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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뱀파이어

폭력의 시대 타자와 공존하기
임옥희 저자(글)
여이연 · 2010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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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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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조롱하는 페미니스트 유머
폭력과 시대, 타자와 공존하기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변화하는 신자유주의시대에 페미니즘이 모색해야 할 대안적 가치와 공존 방식을 풀어낸 책이다. 모든 가치가 화폐가치로 환원되고 모든 활동은 생산성의 회로에 포획된 시대에, 그 안에서 페미니즘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방식을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에 비유해 유쾌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자본, 국가, 인권, 교육, 가족, 모성, 육체들이 어떻게 폭력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서로 합심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2부에서는 이런 폭력적인 시대에 어떻게 하면 공존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지 타자, 환대, 주름, 문학, 유머, 일상 등의 가치를 통해 공존의 시학을 찾는다.
이 책은 문학, 철학, 정신분석, 여성학 등 다양한 이론을 기반으로 페미니즘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접근하지만,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텍스트로 첨가하여 이론서의 난해함을 벗고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딜레마에 빠진 페미니즘을 탐색하고, 현대사회에서의 여성 위치에 대해 재조명하며 한국적인 상황, 모성의 제도화, 다양한 가족의 등장,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주제들에 이론을 접목함으로써 사고의 지평을 열도록 제안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임옥희

저자 임옥희는 수년간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공동대표를 지내면서 많은 여성주의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한국적 상황들을 고민해 왔다. 현재 한국의 문화를 여성적 시각으로 읽어내고 이를 이론화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으며, <월요일독서클럽> 사람들과 더불어 책을 읽는다. 『주디스 버틀러 읽기: 철학의 우울과 젠더의 조롱』를 썼고,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한국의 식민지근대와 여성 공간』, 『필름 인 셰익스피어』,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 등을 더불어 썼다. 『뫼비우스 띠로서 몸』, 『여성과 광기』, 『보이는 어둠』, 『신화와 의미』, 『너무 많이 알았던 히치콕』, 『고독의 우물』 등을 옮겼다.

목차

  • 서론 누가 페미니즘의 죽음을 두려워하랴 - 다시 ‘가치’의 문제로

    1부

    1장 자본 돈의 포르노그래피
    1.신자유주의 시대, 돈의 포르노그래피
    2.폭식하는 신종 귀족들
    3.다국적기업과 여성노동력
    4.여성노동의 ‘밥, 꽃, 양’ 화
    5.생산성의 논리,벗어날 수 없는 포로서사
    6.여성거래와 매춘

    2장 국가 국가와 법과 젠더
    1.국가 폭력과 법과 정의
    2.국가법 이전 혹은 너머의 여성
    3.국가페미니즘의 딜레마
    4.가부장적 국가와 간통법

    3장 인권 인권의 정치경계학
    1.인권보호를 위한 불매운동?
    2.불확실한 삶과 인권
    3.근대의 출현과 타자의 발명
    4.볼모잡힌 사람들
    5.자본주의의 이율배반과 배신의 권리

    4장 교육 인문학의 시장화
    1.한국에서의 인문학
    2.인문학의 콘텐츠화
    3.사교육시장과 교육기계로서의 모성
    4.계급재생산 장치로서의 영어교육
    5.복종의 재생산 기제로서의 교육장치

    5장 가족 정상가족의 해체와 수상한 가족들의 탄생
    1.가족은 반사회적인가
    2.생계형 유랑가족과 상층 기러기가족
    3.국제 결혼이주 다문화가족
    4.생활공동체로서의 반려가족
    5.나홀로 코알라족

    6장 모성 신자유주의시대 모성의 정치경제학
    1.눈물 흘리는 성모의 부활
    2.실종된 아버지
    3.새로운 모계사회 <마더>
    4.대상관계이론과 모성
    5.<구글 베이비> : 교환가치로서의 자궁
    6.자궁교환과 모성 가치

    7장 육체 연금술로 변신하는 몸
    1.프로젝트화되는 몸
    2.뷰티산업과 연출되는 몸
    3.육체자본과 취향의 계급화
    4.몸 억압과 다양한 중독전이 현상
    5.자유로운 몸에 대한 상상

