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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어느 소년병의 기억
이스마엘 베아 저자(글) · 김재경 번역
아고라 · 2021년 08월 30일
10.0
10점 중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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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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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난민, 살인병기, 그러나 소년
소년병 출신 인권운동가 이스마엘 베아가 쓴
21세기 최고의 전쟁 논픽션
《뉴욕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 1위
세계 37개 국에 번역 출간된 스테디셀러
피와 눈물로 쓴 소년 병사의 비망록

“첫 살인 이후로 내 마음은 철컥 문을 닫았”으며 “사람을 죽이는 일이 물 마시는 것만큼 쉬웠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살육을 일삼아야 했던 소년병 출신 인권운동가 이스마엘 베아의 책 『집으로 가는 길』이 새로운 번역으로 출판되었다. 2007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34주 연속 《뉴욕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오랜 세월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며 ‘21세기 전쟁 논픽션의 고전’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랩과 춤을 좋아하는 개구쟁이였던 저자 이스마엘 베아의 유년 시절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은 시에라리온 내전이었다. 장기자랑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웃마을로 놀러 갔던 소년은 갑자기 들이닥친 전쟁 때문에 영영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고, 총알을 피해 도망치게 된다. 이 책은 순수했던 소년의 영혼이 전쟁으로 인해 어떻게 파괴되어갔는지, 그리고 또다시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었는지, 그 참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열두 살에 가족을 잃고 열세 살에 사람 죽이는 법을 배웠던 저자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보낸 10대 시절의 기억을 진솔하고 생생하게 고백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잔혹한 폭력도 막지 못한 인간애와 삶의 의지,
그리고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저자 이스마엘 베아의 조국인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와 철광석 등 지하자원이 풍부해서 ‘다이아몬드의 나라’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리고 그 다이아몬드 탄광을 차지하기 위한 ‘내전의 나라’이기도 하다. 영국이 자신들의 노예를 정착시켜 만든 나라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오랜 식민지 역사와 분열, 이권 다툼과 정치 부패는 10년 넘게 지속된 시에라리온 내전으로 이어졌다. 그 속에서 어린아이들은 무자비한 전쟁이 파멸시키기에 가장 손쉬운 존재여서, 남자아이들은 소년병으로, 여자아이들은 강간의 대상으로 전락해야 했다. 저자 역시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던 끝에 결국 소년병이 되고, 유니세프에 의해 구출되기 전까지 매일 마약에 취한 채 학살을 일삼았다.
그러나 이 책은 소년병 이스마엘의 전투 경험이나 살육을 기록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았다. 대신 살아남기 위해, 전쟁이 앗아가버린 ‘집’으로 가기 위해 분투하는 소년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 피어난 우정과 인간애를 보여준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버리지 않은 한 인간의 로드무비이자 성장과정이기도 한 이 책은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한다.
달과 같이 만인에게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소년이 전쟁통에 허기에 시달리다 음식을 훔치고, 다음에는 양심의 가책을 잃고, 더 다음에는 복수심에 찬 병사가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린 소년병이 무슨 일을 저질렀든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빈곤, 학대, 사회의 부조리나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 주위의 또 다른 ‘소년’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소년들과 상처 입은 모든 영혼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희망, 평화의 메시지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스마엘 베아

