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몸매에 축 늘어진 얼굴로 한 손엔 담배, 또 한 손엔 술잔을 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자칭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되는 그의 기묘한 조수, 히사카. 두 사람은 진짜 기담을 찾기 위해 상금을 걸고 신문 광고를 하게 된다. 과연,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일곱 의뢰인의 이야기는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
여기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는 모두 나름의 메타포를 지니고 있다. 본래의 자아와 사회적 페르소나의 대립, 일상적 삶에서 탈출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 환생과 롤리타콤플렉스 등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곱 편의 이야기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마지막의 반전으로 오싹한 감동을 안겨준다. [양장본]
작가정보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사람의 영혼을 구할 수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극히 평범하면서도 몹시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쓰는 게 목표라 말하는 그의 작품은 언뜻 보면 미스터리 소설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따뜻하고 아름답고 위트가 충만하다. 그는 대학 시절에 쓴 「귀향」이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콘테스트’에서 우수작으로 뽑혀 고단샤 간행 잡지인 <쇼트쇼트랜드>에 실리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꾸준히 단편을 쓰던 그는 장편 『나의 살인』을 계기로 전업 작가가 된 이후 미스터리 정통 작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2004년 발표한 『황금나비 하나』로 21회 우쓰노미야 고도모 상을 수상했으며 『기담 수집가』, 『미스터리한 두 사람』, 『달을 읽다』, 『단밤과 금화와 느릅나무』, 『다섯 열쇠 이야기』 등 많은 작품이 있다.
따뜻한 휴머니즘과 아기자기한 유머가 듬뿍 담긴 미스터리 작품을 쓴 작가답게 그 스스로가 악성 빈혈로 고생하면서도 암 투병 중인 반려견, 모모와 퍼프에게 깊은 애정을 쏟으며 부인과 함께 나고야에서 살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http://homepage2.nifty.com/tadashi-ohta/
말과 글의 세계 속에서 살며 사실 말보다는 글에서 더 큰 힘을 찾을 요량으로 국문과를 나온 후 독일 통일과 함께 사실상 창작을 포기했다가 생활 문제로 다시 번역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말은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으니 제법 부피가 되는 만화 번역만 보더라도 쉬이 선택한 길은 아니었으리라.
특별히 좋아하는 일본 작가는 미야베 미유키라 할 수 있는데 그녀가 세상 사람들에게 품고 있는 애정, 특히 어린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다른 일본 작가들에게서 쉬이 발견하기 힘든 부분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점은 기괴한 일상을 기괴하지 않은 일상으로 환치시키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 있는 『기담 수집가』의 밑바탕에도 깔려 있는데 그런 연유로 이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우리말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옮긴 책으로 『기담 수집가』, 『방해자』, 『퍼펙트 블루』, 『사랑, 사라지고 있습니다』,『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 『브레이브 스토리』, 『슬로 굿바이』, 『도쿄 돌』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의뢰인 No. 1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의뢰인 No. 2 거울 속에 사는 소녀
의뢰인 No. 3 마술사의 슬픈 예언
의뢰인 No. 4 사라져버린 물빛 망토
의뢰인 No. 5 겨울장미의 비밀
의뢰인 No. 6 금안은안사안(金眼銀眼邪眼)
의뢰인 No. 7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이런 미안하군. 자네는 시가릴로(cigarrillo,가늘고 작은 여송연)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군. 하지만 내겐 꼭 필요한 것이지.”
시가릴로를 더욱 깊게 빨아들이고 나서 남자는 질문을 던졌다.
“인생에 필요한 게 뭔지, 자네는 알고 있나?”
“네? 아…….”
너무 갑작스러워서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대답은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바로 말을 이었다.
“인생에 필요한 것. 그건 맛있는 시가릴로, 맛있는 술, 그리고 자네가 이제 곧 내게 들려줄 그것이지. 그래.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말일세.”
본문 17~18쪽
그때 등 뒤에 있던 그림자 하나가 갑자기 움직였어요.
