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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탐구

내 삶의 지적 연대기 | 양장본 Hardcover
칼 포퍼 저자(글) · 박중서 번역
갈라파고스 · 2008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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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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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향한 칼 포퍼의 끝없는 탐구를 담은 자서전
칼 포퍼의 자서전 〈끝없는 탐구〉.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인 칼 포퍼가 자신의 유년기와 또 다른 시절의 추억을 회고하는 책이다. 그 삶의 지적 연대기를 담고 있는 이 자서전은 1975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자기 저술의 핵심적 내용 몇 가지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그의 사상 전반에 대한 개론서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 포퍼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동유럽에서 일어난 공산주의의 흥망성쇠,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들, 특히 과학과 철학에 대한 젊은 시절부터의 매혹 등에 관한 흥미로운 증언을 남기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음악 애호, 유대계라는 출신배경에 대한 복잡한 감정, 비트겐슈타인과의 논쟁 중에 벌어진 전설적인 '부지깽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아울러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러셀 등 당대 최고의 석학들을 만난 일화와 그들의 사상에 대한 평가도 수록하였다. 단순히 생애를 기술한 자서전을 넘어선 이 책은, 폭넓은 관심사를 가진 한 철학자의 사상을 본인의 목소리로 쉽고 명료하게 전해준다. '끝없는 탐구'라는 제목처럼 평생에 걸쳐 진리를 탐구한 포퍼의 여정을 만날 수 있다. [양장본]

작가정보

저자(글) 칼 포퍼

칼 포퍼

칼 라이문트 포퍼(Karl Raimund Popper)는 1902년 7월 28일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유대계 변호사인 아버지로부터 강렬한 지적 호기심을 물려받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혼란 속에서 제도교육에 환멸을 느끼고 고등학교를 중퇴, 한때 목수의 도제로 일했다. 하지만 억누를 수 없는 지적 욕구로 인해 뒤늦게 빈 대학에 들어가 수학, 물리학, 역사, 철학 등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이른바 과학철학 분야에서 ‘반증가능성’의 방법을 제시한 첫 저서 『탐구의 논리』(1934)를 출간해 주목을 받는다. 나치의 득세로 인해 외국행을 결심한 포퍼는 1937년에 뉴질랜드에 위치한 캔터베리 대학 칼리지의 강사로 부임하고, 제2차 세계대전 내내 그곳에 머무르며 정치철학 분야의 주저인 『역사주의의 빈곤』(1944)과 『열린사회와 그 적들』(1945)을 집필한다.
1946년에 포퍼는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LSE)으로 자리를 옮겨 1949년에 논리학 및 과학방법론 담당 교수가 되었으며, 이후 ‘비판적 합리주의’로 명명되는 특유의 신조에 입각하여 철학, 정치, 사회, 과학, 교육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왕성한 연구 및 집필 활동을 벌인다. 또한 그는 비트겐슈타인과의 ‘부지깽이 논쟁’(1946), 아도르노 및 하버마스와의 ‘실증주의 논쟁’(1961), 토머스 S. 쿤과의 ‘과학철학 논쟁’(1965), 마르쿠제와의 ‘혁명/개혁 논쟁’(1971) 등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한 논객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1965년에 기사 작위를 받고, 1969년에 교수직에서 은퇴한 직후에도 지칠 줄 몰랐던 포퍼의 ‘끝없는 탐구’는 1994년 9월 17일, 영국 런던에서 막을 내렸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는 『추측과 논박』(1963), 『객관적 지식』(1972), 자서전 『끝없는 탐구』(1976), 에세이집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1994), 대담집 『우리는 20세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1996) 등이 있다.

번역 박중서

출판기획 및 번역가이다. 한국저작권센터(KCC)에서 근무했고, ‘책에 대한 책’ 시리즈를 기획했다. 번역서로는 ‘약소국 그랜드펜윅’ 시리즈인 『뉴욕 침공기』와 『월스트리트 공략기』를 비롯해, 『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해바라기』『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젠틀 매드니스』(공역)등이 있다.

