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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베넷 저자(글) · 김민국 번역
지와사랑 · 2013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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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8.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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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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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윤리란 대체 무엇인가!
『윤리란 무엇인가』는 윤리학에 관한 깊이 있는 입문서이다. 이 책은 도덕성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옳고 그른 것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도덕이론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 지 등 핵심적인 질문에 답한다. 저자 크리스토퍼 베넷은 현대의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주요 이론과 그 이론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을 다룬다.

낙태와 빈곤 같은 삶의 죽음의 문제, 생명의 의미, 공리주의, 칸트 윤리, 덕 윤리 같은 주요 도덕이론, 마르크스와 니체의 도덕성 비판 등에 대하여 주로 다루어 철학과 윤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지침을 제공한다. 각 장 끝에는 토의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적인 연구를 위한 질문과 주석을 붙인 ‘토의 사항’과 ‘더 읽을 책’을 통해 이해를 도왔다.

작가정보

저자 크리스토퍼 베넷(Christopher Bennett)은 영국 셰필드 대학교의 철학과 부교수로, 『사죄의 의식: 형벌에 관한 철학이론The Apology Ritual: A Philosophical Theory of Purnishment』(2008) 등을 집필했다.

역자 김민국은 미국 스왓스모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영국 런던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잡지와 도서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 『이해하기 쉬운 철학이야기』, 『나의 이야기』 외 다수가 있다.

목차

  • ●●● 들어가는 말
    도덕적 사고란 무엇일까
    도덕이론이란 무엇일까
    도덕이론이 왜 필요할까
    도덕성은 모두 상대적일까
    도덕이론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까
    이 책의 구성

    1부 삶과 죽음

    1장 죽음, 그리고 삶의 의미

    죽음은 정말 나쁜 일인가
    삶이 무의미할 수도 있을까
    쾌락주의: 쾌락의 요구 원칙
    고급 쾌락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 활동에서의 의미
    엘리트주의
    오시만디아스의 문제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2장 어떤 생명이 중요한가
    살인에 관한 몇 가지 의문
    이상한 제안
    인간의 성스러운 생명
    인간의 생명은 왜 신성할까
    ‘생명의 신성함’에 관한 실제 논의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비평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3장 도덕은 우리에게 남을 도울 의무를 얼마나 요구하는가
    세계적 빈곤: 급진적 견해
    그들은 우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을까?
    돕는 의무와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급진주의자들의 반응: 의무와 자선의 폐지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제2부 도덕이론의 세 가지 출발점

    4장 공리주의
    공리주의란 무엇인가
    공리주의의 실행: 처벌과 약속
    그 밖의 문제: 공리주의자의 고달픈 삶
    해법을 찾아서: 규칙 공리주의
    규칙 공리주의 비판
    행복의 본질에 관한 몇 가지 결론적 생각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5장 칸트의 윤리학
    인간의 존엄성
    인간을 단지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이 왜 나쁜 일일까
    인간은 자유를 어떻게 인식할까
    사람을 이성적 행위자로 존중하는 길
    칸트의 윤리학은 우리를 무방비 상태로 버려둘까
    합리성의 요건으로서의 도덕적 요건
    정언명령
    보편법칙
    보편법칙의 절차에 대한 비판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6장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
    덕 윤리학의 동기
    덕 윤리학: 기본 개념들
    인간의 기능과 선한 인간
    중용의 사상과 정념의 합리성
    덕 윤리학과 이기주의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제3부 도덕적 사고의 또 다른 방향

    7장 윤리학과 종교

    윤리학은 종교를 필요로 할까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에우튀프론』 딜레마
    정통, 계시, 해석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8장 계약으로서의 도덕
    홉스: 이성적 자기 이익으로서의 도덕
    심리학적 이기주의
    홉스와 도덕의 정당화
    무임승차자들의 문제
    페어플레이 사회계약론
    칸트식 계약주의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9장 도덕에 대한 비평
    마르크스가 본 도덕
    니체 추종자들의 비평
    마르크스와 니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도덕과 추정
    도덕은 비평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론 | 토의사항 | 주 | 더 읽을 책

    ●●● 나가는 말
    ●●● 용어설명
    ●●● 색인

출판사 서평

현대사회의 도덕적 갈등에 해법을 제시한 책!

