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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무레 미치코 저자(글) · 서은혜 번역
녹색평론사 · 2015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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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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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에 완간된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의 세계문학전집에 유일하게 포함된 일본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의 대표작『신들의 마을』. 일본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의 유명한 작품 《고해정토(苦海淨土)》는 각각 완결적인 독립된 3부작으로 집필되었는데, 그중에서도 2부에 해당하는 《신들의 마을》은 압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들의 마을》은 생명과 자연에 본질적으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근대’의 틀을 넘어서, 과연 근대란 무엇이고 좋은 삶은 무엇인가를 근원적으로 물으며, 진실로 인간다운 세상에 대한 절절한 희구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하늘과 바다와 땅과 연결된 풍성한 삶을 살았던 민중의 정신세계와 생활세계를, 민중의 언어로 깊이 있게 표현한 위대한 작품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시무레 미치코

저자 이시무레 미치코(石牟禮道子)는 1927년 구마모토(熊本)현 아마쿠사(天草)군 출생. 시인. 작가. 1969년에 간행된 《고해정토 - 우리 미나마타 병》은 문명의 병인 미나마타병을 그린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1973년 막사이사이상, 1986년 서일본문화상, 1993년《십육야 다리》로 무라사키시키부(紫式部)문학상, 2001년도 아사히(朝日)상, 《수줍은 나라 - 이시무레 미치코 시 전집》으로 2002년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한다. 2002년부터 노(能: 일본 전통 가무극)〈시라누이〉가 도쿄, 구마모토, 미나마타에서 상연되면서 화제가 된다. 이시무레 미치코의 세계를 그린 영상작품으로〈해령(海靈)의 궁〉(2006),〈 꽃의 억토에〉(2013)가 있다.

역자 서은혜(徐恩惠)는 1957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도리츠(東京都立)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전주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개인적인 체험》,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회복하는 인간》 등과《세키가하라전투》, 《이상한 소리》, 《게 가공선》, 《성소녀》, 《라쇼몽》, 《시의 힘》등이 있다.

목차

  • 제1장 갈잎 배
    제2장 신들의 마을
    제3장 사람 사는 한세상 길기도 하여
    제4장 꽃상여
    제5장 인간의 유대
    제6장 열매 맺는 아이

    후기 손바닥이 등 뒤에서 살며시 다가와
    작품 해설
    역자 후기

출판사 서평

근년에 완간된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의 세계문학전집에 유일하게 포함된 일본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일본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의 유명한 작품 《고해정토(苦海淨土)》는 각각 완결적인 독립된 3부작으로 집필되었는데, 그중에서도 2부에 해당하는 《신들의 마을》은 압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론가 와타나베 교지는 “제1부가 미나마타병 피해자들에 대한 순수한 비가(悲歌)였다면, 제2부는 미나마타병 문제의 일상과 비일상, 사회적 반향에서 민속적 저변까지 모든 것을 끌어안은 거대한 교향악”이라고 평하면서, 미나마타병이란 무엇이었는가를 이 정도의 진폭과 심층으로 묘파한 작품은 이것 말고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이 작품은 단순한 반공해소설도, 사회고발문학도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들의 마을》은 생명과 자연에 본질적으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근대’의 틀을 넘어서, 과연 근대란 무엇이고 좋은 삶은 무엇인가를 근원적으로 물으며, 진실로 인간다운 세상에 대한 절절한 희구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하늘과 바다와 땅과 연결된 풍성한 삶을 살았던 민중의 정신세계와 생활세계를, 민중의 언어로 깊이 있게 표현한 위대한 작품이다.