    2부

    8장 타자 얼굴이 있는 풍경
    1.체면의 문화
    2.이야기로서의 얼굴
    3.인종: 발명된 타자

    9장 환대 폭력적인 주체의 이율배반
    1.애도의 정치
    2.폭력적인 주체의 이율배반
    3.손님 : 환대와 적대의 두 얼굴

    10장 주름 노년의 시학
    1.나이의 계급화와 젠더화
    2.노년에도 차마 버리기 아까운
    3.죽어도 아깝지 않은
    4.‘불안의 꽃’ 현상과 할머니 가설
    5.노년에 가치 있는 삶이란

    11장 문학 결을 거슬러 읽기
    1.페미니즘의 싸이버타리어트화
    2.소문자 영어권 페미니즘 문학
    3.하이브리드 문학: 배신의 계보학
    4.레즈비언 문학
    5.한국에서 소비되는 동성애 담론
    6.색깔 있는 것이 아름답다

    12장 유머 약속 없는 미래의 역설
    1.주체는 세계의 주인이 아니다
    2.남성적 나르시시즘 혹은 자기기만
    3.여성적 우울증 혹은 은유적 거식
    4.재생산의 약속 없는 미래의 역설
    5.반영에서 회절로

    13장 일상 욕망의 서사와 일상의 정치
    1.욕망의 서사들
    2.게으를 수 있는 일
    3.일상의 정치
    4.페미니즘 언어의 소시장 형성하기

    14장 채식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정치를 위하여
    1.육식에의 불안
    2.신화적 상상력과 동물의 생
    3.채식과 거식 사이에서
    4.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정치를 위하여

출판사 서평

누가 페미니즘의 죽음을 두려워하랴 - 다시 ‘가치’의 문제로

글로벌 시대를 외치는 21세기에 이르렀음에도 한국사회는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80년대 그 때 그 시절로 퇴행하고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 보수 세력이 말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한국사회는 지난 과거 좌파 정부가 힘들게 성취했던 십년의 성과를 분명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수상한 시절을 맞이하면서 페미니즘 또한 죽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여성가족부, 여성학과, 여성단체가 해체되거나 해체하자는 의견이 나와도 이해당사자를 제외하고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다면 페미니즘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런 현상을 단지 반동적인 세월 탓, 보수적인 정권 탓, 젊은 세대의 탈정치적인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주마간산으로 보더라도 한 세대 동안 여성운동은 많은 일을 해왔다고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모든 가치는 화폐가치로 환원되고 모든 활동은 생산성의 회로에 포획된 시대에, 페미니즘은 어떤 ‘대안적’ 가치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저자는 현 신자유주의 시대를 돈의 포르노그래피가 만연한 폭력의 시대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의 인간은 타자를 삼켜야 하는 식인주체임에도 타자와의 공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정치’에 비유한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정치라는 것은 폭력의 시대 공존의 가치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은유다. 채식주의 뱀파이어는 스페인의 망명화가인 레메디오스 바로의 <채식주의 흡혈귀>라는 그림에서 가져온 것이다.
바로의 그림을 보면 퀭한 눈, 훌쭉한 뺨, 빈혈에 시달리면서도 허기를 채식으로 달래고 있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이 묘한 여유와 유머로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다름 아닌 폭력의 시대의 뱀파이어이며,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면서까지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성찰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는 진정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가? 식인주체인 나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도 타자를 삼키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지금 이 폭력의 시대를 절망하기 보다는 유머와 환대로 타자와의 공존을 꿈꾸고 실천하도록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책의 특징>

1. 페미니스트이며 인문학자인 저자가 재야에 머물면서 쌓아온 통찰로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페미니즘 내부의 자기성찰을 제안하는 동시에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라는 은유로 공존의 가치를 제시한다.

2. 한국적인 상황, 즉 교육의 시장화, 프로젝트화 되는 몸, 모성의 제도화, 정상가족 해체와 다양한 가족의 등장,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주제들에 이론을 접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사고의 지평을 열도록 제안한다.