순간 생각했습니다. 나는 목만 돌리면서 그림자를 세고 있었기 때문에 그림자 전체가 움직일 리 없다는 걸요. 그런데 그 그림자만은 마치 온몸을 흔드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잘못 본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다시 한 번 그림자를 하나씩 세어보았습니다. 여덟 개였습니다. 늘 일곱 개밖에 없었는데, 그날은 그림자가 하나 더 많았던 겁니다. 오싹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때 또다시 그림자가 하나, 천천히 흔들렸습니다.
본문 27쪽
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어요. 방금 전까지 소녀가 있었던 장소에는 어슴푸레한 어둠만 있었습니다. 아니, 어둑한 그곳에 폭이 좁고 길이가 긴 뭔가가 놓여 있었지만,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내가 꿈을 꾼 건가. 하지만 꿈치고는 너무나도 생생했습니다. 나는 그저 가게 안에 우두망찰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문 70쪽
“그저 그 집에 살면서 아름다운 옷을 입고 로즈가든을 거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면 굳이 사라지게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해야만 하는 이유 말입니다. 그건 바로, 당신이 언젠가는 장미에게 몸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죠.”
본문 213쪽
“사안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나이코의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고등학생이 나이코의 눈을 보고, 무지 떨기 시작했다는 건 알 수 있었어요.
“넌 사안과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사…… 살려줘요……. 부탁이에요…….”
고등학생이 울음을 터뜨렸어요. 나이코는 고등학생이 입고 있던 교복 단추를 풀고,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어요.
“가난한 놈이군.”
그 속을 들여다보며 말하더니, 그 지갑을 자기 호주머니에 넣었어요.
“열 셀 때까지 여기에서 꺼져. 알겠지. 10. 9…….”
고등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어요.
본문 245쪽
출판사 서평
“<식스 센스>는 잊어라!”
오싹하고 뭉클한 ‘서프라이즈’ 기담 퍼레이드
긴장감과 흡입력, 탐정소설식 구성과 오싹한 반전까지 완벽한 추리소설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학교를 떠도는 기담에 혹했던 때가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 소풍날에는 매번 비가 온다든가, 밤이면 밤마다 학교를 떠도는 여학생 귀신이 있다든가, 화장실에 가면 귀신이 빨간 손을 내밀며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한다는 공포 기담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오늘날 그 활동이 더욱 절실해진) 아이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매의 신비한 이야기나,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나쁜 이들을 혼내준다는 도깨비 설화는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기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기담은 21세기 기계화된 첨단 문명사회에서도 도시전설과 같이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담을 즐기는 걸까? 정답은 역시 문학이란 장르가 갖고 있는 성격과 동일하게 사람들의 욕망, 억압받은 감정을 대변해주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타 다다시의 장편 연작소설 『기담 수집가』(레드박스 발행, 2009년 7월 10일)에는 과연 어떤 기담이 담겨 있을까? 사실 이 소설은 잔혹한 복수극이나 엽기적 공포가 주요 특성인 일본 기담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인류 보편적인 ‘유머와 해학’,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도깨비 설화에 더 가까운 기담이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의뢰인이 탐정에게 사건을 상담한 이후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소설의 기본 구도를 취하고 있어, 흡입력과 호기심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일곱 개의 이야기는 각각 나름대로 메타포를 머금고 있는데, 예컨대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는 ‘본래의 자아와 사회적 페르소나의 대립’에 관한 심리학적 주제를 건드린다. 자아를 억제하고 사회가 바라는 도덕적 이상형인 페르소나에 억눌린 인간이 스스로 그림자, 즉 ‘섀도’를 만들어내어 자신을 죽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상적 삶에서 탈출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겨울장미의 비밀」), 환생과 롤리타콤플렉스(「거울 속에 사는 소녀」), 유산을 둘러싼 살인사건(「마술사의 슬픈 예언」) 등등 꼭지별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일곱 개의 이야기가 전부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독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려준다. 운율처럼 반복되는 이야기에 익숙해진 독자에게 마지막 반전에서 느낄 수 있는 오싹한 감동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해학과 유머가 가득한 기담 수집가의 매력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자칭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는 사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 중 가장 친숙한 존재이다. 복을 불러온다는 마네키네코와 함께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희극적 캐릭터, 에비스는 인간 세상을 조롱하기도 하고 애환을 풀어주기도 하는 풍요의 신이다. 그는 술과 담배, 신기한 이야기를 즐기며,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적인 신들과 똑같이 조수 히사카의 말에 별안간 화를 내는가 하면 이내 마음을 풀고 그와 의뢰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인간의 감정을 희로애락오욕, 즉 칠정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면 에비스는 그야말로 그 일곱 가지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반면 그의 조수 히사카는 마치 ‘셜록 홈스’를 방불케 하는 이성적 추리력으로 의뢰인의 기담을 과학적이고 논리적 설명으로 간단하게 해석하는 탐정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 안에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트펠레스에 비유되는 두 캐릭터는 작품을 순조롭게 이끌면서 위트와 풍자, 추리적 재미를 선사한다.
