는 이야기》로 유럽 문학상 최우수 소설 부문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번역 유정화
역자 유정화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힐러리의 선택》《20세기 컬렉션 디자인》《이스터 섬의 수수께끼》《원더풀 《미국 여자》《레볼루셔너리 로드》《철학 토크쇼》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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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영웅 탄생’, 이 말은 마법같이 황홀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금도 이 말을 입에 올리면 경외감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알무트와 나, 우리 둘 중 누가 이 말을 입에 올리면 그것이 무언지 우리 둘 다 그 의미를 너무나 잘 헤아렸다. 언제나 꿈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었으므로. 다른 사람에게는 우리가 그 나라의 땅을 속속들이 잘 알아서 이미 백 번은 다녀온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날 것이었다. 메카타라에서 윌루나까지, 다시 윌루나에서 멍길리까지 사막을 건너 여행을 할 것이었다. (...) 오스트레일리아는 우리만의 비밀이었다.“ - 38p
“내가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문 것은 하나의 허구, 탈출이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그 순간에 깨달았다. (...) 여기는 정복자의 땅이었다. 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 59p
"내겐 그들이 아름답게 보이오. 그들의 세계가 낡고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그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유라오. (....) 혼란과 혼돈의 세상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솔깃한 얘기지요. 특히 그것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아니, 거의 파괴되었기 때문에 그렇지. 그거야말로 모든 이가 항상 찾아다니는 바 아니던가? 잃어버린 낙원을?" - pp. 74~75
“그 주에 내게 벌어졌던 일을 그에게 말해볼까도 생각했으나 내 먹장구름은 절대로 그의 것이 될 수 없었다. 떠날 때 나는 그것도 껴안고 가야 하리라. 구름 하나가 또 다른 구름을 지울 수 있듯이 그것을 내 남은 생애 안에 버무려 넣으리라. (...) 그는 아직 잠들어 있다. 그도 그냥 하나의 형상일 뿐이다. 나는 그를 버쩍 들어 올려 그와 함께 날아가고 싶다. 이 나라의 저 광활한 공허 속으로. 그가 온 곳으로, 그가 속해 있고 나는 속해 있지 않은 그 세상으로.” - pp. 97~98
"자기 방으로 돌아온 그는 마을에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까운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가만히 되새겨본다. 하지만 그 가까운 과거 아래에는 또 다른 과거, 지난 3년 동안 잠자고 있던 과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천사의 모습으로 가장하여 때를 기다리던 시기가.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 그를 좀 더 먼 그 시절로 다시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도. 그가 정녕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그곳으로." - pp. 148~149
“느닷없이, 그가 그토록 교묘하게 감추어두었던 슬픔이, 이미 사라져버린 양 위장해왔던 슬픔이 너무나 강렬하게 되살아났다. 마치 상처 부위의 붕대를 잔인하게 홱 벗겨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 ‘나중에요.’ 그러자 그 말이 무슨 마법의 언어인 양 그의 몸이 느슨하게 풀리면서 그 잃어버린 시간들이 다시금 그에게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 153p
“당신이 포착하지 못한 건 새로운 세대의 작가군이 있다는 사실이야.” 그녀의 말이었다. “이 작가들은 스피드에 익숙해. 저 얽히고설킨 당신의 거미줄에는 관심도 없어. 요즘은 플롯, 광기, 유머가 대세야. 거창한 사색, 철학 운운하는 헛소리와 가식적인 태도 따위는 아니라는 거지.” - 159p
“그 방에, 지금 그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여인이, 그때는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서 장식장 안에 누워 있었다. 그때도 이미 그는 그것이 영영 잊지 못할 순간임을 알았다. (...) 장식장 안에 옹크린 저 조그마한 몸, 회색빛 날개로 몸을 반쯤 가린 모습이 보였다. 한순간 그는 그 모습이 소년이거나 아니면 어린아이일 거라 생각했다. 그는 날개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날개는 진짜 깃털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아주 솜씨 좋게 붙여져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이 여자가 정말로 날아갈 수 있을지. 얼핏 검은 머리카락과 연한 갈색 피부가 보였다. 그의 귀에 그녀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근육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군가 그 방 안에 있다는 걸 감지했다.” - 172p
출판사 서평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의 영혼을
응축된 은유로 묘사한 세스노터봄의 소설!
