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보
목차
- <제1부> 들키고 싶은 비밀
김수영의 불온한 ‘큰 눈’ / 한국문학의 페릴로 김현 읽기 /날아가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들키고 싶은 비밀 /누가 이 길을 가라고 했는가 / ‘혼자’인 동시에 ‘여럿’인 세상을 향한 출사표 / 외로운 비행사 ‘기요메’/ ‘서울’과 ‘광주’ 사이 / 굽어보고 고만하라 / 나는 아직도 나의 주량을 모른다 / 끝내 이겨왔던 날들의 비망록 / 정직성과 죽음의 시학 / 투쟁과 항쟁에서 화엄 또는 화쟁의 도시로 / 꿈을 타고 오는 구원의 이상향, 운주사
<제2부> 즐거운 숨바꼭질
정채봉, 어른세계를 비추는 거울의 동화 / 박경리, 척박한 토지 위에 울리는 수정의 메아리 / 고은, 환속과 탈속의 만화경적 변신 / 송기숙, 1백년 후 부활한 녹두장군 / 서정주, 자유의 공포에 물든 갈매빛 하늘 / 김남주, 존재의 율동과 사상의 거처 / 박봉우, 휴전선과 사일구 그리고 광주 / 한승원, 생명의 고향 해산으로의 탐색여행 / 송기원, 가식 지운 아름다운 연민의 맨얼굴 / 임철우, 망각과 고립의 봄날을 위한 진혼곡 / 심상대, 끝없는 자유와 유적의 묵호인 / 신경숙, 고독한 내성의 실내악 연주자 / 김민기, 잠든 시대의 양심을 깨운 음유시인
<제3부> 존재와 부재
존재의 성좌와 목포오거리 / 제 것인 아닌 운명을 사는 법 / 전쟁공간의 신문학과 호남문단 /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보면
책 속으로
지금도 나는 가끔씩 김수영의 시나 산문을 두서없이 읽곤 한다. 주로 나나 우리의 문학이 왜소해졌거나 나태해졌다고 느껴질 때다. 그럴 때면 그의 시든 산문이든,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석들이 반드시 하나 둘쯤은 걸리게 마련이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에 감동을 받은 것은 그의 시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에 나오는 “나는 한 가지를 안 속이려고 모든 것을 속였다”는 구절이었다. 나는 그 구절을 접하는 순간, 과연 나는 나를 지금껏 지탱케 한 그 “한 가지”를 가졌는가 생각해 보았다. 또 그 “모든 것을 속”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어떤 “한 가지”만은 “안 속이려” 내 “자신을 배반하고, 그 자신을 배반한 그 자신을 배반하”는, “이렇게 무수히 배반하는 배반자”(<시인의 정신은 未知>)로 살아왔는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 20면 <김수영의 불온한 ‘큰 눈’> 중에서 문단에 나와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단 한번도 문학평론가 김현을 직접 상면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유고가 나의 부끄러운 첫 시집 《매장시편》에 관한 글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한동안 당혹감을 감당하지 못했었다. 생전에 일면식이 있어야 한다는 불문율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지만, 중환자였던 그에게 그것은 유서나 다름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초침소리를 들으며 써내려간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나의 잘나지 못한 시편들이 그의 지상의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단축시켰을 것이고, 한편으론 내 자신이 과연 그런 과분한 평가를 받을 만한가에 대한 심한 자괴감이 일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되도록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었던, 나의 시적 세계에 대한 끈질긴 천착을 은근히 강요받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 23면 <한국문학의 페릴로 김현 읽기> 중에서 그가 스물세 살 때 쓴 <자화상>을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그의 시는 한 행이 의미 단락으로 나눠진다. 또한 그 의미를 희생한 채 순전히 음독(音讀)만으로도 그 시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독재정권 치하, 그리고 광주항쟁 시절에 보여준 치명적인 정치적인 흠결이 없었다면, 과연 그는 고은의 평대로 ‘한국어의 정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타고난 시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 145면 <서정주, ‘자유의 공포’에 물든 갈매빛 하늘> 《마음 속 붉은 꽃잎》에선 이러한 감정들이 더욱 고조되어 나타난다. 그의 시선은 이제 사회의 가장 밑바닥까지 전락한 ‘늙은 창녀들’에게로 돌려진다.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혹은 도덕적으로 철저하게 버림받은 사람들 중의 하나인 늙은 창녀를 통해 “나이가 마흔이 넘은께 / 이런 징한 디도 정이 들어라우. / 열여덟살짜리 처녀가 / 남자가 뭔지도 몰르고 들어와” “이십 년이 넘”으니까, “꼭 돈 땜시 그란달 것도 없이 손님들이 남같지 않”다는, “썩은 몸둥어리도 좋다고 / 탐허는 손님들이 / 인자는 참말로 살붙이 같”다는 진술을 받아낸다. 그러니까 그는 밑바닥 계층이 가지고 있는 애환의 조명에 그치지 않고, 그 와중에도 위선이나 위악적인 행동의 몸짓을 벗어던져 버린 인간상을 발견해내고 있는 것이다. -197~198면 <송기원, 가식 지운 아름다운 연민의 얼굴>
