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 트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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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딘 사이컨
<b>딘 사이컨</b>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며, 미국 매사추세츠 주 오렌지 시에 소재한 유기농 커피 로스팅 회사인 딘스빈스의 창립자이자 소유주다. 딘스빈스는 철저한 대안무역 원칙 준수, 생산자들과 사업 수익 공유, 커피 생산자들의 자주적인 지역 개발 프로젝트 지원 등을 통해 세계 각지의 원주민 커피 생산자들과 협동조합들을 지원하고 있다.
옮긴이 | 최성애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젠더 노동과 간접 차별』(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식과 에로스 : 칸트적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공역)과 『레저 경제학』 등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 커피 세계의 뒷모습
Ⅰ 아프리카
1. 미리암의 우물, 황제의 침대 그리고 칼디의 염소 (에티오피아, 2002)
2. 변화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 빅맨을 거스를 수는 없다 (케냐, 2005)
Ⅱ 남아메리카
3. 차이를 좁히며 (페루, 2003)
4. 지구의 경고 : 기후 변화, 분쟁 그리고 문화 (콜롬비아, 2007)
Ⅲ 중앙아메리카
5. 타오르는 자유의 촛불 (과테말라, 1993)
6. 죽음의 열차를 따라 (멕시코 / 엘살바도르, 2005)
7. 커피, 지뢰 그리고 희망 (니카라과, 2001)
Ⅳ 아시아
8. 좋은 친구들, 차가운 맥주 그리고 물소 (수마트라, 2003)
9. 300인의 행진 (파푸아뉴기니, 2004)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다음 세대의 커피 생산자들과 커피 애호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부디 이 책이 그들이 서로서로 좀더 잘 알고, 그리하여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은이의 헌사
1. 자바트레커(javatrekker)란?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생산된 커피가 미국에 처음 소개된 이후 미국 사람들은 커피를 ‘자바’라고도 부른다. 그 말에 길고 고된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는 ‘트레커’를 붙여 지은이가 만든 말이다. 커피를 통해 좀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아름다운 여행자, 자바트레커. 그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상품의 의미를 넘어 커피를 둘러싼 좀더 깊은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매개체다. 세계의 커피 값을 좌지우지하지만 커피 생산지를 방문하거나 생산자들을 배려하기는커녕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다국적 거대 커피회사와 달리, 커피 생산지를 직접 방문하여 커피 농부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생활 가능한 수입을 보장하며, 소비자에게는 유기농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대안무역(fair trade)을 하는 소수의 커피 업자들. 그들이 바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자바트레커다.
2. 『자바트레커』는 어떤 책인가?
커피에 관한 책이지만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라든가 커피의 종류를 소개하는 내용은 없다.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인 지은이가 세계 곳곳의 커피 생산지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분투한, 10여 년에 걸친 길고 고된 커피 세계의 여정을 담았다. 대안무역 사업, 갖가지 모험 여행, 문화인류학적 탐험 등이 한데 어우러진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세계화, 환경, 여성, 이주, 원주민의 인권, 자결권 등 21세기의 중요한 정치?사회?경제적 이슈가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사람과 풍경과 풍속에 대한 이야기는 엄청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세계 무역과 커피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이해를 돕는다. 또 지은이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유머와 해학은 독자들을 울고 웃게 하며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독자들은 지은이를 따라 아프리카에서는 약 1500년 전, 염소치기 소년 칼디가 처음 커피를 발견했다는 고대 에티오피아의 숲에 가보기도 하고, 케냐의 빅맨에 좌절하는 지은이와 함께 탄식할 것이다.
안데스 산지에서 카누에 트럭을 싣고 아슬아슬하게 강을 건널 때는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내전으로 원수지간이던 콜로노스와 아샤닌카스 부족이 대안무역 커피를 매개로 힘을 합칠 때는 가슴 뭉클하기도 할 것이다. 또 독자들은 콜롬비아의 마모들을 만날 것이다. 마모는 자신이 이 세계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믿는 성자다. 그들의 ‘아우들’인 우리 때문에 초래된 기후 변화에 맞서 지구를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과테말라에서 선거 감시원 활동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죽음의 열차와 지뢰 희생자들을 보며 슬픔과 분노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친환경 농사 시스템을 위한 물소 파만딘(딘 아저씨) 이야기는 독자들을 미소 짓게 하고, 파푸아뉴기니에서 지은이의 점잖은 연설은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커피 속 깊숙이 자리한 그 세계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지은이와 함께 세계 곳곳의 커피 생산지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지은이와 커피 사랑 여행을 한 뒤 다시 커피 한 모금을 깊이 마셔보자. 앞으로 커피 맛은 예전의 그것과 사뭇 다를 것이다.
