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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계시인선 16
이병훈 저자(글)
문학사계 · 2010년 01월 25일
9.2
10점 중 9.2점
(9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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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문학사계시인선 제 16편『푸른기억』. 이 책은 짙은 향토성 속에 치열한 시정신을 담아 전하는 80여 편의 작품을 4부로 구성하여 실었다. 작곡가의 손을 거쳐 노래로 탄생한 2편의 시는 악보와 함께 담았다.

이 책의 총서 (42)

작가정보

저자(글) 이병훈

이병훈

전북 부안 출생. 2005년 '문학사계'로 문단 데뷔.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보리수 시낭송 모임 회원. 시집 '모반을 꿈꾸다' 공저.

목차

  • 머리글 3

    1. 먹통

    16 먹통
    17 다림질
    18 숨은 벽
    19 도배
    21 옥탑방
    23 인수봉
    24 사골을 끓이며
    26 저무는 천변에서
    27 빈 병
    28 멍텅구리
    30 치과병원에서
    32 치과병원에서 1
    34 돋보기
    35 자화상
    37 벼랑에 선 나무
    39 자전거
    41 공친 날
    43 텃밭에서
    45 숫돌
    46 하늘 공원

    2. 돌아오지 않는 강

    48 소나무 아래 앉으면
    50 못
    52 담쟁이
    54 소牛
    56 가르마
    57 숨겨둔 유훈(遺訓)
    59 뻐꾸기 울면
    61 슬픈 식사
    63 겨울 밤
    64 분갈이
    66 디딤돌
    67 분재(盆栽)
    69 늙은 호박
    71 북엇국을 끓이며
    73 끈
    75 돌아오지 않는 강
    77 허공의 길
    79 마지막 인사
    81 새만금
    82 겨울 편지

    3. 푸른 기억

    84 실금 진 주름 사이에
    86 나팔꽃
    87 생일선물
    89 단 추
    90 젖은.손.
    91 코스모스
    93 단절(斷絶)
    95 노숙자 정경
    97 바뀐 신발
    99 분꽃
    100 퇴근길
    102 약수터에서
    104 들깨를 털면서
    105 빈집
    106 푸른 기억
    108 푸른 기억 1
    109 옷장 속에
    111 그리운 날에
    113 너를 그리며
    114 기다림에 대하여

    4. 그대에게 가는 길

    118 가고 싶은 길
    120 채석강
    121 멸치
    123 고향 손님
    125 누님의 하늘
    126 立春
    128 빈 항아리
    129 부드러운 바퀴
    131 목련
    132 수건에 대하여
    134 참회
    135 고령(高靈)의 달
    137 가을 산
    139 민들레
    140 겨울 산
    142 고사목(枯死木) )
    144 별난 풍경
    145 산지 식당
    147 그대에게 가는 길
    149 벽
    150 엄마의 밤 외출

    작품해설 / 황송문
    155 心情的 鄕土 哀想

    시와 음악의 하모니(악보) / 이병훈 작시
    174 누님의 하늘(김정 작곡)
    175 너를 그리며(나유성 작곡)

책 속으로

학창시절의 꿈을 접지 못하고 불혹의 나이를 넘어 푸른 기억을 더듬으며 늦깎이로 시작한 시 공부는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니었습니다.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몸에 밴 습관들을 하나하나 털어내기란 실로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멋모르고 써 왔던 글들이 급한 발목을 더 붙잡고 쉽게 놓아 주지를 않았습니다.
따뜻한 미소로, 때로는 매서운 눈빛으로 나의 빗나가는 감정들을 서슴없이 가지치기해 주시고 흔들리는 중심을 곧추세워주신 스승님의 은혜로 간신히 시의 눈을 뜨고 어렵사리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어언 5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시인이라는 말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가끔은 부끄럽고 낯 뜨거운 적이 많았지만, 용기를 내어 그동안 써 왔던 시편들을 갈고 다듬어서 주섬주섬 챙겨 보았습니다.
- 저자의 머리글에서