도덕적 문제에 당면하여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방법이 있을까? 도덕이론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도덕적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윤리학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는 이 책은 현대사회의 도덕적 갈등과 더불어 우리가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충실한 조언을 해준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베넷은 서양의 주요 도덕이론들을 소개한 후 반론을 통해 이론의 타당성을 짚어보고 윤리학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재조명한다. 그가 특히 중요한 문제로 다룬 것은 다음과 같다.

● 낙태와 빈곤을 비롯한 삶과 죽음의 문제
● 생명의 의미
● 공리주의, 칸트 윤리, 덕 윤리 같은 주요 도덕이론
● 마르크스와 니체의 도덕성 비판

『윤리란 무엇인가』는 철학과 윤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도덕적 선택을 스스로 판단하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의 역할을 한다. 각 장 끝에는 그 장에서 토의한 내용을 요약하고 추가 연구를 위한 질문과 주석을 붙인 ‘토의사항’과 ‘더 읽을 책’이 있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이 책은 윤리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는 독자에게 매우 유용한 학습서이다.

[출판사 서평]

윤리란 스스로 책임질 문제임과 동시에 옳은 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
『윤리란 무엇인가』의 저자 크리스토퍼 베넷은 윤리 문제가 개인적·내면적이며, 이런 점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 누군가 대신 생각해줄 수 없다는 것은 타인의 생각을 단순히 복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며, 개인의 윤리 문제라고 해서 어떤 견해를 선택하건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는 윤리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문제임과 동시에 옳은 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리란 무엇인가』는 무엇을 다루는가
『윤리란 무엇인가』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도덕성에 관한 문제, 둘째, 주요 이론들에 대한 고찰, 셋째, 도덕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요구이다. 이 책은 어느 것이 가장 좋은 도덕이론인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이론들의 관점, 즉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검토한다.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쟁점은 죽음의 문제와 생명의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윤리와 종교의 연관성과 계약이나 합의를 바탕으로 도덕성이 고려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 뒤 마르크스와 니체 같은 인물들이 제시한 도덕성을 비판한다.

생명의 권리에 따르는 행동의 의무
저자는 1장에서 독자로 하여금 죽음과 삶의 의미를 먼저 고찰하게 하고, 2장에서 생명의 가치에 관해 다룬다. 본질적이고 내재된 인간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 인간의 가치는 다른 모든 것의 가치에 우선하므로 인간의 행위 자체에 일정한 제약이 설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에게는 생명에 대하여,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즉각적인 권한이 있다.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타인이 나를 특정한 방식으로 대우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대우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낙태, 살인, 안락사 등의 윤리적 문제를 다룬다.

