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인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샐러리맨을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남자가 미용실을 경영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다시 새로운 사업으로 냉장고를 빌려주는 일을 시작한 남자의 기괴한 모습이 마지막에 드러난다. 그 외에도 부의금 도둑이라는 의심을 받던 노처녀의 기묘한 행동에 숨겨진 트릭을 그린 〈취미를 가진 여자〉, 예언 능력을 가진 컴퓨터 전화에 숨겨진 비밀을 희비극적으로 담아낸 〈행복통신〉 등을 담았다.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필치로 시작되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끝나지만, 결말의 몇 줄을 통해 기묘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현대 사회의 공포가 담겨 있는 악몽을 익살스럽고 도회적인 블랙유머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강렬한 개성이 흘러넘치는 다양한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작품집이다.
☞ 시리즈 살펴보기!
일본 추리문학의 거장 아토다 다카시의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아토다 다카시 총서」시리즈.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발한 재미를 선사하는 아토다 다카시의 전작을 만날 수 있다.『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의 총서 (2)
작가정보
1935년 도쿄(東京)에서 출생하여 와세다(早?田) 대학 불문학과 졸업하였다. 1979년 『방문자』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단편집 『나폴레옹 광』으로 제81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데뷔 당시부터 단편, 블랙 유머, 장편(掌篇)의 명수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작품집으로는 『시소게임』(행복한책읽기)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행복한책읽기) 『나폴레옹 광』(근간) 『병조림의 사랑』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다른 책들은 『한권으로 읽는 성서 이야기』『코란을 아십니까』등이 있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동경외국어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현재 일어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사랑이여 차라리 내게로 오라』 『비밀』 『시소게임』 등이 있다.
목차
-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7
·취미를 가진 여자 27
·가장파티 49
·해초 77
·기묘한 나무 81
·행복통신 119
·미지의 여행 147
·나는 먹는 사람 185
·밤의 진주조개 225
·에너지 법칙 247
·노래를 잊어버리지 않는 앵무새 269
·진실은 강하다 291
·내기에 미친 부인 317
·마음의 여로 355
·유령과 만나는 기술 365
·홈 스위트 홈 393
·최후의 배달인 409
·공포의 연구 431
해설 449
역자후기 457
책 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쉬웠어.”
“수고했어. 이제부터는 좋은 의뢰인을 찾아서 조금씩만 일을 하면 돼.”
“주문은 많이 들어올까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수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낼 필요가 있어. 오늘밤처럼.”
“과연.”
“그 뒤에 냉장고를…… 그렇지, 한달에 5만 엔 정도로 의뢰인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하지. 계약 기간은 15년이고.”
“15년? 어째서죠?”
“15년이 지나면 발견되어도 시효가 지나니깐.”
“아아, 그렇군요.”
왼쪽 끝의 냉장고에는 이미 ‘잘생긴’ 신사가 딱딱하게 ‘く’의 모양으로 구부린 채 수납되어 있다. 신스케는 그 문을 살짝 닫고 두 번 다시는 열지 않을 생각으로 열쇠를 잠갔다.
이것으로 됐다. 내일부터는 좋은 의뢰인을 찾아다니자. 요즘 세상이라면 반드시 수요가 여기저기에 있을 것이 틀림없어. 비즈니스는 대성공이다. 매달 수입은 안정되게 들어올 것이고 게이코는 믿음직한 남편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 게이코가 ‘살짝 길을 빗나갔던 일’은 깨끗하게 잊어버릴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남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25쪽
나카이의 부인은 결혼하기 전 꽤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원들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녀는 일 년쯤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것 역시도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나카이가 데리고 온 이는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일 년 전에 죽은 그 나카이의 부인이 아닌가. 사무실에서는 청빈한 태도에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그 몸짓 그대로, 이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의상도 그때 그대로였다.
나카이는 ‘아내’와 팔짱을 끼고, 조금은 어깨를 들썩이며 테이블 사이를 가로질러 사장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해군장교도 고레인저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길을 열어주었다.
“집사람이 꼭 함께 오고 싶다고 해서…… 타임머신을 써서 데리고 왔습니다.”
일행인 여자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그 말투조차도 모두가 기억하고 있던 그녀의 것이었다.
-「가장파티」, 70쪽
씨를 심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니 오무의 나무 싹이 났다. 다섯 개의 손가락을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한, 두툼한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싹이었다.
흙에 가까운 곳은 짙은 초록색이었지만 싹이 피어오르는 쪽은 투명한 연두색이었다.
지하실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오무의 싹을 보면서 단 한 번이지만 M의 집에서 오무의 성장한 나무를 본 것을 떠올렸다.
“잘 보라고, 놀라지 말고.”
그렇게 말하고 M은 창고 안쪽 깊숙이 숨겨진 문을 열었다.