Ishmael Beah
1980년에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났다. 랩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소년이었던 베아는 1991년 발발한 시에라리온 내전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반군인 혁명연합전선이 베아의 고향 모그브웨모를 급습한 후, 그는 가족과 헤어져 피난길에 오른다. 총알을 피해 도망치던 끝에 결국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소년병이 되고, 10대의 어린 날들을 복수심과 피로 물들이며 보낸다. 매일 마약에 취한 채 물 마시는 것처럼 쉽게 사람을 죽이던 ‘전쟁 기계’ 이스마엘 베아는 몇 년 후 유니세프에 의해 구출되었다. 마약과 전쟁에 대한 끔찍한 기억, 공포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는 재활치료를 받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함으로써 ‘아이들은 누구나 역경과 고통을 이겨낼 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1998년에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에 있는 유엔국제학교에서 고교 과정을 마쳤으며, 2004년에 오벌린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국제인권감시기구 아동인권분과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엔, 미국외교관계위원회, 해병대전쟁연구소의 신흥위협기회연구센터(CETO) 등 수많은 비정부기구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 관해 증언했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스마엘베아재단은 소년병 출신인 아이들이 사회에 다시 적응하고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책 『집으로 가는 길』은 평범한 어린아이였던 이스마엘 베아가 살육을 일삼는 소년병이 되기까지 전쟁이 그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했는지와 그가 인권활동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참혹하면서도 감동적인 여정을 담은 회고록이며, 그의 다른 책으로는 『내일의 빛Radiance of Tomorrow』과 『작은 가족Little Family』이 있다.

번역 김재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텍스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매달, 무조건 돈이 남는 예산의 기술』,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 『포스트 트루스』,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공역), 『2050 거주불능 지구』, 『하드코어 히스토리』, 『광장의 오염』이 있다.

목차

  • 추천사

    뉴욕 시,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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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기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추천사

  • 이 책은 돈과 약품만 있으면 예방할 수 있는 병으로 죽거나 고아가 된 수백만 명, 총을 들고 전쟁에 참여해야 했던 수십만 명의 아프리카 아이들이 눈과 목소리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잊을 수 없는 증언이다. 그 목소리를 들어보라! 열두 살에 가족과 헤어져 열세 살에 사람 죽이는 법을 배웠던 소년이, 어떻게 이렇게 절절한 가족애와 사지에서 나눈 우정, 소리 없는 공포를 자기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가슴이 미어지는 책이다.

  • 엄밀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솔직한 베아의 진솔함은 아이들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역경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증거다.

  • 베아는 재능이 아주 뛰어난 작가다. …… 그의 회고록을 읽어보면 그 이야기에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치러야 할 대가가 크기는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 이 호소력 짙은 이야기는 …… 전쟁의 참상 속으로 납치당한 아이의 삶과 정신을 어떤 기록물보다도 생생하게 드러낸다. …… 문학적 재능을 가진 청년에 의해 명료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쓰인 이 회고록은 전쟁은 물론 지금도 전세계의 소년병들이 겪고 있는 곤경을 직접 겪어낸 전쟁 기록의 고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비통하면서도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 이스마엘 베아의 놀라운 모험담은 순박한 인간이 선한 일과 용감한 일은 물론 극도로 잔혹한 일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숨을 죽이게 될 것이다.

  •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전쟁 이야기 중 하나. 이스마엘 베아는 전쟁이라는 혼돈 속에서 살아나왔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장 감명적인 방식으로 기록한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위험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전쟁 중의 폭력을 현실적이면서도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방식으로 묘사한 …… 이 책의 강점은 상황만 갖추어진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인간이든 가장 극악무도한 짓마저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 전쟁이 인간에게 초래하는 결과를, 전쟁의 참혹하고 비인간적인 대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스마엘 베아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보기 바란다.

  • 베아는 자신이 세상에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늘 사람들에게 말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아이들은 역경을 극복할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고.’ 물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베아는 이를 일인칭으로 말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책은 더욱 매력적으로 읽힌다.