3. 이 책은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를 위해 문학, 철학, 정신분석, 여성학 등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있지만,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텍스트로 첨가하여 이론서의 난해함을 벗어났으며 따라서 흥미로운 읽기가 가능한 책이다.

이 글의 1부에서는 자본, 국가, 인권, 교육, 가족, 모성, 육체들이 어떻게 폭력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서로 합심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모든 가치를 화폐가치 하나로 평정한 폭력적인 시대가 어떻게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관통하게 되었는가.
그것이 1부의 화두인 셈이다. 2부는 이런 폭력적인 시대에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는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2부에서는 타자, 환대, 주름, 문학, 유머, 일상 등의 가치를 통해 공존의 시학을 찾는다. 사회가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주체의 존재 자체가 폭력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이라면 인간은 궁극적으로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 폭력에 세례를 받아야만 한 개인이 주체로 탄생하게 된다면 누가 과연 그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런 딜레마에 빠져 있는 폭력적인 주체가 어떻게 타인과의 공존에 열릴 수 있는가. 자본, 국가, 인권, 학교, 가족, 모성, 육체, 주체. 이 모든 것들이 폭력의 시대와 맞물려 있고 그런 동심원의 가장 아래쪽이자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주체 또한 폭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면 말이다. 폭력적인 여러 장치들 뿐만 아니라 인간주체 또한 타자를 먹어치워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식인주체다. 국가폭력 속에서 탄생하여 폭력을 그리워하는 가운데 식인주체로 탄생하는 인간이 어떻게 공존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는가? 어떻게 자신을 볼모로 잡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에게 환대를 베풀 수 있는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1729155
발행(출시)일자 2010년 04월 15일
쪽수 375쪽
크기
153 * 224 * 30 mm / 512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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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희의 뱀파이어 시학과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한 주체의 정치 윤리학은 서로 맞닿아 있다. 주체가 엘리트 지식인으로서의 우월하고 분리된 위치를 버리고 자본주의 현실 속의 식인주체의 하나임을 인정할 때, 자기동일적 젠더 주체를 포기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불확실한 삶임을 반성할 때 주체와 타자의 소통과 대화의 가능성은 조금씩 열린다. 공감의 능력, 소통의 능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폭력에 대항하는데 필요한 삶의 감수성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폭력은 더 많은 상실을 낳고, 그 결과 불확실한 삶의 요청을 배려하지 못한 정치적 분노만을 생산하게 된다. 윤리적 소명의 가능성은 타인과의 감정적 유대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에 머물러 내 몸이 너무나 취약함을, 또 나의 존재가 근본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인정할 때, 그래서 삶의 불확실성, 존재의 불확실성을 인식할 때 시작된다. 탈-정체성(dis-identificaiton)이야말로 정체성의 일상적인 실천(common practice of identification)인 것이다. 타자의 얼굴이 나를 형성하고 나의 정체성은 타인에게 근본적으로 기대어 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식인주체로 살아가는 우리 뱀파이어들이 서로를 물어뜯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10점 중 10점
 