나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
문이 삐거덕거리며 열리자 그 안쪽에 하얀 물체가 떠올랐다. 음영이 뚜렷한 빛 속에서 하얀 여자의 나체가 우뚝 서있었다. 여자는 무거운 해바라기처럼 기우뚱하게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지만 문에서 쏟아지는 빛에 놀라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검은 머리가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고, 긴 속눈썹 밑에 커다란 눈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활짝 열려 있었다.
지성이 없는, 백치와 같은 눈이기는 했지만 그 촉촉한 빛깔은 무엇에 비길 만한 것이 없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콧날은 똑바로 서 있었고, 불거져 나온 아랫입술이 조금 부풀어 올라 미소를 짓는 듯 살짝 열려 있었다.
“가슴이 작은 여자여서…….”
라며 M은 변명이라도 하는 듯 중얼거렸다. M이 어떤 여자를 어떤 방법으로 골랐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에 대해서 묻지 않는 것이 오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의 의리라고 M은 말했었다…….
어차피 그녀가 나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똑같이, 정말 그 모습 그대로 재생되는 거야?”
“그렇다니까.”
토끼 새끼 같은 가슴은 그다지 볼륨은 없었지만 풍선 같은 탄력이 있어서 주위의 피부에 비해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색연필로 칠한 듯한 연한 복숭아 빛의 유두 주변의 피부, 그 중심에 둥글게 유두가 도드라져 있었다.
완만한 복부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부분은 수북하게 검은 잎이 솟아 있었고, 두 다리는 허벅지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발목으로 조금씩 푸른빛이 짙어져서 그대로 흙 속으로 묻혀 있었다.
“손가락 끝에 잎이 난다고.”
M은 그렇게 말하면서 은색 가위로 어깨 부근에 작게 돌출한 잎을 잘라냈다.
-「기묘한 나무」, 105~107쪽
출판사 서평
일본 추리ㆍ미스터리문학의 거장, 나오키상 수상작가 아토다 다카시의 전작
〈아토다 다카시 총서〉 시리즈
나오키상 수상작가이자 일본추리작가협회 협회장을 지낸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아토다 다카시의 소설들이 행복한책읽기를 통해 “아토다 다카시 총서” 시리즈로 전작 출간됩니다.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아토다 다카시 총서 시리즈의 첫째 권이며, 두 번째 권으로는 나오키상 수상작인 『나폴레옹 광』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아토다 다카시의 주요한 소설들은 모두 행복한책읽기를 통해 전작 출간하기로 아토다 다카시와 계약하였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이자, 미스터리, 공포, 블랙유머를 넘나드는 다양하고도 기발한 재미와 맛을 주는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아토다 다카시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행복한책읽기의 “작가의 발견” 시리즈 첫째 권인 『시소게임』(원제: 과거를 운반하는 다리)을 통해서입니다. 2006년 10월에 출간된 『시소게임』은 순전히 책을 읽은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1년 만에 1만 부를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 독자 중에서는 “『시소게임』은 올해의 발견!”(알라딘, jedai2000님)이라거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출판사의 마케팅 때문”이라며 책의 가치에 비해 출판사의 마케팅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독자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행복한책읽기에서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아토다 다카시의 전작을 소개하는 “아토다 다카시 총서” 시리즈를 새롭게 출발시킵니다.
흔히 로알드 달이나 스탠리 앨린, 단 세이니 등 서양의 대표적인 단편 작가들과 견주어 “동양의 미스터리 단편의 귀재”라고 불리는 아토다 다카시의 빼어난 단편들을 “아토다 다카시 총서”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두 줄의 오싹한 반전!
“가슴 서늘한 결말이 주는 웃음이 더 깊은 공포를 불러온다!”
『시소게임』의 작가 아토다 다카시가 들려주는 기묘하고 재미난 18편의 단편.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주는 서늘한 블랙유머!
1979년 나오키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아토다 다카시가 그려낸 색깔 있는 열여덟 편의 이야기.
오 헨리를 능가하는 단편의 거장이 풀어놓는 가슴 서늘한 블랙 유머!
이미 일본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작가이자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중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아토다 다카시.
행복한책읽기의 새로운 문학 시리즈 “아토다 다카시 총서” 시리즈 첫 권으로 자신 있게 권하는 책이자, 단편의 귀재 아토다 다카시의 처녀 작품집!
표제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샐러리맨의 옷을 벗고 장사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남자가 미용실을 경영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해…… 라는 이야기이지만, 또다시 새로운 사업으로 냉장고를 빌려주는 업을 시작한 이 남자의 기분 나쁘면서도 기괴한 초상이 마지막 두 줄에 멋들어지게 드러난다. 로버트 블록의 「사이코」를 떠올리게 하는 박력 넘치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취미를 가진 여자」는 부의금 도둑이라는 의심을 받던 노처녀의 기묘한 행동에 숨은 공교한 트릭을 그린 작품으로 트릭의 차원에서 보아도 상당히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파티」는 앞의 것들과는 조금 다른 인생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아내 히로코가 죽은 뒤 히로코와 똑같이 닮은 여성과 클럽에서 만난 남자가 회사의 가장파티에 그 여자를 되살아난 아내로서 데려가 박수갈채를 받은 뒤에 알게 되는 의외의 진실은? 이라는 설정으로 아내를 사랑하던 남자의 허무감이 전달되어 온다.
