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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림의 수행과 리더쉽

정선스님의 선림보훈 | 양장본 Hardcover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4
정선 저자(글) · 벽해 원택 번역
장경각 · 2017년 0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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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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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스님의 선림보훈 『선림의 수행과 리더쉽』. 이 책은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서 송대(宋代) 선사들의 어록이나 전기에서 수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어구와 기연(機緣) 등을 모은 선림보훈(禪林寶訓)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총서 (9)

작가정보

저자(글) 정선

목차

  • 개정판을 발간하면서 … 005
    해제(解題) … 009
    선림보훈(禪林寶訓) 서(序) … 018

    선림보훈 상
    01. 도보다 높고 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 022
    명교설숭(明敎契嵩)
    02. 명예를 피하여 절개를 지키다 … 028
    원통거눌(圓通居訥)
    03. 말세학인은 안위를 살펴야 한다 … 032
    대각회연(大覺懷璉)
    04. 늙고 가난할수록 뜻을 굳게 가져야 한다 … 037
    효순노부(曉舜老夫)
    05. 대중을 받드는 요점을 말하다 … 041
    법원녹공(法遠錄公)
    06. 계행이 청정해야 명성을 얻는다 … 048
    오조법연(五祖法演)
    07. 도는 사람을 떠나지 않으나 사람이 도를 버린다 … 059
    백운수단(白雲守端)
    08. 활짝 트인 것이 도인의 마음 씀씀이다 … 067
    회당조심(晦堂調心)
    09. 대중을 얻는 요점은 사람 마음을 살피는 데 있다 … 075
    황룡혜남(黃龍慧南)
    10. 공안을 설명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다 … 083
    홍영소무(洪英邵武)
    11. 도인이 가니 총림이 시들다 … 088
    진정극문(眞淨克文)
    12. 도덕 있는 사람은 대중과 같이 즐긴다 … 094
    담당문준(湛堂文準)
    13. 화복과 길흉은 한 울타리 안에 있다 … 102
    영원유청(靈源惟淸)
    14. 도는 믿음에 달려 있고 믿음은 진실에 달려 있다 … 119
    원오극근(悟克勤)
    15. 납자의 본연은 어디에도 끄달리지 않는 것이다 … 127
    불감혜근(佛鑑慧懃)
    16.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기에게 둔해짐을 경계하다 … 134
    불안청원(佛眼淸遠)
    17. 늙고 병든 스님을 뒷바라지하다 … 138
    고암선오(高庵善悟)
    18. 사대부에 아첨하여 불도를 손상시킴을 경계하다 … 153
    귀운여본(歸雲如本)
    19. 『변영편』에 발문(跋文)을 붙이다 … 159
    원극언잠(圓極彦岑)
    20. 상주물을 사사로이 씀을 경계하다 … 161
    동산혜공(東山慧空)
    21. 혜공스님의 답서를 평하다 … 164
    절옹여염(浙翁女琰)

