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체인지(BIG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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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의 미국을 통해 50년 후의 미국을 바라본다!
이 책은 1952년 출간된「The Big Change」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는 20세기 전반세기 미국을 뒤흔든 ‘빅 체인지’를 3가지로 꼽았다. 자본주의 경제의 확립 및 확대로 요약되는 경제 구조의 변화, 정부 규모와 성격의 변화, 냉전 체제의 확립으로 등장한 안보와 경제정책을 결합시킨 외교 원칙이 그것이다.
정부 규모와 경제 구조의 변화, 외교 원칙 등 저자가 분석한 50년간의 중대한 변화들은 현대 미국의 특성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전문화된 대기업의 경영 체제, 확대되는 정부의 기능,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활동 등은 아직도 미국을 면모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물론 인종 문제와 같은 쟁점을 놓친 점도 있으나 그의 저서는 그 시기와 지금의 시기를 대조해 봄으로써 20세기 역사 전체를 하나의 흐름을 관망할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F.L. 알렌
20세기 미국의 문화ㆍ사회사학자 겸 편집자로, 『원더풀 아메리카Only Yesterday』(1932), 『Since Yesterday』(1940), 『The Big Change』(1952) 등의 저서에서 보여준 특유의 통찰력과 글솜씨로 이름이 높다. 하버드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1914년 잡지계에 입문, 《Atlantic Monthly》(1914~16), 《The Century》(1916~17), 《Harper's Magazine》(1923~1953) 등에서 편집자로 활약했다.
목차
- 저자 서문
20세기 미국의 역대 대통령
1부|구질서
1.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다
1900년 1월 1일 뉴욕의 아침| 뉴욕의 뒷골목 풍경|풍경 1. “저 말들 좀 봐!”| 풍경 2. “저 치마 좀 봐!” | 과묵과 억제의 윤리관| 서부 근교에 사는 어려움| 부자는 별장으로, 서민은 유원지로| 여름 별장에 이르는 머나먼 여정| 전기가 없다는 것이 어떤 건지| 목욕은 ‘주중 행사’| 그때는 무얼 보고 수다를 떨었지?| 부유층의 특권, 스포츠
2. 특권층의 호사스러움
카네기의 1900년 소득| 부자의 첫째 요건은 왕궁 같은 집 | 밴더빌트 가문의 대단한 호사 취향| 유럽식 궁전에 골동품이 넘치는 실내 | 진정한 제왕의 삶, J P 모건| 카네기의 향토 취향| 어마어마하지만 소박하게, 록펠러| 전설적인 부자들의 무도회| 누가 가장 멋지게 돈을 뿌리는가?| 1인당 500만원, 상류사회의 만찬| 상류사회의 ‘물 관리’| 신분 상승과 배제의 드라마| 국제결혼이 양산한 ‘미국 귀족’| 오늘날보다 여유 있었던 중산층| 아쉬운 대로 ‘지역 상류층’ 되기| 저임금이 제공한 풍요로운 삶
3. 그 길의 건너편
냉혹한 ‘임금 철칙’| 유럽 무산자들의 희망, 미국?| 대체 노동조합은 뭘 했길래…| 몇 가지 수치로 본 미국의 저편| 유럽인들이 목격한 최악의 가난| 지옥 풍경을 누그러뜨린 작은 즐거움들| 이 야만적인 물음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4. 과연 자본주의
19세기식 성공담의 죽음| 재벌들의 무일푼 경제학| 신성불가침의 경제법칙들|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된다는 교훈 | 자본주의의 본질, “내 것은 내 것”| 자산 운용가와 투기꾼의 차이| 최신 유행어는 ‘트러스트’| 자본주의의 새로운 화두, 합병과 지주회사| 고삐 풀린 자본가의 시대| 민주주의 위에 군림한 ‘자본의 황제’ JP 모건
5. 방관자 정부