세상을 살다보면 아이러니하게 이율배반적이고 자가당착적인 일들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율배반의 사전적 의미는 철학에서 똑같이 정당하게 보이는 2개의 원리나 결론 사이에 실제로든 겉으로든 존재하는 모순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율배반의 예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이율배반의 극치를 달리는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뱀파이어는 한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납량시리즈 등에서 봐왔다. 뱀파이어(Vampire)는 흡혈귀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살아 있는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다. 그러한 흡혈귀가 채식주의자라니 흥미롭기도 하고 여간 이율배반적이지 않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는 수년간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공동대표를 지내면서 많은 여성주의자들과 함께 여성들의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임옥희 전공동대표가 글을 쓰고 [여이연]에서 발간했다.
이 책은 모두 2부 나뉘어 돈이라는 주제뿐만 아니라 인권, 여자, 육체 등 14개의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이 사회의 폭력과 여성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1부에서 돈이라는 자본과 국가, 인권, 교육, 가족, 모성, 육체 등이 폭력적인 사회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모든 가치는 화폐를 가치의 기준으로 삼아 돈이 폭력의 주체가 되어 온 사회를 뒤덮어버렸다고 하고 있다.
2부에서는 타자, 환대, 주름, 문학, 유머, 일상, 채식 등의 주제로 폭력적인 시대에 공존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고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지 알려주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어떤 가치 있는 투쟁을 해야 하는지 이 사회가 고민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온통 페미니즘[feminism]과 폭력의 시대에 대한 말로 가득하다. 저자의 이력을 한 눈으로 보는 듯하다. 페미니즘[feminism]은 여성학으로 남녀는 평등하며 본질적으로 가치가 동등하다는 이념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저자의 이력이 궁금하여 인터넷을 뒤졌다. 저자는 여성문화이론지 <여/성이론>의 편집위원이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여/성이론>은 페미니즘 이론을 알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이론을 생산하기 위한 본격적인 페미니즘 이론지다. 한국어의 '성(性)'이란 단어에서는 젠더(gender)와 성(sexuality)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이 둘을 모두 표현하기 위해 '여/성'에 빗금을 넣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모든 가치가 죽음을 맞이한 시대에 페미니즘이라고 죽지 말라는 법은 어디 있겠는가 라면서 페미니즘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독설과 비판으로 토해내는 것 같았다.
저자는 "과거 3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무엇을 꿈꾸고 추구해 왔던가? 질문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이 등장한 시기는 1980년대부터라하면서 지난 30년을 편의상 3기로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1기 여성운동은 1987년 이후 민주화투쟁과 여성운동의 독자성을 추구하다 1997년 이후엔 제도화되었고, 200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성운동은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고 시기별로 여성일대기를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저자가 하필이면 책 제목을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로 했느냐다. 뱀파이어로 선정한 동기와 그 뱀파이어는 왜 채식주의자여야 하는지 궁금했다. 두 낱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서문에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가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주체의 존재 자체가 폭력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이라면 인간은 궁극적으로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정의하였다.
인간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폭력적인 여러 장치들 뿐만 아니라 인간주체 또한 타자를 먹어치워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식인주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자신을 볼모로 잡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에게 환대를 베풀 수 있는가며 되물으며 저자는 인간의 존재조건 자체가 타자를 삼켜야함에도 공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정치’에 비유하고 있다. 채식주의 뱀파이어는 스페인의 망명화가 레메디오스 바로의 <채식주의 흡혈귀>라는 그림에서 가져왔다 한다. 이 그림에는 “퀭한 눈, 훌쭉한 뺨, 빈혈에 시달리면서도 허기를 채식으로 달래고 있는 뱀파이어의 모습이 묘한 여유와 유머로 표현되어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로 한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인간은 누구나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나름의 아이러니와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삶의 가치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잣대는 늘 두 개다. 하나는 자신에게 적용할 잣대이고 다른 하나는 타자에게 적용될 잣대를 가지고 있다. 그 두 개의 잣대는 뿌리 깊은 이분법적 사고에 기인하여 우리에게 있어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박식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회전반에 대한 문제를 콕콕 집어내는 것도 그렇지마는 역사면 역사, 문화면 문화, 유머면 유머에서 저자는 동서양을 넘나들고 현대와 고대를 쉴 새 없이 오간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앞에 놓여있는 불안감에 대하여 의미심장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신자유주의시대에 이르면 모든 가치가 돈으로 가격화된다는 점에서 탈가치화된다. 이윤을 남기는 것이 선善이고 선이 이윤인 시대다. 금융자본의 모델을 빌려와서 사유하자면 돈 이외의 안정적인 척도는 없다. (47쪽) 이 부분은 저자가 탈가치화된 인간성의 말살을 두려워하고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를 통해 오랫동안 페미니스트로서, 인문학자로서 재야에 머물면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통찰력 있게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기성찰을 주문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율배반적 삶을 비판하고 이기주의적 삶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라는 은유를 통하여 공존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의 존재조건 자체가 타자를 삼켜야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자신의 소멸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여성 억압이 없는 때가 도래해 페미니즘이 용도 폐기되는 게 목표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폭력의 시대를 청산하고 공존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소망한다면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를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반드시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공존의 시대를 향해 눈과 코가 트이고 입이 열리게 될 것이다.
10점 중 7.5점
여자란 무엇인가?단순하게 말하자면 성(性)의 측면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여자로 산다는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저자는 MB 정부에 들어와서 여성부는 차라리 없어지는 것만도 못한 기구로 전락했다고 말하며 모든 가치의 기준이 돈이 되는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대안적 가치를 모색하고 고민하자고 한다.
 