목차

  • 감사의 말
    제1장 전지전능함과 오류가능성
    제2장 어린 시절의 추억
    제3장 초기의 지적 영향
    제4장 제1차 세계대전
    제5장 초기의 철학적 문제: 무한
    제6장 나의 첫 철학적 실패: 본질주의의 문제
    제7장 본질주의에 관한 기나긴 여담: 아직까지도 내가 다른 현대 철학자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문제
    제8장 결정적이었던 한 해: 마르크스주의, 과학, 그리고 사이비과학
    제9장 초기의 연구
    제10장 또 다른 여담: 독단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그리고 귀납 없는 학습
    제11장 음악
    제12장 다성음악의 발생에 관한 추측: 발견의 심리학인가, 아니면 발견의 논리인가?
    제13장 두 종류의 음악
    제14장 예술, 특히 음악에서의 진보주의
    제15장 대학에서의 마지막 몇 해
    제16장 지식의 이론: 『탐구의 논리』
    제17장 누가 논리실증주의를 죽였나?
    제18장 실재론과 양자이론
    제19장 객관성과 물리학
    제20장 진리, 확률, 확인
    제21장 다가오는 전쟁, 그리고 유대인 문제
    제22장 이민: 영국과 뉴질랜드
    제23장 뉴질랜드에서의 초기 연구
    제24장 『열린사회』와 『역사주의의 빈곤』
    제25장 뉴질랜드에서의 다른 연구
    제26장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제27장 영국에서의 초기 연구
    제28장 첫 미국 방문, 그리고 아인슈타인과의 만남
    제29장 문제와 이론
    제30장 슈뢰딩거와의 토론
    제31장 객관성과 비판
    제32장 귀납, 연역, 객관적 진리
    제33장 형이상학적 연구 프로그램
    제34장 물리학의 주관주의와의 대결: 양자역학과 경향성
    제35장 볼츠만과 시간의 화살
    제36장 주관주의적 엔트로피 이론
    제37장 형이상학적 연구 프로그램으로서의 다윈주의
    제38장 세계 3, 혹은 제3 세계
    제39장 심신 문제와 세계 3
    제40장 사실들의 세계에서 가치의 지위
    후기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1992년의 후기
    옮긴이의 말

    포퍼의 주저 제목 및 약어
    포퍼 저술 서지목록
    포퍼 관련 국내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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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칼 포퍼의 말들

진정한 철학적 문제에 관하여 (1)
“나는 단순히 언어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생겨난 수수께끼가 아닌, 진정한 철학적 문제가 이 세상에 분명히 있으리라고 오래 전부터 믿어 왔다.” (29쪽)

언어와 그 의미에 관하여
“[나는] ‘언어와 그 의미에 관한 논쟁은 절대 벌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항상 (……) 기억했다. 왜냐하면 그런 논쟁은 허울만 좋다뿐이지 사실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33쪽)

진정한 철학적 문제에 관하여 (2)
“언어와 그 의미에 관한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려 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정말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오히려 사실과 사실에 관한 주장, 이론과 가설, 그것들이 해결할 문제, 그리고 그것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이다.” (35쪽)

번역에 관하여 (1)
“번역을 해 보았거나, 번역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세상에는 문법적으로 정확한 번역이라든지, 거의 완벽한 직역은 없음을 알 것이다. 모든 좋은 번역은 원 텍스트의 ‘해석’이다.” (42쪽)

번역에 관하여 (2)
“어떤 번역이 ‘충분히’ 정확하지 못한 까닭에 나쁘다고 말할 수는 있더라도, 난해한 텍스트의 완벽히 ‘정확한’ 번역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43쪽)