「기묘한 나무」는 죽은 육체를 재생시킨다는 오무 나무를 손에 넣은 남자의 오산을 빈정거리는 듯한 시선으로 담은 작품으로 결말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블랙유머가 흘러넘친다.
그 외에도 예언 능력을 가진 컴퓨터 전화를 배경으로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희비극적인 시점으로 담아낸 「행복통신」, 스탠리 엘린의 「특별요리」를 떠올리게 하는 「나는 먹는 사람」 등 18편, 그 어느 하나를 집어낸다고 해도 강렬한 개성이 매력적으로 흘러넘친다.
기본정보
ISBN | 9788989571490 |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4월 22일 | ||
쪽수 | 460쪽 | ||
크기 |
128 * 188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아토다 다카시 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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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포라는 것은 상상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공포의 연구> p.431)
마지막에 실려 있는 단편소설 <공포의 연구>는 바로 위의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아토다 다카시가 추구하는 문학이 바로 저 짧은 문장에 가장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일상적이고 평온한 상황에서 시작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의 반전으로 서늘하고 오싹한 공포를 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둔갑을 해 버립니다. 둔갑이라고 하면 조금 오버일까요? 1970년대 후반에 발표된 소설임에도 아토다 다카시의 이야기는 현대에도 유효합니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무서울 수는 있다는 것은 진리 아닌 진리이잖아요. 옆집에 살고 있는 친근한 아저씨가 어느 날 추운데 고생한다면서 따뜻한 커피에 독을 타서 줄 수도 있잖아요? 또는 옆집 할머니가 바쁜 주부를 위해 아기를 봐준다고 하면서 죽일 수도 있고요. 현대사회의 공포는 바로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악의가 아닐까 싶어요. 선과 악은 하나다. 그런 뫼비우스의 띠 같은 잔잔한 이야기와 충격적인 반전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암튼 일본의 많은 단편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의 한 문장을 통해 서늘하고 오싹한 공포감을 안겨주는 단편소설 작가로는 최고이지 않나 생각해요. 정말 그 짧은 소설에 이런 반전을 숨길 수가 있는 건지. 물론 현대사회의 공포를 담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나, 마지막의 반전이 신선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네요. 여기저기서 조금 들어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예측이 가능하기도 하거든요. 그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반전소설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조금 촌스럽기는 합니다. 사실 반전도 나름대로 재미있지만, 이 소설은 반전보다는 그 반전에 숨겨진 서늘한 공포를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표제작입니다. 사실 표지와 제목만 보면 사랑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분홍빛 냉장고에 있는 작은 물건을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정말 사랑 이야기로 속겠더군요. 암튼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 뭐라 말하기가 힘든데) 마지막이 정말 소름 돋더군요. 사업에 실패하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자신의 무능력으로 아내를 의심하는 한 초라한 남성의 어긋나버린 정신 상태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현실감에서 오는 서늘한 공포가 아주 잘 녹아들어 간 작품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행복통신>은 조금 따뜻한 이야기인데, 그러한 결말에 다다르기 까지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이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사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초자연적인 공포를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조금 우연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과관계가 뚜렷한 이야기이네요. <취미를 가진 여자> 이 작품도 아주 걸작입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예상을 뒤집는다고 할까요? <기묘한 나무>는 오히려 요즘 현대사회와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싶어요. <최후의 배달인>은 어디선가 보거나 들은 이야기 같아서 신선함은 조금 떨어졌습니다(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는 들은 기억이 나거든요). <나는 먹는 사람>은 결말이 예상 가능한 작품이지만, 결말 그 자체보다는 인간의 기이한 욕망이 주는 서늘한 공포가 무척 소름 돋게 다가 온 작품입니다. 사랑해야 할 대상인 인간을 기이한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결말 자체가 저는 참으로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더군요. 사실 그건 소설 속의 그가 아닌 제 자신일 수도 있거든요.
아토다 다카시의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에는 총 1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해서 느낌 자체를 말하는 것도 역시나 그렇고요. 제목과 표지에 속지 마세요. 말랑말랑한 소설은 절대 아니거든요. 블랙유머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서늘한 공포와 웃음이 함께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18편의 단편 하나하나 재미있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을뿐더러 마지막의 반전과 그리고 그 반전에 숨겨져 있는 서늘한 공포, 그리고 독자 스스로 그 결말을 상상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또 다른 공포. 상상하는 것의 즐거움을 주는 단편소설들이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