작고 무능한 정부| 대통령보다 막강한 큰손| 부자들의 친구, 매킨리 대통령| 금권정치 전성기| 정부 안에 있던 ‘월 가의 하인들’ | 부패 낳은 정치적 무관심 혹은 무지| 관심도 없고, 배운 적도 없고
2부|변화의 계기
6.미국 양심의 혁명
루스벨트가 쏘아 올린 개혁의 신호탄| 문제는 경제가 아닌 윤리 | 10여 년간의 ‘양심 혁명’ |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혁신주의 바람| 노동자 VS 월 가, 개혁의 줄다리기| 너무 빨리 닥친 ‘개혁 피로증’ | 혁명보다 효율적인 ‘개선’ | 미국 양당 체제의 기원
7. 대량생산의 역학 구조
보통 사람을 위한 자동차| 포드의 위대한 실험, 대량생산 | 마르크스주의를 물 먹인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원리 | 경쟁-합병-생존, 산업 발전의 3단계 | 만인의 만인을 위한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 주목받지 못한 미래 산업의 씨앗들
8. 자동차 혁명
자동차, 미국을 접수하다| 도로와 신호등의 등장| 자동차 혁명이 일으킨 사회적?정신적 혁명
9.구질서의 늦더위
고상함에 넌너리 난 미국인들| 대중 스타와 스캔들을 소비하며| 청교도적 속박에 저항하라| 환멸과 반항이 꽃피운 예술 | 세일즈맨 전성시대| 못 말리는 주식 광풍| 잘못 찾아온 늦더위
10.대공황
흔들리는 월 가의 리더십 | 대공황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 시어도어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공통점| 뉴딜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미국이라는 ‘국가 공동 운명체’의 탄생
11. 마지못해 강대국
전쟁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 중립주의를 위협한 전쟁의 불길 | 날벼락 같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 | 어쩔 수 없는, 덤덤한 전쟁| 브레이크 풀린 미국의 생산력 | 더 빨리, 더 많이! 전시경제의 위력| 궁핍한 호황| 전쟁으로 돈을 번 사람과 못 번 사람 | 거대 정부의 등장 | 기쁨만큼 책임은 커지고| 얼떨떨한 민주국가의 수호자
12. 낡은 배가 움직이네
남부에서 북부로, 흑인들의 대이동 | 백인들의 자각 혹은 ‘도덕적 불편’ | 흑인 대중문화 스타들 | 흑인들의 경제적 운명 | 더디지만 분명한 변화
13. 빨리 더 빨리
20세기 중반의 과학 기술 혁명| 전쟁이 추동한 연구개발의 르네상스 |전기 제품이 일으킨 일상생활의 혁명 | 다양한 노동력 절감 장치들| 단순 노동자에서 ‘품질 관리자’로 | 1939년, 나일론 스타킹이 등장한 해
14. 더 많은 미국인, 더 오래 사는 미국인
전쟁이 출산율에 미친 영향| 결혼율과 이혼율의 동반 상승 | 평균 수명 49세에서 68세로| 171cm에 67kg, 미국의 평균치| 동에서 서로,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3부|새로운 미국
15. 전국적인 평준화
견고한 소득 불균형의 벽| 빈곤층의 추락 막은 사회 안전망 |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 | 존경받지 못한 부자들 | 접대비가 낳은 과대망상 |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사치품 | 집안일의 대중화 | 교육으로 대량생산된 똑같은 미국인들 | “이 상황에서 그레고리 펙이라면?” | 그래도 상류사회는 있다| 취향의 민주화 | 격식의 종말 | 편안함, 최고의 미덕
16. 회사, 새로운 스타일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본다는 것| 자본주의에서 주주의 역할| 자본주의? 경영주의! | 대기업을 견제하는 정부?노동조합?평판| 비즈니스가 전문직이라니!| 연구?책임감?정보 공유, 현대 기업의 3요소 |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 잘나가는 기업과 공익 활동의 연관성| 일상생활과 세계관까지 지배하는 회사| 파업이 지역 축제가 될 순 없을까?
