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작가 이여천李如天은 1955년 중국 길림성 해룡현에서 태어나 정통 한국인 학교인 중앙민족학원을 졸업했다. 한글로 작품 활동을 하는 유일한 해외동포 작가군인 연변작가의 대표주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재외 작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현대적 감각이 살아 있는 우리말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독특한 역사 인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시각의 글쓰기를 보여 주고 있다.
저서로 소설집 《나와 나》, 《울고 울어도》 등이 있으며, 장편번역소설로 《야생화》 등이 있다. <2월 30일 그날>, <식당 마누라>, <황혼의 색깔> 등의 작품이 중국 문단에서 크게 주목을 받으며 여러 개의 대형 문학상을 수상했고, 《비온 뒤 무지개》로 2004년 제6회 재외동포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중국연변작가협회 이사로 재임 중이며,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우리말로 씌어지는 한민족 문학잡지 《장백산》의 부주간을 맡고 있다.
목차
- 4장 등잔 밑의 빛과 그늘
현종은 양귀비의 포로가 되다
이백, 황제를 만나다
음중팔선가는 흐르고
양귀비의 힘
5장 봄은 왔으되 남의 봄이런가
봄날의 꽃과 그늘
하지장, 장안을 떠나다
이백, 양귀비를 노래하다
관직에 오르다
6장 깊어가는 음모와 탐욕의 밤
잔신 안녹산의 등장
절망 속으로 한 걸음
애욕의 밤
어둠과 희망의 저편
적선인의 귀향
시성 두보를 만나다
7장 밤에 뜨는 달
양귀비, 죽다
반전 또 반전
대붕새는 어디로 갔을까
해설
책 속으로
-1권, 39-40쪽
현종은 수왕을 수만 리 밖으로 보내는 칙서를 내렸다. 마음이 흡족해진 현종은 미소를 지으며 목상 앞에 놓인 상소들에눈길을 주었다. 무심코 꺼내 든 것은 오균吳筠이 이백李白을 추천하는 문서였다. 추천서 뒤에는 이백의시와 문장들이 동봉되어 있었다. 현종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하! 이백이라는 자의 시와 문장이 실로 대단하다. 그대는 이백이라는 자를 아는가?”
고력사가 현종의 난데없는 질문에 당황하여 고개를 조아렸다.
“소신의 면면面面이 일천하여 알지 못하나이다.”
“이 자를 만나 보아야겠다. 조서를 내려 보내고 말 네 필과 마차를 보내 입궁시키도록 하라.”
고력사는 현종이 전례 없이 들어 본 적도 없는 이백이라는 자를 입궁시키라는 명을 내린 것이 다소 의아했다. 시골에 처박혀 사는 백면서생을 데려다가 무슨 곤욕을 치르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일이 수월하게 풀리기 시작하자 황제가 인심을 쓰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2권, 35-36쪽
화번서를 펼쳐 들고 읽어 내려가던 현종이 어안을 탕 치면서 벌떡 일어섰다. 이백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하지장은 가슴이 떨려 견딜 수 없었던 듯 다시 한 번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과연 훌륭하오! 대당제국의 기백을 그대로 보여 주었소. 참으로 훌륭한 문장이로다. 참으로 훌륭한 인재로다!”
현종이 이림보를 시켜 화번서를 토번국의 사절에게 넘겨주게 했다. 토번국의 사절은 화번서를 보고 나서 무릎을 꿇었다.
“폐하, 이 문장은 때로는천군만마가 달리는 황하 같고, 때로는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오르는 붕새 같고, 때로는 자유로이 꼬리 흔들며 노니는 금붕어 같사옵니다. 천하제일의 문장이라고 사료되옵니다. 대당제국에 이런 인재가 있사오니 천하가 폐하의 발아래 순종할 것입니다.”
-2권, 267-268쪽
양귀비가 밖으로 나서자 병사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말로만 듣던 경국지색을 눈으로 확인한 병사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양귀비는 속으로 이백이 지은 <청평조>를 읊기 시작했다.
구름은 옷 같고 모란꽃은 얼굴을 닮았어라 雲想衣裳花想容
춘풍은 난간 스치고 이슬 맺힌 요염한 꽃이여 春風拂檻露華濃
군옥산 꼭대기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若非群玉山頭見
필시 달 밝은 요대에서 만났으리라 會向瑤台月下逢
양귀비는 천천히 불당 뒤켠의 배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현종이 거처하고 있는 역관을 향해 세 번 절을 했다. 절을 하는 동안 입속에서 맴돌던 <청평조>가 양귀비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녀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걸렸다.
나뭇가지에 꽃이슬이 향기롭게 맺혀 있네 一枝紅豔露凝香
무산의 구름비가 애절타 어이 하리 雲雨巫山枉斷腸
한 나라 궁중 그 누가 닮았으랴 借問漢宮誰得似
가련한 조비연이 새 단장하고 나타났구나 可憐飛燕倚新妝
-2권, 294-296쪽
이백은 눈을 감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물이 맺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날을 떠올렸다. “한림원 학사가 되셨나이다. 소녀가 도왔나이다. 이제 그만 한을 푸소서.”
가련한 여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귓가를 감미롭게 적셨다. ......
이백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걸렸다. 귀뿌리까지 눈물이 흘러내렸다. 달이 곱게 눈웃음을쳤다. 이백은 힘껏 달을 끌어안았다.
깜박 잠들었던 뱃사공이 깨어나 보니 이백은 온데간데없고 뱃머리에 종이 한 장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이백이 마지막으로 남긴 <임로가(臨路歌)>였다.
대붕새 날아 천하를 떨치고 大鵬飛兮振八裔
힘겨워 날갯죽지 중천에서 꺾였네 中天摧兮力不濟
그 바람이 온 세상 쓸어가고 餘風激兮萬世
부상에서 놀다가 옷소매 걸렸네 遊扶桑兮掛石袂
후세 사람 이를 전하겠지만 後人得之傳此
공자가 죽었다고 누가 눈물 흘리나 仲尼亡兮誰爲出涕
출판사 서평
《황제폐하, 소신은 취했나이다》는 연변작가가 한글로 쓴 역사소설이다. 작가 이여천은 고증과 해석이라는 이중전략을 구사하면서 당시(唐詩)를 소개하는 한편 이백과 양귀비의 이중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존하는 이백의 시 1,100수에서 대표적인 당시가 소개되고 있으며, 시기와 의미에 맞는 한시들을 가려 뽑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황제폐하, 소신은 취했나이다》는 작가가 중국인이자 조선족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에 시달리는 연변작가이면서도 한글로 쓴 역사소설이며, 당시(唐詩)와 한국 소설이라는 접목양상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더구나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사랑의 방정식을 매우 지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세상의 유명 작가들은 현대소설의 다양한 문학 장치와 기법들을 원숙하게 활용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 성공의 비결을 가만 살펴보면 두 가지다. 작가 자신을 비롯한 민족의 ‘실존에 대한 깊은 고뇌’와 ‘현대적인 소설기법’의 수용과 결합에 있다. 부연하거니와 한글로 쓴 중국발 팩션 《황제폐하, 소신은 취했나이다》가 낯설게만 느껴졌던 중국 조선족 작가의 가능성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출판계의 화두로 자리 잡은 팩션(Faction)은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함으로써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장점인 역사성과 오락성을 함께 구현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황제폐하, 소신은 취했나이다》는 치밀하고 난이도 높은 구성과 과도하지는 않지만 팩션의 장점도 갖춘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기본정보
ISBN | 9788992091060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07월 18일 |
쪽수 | 310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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