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공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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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5)
작가정보
글쓴이 공지희
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다락방 친구」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마법의 빨간 립스틱』 『별라와 하양투성이 공주』『영모가 사라졌다』등이 있다.
그린이 오승민
1974년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 상 공모전에서 출판미술부문 가작을, 2005년 국제 노마 콩쿠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했다. 그린 책으로 『벽이』『들소의 꿈』『발명 신화를 만나다』등이 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2004년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상, 2005년 국제 노마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다. 2007년 BIB(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 선정되기도 했다. 힘 있고 감정이 살아 있는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보여 줄 수 있는 화가가 되기를 꿈꾼다. 2004년 첫그림책 《꼭꼭 숨어라》를 시작으로 《찬다 삼촌》, 《우주 호텔》, 《멋져 부러, 세발자전거!》, 《나의 독산동》, 《나는 안중근이다》, 《우리 집 비밀》, 《안녕, 인사했더니》, 《연동동의 비밀》 등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기다리는 기차에 타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외로운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 속으로
“아이들은 눈빛을 번뜩이며 적당한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괴롭히기 적당한 쪽밥이 어디 없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아주 말랑말랑하고 불쌍한 왕따로 누가 좋을까. 나는 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야만 한다. 그리고 빨리 친구를 만들어야만 한다.” (8쪽)
“커다란 궁전에서 살지 않는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예쁜 드레스가 없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 하지만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있어야 해. 아버지에게도, 우리 공주님, 하고 부를 공주가 꼭 필요하다구.” (54쪽)
출판사 서평
뚱뚱이 한송이, 공주 춘희를 만나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송이는 새 친구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이번에도 허탕이다. 더듬는 말투 때문에 또다시 놀림당하는 송이에게 “야! 반갑다. 너도 우리 반이구나?” 하며 갑자기 다가온 아이 춘희. 남자애들만큼 짧은 머리카락, 다리가 다 드러나는 깡똥한 바지, 늘 구겨 신고 다니는 실내화. 딱지치기, 말뚝박기, 축구… 남자애들이 놀 때 늘 끼여 노는 춘희는 아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누구보다 송이와 가장 친한 단짝이 된다.
어느 날 춘희는 송이의 귀에 대고 비밀 한 가지를 얘기해주겠다고 한다. 그건 다름 아닌 자기가 공주라는 사실.
실내화도 옷도 온통 작은 것뿐인 초라한 공주
그러나 춘희는 공주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차림새다. 늘 실내화를 구겨 신고 다니다가 어느 날 담임 선생님에게 크게 혼쭐이 난다. 바지도, 옷도, 실내화도 온통 작은 것뿐인 춘희에게 선생님은 좀 맞는 걸 입고 신고 오라고 명령한다. 다음날 춘희는 파격적인 분홍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나타난다. 언니 거라면서.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꼼짝도 안 하던 춘희의 어색하고 불편한 쇼는 하루 만에 끝났다.
남자애들과 딱지치기 시합을 벌여 삼천 원을 딴 날, 춘희는 송이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정말 춘희는 궁궐 같은 데서 살까? 막상 가 본 춘희네 집은 재개발 구역 모퉁이의 허물어져 가는 작은 집. 춘희는 누워 계신 아버지를 일으켜 자기가 만든 부침개를 먹여 드린다. 밀가루만 넣고 아무것도 안 넣은 춘희의 하얀 부침개는 따끈하고 고소하고 정말로 맛있었다.
춘희 책상 위에는 어릴 적에 언니랑 찍은 사진이 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왕관을 쓰고 활짝 웃고 있는 두 아이는 정말 어느 왕국의 귀한 공주님들 같다.
춘희는 자기가 공주이기 때문에 재개발 구역의 집들이 부서지지 않도록 지켜줘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고 했다. 송이는 춘희네 집 창문으로 들어오는 붉은 빛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오밀조밀 이마를 맞대고 사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운 불빛을 함께 본다.