[줄거리 요약]
뚱뚱한 몸매, 축 늘어진 얼굴에 로이드안경을 쓴 채, 한 손엔 시가릴로, 또 한 손엔 위스키 잔을 들고 거만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자칭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
그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안 가는 기묘한 카리스마의 조수, 히사카.
마치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은
진짜 기담을 찾기 위해 상당액의 상금을 걸고 신문 광고를 하게 되는데…….
과연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일곱 의뢰인의 일곱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는 무사히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의뢰인 No. 1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학생 때부터 자기 그림자에 쫓기던 소심하고 겁 많은 남자, 니토 하루키.
수년간 그림자에 시달리던 어느 날, 그는 정말 자신의 그림자가 휘두른 칼에 찔리는 참극을 당하게 되는데…….
의뢰인 No. 2 거울 속에 사는 소녀
환상문학을 전공한 국문과 교수, 야라이 가즈오.
그는 학생 시절 헌책방을 전전하다 우연히 발견한 골동품점에 걸린 거울 속에서 밀랍인형 같은 소녀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
의뢰인 No. 3 마술사의 슬픈 예언
에디트 피아프에게 극찬받은 세계적인 샹송 가수, 시지마 미치. 그녀는 초능력을 가진 마술사 파트리스의 예지 능력으로 큰 화재사건을 피해 목숨을 건지는데…….
의뢰인 No. 4 사라져버린 물빛 망토
추리소설을 즐겨 읽던 몽상가 구사마 쓰토무. 그는 어린 시절 두 친구와 함께 셜록 홈스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놀이에 몰두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는 여학생 납치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세 친구는 범인 ‘물빛 망토’를 잡기 위해 대작전을 펼치는데…….
의뢰인 No. 5 겨울 장미의 비밀
너무나 평범하여 존재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자, 스즈키 도모코. 그녀는 결혼 전 사시사철 장미가 만발한 대저택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멋진 귀공자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프러포즈를 받게 되는데…….
의뢰인 No. 6 금안은안사안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 다사카 다이키. 그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오드아이’ 꼬마를 따라 하룻밤 신기한 모험을 하게 되는데,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자 자신이 유괴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의뢰인 No. 7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작가가 꿈인 직장인, 야마자키 데루오. 그는 옛 선배의 권유로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며 도시전설과 같은 신비한 이야기를 하나둘씩 수집하기 시작하는데…….