    선림보훈 하
    22. 출가한 뜻을 저버리지 않다 … 168
    설당도행(雪堂道行)
    23. 이익을 구하는 자는 도를 얻지 못한다 … 183
    황룡사심(黃龍死心)
    24. 사념이 일어나기 전에 다스리다 … 189
    초당선청(草堂善淸)
    25.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도를 바탕 삼다 … 195
    산당도진(山堂道震)
    26. 깨닫고 교화하는 일은 혼자만으로는 될 수 없다 … 201
    묘희종고(妙喜宗?)
    27. 시초에서 조심하여 재앙에 대비하다 … 214
    수좌 음(音) 스님
    28. 적시에 폐단을 고쳐 종풍을 간직하다 … 219
    만암도안(萬庵道顔)
    29. 도를 간직하고 뜻대로 살다 … 230
    소각대변(昭覺大辯)
    30. 납자는 총림을 보호하고 총림은 도덕을 보호한다 … 234
    불지단유(佛智端裕)
    31. 한 끼 먹고 눕지 않으며 선정을 닦다 … 236
    수암단일(水庵端一)
    32. 성급하게 제자 지도함을 경계하다 … 246
    월당도창(月堂道昌)
    33. 교외별전을 해설하는 폐단을 경계하다 … 252
    심문운분(心聞雲賁)
    34. 큰 도는 어리석음도 지혜로움도 없다 … 258
    졸암덕광(拙庵德光)
    35. 티끌 세속에서 불사를 짓다 … 268
    밀암함걸(密庵咸傑)
    36. 근본을 체득하여 지말을 바르게 하다 … 273
    자득혜휘(自得慧輝)
    37. 선지식의 요점은 사람을 알아보는 데 있다 … 276
    혹암사체(或庵師體)
    38. 안을 다스려 밖을 대하다 … 284
    할당혜원(堂慧遠)
    39. 미물까지 덮는 자비를 베풀다 … 287
    간당행기(簡堂行機)
    40. 조계의 정통을 다시 일으켜 주기를 간청하다 … 305
    자수회심(慈受懷深)
    41. 비방과 참소를 잘 분별해야 한다 … 307
    영지원조(靈芝元照)
    42. 선과 교에서 모두 무상(無上)의 도를 말하다 … 312
    뇌암도추(懶庵道樞)

책 속으로

01
도보다 높고 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명교설숭(明敎契嵩, 1007~1072)

1
도보다 높고 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도덕이 간직되었다면 보통 사람이라 해도 곤궁하지 않으며, 도덕이 없다면 천하에 왕 노릇을 한다 해도 되는 일이 없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절개를 지키느라 굶어 죽은 옛날 사람이지만 지금 사람들까지도 자기를 그에게 비교하여 주면 모두가 기뻐한다. 한편 걸(桀)?주(紂)??)는 옛날의 임금이었으나 지금도 사람들은 자기를 그에게 비교하면 모두가 화를 낸다. 그러므로 이 때문에 납자는 도덕이 자신에게 충만하지 못한 것을 근심할지언정, 세력과 지위가 없음을 근심하지 말아야 한다. 『심진집(津集)』

2
부처 되는 공부는 하루아침에 완전해지지 않는다. 낮으로 부족하면 밤까지 이어가며 오랜 세월이 지나야 자연스럽게 성취된다. 그 때문에 “배움으로써 뭇 이치를 모으고 질문으로 그것을 분별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 말은 공부를 할 때 질문과 변론이 아니면 이치를 알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요즈음 납자들 중에는 어딜 가나 다른 사람에게 한마디 질문이나 변론을 꺼내는 사람이 드물다. 이들은 무엇으로 성품자리를 도와 날로 새로워지는 공부를 하려는지 모르겠다. 『구봉집(九峰集)』

3
태사공(太史公, 사마천)은 『맹자(孟子)』를 읽다가, 양혜왕(梁惠王)이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 대목에 이르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덮어버리고 길게 탄식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슬프다. 이익이란 실로 혼란의 시초이다. 때문에 공부자(孔夫子)께서도 이익에 대해서는 드물게 말씀하셨는데, 이는 항상 그 근원을 막고자 함이었다.”근원이란 시초이다. 귀천을 막론하고 이익을 좋아하는 폐단은 다를 수 없다. 공직자가 이익을 챙기느라 공정하지 못하면 법이 문란해지고, 보통 사람이 속임수로 이익을 취한다면 일이 혼란해진다. 일이 혼란해지면 사람들이 다투어 화평하지 못하고, 법이 문란해지면 대중이 원망하여 복종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로가 뒤틀려 싸우며 죽음도 돌아보지 않는 일이 이로부터 비롯하니, “이익은 실로 혼란의 시초이다.”라고 한 경우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성현께서 이익을 버리고 인의(仁義)를 무엇보다도 존중해야 한다고 깊이 주의를 주기까지 하셨는데도 후세에는 이익을 걸고 서로를 속이며 풍속을 해치고 가르침을 상하게 했던 자들이 한없이 많았다. 더구나 이익 취하는 방법을 공공연히 벌여놓고 자행하면서 세상 풍속을 올바르게 하여 야박하지 않게 하려 하나, 될 법이나 하겠는가. 『심진집(津集)』

