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향수 천상의 향기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09년 선정
작가정보
저자(글) 셀리아 리틀턴
저자 <b>셀리아 리틀턴(Celia Lyttelton)</b>
예술가이자 언론인. 지금까지 〈태틀러(Tatler)〉, 〈베니티 페어(Vanity Fair)〉, 〈하퍼스 앤드 퀸(Harpers & Queen)〉, 〈더 월드 오브 인테리어스(The World of Interiors)〉, 〈인디펜던트(Independent)〉, 〈데일리 텔레그래프(Daily Telegraph)〉,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등의 잡지에 수많은 글을 써왔다.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전 세계를 여행하였고, 그 경험이 바로 이 책 《The Scent Trail》에 녹아 있다. 현재 남편, 두 아들과 함께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b>도희진</b>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번역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오늘》, 《대가들의 성공백서》, 《퍼스널 브랜딩 신드롬》, 《남자아이 심리백과》, 《클래식의 세계》 등이 있다.
번역 도희진
목차
- 프롤로그 향의 여정을 시작하며
1장 나만의 향수를 주문하다
2장 향수의 발상지 그라스
3장 향으로 충만한 모로코
4장 꽃의 여왕 장미가 자라는 터키
5장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배어 있는 이탈리아
6장 향료 섬 스리랑카
7장 고통과 구원, 신비가 공존하는 인도
8장 예멘과 용혈수의 섬 소코트라
9장 현실과 마법 세계를 오가는 곳, 소코트라 섬
에필로그 나의 맞춤 향수 : 여정의 끝자락
용어 설명
찾아보기
책 속으로
프롤로그 향의 여정을 시작하며
향료 시장에 맴도는 톡 쏘는 기운과 카트 시장의 매운 향, 향기가 진동하는 거리, 유향과 몰약, 고무수지를 태울 때 피어오르는 향긋한 연기 냄새…….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 모든 기억이 이 책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가서 그 냄새를 맡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향의 비밀을 풀어 헤치고 싶었다. 향의 가장 기초적인 원료는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자라고 재배되는지, 아이디어에서 최종 완제품까지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어떤지 알고 싶었다. 나는 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최선의 방법은, 주문 향수를 만드는 사람에게 너트메그, 인디언 삼박, 베티베르와 아이리스 뿌리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들을 원료로 한 맞춤 향수를 주문하고 그 원료들의 산지를 직접 돌아보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원료를 재배하는 노동자에서 일류 조향사까지, 향수를 만드는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향의 여정을 떠난 이유이다.
1장 주문 향수를 만드는 아나스타샤 ― 나만의 향수를 주문하다
여러 가지 향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기운을 북돋워주는 시트러스인 네롤리, 인도의 뜨거운 열대야를 떠올리게 하는 재스민, 가루 질감의 향이 피어오르는 것 같은 미모사, 나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아이리스, 환각 성분이 든 너트메그, 레반트 지역의 수크를 떠올리게 하는 다마스크장미, 남부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페티그레인, 에로틱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사향, 이 모든 것이 나만의 향수에 포함되었다. 아나스타샤와 나는 자연의 푸름을 느끼게 하는 베티베르와 바다 내 가득한 용연향, 고대의 신비로운 향인 유향과 몰약도 선택하였다. …… 나는 이 원료들이 자라는 곳으로 떠났다.
2장 가루같이 부드러운 꽃향기 미모사 ― 향수의 발상지 그라스
향수의 발상지 그라스에는 곳곳에 미모사의 파우더리한 향이 진동한다. 장미, 재스민, 노랑수선화, 라벤더와 허브들도 프로방스의 언덕을 향기로 채우고 있다. 마치 조향사가 향료 병들을 막 열어젖힌 듯하다. …… 나는 미모사를 사막의 와인에 비유하고 싶다. 유질 성분을 함유하여 더욱 풍부한 향을 발산하는 미모사는 눈부시게 빛나고 달콤하며 여름에 어울리는 향이다. 내게 미모사와 베티베르의 관계는 소테른 백포도주와 소비뇽 적포도주의 관계에 버금간다.