미나마타병의 인류사적·문명사적 의미

《고해정토》는 1950년대 중반 규슈(九州) 남쪽 해안지방에서 발생한 전후(戰後) 일본의 최대 산업공해(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까지)로 인한 재앙 ― 미나마타병에 관련된 인간적·사회적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작품은 병원의 기록, 의사의 증언, 회사나 행정, 정치인의 발언, 언론보도 내용 등을 그대로 옮김으로써 소홀한 독자들에게 논픽션으로 간주될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을 공해고발이나 피해자의 한을 묘사한 르포로 읽어서는 안된다. 그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학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미나마타’의 인류사적·문명사적 의미에 관한 집요한 천착, 근원적 질문이다.

소설은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사건의 경과도 뒤바뀌기 일쑤고, 시간은 소용돌이치며 순환하는 듯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현실과 몽환의 세계도 섞여 있어 서양의 근대소설 기법에 익숙한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방식은 민초들이 실제로 살아온 삶의 방식과 감성을 충실히 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 이시무레는 일본 문단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미나마타병이라는 세기적 비극, 재앙을 보는 그의 눈은 결코 ‘객관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그가 묘사하는 세계는 교육받은 엘리트들로서는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방언’의 세계, 신비적이고 몽환적인 언어, 혹은 언어 이전의 ‘마음’으로만 접근 가능한 세계이다. 그 세계는 살아있는 모든 것이 교감하고 조응하는 세계이고, 작가에게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이 세계가 추악하고 극적인 형상으로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다.
작가는 미나마타 민중의 내면의 심층으로 들어간다. 괴로움과 고뇌의 극한에서 인간은 오히려 풍요로운 생명감각에 도달할 수 있는 법이다. 작가로서 이시무레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것은 결국 이 생명감각, 생의 근원적인 행복과 풍요에 대한 생생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연’ 속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삶의 근원적인 생명감각을 포착해내는 일이었다. 미나마타의 비극 가운데서 작가가 포착한 것은 이 살아있는 생명감각이 빚어내는 역설적 상황이다. 고해(苦海)가 정토(淨土)가 되는 역설은 그렇게 성립한다. 작품은 치유 불가능한 병고의 고통과 절망의 한가운데서 환자들이 여태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신들의 삶에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과정을 묘사한다. 다만 기억 속에서일망정 바다를 의지해서 지내던 생활에 대한 회상은 더없이 아름답게 그려져 독자에게 가슴 뛰는 간접경험을 선사한다.

미나마타 어민들의 자족감과 평화로운 심성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다’에 대한 무한한 신뢰, 그리고 어촌마을 삶의 공동체적 성격이었다. 미나마타병 환자(가족)들의 고통은 병고나 생활의 붕괴에 한정되지 않는다. 더 기막힌 현실은 ‘근대’체제 아래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비인간성이었다. 미나마타의 비극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산업공해를 등한시한 기업이나 국가의 행태 이전에, 환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그리고 심지어 미나마타병 환자들을 돕는 시민 활동가들의 감수성의 결여에서 더욱 본질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독자는, 근대산업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민속사회 삶의 성립이나 그 심성을 이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씁쓸히 깨닫게 된다. 작가의 말대로 “인간정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황량한 현실’이다.
이시무레는 누차 미나마타의 지리적 위치에 주목하는데, “산업공해가 변방의 촌락을 정점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자본주의 근대산업이 체질적으로 하층계급에 대한 모멸과 공동체 파괴를 심화시켜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근대국가와 산업자본의 결합은 곧 민초들에게 가혹한 폭력이 된다는 사실, 그 폭력은 인간성과 더불어 자족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근저에서부터 바꾸어놓는다는 사실, 즉 근대문명의 핵심적 어둠을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풀뿌리 포스트모더니즘과 새로운 문학