사회주의에 관하여
“사회주의와 개인적 자유를 결합시켜 놓은 것이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주의자로 남고 싶다. 왜냐하면 인류가 평등한 사회에서 검소하고,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세상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는 이것이 기껏해야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자유는 평등보다도 더 중요하다. 평등을 실현하려는 시도는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결국 자유가 상실된다면, 부자유로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등이 있을 리 없다.” (62쪽)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에 관하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 그렇게 자신의 혈통을 숨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부심을 품고 공공연히 이야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대로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인종적 증오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라 하더라도, (……) 인종적 자부심은 어리석은 것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이다. 모든 민족주의 또는 인종주의는 악한 것이며, 하물며 유대계 민족주의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172쪽)

민주주의의 한 가지 무력함에 관하여
“나는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싸우기에 적합한 체제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83쪽)

비판적 합리주의에 관하여 (1)
“‘비판적 방법의 의식적 채용’이야말로 성장의 주요 도구인 것이다.” (190쪽)

비판적 합리주의에 관하여 (2)
“〈열린사회〉에서 나는 비판적 방법은 내가 이른바 비판적, 또는 합리적 태도라고 서술한 것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는 ‘이성’과 ‘분별력’이 지닌 최고의 의미 가운데 하나는 바로 비판에 열려 있음(즉 비판받으려는 용의, 그리고 스스로를 비판하려는 열의)이라고 논증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분별력의 비판적인 태도를 (……) 최대한도로 확장시켜야만 한다는 요구를 ‘비판적 합리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 [제안했다.]” (190쪽)

가치관의 충돌에 관하여 (1)
“이러한 태도에는 우리가 항상 불완전한 사회에 살 수밖에 없다는 자각이 함의되어 있었다. (……) 이 세상에는 가치들 사이의 해결 불가능한 충돌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는 도덕적 원칙이 충돌하는 까닭에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문제들이 여러 가지 존재했다.” (191쪽)

가치관의 충돌에 관하여 (2)
“인류 사회에서 충돌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런 사회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사회가 아니라 개미의 사회일 것이다. (……) 가치들과 원칙들의 충돌이 때로는 값진 것일 수도 있으며, 사실상 열린사회에 있어 본질적인 것일 수 (……) [있다.]” (191쪽)

지적 도전에 관하여
“나는 초청을 받고 어디에 가서 강연을 할 때마다, 내 견해의 결론들 가운데서도 그 특정한 청중들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되는 몇 가지를 굳이 꺼내 설명하려고 (……) [했다.] 내가 그런 강연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바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204쪽)

행복에 관하여 (1)
“[나는] 철학자로서는 한 번도 불행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열심히 연구에 몰두했고, 해결 불가능한 어려움을 종종 깊숙이 파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문제들을 발견하고, 그 문제들과 씨름하고, 뭔가 진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207쪽)

출판사 서평

『끝없는 탐구』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칼 포퍼가 자신의 유년기와 또 다른 시절의 추억들을 회고하는 책이며, 그 삶의 지적 연대기이다.

영어로 글을 쓰는 그 어떤 철학자라도 그 저술의 범위와 질에 있어 감히 칼 포퍼에 버금갈 수는 없을 것이다. (……) 정치, 과학, 예술 (……) 인간 사고의 주요 분야 가운데 포퍼의 저술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것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다. (브라이언 매기)

■ 이 책의 개요

칼 포퍼는 여덟 살에 무한이라는 관념을 처음 접하고 혼란을 경험했으며, 열다섯 살에는 아버지의 서재에 간직된 책들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끝없는 탐구』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인 그가 자신의 유년기와 또 다른 시절의 추억들을 회고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포퍼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동유럽 블록에서 일어난 공산주의의 흥망성쇠,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들, 특히 과학과 철학에 대한 젊은 시절부터의 매혹 등에 대해 흥미진진한 증언을 남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그의 음악 애호, 유대계라는 출신배경에 대한 복잡한 감정, 비트겐슈타인과의 논쟁 중에 벌어진 그 전설적인 ‘부지깽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망라되어 있다. 또한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러셀 등 당대 최고의 석학들을 만난 일화와 그들의 사상에 대한 평가도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끝없는 탐구』는 포퍼의 철학에 대한 최상의 개론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포퍼는 자기 저술의 핵심적 내용 가운데 몇 가지를 일반 독자들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설명해 두었기 때문이다.