3. 커피에 담긴 불편한 진실과 대안무역(fair trade)
커피는 세계인이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기호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895년 일어난 을미사변으로 아관파천 중인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가 타준 커피를 처음 시음한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커피의 이면에는 수많은 문화와 관습, 환경과 정치가 거미줄처럼 얽힌 아주 복잡한 세계가 드리워져 있다. 세계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은 교역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이권이 걸린 커피에는 다국적 거대 커피회사가 개입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제 커피 값은 생산자들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는 뉴욕 경매시장에서 결정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다국적 거대 커피회사의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계약 재배되는데다, 중간상인들의 횡포로 이윤의 99%는 거대 커피회사와 소매업자, 수출입업자, 중간상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소규모 커피 재배 농가의 몫은 1% 미만이다.
양극화에 따른 커피 생산자의 만성적 빈곤, 환경 파괴, 건강, 인권, 여성, 이주민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세계화의 문제가 가장 복합적이고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분야가 바로 커피의 세계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저개발국의 지속적인 자립 지원과 농부들의 주도적 참여에서 출발한 무역 방식이 바로 대안무역이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 지불, 직거래, 신뢰를 기초로 한 지속적인 거래, 건강한 노동 환경, 성 평등, 친환경. 대안무역의 이런 원칙들은 비단 생산자만을 위한 건 아니다. 그들의 건강한 생산품을 소비하는 우리에게도 이득이다.
4. 추천사
“For a three dollar cup of coffee, a farmer earns three cents!”(영화 ‘Black Gold’) 늘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이런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자와 가난한 자,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 이렇게 양극화되는 세상 속에서 외로울지도 모를 싸움을 하는 이들이 있다. 『자바트레커』의 저자 딘 사이컨이 그렇고, 이제 막 우리나라에 성공적인 대안무역 모델을 만들고 있는 아름다운커피가 그렇다. 이들은 고집스럽게 원칙에 충실한 거래를 하고자 한다. 그것도 당당히 저개발국 빈곤 퇴치를 내걸며. 이들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구체적인?희망을 주는지 궁금하지 아니한가! 그럼 커피 한 잔 준비해서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라!
―박원순(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세계인이 즐기는 달콤 쌉쌀한 악마의 유혹, 커피! 그윽한 커피 한 모금이 커피 농부의 눈물이라면, 가난에 찌든 커피 농부의 절망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내가 마실 커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학비료와 농약 대신 농부의 건강한 땀방울로 맺힌 커피라야, 눈물과 절망 대신 희망의 땀방울로 맺힌 커피라야 진정 음미할 가치가 있겠지요. 저와 함께 대안무역 유기농 커피, 한잔하실래요? 모든 이를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커피를.
―임종명(바리스타)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커피에는 정치, 생존, 지구, 수많은 원주민의 삶이 아주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매일 아침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어떤 역동적인 파노라마가 담겼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바트레커』는 더없이 훌륭한 책이다.”
―리고베르타 멘추(Rigoberta Menchu),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 리고베르타 멘추(I, Rigoberta Menchu)』 저자
“이 작은 커피 한 잔에 월드뱅크의 계략과 원주민 인권, 제3세계 여성운동, 각종 세계화 이슈가 이렇듯 진하게 녹아들었다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딘 사이컨이 보여주는 커피 세계는 우리가 슈퍼마켓이나 카페에서 커피를 고를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 영화배우이자 사회운동가
“딘 사이컨은 자신의 놀라운 체험과 분석, 유머, 사람들과 끈끈한 교류를 통해 우리가 결코 알 수 없었을 수많은 이야기들이 햇빛을 받도록 해주었다. 이토록 많은 체험을 한 자는 결코 없을 것이다.”