  • 베아의 회고록은 잔혹하고 타락한 행위를 지독할 만큼 끔찍하게 묘사한다. 그럼에도 베아의 뛰어난 문장력,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 디테일을 살리는 재능은 독자가 불필요하게 폭력에 심취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 이 전쟁 회고록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책 속으로

어른들은 이 전쟁이 국민을 부패한 정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혁명전쟁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대체 어떤 해방운동이 무고한 시민들과 아이들과 그 어린 여자 아기마저 총으로 쏜다는 말인가? 그런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ㅡ26쪽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해주시곤 했다. “네가 살아있는 한 더 나은 날이 오리라는, 더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희망이 있는 거란다. 인간은 자기 운명에 더 이상 좋은 일이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비로소 죽는 거야.” 길을 가는 내내 아빠 말씀을 생각했다. 그 덕분에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할 때조차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아빠가 해주신 말씀은 내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ㅡ93쪽

창과 도끼로 무장한 사내들에게 또다시 공격을 받은 어느 날 저녁에 사이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주마와 모리바와 무사는 우리가 발견한 집의 베란다에서 자고 있었다. 나와 알하지, 카네이, 사이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조용히 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이두의 거친 숨소리 덕분에 침묵이 그나마 덜 어색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사이두가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에 씌기라도 한 것처럼 아주 굵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완전히 안전해질 때까지 몇 번이나 더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는 걸까?”
우리 셋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몇 분 후 사이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덤벼들 때마다 난 가만히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려.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죽음을 맞닥뜨릴 때마다 내 일부분이 죽어 없어지는 느낌이야. 머지않아 내 전부가 죽어버리고 빈 몸뚱이만이 너희들과 함께 걸어다니겠지.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말이 없을 거야.”
ㅡ119~120쪽

적어도 스무 명 이상 될 듯한 사람들이 땅바닥에 코를 박고 한 줄로 엎드려 있었다. 그들의 몸에 난 총알구멍에서는 여전히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저마다의 몸에서 쏟아져나온 핏줄기는 시체들의 몸 아래로 흘러 땅바닥을 타고 흐르면서 하나로 합쳐졌다. 가세무 아저씨가 시체를 하나씩 뒤집으면서 점점 더 큰 소리로 흐느꼈다. 몇몇 시신은 죽을 때 모습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뒤에서 총알이 날아와 박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이 느꼈을 공포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ㅡ161~162쪽

우리는 근처 바나나 농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총검으로 바나나 나무를 찌르는 연습을 했다. 하사가 소리쳤다. “바나나 나무를 적이라고 상상해라. 너희 부모님을 죽이고 너희 가족을 죽이고 너희에게 온갖 불행을 가져다준 반군 놈들이라고 생각해.” 그가 뒤이어 물었다. “너희는 가족을 죽인 원수 놈을 고작 그 따위로 찌를 거냐?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하사가 총검을 꺼내 기합을 넣으면서 바나나 나무를 찌르기 시작했다. “우선 배, 그 다음 목, 그 다음 심장을 찌른다. 심장은 도려내서 그 놈들이 직접 보게 한다. 그러고 나서 눈알을 뽑아버리는 거지. 기억해라. 녀석들은 너희 부모님을 훨씬 더 잔인하게 죽였을 거야. 자, 다시 시작.”
ㅡ193쪽

우리는 친구들의 시신에서 총과 탄약을 챙겼다. 시신은 숲에 내버려두었다. 숲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 같아서, 망자의 몸을 떠난 영혼을 품속에 가두어놓은 듯했다. 나뭇가지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인 채 망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것 같았다. (중략)
이제 나는 생명이 떠나간 몸뚱이들을 봐도 겁이 나지 않았다. 두려워하기는커녕 시신을 멸시하면서 발로 차 뒤집었다.
ㅡ204~205쪽

“정보원들이 좋은 소식을 전해줬다. 앞으로 5분 내에 출발한다. 가서 반군 놈들을 사살하고 물자를 확보한다. 애초에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다만 미소만큼은 채 완성되기도 전에 사라졌다. 우리는 반군과 우리를 구별해주는 녹색 천을 머리에 맸다. 이제는 우리 소년들이 앞장섰다. 지도도 없었고 질문도 없었다. 그저 지시대로 길을 걷다 보면 다음 지시가 떨어졌다. 우리는 몇 시간이고 계속 걸었다. 이따금 정어리와 콘비프에 가리를 곁들여 먹거나 코카인, 브라운브라운, 하얀 알약을 섭취할 때에만 걸음을 멈추었다. 이렇게 마약들을 섞어 먹으면 활력이 넘치고 사나워졌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 물 마시는 것만큼 쉬웠다. 첫 살인 이후로 내 마음은 철컥 문을 닫았을 뿐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남기는 법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적어도 그래 보이기는 했다.
ㅡ209~210쪽