저자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미나마타의 풀뿌리 민중의 생명과 삶터, 토착문화가 ‘근대주의적 지성’과 산업문명 앞에서 참혹하게 파괴·해체되는 현장에서 수십 년 이상 희생자 및 그 가족들과 고락을 같이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국가나 기업, 시장 등, 이른바 근대적 제도와 관계없이 하늘과 바다, 흙과 맨몸으로 접촉하며 작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온 민초들 특유의 생활윤리, 정서, 생명감각에 깊게 공명하고, 그 토대 위에서 ‘근대’란 무엇이며, ‘문명’이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집요하게 묻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신들의 마을》이 생태학적 반문명론이나 감상적인 토착주의 이상으로 읽혀져야 하는 이유이다.
어디를 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 근대적 제도와 가치는 더이상 효력을 잃었음이 온갖 징후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이시무레 미치코의 작품으로부터 암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거꾸로 된 세상이다. 20세기의 종언에 들씌어 있던 세월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사람들은 ‘또하나의 이 세상’의 유민(遺民)이었다. 극단의 수난을 겪는 이분들이 손을 뻗어 구원해주고 계신 것은 이쪽일지도 모른다.”(322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0274786
발행(출시)일자 2015년 09월 01일
쪽수 336쪽
크기
150 * 215 * 30 mm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神#の村 苦海淨土 第2部/石牟禮道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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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6


새끼 여우가 나비랑 놀던 미나마타 바닷가
― 신들의 마을
 이시무레 미치코/서은혜 옮김
 녹색평론사, 2015.9.1.


사람이 죽을 때 깔아 주는 깔짚이라는 것은 농민들이 고생혀서 기른 짚이니, 솜이불보담도 더, 만든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 있지. 시원허믄서두 따뜻허니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 임시 잠자리로는 딱 좋은겨. (10쪽)

이 아이들의 생활에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가정생활이 아니고, 병원생활도 아니며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메틸수은화합물에 의한 중추신경계 중독성질환 인간으로서의 생활뿐이었다. (23쪽)


  이시무레 미치코 님이 쓴 책 가운데 두 가지가 한국말로 나왔습니다. 하나는 2007년에 《슬픈 미나마타》(달팽이)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에 《신들의 마을》(녹색평론사)입니다. 두 가지 책은 일본 미나마타병을 다룹니다. 그런데 미나마타병만 다루지 않습니다.

  두 가지 책은 미나마타라는 바닷마을을 먼저 다룹니다. 바다에 수은을 몰래 버린 공장 때문에 바닷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웠고 힘들었으며 죽어 나갔고 아이들이 아파서 몸부림치다가 죽는 모습을 눈물로 지켜보아야 한 이야기를 나란히 다룹니다. 수은을 버린 공장이 아무런 대책이 없을 뿐 아니라,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팔짱을 낀 대목을 다룹니다. 미나마타 시골사람을 얕보는 도쿄 도시사람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고, 미나마타 시골사람하고 이웃이 되려는 작은 사람들 모습을 함께 비춥니다.


‘앞으로 단 5년이나마 더 살 수 있을까 생각은 했어. 그래도 그렇지, 어째서 엄마가 안아 주지도 못하는데 넌 말도 없이 할머니가 졸고 계실 때 죽은 거니.’ 아들의 넋이, 더없이 초라한 열세 살의 육체, 아직 따스할 유체로부터 빠져나가버리기 전에 도착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허리도 다리도 맥없이 힘이 빠져 풀길 위에 주저앉는다. 아아, 아름다운 하늘이네, 그녀는 생각한다. 하늘이 핑그르르 돈다. 단풍 든 옻나무 잎이 춤을 춘다. (59쪽)

“내는 암것두 몰러. 내가 미나마타병이라는 것밖에는 몰러.” (81쪽)


  일본 정부와 병원과 대학교와 지식인은 ‘수은 피해로 다치거나 죽는 보기 모으기’에만 마음을 쏟았다고 합니다. 수은 피해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을 ‘저마다 살림을 지어 살아온 낱낱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았대요. ‘환자 1호, 환자 2호’처럼 ‘생체 실험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었다고 합니다.

