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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서울신문 > 2014년 3월 4주 선정
박노해 시인은 낡은 흑백 카메라와 오래된 만년필을 들고 아시아 전역에서 촬영한 7만여 컷의 사진 중 엄선한 아시아 6개국의 140여점의 사진과 글을 실었다. 사진은 위대한 ‘일상의 경이’를 펼쳐 보이며 역사에 기록지도 않는 이들의 묵묵한 헌신을 포착했다. 또한 ‘역광’과 ‘절제된 빛’의 특징을 지닌 그의 사진은 아침, 정오, 저녁 등 때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감동을 배가시키고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한다.
작가정보

저자 박노해는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나 고흥, 벌교에서 자랐다. 16세 때 상경하여 낮에는 노동자로, 밤에는 선린상고(야간)를 다녔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군부 독재 정권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생을 두고 결단한 이름이었다.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노동의 새벽』은 당시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고, 젊은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그의 시는 87년 ‘6월 민주항쟁’의 승리를 지펴낸 하나의 불꽃이 되어, ‘시의 힘’이 무엇인지를 역사 속에 보여준 생생한 사례가 되었다. 1989년, 분단 이후 사회주의를 처음 공개적으로 천명한 [남한사회주의 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군부 독재 하에서 7년 여 수배생활 끝에 1991년 체포, 참혹한 고문 후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옥중에서 1993년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과 1997년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년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스스로 사회적 침묵을 하며, 2000년 ‘생명 평화 나눔’을 기치로 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 (www.nanum.com)를 설립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2010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국내외 현장에서 쓴 304편의 시를 엮어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2014년 박노해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함께 사진 에세이 『다른 길』을 출간했다. 오늘도 국경 너머 인류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 안고,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마을’ 을 세워가며 새로운 사상과 대안 혁명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
목차
- PHOTOGRAPHER’S COMMENT
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 박노해 6
The Way Has Come Up To Me | Park Nohae
DIRECTOR’S COMMENT
아시아에서 길어 올린 동그란 희망 | 이기명 8
A Round Hope Drawn Up In Asia | Lee Ki-Myoung
PHOTOGRAPHS & CAPTIONS
인도네시아 INDONESIA 14
파키스탄 PAKISTAN 72
라오스 LAOS 140
버마 BURMA 174
인디아 INDIA 216
티베트 TIBET 272
BIOGRAPHY 310
책 속으로
화산의 선물
세계에서 화산火山이 가장 많은 나라
인도네시아는 풍요로운 ‘불의 땅’이다.
화산은 두려움과 선물을 동시에 준다.
화산이 폭발한 자리에 탄생한 비옥한 대지는
혁명 같은 격동이 준 위대한 선물이다.
“우리는 화산의 선물로 살아가고 있으니
나 또한 누군가의 선물이 되어야겠지요.”
저 높고 깊은 곳의 농부는 허리 숙인 노동으로
이 무너지는 세상을 묵묵히 떠받치며
자신의 등을 딛고 인류를 오르게 하는
빛의 디딤돌만 같다.
짜이가 끓는 시간
하루에 가장 즐거운 시간은 짜이가 끓는 시간.
양가죽으로 만든 전통 풀무 마시키자로 불씨를 살리고
갓 짜낸 신선한 양젖에 홍차잎을 넣고 차를 끓인다.
발갛게 달아오른 화롯가로 가족들이 모여들고
짜이 향과 함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아카족 마을의 햇살 학교
지도에도 없는 깊은 산 속의 아카족 마을.
고운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하나둘씩 짝을 지어 학교에 모여든다.
선생님은 아이를 등에 업은 동네 이모다.
아빠들이 짜준 나무 책상에 하나뿐인 책을 놓고
재잘재잘 웃음꽃을 피우다 공부 삼매경에 빠져든다.
누가 공부 잘하냐고 물어보자 서로 어리둥절하다가
“다 잘하는데요. 이 친구는 셈을 잘하구요
저 오빤 나무 타고 과일을 잘 따구요
얜 물고기를 잘 잡구요 전 노래를 잘해요.
아참, 저 이쁜 언니는 최고의 날라리래요.”
꽃다운 노동
물 위에 떠 있는 광활한 농장 쭌묘는 최고 품질의
채소를 길러내는 버마 농산물 생산의 심장부다.
이 쭌묘에서도 심장부는 불전에 바치는 꽃밭이다.