이미지라고 할 때 넓은 개념으로는 지각작용에서 이룩된 감각적 현상이 마음 속에서 재생된 것을 말한다. 마음 속의 생각이 재생되는 시어(詩語)는 이미저리의 제조 기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저리는 감각적 경험의 객관에 대한 주관적 모사일 뿐만 아니라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도 복합되어 있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이병훈 시인의 시세계는 비유적 이미저리를 사용하는 데에 높은 빈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체의 자극적인 감성을 상대적으로 느끼는 데 있어서 대상적 사물을 적절히 선택하여 주체와 대상 간에 주어지는 상사성(相似性)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병훈 시인의 장점을 말한다면 순후한 향토정서와 입체적으로 보려는 사물인식으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겠고, 아름다운 문양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의 언어의 먹줄이 자유자재로 놓아져서 훌륭한 시예술의 금자탑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 황송문 시인의 해설에서

출판사 서평

전북 부안 출신의 이병훈 시인이 첫 시집 『푸른 기억』을 출간했다. 짙은 향토성 속에 치열한 시정신을 담아 전하는 80여 편의 작품이 4부로 나뉘어 실려 있으며, 작곡가의 손을 거쳐 노래로 탄생한 2편의 시가 악보와 함께 실려 있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도 학창시절의 꿈을 접지 못하고 불혹의 나이를 넘어 푸른 기억을 더듬으며 늦깎이로 시작한 시 공부로” 오늘의 시집을 출간하기에 이르렀음을 회고하고 있다.

이병훈 시인은 『문학사계』(2005년)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간사, 보리수시낭송모임 회원 등으로서 문단 활동을 해오면서 각종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비유적 이미저리를 절묘하게 구사하여 평범 속의 비범을 잘 드러내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목수의 연장으로 사용되는 먹통을 소재로 하여 본심의 선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우직한 소의 모습에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목수의 연장통 속에’ 들어 있는 먹통은 ‘비틀어진 나무둥치에/ 직선으로 그어지는/ 정확한 본심의 선’이다(「먹통」). 그런가 하면 시인은 ‘깊은 밤 외양간에서/ 큰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지난 일들을 되새김질하는’ 소의 모습에, 잠결 속에서 아버지가 ‘묵은 빚을 청산하시겠다는 듯/ 어금니를 힘주어 깨무셨’던 모습을 오버랩시켜 부성애(父性愛)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황송문 시인은 해설에서 “순후한 향토정서와 입체적으로 보려는 사물인식”을 장점으로 꼽고 있으며, “앞으로 그의 언어의 먹줄이 자유자재로 놓아져서 훌륭한 시예술의 금자탑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3768169
발행(출시)일자 2010년 01월 25일
쪽수 173쪽
크기
148 * 210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문학사계시인선

Klover 리뷰 (9)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7.5점


 
촘촘히 달라붙어있는 책들 사이로 손을 뻗어 개중에 한 권을 낚아챘다.
별 생각없이 책장을 넘겨보니 절반쯤 되는 부분이다.
 
 
-실금 진 주름 사이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시 한 편이 눈에 띄기에
아내에게 조용히 읊어 주었더니
평소 내 글에는
별 반응이 없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뜸, 당신이 지었느냐고 묻는다.
 
머리를 무겁게 저었더니
짐을 가득 지고 언덕을 오르는 소에게
금방 채찍을 가할 듯한 눈빛으로
어찌, 당신은
진작에 그런 생각을 못 굴렸느냐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
근심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가만히 살펴보니
갖은 풍상 다 겪은
실금 진 주름 사이에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시 한 편, 짓지도 못하면서
여태껏 고생만 시켜온 내 무능이
은밀하게 박혀있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말들만 가득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시에 문외한인 내게도 어렵지 않다!
오히려 '소에게 채찍을 가할 듯한 눈빛'을 주고 받는 부부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라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 시인의 시선에는 자신과 함께 해 온 아내의 오랜 세월이 한가득 담겨있기에
마음 속 큭큭거림은 이내 묘한 부러움과 뭉클함에 밀려 사라져갔다.
 
 
이렇게 약간은 달라진 마음으로 한 장 한 장을 넘기게 된 시집, [푸른 기억].
시인은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애정을 노래할 뿐만 아니라('생일선물', '단추', '젖은 손')
변함없이 시간은 흘러만가는 일상의 한가운데서
때로는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형제를 추억하며 절절한 감정을 토해내고
('못', '담쟁이', '소', '슬픈 식사', '돌아오지 않는 강')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봄과 동시에 지나온 시간의 깊이를 느끼고 
남은 삶에 대한 긍정의 다짐을 하며('치과 병원에서', '자전거', '가르마', '옷장 속에')  
때로는 요즘의 사회, 세태에 대한 느낌과 단상들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다림질', '노숙자 정경', '약수터에서')
 
 
< 못 >
 
무수히 두들겨 맞고도
야무지게 벽을 붙잡고 있는
그의 목에 액자를 걸었습니다.
 
