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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밀사와 연희의 성노동 이야기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6
밀사 , 연희 , 지승호 저자(글)
철수와영희 · 2015년 02월 14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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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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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들의 인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여섯 번째 시리즈『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으며 성노동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밀사와 연희를 만나 성노동과 성매내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성매매 이야기는 우리 사외에서 일어나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 성과 폭력, 다수자의 소수자에 대한 낙인 등과 관련된 주제로 이어진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성구매자와 성판매자는 모두 처벌의 대상이지만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하다. 성매매특별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성매매의 음지화를 부축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책을 통해 성매매와 성노동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해야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지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총서 (7)

작가정보

저자(글) 밀사

저자 밀사는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여성학을 전공하고 있다. 2010년 4월 19일 트위터 계정 개설을 계기로 사회의 부당함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0년 11월 한 달간 조건만남 후기를 ‘성노동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 게재하였고, 2011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성노동자 권리모임 GG의 활동가로서 성노동운동에 참여해왔다. 본디 가지고 있었던 정체성은 ‘글 쓰는 유미주의자’다. 그녀에게는 글을 쓰는 것이나 운동을 하는 것이나 아름다움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를 지닌 활동이다. 현재는 보다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성노동운동의 방법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저자(글) 연희

저자 연희는 2008년 겨울, 모던bar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게 되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는 룸살롱 및 룸 변종업소에서 일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는 쭉 안마, 휴게텔에서 일하는 중이다. 2011년 초에 성노동운동을 접하고 현재까지 성노동자 권리 운동을 하고 있다. 최고의 관심사는 성노동 비범죄화다.

저자(글) 지승호

저자 지승호는 인터뷰라는 장르 안에서 우리나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폭넓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삶에 관한 깊은 시선과 태도를 배우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신해철의 쾌변독설』,『닥치고 정치』,『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공범들의 도시』,『만화 세상을 그리다』,『서민의기생충 같은 이야기』,『이대로 가면 또 진다』,『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 등의 인터뷰집을 출간했다. 힘없이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지만, 희망의 싹은 아직 찾지 못했다. 커트 코베인처럼 ‘한꺼번에 타버리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렇게 한꺼번에 타버려 그 안에서 소중한 싹 하나 피워지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목차

  • 들어가는 말
    우리 시대의 성(性)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선 - 지승호
    성노동자의 권리운동을 지지해주세요 - 밀사

    1부. 밀사
    대자보를 쓴 이유
    ‘성노동’이라는 낯선 이름
    해외의 성노동운동
    실험과 가능성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성노동자를 지지한다-운동단체 GG
    성매매특별법에 관하여
    성노동자 인권모임이 할 일
    여성주의와 성노동
    성노동과 자본주의
    상처가 힘이 된다

    2부. 연희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우리는 창녀가 아니다
    ‘성노동’이라는 불편한 진실
    반목을 넘어 연대로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하는 이유
    성노동의 다양한 층위
    ‘텐프로’와 ‘스폰서’
    성노동은 죄가 아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일할 권리를