버마에서는 아무리 가난한 집안이라도 소득의 1/10을 바쳐
꽃을 사고 매일 아침 불전에 올리며 기도를 드린다.
덧없이 사라질지라도 삶은, 밥보다 꽃이 먼저라는 듯이.
꽃을 기르는 마 모에 쉐 (21)가 꽃 한 송이를 건넨다.
“쭌묘에서 꽃밭을 가꾸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아름다운 꽃들은 제 손에 향기를 남기지요.
꽃을 든 사람들의 미소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리고 부처님께도 가장 멋진 선물이 될 거예요.”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가장 높은 히말라야 만년설산에서 흘러와
가장 낮은 평원까지 젖 물려주는 인디아의 강.
바라나시로 순례를 가는 붉은 사리 옷의 여인들과
흙먼지 묻은 흰옷의 사내들이 강물을 만나자
발길을 멈추고 땀을 씻고 빨래를 한다.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부디 서두르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아라.
모든 것은 인연의 때가 되면 이루어져 갈 것이니.
남김없이 피고 지고
야크 젖을 짜던 스무 살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천막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이지요.
이 초원의 꽃들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기를 바래요.
내가 떠난 자리에는 다시 새 풀이 돋아나고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겠지요.”
충만한 삶이란, 축적이 아닌 소멸에서 오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 삶의 목적은 선물 받은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과 사랑으로 생의 도약을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출판사 서평
『노동의 새벽』의 시인이자 80년대 혁명의 아이콘이었던 박노해. 이제 카메라를 든 '사진가 박노해' 또한 낯설지 않다. 박노해는 지난 15년간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와 오래된 만년필을 들고,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걸어왔다. 이번에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은 아시아다. 박노해 사진집 『다른 길』에는 지난 3년 간 아시아 전역에서 촬영한 7만여 컷의 사진 중에 엄선한 아시아 6개국의 140여 점의 사진과 글이 실려있다. 인류 정신의 지붕인 땅 티베트에서부터 예전에는 천국이라 불렸으나 지금은 지옥이라 불리는 땅 파키스탄을 거쳐 극단의 두 얼굴을 지닌 인디아까지, 박노해가 찾아간 현장은 거의 공식적인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곳들이다. 박노해는 아시아 토박이 마을 삶 속으로 들어가, 다 다르게 살고 있는 민초들의 강인하고도 아름다운 삶과 노동, 눈에 띄지도 않고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는 이름없는 이들의 헌신과 고결을 묵묵히 포착해냈다. 필름 카메라로 한 장 한 장 심장의 떨림으로 촬영한 사진들, 그리고 단편소설만큼의 이야기가 담긴 글을 읽다 보면 전시장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유럽의 인쇄를 뛰어넘는 아트프린팅은 이 사진집을 품격 있는 정통 흑백 사진집으로 완성시켰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소장하고 싶은,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책.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유랑길은.
한 시대의 끝간 데까지 온몸을 던져 살아온 나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작가의 글」에서)
그러나 그는 차라리 ‘길 찾는 혁명가’였다. 박노해는 늘 정해진 길보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다. 『노동의 새벽』의 시인으로 80년대 권위주의 시절에 민주투사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던 박노해는,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수가 되어 7년여를 감옥에 갇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다들 예상했던 권력과 정치의 길을 거부하고 묵묵히 스스로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그는 스스로를 이 체제의 경계 밖으로 추방하여 지난 15년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이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과 사람들 속을 걸어왔다.