힘든 목덜미를 숨기고
평생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지신
아버지의 흑백사진이
나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빗맞은 망치에
시퍼렇게 멍든 손톱이
단단한 벽과 못 때문이라며
투덜거리던 나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액자 뒤에는
아버지의 근엄한 침묵
모진 세파에 시달려도
평생 보여주지 않던 속앓이
 
못이 빠지면 허무한 공간
당신의 빈자리가 허전합니다.
 
 
 
< 다림질 >
 
다리미가 열을 받아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듯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곧바로 구겨진 옷자락 위로
사정없이 지나간다.
 
흙탕물에 찌들고
휴지처럼 구겨진 세상
 
말끔히 빨아서 다림질하면
곱게 곱게 펴지라고.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루지도, 화려한 수사를 통해 멋을 부리지도 않는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들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시세계를 보여준다.
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필요한  '명시'의 세계가 아니라
황토색 벽지와 장독대를 추억하며 세월이 흐를수록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래이다.
그렇기에 이병훈 시인의 [푸른기억]은
중장년층에게는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공감과 위안이, 
젊은층에게는 그동안 고집스럽고 답답하게만 여겨졌던 부모님 세대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0점 중 10점
마약 같은 이병훈 시집 푸른기억 쉬운 언어들이지만 오래도록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한우 사골 같은 시들, 두고두고 읽어도 감동은 쉽게 가라않지 않아 좋았습니다. 읽어볼 만한 좋은 시집이네요...^^
10점 중 7.5점
시는 생활과 멀리 동떨어져있다는 편견을 없애준 시집입니다.

시인이 우리가 늘 생활속에서 맞딱뜨리는 많은 현상과 사물에 관해,
따뜻하고 친근한 언어로 다시 한번 독자에게 일깨워 준 것 같습니다.

특히, 함께 늙어가는 반려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
고향집,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누구나 다 가지고 살아가는 흔한 주제이지만
그렇기에 시인의 정서와 따뜻한 시선이
제 마음을 쓸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렵고 난해한 시인 혼자만의 언어가 아니고
늘 우리 곁에 있는 소제들이어서 좋았습니다!!!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고나 쓸쓸함이 문득문득 느껴지는 분들, 그리고 마음에 한줄기 햇살이 간절한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10점 중 10점
무지개같은 꿈을 키우던 청소년시절 추억속으로
잠시동안 머물수있어 시집을 읽는동안 흐믓했습니다.
 
또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푸른기억이 주는 한권의시집은
그리운 나의 어머니와 형제를 ,잊혀져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거듭 이병훈시인께 감사의글을 전하며 앞으로도 좋은시집 기대하겠습니다.
 
10점 중 10점
특별한 소재가 아니어도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이렇게 달리 표현할 수 있구나~
시는 특별함이 아니고 특별하게 보는 시각이라는 생각을 일궈내네요~
 
보는 내내 따뜻함이 묻어났습니다!
대박나세요~!!!
10점 중 10점
이병훈님의 시 푸른 기억
살아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감동이 있고
 
저 멀리 구비 구비 돌아온 인생 길
뒤돌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흐릿하게 떠오르는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아련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는 푸른기억
삶이 고단할때 꺼내 읽으며
마음을 잔잔하게 물들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추억이 되살아 나고
그리움이 되살아 나고
삶의 여정 함께 했던
부모님 ,형제,친구 ,가족들 이웃들이
푸른기억 시집속에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병훈 시인님 늘 건필 하소서
 
10점 중 10점
 이병훈의 시집 푸른 기억을 읽고
누구나 가슴 한 곳에 아련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병훈 시인님의 시 ‘푸른 기억’에서 노란 은행나무 낙엽 길을 걸으며 푸른 추억을 회상하는 이미지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푸른 기억1’에서도 눈발 날리는 퇴근길 가로등 아래서 장작불의 군고구마 냄새와 노란 봉투 속에 피어오르는 그리운 얼굴을 회상하는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에 다시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시 ‘민들레’에서 뿔뿔이 떠난 허공에 검은 구름장 피어오르면 접어 두었던 하얀 그리움으로 가슴을 졸인다고 노래합니다. 이는 어둠 속에서 빛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병훈 시인님의 그리움은 고향과 나아서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것이기도 하기에 공감이 갑니다. 좋은 시집 잘 감상하였습니다.
10점 중 7.5점
   먹통                              - 이병훈목수의 연장통 속에는
암유(暗喩)의 먹통이 들어있다
톱날보다 날카로운
먹줄을 줄줄이 감아 숨긴 채눈을 감으면
무수히 떠오르는 공간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고딕 도시의 그림자밋밋한 널빤지에
비틀어진 나무둥치에
직선으로 그어지는
정확한 본심의 선……목수는
함부로 먹줄을 놓지 않는다
마음속의 먹통이 흔들림 없이
여백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감상] 일상에 숨어 있는 본심의 선
 