  《슬픈 미나마타》가 나온 지 여덟 해 만에 새로 나온 《신들의 마을》을 읽는 동안 여러 생각이 흐릅니다. 조용하고 정갈한 바닷마을에서 수수하게 바닷살림을 짓던 이들이 갑작스레 마주해야 했던 죽음바다란,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서 우수수 죽어 나가는 모습을 치러야 했던 죽음마을이란, 가녀린 아이들이 어버이보다 먼저 삶을 내려놓는 나날을 으레 맞닥뜨려야 했던 죽음집이란, 참말로 얼마나 힘들면서 가슴이 찢어졌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간호사들은 미나마타병 환자는 바보거나 미쳤거나 그냥 세 살짜리 아이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허구 있는 디다가, 다들 툭허믄 울어들대니 갓난애를 달래듯이 어르는 것처럼 말을 허는 거야 … 결국 어떤 검사도, 어떤 약도 도움이 되진 않았지.” (101쪽)

“도쿄에 가믄 나라가 있을 줄 알었더니, 도쿄엔 나라가 ̝드라구. 그것이 나라라믄 나라라는 것은 끔찍혀. 미나마타 사람들(공무원·공장 관계자)이나 ‘거기서 거기’드구만. 아니지, 또 쪼금 달러서 더 심허더구먼. 끔찍헌 일이지. 그냥 죽으란 소린지두 몰러. 소름 끼치는 디여. 나라라구 허는 것은. 어디루 가믄 우덜의 나라가 있는 것일까?“ (138∼139쪽)


  미나마타 바닷마을 사람들은 묻습니다. “어디로 가면 우리 나라가 있을까?” 하고요. 참말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나라란, 우리 마을이란, 우리 집이란, 우리 바다란, 우리 하늘이란, 우리 삶터란, 우리 이웃이란, 참말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한두 공장만 수은을 버렸을까요. 곳곳에서 숱한 공장이 알게 모르게 수은을 바다에도 땅에도 슬그머니 버리지 않았을까요. 한국에서 숱한 공장은 꽤 오랫동안 정화시설을 제대로 안 갖추었습니다. 정화시설을 갖추었어도 공장 굴뚝에서는 언제나 매캐한 연기가 솟구칩니다. 화력발전소 곁에서 사는 이들은 다른 고장보다 훨씬 자주 크게 몸이 아픕니다.

  여기에 고속도로가 있어요. 자동차에서도 늘 매연이 나와요. 자동차가 들끓는 곳에서는 하늘이 매캐해요. 자동차가 끝없이 싱싱 달리며 매연을 내뿜는 고속도로는 시골 논밭을 가로지르기 일쑤예요. 미나마타 바닷가에서 수은을 몰래 잔뜩 버린 화학공장도 말썽이요, 우리를 둘러싼 온갖 위해·위험·공해 시설도 말썽이라고 느낍니다.


(진보운동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하고 있는 걸 보자면 나는 간이 오그라들었다. ‘정보선전반’도 아마 못 알아들을 거다. ‘오르그’를 알 리가 없지. ‘다방면’도 분명히 알쏭달쏭할 것이다. 그런 용어는 어부들의 생활어와는 거의 인연이 없었다. (164쪽)

어패류의 맛과 수은 맛의 합성에 의한 변화구조를 해명한 연구논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183쪽)

“아무래두 말여, 회사 간부들허구 이야그를 할 때, 우덜은 말두 떠듬떠듬, 뱃사람 말밖에 헐 줄 모르구 말여, 저쪽은 다들 도쿄대학 출신들이구 말두 근대적이구, 주눅이 든다구나 헐까, 뱃사람 차림 그대루로는 뭐랄까, 지저분한 놈들이 쳐들어가는 것 맹키로 그러니께 지대로 만나주지두 않구유.” (299쪽)


  《신들의 마을》은 다른 대목을 더 짚습니다. 애써 미나마타로 와서 바닷마을 사람을 돕겠다고 나선 진보운동가가 쓰는 말이 대단히 어려웠대요. 공무원이나 공장 관계자나 병원 의사·간호사도 미나마타 시골사람이 못 알아들을 말만 썼다는데, 진보운동가는 다른 테두리로 어려운 말을 써서 시골사람이 못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미나마타 바닷가에서 수은중독이 일어난 지 스무 해가 지나도 이를 둘러싼 논문은 보이지 않았다 하며, 바닷사람 사투리는 언제나 주눅이 든 채 입을 벙긋하기도 어려운 나날이었다고 해요.