4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에는 드러나는 것도 있고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다. 드러나지 않는 악은 사람을 해치며, 드러난 악은 사람을 죽인다. 사람을 죽이는 악은 작고, 사람을 해치는 악은 크다. 그러므로 잔치하는 가운데도 독주[毒]가 있고 담소하는 중에도 창[戈]이 숨겨져 있으며, 안방구석에도 호랑이와 표범이 있고 길거리에는 첩자가 있다. 스스로가 마음속에 악이 싹트기도 전에 끊어 버리는 성현이 아닌 다음에야 예의와 법도로써 미리 막아야 하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 해로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서호광기(西湖廣記)』

5
대각회연(大覺懷璉, 1010~1090) 스님이 육왕산(育王山)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두 스님이 시주물 때문에 다툼이 그치지 않는데도 주사(主事)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스님이 불러서 오라 하고는 그들을 꾸짖었다.
“옛날에 포공(包公)이 개봉(開封) 지방의 판관(判官)으로 있을 때, 그 동네 어떤 사람이 와서 ‘백금(白金) 백 냥을 저에게 맡겨둔 사람이 있었는데 죽어 버렸습니다. 지금 그 집안에 되돌려 주었으나 그 아들이 받질 않으니, 공께서는 그 아들을 불러 되돌려 주십시오.’ 하였다. 공은 기특하다고 칭찬하며 즉시 그의 아들을 불러 말하자, 그는 사양하며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백금을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집에 맡겨둔 일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두 사람이 굳이 사양하자, 공께서는 부득이 성내에 있는 사찰에 부탁하여,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어 천도하라 하였다.
나는 그 일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번뇌 속에 사는 속인도 재물을 멀리하고 의로움 사모하기를 그토록 하는데, 너희들은 부처님의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다지도 염치를 모르는가.”
그러고는 결국 총림의 법규에 따라 쫓아내 버렸다. 『서호광기(西湖廣記)』

