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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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 2011년 선정
작가정보
저자 김영주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화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문학사상』신인상에 단편소설 「끈」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 『떠다니는 사람들』, 동화 『선생님, 길이 사라졌어요』와 『순이』 등이 있다.
저자 김이정은 1994년 문화일보로 등단했다. 소설집 『도둑게』 『그 남자의 방』과 장편소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물속의 사막』이 있다.
목차
- 책을 펴내며 | 김남일 | 004
01 | 황선금 | 돌 틈 사이 풀잎처럼 | 장남수 | 009
02 | 차언년 | 아카시아 꽃, 어느 여자 | 김이정 | 061
03 | 이영자 | 장마 | 김이정 | 101
04 | 박순애 | 꿈, 꿈, 꿈… 지금도 진행형 | 김영주 | 141
05 | 양승화 | 떠나가는 배 | 김영주 | 199
06 | 김오순 | 30년에 술 한 잔 | 이재웅 | 247
07 | 양태숙 | 네 개의 의미 | 이재웅 | 283
출판사 서평
원풍모방노조는 2007년 9ㆍ27사건 25주년 모임에서 원풍모방노조의 역사를 정리해 보존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곧바로 조합원들의 모금으로 기금을 만들었고, 26명의 발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 권은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가 김남일이 『원풍모방 노동운동사』를 정리했고, 다른 한 권은 노조 활동 영역별로 43명을 인터뷰하여 구술사 자료집을 묶었다. 또 4명의 작가들이 조합원 7명의 삶을 재구성하여 『못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을 펴냈다.
『못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는 청계피복, 동일방직, 와이에이치(YH)무역 등과 함께 7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대표적인 민주노조였던 ‘원풍모방노조’ 조합원 7명의 생애사이다. 제1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던 소설가 김남일이 기획하고, 소설가 김이정, 김영주, 이재웅과 1984년 이미 원풍모방 노동자 수기 『빼앗긴 일터』를 낸 바 있는 장남수 씨가 집필을 맡았다. 작가들은 이 생애사를 단순하게 사실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 낱낱의 기억들과 삶 전체를 윤기 있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원풍모방 시절과 9ㆍ27사건, 그 이후의 상황 들이 7가지의 입체적인 모습으로 되살아나며 마치 3D화면을 보듯 생생하다.
‘공순이’라 불렸던 여성 노동자들의 꿈,
그 새록새록 아름다운 꿈과 만난다
『못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의 집필에는 소설가들과 당사자가 직접 참여했다. 『원풍모방 노동운동사』를 엮어낸 소설가 김남일이 기획하고 소설가 김이정, 김영주, 이재웅과 1984년 이미 원풍모방 노동자 수기 『빼앗긴 일터』를 낸 바 있는 장남수 씨가 집필을 맡았다. 이들은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에 기꺼이 동참했다.
『못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는 1970년대 ‘민주노조의 전설’로 기억되는 원풍모방 노동조합 조합원 7명의 생애사이다. 이들이 어떤 어린 시절을 겪었는지,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어떻게 원풍모방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원풍모방을 70년대를 대표하는 민주노조로 가꾸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그려냈다.
그러나 작가들은 이 생애사를 단순하게 사실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 낱낱의 기억들과 삶 전체를 윤기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꿈이 어떻게 좌절되고 다시 살아나는지, 한 인격체로서 어떻게 삶을 가꿔나가는지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다. 책을 기획한 소설가 김남일의 말을 들어보면 이 책이 사실 기록을 넘어 삶의 세목까지 세세하게 그려낸 이유를 알 수 있다.