책 속으로

성노동자도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입니다

-모든 걸 상품화해서 거래하는 사회에서 왜 성노동만큼은 인정할 수 없는 걸까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돈과 힘을 가진 남자는 언제든 손쉽게 여성의 성을 살 수 있었습니다. 성매매금지가 법으로 제정된 이후에도 그런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상품으로서의 성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다만 이걸 ‘거래’로 인정하기 싫어한다는 거예요. 거래는 동등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럴 수 없다는 얘깁니다. 성(性)을 사는 사람은 있어도 파는 사람은 없는 사회, 그 속에서 성노동자는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세상에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어요. 성노동이 ‘노가다’보다 쉬울 수도 있고 사무실에 앉아 타이핑하는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비교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의미도 없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말하는 동기예요. 비난은 해야겠고 이유를 찾다 보니 ‘쉽다’는 생각을 한 거죠.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남자들이 보기에 여자들의 섹스는 쉬워 보입니다. 그저 ‘몸만 대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성노동은 육체노동과 감정노동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몸이 쉬울 수는 있어요(결코 그렇지 않지만),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힘듭니다. 때문에 질문 자체를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 왜 성노동이 다른 노동에 비해 쉽다고 생각하느냐? 하고 말이에요. 게다가 ‘쉬운 노동’이 나쁜 건가요? 누구나 쉽게 돈 벌고 싶어하잖아요. 왜 하필 성노동만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노동 관련 법제 및 정책에 대해 생각할 때 제가 세우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성노동을 특별 취급하지 말자는 겁니다. 성노동의 특별 취급은 성노동을 필요악이나 절대악으로 인식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성노동자 신상 등록, 국가가 포주 노릇을 하는 공창제, 특별 구역만의 합법화 등을 반대합니다. 성노동자들이 여타 노동자와 전혀 다를 바 없이 의무를 지고 권리를 누리는 방식이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형법이나 여타의 법률로도 성노동 관련 범죄를 충분히 다룰 수 있으므로 굳이 지금처럼 특별법을 만들어서 성노동자들의 상황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는 ‘차별금지법’과 같이,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홍보하는 취지의 법을 제정하는 것은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노동을 보통의 삶과 떼어놓고 보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가요? 길거리에서 스친 평범한 여학생, 마트에서 백화점에서 일하는 평범한 여성, 이들도 성노동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랑 친한 언니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일해요. 퇴근하고 저녁에 룸살롱에 나간단 말이에요. 낮에는 학교에 갔다가 밤에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사람들, 아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성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 성노동이란 이처럼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다는 걸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출판사 서평

성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보통 사람들인 ‘철수’와 ‘영희’를 위해 이야기꽃을 피우는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의 여섯 번째 권이다. 이 책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으며, 성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밀사와 연희를 만나 인터뷰한 성매매와 성노동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이들은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사회로부터 멸시당하고 창녀라고 낙인 지워지는 소수자이기에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획되었다. 이 책에 담긴 성매매와 관련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 성과 폭력, 다수자의 소수자에 대한 낙인 등과 관련한 주제로도 이어진다.
성매매를 둘러싼 논란의 기원은 아주 오래되었다. 갈등은 기본적으로 “역사상 가장 오랜 직업 중 하나인 매매춘을 과연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냐?”는 현실론과 “어떻게 돈을 주고 성을 살 수 있느냐?” 하는 원칙론 사이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성구매자와 성판매자 모두 처벌의 대상이지만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하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1년째가 되지만 성매매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성매매특별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처벌 강화는 성매매의 음지화를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발생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성매매과 성노동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해야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리를 성노동자라고 불러주세요

밀사와 연희는 이 책을 통해 성 판매를 다른 일반 노동처럼 노동력을 판매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노동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한다. 그래야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래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성노동자’로 불러달라고 강조한다. 성매매를 불법으로만 규정한다면 성매매는 사라지지도 않을뿐더러 성노동자들은 더 힘들고 어려운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밀사는 “착취당하는 성은 사라져야 하며 인간을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은 옳지만 어쩔 수 없이 성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당위가 무슨 소용일까요?”라고 말한다. 연희는 “성노동자는 피해자도 아니고 죄인도 아니라는 점, 열악한 현실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성노동자들이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한 인간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달라”고 말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매매, 혹은 성노동에 관련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3463736
발행(출시)일자 2015년 02월 14일
쪽수 120쪽
크기
128 * 205 * 7 mm / 188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Klover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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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03


‘사랑’을 모르거나 잊은 한국 사회
―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연희·밀사·지승호 글
 철수와영희 펴냄, 2015.2.14.


  ‘사랑’을 제대로 바라보는 사람이 무척 드문 오늘날입니다. 사랑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사랑을 제대로 모르기 일쑤인데, 오늘날 사람들은 나 스스로 사랑을 제대로 모르는 줄 생각조차 못 하기까지 합니다.