―위노나 라듀크(Winona LaDuke), 원주민 인권운동가, 『우리의 모든 관계들(All Our Relations)』 저자
“『자바트레커』는 진정으로 훌륭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앤서니 보뎅(Anthony Bourdain)이나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저작만큼이나 스릴이 넘친다. 하지만 딘 사이컨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많은 모험소설과 달리 깊은 영혼의 울림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이 책의 중심은 커피다. 커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커피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책의 잠재적 독자층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스티븐 브라운(Stephen Braun), 『한 잔의 유혹 : 알코올과 카페인, 활력과 중독의 두 얼굴(Buzz : The Science and Lore of Alcohol and Caffeine)』 저자
“딘 사이컨은 커피 로스터들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하고 훌륭한 사람이다. 커피 로스터와 커피 수입업자들은 자신의 ‘제3세계’ 경험에 대해 허풍 떠는 일이 많다. 그러나 딘은 ‘제4세계’를 여행한다. 그는 다른 커피 업자들이 발을 딛지 않는 벽지와 오지를 찾아가, 그곳의 커피 재배 원주민들과 섞여 주저 없이 땅에 뒹굴고 몸을 더럽힌다.”
―존 코세트(John Cossette), 로열커피
“오늘날 대안무역, 유기농, 친환경 등을 표방하는 사회적 기업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생산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업자들은 극히 드물다.” ―빌리 피시베인(Billy Fishbein), 커피키즈 공동창립자
기본정보
ISBN | 9788989370611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2월 25일 |
쪽수 | 375쪽 |
크기 |
152 * 223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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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생산자들은 빈곤과 질병, 식수부족과 열악한 교육환경에 허덕여 땅을 등지고 도시로 가거나 국경을 넘다가 죽음을 맞고 또는 경작지역이 종종 분쟁지역이나 전쟁과 전쟁 후유증으로 황폐화되기도 하지만 부정부패와 관료주의에 따른 소모비용도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 커피값이 결정돠는 뉴욕 경매시장에서 생산자들의 이해와 욕구가 반영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 가뭄으로 커피값이 올라도 코요테(중간상인)들의 횡포와 커피가 다국적 거대 커피회사들의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계약재배되다보니 생산자들의 몫은 변함이 없다. 국제 자유무역 커피 가격기준으로 이윤의 99%는 거대커피회사와 수출입업자, 중간상몫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1%미만은 소규모 커피재배 농가몫이다. 커피를 주요산업으로 하는 저개발국들의 자립은 부자 나라들의 힘에 좌지우지 할 수 밖에 없고 월드뱅크와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이라는 기만적 정책을 통해 커피 재배국 정부와 농부들을 지원하는 것에 방해도 한다. 저자는 커피 원주민들을 위해 미국에 유기농 커피 회사를 세워 철저한 대안무역 원칙준수와 생산자들과 사업수익 공유를 열심히 펼쳤지만 대안무역을 해도 농부들이 제값을 받지 못해 투명한 회계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온갖 부정한 채널을 통해 돈을 빼내 저자도 힘들어 할 정도다. 케냐농부가 제기한 질문에서 대안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가늠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해진 가격과 규칙에 불과한가? 혹은 각 국가들의 밑바닥 현실을 인식하고 그 것에 대처하는 모종의 과정인지? 뼈있는 말이지만 앞서가는 커피거래에 비해 농부들은 정보가 어두워 불공정한 무역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알지도 못하는 커피 유통 과정과 어디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부정 행위들이, 힘들게 일하는
커피 농부들의 얼굴들과 오버랩 되면서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커피 생산자들에게 어떻게든
커피 값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저자의 마음 만큼은 구구절절 헤아리고 싶다.
커피밸트에 속해 있는 나라들 뿐만 아니라 아직 불공정한 무역이 판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 한다. 이것이 커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일상 생활에서도 이런 불평등 거래를 너무 많이 경험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더 많이 생겼음 좋겠다. 유난히 커피는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커피 열매를 따야 하는건 가장 기초적인 생활이 안되기 때문이다.
커피거래 과정에서 생산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그 이익을 모두 취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쉽게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건 행복이지만 어쩔 수 없이 커피 열매를 따야 하는 사람들에겐
곤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커피 맛이 씁쓸해진다.