출판사 서평

『선림보훈(禪林寶訓)』은 송대(宋代) 선사들의 어록이나 전기에서 수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어구와 기연(機緣) 등을 모은 글이다. 문헌에 따라 『선림보훈집(禪林寶訓集)』, 선문보훈(禪門寶訓)』 등 이라고도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서문에 따르면 원래는 우리에게 『서장(書狀)』으로 잘 알려진 임제종 양기파(楊岐派) 묘희대혜(妙喜大慧, 1089~1163)스님과 죽암사규(竹庵士珪, 1082~1146) 스님이 운거산(雲居山) 운문사(雲門寺)에서 토굴을 짓고 살면서 모은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출판?유포되지 못하고 순희(淳熙) 연간(1173~1189)에 정선(淨善)스님이 운거산에 갔다가 조안(祖安)스님에게 낡고 손실된 『선림보훈』을얻었다. 이후로 정선스님은 10여 년 간 여러 어록과 전기를 참고하여 50여 편을 추가로 모아 전체 300여 편으로 구성된 현재 상태의 『선림보훈』으로 다시 편집하고 서문을 붙여 1182년 2권으로 간행하였다.
『선림보훈』에는 황룡혜남(黃龍慧南, 1002~1069) 스님부터 불조졸암(佛照拙庵, 1121~1203)까지 150여 년의 세월동안 송대에 활약한 임제종 선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선림보훈』 서문에도 밝히듯이 총림의 도덕이 쇠퇴해가는 현실을 염려하여 옛 스님들의 말씀이나 수행을 수립하여 납자들의 귀감이 되게 하고자 한 것이었다.
『선림보훈』의 두드러진 특징은 각 편마다 출처를 밝혀놓은 점이다. 이런 방식은 이후 『인천보감(人天寶鑑)』(1230년) 등에서도 보이는데, 『종문무고(宗門武庫)』, 『총림성사(叢林盛事)』, 『고애만록(枯崖漫錄)』등 여러 스님들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담는 송대 주요 문헌들의 흐름에서도 독특한 특징이다.
거사와 주고받은 서한으로 유명한 대혜스님이 편집을 시작하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림보훈』에는 송대 선사들이 거사들과 얼마나 많은 교유가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상당하다. 지역 군수는 물론 왕안석(王安石)이나 장상영(張商英) 등과 같은 정치인부터 황정견(黃庭堅) 등의 문인까지 여러 거사가 등장한다. 또한 유가의 문헌을 빈번하게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송대의 유교와 불교와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
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선림보훈』에는 주지살이와 관련한 스님들의 법문이 많은부분을 차지한다. 교단 내적으로 선종 사원의 구색을 갖춘 송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림보훈』은 명대 이후로 대장경에 편입되어 여러 선종 문헌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그런 만큼 명말(明末)에서 청대(淸代)에 걸쳐 몇 가지 주석서가 저술되었다. 명말 숭정(崇楨) 8년(1635) 운서사의 대건(大建)스님이 지은 『선림보훈음의(禪林寶訓音義)』 1권이 처음 나왔고, 이를 토대로 명말 영력(永曆) 4년(1650) 장문가(張文嘉)와 장문헌(張文憲)이 편찬한 『선림보훈합주(禪林寶訓合註)』 4권이 나왔다. 이어 영력(永曆) 8년(1654) 앞의 『합주(合註)』에서(序)를 썼던 행성(行盛)스님은 42분 스님의 깊은 뜻을 염송(拈頌) 74수로써 나타내고, 『선림보훈염송(禪林寶訓拈頌)』 1권을 지었다. 그 후 청(淸) 강희(康熙) 17년(1678) 덕옥(德玉)스님의 『선림보훈순주(禪林寶訓順?)』 4권과 강희(康熙) 45년(1706) 지선(智禪)스님의 『선림보훈필설(禪林寶訓筆說)』 3권이 있다. 이처럼 많은 주석서가 나오게 된것은 그들 서문에서 번번이 밝히고 있듯 총림이 쇠퇴함에 따라 총림의 귀감이 되는 것을 밝히고자 한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일찍 『선림보훈』이 간행되었다. 현재 보물 제700호로 지정되어 있는 『선림보훈』 2권본은 그 간기(刊記)에 의하면, 고려 우왕(禑王) 4년[선광(宣光) 8년, 1378] 충주의 선찰(禪刹)인 청룡사(淸龍寺)에서 개판(開板)하였다.
양가(兩街) 요암행제공(了庵行齊公)이 『선림보훈』을 얻어 보고는 처음 보는 것이라 감탄하면서 그의 문인 상위선사(尙偉禪師)에게 판각하여 유포할 것을 부탁하니, 상위선사는 만회(萬恢)스님과 함께 모연하고 고식기(高息機)와 최성록(崔星錄)이 모연을 도왔다. 그리고 환암(幻庵)스님이 글[題]을 써주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조선 중종(中宗) 20년[가정(嘉靖) 4년, 1525] 순천 대광사(大光寺)에서도 2권으로 된 『선림보훈』이 간행되었다.