  한자말 ‘연애’는 사랑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영어 ‘섹스’는 사랑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대중노래나 연속극이나 영화에 으레 나오는 ‘사랑’ 가운데 사랑이라고 할 만한 숨결이나 넋이나 이야기는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시내와 사내 사이에서 마음이 끌리거나 살갗을 부비는 몸짓은 어느 한 가지도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사랑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는데, 사랑을 제대로 바라본 적 없으니 사랑을 알 턱이 없어서 사랑을 제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순 엉터리만 흐릅니다. 집에서는 아이와 어른 모두 바깥으로 나돌도록 내몹니다. 마을에서는 돈으로만 얽힌 사회 얼거리만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시험공부만 시키면서 대학바라기가 되고, 대학교에서는 취업바라기에다가 어설픈 놀음놀이만 판칩니다. 사회는 서로 피가 튀는 돈다툼이기 일쑤입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거나 드러내거나 함께하는 일이란 참말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 사회는 여성에게 정숙할 것을 요구하죠. 그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여성은 낙인찍고 추방하고요. 여성을 ‘성녀’ 혹은 ‘창녀’로 가르는 폭력적이고 이분법적인 시선이 이 사회에는 만연합니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서 자신이 ‘창녀’가 아니라는 것을, ‘창녀’와 다르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신은 ‘창녀’를 증오하고 경멸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어필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 내심은 그냥 그 운동이 싫은 거예요. 남성들의 기득권을 흔드는 여성주의 운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다 … 성노동은 여성 빈곤의 문제와도 닿아 있어요. 절대다수의 성노동자들에게 성노동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성노동자임을 알리라는 요구는 너무 가혹해요 ..  (13, 22쪽)


  마음이 끌리는 일은 ‘마음 끌리기’입니다. 눈이 맞는 일은 ‘눈 맞음’입니다. 마음이 끌리거나 눈이 맞는대서 사랑이 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살을 섞는대서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이성애나 동성애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랑은 아닙니다. 이성끼리 끌리거나 동성끼리 끌리는 모습일 뿐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끌릴 적에는 ‘좋아하다’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끌려서 그리로 내 마음과 몸이 가니까 ‘좋아하다’입니다. 어느 한쪽이 없으면 살맛이 안 난다거나, 어느 한쪽이 있으면 살맛이 난다고 하는 마음은 ‘좋아하다’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다’라는 마음일 적에는 어느 한 사람을 놓고 기쁘거나 싫거나 아쉽거나 즐겁거나 벅차거나 서운하고 안쓰럽거나 하는 뭇느낌이 불거집니다. 그저 ‘좋아할’ 뿐이니까요.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취미나 취향입니다. 이상형을 따지는 마음이란 ‘좋아하는’ 틀입니다. 어느 한 가지에 끌리자면, 내 마음에 들거나 끌리는 데가 있어야겠지요. 그러니까, 취미와 취향과 이상형 같은 모습을 살필 뿐인데, 이러한 모습이나 흐름을 섣불리 ‘사랑’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걸맞지 않습니다.


.. 성노동을 인정하게 되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성노동이 만연한 것입니다 …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돈과 힘을 가진 남자는 언제든 손쉽게 여성의 성을 살 수 있었습니다. 성매매금지가 법으로 제정된 이후에도 그런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 남자들이 보기에 여자들의 섹스는 ‘몸만 대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성노동은 육체노동과 감정노동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  (25, 27, 64쪽)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면 ‘좋다’입니다. 좋다는 마음과 함께 ‘싫다’는 마음도 있을 테지요. ‘좋다·싫다’는 뭇느낌(감정)이 아닙니다. 뭇느낌에 따라 좋거나 싫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어떤 느낌에 따라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드러나는 ‘좋다·싫다’입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든지 ‘좋은 사이’라든지 ‘좋은 동무’라든지 ‘좋은 이웃’처럼 말합니다.