1, 2부로 나누어져 구성된 14장의 주제들은 단지 여자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모든 사람이 공평하고 자유롭게 경쟁한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과 국가, 인권과 교육, 가족과 모성 등 다양한 분야를 말하고 있다.
 
솔찍히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엄두가 안난다.이 책은 단순히 '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모순적 구도를 우리가 지나 온 근대사와 책과 영화를 통해 꼬집고 있다.책 속에 등장하는 인용구 등 문학과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저자의 박심함에 감탄하면서도 반복해서 나오는 전문 용어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의 말미에 '후주'가 있지만 일반인이 읽고 받아들이기에는 쉽지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많이 생각났던 것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었다.불법적인 성거래와 중년의 남녀가 꿈꾸는 일탈적인 사랑, 간통법이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다.궂이 유교적인 잣대를 갖다대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보다는 여자를 비난한다.정말이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고, 뚱뚱한 여자는 죄인이 되며, 일하는 여성에게 슈퍼우먼을 요구하는 사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든 현실은 사교육의 열풍과 함께 수많은 기러기 아빠를 양산해내고 있다.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타자와 공존할 수 있을까?
 
임인애 감독의 <밥.꽃.양>은 1998년 울산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과정에서 있었던 식당노조 여성노동자들의 3년간의 걸친 지난한 싸움을 찍은 다큐멘터리라고 한다.그러나 우리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물론 일부 지역에서 연중행사로 여성영화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사람들이 무관심하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기만하다.
 
레메디오스 바로의 그림 중에는 곧 쓰러질 것처럼 뼈와 가죽만 남은 수척한 모습으로 과일에 빨대를 꽂아서 홀쭉한 뺨을 오물거리는 흡혈귀 그림이 있다고 한다.토실토실 살찐 수탉의 피 대신 채식을 선택한 흡혈귀의 모습에서 자신의 본성에 저항하는 흡혈귀의 결단이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게 그런 결단의 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10점 중 10점


 
뱀파이어가 채식을 한다? 이건 이율배반적이고 존재부정이다. 낮에는 관 속에서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박쥐나 늑대로 변신해 가면서 생명의 상징인 피를 빨아대는 영생불멸의 무서운 흡혈귀가 양순한 소처럼 풀을 뜯어 우물거리는 모습은 개그 프로의 소재로나 쓰일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웃긴 얘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라는 모순이 내 앞에 놓인 엄연한 현실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를 지배하는 것도 모자라서 전세계를 지배권에 두고 확장된 신자유주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승자독식’의  이데올로기다. 뱀파이어와 다르지 않다. 2등조차 기억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뒤쪽부터 세는 것이 빠른 사람들은 주변인도 되지 못하는 위치로 내몰린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빈곤과 차별, 배제와 학대로서, 마치 뱀파이어의 희생물처럼 말라 죽을 때까지 피를 빨리고 또 빨린다. 더 무서운 것은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면 역시 뱀파이어가 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적 자본에 피를 빨린 우리도 무의식중에 이런 빈곤과 차별을 따라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식인은 원시인의 풍습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하에서 우리는 ‘식인주체’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삶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자기부정을 통한 공존이라는 존재론적 문제가 제기된다.