■ 이 책의 내용

목수보다 더 쉬운 직업을 찾아 철학자가 된 청년
1920년대 초의 오스트리아 빈.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 쓰는 일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돌연 대학 공부를 중단하고 목수의 도제가 된 대학생이 있었다. 뭐든지 아는 척하는 주인의 장광설을 묵묵히 견디며 책상 앞에서 톱질과 대패질과 광택제 칠을 하는 도중에도, 청년의 머릿속에서는 갖가지 철학적 문제에 대한 남다른 사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여차하면 솜씨 좋은 목수로 생을 마감할 뻔했던 청년의 운명은 한 순간의 실수로 뒤바뀐다. 특별 주문을 받아 그가 만든 책상에서 그만 하자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청년은 2년 만에 도제 일을 그만두고 목수보다 더 쉬운 직업을 찾아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10여 년 뒤 전업 철학자가 되고 나서야 “이제는 책상 앞에 앉아 인식론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는” 최고의 직업을 얻었다며 기뻐한다. 철학자 칼 포퍼가 자서전에서 털어놓은 젊은 시절의 일화다.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그러나 오해받은 철학자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칼 라이문트 포퍼(1902-1994)는 20세기의 가장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가장 많이 오해받은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냉전시대의 개막과 함께 출간된 그의 정치철학 분야 주저인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으로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소련과 동구권의 변화 이후에는 공산주의뿐 아니라,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인 포퍼의 업적조차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간주되어 대중에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지금은 런던정치경제대학 시절 그의 동료였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라든지, 그의 제자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인해, 포퍼마저도 졸지에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옹호자 정도로 대중에게 오해되는 실정이다.

포퍼의 사상은 이미 유통기한이 끝난 것일까?
하지만 이는 과연 온당한 평가일까? 과연 포퍼의 사상은 동서 냉전시대에만 존재 의의를 지닌 것이었을 뿐, 지금에 와서는 거들떠 볼 가치도 없는 것일까? 또한 포퍼는 흔히 간주되는 것처럼 보수 우익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반동 철학자일까? 포퍼의 비극은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크나큰 성공으로 인해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한 대중적 명성이 너무 일찍 찾아왔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다 보니, 과도한 열광에 뒤따르는 무관심을 거쳐 금세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만 것이다. 나아가 냉전시대를 통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열린사회와 그 적들』와 달리, 그의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과학철학 분야의 주저 『탐구의 논리』의 경우, 출간 이후 사반세기가 지나도록 독일어권 이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그를 보수 우익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반동 철학자로 오해받게 했던 것이다.