17. 시대정신
미국 문화가 천박한가? | 교회에서 멀어지는 사람들 | 1940년대의 반전 혹은 반항 | 민주주의란 ‘부담스러운’ 이상 | 독자를 ‘잃어버린 세대’ | 잡지:점점 더 대중적으로| 책:싸구려와 고급 독서 시장의 공존| 미술:수집가와 애호가의 증가|음악:고전음악 전성시대 | 평준화가 이룬 기적, 문화대국 아메리카 | 확실성의 시대에서, 상시적 비상사태 시대로 | 빨갱이 때려잡기 대소동
18.무엇이 우리를 여기로 데려왔는가?
‘자본주의’를 대신할 단어를 찾습니다!| 성장 동력은 부의 재분배| 점점 커지는 중앙정부의 역할| 사회주의를 넘어선 자본주의| 미국의 ‘진보적’ 정체성
옮긴이 에필로그
여전히 진행 중인 ‘빅 체인지’
미국을 뒤흔든 3가지 ‘빅 체인지’| ‘빅 체인지’ 이후 50년| 못다 얘기한 ‘빅 체인지’| 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50년 전의 미국과 50년 후의 미국
전작 “원더풀 아메리카Only Yesterday”에서 특유의 탁월한 안목과 감각, 묘사력으로 1920년대 미국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 보였던 F. L. 알렌이 더 거시적인 시야로 20세기 전반세기 미국의 변화상을 짚어냈다.
이 책에서 알렌은 20세기 전반세기 미국을 뒤흔든 3가지 ‘빅 체인지’를 다음과 같이 꼽는다.
첫째, 자본주의경제의 확립 및 확대로 요약되는 경제 구조의 변화.
둘째, 정부 규모와 성격의 변화.
셋째, 냉전 체제의 확립으로 등장한 안보와 경제정책을 결합시킨 외교 원칙.
그렇다면 이 ‘빅 체인지’가 이후 현대 미국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소소한 이야기로 풀어낸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알렌은 전작인 “원더풀 아메리카”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시적 서사로부터 중차대한 사회문제를 이끌어내는 서술에 대단한 재주가 있다. 일상의 사소하고 작은 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그 시대를 상징하는 문제로 연결되는데, 그럴 때면 독자는 무릎을 치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렌의 마지막 저서인 “빅 체인지”는 “원더풀 아메리카”와는 다른 점이 엿보인다. “원더풀”이 공식적 역사학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거대한 흐름의 파악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빅 체인지”는 역사학 교재로 써도 좋을 만큼 공식 역사서로서의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전작보다 훨씬 풍부해진 인용과 적극적인 사료 이용이 두드러지고, 시대의 전후 관계를 설명하여 시대적 맥락과 변화를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런 요소가 알렌의 전매특허라 할 적절한 비유와 간결하고 명석한 문장과 어우러져, 무겁지 않되 효과적인 교과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럼 알렌이 어떻게 20세기의 ‘빅 체인지’를 실감나는 일화들로 설명해내는지 살펴보자.
*자본주의경제의 확립 및 확대로 요약되는 경제 구조의 변화
부잣집들의 거대한 저택이나 1인당 1,000달러에 달하는 상류층의 저녁 식사 같은 일은 이제 보기 힘든 일이 되었다. 경제적·문화적·소비적 측면에서 중산층을 상대로 민주화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 알렌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도시의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이 자기 수입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해 식사하는 모습은 1900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새로운 장면이었다.
자본주의경제는 20세기 초 반세기 동안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거대 기업들이 만들어진 시기가 이때이며, 기업 내부의 업무 구조와 경영 방식이 현재와 유사한 형태로 짜인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이전의 방식이 부자(富者) 가문의 주먹구구식 사적 경영에 가까웠다면, 20세기 중반의 자본주의는 전문화된 경영·세무·노동·유통·마케팅 등 세부 분야로 구성된 체계적인 방식을 취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이 변화가 책 전반에 묘사된 경제구조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알렌의 서술을 따라가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체계화된 부분이 경제였다는 것은 많은 역사가가 동의하는 바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경제가 변화한 뒤 정치도 변화를 추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의 현대화는 역시 전문가 집단인 공무원의 서열화, 즉 미국 정부의 관료화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경제에서 일어난 변화를 정치 부분에 차용한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정치가 경제를 따라 리모델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변화를 알렌이 잘 포착한 것이다.