약품의 도움 없이 잠을 이루는 법을 다시 배우기까지 여러 달이 걸렸다. 하지만 겨우 잠이 든다 하더라도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잠에서 깨곤 했다. 꿈에서는 웬 얼굴 없는 남자가 총을 들고 나타나 나를 밧줄로 동여매고는 총검의 톱날 부분으로 내 목을 베기 시작했다. 남자가 내 목을 서걱서걱 톱질하는 내내 칼날이 가하는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깜짝 놀란 나는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깨어 허공에 대고 주먹을 날렸다. 축구장 한복판으로 뛰쳐나가 양팔로 다리를 감싸고 쭈그려 앉아 몸을 앞뒤로 흔들 때도 있었다. 어떻게든 내 유년 시절을 떠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유년의 기억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전쟁에 대한 기억이 장벽처럼 머릿속을 가로막고 있어서 전쟁 이전의 삶을 떠올리려면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ㅡ257쪽

“재활을 마치면 우리 집으로 가서 같이 살자꾸나. 이제 넌 내 아들이야. 내가 가진 것은 얼마 없지만 너에게 잘 곳과 먹을 것, 사랑은 줄 수 있단다.” 그러고는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누가 나를 ‘아들’이라고 불러준 것이 얼마만인지. 뭐라 말해야 할지 얼떨떨했다. 하지만 다들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남자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절 보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같이 지내자고 말씀해주셔서 특히 더 감사하고요. 하지만 저는 아저씨가 누군지도 모르는걸요.”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남자가 대답했다. “아까 말했듯이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어. 하지만 지금부터 새로 시작할 수는 있지. 우리는 가족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는 그거면 충분해.”
ㅡ297~298쪽

저 역시 가족을 잃었고 배가 고팠기 때문에 소년병이 되었습니다. 가족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었고,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식량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군에 소속되는 것뿐이었습니다. 군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재활 과정을 마친 상태이니 저를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이제 군인이 아닙니다. 소년입니다. 그리고 저희 모두는 형제이자 자매입니다. 복수는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는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저는 가족의 복수와 생존을 위해 소년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복수를 하려면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인간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당연히 그 사람의 가족도 복수하기를 원하겠죠. 그러면 복수에 복수에 복수가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ㅡ345쪽

밤이 되자 라디오에서는 한 번 더 발표가 나왔다. 국군과 반군이 “국익을 위해” 힘을 모아 민간 정부를 몰아냈다고 선언하는 내용이었다. 전선에 있던 반군들과 국군들이 프리타운으로 물밀듯 몰려오기 시작했다. 온 나라가 무법천지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증오가 차올랐다.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ㅡ352쪽

출판사 서평

[옮긴이 후기]
전쟁의 잔혹한 참상도 참상이지만, 책을 옮기는 내내 작가가 독자들에게 이거 하나는 간절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구나 느낀 점이 있었다. 바로 시에라리온 소년들에게 소년병이 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반군 밑으로 들어가느냐 정부군 밑으로 들어가느냐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이 복잡한 이면을 온전히 이해해야 우리는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선한 어른들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계기로 아동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쩌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할지 모른다. 한국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유년 시절이 망가진 아이들이 많다. 그들이 엇나간 행동을 보일 때 우리는 과연 잘못 자체만이 아니라 사랑과 보살핌이 결핍된 환경에도 기꺼이 주의를 기울일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2055772
발행(출시)일자 2021년 08월 30일
쪽수 400쪽
크기
139 * 210 * 26 mm / 444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A Long Way Gone/ISHMAEL B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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