저 아이, 혹시 춘희?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춘희의 집은 굴삭기가 다 밀어냈고, 춘희는 이사를 했다. 그리고 송이는 자주 춘희를 잊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가족과 함께 시내에 나간 송이는 ‘웰컴주유소’에서 공주 같은 옷을 입고 요술봉을 휘두르며 춤을 추고 있는 여자들 가운데서 춘희와 꼭 닮은 사람을 발견한다. 그러나 창문을 열 새도 없이 차는 출발해 버린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개미만큼 작아질 때 송이의 손을 잡아준 춘희. 춘희 공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춘희를 만난 그때부터 송이는 씩씩한 아이로 달라졌는데 말이다.
구김살 없는 씩씩한 희망의 상징, 춘희 공주
곧 허물어져 아파트가 들어설 동네 한구석에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춘희.
“이 동네에 아파트가 세워져도 이 동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건 아냐.” “우리 집은 공주가 사는 집이잖아. 내가 저 집들을 다 지켜 줘야 했는데 그렇게 못 했어.” 하는 춘희의 쓸쓸하고도 의젓한 깨달음은 잠시 마음을 무겁게도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춘희를 통해 ‘한송이’는 물론 독자의 마음 또한 한 뼘쯤 의젓하게 자라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생긴 것도, 사는 것도 ‘공주’와는 거리가 먼 춘희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공주가 필요해. 그래서는 나는 내가 공주인 걸 믿어. 공주는 그런 거야.” 하는 맑은 노랫소리 같은 춘희의 말은 화려한 것에 대한 갈망이나 저 혼자만 아는 이기심의 발로에서 나오는 ‘공주병’과는 다른, 구김살 없는 씩씩한 희망의 상징으로서의 새로운 공주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게 해준다.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주의적 한국 창작동화에서 어찌 보면 클리셰처럼 흔히 쓰이는 소재인 따돌림과 소외, 가난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자신의 처지에 대해 조금도 비관하거나 회의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의 상황을 긍정하며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인물 ‘춘희’를 만들어냈다.
비록 커 가면서 사는 곳이 바뀌어 춘희를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알 수 없어도, 춘희의 낙관적이고 당당한 태도는 외롭고 용기 없던 아이 ‘한송이’까지도 크게 변화시켜 주었다.
작가는 희망이란 무엇이고, 변화의 씨앗이란 어떤 것인가를 춘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만나게 될 외로운 아이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볼 줄 아는 씩씩한 아이들을 기다리며…….
기본정보
ISBN | 9788989646334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5월 25일 | ||
쪽수 | 66쪽 | ||
크기 |
190 * 25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낮은산 어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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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공주’라는 말이 그다지 좋은 듯으로 쓰이지 않는다. 여성스러움이 지나친 여자를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쓸 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 공주로 나오는 춘희는 분명 공주인 것 같다. 그리고 제목처럼 이런 공주라면 세상에 얼마든지 필요하고 또 꼭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이 책은 왕따에 관한 것이다. 새 학년이 된 첫날부터 송이는 두렵다. 주위를 살피는 아이들을 보거나 서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 빨리 친한 친구를 찾지 않으면 반 아이들 중에 누구를 왕따시킬까 노리는 못된 아이들의 표적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해 같은 반을 했던 낯익은 아이들에게 다가서지만 거부당한다. 그런 순간에 춘희라는 비쩍마른 아이가 친하게 인사를 건네온다.
송이는 두렵다. 자기가 모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놀리려는 아이는 아닌지, 자기를 괴롭히기 위한 술수는 아닌지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무섭다.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저 송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먼저 다가온 아이다. 송이는 춘희가 너무나 고맙다. 자칭 공주라고 하는 춘희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막상 춘희네 집에 가보니 춘희는 공주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그렇지만 춘희는 분명히 공주다. 마음이 따뜻한 공주다. 편찮으신 춘희 아버지에게는 더 없이 사랑스럽고 유일한 공주다. 전에는 춘희도 외적으로도 공주였던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마음을 빼놓고는 그 어디에서도 공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하지만 한 번 공주는 영원한 공주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 공주가 될 자격이 될 수 있다. 춘희 공주를 세상 모든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