기본정보
ISBN | 9788989456100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7월 10일 |
쪽수 | 308쪽 |
크기 |
136 * 19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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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라는 말처럼 다정한 듯하면서도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낱말이 있을까. 스스로 '책 수집가'라 자처하며 다 읽지도 못하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그러모으는 나로서는 '기담 수집가의 마음을 100%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야기야. 그것도 소중히 간직해온 기담. 나는 그것을 찾고 있어. 도저히 이 세상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피도 얼어붙을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뒤집어 놓을 만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한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허황한 이야기, 당신은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나?" (181)
이처럼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면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으랴. 하여 설레는 맘으로 이 책 속으로 달려들어 간다. 신가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여 어서 내게로 오라. 어, 그런데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하나같이 한 뼘씩 모자란다. '의뢰인 No.1'이 들려주는 처음 이야기인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에서 잠시 흘깃하였지만, 칼 같은 분석에 정신이 번쩍 든다. 페르소나, 섀도 (43)의 개념까지 등장하고도 현실 속의 일로, 자기 그림자가 자신을 찌른 엽기적인 '기담'이 아니라 단순한 직장 후배에 의한 피습임이 드러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다섯 이야기는 스스로 추리하고 생각하며 만난 탓에 기담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단지 그럭저럭 재미있는 추리물로서의 느낌으로만 다가왔던 것이다. "거울 속에 사는 소년" 에서 "겨울 장미의 비밀" 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들은 솔깃하게 땅기도록 재미있지만 읽는 순간 기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 세계에서는 인간의 논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불가능해요." (167)
그렇지. 당연한 이야기 아니던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인간의 논리가 먼저 적용된다면 해석되지 않을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은 마치 그 본보기를 보여주듯 이야기 하나하나를 철저히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의뢰인들이 생각하는 기담이 그저 단순한 현실 속 이야기일 뿐임을 드러낸다. 물론 그 과정만으로도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고 그 정도로 끝나는 줄 알았다. 어, 그런데, 마지막 의뢰인의 이야기에 와서 또 한 번 뒤집히는데…. 어떻게?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 그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 [기담 수집가]에 담겨 있다. 궁금하시면 직접 확인하시기를…. 으흐흐….
2009.8.14. 자이언츠 야구는 '기담'보다 더 살 떨립니다. ^^;;
들풀처럼
*2009-185-08-13
<기담수집가>는 총7개의 기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거울 속에 사는 소녀", "마술사의 슬픈 예언",
"사라져버린 물빛 망토", "겨울장미의 비밀", "금안은안사안金眼銀眼邪眼", "모든것은 기담을 위해"..
첫번째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어느날 저녁부터인가 그림자가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어두컴컴한 골목길만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림자에게 등을 찔리게 되는 사고를 겪는 남자의 이야기..
"거울 속에 사는 소녀"..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청년..그러다 우연히 헌책방의 거울을 통해 미모의 소녀를 보게 되고..
그 뒤에 숨겨진 무서운 이야기..
"마술사의 슬픈 예언"..
세계적인 샹송 가수..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자신에게 큰 힘을 준 마술사의 예언..
"사라져버린 물빛 망토"..
어린 시절 친구들과 소년탐정단을 만들게 되고 인근 초등학교의 여자아이가 납치되는 사건을 뒤쫓게 되는 탐정단..
그 뒤 탐정단은 우연히 납치되었던 여자아이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 밝혀진 진실..
"겨울장미의 비밀"..
한 겨울 어느 저택 정원에 활짝 핀 장미를 보게되고..
미모의 저택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
"금안은안사안"..
양쪽 눈동자의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
각 장마다의 기담은 어느 정도 괜찮았습니다만..
기담후에 결말이 기담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네요..
요컨대 결말은 대강 이렇습니다..=>기담이란 없다..모두 심리적인 문제이거나 기담뒤에는 반드시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이죠..
숨겨진 진실과 같은 경우에는 기담보다 오히려 오싹한 진실도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는 앞에 모든 이야기가 연결이 됩니다..
이것만큼은 괜찮은 것 같네요..
<기담수집가>와 타이틀과
오싹하고 뭉클한 "서프라이즈" 기담 퍼레이드 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기담을 거부하는 듯한 책..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입니다..
무서운 영화나 이야기를 보거나 듣게 된 이후의 후유증이 심각했기 때문에 책읽기는 해가 있는 낮 동안만 해야 했다. 다행히 책은 기담을 기다리는 에비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히사카의 색다른 해석으로 흥미를 더해주었고 생각보다 덜 무섭고 재미도 어느 정도 있는 그런 책이었다. 물론 이야기를 듣고 평생 잊지 않게 되는 기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말이다.