도덕성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3장에서 도덕이 우리에게 남을 도울 의무를 어느 정도 요구하는지, 그들에게 우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돕는 의무와 한계에 관해 고찰한다. 우리가 도덕적 행위를 할 때에 의무나 권리에 따라 마땅히 도와야 하기 때문에 돕는 경우와 의무상의 요구를 뛰어넘어 자발적으로 돕는 경우의 차이도 제시한다. 이런 차이, 즉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도덕철학의 주요 이론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공리주의, 칸트의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저자는 2부에서 도덕론의 출발점으로 공리주의, 칸트의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각각의 이론에 대한 파악과 그에 대한 몇 가지 비평을 검토하고 그러한 비평들이 어떻게 수용·발전해왔는지를 짚어본다. 그가 도덕론의 세 가지 출발점으로 공리주의, 칸트의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특별히 중요하게 다룬 까닭은 이 세 가지 사상이 서방세계, 특히 미국과 영국의 도덕철학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옳다는 식의 가정은 하지 않았다.
저자는 다수의 행복을 기준으로 하는 공리주의의 도덕론과 의무론적 윤리관에 기반을 둔 칸트의 도덕론의 차이를 지적한다. 칸트는 행위의 도덕적 부당성, 인간의 독립성, 인간, 권리, 또는 소유 사이의 도덕적 경계를 핵심적인 문제로 간주하는 반면, 공리주의자들은 이런 개념들을 중시하더라도 전반적인 행복에 더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될 때에만 그러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리주의와 칸트주의 모두 우정이나 사랑 같은 고귀한 인간관계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공리주의와 칸트주의 모두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보지만 인간은 일상에서 공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자원을 친구, 자녀, 부모처럼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쓴다. 우리는 친구와 가족을 특별히 배려하며, 사랑과 믿음의 관계를 쌓아가는 것을 삶에서 큰 보람의 하나로 여긴다. 도덕론의 비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공정한 관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새삼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거론하는 것은 공리주의와 칸트주의 모두 인간의 정서를 불합리의 근원으로 보고 투철한 도덕적 사고를 하는 데 장애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이 현실화를 위한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종교가 없더라도 윤리학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와 도덕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까닭은 도덕이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설명하는 순수 기준이므로 신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도덕은 무의미하다며 허무주의에 빠진다. 그렇지만 인본주의자들은 우리에게 이성이 있으므로 도덕적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과학이 아니고서는 세상에서 우리를 깨우쳐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오직 물질적 세계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의미나 가치가 없는 텅 빈 세상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과학을 신뢰하다 보면 인간은 생물학적 우연의 결과일 뿐 오직 본능과 충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다. 오로지 과학만이 세상 지식의 원천이라면 옳은 행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희박해질 것이다.
인본주의자들은 유신론자와 무도덕주의자들이 도덕에 관한 인간의 사고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말한다. 인본주의자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도덕적으로 행동하려고 마음먹을 때에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본주의의 관점은 계시이건 성서이건, 도덕적 지식의 근원은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본주의자들은 인간이 도덕적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할 경우, 그 도덕적 지식은 기껏해야 독단적이거나 불충분할 뿐이고, 나쁘게 말하면 인간을 완전히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89007715
발행(출시)일자 2013년 03월 15일
쪽수 344쪽
크기
153 * 221 * 30 mm / 500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What is This Thing Called Ethics/Bennett, Christopher

Klover 리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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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7.5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죄를 짓지 않고 양심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남보다 어쩌면 더 깨끗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그렇지만 도덕적으로 어떤 철학적 이론을 가지고 살아오지는 않았다. 살아가면서 무언가 선택해야할 일이 있을 때 남에게 손해가 가지 않는 쪽을 택했고 되도록이면 여러사람의 이익을 존중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쪽을 택하면서 이 정도라면 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한 정치지도자가 자신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말을 했을 때 의아하고 도대체 저 사람이 말하는 도덕이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도덕,혹은 윤리가 사람에 따라 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우리가 도덕 혹은 윤리라고 함은 보편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도덕에 대한 많은 다른 철학들을 접하면서 결과를 위주로 볼 것인가(결과주의론-공리주의) 아니면 의무론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을 죽여서라도 열아홉사람을 구출해야 할 일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도덕철학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런 철학은 과거에도 현대에도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라도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공리주의는 모범적인 추종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면서 그들 자신이 기획하는 일을 버리고 오직 전체의 복지를 최대화하는 일에 매달리게 한다.그런가 하면 칸트주의자는 늘 의무에 매달려 개인적인 계획이 도덕적 원칙에 들어맞는지를 점검하고 감시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살인자가 그의 어머니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래서 욕구불만에 빠졌다고 변명을 하고 정신병적인 모습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오이디푸스의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모르고 한 일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벌한다. 그렇다면 어느것이 옳은 일일까?

