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에 지다

잊혀진 이름, 국군포로

이영 저자(글)

이야기꽃 · 2007년 10월 01일

책 소개

작가정보

저자(글) 이영

강원도에서 자랐다. 대학(원)에서 '안보행정'을 전공한 후 동아시아 전략포럼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현재 아시아 및 북한문제에 대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목차

• 1. 두만강
  2. 농가
  3. 해병대
  4. 꽃제비
  5. 펀치 볼 전투
  6. 한국대사관
  7. 조국아! 조국아!
  8. 대련
  9. 서울에서 온 친구
  10.탈출
  11.대련의 봄
  12.대련의 암흑가
  13.도피
  14.예심
  15.수용소
  16.수용소의 겨울
  17.탈주

책 속으로

“강석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누구에게도 내가 남조선 포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우리 모두 다 죽는다, 만약에 내가 죽거든 네가 나의 신분을 대한민국에 가서 전해라, 그때까지 너희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너희를 꼭 환대 할거다”
“아버지는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뭣 하러 합네까?”
강석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사실 아버지는 떠나오기 전부터 남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남조선 국군 포로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럼 우리 모두 죽는다.”
강석은 물론 철이 들면서 아버지 고향이 남조선 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국군 포로라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해 지켜야만 했던 아버지의 처절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그 비밀이 깨어지는 순간, 강석은 처음으로 자신이 왜 인민학교 시절부터 선생님에게 걸핏하면 성질 나쁜 놈이란 꾸중을 들었으며 아이들로부터 멸시를 당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강석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시작했다.
“나는 북조선 사람인데.”
다음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강석은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본시 남조선국군이었소.”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무적이고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여성의 말씨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전화를 다른 곳으로 연결하는 모양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다시 흐르고 수화기를 쥐고 있는 강석의 두 손에 땀이 차오르고 손끝까지 찌릿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잠시 후 들려온 목소리는 무게 있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강석은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래 조선 사람이고 아버진 춘천이 고향인 국군이었는데 고향으로 좀 보내주시라요, 도와주시라요.”
그러나 무겁고 어두운 침묵이 잠시 흐르고 난 뒤에 대사관 직원의 썰렁한 말투가 이어졌다.
“북한사람은 한국대사관에서 직접 접수할 수 없습니다.”
역시 차갑고 사무적이었다.
“아, 그게 아니고 아버지는 남조선 국군이었지요.”
“그러면 연락처를 남기세요.”
딱딱한 답변만이 되돌아왔다. 달포 총각은 얼른 강석에게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강석은 달포총각이 적어준 전화번호를 대사관 직원에게 불러줬다. 그러자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가 끊어졌다.

출판사 서평

“남조선으로. 어차피 우리 몸속엔 남조선의 피가 흐른다. 아바이 고향 남조선으로 가는 거다. 여기서 죽으나 가다 죽으나 마찬가지다. 나도 돌아가신 아바이의 한을 품고, 강석이 너도 아바이의 한을 풀어드리고, 우리의 고향, 아바이의 고향으로 가는 거다. 여기선 죽음만 기다리는 거야.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거야? 이건 개만도 못한 짐승들이야. 차라리 죽든가, 살아서 남조선으로 가던가, 죽어서라도 가던가 하자”

분단 반세기,
자유를 잃은 북한 동포와 부당하게 북녘 땅에 억류된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음에도 자신의 영욕을 위해 ‘위선자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민족과 통일이라는 허울 속에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던 국군포로는 희생되어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고향, 자유대한을 찾아 북한을 탈출한 ‘대한민국 국군포로와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유 없이 북한으로 납치되어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국이 자국의 실종된 장병 유골을 찾는 데 기울이는 노력과 정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은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 장관까지 두고 있다. 이에 비한다면 결국 북한에 남아 있는 그들은 돌아갈 조국이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쳤던 ‘국군포로’, 이유 없이 북한으로 납치되어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통 받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도 짐승처럼 신음하면서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하루 빨리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기본정보

ISBN	9788991404168
발행(출시)일자	2007년 10월 01일
쪽수	220쪽
총권수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