"커피 한 잔 해요"라는 말은 '대화'를 하자는 말로 통용된다.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커피'라는 작물, 엄밀히는 그것을 우려내어 마시는 '커피'라는 음료는 사람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커피는 우리의 소통에 대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셈이므로 굉장히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작은 규모의 소통만을 시도하며 살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물론, 더 작게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할 때 커피는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더 크고 넓게 바라보려 하지는 않는다. 마시고 있는 커피를 만든 사람과 소통하려 해 본 적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시도를 10여 년 동안 해오고 있는 한 남자의 커피 생산지 탐방기다. 그의 이름은 딘 사이컨.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그는, 유기농 커피만을 취급하는 로스터로 '딘스 빈스'라는 자기 이름을 건 사업장을 열게 된다. 그는 자유무역을 통한 불안정하고 불공정한 시장거래가격이 커피생산자들을 열악한 생활환경에 머무르게 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여행기에서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고, 가난 속에서 별다른 대책을 구하지 못하고 근근이 살아나가고 있는 커피생산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 기회의 차이
공정무역, 혹은 대안무역이라는 것이 커피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커피생산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서 그들의 생활환경을 개선시키고, 무역의 불공정한 사례들을 점차적으로 타파하고(과연 가능할지, 판타지 같은 이야기로 보이긴 한다), 우리가 커피소비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도덕적 만족을 높이는 것?(올레!) 이 모든 것들, 그리고 언급하지 않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들... 보다 바람직하다고 일컬을 무역의 형태가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라는 기한 안에서 기대할 만하다. 이것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향후 몇 년 간은, 어쩌면 십 몇 년, 정말 어쩌면 그 이후에까지도, 이것은 진짜 '성공'이 되지 못할 것이다. 왜?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커피농가가 있기 때문이다. 딘이 방문한 곳들은 엄청난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딘이 그곳들을 방문하고 커피를 매개로 그들의 자립을 돕는 동안, 다른 농가에서는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더 더 더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연명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안무역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도 비율 상으로는 100%에 너무 먼 수치라고 하니, 전 세계의 100%에 가까워지기까지는 더 많은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이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과, 일들과, 시간들이 넘쳐난다. 아직은 이것이 현실이다.
커피와 사람: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현실을 직시하면 희망이 있다. 희망은 밝기만한 '상상'이 아니라 절망적인 '현실'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엇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알아야 그 문제를 풀어나갈 시작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자유무역을 이끌었던 세계 곳곳에서 대안무역은 다시 시작되고 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사업부인 <아름다운커피>를 통해 세계의 밝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그 성장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고,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갈 길이 멀지만 먼 길에 대한 확신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목적지까지의 길은 자꾸자꾸 짧아질 것이다. 커피와 사람의 관계는 이제, 염소가 뜯어먹다 춤추는 농작물을 발견하는 우연적 관계 이상이다. 사람을 위해 재배하고 수확하고 가공하여 '즐겨 마시는' 이상, 이제 우리는 필연적이다. 자신과, 타인과, 세상과 소통하며 행복을 만끽하며 살고 싶은 인간이 커피와 필연적 관계가 되었으니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역시 필연적이어야만 한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나는 이 책이 솔깃 할 만큼이나 커피를 좋아한다. 주위에서 흔히 말하는 ‘커피 중독가’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커피마니아’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해도 좋다. 하루에 커피를 4잔 ~ 5잔 이상 마시고 있고, 커피 브랜드점에 가면 ‘아메리카노’는 꼭 마신다. 커피의 향과 커피의 각각 다른 이름의 맛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커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미세한 향기와 맛의 차이를 구분하기란 어렵다. 나 또한 그러한 것들을 식별하지 못하지만 맛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감각이 있다고 자부한다.
일반 커피 브랜드점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3천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내가 자주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3,300원이다. 이 금액은 과연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여 원두 라는 커피의 알맹이가 만들어져 수작업과 몇 차례의 과정을 거친 후 내가 마시는 커피로 탄생을 한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 금액으로만 봤을 때 적절한 금액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바’라는 단어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였다. 자바라는 커피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바가 커피를 의미하는지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딘 사이컨’은 커피가 재배되고, 생산되는 지역들을 탐문하며 그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즉, 커피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고 싶다.