페미니즘은 어떨까. 페미니즘 역시 자기부정을 통한 생존의 문제에 당면해 있지 않은가.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뿌리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성차별에 대항하여 투쟁하면서 존재 영역을 넓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제도권 밖에서, 들판에서 외치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호주제는 폐지되고 부부별산제도 도입되었다. 공직에 여성할당제가 도입되었고 어떤 분야에서는 남성할당제의 도입이 거론될 정도로 제도적 성평등이 진전되었다. 여성가족부의 존재는 여성문제의 국가적 의제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부의 예산편성에서부터 사업의 집행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성인지적 관점’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책연구기관인 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오히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에서는 ‘페미니즘의 죽음’이 이야기되고 있다. 왜 그럴까?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흐름은 ‘페미니즘의 죽음’이다. 물론 다양한 처지와 조건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존을 통한 페미니즘의 부활 또는 재발견도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부활이나 재발견이란 결국 죽음 또는 상실이 전제되어 있는 개념인만큼, 책의 논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먼저 저자가 왜 ‘페미니즘은 죽었다’라는 용감한(?) 선언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페미니즘의 죽음은 이중적 함의를 가진다. 어떤 사회운동이든지 지향하는 목적이 달성된 이후 그 운동이 소멸한다면(즉, 죽음을 맞는다면) 그야말로 바람직한 일이다. 소위 ‘발전적 해체’란 이럴 때 써먹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도 서문에서 지적한다. 여성억압이 없는 사회가 되어 페미니즘이 용도 폐기되었다면 그 죽음을 경축해야 마땅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런 바람직한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원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는데 운동의 성격은 자꾸만 변질되어 버리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면서 ‘살았다고 하나 실상은 죽은 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런 죽음이야 말로 통탄해 마지않을 수 없는 죽음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지금 이야기되는 페미니즘의 죽음이 경축할 만한 전자가 아니라 통탄해야 할 후자라는 점이다.

지금의 페미니즘이 통탄할 정도로 원통한 죽음을 당했다니... 너무 가혹한 말인가?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은 그동안 많은 제도적 성과를 달성했다. 물론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지만, 짧은 여성운동의 역사와 지난했던 과정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의 성과들이 평가절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단순히 과거의 성과가 미흡했다는 이유 때문에 페미니즘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의 죽음은 성과의 미흡이 아니라 성과의 고착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페미니즘의 중병(重病)은 그 운동이 일정한 기틀을 잡고, 국가적으로 페미니즘 담론이 수용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중병으로 허약해진 페미니즘은 모든 것을(젠더라는 담론조차도) 물신화하고 자본화하는 신자유주의와, 그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급적 대립구도 속에서 치명타를 맞는다.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를 읽으면서 저자가 은연중에 또는 직접적으로 페미니즘의 죽음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  ‘국가주의 페미니즘’으로의 변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가족부의 존재와 여성문제의 국가적 의제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성의 지위 신장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과 절차적이고 양적인 성평등 담론 속에 ‘국가’란 단어가 의미하는 절대적 권력관계와 제도가 의미하는 합리가 어느 틈엔가 페미니즘을 국가주의 속에 편입시킨다.
시민사회의 발전이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반면 공동체의식은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게 바로 국가에 절대적 권한을 부여(혹은 반납)해 버리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인데, 여기서 국가는 한 가족의 가부장으로 대치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여성운동을 비롯한 제반 사회운동이 국가제도화 된다는 것은 이제 여성들이 겪는 문제들, 경계인과 주변인들이 겪는 문제들의 해결책은 모두 가부장인 국가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이제 여성운동의 존재 의미는 단 한 가지만 남는다. 가부장인 국가가 이런 일들을 잘할 수 있도록 여러 좋은 대안을 마련하여 국가에 제공(혹은 헌납)하고 그 하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아!!! 물론 그 대가도 있다. 정부보조금이라는 떡고물. 오히려 페미니즘 운동은 국가에 대해 어려움과 고통을 돌보는 자상한 아버지의 상을 만들도록 기여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페미니즘은 그렇게 국가에 편입되었고, 또 국가로부터 배신당했다. 문제는 여성운동이 국가의 배신에도 변변히 저항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MB정부의 여성관련 정책들을 나열해 보자. 여성부 축소와 폐지 논의, ‘퍼플잡’이라고 불리는 유연근무제도 도입과 일-가정양립, 여성 관련 부처에 가족과 청소년 업무가 붙은 상황, 저출산 사회에서 적정인구에 대한 고민없이 무조건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출산장려운동 등등.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촛불집회를 비롯한 반정부 불법(!!!) 집회에 참석하지 않아야만 정부보조금을 줄 수 있다는 방침. 여성운동의 영역을 제한하고, 여성의 노동력을 가족에 얽어매려 하며, 저출산의 책임이 여성에게 귀결되는 이 현실과 정책들에 대해 과연 제도화된 여성단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국가주의 페미니즘으로의 편입은 종국적으로 계급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페미니즘으로의 전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런 점에서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에 제시된 사례인 가족과 일자리에 대한 백인 중산층 여성운동가들의 관점과 유색인 하층 여성운동가들의 관점의 차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중산층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족은 그들의 사회적 진출을 속박하는 족쇄로 작용한다. 따라서 그들은 가족구조의 해체와 여성의 사회진출을 주장하게 된다. 물론 가족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들의 주장은 의미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유색 하층 여성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용감하게(?) 가족의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상류계급에 속한 백인 여성들의 배부른 푸념이자 자신들의 꿈을 산산조각내는 위험천만한 발상일 뿐이다. 상류층이 꺼려하는 사회의 질낮은 일자리에서 해고의 위험을 절박하게 감수하며서도 잠시의 휴식도 없이 노동해야 하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남편 및 사랑하는 아이들과의 가족생활은 해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향해야 할 바이다. 동일한 사회적 현상 또는 사회적 제도에 대해 계급적 관점 차이는 이렇게 크다.
성매매에 대한 입장도 이런 복잡한 계급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어떤 이들에게 성매매 여성이 그 자리까지 전락하게 된 ‘신성한 노동에 대한 남성 독점주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가 배제 또는 도구화한 여성들이 집창촌을 형성한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합법적인 성, 그러니까 결혼과 가족의 구조 속에 있는 성일 뿐, 그 외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순결주의 또는 가족중심주의적 입장이다. 그리고 그들은 가족중심주의의 가부장인 국가의 개입에 박수를 보내고 강력한 단속을 지지한다. 그 속에 숨은 국가의 폭력, 집창촌 지역의 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의 조장이라는 자본의 폭력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자. 그럼 이제 어려운 문제가 남는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페미니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운동의 문제이기도 하다. 질문 자체는 간단하다. 제도화된 페미니즘을 극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부활 또는 재발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여성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질문은 간단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제 우리의 삶은 가정, 교육현장, 노동현장 등을 가리지 않고 사소한 것 하나조차도 신자유주의의 물신화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 경쟁력을 갖추고 스펙을 높여야 하며, 다른 사람을 밟고 이겨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다.