많은 경우 이들의 이름은 ‘공순이’였고, 우호적인 기록에서도 이들은 다만 ‘조합원’일 뿐이었다. 이 책은 이들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김남일, 「책을 펴내며」에서
황선금, 차언년, 이영자, 박순애, 양승화, 김오순, 양태숙. 이들 어린 여공들의 살아온 내력은 어찌 보면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70년대 청년기를 통과한 우리네 삶의 모습들이다. 가난한 농촌의 식구 많은 집 딸로 태어나,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던 가정 형편, 가족의 생계나 형제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공장 생활……. 이들의 꿈은 애초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원풍모방을 만난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세계와 만난다. 그것은 태어나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었던 이들의 ‘인격’을 호명했던 것이다.
여공들이 가꿔나갔던 원풍모방노조
7개의 입체적인 그림
이들 어린 여공들은 노조 활동을 통해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노조의 소그룹 활동과 학습 등을 통해 사회적 지식과 공동체 실현의 만족감을 느낀다.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에 다니고, 자신들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고,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실현된다는 데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열일곱 살의 언년은 드디어 중학교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감색의 치마와 흰 카라가 달린 자켓을 입고 가방도 들었다. 양털 먼지를 마시며 실을 만들고, 연색을 하고, 옷감을 짜면서도 늘 꿈꾸던 교복이었다.
-차언년 이야기, 김이정, 「아카시아 꽃, 어느 여자」에서
이들이 가꿔갔던 민주노조의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조의 꿈은 신군부에 의해 짓밟힌다. 1982년 9월 27일 회사는 폭력배들을 동원해 조합을 침탈하고 경찰이 여공들의 농성을 강제 해산한다. 그리고 회사는 570명의 여공들을 강제 해고한다.
원풍모방 시절과 9ㆍ27사건, 그 이후의 상황 등은 7명의 생애사를 통해 7가지의 입체적인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하나의 시간과 공간 속의 사건을 7개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마치 3D 화면을 보는 듯 생생해진다. 이렇게 이 책은 7개의 생이 살아가다가, 한 곳에 한 마음으로 모이고, 다시 흩어졌다가, 또 다시 세월이 흐르는 과정 속에 모여드는 과정을 추적해낸다.
꽃다운 처녀들이었던 여공들은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아줌마들이 되었다. 이들의 삶이 ‘산업 역군’이거나, ‘조합원’이거나, 혹은 ‘여성 노동자’로서가 아닌 평범한 꿈을 꿨던 하나의 주체로 살아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역사 속에 다른 이름으로 묻힌 이들의 생애를 있는 그대로 호명해내고 있다. 이들의 아직 현재진행형인 이야기, 아직 살아 꿈틀대는 꿈이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등장인물소개]
황선금
1954년 강원도 철원에서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기성회비 대신 아버지가 교장 사택에 나뭇단을 부려놓고서야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던 가난은 그녀를 일찍 철들게 했다. 간난신고 끝에 1975년 원풍모방에 입사하게 되고 노동조합을 알게 되면서 ‘가장 행복했던’한 시기를 보낸다. 노동조합의 소모임 활동을 열심히 하던 그녀는 1980년도에 대의원으로 선출되어 활동하다 1982년 9ㆍ27 사건으로 강제 해직된다. 그 후 이 공장 저 공장 쫓겨 다니다 (사)녹색환경운동의 사무국을 맡아 일했고, 현재는 이 단체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8년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입학하여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으며 성당과 환경단체 등을 통해 소박하게 생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베로니카’라는 영세명의 의미처럼 삶의 골고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의 지친 땀방울을 닦아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한다.