우리가 무심코 대하는 일상 속에는 무수한 의미와 가치가 숨어 있다. 한 편의 시 속에서 그러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때 시를 음미하는 즐거움이 증폭된다. 이 시에서는 혼신을 다하여 먹줄을 튕기는 전문가의 자세를 통하여 본심을 지향하는 인간의 진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먹통이란 목재나 석재에 줄을 치는 데 쓰이는 기구로서 한쪽엔 먹물을 먹은 솜을 넣고, 다른 쪽엔 먹줄을 감아 두어 그 줄이 먹물 먹은 솜을 거쳐서 나오게 되어 있다. 먹줄 끝에는 추가 달려 있어 줄이 수직을 이루도록 한다. 흔들림 없이 수직을 이룰 때 먹줄을 살짝 당겼다가 놓으면 목재나 석재에 부딪치면서 수직의 선이 그어진다.첫 연에 등장하는 ‘암유의 먹통’에 주목해 보자. 암유는 곧 은유로서 본뜻은 숨기고 비유하는 형상만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먹통이 드러내고자 하는 본뜻은 먹줄로 표현된다. ‘톱날보다 날카로운’ 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표현에서 긴장감이 흐른다. 가차 없이 절단하는 톱날도 결국 먹줄을 따라 가게 돼 있는 것 아닌가.한 치의 비뚤어짐도 없는 수직의 선을 그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숨고르기를 하는 장면이 둘째 연에 그려져 있다. 우리가 중요한 결단을 할 때는 눈을 감는다. 눈 앞에 보이는 어지러운 현실을 잠시 떠나서 마음의 중심을 가늠하는 것이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무형(無形)의 세계는 원인이요, 고딕 도시는 그 결과로 나타난 물질의 세계다. 보이지 않는 것이 때로는 더 중요하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일 뿐.셋째 연에 이르러 비로소 먹줄이 그어진다. 선이 그어지는 것은 찰라지만 그것은 한동안의 방황과 떨림을 가다듬은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무는 비록 비틀어졌어도 수직의 선은 반듯하다. 수직은 종(縱)이다. 그것은 하늘과 소통하는 본심의 선을 암시한다.넷째 연에서 목수의 도구와 마음의 세계가 만난다. 먹통은 현실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내면세계를 대변하는 마음의 도구인 것이다. 흔들림 없는 본심의 선과 일치되기까지 먹줄을 함부로 놓지 않는 목수의 모습은 프로정신을 넘어선 경지를 느끼게 한다.목수가 먹줄을 튕기듯 한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한결 바르게 변화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무수한 암유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먹통이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날마다 흔들리는 우리네 삶 속에서 먹줄은 중심을 찾아 추를 드리우고 있다. 눈을 감고 가만히 가늠해 보라. 세상이 아무리 비뚤어졌어도 본심의 추는 수직의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10점 중 10점
우연히 책을 접하고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두편 정도 읽고 말 생각이었지만
한편을 읽고 또 한편을 읽고 마지막 편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속에 잔잔히 남겨진 여운이 있어
리뷰까지 적게 되었다.
 
시인이라면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 그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개미의 모습에서도 우주 만물의 이치를 엿 볼수 있어야 하는 것이 시인이다.
 
"푸른기억"에서 시인은
주변 사소한 물건에서도 사소하지 않는 의미를 발견하고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예로 "수건"에서 물고문을 당해도 구정물을 토해낼뿐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다는 표현은
수건이라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에 창조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시인의 특유한 능력을 볼 수 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좋았던것은
기존 시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사물의 비유를 통한 참신한 표현들이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병훈님께서 시심을 잃지 않고 독자에게 감동과 여운을 주는 시를 많이 써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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