* 정부 규모와 성격의 변화
1900년 당시 정부가 얼마나 작았는지, 정부의 기능과 권력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었는지 오늘날의 시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는 한 해에 대략 5억 달러의 예산을 썼는데, 이는 50년 뒤(심지어 한국전쟁 때문에 예산이 증가하기 전에도) 쓰게 되는 예산의 80분의 1 정도이다. 1900년의 연방 정부는 1950년 뉴욕 주가 쓴 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지출했다. …… 오랫동안 백악관 의전관장으로 재직한 ‘아이크’ 후버에 따르면, 그가 1890년대 초반 백악관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당시 백악관에 상주하던 관리 직원은 모두 열 명뿐이었고, 그중 네 명이 수위와 사환이었다.”
알렌이 감지한 두 번째 큰 변화는, 정부의 규모와 성격의 변화이다. “원더풀”에서는 거의 언급된 적이 없는 연방 정부의 모습이 이 책에는 자주 눈에 띄는 이유는 알렌에게 없던 관심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20세기 초반까지는 미국의 연방 정부가 대단한 기능이나 조직을 갖추지 않았을 뿐더러, 일반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미미했다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기능은 지방정부, 즉 주 정부와 시 정부에 맡겨져 있었고, 그 역시 대단한 규모는 아니었다. 일반인의 일상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복지제도나 사회제도는 아직 마련되기 이전의 일이다.
그러던 것이 혁신주의 개혁기에 정부의 공공 정책이 강화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연방 정부의 기능이 강화되고 규모가 확대된 것은, 대공황이라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뉴딜 정책을 마련하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 미국은 되도록 사적인 관계의 개선을 통해 문제의 해결을 추구했지만, 대공황은 그런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위기였다. 때문에 주택·금융시장, 농업 및 상공업 부문까지도 정부의 정책을 통해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중지가 모아졌다. 대개 뉴딜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개혁의 의의에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이것이 정부 규모를 얼마나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는지 지적하는 알렌의 시선은 참으로 예리하다.
이렇게 성장하기 시작한 연방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더욱더 힘을 키울 기회를 얻었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군사 부문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전투를 치러야 했던 이른바 총력전을 지휘하면서 정부의 규모와 기능은 더 발전했다. 전쟁으로 인해 경제 규모도 크게 성장했고, 그것을 정부 관리를 통해 조정하고 지휘하는 방식에도 익숙해졌다. 세계대전을 전후로 미국의 국제적 역할이 확대된 것도 정부의 규모를 키우고 기능을 다양화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 냉전 체제의 확립으로 등장한 안보와 경제정책을 결합시킨 외교 원칙
미국인 중에 유럽 개입주의자와 아시아 개입주의자는 있어도, 더 이상 진정한 고립주의자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외교정책에 대한 논란은 분분했어도, 미국이 비공산 세계를 수호하는 우두머리이자 재정적 원조자, 조언자라는 피할 수 없는 임무에 직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동의가 있었다. …… 너무나 새로웠기 때문에, 미국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에는 중국, 한국, 인도차이나, 이란, 이집트, 위기에 직면한 그 밖의 나라를 잘 아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했다. 외교정책 문제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미국인은 정부의 해외 선전 활동에 얽히는 것을 천성적으로 불쾌하게 여겼다. 그러니 갑자기 부여된 지휘관 역할에 정서적으로 얼떨떨할 수밖에.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지못한 강대국이었다.