과학철학에서 시작되어 정치철학으로 나아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치철학 분야의 주저인 『역사주의의 빈곤』(1944)과 『열린사회와 그 적들』(1945)이 1970년대에 이미 번역된 반면, 과학철학 분야의 주저인 『탐구의 논리』(1934)는 그 개정 증보판인 『과학적 발견의 논리』(1959)가 1994년에 와서야 번역되었다. 칼 포퍼의 사상은 크게 과학철학과 정치철학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그중에서도 근원적인 것은 과학철학이며, 포퍼가 그 분야에서 정립한 개념을 현실 세계에 적용해서 얻은 결과가 바로 정치철학이다. 즉 전자가 이론 편이라면 후자는 응용 편인 셈이다. 이 두 가지는 포퍼의 사상에 있어 서로 긴밀한 연관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로 대표되는 정치철학 말고도 『탐구의 논리』로 대표되는 과학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판적 합리주의, 또는 합리성을 향한 추구
포퍼의 과학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비판적 합리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지식이 독단적인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검증(시행 및 착오제거)의 엄밀한 과정을 통해 진리에 보다 근접한다는 생각이며, 유명한 열린사회의 이념 역시 독단과 비판의 상호작용을 정치철학에 원용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철학적으로 포퍼는 평생 실재론의 신봉자였으며, 이러한 생각에 근거하여 허무주의와 상대주의를 공격했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와 인종주의에 반대했으며, 빈 학파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실증주의가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외면하고 만사를 언어적 문제로 귀속시킨다며 비판했고, 자유와 비판의 중요성을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열린사회의 이념을 제창했다. 이처럼 그의 일생은 평생 비합리성과 비인간성을 상대로 벌인 끈덕진 전투였던 셈이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포퍼의 사상이 필요한 이유
따라서 포퍼의 철학은 단순히 공산주의라는 특수한 현상, 또는 냉전시대라는 특수한 시대에만 의의를 지닌 것이 아니며,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물질적으로는 근대화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전근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포퍼가 제창한 비판적 합리주의, 즉 철저한 비판과 그 비판을 수용하는 열린 자세야말로 무엇보다도 필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토론 부재의 문화, 그리고 무분별한 악플과 사이버 테러로 상징되는 인터넷 문화만 해도, 우리 사회가 이른바 열린사회와는 적잖은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회가 “검증”이나 “반증”의 중요성은 무시한 채 영웅 만들기에만 얼마나 급급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황우석 사건의 경우 역시, 포퍼가 언급한 과학적 사고방식의 부재, 즉 합리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출간 사반세기 만에 소개되는 포퍼의 자서전
1975년에 처음 출간되어 거의 사반세기 만에 소개되는 포퍼의 자서전 『끝없는 탐구』야말로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그의 사상 전반에 대한 최고의 개론서이다. 이 책은 우선 포퍼의 어린 시절 회고(1~4장)로 시작되어, 최초의 철학적 고민과 이른바 본질주의에 관한 비판(5~7장)을 거쳐, 대학 시절과 초기 연구를 설명(8~10장)한다. 음악에 대한 이론(11~14장),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비판(15~17장),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비판(18~20장)은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포퍼의 폭넓은 관심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다. 뉴질랜드에 머물며 『열린사회와 그 적들』와 『역사주의의 빈곤』을 집필한 시기(21~25장)와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강의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던 시기(26~27장)는 포퍼의 명성이 확립된 때의 일화를 소개한다. 아인슈타인 및 슈뢰딩거와의 만남을 비롯한 물리학 관련 대목(28~30장), 귀납-연역 및 객관성 문제를 다룬 철학 관련 대목(31~33장), 엔트로피와 진화론을 고찰한 대목(35~37장), 나아가 그의 독창적인 고안인 세 가지 세계에 관한 설명(38~40장)은 자서전 집필 당시인 1960년대 말에 저자가 연구하던 특수한 주제를 다룬 까닭에 초보자에겐 어렵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포퍼의 사상에 관해 진지한 관심을 지닌 독자라면, 이 책이야말로 단순히 생애를 기술한 자서전 이상의 존재임을, 즉 폭넓은 관심사를 지닌 철학자의 사상을 최대한 명료하고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최고의 개론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끝났으되 탐구는 끝나지 않았노라”
이 책의 옮긴이는 역자후기에서 포퍼와 동시대의 인물이면서도 가톨릭 수도사이자 영성가로 정반대되는 궤적을 그렸던 토머스 머튼(1915~1968)의 자서전 『칠층산』의 맨 마지막 구절을 인용해 포퍼의 일생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 비록 구체적인 삶의 방식은 달랐지만 평생에 걸쳐 진리를 탐구하며 행복해했던, 나아가 자서전의 제목조차도 『끝없는 탐구』로 삼았던 포퍼의 생애 역시 머튼의 것과 다름없는 진지하고도 아름다운 구도의 여정이었기 때문이리라.

“책은 끝났으되 탐구는 끝나지 않았노라.”
(Sit finis libri non finis quaerendi)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0809223
발행(출시)일자 2008년 03월 20일
쪽수 432쪽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Unended quest : an intellectual autobiography/Popper, K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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