신문에 난 광고란을 보고 여러 의뢰인들이 찾아오는 ‘스트로베리 힐’. 그곳에 에비스 하지메와 히사카가 기담을 기다리고 있다. 매번 달라지는 의뢰인들과는 달리 같은 장소와 같은 인물에 대한 묘사가 중복된다. 특이한 모습을 지닌 에비스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작가의 의중이 담겨있는 듯하나 일본 문화를 알 리 없는 한국독자들은 옮긴이의 부연설명에 의존해야 한다. 아무튼 에비스라는 인물은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기이한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기담수집가로써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살아가는 낙으로 삼는 자다. 그를 찾는 이들은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를 찾는다.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인 니토의 이야기부터 기담을 찾던 중 기담이 되어버린 기담수집가와 의뢰인들을 찾아다니는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의 주인공 야마자키 데루오의 이야기까지 7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당사자인 의뢰인들은 귀신이나 유령 따위의 일을 염두 해 두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을 가지게 할 만한 이야기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마저도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아주 치밀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글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 모두 기이한 이야기, 기담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는 지나치게 허무맹랑한 면도 있지만 나름 반전을 지니고 있어 허무함 속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담을 돈을 주고 사겠다는 자칭 기담 수집가. 신문 광고를 보고 돈을 얻기 위해서 혹은 믿어주기만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기담 수집가>는 7명의 의뢰인이 가져온 7개의 기담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의뢰 - 이야기 - 해설이라는 일정한 형식을 지니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담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가 가득한 '거울 속에 사는 소녀' '마술사의 슬픈 예언' '겨울 장미의 비밀'은 묘한 분위기와 함께 궁금증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이다. 기담과 추리소설적인 느낌이 절묘하게 혼합된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사라져버린 물빛 망토' '금안은안사안'은 추리의 재미를 선사한다. '거울 속에 사는 소녀'처럼 완전히 기담스러운(?) 이야기도 괜찮지만 '금안은안사안'처럼 현실과 기담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는 딱 내 취향이라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는 6개의 기담에 대한 해설에 김이 샌 독자를 다독여주는 진짜, 기담이다. 기담은 의외의 곳에 숨겨져있었다고 해야할까..^^
이왕 기담을 즐기려면 굳이 실제 있었던 일만 고집할 필요가 없으니 이런 류의 책은 작가의 상상력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재미있기 마련이다. 일단 상상력만 얘기해보자면 합격점을 주고 싶다. 현실적인 기담과 신비한 이야기가 골고루 들어있어 마치 옛날 얘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거기에 기담을 추리소설로 발전시키는 상상력까지 겸비했으니 <기담 수집가>는 한마디로 일타이피, 일거양득 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은 제목 그대로 기담 수집가의 신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단편단편 이어지는데, 참으로 흥미로운 점을 구석구석에서 발견하게 된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를 표현하는 부분을 볼 때는 살짝 작가가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당연히 사람마다 보는 시선이 다른 것 처럼 작가는 세세하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들이 보는 것들을 표현한다.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꾼이 바뀔때 마다 그들이 생각한 것들을 각기 다르게 비교 해 보는 재미도 맛 볼 수 있는 것 같다.
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됩니다.
이와 같은 광고를 신문에서 본 사람들은 이 곳으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 후 그들이 말 한 장소로 찾아간다. 뭔가 으스스 한 느낌이 들어오는 곳이고 절대 그들이 말 한 곳이 나올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가 보는데 어느 순간 앞을 보면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빛이 보이고 그 곳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주변건물과는 다른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건물의 문이 있고 문 옆에는 놋쇠 현판으로 Strawberry hill이라고 쓰여있는 편판이 있다. 그 곳에서 그들은 에비스 하지메라고 하는 기담 수집가를 만나게 되고 그를 보조하는 히사카 라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피도 얼어붙을 듯한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허황된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오" 라고 그는 이야기 한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을 다 덮고 나서 밀려오는 그 감정이란.. 뭐라 말로는 표현 하기 힘든 듯 하다.
기담들을 읽어 내려갈 때, 그리고 기담을 다 듣고난 후 에비스의 반응 그리고 그 뒤에 바로 따라오는 히사카의 허를 찌르는 추리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반전을 보여준다. 무섭기만 한 기담은 가라!! 기담수집가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 "기담수집가"역시 이 친구의 지금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보며 나의 눈길을 끌었다. 책 표지에서부터 기묘한 가면 하나가, 흡사 면사포와 같은 긴 머리칼을 흩뜨리고 있는 모습으로, 책을 펼쳤을때 어떤 기묘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책 속의 기담수집가는 바로 '에비스 하지메'라는 사람으로 '히사카'라는 조수와 함께 바에서 기거(?)하며 기담을 수집하고 있다. 기담 수집의 방법은 신문광고를 통해서였는데, 에비스 자신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자신이 겪은 기담을 이야기하면 그걸 듣고 그것이 진짜 기묘한 기담인지 심사하여 통과가 된다면 섭섭지 않을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을 신문에 광고를 한 것이다. 이 광고를 보고 에비스를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의 기담이 챕터별로 각각 펼쳐지고, 조수인 히사카가 예리한 판단으로 기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에비스의 결정을 돕는 형식으로 이 책은 진행이 된다.