3장 상큼한 네롤리, 달콤한 페티그레인 ― 향으로 충만한 모로코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그 향이 물보라처럼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오렌지 100개의 껍질에서 얻을 수 있는 에센셜 오일의 양은 고작 1밀리리터이지만 그 알싸한 향은 다른 향들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시트러스 노트는 향수의 탑 노트에 상큼한 맛을 선사한다. 미들 노트가 전해지기 전에 이미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이다. …… 모로코는 향으로 충만한 땅이었다. 향긋한 오크모스 숲에서부터 끝없이 펼쳐진 오렌지 숲과 메디나 지역의 토속(土俗)으로 뒤섞인 냄새들. 모로코 사람들은 향이 품고 있는 비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향수 제조가 영혼에 이르는 길일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일부이며 일종의 의식이라고 믿는다. 병에 걸렸을 때에는 오일과 연고로 치료하고 길모퉁이에서는 행상인들이 지나가는 사람의 코앞에 향수가 묻은 막대기를 흔들어댄다.
4장 우아하면서도 엄숙한 향 다마스크장미 ― 꽃의 여왕 장미가 자라는 터키
자타가 공인하는 꽃의 여왕 장미는 풍부하고 복잡한 향을 품고 있다. 그 모방할 수 없는 향은 약 400여 가지의 휘발성 구성 요소에 기인한다. ……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역겨운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로즈 오일이 샌들우드와 네롤리, 오리스루트, 파출리, 사향, 용연향 등의 원료와 섞이면 그 명성에 걸맞은 신비한 향을 갖게 된다. …… 내게 있어서 다마스크장미는 기품 있는 귀부인이다. 나는 다소 도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향을 원한다. 후각 전문가들은 내가 한 세대를 뛰어넘어 할머니 세대가 즐겼을 법한 향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내 할머니의 중국식 침실에서는 항상 장미 향기가 풍겼다. 다마스크장미를 보면 언제나 그 시절의 아침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출판사 서평
먼 나라의 오일과 에센스를 찾아가는 향의 오디세이
향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학문적 자료, 역사적 깊이가 가득한 책!
〈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Times Literary Supplement)〉
고고학자인 어머니 마거릿 리틀턴과 함께 세계를 여행했던 저자가 이제까지의 삶에서 경험한 다양한 향을 찾는 2년여의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향기, 자기의 자아를 찾아가는 매혹적이고 감각적인 향 여행기다. 저자는 이제까지의 삶을 향기로 말한다. 향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아이리스의 부드러운 향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토스카나 언덕으로 데려다주고, 재스민 향은 라자스탄 평원으로, 베티베르 향기는 어릴 적 헤엄치며 놀았던 토스카나의 푸른 호수를 생각나게 한다고. 라벤더와 헤더, 오크모스 향을 맡으면 가을 나뭇잎과 균류가 떠오르면서 어느새 자신의 오두막이 있는 요크셔의 평원에 서 있게 하며, 바질 향에서는 따스한 태양과 에게 해 군도를 둘러싼 눈부신 바다가 느껴진다고. 이렇듯 저자는 어머니와 함께 했던 여행에서 무엇보다 향에 대한 기억에 집중한다. 이국적인 향이 흘러넘치던 향료 시장, 신비한 향이 진동하던 거리, 유향과 몰약, 고무수지를 태울 때 피어오르던 향긋한 연기 냄새……. 저자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 모든 기억이 이 책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향의 근원지를 찾아가서 그 냄새를 맡아보고, 그래서 그 향의 비밀을 풀어 헤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향을 찾기 위해.