차언년
1963년 충남 공주군 장기면의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에서 3남2녀의 맏딸로 태어났다. 지독한 가난으로 초등학교만 졸업한 후 상경하여 1976년 2월 4일,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원풍모방에 입사하였다. 소모과 선별실에서 6개월 근무 후 정사과로 옮겼으며, 일하면서 삼성실업중학교를 졸업했다. 백마그룹이라는 소그룹과 탈춤반 활동에 빠져 신명나고 행복한 회사 생활을 했다. 1982년 노동조합 대의원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9ㆍ27 사건이 일어났고 2차 출근투쟁 때 플래카드를 만들어 시위를 하다가 연행돼 10개월 형을 받고 복역하던 교도소에서 성년을 맞았다. 1983년 8월 14일, 만기출소 하루를 앞두고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그 후로도 톰보이, 시대샤쓰에서 일했으며 안양의 노동회관에서 탈춤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금도 원풍이 가장 좋은 학교였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영자
1948년 경북 대구에서 3남 2녀의 맏딸로 태어나 다섯 살 때 솔고개를 넘어 가는 속리산 자락의 보은군 마로면으로 이사를 갔다. 중학교를 졸업한 다음 해 상경하여 1966년 4월 8일, 친구 따라간 한국모방에 키가 크다는 이유로 취직이 되었다. 정방과에 근무하며 한국모방의 민주노조 태동기에 노동조합 대의원을 시작으로 교선차장과 교선부장, 부녀부장, 기숙사자치회장을 두루 거치며 노동조합 활동에 청춘을 바쳤다. 1980년 12월 8일 비상계엄하의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되었다가 22일 만에 풀려나며 회사에 사표를 냈다. 순화교육에 보낸다는 협박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하고 싶었기에 방송통신고등학교를 거쳐 1981년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으나 2년을 다니다가 큰딸아이를 낳은 바람에 중단되었다. 활자중독증이라고 할 만큼 책 읽기를 좋아한다.
박순애
195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하여 1972년 원풍모방의 전신인 한국모방에 입사할 수 있었다. 직포과 양성공 시절 9·3사태를 맞았으며 1978년에는 영등포산업선교회 인명진 목사의 재판을 방청하던 중 영등포경찰서에 연행되기도 했다. 1981년 연차대의원대회에 이어 다음 해에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조합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9ㆍ27사태가 있기 하루 전, 회사 상벌규정 제12조 위반 혐의로 해고 통지를 받아야 했다. 1983년 3월 4일 노동쟁의조정법(제3자 개입)위반혐의로 징역 1년을 언도받았으며, 10개월 복역 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었다. 현재는 용인시 기흥구에서 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용인 참여자치시민연대 활동으로 시의회 모니터링과 예산 감시 활동을 했으며, 지역 내 고등학교의 운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양승화
195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이사했고 1972년 원풍모방의 전신인 한국모방에 입사했다. 1978년에는 정사과 대의원에 당선되었고 쟁의부 차장이던 1980년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되기도 했다. 1982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조합장으로 선출되었으며, 9ㆍ27사태로 징역 1년을 언도받았고 고척동 구치소에 수감 중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었다. 이후 원풍모방 법외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평민당 대외협력위원회 및 평민당 안양노동회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노동회관을 정리한 후 시흥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2001년 <반야철학원>을 개원했고, 네오포춘과 메이프론 상담원으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현재 <백련사주학원>을 운영하면서 네이트온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오순
1961년에 전북 정읍 산외면 상두리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노량진에 있는 원풍모방 제2공장에 입사했다가 원풍모방 제2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대림동의 본공장으로 옮겨가 일했다. 원풍노조의 청포도라는 소그룹에서 활동했으며 1년 여간 총무를 역임했다. 스물네 살에 결혼해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서른아홉부터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청소용역 파견근로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민주노총 전북본부 일반노조의 지부장을 맡고 있다.