쉽게 살까?
바르게 살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도덕,윤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었지만 나의 삶의 철학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은 바로 "쉽게 살까? 바르게 살까?"였다. 그동안 바르다고 생각하고 행했던 일들이 쉽게 살기 위해 했던 일이었고 내가 바르게 살자고 했던 일이 과연 있었던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각 장마다 끝에 붙어 있는 토의사항의 질문만 고민해보아도 좋겠다.쉽게 답을 구할 수는 없지만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10점 중 7.5점
1.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책이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을 때와는 달리 서평을 염두에 두고 읽으니 그나마 뭔가 기억에 남는 것이 있고, 건질 것이 있음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340. 우리가 아무리 도덕을 잘 이해하더라도 거기에는 여전히 숱한 모순이 잠재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런 모순을 개선하거나 없애려는 연구는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일 마지막 문장이자, 이 책의 결론이다. 좀 허무하긴 하지만 이 허무함을 다르게 해석해보자면, 공리주의, 칸트주의, 덕 윤리학, 사회계약론, 마르크스의 도덕, 니체의 도덕관 같은 도덕 이론 하나에 깊이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뉘앙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이것은 작가의 뉘앙스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이론이 아닌, 실제 현실의 윤리적 선택을 내리는 과정에서 행위자를 움직이게 하는 개념을 살펴보면서 이론에서 공감하는 부분만 취하는 정도로만 이용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지는 책의 1장과 2장에서 직접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여기서 다뤄지는 삶과 죽음의 도덕적인 선택 과정을 지켜보더라도 그 선택에 만족이란 없었다. 계속 반론을 이어붙임으로써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2. 바로 앞에 읽은 <김약국의 딸들>에서 나는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착오는 관습적으로 이어져서 그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받아들여진 규범(사회계약론적 특징)에 따랐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가문 전체로 봤을 때 이득을 줬기 때문(결과론적인 측면에서 공리주의적)이라는 판단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결국, 이 두 가지의 윤리적 판단은 변화하는 시대 앞에서는 그릇된 것이 되었고, 변화에서 그들이 놓친 것은 바로 '행위자의 행복' 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이었던 것이다. (나라를 잃어버린 시대에 대체 어떤 윤리적 기준이 숨을 쉴 수 있었겠느냐 반론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일제가 대놓고 그들에게 죽어라고 칼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그들은 오순도순 행복했을 것이다.) 
 
사람들이란 자고로 시대적, 문화적으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며 그에 따라서 다른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이 자신의 행복에 우선하여 내릴 수 있었다면 그들은 아마도 좀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수고했다며 알지도 못하는 젊은 여자 엉덩이나 툭툭 두드리는(grab) 행위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격려의 의미라고 변명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3. 니체의 <도덕의 계보>의 개념을 차용하여 나쁜 남자가 이성에게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니체는 도덕을 부정한 사람이라고 한다. 도덕을 부정한 이유는 도덕이라는 것을 애초에 약자들이 타협하여 만든 것이고, 이러한 도덕적 굴레가 강자의 강함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세상을 거쳐갔었던 다수의 약자들은 그렇게 소수의 강자를 제거하여 자신들과 동일한 존재로 흡수하여 왔던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착한 남자라는 의미는 도덕적인 면에서 우수한 인간이라는 의미와 다름이 없고, 따라서 착한 남자는 약자로 동일시 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약자의 개념이 아주 부정적이었다. 순응적인 니힐리스트며 자기혐오의 감정도 지닌 나약한 인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쁜 남자는 그렇지 않다. 극단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생각해보면, 대체로 나쁜 남자들은 자기중심적이며 오만하다. 그만큼 자아가 강한 인물이라는 뜻이 된다. 순응적인 니힐리스트. 그리고 에고가 강한 사람. 누가 이성에게 자신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바로 후자라고 생각한다. 
 
오류투성이인 극히 개인적이며 즉흥적인 견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번쩍하며 생각난... 다만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해둔... 그러므로 이 글을 읽고 나쁜 남자 행세를 하다 차여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10점 중 10점
 