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의 의미는, 공황을 종식시키고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대공황으로 암울해 보였던 자본주의의 앞날은 전쟁을 기점으로 다시 화창하게 열렸다. 그리고 냉전은 바로 그 상태를 유지하게 해 주는 기제로 작동했다. 미국은 전후 “미국을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든다”는 의지로, 안보와 경제정책을 결합시킨 외교 원칙을 발전시켰다. 공산주의 확산을 차단하고자 국방비를 크게 늘리고 개입주의 정책을 펼친 ‘트루먼 독트린’과, 그러한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동반자로서 유럽 국가들의 부흥 및 안정화 정책을 추구한 ‘마셜 플랜’은 서로 짝을 이룬 정책이었다. 따라서 냉전 체제의 확립이란 미국의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이, 그리고 국방 정책과 경제정책이 서로 맞물려 추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야말로 대공황이나 세계대전의 재림을 막는 길이라 믿어졌다. 바로 그렇게 냉전과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가 열렸음을 알렌은 정확히 간파했다.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역사의 데자뷰
이러한 미국의 ‘빅 체인지’가 중요한 까닭은 이 시기에 형성된 미국의 모습이 20세기의 나머지 반세기를 거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렌이 숨 가쁘게 분석한 50년간의 중대한 변화들은 고스란히 현대 미국의 특성을 구성하고 있다. 전문화된 대기업의 경영 체제, 확대되는 정부의 기능,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의 활동 등이 특히 그러하다. 알렌이 증언한 것은 단지 1900~1950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20세기 전체, 더 나아가 미국의 오늘날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변화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알렌이 묘사한 20세기 전반기의 중대 사건들은 20년 후, 40년 후, 50년 후 미국의 현대사와 절묘하게 겹쳐지며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역사의 데자뷰’를 경험하게 한다.
1929년 10월 24일 아침, 미국 번영의 탑이라는 구조물에 큰 금이 가면서 쩍 벌어졌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주가가 여러 날 동안,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주가는 걷잡을 수 없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 1932년에서 1933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회복이 눈앞에 다다른 듯 보였던 바로 그때, 미국 은행 체제가 혼란에 빠졌다. 금융부흥공사라는 해법도 소용없었다. 이 결과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놀라운 우연의 일치 중 하나였다. 1933년 3월 4일, 후버가 백악관을 떠나고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입성했던 바로 그날, 미국의 은행 체제는 완전히 멈추었다.
대공황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1|대공황은 그 쇠락의 비율과 기간에서 끔찍한 수준이었다. 1932년 중반, 즉 1929년의 추락 이후 2년 반 이상이 지났을 때, 미국 산업은 전체적으로 1929년 최고조였을 때의 절반도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다. 1932년 한 해 동안, 임금으로 나간 총액은 1929년보다 60퍼센트나 적었다. 총 배당금은 57퍼센트가 줄었다. 그해에 1,2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해고되었다. 특히 산업도시의 실직자 비율은 엄청났다. 이 대공황은 묘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었다.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면 이전보다 거리에 나온 사람 수가 줄었다거나 빈 가게가 많다거나, 거지와 구걸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게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가만히 앉아서 온기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2|1929년의 대공황은 전 세계적인 붕괴의 일부였다. 기민한 [현대 경제학의 거장] 칼 폴라니는 이 붕괴를 19세기에 확립된 시장경제의 붕괴로 파악했다.