  ‘좋아하는 나라’라 한다면, 그저 내 마음이 끌리는 나라를 가리키고, ‘좋은 나라’라 한다면, 내 마음이 끌리지 않더라도 살 만하다 싶은 나라를 가리킵니다.

  좋은 사람이라면, 이녁이 나한테는 내키지 않거나 못마땅하거나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얼마든지 동무로 사귑니다. 좋은 사람이니까요. 좋은 사람은 허물이 없습니다. 좋은 사람은 금을 긋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에는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리하여, 아주 많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마음이 끌리는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겠느냐, 아니면 마음이 안 끌려도 좋은 사람한테 가겠느냐, 이렇게 두 갈래이지요.

  어느 쪽으로 간대서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이 되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간다면, 나 스스로 눈먼 매달림일 테고, 좋은 사람한테 간다면, 내 느낌을 숨기거나 가리거나 감추는 셈일 테지요.


.. 성노동자라고 밝히면 성추행·성희롱에 바로 노출되더라고요. 운동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여성들은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그 앞에서는 섹스 이야기도 꺼리면서도 성노동자들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요 … 온라인 유흥가 사이트에서는 업소에 많이 다니고 후기를 올린 사람은 권력이 돼요. 구매자들이 그 사람의 글을 신뢰하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거예요 … 그분들 생각에 성노동 즉 성매매라는 것은 그 자체로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고 사라져야 할 악입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나는 그 일이 좋다. 자부심을 갖는다. 내 스스로 선택한 거고 앞으로도 계속하겠다’ 이렇게 말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거죠 ..  (78∼79, 83, 87쪽)


  우리는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서로 ‘그릴’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함께 있지 못한다면, 몹시 애가 타거나 괴롭거나 힘듭니다.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옆에 없으니 안절부절 못할 뿐 아니라 기운이 빠져요. 좋은 사람이 옆에 없으면 아쉽습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옆에 없다 해서 안절부절 못할 일은 없고, 기운이 빠질 일도 없습니다.

  ‘그리운 사람’은 옆에 있건 없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무리 먼 데 떨어졌어도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기에 다 괜찮습니다. 그리움은 엽서 한 장으로도 가슴을 부풀도록 하고, 그리움은 말 한 마디로도 기운이 샘솟도록 합니다. 그리움 하나에 기대어 서른 해나 쉰 해를 얼마든지 기다립니다. 그리움은 ‘때와 곳(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마음입니다. 서로 그릴 수 있기에 거룩하고, 서로 그릴 수 있으니 아름답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그리움도 사랑은 아닙니다. 그리움은 그리움이지요. 그리움을 놓고 사랑이라 말할 수 없어요. 그리고, 사랑을 놓고도 그리움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움은 거룩하거나 아름답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꼭 이만큼입니다.

  하나 더 헤아린다면, ‘좋아하다’가 ‘좋다’나 ‘그리다’보다 낮지 않습니다. ‘그리다’나 ‘좋다’가 ‘좋아하다’보다 높지 않습니다. 세 가지 마음은 높낮이가 아닙니다. 그저 마음 움직임일 뿐이고, 마음결일 뿐입니다.


.. 진보는 자신이 얼마나 양심적인지를 호소하는 인정투쟁에만 머물러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문제는 그런 식의 자기만족이 과연 진보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 이분법적인 대립관계 속에서 투쟁방향을 설정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뜻으로 커밍아웃을 했다고 해도 언론에서 진지하게 그 취지를 살려 줄까요? 일단은 ‘알리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알리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19, 40, 45쪽)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철수와영희,2015)라는 책을 읽습니다. 연희·밀사 두 사람이 지승호 님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성매매자’가 아닌 ‘성노동자’가 누구인지 밝히면서 말하는 책이고, ‘성노동’이란 무엇인지 드러내면서 다루는 책입니다. ‘성매매 심판’이 아니라 ‘성노동 바라보기’로 이끄는 책이요, 사랑과 꿈이 자라지 못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성노동을 하는 성노동자한테도 권리(노동권)가 있다는 대목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와 아울러, 제도권으로 똘똘 뭉친 여성운동과 진보운동 모두 어설픈 울타리에 갇혀서 삶과 동떨어진 모습을 찬찬히 드러내는 책입니다. 