《잃어버린 낙원》은 브라질과 호주,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라는, 얼핏 무관해 보이는 네 나라를 배경으로 한, 네덜란드의 대표 작가 세스 노터봄의 소설이다.
브라질 상파울로에 사는 매력적인 처녀 알마. 어느 여름날 밤에 알마는 우울한 기분을 떨치지 못해 어머니의 차를 빌려 타고 집을 나선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 순간의 무드mood에 이끌려 그녀는 상파울로에서 제일 위험한 동네 파벨라에 들어서게 되고, 그 순간 공교롭게도 차의 엔진이 꺼지고 만다. 그러자 불량스러운 사내들이 차 주위를 에워싸더니 알마를 차에서 끌어내린다. 이 폭행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알마는 가장 친한 친구 알무트와 함께 세상 저편, 멀고먼 오스트레일리아로 도망쳐 간다. 이곳에서 그녀는 아름답지만 기묘하기도 한 엔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네덜란드 출신의 문예 비평가 에릭 존타크가 문학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의 퍼스에 온다. 이어지는 무료한 회의 끝에 우연히 알게 된 엔젤 프로젝트를 탐험하던 에릭은 오래된 건물 텅 빈 방의 옷장 안에서 날개를 단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여인을 발견한다. 강렬한 무언가에 끌려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한 순간 그의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날개 깃털이 살짝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연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 조우한 알마와 에릭의 공통점은 무얼까? 그들은 각자 무엇으로부터 도망쳐온 것일까? 두 사람이 떠나는 여행과 그 여행의 행선지는 앞으로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름답게 응축된 이 소설《잃어버린 낙원》은 절제되고 간결한 문장으로도 복잡한 주제를 탐구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삶을 통해
구원의 문제를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풀어낸 세스 노터봄의 소설
빌리지보이스의 에드 파크가 “그는 작가의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예술 자체의 메타포이다”라고 평한 네덜란드의 대표 작가 세스 노터봄의 소설이다.
소설의 앞부분은 브라질의 두 여성이 전설로 내려오는 호주 선주민의 본향 ‘시크니스 드리밍 플레이스’에 닿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오스트레일리아를 헤매 다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누비는 모험에 찬 그녀들의 여정은 ‘엔젤 프로젝트’를 만나면서 그 방향이 바뀌어 진다. 엔젤 프로젝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서부 퍼스의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는 참여 예술 프로젝트이다. 한편, 소설의 뒷부분에서는 네덜란드의 문에 비평가 에릭 존타크가 알프스의 스파에 머물며 알코올에 찌든 육체를 정화하고 있다. 이 스파에서 자신을 마사지 해주는 여성을 본 순간 그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챈다.