이렇듯 강력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서 페미니즘을 재탄생시키기 위하여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에서 제시한 방법은 ‘성찰’과 ‘공존’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주체와 타자의 분명한 구분이며 이것은 차별과 배제의 논리를 낳는다. 나와 남 사이의 경계를 확실히 그은 후, 그 경계 너머의 대상은 뱀파이어의 희생물이 된다. 그래서 나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어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 생존하거나, 타인을 내 생존의 걸림돌 또는 이용물로 삼아 잡아먹는 식인주체로서 살아가지 않았나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나와는 좀 더 떨어진 위치로 시선을 옮겨 자신을 타자해 보고, 경계를 넘어 내게로 들어오는 타자들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환대하고, 폭력이 아니라 포용으로 대하고, 그들과 함께 유머를 나누고 문화와 예술을 통해 인생을 풍부하게 하면서 일상의 뿌리를 공유한다.
이게 바로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삶이다. 천성적으로 생명의 피를 빨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뱀파이어에게 채식은 자기 존재의 부정이다. 빈혈에 시달리면서도 허기를 채식으로 달래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아이러니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주장이다.

물론 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나를 돌아보고 타자들과 공존하는 것의 가치를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내 생각을 짧게 덧붙여보고자 한다. ‘앞으로 페미니즘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답을 들었으니 이제 틀리든 맞든 내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이 좋은 책을 읽은 독자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한다.