모두 일곱가지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는 "기담 수집가"는 무엇 하나 빠뜨릴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기담 혹은 사건들로 알차게 채워간다.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골동품 거울 속에 비친 소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 예언을 할 수 있으며 초능력을 가진 마술사와 사랑에 빠져 목숨을 구한 여자, 물빛망토의 괴물에게 잡힐뻔 했던 남자, 겨울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대저택의 주인남자와의 사랑을 놓치고 평범한 주부가 된 여자,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른 한 아이와의 만남으로 잊을 수 없는 하룻밤을 지낸 꼬마, 마지막으로 작가 지망생이자 자유기고가로 에비스와 히사카의 존재를 소문으로 듣고 추적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져버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기묘하고 신기한 기담같이 보이지만, 히사카의 추리력으로 결국 알고 보면 각각의 무시무시하고 섬뜩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들로 밝혀지고 만다. 이에 매번 실망을 하고 마는 에비스 하지메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시작-전개-끝의 구성이 일정하게, 다소 지루할 정도로 반복이 되고 있어 책의 마지막에 반전을 위한 무슨 커다란 복선이 아닐까 예상을 해보았는데, 그저 시의 운율과 같은 형식으로 반복한 것이라 조금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았고, 마지막 에피소드 역시 앞의 이야기들을 총정리하는 식으로 반복하고 있어 책의 지면을 너무 막 쓴게 아닌가 하는 섭섭함이 없지 않았다.
스스로가 전설이 되어버린 나의 친구 전설수집가와 마찬가지로 에비스 하지메와 히사카 역시 그들 스스로가 기담이 되어버린다는 결말도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터라, 좀 더 색다른 결말을 원했던 나로서는 뭔가 아쉬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이고,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도 알고보면 인간의 소행으로 빚어진 사건들이 아닐까 의심해보게 만드는 이 책은 분명 여름과 아주 잘 어울리는 여름 소설이라 하겠다.
기담 수집가 에비스는 말한다.
"이야기야. 그것도 소중히 간직해온 기담. 나는 그것을 찾고 있어. 도저히 이 세상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피도 얼어붙을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뒤집어놓을 만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한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허황한 이야기. 당신은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나?"(181쪽)
사람들은, 나는 기담 수집가 에비스와 마찬가지로 기이한 이야기,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 매료되고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기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여기는 아닐지라도 어딘가에서 진짜로 일어난 일이라고.......
기이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에비스 하지메에게 자신의 기괴했던 경험을 털어놓게 되고 그의 동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외모를 지닌 조수 히사카는 예리한 통찰력과 추리력으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헛 점을 찾아내어 기담이 아닌 실제 일어났던 사건임을 일깨워주게 된다. 에비스는 재미있는 기담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의뢰인들은 당혹스러워하기도 하고 후련해하기도 하면서 스트로베리 힐을 떠나게 된다. 그 후 다시는 에비스와 히사카 그리고 그 까페를 찾지 못한다. 그들은 누구였을까?하는 의문을 안은 채.......