[책 속으로 추가]
주:
1 명교설숭(明敎契嵩) : 운문종. 동산효총(洞山曉聰, ?~1030) 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청원의 17세 법손이다. 세간에 나온 책은 보지 않은 것이 없으며, 『원교론(原敎論)』을 지어 유교와 불교를 하나로 통하게 하여 한유(韓愈, 768~824)의 배불설(排佛說)에 대항하였다. 항주(抗州) 불일사(佛日寺)에 머물렀다.
2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에 관한 이야기는 『사기』의 열전에 나온다. 상나라 말기의 형제로, 서쪽 변방에 살았으며 변방의 작은 영지인 고죽군의 후계자였다. 고죽군의 영주인 아버지가 죽자, 이 둘은 서로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끝까지 영주의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 훗날 서주 문왕이 상나라를 토벌하고 주나라의 무왕이 되었을 때에도 끝까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충절을 지킨 의인들을 가리키는 표현이 되었다.
3 중국 고대 하나라의 걸왕, 은나라의 주왕, 주나라의 유왕과 여왕을 가리키는데 대표적인 폭군으로 유명하다. 『묵자(墨子)』의 「천지지(天地志)」에는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모두를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득을 주어서 반드시 상을 받게 되고, 뜻을 거스르는 자는 각자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 해를 끼쳐서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고 하면서 걸왕, 주왕, 유왕, 여왕이 바로 하늘의 뜻을 거역한 자들이어서 벌을 받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4 『심진문집(津文集)』 권7 「도덕(道德)」(T52-680c).
5 『심진문집(津文集)』 : 명교대사(明敎大師) 설숭(契嵩)이 지은 문집. 설숭이 호남성(湖南省) 심진에서 태어났다 하여 책이름을 ‘심진’으로 하였다.
6 “學以聚之(학이취지) 問以辨之(문이변지)” 『주역(周易)』 「건괘(乾卦)」 92. 흔히 ‘학문’이라는 말의 유래가 이 문장이라고 한다.
7 북송의 구봉감소(九峰鑒韶)의 문집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있을 뿐 어떤 문헌인지 분명하지 않다.
8 『맹자집주(孟子集注)』 권1,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상(上) 제1장. “맹자께서 양나라 혜왕을 뵈었더니, 혜왕이 말하길 ‘장로께서 천 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맹자가 대답하길, ‘왕께서는 어찌 구태여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9 『사기(史記)』 「열전(列傳)」 14 ‘맹자(孟子)?순경(荀卿)’ “내가 일찍이 『맹자(孟子)』를 읽을 때마다 양혜왕(梁惠王)이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질문한 대목에 이르러 책을 덮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아! 이로움이란 진실로 어지러운 것의 시작이구나! 무릇 공자(孔子)가 이로움에 대해 드물게 말한 것은 항상 그 근원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로운 것에 따라 행동하면 남의 원망을 많이 받는다고 하였다. 천자(天子)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이로움을 좋아해서 생긴 병폐가 어찌 다르다고 하겠는가?’”
10 『심진문집(津文集)』 권6 「선악(善惡)」(T52-676c).
11 선원에서 감원(監院, 선원 주지를 보좌하여 서무 일체를 맡은 소임)?유나(維那, 선원 대중의 감독 소임)??직세(直歲, 사찰의 건물과 토지 등을 관리하는 소임)의 네 지사(知事)를 주사라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맥락상 대중을 감독하는 ‘유나’를 가리킨다.
12 현재의 하남성(河南省) 개봉시(開封市) 개봉현(開封縣).

02
명예를 피하여 절개를 지키다
원통거눌(圓通居訥, 1009~1071)

1
대각회연(大覺懷璉, 1010~1090) 스님이 과거 여산(廬山)에 갔을 때 원통거눌(圓通居訥) 스님이 한 번 보고 바로 대기(大器)라고 확신하였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런 줄을 아셨습니까?” 하고 묻자, 거눌스님은 말하였다.
“이 스님은 마음이 정대(正大)하여 치우치지 않고 모든 행동이 고상합니다. 더욱이 도학(道學)을 이루어 의로움을 실천하며, 말은 간단하나 이치를 극진히 하니, 일반적으로 타고난 품격이 그러하고도 그릇을 이루지 않는 이는 드뭅니다.” 『구봉집(九峰集)』