앞에서 페미니즘의 죽음의 근거로 국가주의로의 편입과 제도화된 페미니즘의 모습을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을 되살리는 길은 국가주의로부터의 탈피와 생명력있고 자유로운 원래 모습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내가 페미니즘에 바라는 첫 번째는 타자에 대한 환대와 공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연대’의 관계맺음과 운동으로의 발전이다. 함께 공존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스나 지하철에 몸이 불편한 장애우가 탔을 때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개인적 수준의 공존이라면, 장애우들의 이동권을 위해서 함께 잘못된 것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페미니즘 차원의 연대이다. 물론 누가 타든 말든 엉덩이 붙이고 무관심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많은 것이 현실이니 공존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페미니즘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대변하고 함께 그들의 삶을 바꾸는 일에 목소리를 높이고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
연대란 것은 여성과 남성을 나누어 양자를 상호대립적으로 보게 하는 관점의 지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을 둘러싸고 남성들과 여성들의 감정섞인 이전투구는 페미니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다. 분단과 이데올로기 대립 상황에서 2년 내지 3년의 청춘을 군대에 바치는 것은 신성한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모두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단체들이 군가산점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에만 매몰되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평등의 관점에서 가산점 폐지를 주장할 수 있으나, 동시에 우리 사회가 신성시하고 있는 군대의 환상을 깨뜨리는 일에 남성과 여성이 연대해야 한다. 그건 구체적으로 국민개병제의 모순을 지적하고 모병제로의 전환과 군대내 인권과 안전의 확보를 함께 요구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바라는 모습은 국가주의와 계급적 이해관계를 뛰어 넘는 페미니즘이다. 이와 관련해서 여성운동 단체들이 최근의 저출산 현상과 관련하여 정부가 내놓고 있는 여러 가지 출산지원정책과 여성가족부의 퍼플잡(purple job, 유연근무제도)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것은 여성 입장에서 두 가지 위험성을 가지는 개념이다. 무엇보다 육아를 전적으로 여성의 몫으로 치환시키며, 또한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도입되는 유연근무제가 단순히 보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현장에 적용되는 것으로 변질될 우려가 커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그 나마 경제활동이 비정규직, 임시직의 ‘질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본 입장에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임신 또는 출산하여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려 할 때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내가 이윤율을 최고로 높이고자 노력하는 기업가라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해고 또는 잘해야 무급휴직을 제안하고, 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최대한 근무시간과 임금을 줄인 후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시키겠다. 그러면 인건비 절감 효과와 생산성 증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까. 지금 정부의 퍼플잡 정책에서는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재편에 대한 어떤 보호장치도 발견하기 힘들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정말 여성들이 아이들을 많이 낳아야 하는가? 그리고 가정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서 근무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눈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위험성이 있는 정책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까? 그럼 어떻게 여성의 가정과 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국가주의와 계급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야 할 페미니즘에서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10점 중 7.5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쩌면 서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제목을 보면서 참 특이한 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네요.도대체 어떻게 뱀파이어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는지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어떻게 보면 자신의 목숨조차 내놓아야 하는 것이 피를 먹지 않는 뱀파이어의 운명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잡아먹지 않으려고 하는 숭고한 뜻을 가진 뱀파이어가 혹시 하나쯤 있을지는 모르겠어요.아님 뭐 없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죠.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과연 인간을 선한 존재로 볼 것이냐, 아니면 악한 존재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와 함께,만약에 인간이 악하다면 어떻게 선한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냐 하는 문제와 함께,그렇다면 자율적인 교육을 통해서 하느냐 강제적인 통제를 통해서 하느냐의 문제 등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인류의 역사를 보게 되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또한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의 역사가 아닐까 싶어요.즉, 치열한 생존경쟁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자 모든 동물들에게 주어진 숙명같은 것이 아닐까요?그런데 가지지 않으면 빼앗길 수 밖에 없고,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타인과의 공존을 꿈꾸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유토피아 같은 이상향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하지만 폭력이 난무하고, 모든 것이 돈의 가치로 환산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각종 재난을 함께 극복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천사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어쩌면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인해서 세계가 변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나비효과처럼 조그마한 나비의 날개짓이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들 마음속에 전염되어 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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