“향의 가장 기초적인 원료는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자라고 재배되는지, 아이디어에서 최종 완제품까지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떤지 알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충족시킬 최선의 방법은, 주문 향수를 만드는 사람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들을 원료로 한 맞춤 향수를 주문하고 그 원료들의 산지를 직접 돌아보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나는 원료를 재배하는 노동자에서 일류 조향사까지, 향수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자신만의 향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 이유이자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고대 사람들은 유향과 몰약에 소독과 세척 성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18, 19세기에는 불결한 냄새를 없애고 집안의 벌레를 쫓으려고 향을 사용하였다. 향은 시대를 초월하여 제사나 의식뿐 아니라 성적인 매력을 높이려고도 사용하였다. 요즘도 사람들은 정신을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향을 사용한다. 그만큼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향은 쓸모가 많다.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체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익숙하거나 특별한 향이 있다. 우리가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함과 동시에 어머니가 바르던 립스틱 향기나 고즈넉한 어느 농가에서 맡았던 나무 연기 냄새를 맡을 때 물밀듯이 밀려드는 추억에 얽힌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향이 나고 있나? 저자는 인류학자인 어머니와 여러 나라를 다니며 성장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향기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만의 향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향수 원료를 찾아 나선 저자가 여러 나라를 누비며 신비한 이국 원료의 기원과 역사, 재배법을 파헤치는 이야기 …… 바로, 그녀 자신의 이야기다.
-〈우먼 앤 홈(Woman and Home)〉
향, 기억, 장소 사이의 흥미로운 관계가 향수의 역사, 탄생, 그리고 향수 산업을 관통하는 여정의 기저를 이룬다. 우리는 순식간에 작은 유리병들이 즐비한 전통적인 향수 상점과 마라케시의 향료 시장, 터키의 오스만 풍 주택, 이탈리아의 아이리스 농장, 그리고 아즈루의 삼나무 숲으로 안내된다.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
리틀턴은 향수의 고향인 남프랑스의 그라스를 비롯하여 인도, 이탈리아, 터키, 모로코를 여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세가지 베이스 노트 가운데 하나를 밝혀내는 여정이다. …… 역사와 이 심원한 세계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한 여정에 이국적 신비로움과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가미되었다.
- 선 헤럴드(Sun Herald),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인류 역사에서 나라와 문화 간 향료 거래의 중요성이 잘 나타나있다. 먼 나라에 대한 상상, 동경을 불러일으키고 무뎌진 후각을 흔들어 깨우는 아름다운 여행 회고록!
-트래블빗닷컴(Travelbeat.com.au)
<책속으로>
5장 여름날 비 갠 후의 깨끗한 공기 향 아이리스 ―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배어 있는 이탈리아
나처럼 토스카나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그곳의 거친 지형마저 영혼의 일부가 된다. 문득 키안티 아이리스 뿌리로 만든 향수를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리스 뿌리 향은 플로럴 계열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의 말처럼 바이올렛 향과 비슷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리스 뿌리는 전형적인 뿌리 향을 가지고 있으며, 여름날 소나기가 그친 후 모든 것이 씻겨나간 깨끗한 공기 냄새와 같다. 또한 회향과 비슷한 향긋한 오버톤을 가졌으며, 단호한 남성적 기운과 ‘비노 노빌레(Vino Nobile)’ 느낌의 풍미,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를 연상케 하는 기품 있는 향으로 플로럴 노트를 안정감 있게 받쳐준다.