그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아시아를 거쳐서 커피의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에스프레소는 대부분 아이들이 뽑아낸다. 그 소년들이 직접 손 펌프질을 해서 나오는게 에스프레소이다. 하지만 그것을 뽑아내는 기계가 있다. 그 기계를 최초로 발명한 ‘닥터 일리’의 기계만큼이나 뽑아낸다. 그리고 그들의 피땀흘린 과정을 모두 다 보게 되고, 함께 체험하면서 몇 가지의 대안과 시설 등도 세우게 된다. 협동 조합이나, 무역 협정도 체결하고, 커피를 생산하는 1차 커피 농민들에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각 지역의 마을과 커피가 재배되는 곳을 순례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나 생활들도 접해 볼 수 있었고, ‘딘 사이컨’이 이룬 협정들과 그가 다녀 가고 난뒤 이루어진 체결된 협약이나 조합들도 생겨남으로서 커피를 생산하는 농민들이나 농가들은 예전보다 조금은 더 나은 생활들을 할 수 있게 끔 만든 그들에게 있어서는 존경하는 인물인 것이다.
‘자바 트레커’는 소비자에게 유기농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대안 무역을 하는 것을 지칭한다. 커피 농민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가 소비자의 위치에서 물건을 샀을 때 그 이익이 모두 중간 상인에게 돌아간다면, 정작 직접 생산하는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얼마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농촌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커피 농민들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소규모의 몇몇 농가에서만 정당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앞으로도 대안 무역이 점차 늘어났으면 하는바람이다. (대안 무역 : 생산자와 구매자간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을 찾아주고, 구매자들에게 윤리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직거래 방식의 무역이다.)
이 책을 통해서 커피를 마실 때 그들의 땀과 노력이 함께 담겨져 있는 커피의 쓴 맛을 커피를 마시는 내내 느끼게 될 것 같고, 전달되는 것 같다. 또한 그들이 있었기에 손쉽게 커피를 마시는 내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한 때 ‘별다방’ 이라는 브랜드가 있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을 일컬어 된장녀 라고 불리어졌던 걸로 알고 있다. 된장녀는 사치를 심하게 하고, 명품 브랜드 만을 고집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커피 브랜드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왜 된장녀인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나 혼자의 생각이긴 하지만, 커피를 생산하는 농가와 농민들의 노력과 환경, 문화 등을 고려해 볼 때 된장녀라고 불리울 만큼 비싼 커피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자체가 행복하고, 커피 매장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커피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도 커피의 가격 담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수 많은 커피 생산 지역 및 농가들에게 하루 빨리 적절한 배분의 수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커피 색깔에 있어서 블랙에 가까운 커피색이 선진국들의 시커먼 속 마음을 나타내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커피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런데 커피 원산자의 커피농부들은 매우 가난한다. 그들은 돈이 안되는 커피농사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들이 파는 커피생두의 가격은 너무 터무니 없이 낮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일까?
커피 원산지는 대부분 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 가난한 나라다. 세계경제의 핵심인 석유의 나라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부유한데, 불경기 속에서도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것은 유통과정의 과도한 이익을 남기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유통과정에서 엄청난 이익을 가졌고, 커피 농부들보다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을까? 그것은 커피라는 열매가 우리가 먹는 커피로 변화되는 과정에 있다. 커피는 다른 먹거리와는 달리 옛날의 방식보다 현대의 기계적 방식으로 가공하고 추출해야 더 맛이 좋은 음식이다. 불행히도 생두 자체를 생산하는 것은 예전처럼 일일이 사람손을 거친 생산방식의 커피가 좋은 맛을 내는데, 커피농부들은 배우지 못한 자들이고, 가공이후의 업자들은 농부들보다 더 배웠고, 더 계산적이었다. 그들은 소규모의 순진한 농부들에게 이미 가격의 우위에 있었고, 이 책은 농부에게 어쩌구니 없는 낮은 가격과 가공비를 요구하는 이들이 민간기업뿐만이 아닌, 협동조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준정부기업도 있음을 고발한다. 우리나라의 4.19혁명처럼 농부들도 목숨바쳐 맞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 그들의 힘은 미비하다.