출판사 서평
《매장시편》의 시인 임동확의 첫 산문집 “그것이 한 편의 시로 이루어졌든 한 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졌든 한 작가가 지은 문학의 집은 단지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소유권은 그 집을 방문하는 독자들의 몫이다. 혼신을 다해 힘들여 지은 집이지만, 작가는 그런 독자와의 자발적인 공동소유에서 더 많은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문학의 집은 작가와 독자가 함께 행복해지고 보다 풍요로워질 때 더욱 가치를 발한다.” 첫 산문집 《들키고 싶은 비밀》을 세상에 내놓은 임동확 시인의 고백(머리말)이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이제 임동확 시인만의 것이 아니다. 이 책 ‘임동확 산문’이라는 ‘집’을 방문한 독자와 저자 모두가 주인인 것이다. 이 산문이라는 집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문학은 “들키고 싶은 비밀”이다 이 말은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모순이고 이율배반이다. 세상에 ‘들키고 싶은 비밀’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이 말 속에는 작가의 고뇌가 깊이 숨어 있다. 아니 작가의 고뇌를 그대로 표현한 말이다. 보여주고 싶고 많은 독자들이 봐주기를 원하지만, 내놓고 봐달라고 할 수도 없고 쉽게 드러내고 싶지도 않는 그 어떤 것이 문학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임동확 시인의 솔직한 내면 고백일 것이다. 그래서 문학은 작가와 독자가 숨고 찾는 것을 반복하는 숨바꼭질인지도 모른다. 물론 작가와 독자는 서로의 역할을 바꾸면서 숨바꼭질의 긴장을 팽팽하게 한다. 아마 한 쪽만 계속 술래를 하라고 하면 그 숨바꼭질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요즘에는 작가가 술래가 되어 독자를 찾아나서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임동확 시인은 “문학은 누군가 눈을 감고 열을 세는 동안 숨을 곳을 찾아 헤매는 숨바꼭질과 닮아 있다”면서, 문학이 숨바꼭질과 다른 것은 “완전히 숨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은신처”에 있다고 말한다. 숨기는 하지만 내심 들키기를 바라고, 들키려고 하면 곧장 숨어버리는 “은폐와 개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그 지점에 문학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많은 문학적 형식과 비유, 이미지와 상징, 아이러니와 역설 등은 그 숨바꼭질에 참여한 자들의 은신처”라고 덧붙인다. 문학은 “즐거운 숨바꼭질”이다 저자의 말대로, 문학은 어쩌면 들키고 싶어 하면서도 꼭꼭 숨어버리고, 들키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어디선가 ‘머리카락’을 살짝 내보이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독자든, 작가든 꼭꼭 숨어버리기만 한다면, 문학이라는 숨바꼭질 놀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술래가 숨을 곳을 미리 지정해주거나 스스로 술래가 찾기 쉬운 곳에 숨는, 너무도 뻔하고 시시하고 맥 빠진 숨바꼭질이어서도 안 될 것이다. 문학이라는 숨바꼭질은 술래가 찾아 나서기도 전에 “나, 찾아봐라”며 기척을 내고, 아니면 기척을 내기도 전에 찾아버리는 싱거운 게임이 아니다. 최대한 노력해서 그 은신처를 찾고 숨는, 또는 숨고 찾는 데서 즐거운 문학적 숨바꼭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제1부는 임동확 시인의 내면 고백이다. <매장시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 문학의 길 위에서 만난 절망과 희망의 자기 고백적 산문들이다. 양립하기 어려운 문학과 학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제2부는 당대에 화제를 모으거나 일가를 이룬 작가들의 내면 풍경을 훔쳐보거나 들추어보는 작가 탐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자는 자발적으로 가난의 길을 택한 작가들의 소우주인 집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동시에 저자의 내면과 문학을 되돌아보고 있다. 제3부에서 저자는 작가들의 문학적 원형을 찾아 방황하기도 하고, 연이어 저 세상으로 떠난 작가들의 유고집을 뒤적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김지하, 김현, 최하림이 한 시절을 풍미했던 목포오거리에 얽힌 이야기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정희와 박정만 시인, 문학평론가 김현과 기형도 시인의 죽음 이면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087279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11월 10일 |
쪽수 | 302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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