.. 간파를 했어야죠. ‘아, 이걸 놓쳤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게 운동가로서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왜 저들이 나를 거부할까?’ 이런 생각 자체가 오만한 겁니다. 자기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성노동자들을 위한 법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성노동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잖아요. 있었다면 법을 그런 식으로 만들지는 않죠. 성매매특별법을 만들 때 법의 당사자인 성노동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의 성찰도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할 일인 거예요 ..  (48쪽)


  여성운동이나 진보운동이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성운동과 진보운동은 좋을 까닭도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한국 사회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도 학교교육만 받았을 뿐이기에, 사회와 삶과 사랑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요.

  학교에서 성교육은 시키지만, 그나마 허울뿐인 성교육입니다. 임신과 피임을 다루는 성교육이지만, 성추행이나 성폭력이나 성희롱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못합니다. 남성과 여성이 어떤 몸이고, 사람은 어떤 숨결이며, 목숨은 어떠한 빛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청소년이나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성교육은 과학(생물학) 언저리조차 못 닿습니다.

  여성운동을 하더라도 여성과 남성을 제대로 읽지 않습니다. 진보운동을 하더라도 사람과 사랑과 삶을 제대로 읽지 않습니다.

  여성운동을 하는 이들은 남녀평등을 외칠 테지만, 평등이란 무엇일까요. 가사분담이 평등일까요? 남자도 아이를 돌보도록 이끌어야 평등일까요? 그러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남자나 여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고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돌보고 하는 흐름을 제대로 배우기나 하는지요? 의무교육 열두 해에다가 대학교육 네 해를 받은 젊은이(여성·남성)는 아이를 낳을 만한 몸과 마음이 어느 만큼이라고 할 만할까요? 아이를 왜 낳고, 아이를 어떻게 낳는가를 알면서 살곶이(섹스)를 하는 젊은이인지요?

  사람은 왜 이 땅에 태어날까요. 사람은 이 땅에 태어나서 무엇을 할까요. 평화란 무엇이고 진보란 무엇인가요. 경제성장이나 경제개발은 진보가 아닙니다. 권리와 의무와 법률과 행정이 조금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진보가 아닙니다. 바보스럽거나 멍청한 권력이나 언론하고 맞서기에 진보가 아닙니다. 덜 바보스러운 사람이 진보일 수 없습니다. 조금 바보스럽든 많이 바보스럽든 모두 바보스러울 뿐입니다. 진보라 할 때에는, 스스로 제대로 삶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제대로 거듭날 줄 아는 숨결입니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사람이면서 진보를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랑’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읽지 못하며 알지 못하면서, 진보운동이나 여성운동을 하기에, 모두 삶과 동떨어지고 이웃과 어깨동무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 제가 처음에 집창촌에 있었는데, 그때 여성단체들이 자주 와서 반성매매 운동을 했었거든요. 그때는 그게 운동인지도 몰랐는데, 여자들 몇 명이 와서 과자 몇 개 주고, 머리끈도 주고 했습니다. 우리가 거지도 아닌데. 그러면서 이런 나쁜 일 하지 말고 업소에서 나와라, 자기들이 도와주겠다고 해요. 솔직히 불쾌했어요. 자기들이 내 인생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잖아요. 당장 일을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살겠어요 … 업주한테서 받은 선불금을 ‘마이킹’이라고 하거든요. 이게 큰돈인데 법적으로 무효라고 판결이 났다는 거예요. 하지만 아가씨들 입장에선 쉽게 소송을 못 걸죠. 업주나 일수쟁이들이 다 조폭 끼고 장사를 하는데, 후환이 두려운 겁니다 ..  (73, 78쪽)


  사랑이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하고, 제대로 헤아려야 하며, 슬기롭게 깨달아야 합니다. 사랑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마음 끌리기(좋아하다)’가 아닙니다. 사랑은 ‘싫고 좋음을 따지는 마음’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리워 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사랑은 거룩하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사랑은 늘 사랑 그대로입니다. 사랑은 너와 나를 잇습니다. 사랑은 너와 내가 하나로 되는 길로 나아갑니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는 삶을 밝힐 때에, 비로소 사랑으로 가는 길을 엽니다.