이 책의 제목 '자바트래커'는 공정한 거래(대안무역)을 통해 커피를 거래하려는 커피업자를 말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유기농 커피를 제공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커피를 구매해서 커피농부들에게도 정당한 보상을 하려고 한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대안무역'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커피농부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줘야 한다고 외치는 것일까? 너무 낮은 가격으로 어렵게 하는 커피농가를 보호하는 의미도 있지만, 낮은 가격때문에 점점 질이 나빠지고 지독한 농약의 사용을 막기 위함이다. 대안무역을 하려면 커피농가들은 유기농인증을 받아야했고, 이 책의 저자 딘 사이컨은 커피가 크기가 고르지 않거나 품질이 많이 떨어질 경우, 직접 찾아가서 그 원인을 찾아주고 개선책을 찾아준다. 그는 커피의 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안무역을 통한 이익분배금은 다시 농부들에게 돌아가는데 대부분은 학교나 가공기계를 세우거나, 농부의 처우개선을 위한 운동자금으로 쓰인다. 대안무역은 단순히 커피의 적절한 가격을 위한 무역이 아닌, 커피농가들의 삶을 지휘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농가들이 가난하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왔고, 대안무역을 통한 거래는 정당한 커피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이 꽤 알려진 지금, 전체 수요의 몇%로 되지 않는 생색내기 대안무역 거래를 하고는 홍보하고 있는 XX벅스 등의 갑부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사뭇 미워진다. 개인적으로는 커피빈의 아메리카노를 선호하지만, 요즘 한국에서도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지별로 판매하는 개인규모의 커피전문점도 꽤 생겨났고, 대안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곳도 꽤 늘어났다. 굳이 대형 커피전문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모 스타벅스에서 커피맛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는데, 원래 그렇다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해주는 무책임한 바리스타가 있었다. 한잔한잔 정성스럽게 드랍해주는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 가격도 별 차이나지 않고, 맛도 더 좋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땅과 더불어 사는 농부들은 천성이 착하다. 커피 농부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원주민들이 유독 많다. 그들은 땅을 섬길 뿐만 아니라 땅을 치유하려고 한다. 보다 판매하기 좋아보이는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각종 화학약품을 넣는 현대인들과는 달리 땅을 사랑하는 그들은 땅과 함께 더불어서 커피를 재배한다. 정치적인 문제와 환경 오염, 경제적인 이득을 위한 세력가들이 그들을 항상 괴롭혔지만, 이 책의 저자와 더불어 마음 문을 열고 질좋은 커피도 재배하고,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가 하나하나 개선되는 동안, 맛있는 커피만을 찾았던 내 자신도 같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처럼 가난한 나라의 현실을 커피 작물과 함께 느낄 수 있었고, 조금 더 그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당장 딘 사이컨처럼 그들을 향해 달려갈 수는 없지만, 공정한 무역으로 거래한 커피를 찾는 다면, 무조건 저가만 찾고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은 중간유통상인들의 과도한 이익착취가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마시고 있는 원두가 다 떨어지면, 이번에는 꼭 대안무역을 통한 커피를 구매해야 겠다. 내가 마시는 커피한잔으로 유통상인들보다 커피농부들의 삶이 조금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하루에 서너잔 이상 마시는 커피, 이제 습관이 되어 버렸지만 오랜 세월 숱하게 마셔온 그 커피 - 정확히는 1회용 커피 믹스 또는 자판기 커피 -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 몇 년 쯤 전에 있었던 거 같다. 그때 공정무역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비롯한 면화 같은 상품들이 세계화의 영향으로 산업화된 나라의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지만 생산자들에겐 더욱 착취당하는 환경을 만들게 된 경위를 약간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뿐,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공정무역 커피라는 것이 초기여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가격과 상품 형태라서 결국 서서히 잊고 말았다. 하지만 잊고 있던 그 몇 년 새 공정무역에 대한 노력은 흐지부지 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진화해 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 저자의 낙천적이고 유연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에서 나오는 글은 매우 정답게 느껴지는데 커피 농부들의 참담하고 고달픈 삶을 진지하게 관조하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 그 시선이 때때로 감동을 선사한다.