학교 다닐 때, 가장 자신 있고 쉬웠던 과목 중의 하나가 '도덕'(또는 윤리) 과목이었습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좀 더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답이 뻔히 보이는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따로 공부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윤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학은 오히려 명확한 정답이 있는 문제이고 수학자들도 풀기 어려운 문제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일도 없으며, 영어는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면 문법은 좀 틀려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윤리는 다릅니다. 학교 다닐 때 우리가 배웠던 도덕은 "이렇게 이렇게 해야 마땅하다"는 당위가 많았습니다. 시험을 치루었던 도덕 문제는 착하다고 생각되는 행동, 정직한 행동, 사회규범(약속)을 지키는 행동을 선택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부딪히는 윤리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윤리 문제는 종종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몇 년 째 뇌사 상태로 기계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노부모의 안락사 문제, 심각한 장애가 발견된 태아의 낙태 문제, 동성애자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성애자 인권 문제가 이슈화 될수록 그것을 학습하는 청소년들과 무분별한 흉내내기가 유행을 하는 사회 현상, 사형제도, 인간복제 등 수많은 문제가 우리를 선택의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윤리란 무엇인가>를 읽기 전까지 이런 도덕적 딜레마, 윤리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공적인 차원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윤리란 무엇인가>는 윤리 문제가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고 정의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누군가 대신 생각해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윤리적인 사고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설명합니다(12). 이러한 정의 안에는, 옳은 행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단순히 복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윤리가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윤리는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문제임과 동시에 옳은 답을 얻고자 노력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윤리는 개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려는 고민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남들 앞에서 정당화하거나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왜 내가 그런 방식으로 행동했는지 끊임없이 묻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윤리학은 어떤 행위가 남들이 하나하나 따져보더라도 진실로 변호할 만한 행위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17). 그러니까 윤리적 문제는 누군가가 "마땅히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땅히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답에 "정말 그러한가" 의문을 제기하고, 옳은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윤리란 무엇인가>의 저자는 철학자입니다. 다시 말해, 철학자가 쓴 윤리학 입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 사고로 주요 도덕이론의 관점을 검토하며 윤리적 문제에 대한 접근과 비평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죽음과 삶의 문제에서 시작되는 저자의 논의는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문제(정답)에 대해 의문을 갖도록 이끌어가고, 주요 도덕이론의 논점을 짚어주며, 우리가 생각해야(풀어내야) 할 윤리적 과제가 무엇인지 던져줍니다. 예를 들면, "죽음이 꼭 나쁜 것일까?"와 같은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독자는 도덕이론의 주요한 골자와 비평에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각 장마다 '토의사항'과 '더 읽을 책'을 제시하고 있어 학부 교양과목의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왜 우리는 도덕적으로 행동해야만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신(종교)은 존재하는가"라는 인류의 오랜, 그리고 끝나지 않는 질문과 닿아 있습니다. 유신론자들이나 허무주의자는 신이 없다면 아무런 목적도, 가치도, 도덕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249).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한 도덕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물질세계 자체는 의미나 가치가 없는 텅 빈 세상이다"(245). "오로지 과학만이 세상 지식의 원천이라면 옳은 행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희박해질 것이다"(246). 그러나 인본주의자는 "유신론자와 무도덕주의자들이 도덕에 관한 인간의 사고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결론짓"습니다(267). 인류가 인간 지식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옳은 행동의 딜레마에 빠져드는 것은 절대 진리(신의 계시)를 부정하고 인간의 이성에 의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 이성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으면서 동시에 절대 진리를 부정하게 되니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변하고 맙니다. 누군에는 옳은 행동이 누구에게는 나쁜 행동이 될 수 있고, 여기에서는 나쁜 행동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옳은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 이성과 지식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더욱 불확실과 혼란에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윤리의 문제가 우리에게 더 절실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윤리란 무엇인가>는 철학과 윤리학을 동시에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 책에 정답이나 주장은 없습니다. 여러 주장과 그에 대한 비평을 소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논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무엇에 대답해야 하는지 골격을 잘 가르쳐줍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고에 젖어드는 기분이 듭니다. 제목은 묵직하지만, 누구나 관심 있게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10점 중 10점