2
인조(仁祖) 황우(皇祐) 초년(1049)에 조정에서 환관을 파견하고 비단에 조서를 적어서 거눌스님을 큰 절인 효자사(孝慈寺)에 머무르도록 청하였다. 거눌스님은 병을 핑계로 일어나지 않고 소문(疏文)을 올려 대각회연 스님을 추천하는 것으로 조정의 부름에 응하였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성스러운 천자께서 도덕을 높이 드러내시어, 그 은혜가 샘물이나 돌에게까지도 미쳤습니다. 스님은 무엇 때문에 사양하시는지요?”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외람되게도 승려의 무리에 끼어들긴 하였으나 보고 듣는 것이 총명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요행히 숲 속에 안주하여 거친 밥을 먹고 흐르는 물을 마시며 살아갑니다. 비록 불조(佛祖)의 경지라 해도 하지 않으신 일이 있는데 그러하지 못한 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선철(先哲)도 ‘이름난 큰 인물 아래에서는 오래 있기 어렵다.’고 하셨으니 나는 평생을 자족할 줄 아는 뜻을 실천할 뿐, 명성과 이익으로 자신을 얽어매지는 않겠습니다. 마음이 넉넉하다면 언제인들 만족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동파(東坡)도 언젠가 말하기를, “편안한 줄 알면 영화롭고, 만족한 줄 알면 부자다.”라고 하였다. 원통스님은 명예를 피하여 절개를 지키고, 훌륭하게 시작하여 훌륭하게 마치는 일을 체득했다 하겠다. 『행실(行實)』

3
다리를 저는 사람의 생명은 지팡이에 있으니 지팡이를 잃으면 넘어지고, 물을 건너는 사람의 운명은 배에 있으므로 배를 잃으면 익사한다. 대개 스스로 도를 지키지 않고 외부의 세력을 믿고 이를 대단하게 여기는 수행자는 하루아침에 그가 기대고 있던 배경을 잃으면 모두가 넘어지고 빠져죽는 난리를 면치 못한다. 『여산야록(廬山野錄)』

4
옛날 백장대지(百丈大智, 720~814) 스님께서는 총림(叢林)을 세우고 법도를 정하셨다. 이는 상법(像法)과 말법(末法)시대의 바르지 못한 폐단을 고쳐 보고자 했을 뿐, 상법과 말법시대의 납자가 법도를 도적질하여 백장의 총림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주 옛날에는 스님들이 둥우리나 바위굴에 살면서도 사람마다 스스로를 다스렸다. 그러다가 대지스님 후로는 높고 널찍한 집에 살면서도 사람마다 스스로를 피폐시켰다. 그러므로 “안위(安危)는 덕에 달렸으며, 흥망은 운수에 달렸다.”고 한 것이다.
실로 받들어 행할 만한 덕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총림이 필요하겠으며, 기댈 만한 운수가 있다면 무엇 때문에 법도를 사용하겠는가? 『야록(野錄)』

5
원통스님이 대각스님에게 말하였다.
“옛 성인은 싹트기 전에 마음을 다스렸고, 혼란해지기 전에 미혹한 마음[情念]을 막았으니, 미리 대비하면 뒤탈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중으로 문을 잠그고 목탁을 치면서 도둑에 대비하였는데, 이는 『주역(周易)』의 예괘(豫卦)에서 원리를 취한 것입니다. 일은 미리 하면 쉽고 갑자기 하면 어렵습니다. 훌륭한 분[賢哲]들에게 평생의 근심은 있었을지언정 하루아침의 근심이 없었던 이유가 실로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구봉집(九峰集)』

주:
1 원통거눌(圓通居訥) : 운문종. 연경자영(延慶子榮) 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청원의 10세 법손이다. 11세에 출가하여 17세에 『법화경(法華經)』을 읽고 득도한 후 여러 지방을 다니며 참학하였다. 후에 원통사(圓通寺)에 머물렀다.
2 북송의 제4대 황제 인종(仁宗, 1010~1063, 재위 1022~1063).
3 “大名之下(대명지하) 難以久居(난이구거)” 『사기(史記)』 「월왕구천세가(越王勾踐世家)」. 월나라의 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공을 세운 후에 떠난 범려(范)가 한 말.
4 당송(唐宋) 8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蘇東坡, 1036~1101).
5 『주역(周易)』 「계사(繫辭)」 하전(下傳) 제2장.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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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93904819
발행(출시)일자 2017년 07월 20일
쪽수 320쪽
크기
155 * 217 * 21 mm / 520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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