변호사이자 커피를 유통 판매하는 업자인 저자는 커피 생산지들을 여행하면서 커피 농부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상당한 공감을 하고 그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적인 멋진 아이디어들을 실행에 옮기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회귀선까지의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아메리카의 커피 생산지들을 두루 방문하고 친환경적이고 유기농 방식의 커피를 좋은 가격에 구매하고 공정무역을 확산시키며 그들이 처한 독특한 문화와 환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참 인간적이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적당히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고 있어서 더욱 좋았다.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 그것의 원가가 얼마인지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들어가고 생산자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사실 커피 이외에도 농산물들의 경우 대부분 농부들의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쌀, 쇠고기 등에 복잡한 정치, 사회적 이슈가 걸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잖은가. 다만 커피가 유독 공정무역의 거래 대상으로 주목을 받는 건 전 세계적인 거래 물품인데다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 왜곡된 유통 구조로 인해 생산자는 최종 소비자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입을 얻고 중간 유통 상인과 소수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얼마라도 생산자들에게 그들의 노력에 걸 맞는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 시작한 공정거래 커피는 저자 같은 이들의 노력으로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이나 대형 매장에서도 상품을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 만 해도 '아름다운 가게'같은 곳에서 일부 판매하던 공정거래 커피가 이젠 대형 마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인 증거가 아닐까.
경제 위기가 심해지고 있지만 우리를 정말 따뜻하게 하는 건 부자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모두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생활을 누리는 것,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 지는 것, 수 십 억의 인구가 조금씩 더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 그것이 우리들에게도 행복이 아닐까. 커피와 커피 생산지를 여행하는 여행자이자 사회적 기업가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멋진 책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이는 비단 커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의 생산과정 혹은 이를 생산하고 계시는 분들의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크게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자바 트레커”를 통해서 그들의 실상과 작업 환경 그리고 커피의 가격이 매겨지고, 그러한 것들이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적합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지만, 보다 실질적인 상황은 확인하게 된 기회였던 것 같다.
처음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 커피 여행과 관련된 책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에서였던 것 같다. 커피 애호가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커피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없지는 않았다.
예전에 몇 권 읽었던 책들 속에서 만난 커피의 모습들을 각양각색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환경적인 측면 혹은 지역적인 특색들이 어울려져서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기에 이번에도 이런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커피 여행이기는 하지만, 커피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삶을 보다 깊숙이 그리고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다. 커피의 생산을 하는 수고비에 미치지 않는 돈이 그들의 수중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래서 그들의 삶을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것도 그리고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저자가 이제까지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정무역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물론, 몇몇 기사들을 통해서 공정무역 제품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제품을 구입해본 적은 없다. 어디에서 구매해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관심도 그리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하고, 환경에도 그리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번 책의 경우는 주로 커피와 관련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하고 공정무역에 대해서 그리고 이의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기도 하며, 완제품의 모습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관계들과 직접적으로 생산하고 노동을 하고 있는 그들의 실상 또한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바 트레커>는 우리가 물처럼 자주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 세상을 이야기 한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를 즐길 것이 아니라 네가 마시는 커피, 우리가 마시는 커피에는 네가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바 트레커>를 쓴 딘 사이컨은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인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오렌지 시에 소재한 유기농 커피 로스팅 회사 딘스빈스의 창립자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커피 노동자의 실상을 통해 보여준 그는 그가 소유한 딘스빈스에서는 철저한 대안무역에 대한 원칙을 준수하며 생산자들과 사업 수익을 공유하며 커피 생산자들의 자주적인 지역 개발 프로젝터를 지원하며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들과 협동조합을 지원하며 커피의 건강함을 알리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통해 한비야씨가 이야기한 다이아몬드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결혼의 상징이자 단단하고 깨지지 않는 아름다운 보석, 다이아몬드가 그이면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이야기는 <자바 트레커>에서 나오는 커피 노동자들의 삶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힘겹게 노동만 하고 있는 그들의 실상과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 우리가 자주 마시는 커피가 사실은, 그들의 힘겨운 땀과 눈물이라고 생각하니 커피한잔의 여유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체취가 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한잔에 세계화, 이주, 여성, 환경, 원주민 인권, 자결권이 있다는 것을 알까? <자바 트레커>를 읽지 않았다면 나 또한 커피 한 잔에 대한 사회적인 그늘진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곳에는 노동을 하는 만큼 노동의 댓가를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것들 중에는 그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려 있음을 우리는 가려진 진실안에서 보지 못하는 장님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를 생각하는 커피 광고의 문구처럼 건강하게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대안무역을 철저하게 지키는 기업과 커피를 생산하는 생산자에게 이익이 좀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는 사회적인 지원만이 커피를 보다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일 것이다. 그 운동을 참여하고 있고 실천해오고 있는 딘 사이컨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한 모금의 커피도 감사하게 마시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가 알지 못했던 여러지역에서 커피가 생산되고 있었고 그들의 생활 모습들을 저자가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생각들을 나에게 생생하게 알려주었다. 커피 즐겨 마시는 나로서는 저자가 커피의 그 깊은 내면까지 알아달라는 메세지를 나에게 보내는것 처럼 느껴졌다.