윤리학은 일반적으로 진과 선의 본질을 탐구한다. 다시 말해서 도덕적 영역에서 우리가 무엇을 토대로 선택하고 행위하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고찰한다. 우리는 올바른 사회적 삶의 이상과 도덕적 삶의 규범을 세우는 데 윤리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 인간과 자연의 소통에 관한 '만남의 철학'이 바로 윤리학이다. 영국의 철학자 크리스토퍼 베넷은 윤리학 입문서 [윤리란 무엇인가](지와사랑, 2013)에서 윤리란 사회적 삶과 도덕적 삶에서 개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문제인 동시에 옳은 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리는 개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려는 고민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남들 앞에서 정당화하거나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왜 내가 그런 방식으로 행동했는지 끊임없이 묻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행위가 특별하거나 기대 이상이거나 의심심장한 결과를 가져왔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17쪽) 가령 얼마 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킨 차르나예프 형제의 이야기와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아베 신조의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윤리적 사유와 도덕적 갈등과 결부되어 있다. 우리의 상식적인 윤리관으로 본다면, 차르나예프 형제나 아베 신조나 모두 편협한 국수주의, 종교적 맹신주의, 무분별한 문화상대주의를 범하고 있다.   각설하고 이 책의 논의는 크게 이론과 실천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론적 측면에서 공리주의, 칸트주의, 덕 윤리학과 같은 도덕 이론을 자세히 다루고 있고, 책 후반부에 도덕적 사고의 근원에 관한 논의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신명론과 인본주의, 홉스와 루소의 계약사상, 마르크스와 니체의 해방사상을 다루고 있다. 한편, 실천적 측면에서는 낙태와 빈곤 문제, 생명의 의미를 부분적으로 살피고 있다.  오늘날 도덕 이론의 삼총사는 공리주의, 칸트의 의무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이다. 일반적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정식화된 공리주의는 쾌락주의의 한 유형이다. 인간은 쾌락을 쫓고 괴로움을 피한다는 쾌락주의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심리학적 쾌락주의, 윤리학적 쾌락주의 그리고 공리주의가 그러하다. 공리주의는 고통과 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도덕론이다. 그런데 공리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의 능력과 합리성을 너무 비현실적으로 과대평가한다는 데 있다.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기에 앞서 사회적 동물이고, 이성적인 존재이기에 앞서 감정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의 일반적인 행위나 결정은 뇌 속의 계산기로 비용과 이익을 따져가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체로 사회에서 형성된 관행이자 암묵적인 규칙을 반영한다. 공리주의의 이런 고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를 구별한다. 행위 공리주의는 행위의 효용성에 근거하여 인간의 모든 행위를 옳거나 그르다고 판정한다. 반면에 규칙 공리주의는 인간의 행위를 결정하는 규칙의 효용성에 근거하여 가장 적절한 규칙이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규칙 공리주의는 사람들이 다른 행위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규칙에 따라 행위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이들이 따르는 규칙의 효용을 비교하는 것이다. 저자는 칸트의 의무 윤리학은 상세히 다루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의무 윤리학은 인간의 목적성과 자율성, 평등한 배려, 주체적이고 상호적인 계약성을 중시한다. 가령 공리주의에서는 소수를 노예화하여 사회 전반의 행복을 최대화할 수 있다면 노예제가 허용될 수 있지만, 의무 윤리학에서는 노예제가 인간의 목적성과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위배하기 때문에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공리주의와 의무론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을 합리적 행위자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한다면, 공리주의나 의무 윤리학이나 모두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불합리성의 근원으로 보고 합리적인 도덕적 사고를 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간주한다. 의무 윤리학에서 비도덕적인 것은 동시에 불합리한 것이다.  저자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에 대해선 어떤 비판을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덕 윤리학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전 이론가들에게 빚지고 있지만 주목을 받은 것은 근래에 와서다. 영어권에서는 공리주의와 의무론 사이의 논쟁이 도덕철학의 주류였었다. 덕 윤리학의 재등장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한국에서 워낙 유명세를 떨친 마이클 센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강조한 윤리학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여전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인 [윤리란 무엇인가]가 아직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지 않은 것만 보아도 가히 알 만한 일이다. 덕 윤리학의 특징은 덕이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나 특성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덕은 행위자 자신의 행복이나 좋은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한 지혜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나는 윤리적인 문제의 근간은 언제나 이타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이타성의 한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저자가 낙태와 빈곤의 경우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남을 돕는 의무와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도덕철학자 주디스 자비스 톰슨(Judith Jarvis Thomson)의 낙태에 대한 연구와 급진적 공리주의자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빈곤 및 기아 문제에 대한 자선에 대한 연구를 비교하고 있다.  주디스 톰슨은 칸트주의에 기반하여(내가 보기엔 그러하다!) 낙태를 옹호하는 미국의 도덕철학자이고, 피터 싱어는 동물권 운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호주의 생명윤리학자다. 톰슨은 일단 의무와 자선을 엄격히 구분한다. 우리가 의무나 권리에 따라 마땅히 도와야 하는 경우와 자발적으로 돕는 자선의 경우를 구별한 것인데, 자선의 경우는 반드시 실행하도록 요구될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세계적 빈곤을 구제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 재산을 빈곤 구제에 쏟아부을 책임은 없다는 말이고, 막대한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누군가를 도와줄 책임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반면에 피터 싱어는 "비용이 적게 드는 한 남을 도울 의무가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도움을 제공하는 데 따르는 희생이 도움을 제공한 결과로 실현될 선보다 중요하지 않다면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터 싱어는 <기근, 풍요, 그리고 도덕>이라는 논문에서 다른 사람들이 곤경에서 벗어나 우리처럼 살 수 있도록 우리에게 지워진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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