6장 향긋한 사향내를 풍기는 너트메그 ― 향료 섬 스리랑카
너트메그만큼 상업적 가치를 지닌 향료도 드물다. 한때 매우 귀한 상품으로 여겨져 너트메그 무역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싸움은 점점 격렬해졌고 영국과 독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영국과 독일은 수십 년 동안 향료 무역을 놓고 동인도 지역에서 싸워왔는데 그들이 가장 탐낸 것이 바로 너트메그였다. 너트메그는 동인도 제도의 반다 군도(群島)에 위치한 런 섬이 원산지다. 반다 군도는 세계의 너트메그 농장이고 런 섬은 영국과 독일이 전투를 벌인 중심지였다. 런 섬은 지금도 여전히 너트메그 나무로 뒤덮여 있다. 섬이 보이기 전에 향으로 섬의 위치를 먼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휘청대는 너트메그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봄마다 꽃을 피우는 절벽 위로 그 나른한 향이 떠다니고 있다. …… 가일스 밀턴은 “너트메그는 17세기 유럽 사람들이 가장 탐을 낸 사치품이었다. 강력한 치료 성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너트메그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목숨을 건 위험도 불사했다.”라고 기록하였다. 밀턴이 말한 이 ‘말라빠진 작은 열매’는 곧 금과 맞먹는 귀중품이 되었다. 런던에서는 너트메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1파운드당 90실링으로 6만 퍼센트의 이윤 폭을 남겼다. 한 부대 가득이면 평생을 먹고살 수 있을 정도였다.
7장 관능적인 삼박 재스민, 흙내 물씬 나는 베티베르 ― 고통과 구원, 신비가 공존하는 인도
나빈은 재스민이 300개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최고의 재스민 에센스, 또는 오일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서, 과일 향이 나는 것이 좋은 재스민 같다고 말했다. 내 생각도 그러했다. 나는 농익은 배 냄새가 나는 것도 괜찮은 품질이라고 말했다. 나빈은 다양한 삼박 종(種)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삼박이 동물성 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삼박 재스민과 허브, 파출리를 즐겨 섞는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섞은 향을 들이마시면서, 나는 인도 외에는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향이라고 생각하였다. 재스민과 파출리가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주었다. …… 재스민과 샌들우드, 파출리 향을 맡으면 언제나 인도에 대한 기억이 물밀듯 밀려온다. 축축한 열대 우기의 아침과 까마귀 울음소리,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8장 성스러운 느낌의 유향, 목가적인 느낌의 몰약 ― 예멘과 용혈수의 섬 소코트라
우리는 용혈수와 사막장미가 가득한 고원지대에 도착하였다. 모하메드는 소코트라 사람들이 사막장미를 ‘병나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건기 때 물을 저장해두는 줄기의 부푼 모양새가 병을 닮아 있었다. 어린 염소치기가 용혈을 사라고 매달렸다. 그것은 붉은 벽돌색의 유리구슬 같았다. …… 촌장은 토파즈 색상의 유향 결정체와 루비 색의 작은 용혈 덩어리, 그리고 탄력 있는 흰 몰약도 꺼내 보였다. 유향 연기에 둘러싸여 그처럼 목가적인 곳에 앉아 있으려니 유향이 한때 매우 귀한 사치품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향에 대한 기호도 변하게 마련인 것이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유향 수요량은 급감하였고, 이제는 향으로서보다 종교 의식과 관련된 신성한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유향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종교와 문화가 1,000년에 걸쳐 확장되는 과정에 항상 유향과 몰약의 교역이 있었던 점과 함께, 대추야자와 염소 우유를 먹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소코트라 사람들이 그들의 섬에 넘쳐나는 아로마 고무수지로도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생각해보았다.
9장 지속성이 뛰어난 신비의 용연향 ― 현실과 마법 세계를 오가는 곳, 소코트라 섬
용연향은 정말 진기한 물질이다. 병에 걸린 고래의 배에서 발견되거나 해안가로 밀려들어 오지만 일부러 찾아내기는 정말 어렵다. 구하기 어려운 만큼, 신비로운 이미지가 강하며 그 자체로서보다는 향수의 수많은 원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정제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너무 귀하고 값도 비싸기 때문에 실제 용연향을 사용하는 조향사는 극소수이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그 독특한 냄새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지만 휘발성이 강한 다른 향과 섞일 때 용연향은 금세 사라지는 향들을 붙잡아 오래 지속되도록 만든다. 또 처음엔 매우 독하고 날카로운 냄새가 나지만 바다에서 몇 달, 몇 년 동안의 풍화작용을 거치면 숙성되어 훨씬 부드러워지고 조향사의 실험실에서 몇 달 동안 알코올에 담가두면 점차 부드럽고 복합적이며 강하면서 지속성이 뛰어난 향으로 발전한다. 거의 300년까지도 지속된다고 한다.