2003년 전쟁의 이라크에 뛰어들며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 현장의 살아 있는 진실을 글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절실한 필요 때문에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고 말하는 박노해. 이제 우리에게 ‘사진가 박노해’ 또한 낯설지 않다. 지난 201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나 거기에 그들처럼> 사진전은 아프리카?중동?아시아?중남미에서 촬영해온 107점의 사진을 통해 12년간의 작품 활동을 총망라한 전시였고, 19일간 1만 1천여 유료 관람객을 기록했다. 박노해 시인이 설립한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2012년부터 그의 글로벌평화활동 사진이 상설 전시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이 6만여 명에 이른다. 국내 사진작가로서 유례 없는 관람객 수뿐 아니라, 박노해의 전시는 “가장 긴 시간 머무른 전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전시”, “도록과 작품 판매가 많은 전시” 등으로 불려왔다. 관람객의 내면에 깊은 감동의 파장을 남기는 박노해 사진전을 가리켜, 사진전을 기획한 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는 “박노해 사진전은 ‘문화적 사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의 정신적 지주로 존경받는 요제프 쿠델카(Josef Koudelka)는 박노해의 사진집을 받아본 뒤, “박노해 시인에게 나의 경외의 마음을 전해달라“는 친필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희망의 종자’를 품은 땅, 아시아에서 길어올린 시대정신
2014년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두 번째 전시,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展과 함께 출간된 이번 사진집에서는 아시아인들의 삶이 펼쳐진다. 지난 3년간 아시아 전역을 기록한 흑백 필름 사진은 무려 7만여 컷. 3년의 작업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방대하고 다양하다. 『다른 길』에는 인류 정신의 지붕인 땅 티베트에서부터 예전에는 천국이라 불렸으나 지금은 지옥이라 불리는 파키스탄을 거쳐 극단의 두 얼굴을 지닌 인디아까지, 나아가 버마,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총 6개국의 엄선된 140여 점의 사진이 실렸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구원할 주체로 아시아의 시대를 호명하고 있는 지금, 박노해는 깊은 물음을 던진다. “아시아 시대의 부상은, 단순히 경제권력이 이동하는 문제를 넘어 ‘문명 전환’의 숙제를 우리에게 안겨주는 인류사적 사건이다. 세계 절반이 넘는 거대 인구 공동체가 ‘성장과 진보’라는 서구의 길을 뒤따라간 자리에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그 동안 뒤떨어진 듯 여겨져 온 아시아는, 그에게는 오히려 ‘좋은 삶의 원형’이자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원할 ‘희망의 종자’가 남겨진 땅이다. 오랫동안 대안 삶의 혁명을 추구하고 실험해온 그는, 아시아 토박이 마을 삶 속으로 들어가 ‘최후의 삶’이자 ‘최초의 인간’인 그이들과 혈육처럼 어울리며 사진을 찍고 그이들의 지혜의 말을 새기며 글을 썼다.
박노해의 사진 속 아시아는 ‘눈물의 땅’ 아시아도 아니며, 신비화된 ‘오리엔탈’의 아시아도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박노해는 슬픔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소생하고 있는 아시아인의 삶을 담아냄으로써, 정직한 절망 끝에 길어올린 ‘희망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일상의 경이’를 담은 성화聖畵
“인간에게는 위대한 일 세 가지가 있다.
사는 것, 사랑하는 것, 죽는 것.”
박노해의 사진은 이 위대한 ‘일상의 경이’를 펼쳐 보이며, 눈에 띄지도 않고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는 이름없는 이들의 헌신과 고결을 묵묵히 포착해낸다. 눈부시게 진보하는 세계와 멀어져 가장 험난한 곳에서, 자신이 무슨 위대한 일을 하는지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고 인류를 먹여 살릴 한 뼘의 대지를 늘려가는 전통마을 토박이들. ‘어찌할 수 없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어찌할 수 있음’은 최선을 다해가면서,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고 서로 기대어 사는 사람들. 박노해의 사진 속에서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다.
박노해는 그 내용에 걸맞은 독창적 형식과 미학을 이루어왔는데,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역광’과 ‘절제된 빛’이다. 사진에서 빛은 결정적이다. 빛은 새벽, 아침, 정오, 저녁 등 때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사진의 느낌과 내용을 결정한다. 박노해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존재들을 역광으로 촬영함으로써 감동을 배가시키고, 주인공의 앞면에 깔린 길고 짙은 그림자는 중후함과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해준다.
여기 파키스탄의 손수 지은 아담한 흙집에서 가족이 아침을 맞아 전통 차 짜이를 끓이며 언 몸을 녹이는 사진이 있다. 미소를 띤 얼굴로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그들에게 전통 가옥의 천장 구멍 사이로 '햇빛 기둥'이 내려온다. 그 한 줄기의 절제된 빛에 인물들의 실루엣이 신비롭게 강조되고, 어찌 보면 평범하고 남루한 일상은 신성한 의례로 탄생한다. 그리고 버마의 인레 호수에서 작은 조각배에 몸을 의지한 채 그물을 당겨 고기잡이하는 어부의 사진이 있다. 사선으로 흘러내리는 아침의 역광 아래, 먹고 살기 위한 고기잡이 행위는 돌연 노동의 춤이 되고 장엄한 신성을 느끼게까지 한다. 그렇게 박노해는 가난하고 힘없고 이름 조차 없는 토박이들을 그 자체로, 대지에 뿌리박은 그 흙냄새로, 인간의 존엄과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성화聖畵로 그려내고 있다.