어쩌면 그 의뢰인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기괴했던 일들이 기담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담 수집가 에비스보다 더 큰 실망감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불운하고 기이했던 경험이 '기담'이었다고 생각해왔을 때는 그저 그렇게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 실제로는 추악하거나 배신으로 얼룩지어 있었던 사실 그 자체였다는 것은 더 큰 상처였을지도 모르겠다. 잿빛으로 가득한 현실을 '기담'이라는 포장으로 둘러싸고 있을 때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작가 오타 다다시는 '기담' 속에 현실과 환상을 묘하게 뒤섞어 보여준다. 의뢰인들이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속에는 기담답게 환상적 분위기를 가미하고, 냉철한 히사카가 그 기담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풀어낼 때는 같은 이야기인데도 앞의 의뢰인이 이야기한 기담과는 전혀 다른 사건 자체로 보여주며 현실성 있게 구성하고 있다. 또한 의뢰인들은 현실 삶에서 지친 상태이고 외로운 사람들이었기에 그 경험을 '기담'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심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들의 경험을 에비스는 친절한 호응 자답게 심리적으로 해석해주고 히사카는 현실자체를 직시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부분도 읽는 이에게 재미를 준다. 기이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은 관심있게 그려내고 있어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기이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 하고 읽고 싶어 하는 한 '기담'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누가 아는가. 그 기이한 경험을 가진 자가 어딘가에 실제로 있고 그 기담은 전설이 되어 우리 귀에도 들릴지 말이다. 가볍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기담 수집가 였다.
깨알같은 글씨로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싣는 신문에서 어느날 우연히, 다음과 같은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면? 「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됩니다.」나라도 마음이 동할 법한 이 광고를 보고 몇몇의 사람들이 자신의 기담을 심사받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찾는다. 바로 '기담 수집가'가 기다리고 있는 'strawberry hill'이다. 그곳에는 자칭 '기담 수집가'인 에비스 하지메가 기다리고 있고, 그는 기묘하고 신기하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이야기를 찾고 있다. 애주가이자 애연가인 그는 기담을 가지고 그곳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술 혹은 음료를 권하며 그들의 기담을 경청하고, 기담을 말하는 사람들은 '상당액의 보수'를 탐내거나 혹은 아무도 믿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믿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기담 수집가인 에비스 하지메가 바라는 대로, 그들이 들려주는 기담들은 확실히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거릴 만큼 흥미롭다. 자신의 그림자에 의해 칼에 찔렸다는 남자도 있고, 기묘한 계기로 인해 거울 속에 사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도 있다. 그런가 하면 호화롭고 아름답게 살 기회를 우연에 의해 놓치게 된 여자의 사연도 있고, 어린이를 살해했던 괴인같은 범죄자와 신기하게 맞딱드리게 되는 사람도 있다. 책에 실린 기담들 하나하나가 모두 흥미롭다. 어떻게 보면 일상적인 요소에 파고들어 있는 기담들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비스 하지메와 그의 조수 히사카 앞에서 기담을 이야기하는 그때부터 그들의 기담은 더이상 기담이 아니게 된다. 유쾌한 에비스가 신기한 기담을 듣고서 아주 흥미로웠다며 호탕하게 보수를 논할 무렵, 냉철한 조수 히사카가 그 기담에 반전을 가미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담을 하나 더 모았다고 기뻐했던 에비스의 흥분은 차게 식어 버리지만, 대신에 'strawberry hill'을 찾은 손님이 말한 기담은 더이상 기묘하기만한 기담이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철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똑 부러진 사건이 된다. 책을 읽는 나의 입장에서는 기담이 기담이었을 때도, 기담이 톱니바퀴같은 이야기가 되었을 때도 흥미로웠다. 기담은 기담 나름대로의 오묘한 신비함이 있기 때문이고, 똑 부러지는 톱니바퀴같은 이야기도 철컥철컥 맞아 떨어지는 이음새에 감탄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일곱번째로 에비스를 찾아와 역시 기담을 이야기하는 마지막의 이야기는, 기담의 느낌보다 환상의 느낌이 강하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앞 6편의 이야기에 적응되어 다소 심심해지던 찰나, 다시 눈을 반짝이게 한다. 그리고 얕은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한여름에 시원함을 가져다 주는 기담이나 공포의 느낌보다 오묘하고 야릇한 느낌이 강해, 그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다. 앞 6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받았던 2% 부족한 느낌이 일곱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라졌다. '기담'이라는 이야기의 특성상 헤살꾼(스포일러)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분명 앞 6편의 이야기는 마지막 일곱번째 이야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차곡차곡 앞편을 읽어나가며 정말 오묘한 마지막 '기담'의 여운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