양태숙
1960년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되던 해인 1978년 여름 원풍모방에 입사했다. 원풍노조의 개미그룹에서 활동했으며 총무를 역임하고 이후 2~3년간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스물두 살에 결혼해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셋을 두고 있다. 현재 중장비임대업을 하는 남편을 도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울타리’라는 친목모임을 통해 원풍노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저자의말]
이 책은 1970년대 ‘민주노조의 전설’로 기억되는 원풍모방노동조합 조합원 일곱 명의 생애사다. 이들 일곱 명은 노동조합 활동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역사에는 특별히 이름이 기록된 바 없다. 독재정권은 이들을 포함한 당대의 노동자들을 산업 전사요 수출 역군으로 추켜세우다가도 하루아침에 불순한 노동자로 낙인을 찍어버리곤 했다. 많은 경우 이들의 이름은 ‘공순이’였고, 우호적인 기록에서도 이들은 다만 ‘조합원’일 뿐이었다.이 책은 이들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어찌 보면 이들이 이제껏 꾸려온 생은 엇비슷하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 식구 많은 집의 딸,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순종과 체념으로 살아가는 어머니,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던 가정 형편, 배고픔, 상급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 결국 이들에게 주어진 길은 하나였다. 서울로 와서 공장에 들어가는 것. ?이들에게도 꿈이 있었다면, 공장은 이들이 꿈을 이루는 발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경제 성장의 온갖 화려한 지표와 반비례하여 이들의 꿈은 자꾸만 오그라들 뿐이었다.
이들이 마침내 원풍모방을 만났다. 그것은 동시에 노동조합을 통해 이들이 전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되었음을 뜻했다. 민주적인 노동조합은 이들에게 꿈을 다시 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노동조합은 태어나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었던 이들의 ‘인격’을 호명했던 것이다.이영자, 박순애, 양승화, 황선금, 김오순, 양태숙, 차언년.이들 역시 원풍이 1970년대를 대표하는 민주노조로 성장하는 데 당당히 한몫을 한다. 물론 1982년 정권의 탄압으로 노동조합은 해체된다. 그와 더불어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꿈도 사라진다. 이루지 못한 꿈,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비록 이루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이들이 청춘의 시절에 꾸었던 그 꿈은 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사실이다.힘든 시절을 기억해준 이들과 그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에 기꺼이 동참한 작가들에게 새삼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10년 9월 기록자를 대표하여 김남일
기본정보
ISBN | 9788990492876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10월 09일 |
쪽수 | 319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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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김영주·김이정·이재웅·장남수 지음, 삶이보이는창 펴냄). ⓒ삶이보이는창그런데 이런 노예와도 같은 공장 생활에서 이들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라는 희망의 공동체를 발견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신천지였다. <못 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삶이보이는창 펴냄)는 바로 그런 새로운 공동체였던 1970년대 민주 노동조합 가운데서도 그 강한 조직력으로 군사 독재 정권의 탄압을 가장 오래 견뎌냈던 원풍모방 노동조합 조합원의 이야기이다.그냥 단순히 조합원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여성 노동자로 살았다는 것이 어떤 삶이었는지 그 기가 막힌 삶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황선금, 차언년, 이영자, 박순애, 양승화, 김오순, 양태숙 등 7명의 각기 다른 삶의 굽이굽이를 장남수, 김이정, 김영주, 이재웅이 구술 받아 정리한 글들로 엮어져 있다.그 어떤 문학 작품보다 더 다양하고 깊고 풍부한 것이 실제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이다. 구술 생애사는 한 개인의 역사이자 동시에 시대를 증언하는 생생한 시대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첫 글을 읽으면서 아마도 어떤 사람은 필자처럼 콧날이 시큰해지고 애써 눈물을 참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그 지독한 가난과 계집애로서 겪어야 했던 차별과 억울함, 그리고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공부도 하지 못하고 공장의 공순이로서 살아야 했던 이들의 삶의 고단한 행적은 우리 시대의 오디세이에 다름 아니다. 