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늪

양장본 Hardcover

권순자 저자(글)

종려나무 · 2010년 10월 06일 (1쇄 2010년 05월 28일)

책 소개

사랑을 탐구하는 단단한 언어들의 향연

「지혜사랑시인선」제34권 『검은 늪』. 2003년 <심상> 신인상으로 시단에 등장한 권순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사랑을 화두로 한 이번 시집은 과장되거나 신화화된 사랑이 아닌, 점점 사라져가는 사랑의 흔적을 확인해가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가 지향하는 사랑의 근원에는 어머니가 있고(‘어머니의 새벽’), 희미한 사랑의 기억들을 확실한 표지로 남기고자 하기도 한다(‘바코드 사랑’). 작품 끝에는 문학평론가 황정산의 작품해설을 수록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검은 늪

어느 날부터
역한 세월의 이끼가 슬어 나락에 빠진 늪
융숭한 나날이 퇴적되어
바닥은 비닐과 음료수 캔으로 뒤덮이고
밤마다 속이 쓰려 토악질을 해댔다
바람에 저며진 파문이 무료하게
끓어오른 거품들을 밀어냈다 끌어당기곤 했다

어디선가 흘러든 시큼한 폐수로
환부는 더 층층이 썩어들고
애초에 무엇이었는지 모르게
플라스틱처럼 딱딱한 얼굴로 성형된 늪
그 다 죽은 늪이
바람 잔잔하던 날
마지막 힘을 다해 몸부림치게 시작했다
검은 침묵을 깨고 눈을 떴다

오래도록 꾹 참아 왔던 말을 내뱉듯
시커먼 가슴팍
그 흉한 구멍 안에서 백련白蓮 한 송이 꺼내보였다
온통 검은 바닥에
슬몃 찍힌 흰 점 하나로 늪은 온통 빛나기 시작했다

검은 웅덩이가 아니라 청정한 연못이었음을
그곳에 남 몰래 쓰레기를 갖다버리던 사람들은
그제야 남 몰래 깨끗한 비밀 하나를 알았다

작가정보

저자(글) 권순자

1958년 경주 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과 졸업. 2001년 동서커피문학상 동상, 2003년 심상신인상, 포항문학 회원, 시인통신 동인. 제4회 시흥문학우수상, 2005년 시인정신작가상,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주요저서로는 시집 '바다로 간 사내', '우목횟집', '검은 늪', 시선집 '처음 본 바다는 푸른 빛이 아니다', '몸 속을 지나는 바람', '새벽안개에 젖은 꿈', 동인지 '일곱개의 혓바닥을 가진 앵무새', '시냇물주식회사', '비엔나 고전음악다방' 등이 있다.

목차

• 시인의 말
  
  1부
  목련
  고무장갑
  어머니의 새벽
  방어진 고래
  황태
  물렁가시붉은새우
  어미 물고기
  하얀 달
  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달빛 도둑
  어머니, 무서워요
  옹이
  어머니의 멸치젓
  도마의 구성
  연어의 춤
  선풍기
  못
  빈 캔
  감
  천칭
  
  2부
  외숙과 와인
  아버지의 새벽에 바치는 노래
  우산
  곡강리曲江里 미꾸라지
  공원의 낙타
  구절초
  거미
  돌
  해마숲
  인사동 낙타
  홍어
  뒷문
  뱀
  단풍
  고독한 러너
  파도
  
  3부
  연리목
  뚝배기
  절삭공구
  너와집 아래서
  낙엽
  가을 단풍
  이별
  무릉역
  나비는 청산에 도착했을까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
  검은 늪
  물의 그늘
  봄이 기침하다
  가을비
  봄비
  
  4부
  선물
  소녀와 자전거
  꽃
  민들레
  목련꽃등
  달빛 전차
  바코드 사랑
  봄눈
  스며들기
  
  해설 : 사랑의 문신
  황정산ㆍ문학평론가, 대전대 교수

기본정보

ISBN	9788990348937 ( 8990348935 )
발행(출시)일자	2010년 10월 06일 (1쇄 2010년 05월 28일)
쪽수	143쪽
크기	128 * 194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지혜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