단편 소설만큼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진 캡션
박노해의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 뭉클해지는 것은 거기 내재된 사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촬영 대상을 분석하고 탐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대상과 깊은 애정으로 교감하고 그들 속으로 혈육처럼 스며들어가 어느덧 ‘우리’로 동화된다. 박노해가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직접 쓴 사진 캡션에는 단편 소설만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과 글은 분리할 수 없는 한 몸뚱어리 같은 결합이라고 말했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한 순간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기까지 긴 지속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사진은 항상 현재진행형만 찍기에, 나머지는 글로 전할 수밖에 없다. 박노해의 사진과 글은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지탱하며 커다란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독자의 주체적 감상을 조금도 가로막지 않되, 그 땅의 역사와 문화와 사진 속 인물의 속 깊은 사연을 단 10여 줄에 시처럼 녹여낸 시와 같은 글은 사진의 감동을 증폭시킨다.
품격 있는 정통 흑백 사진집의 탄생
간편한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흑백 필름 작업과 아날로그 인화가 거의 사라진 오늘, 첫 전시부터 필름 카메라로 기록하고 흑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박노해의 작품은 그 계조의 깊이와 예술성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흑과 백의 계조만으로 이렇게 뜨겁고 찬연할 수 있으며, 그 나라의 자연 색감을 보여주기 위해 엄선한 몇몇의 칼라 작품은 눈이 다 시리다. 또한 모든 흑백 사진의 필름 테두리는 ‘노 트리밍No trimming’의 증거로, 치열한 현장에서 이루어낸 결정적 구도 미학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전의 감동이 책 속에서도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건, 새로운 인쇄방식 때문이다. 유럽의 인쇄를 뛰어넘는 아트프린팅은 이 책을 이 사진집을 품격 있는 정통 흑백 사진집으로 완성시켰다.
박노해가 흑백 필름 카메라를 고집할 수 있었던 건, 그와 뜻을 같이하며 고독한 장인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있어 가능했다. 이젠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보기 힘든 흑백 아날로그 인화 전문가로, 박노해 시인의 사진작품 인화를 전담해온 유철수(47), 그리고 독일에서부터 17년 동안 사진과 그림 인쇄만을 연구하며 파고든 유화(41)는 이 책의 제작에 온 심혈을 기울였다. 박노해 사진집 『다른 길』을 통해 코리아의 독자들은 인쇄술의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아날로그의 감성이 살아있는 흑백 사진집을 만나는 ‘안복眼福’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산뜻한 그린green의 표지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디자인까지, 사진집 『다른 길』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소장하고 싶은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책이다.
낯선 세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여행
박노해의 사진은 한 작가의 것인가 싶을 만큼 너무도 다양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주제로 흐르며 하나의 물음으로 관통된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근원 물음이다.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똑똑하고 편리해진 시대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을 잃어버리고 모든 걸 돈으로 살 수밖에 없는 무력해진 세계에서, 그들은 내 안에 처음부터 있었지만 어느 순간 잃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이다.” (박노해)
그리하여 사진 속, 그 낯선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그 안에서 마주하는 것은 정작 나 자신이다. “박노해의 사진 앞에 멈추어 서는 순간 우리는 사진에서 흘러나오는 정감과 시정詩情을 느끼며, 언제부터인가 망각하고 있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소망을 마주하게 된다. 가난하고 척박하고 고달픈 땅에서 오히려 희망을 발견하는 이 강렬한 반전이야말로 바로 박노해 사진의 힘인 것이다.” (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사진전 기획자)
박노해라는 한 영혼이 걸어온 ‘다른 길’을 따라, 시원의 순수와 신성함으로 거슬러 오르는 시간 여행. 그의 사진을 본다는 건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지만 그 속의 사람들과 형제이자 친구가 되는 만남이고, 어느 순간 잃어버린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경험이기도 하다. “우리 인생에는 각자가 진짜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박노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의 뜨거운 ‘발바닥 사랑’으로 써온 다른 삶 속으로의 여정. 이제, 내 마음의 순례길을 걸어가보자. 한 걸음 다른 길로. 한 걸음 나에게로.
기본정보
ISBN | 9788991418158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2월 01일 |
쪽수 | 312쪽 |
크기 |
295 * 285
* 3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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