이 기록은 1970년대, 198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삶을 대변하는 일종의 사기 열전에 해당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다만 구술 생애사 본래의 취지에 맞게 인터뷰 내용을 날 것 그대로 정리하는 수준에서 책을 펴냈으면 훨씬 더 생생했을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장남수의 글과 앞에 있는 몇 사람의 생애사 정리를 제외하고 뒤로 갈수록 글의 생생함이 떨어지는 것은 이 책의 기획 의도인 구술 생애사를 다르게 해석하고 집필한 결과이지 않나 싶다.이 책과 동시에 출판된 <원풍모방 노동운동사>(김남일 정리, 원풍모방노동운동사발간위원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와 함께 1970년대 노동운동에 대한 재조명은 특히나 지금처럼 노동운동이 더할 수 없이 침체와 고립에 빠져 그 어떤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 <원풍모방 노동운동가>(김남일 정리, 삶이보이는창 펴냄). ⓒ삶이보이는창무엇보다도 우리가 다시 1970년대 민주 노조운동을 다시 불러내 얘기를 들어야 하는 까닭은 노동조합 운동이 공동체 운동, 그것도 생활 공동체 운동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새롭게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 공동체가 전제되지 않는 노동조합은 사실 미국의 노동조합처럼 일종의 사업 노동조합으로, 자본과 거래를 하는 '비즈니스 유니언이즘(business unionism)'으로 전락하고 만다. 노동 공동체고 뭐고 사라진 폐허 위에 돈다발만 오고가는 순전한 이익단체로 전락해버린 것이 미국의 노동조합들이며 불행하게도 한국의 노동조합이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노동조합이 새로운 공동체로서 자유로운 인간들의 상호부조 사회로 바꾸는 근거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누리고 또 평등과 사회 정의가 확립되는 새로운 사회의 맹아가 되지 못한다면, 사회 구조를 배우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학교가 되지 못한다면, 그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결국 노예의 노동조합과 노예 노동자일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배부른 노동 노예들, 배부른 가축들, 배부른 기계일 뿐이다.1970년대 민주 노동운동을 관통하던 가장 주요한 노동운동 이념은 그 근본 바탕이 공동체 이념이었다. 노동조합은 새로운 인간관계의 마당이자 새로운 공동체였다. 산업 선교와 가톨릭청년회의 소모임은 그 자체가 강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소공동체 운동체였다. 이 책에서 숱하게 나오는 증언처럼 소모임은 그 어떤 거창한 이념 학습의 조직이 아니었다. 그냥 일상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자신이 하나의 살아 있는 인격체로서 인정을 받고 인정을 하는 기초 공동체였다. 그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가장 중요한 공동체로 발돋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그런데 한국의 노동운동뿐만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 시민사회 운동도 어느새 이런 공동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역사가 우리의 삶을 좀 더 성찰하게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라면 우리는 민주 노조운동의 거울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할 때에 이르렀다. 한국 노동조합이 노동운동 조직으로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도 1970년대 민주 노조운동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1970년대 민주노조운동에서 실천했던 공동체 운동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자들의 새로운 인간관계와 새로운 모임으로서 노동조합이 재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협동조합을 비롯해 공제조합 등등 다양한 노동자 조직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로버트 오웬이 "자본은 노동의 하인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펼쳤던 협동조합운동과 노동조합운동은 많은 시사를 남겨준다.1970년대 민주 노조운동은 한 사람의 노동 노예를 자유인으로 변혁시켰던, 공순이를 자랑스러운 노동자로 해방시켰던 인간 해방의 운동이었다. 억압과 착취의 인간관계를 사랑과 평화의 평등의 인간관계로 바꾸는 사회 해방의 운동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동체가 해체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애와 협동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했던 공동체 운동이었다. 원풍모방 노동조합 조합원이었던 여성 노동자들이 원풍 이후의 삶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국가가 원풍을 비롯한 1970년대 노동 공동체를 깨부수고 또다시 노예의 삶을 강요했을 때 이들 여성 노동자들은 이것을 거부하고 자유인의 삶을 살아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이다. 이제 우리는 공동체를 해체한 국가를 해체하고 새로운 공동체 국가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원풍모방 노동자들이 살아왔던 삶은 그런 삶이었고, 공동체 운동의 오래된 미래를 실천한 삶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