에필로그 나의 맞춤 향수 : 여정의 끝자락
나는 지난 2년 동안의 여행과 내가 지나간 수천 마일의 거리를 생각해보았다. 그 시간과 거리가 이 작은 유리병 안에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왕과 사제들, 칼데아의 왕자, 로마의 원로원 의원, 중국인 첩들에게 귀한 향료를 전하기 위해 뜨거운 사막을 가로질러 여행하던 향수 상인들의 모습, 그리고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장미의 도시 ‘페트라’까지 이어진, 유향을 찾기 위한 2,000마일의 여정에 대해서도 생각하였다. …… 내 향수에는 여러 장소에 대한 독특하고 분명한, 그리고 소중한 기억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 기억 덕분에 나는 가만히 앉아서도 사랑하는 나라들을 계속 방문할 수 있다. 영국의 이 시골집을 떠나지 않고도 잠들어 있던 그 사랑의 감정에 다시 불붙일 수 있는 것이다. 자스민 향을 맡으면 사원의 무더위와 라자스탄의 라나크푸르 마을의 제사 오일이 타오르는 냄새가 느껴진다. 다마스크장미에서는 아나톨리아 평원을 가로지르는 폭풍 구름과 함께 리키아의 소나무 숲에서 불을 뿜는 키마이라가 생각나고, 헤스페리데스 노트는 나를 아틀라스 산맥과 오렌지 밭의 비탈진 계곡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는 여자와 아이들이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꽃을 따고 있다. 그때쯤, 미들 노트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맨 처음 미모사 향을 맡으니, 레스토랑 탁자에서 생트 빅트와르 산을 내다보며 소테른 포도주와 크렘 브륄레를 먹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세잔의 작품 주인공이 된 듯하다. 그 다음, 아이리스 향은 나를 다시 어린 시절로 잡아끈다. 그 기억 속에서 나는 반질반질한 테라코타 지붕을 가로질러 빌라를 옮겨 다니며 녹색 덧문을 통해 비치는 햇빛을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베이스 노트도 그 비밀스런 모습을 드러내었다. 유향과 몰약 향을 따라간 예멘의 고지대에는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작은 마을들이 울퉁불퉁한 바위산에 독수리 둥지처럼 달라붙어 있다. 구슬픈 기도 소리가 방향나무 언덕을 가로질러 울려 퍼진다. 베티베르는 나를 큰비에 흠뻑 젖은 인도 남부의 한 휴양지로 데려갔다. 습한 미풍에 베티베르 향이 실려온다. 향긋한 사향내를 풍기는 너트메그를 따라간 곳은 찌는 듯이 더운 스리랑카의 계곡이다. 빛나는 부처상이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 다음으로 용연향이 마치 세이렌 요정처럼 소코트라 해안가로 나를 부른다. 거의 바닷물까지 마실 뻔했다. 내 향수는 나의 일부가 되었고 아무도 그것을 모방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색상 분석가인 애덤 제임스의 예견대로, 향을 찾는 여정은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었고 많은 변화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떠나기 전, 나는 지독한 무기력에 빠져 있었지만 여행은 그 침체의 늪에서 나를 건져주었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애덤 역시 내가 여행을 통해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끌어안는 법, 관조(觀照)하는 법을 배웠을 거라고 말했다. …… 내 향수는 그 여정의 총체적인 집산물이다.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나 수많은 기억을 되새기게 하고, 먼 나라의 향에 담긴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해준다. 향수 안에, 나의 내세가 있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4015026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1월 17일 | ||
쪽수 | 326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he)scent trail : how one woman's quest for the perfect perfume took her around the world/Lyttelton, Cel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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