  어쩌면 한국에서도 이와 같으리라 느껴요. 대추리나 밀양에서 터져나오는 낮고 작은 목소리는 정부한테 얼마나 가 닿았을까요. 나라 곳곳에서 낮고 작은 이들이 털어놓는 낮고 작은 목소리는 중앙정부나 지역정부 문턱을 얼마나 넘을 수 있을까요.


놓쳐서는 안 될 사실은, 집안의 대들보였던 아버지가 폐인이 되면서, 대다수 환자 가정과 마찬가지로 전업 어가였던 이 가정이 단숨에 궁핍해졌다는 점이다. 발병은 1955년 11월이었다. (226쪽)

‘짓소’가 작성한 미나마타병 환자 일람표에 기재된, ‘자택에서 빈둥빈둥, 보행 약간 곤란’은, 다가미 카츠요시와 그의 발병으로 비롯된 이 집안의 고난에 대해, 잃어버린 세월에 대해,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227쪽)


  공해병이란 대단히 무섭습니다. 그러나 공해병만 무섭지 않습니다. 공해병을 일으킨 사람도, 공해병을 일으키고서 뒷짐을 지거나 팔짱을 끼는 사람도, 공해병하고 멀리 떨어졌으니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공해병이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무섭습니다.

  수은으로 더러워진 바다는 이제 깨끗할까요. 방사능으로 더러워진 바다는 이제 어떠할까요. 그리고 한국 바다는 얼마나 깨끗할까요. 핵발전소하고 화력발전소를 낀 바다는 얼마나 깨끗할까요. 공장이 가득 들어찬 한국 바다는, 제철소랑 화학공장이 숱하게 늘어선 한국 바다는, 참말로 얼마나 깨끗할까요.


“미나마타(공해 회사)에 보내는 간부는 멍청한 인간인지도 몰라. 그렇게도 도리를 모르는 걸 보믄.” (289쪽)

“우리 바다, 우리들 논밭에 수은을 갖다 부어놓구, 성의를 다한다는 말만으로 될 거라구 생각허는 거여? 말만으루?” (294쪽)

“누에콩밭에 꽃이 필 무렵이면 새끼 여우들이 부모와 함께 해변까지 내려와서는, 밀물 드는 해변에 나비가 팔랑팔랑하는 것을 고양이 새끼들처럼 손을 뻗어 쫓아다니니까, 부모가 조마조마하며 말리는 것도 보였답니다. 얼마나 보기 좋던지.” (317쪽)


  《신들의 마을》은 미나마타 사람들이 치러야 한 슬프며 아픈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으면서 새끼 여우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공해병으로 바다가 더러워지기 앞서 으레 마주했던 모습을 바닷마을 사람 목소리로 차분히 그려냅니다.

  새끼 여우가 어미 여우하고 바닷가로 나와 나비를 잡는다며 뛰어놀았대요. 바닷마을 사람들은 봄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대요. 저 여우 식구란 하느님이 아닐까 하고. 이 바다란 하느님이 살포시 찾아와서 살아가는 터전이 아닐까 하고.

  작은 바닷마을이 하느님 마을입니다. 작은 숲마을도 하느님 마을입니다. 작은 냇마을도, 도시에 있는 골목마을도 모두 하느님 마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은 하느님 마을입니다. 다만 잊혀진 하느님 마을이거나 잃어버린 하느님 마을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8.2.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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