3|대공황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면적으로 여생 동안 계속되는 상처를 남겼다. 그들 자신 또는 그들의 친구가 일자리를 잃었고, 출세가 좌절되는 것을 목격했고, 생활 방식 전체가 바뀌어야 했고,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나쁜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공포에 시달렸고, 많은 경우 실제로 배고픔에 괴로워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에게 닥친 일은 너무나도 어이없어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잘하거나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행운으로 보답받을 거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무기력한 사람은 물론이고 활동적인 사람에게도, 무능한 사람과 함께 유능한 사람에게도, 무책임한 사람과 함께 덕망 있는 사람에게도 닥친 실패와 좌절, 가난만이 남았다. 그들의 이해를 넘어서며, 원인도 정의도 없이 형성된 것이 분명한 복잡한 양상 속에 수많은 타인과 자신의 운명이 맞물려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4|대공황은 월 가를 지도적 위치에서 끌어내렸다. 그 자리는 19세기 말 성취된 것으로, 월 가는 피어폰트 모건 개인의 지휘 아래로 통합 정리되었으며, 1913년 그가 사망한 이후로는 제도화되었다. 1929년 대은행가들은 공황을 중지시키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 하강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드러난 금융가들의 무능력, 그들이 갖고 있던 경제적 신념에 대한 자신감 상실, 은행 금융 시스템 자체의 몰락 등 모든 것이 그들의 무력함을 광고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1933년 이후로 그들이 갖고 있던 권력의 일부는 이전까지 은행가를 경외하던 대기업 간부들에게 넘어갔고, 많은 부분은 이제 국가의 정치적 수도일 뿐 아니라 경제 수도가 된 워싱턴으로 넘어갔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자연이 진공상태를 싫어하기 때문이리라.
5|불황은 사업가의 위신을 급격하게 깎아내렸다. 가장 심한 피해자는 존경의 대상에서 대중의 조롱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한 은행가와 브로커들이었다. 이들에 대한 불신은, 의회의 연이은 조사로 금융 사기에 관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훨씬 심해졌다. 대체로 회사 간부들에 대한 대중의 존중감도 심각하게 침몰하여,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몰락 속에 양심적이고 공공심 있는 기업가들도 탐욕스런 이들과 함께 괴로움을 겪었다.
뉴딜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뉴딜 정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 경제의 본질을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여기서 잠시 뉴딜 정책이 일으키고 풀어 놓은 몇 가지 변화와 새로운 힘을 살펴보자.
1|뉴딜 정책은 미국에서 행해졌던 경제 게임의 여러 규칙을 고쳐 썼다. 예를 들어, 1920년대에 금융 면에서 일어난 어리석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시중 은행을 증권 사업에서 분리시켰고, 관련 내용에 대한 철저한 정보 공개 없이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증권 거래상의 주가 조작을 규제했으며, 거래소를 단속할 연방 정보기관을 세웠고, 공익사업 분야의 불합리한 지주회사 구조를 해체했다. 새로운 규칙서가 나왔을 뿐 아니라, 연방 정부는 여러 면에서 그 규칙을 강화하고 해석하는 중재자로 자리를 옮겼다.
2|뉴딜 정책은 약자의 보호자로서 경제 게임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 과거 시대의 게임 규칙이 작용하여 수요공급의 법칙이 미국 농부에게 타격을 줄 것 같으면 뉴딜 정책이 개입하여 농부가 받아야 할 가격을 보장해 주었다. 마찬가지로, 뉴딜 정책은 전직 대통령 후버가 세운 금융부흥공사를 통해서 병든 기업을 지속적으로 도왔고, 파산 지경에 이른 회사가 망하는 것을 막는 활동에 나섰으며, 융자 할부금을 대신 내 주며 농장주와 주택 소유자들을 원조했다. 새로운 주택 건설회사 설립에 필요한 출자를 승인했고, 은행 예금을 보장해 주었으며,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실업자와 노인을 일정 정도 도와주었다.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및 노동시간법에 서명하기도 했다.
3|뉴딜 정책은 댐ㆍ다리ㆍ공원도로ㆍ유원지 등을 대규모로 건설하고, 심지어 구호받는 사람들까지도 사기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고안된 온갖 종류의 사업체에서 일하도록 투입하여 고용을 자극하는 의욕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4|뉴딜 정책으로 노조에는 파란불이 들어왔다. 노조 조직을 허가하는 것이 분명하고 명백해지자,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들이 쇄도했다. 그리하여 1933년 300만에도 못 미치던 미국 내 노조원의 수는, 1930년대가 끝날 무렵 거의 900만으로 급증했다.