  사랑은 징검다리 구실을 합니다. 사랑은 이음고리 노릇을 합니다. 사랑은 너와 나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어, 서로 한마음인 줄 느끼도록 합니다. 사랑은 너와 나 사이에 아무런 울타리가 없음을 보여주면서 서로 한몸인 줄 알도록 합니다.

  넉넉하고 너그러우면서 넓은 ‘사랑’입니다. 따스하면서 포근하고 밝은 ‘사랑’입니다. 이리하여, 우리가 사랑일 적에는 아픈 곳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일 적에는 다치거나 슬픈 사람이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랑일 적에는 기쁨이나 즐거움도 없습니다. 사랑은 ‘뭇느낌(감정)’에 따라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쁨은 기쁨일 뿐이지, 사랑이 아닌 줄 알아야 합니다. 즐거움은 즐거움일 뿐, 사랑이 아니로구나 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이 될 때에는, 바야흐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으로 거듭날 적에는, 이제부터 삶다운 삶을 짓는 길에 한 발자국 들어섭니다.


.. 우선 불우한 환경에서 시작한 사례가 있어요.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다가 집을 나와 일을 시작한 사람이 있고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경우지요. 돈을 벌려고 시작한 분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언니는 20대 때 악착같이 일해서 모은 돈으로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면서 잘 지냅니다. 또 알바 삼아 잠깐 나오는 사람, 특히 학생들이 많아요. 학비나 자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잠깐씩 일하러 오는 경우지요 … 어쩔 수 없이 성노동을 택하는 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구조적인 문제잖아요. 그렇다면 빈곤해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죠. 그 사람들을 피해자로 낙인찍는다고 해서 해결이 되느냐는 거예요. 아무 대책도 없이 말입니다 … 성노동자는 피해자도 아니고 죄인도 아니라는 점, 열악한 현실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고 있는 성노동자들이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한 인간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  (98, 106, 118쪽)


  인문책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를 읽으려면,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을 사랑으로 가다듬지 못하면서 이 책을 펼친다면, 이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눈을 밝히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책 한 권을 읽어서 알고 느끼며 거듭나야 할 슬기는 ‘지식’이 아닙니다. 우리는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삶과 사랑과 사람을 알고 느끼면서, 새로운 숨결이 되는 슬기를 얻습니다.

  성노동이란 무엇일까요. 가사노동과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이란 무엇일까요. 더 높은 노동이 있을까요? 더 낮은 노동이 있을까요? 성노동자란 누구일까요. 공장노동자와 시골노동자와 사무직노동자란 누구일까요? 더 높은 노동자가 있을까요? 더 낮은 노동자가 있을까요?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가 가장 거룩할까요? 1급 공무원이 가장 높을까요?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이 가장 훌륭할까요? 청소부나 재벌그룹 우두머리가 가장 대단할까요?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없습니다. 거룩하거나 훌륭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람을 사람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삶 그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에, 우리는 사랑을 사랑 그대로 맞아들이면서, 내 삶을 내 손으로 짓는 길을 걷고, 내 삶을 내 손으로 지을 수 있을 때에, 서로 하나되는 넋으로 거듭납니다. 서로 하나로 어우러지는 숨결로 다시 태어납니다.

  사랑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사랑은 어디에서나 새롭습니다.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가눌 수 있는 사람은, 늘 웃고 노래하면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는 새로운 하루를 엽니다. 우리는 바로 이곳 지구별에서 사랑을 하려고 태어나고, 어른이 되며, 아이를 낳습니다. 4348.2.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청소년 인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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