커피 재배지의 그 열악한 환경이 개선될 수 없는 이유가 커피 무역업자들의 부도덕성 때문이라고 말한다.커피 생산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사는지 무역업자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돈만을 보기 때문에 그들의 이윤만을 생각한다. 정말 안타까울뿐이다.
나라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힘듬이 느껴지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커피 생산지역 주민들의 보건, 의료, 교육, 환경 문제가 저자와 같이 이들이 있기에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독서는 보통 조용히 책을 읽는 정적인 행위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아 햇살 좋은 아침이면 베란다 창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느낄 때면 서재에서, 늦은 저녁이면 침대에서 시체처럼 책장을 넘기곤 한다.
독서란 이렇듯 정적인 행위임에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독서를 통한 동적인 경험을 했다. 자바 트레커의 마지막 장을 넘기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결심하게 되었던 행동, 바로 대안무역 커피를 구입하겠다는 결심으로 인터넷으로 대안무역 커피를 검색했다. 기존의 마시던 커피보다 조금은 비싼 가격이었지만 자바 트레커를 읽으면서 정당한 가격, 최소한의 가격의 의미를 알기에 오히려 그 가격이 고마웠다.
커피 홀릭인 나는 하루에 적게는 두어 잔에서 많게는 열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 일하는 직업상 카페인의 도움을 많이 받는 나로서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마셔댄 커피의 양만큼이나 가슴이 아렸다. 내가 싸게 구입한 커피 커피가, 분위기로 마셨던 브랜드 커피전문점의 커피가,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노동의 결과를 무시한 채 구입한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바 트레커의 행적을 뒤따르며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의 힘든 삶에 나 역시 가해자였으며 방관자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커피 무역의 문제점과 대안 무역 커피를 홍보하는 책으로서만 가치가 있는가?”
“그건 아니다!”
단순히 세계 커피 무역의 문제를 제기하고 좀 나아가서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들은 이 책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딘 사이컨의 여행인 ‘자바 트레커’는 또 다른 문화, 또 다른 인종,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책은 인류학자가 몇 달간 그들의 틈에 끼어서 객관적(객관적? 이건 말이 안 된다. 지극히 그들의 시각에서 미개한 문화를 다루는 듯한 연구들이 얼마나 즐비한가?)으로 연구하고 발표하는 논문의 배경으로 다루는 수박 겉핥기식 소개가 아니다. 그들의 삶을 동정하고,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적당한 기부와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그저 그런 책은 더더욱 아니다.
딘 사이컨은 커피 관련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간접적인 기부와 타인의 동조를 요구하는 일차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그들의 삶에 녹아들기 위해 가식적인 행위조차 보이지 않은 채 그저 그들에게 직접 찾아가 묻는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무엇이 가장 시급하냐고.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며 그들을 찾아갔던 경로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기부금을 무조건적으로 내주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경작하는 커피를 유기농으로 키우고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여 결국엔 제 값을 받고 제대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한 방법으로 대안무역 커피로 안정적인 판매로를 구축하고 그 이익금을 가지고 학교나 기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다시 쓰이도록 한다.
앞으로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지구 반대편의 커피 농장의 수많은 근로자들의 웃음이 함께 할 것이다. 자신들의 문화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추억도 함께 할 것이다.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사랑이 가득한 커피~,
생각만 해도 진한 커피 향이 내 코를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