여행길에서 스치듯 지나친 작은 만남이 우리 삶에 새기는 뚜렷한 흔적들을 탐색하고 추적해가는《잃어버린 낙원》에서 세스 노터봄은 얼핏 무관해 보이는 두 이방인을 이어 보려 한다. 언젠가 우연히 스쳤던, 그러나 서로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간직한 두 이방인이 인생의 어느 여정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경험이란 얼마나 기이한 우연인가. 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을 기초로 글을 쓰는 세스 노터봄의 작품은 공간의 스펙트럼이 자유분방할 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서 끌어내는 이야기 또한 매우 독창적인 것이 특징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선주민의 영혼의 고향, ‘시크니스 드리밍 플레이스’
그 곳을 향해 먼 길을 떠난 알마와 알무트
어느 날 무드mood 때문이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 순간의 끌림을 따라 상파울루의 낯선 동네로 차를 몰고 갔다가 불량배들에게 윤간을 당한 브라질 여성 알마,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로 알무트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챙겨주는 알무트. 이 두 사람은 악령을 떨쳐내고 둘만의 오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을 향해 떠난다. 혼란과 혼돈의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분명 한없이 아름답게 보이는 호주 선주민들의 땅, 이방인에게는 그들이 낙원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낙원은 이미 거기에도 없는 것. 그 또한 파괴되었기에, 또는 거의 파괴되었기에, 어쩌면 모든 이가 항상 찾아다니는 ‘잃어버린 낙원’인 그 곳, 호주 선주민의 영혼의 땅인 ‘시크니스 드리밍 플레이스’를 찾아서.
그녀들은 여행지에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딴다.
“이따금씩, 그와 내가 사막에 나가서,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나라의 사막에서 나는 미처 보지 못한 대상을 그가 가리킬 때, 그가 대지와 온전히 하나가 될 때, 내가 전혀 찾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데서 그가 물길을 찾아낼 때, 나이를 가늠키 어려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겸허한 마음이 들 때, 그런 얼굴로 내 눈에는 모래만 보이는 데서 먹을거리를 찾아낼 때, 그때 나는 생각한다. 그날 밤 내가 집을 떠난 것은 여기에 오기 위해서였다고. 나는 무거운 열대를 떠난 것이다. 그 열대의 소요와 소음을 전부 등진 것이다. 여기, 이 고요한 곳에 오기 위하여.” - 24p
서로 엇갈리는 여정, 영혼의 만남에 대한 갈망
작가는 여기서 다시 장면을 바꾸어 번민에 찬 중년의 문예 비평가 에릭 존타크를 소개한다. 에릭은 그와의 관계에 진저리를 치는 여자 친구에 의해 암스테르담의 집에서 내쫓겨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한 스파로 보내진다. 거기서 알코올 중독의 금단요법 치료를 받고 달라진 사람이 되라는 여자 친구의 기대에 따른 것이다.
스파의 프로그램은 매우 잘 짜여 있고 과학적이기까지 하다. 에릭은 스파의 금욕적인 생활을 형벌처럼 견뎌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마사지사 대신 자신을 마사지 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여성을 본 순간, 그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챈다.
“느닷없이, 그가 그토록 교묘하게 감추어두었던 슬픔이, 이미 사라져버린 양 위장해왔던 슬픔이 너무나 강렬하게 되살아났다. 마치 상처 부위의 붕대를 잔인하게 홱 벗겨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 ‘나중에요.’ 그러자 그 말이 무슨 마법의 언어인 양 그의 몸이 느슨하게 풀리면서 그 잃어버린 시간들이 다시금 그에게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 153p
“이 세상은 끝없이 이어진 교차로”라고 이전 작품에서 세스 노터봄의 화자가 강조했듯이, 이 책《잃어버린 낙원》에서 두 사람, 즉 브라질의 우울한 처녀 알마와 성적 무능을 겪는 중년의 네덜란드 문예 비평가 에릭이 오스트레일리아의 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영혼의 만남에 대한 갈망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 닿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행자들이 서로 만나고 엇갈리는 여정과, 그들이 여행길에 나선 이유들은 인생과 문학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의 차이도 이 소설이 탐구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세스 노터봄은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삶을 통해 구원의 문제를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인생과 문학의 오해에 얽힌 성찰을 거장다운 능란한 구성으로 엮어낸 세스 노터봄의 이 짧은 작품은 섬세하고 정교하다. 정지된 시간과 공간을 마치 꿈결같이 그려내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4015507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9월 27일 | ||
쪽수 | 204쪽 | ||
크기 |
140 * 210
* 20
mm
/ 28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Pardijs verloren/Nooteboom, Ce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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