5|뉴딜 정책은 국가 경제를 전체로서 다루려고 노력했다. 이 정책은 금본위제의 자동적인 작동을 폐기하고, 관리통화에 가까운 무언가를 도입했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예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적자 지출’이라는 케인스적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이는 아주 낙관적인 개념으로, 상황이 나쁜 시절의 적자가 좋은 시절의 흑자로 메워져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아이디어이다. 그러한 꿈에 내재하는 위험이 무엇이건 간에 그 개념은 꽤 견고하게 확립되어, 이제 경제가 지속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지출과 국고 관리를 담당하는 워싱턴 당국의 책임이 되었다.
알렌이 50년 후 미국을 봤다면?
이러한 ‘빅 체인지’ 이후로도 미국은 변화를 거듭했다. 그 가운데 혹시 알렌이 살아서 2000년을 봤다면, 1950년의 시점에서 1900년과 비교하면서 엄청난 변화라며 놀라워한 1950년과 다른 어떤 깜짝 놀랄 만한 변화가 있을까? 이 예민한 지식인도 미처 감지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
알렌이 이 책을 쓴 1950년대는 그야말로 미국의 국력과 자신감, 그리고 희망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이런 배경을 반영하듯이 알렌은 미국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무척이나 낙관적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체제 내에서의 개혁이 추진된 결과,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확신했다. 경제적으로나 문화, 소비의 측면에서나 민주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알렌은 시장주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공황을 끝낸 것은 물론 전쟁이었지만, 어쨌거나 전쟁 덕에 생산과 구매력이 모두 증진되었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이다. ‘왜 꼭 전쟁을 거쳐서 경제가 회복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알렌은 던지지 않는다. 그는 1950년대의 상황을 일종의 ‘문제 해결’로 보았고, 앞으로 다시 대공황만큼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렌이 조망한 ‘큰 변화’가 미국 현대사의 모든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장점과 단점, 즉 알렌이 감지한 것과 놓친 것은 그 자체로 학습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은 바로 1950년대의 예민한 미국 지식인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 시대의 특성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책이 다룬 이후의 시대를 대조해 봄으로써 20세기 역사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관망할 수 있다.
알렌이 못다 한 이야기, ‘인종 문제’
만일 이 책이 2000년의 시점에서 1900년부터 2000년까지 지난 100년간을 돌아보는 역사책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혹시 알렌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인종 문제라고 파악하지 않았을까? 미국 인구의 15퍼센트 미만을 차지하는 흑인 문제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인종은 그야말로 “바로 그 문제”이다. 국가의 기능, 시민의 권리, 미국의 가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차별이 폐지되었지만 의식적·무의식적 차원에서 실존하는 편견과 차별을 부인하는 사람도 없다. 240여 년에 걸친 노예화, 그리고 해방 후 14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스스로 초래한 모순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진심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그의 당선이 인종차별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까? 그가 추구하는 ‘변화’가 미국사에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 물론 이에 대한 의견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의 후보 지명만으로도 이미 역사에 길이 남을 분기점을 지났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알렌이 이 사건을 목도했다면 1952년에 썼던 서문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염세주의자들의 통곡에도 불구하고 진보의 세기에 살고 있으며, 험악한 국제무대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3부, 1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구질서’로 장장 5장에 걸쳐 19세기 말부터 1900년쯤까지 미국 사회의 여러 면을 설명해 준다. 말하자면 좀 긴 서론 격으로, 이전 시기의 모습을 자세하게 서술한다.
2부는 ‘변화의 계기’로서,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는 1900년부터 1950년쯤까지 미국 사회의 변화상을 본격적으로 설명한다. 혁신주의, 대량생산 체제, 자동차의 보급, 주식시장과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등 중요 사건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미국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3부의 4개 장은 변화의 결과 생성된 ‘새로운 미국’의 면모를 다룬다. 여기서는 이제 완전히 정착되어 현대 미국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새로운 체제와 문화를 설명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92151214 |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10월 10일 | ||
쪽수 | 453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he)Big Change: America Transforms Itself 1900-1950/Allen, Frederick Lew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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