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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저자(글)
씨네21북스 · 2011년 09월 09일
8.8
10점 중 8.8점
(2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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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개념어를 통해 세상을 읽다!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ICON』은 잡지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이란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이 책은 철학이라는 운영체계의 아이콘, 즉 개념들의 용법을 다룬 일종의 매뉴얼이다. 천안함, 트위터, 허경영, 심형래 등의 사회적 이슈들을 철학의 개념을 동원해 분석한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냉소적 이성, 시뮬라크르, 정체성과 차이 등의 주제별로 분류되어 큰 사유의 틀에서 종합적, 복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의 개념어들은 깊이 있는 사유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인식의 훈련 도구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관적인 자신의 견해나 주장들은 모두 잊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개념의 사용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의견과 관점에는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저자의 목표는 '내 주장이 옳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안내하는 데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진중권

진중권

저자 진중권은 서울대 미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학, 해석학, 언어철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미학자이자 시사평론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학 오디세이》 《춤추는 죽음》 《현대미학 강의》 《서양미술사》 《호모 코레아니쿠스》 《크로스》 《이매진》 외 다수의 책을 펴냈다.

목차

  • 1 파타피직스 입문
    이상한 나라의 형이상학 pataphysics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찬 사이비 철학
    파타포와 닌텐도 pataphor -현대인은 파타피지컬한 종種이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의 광우 folie -허경영의 현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두 개의 극단이 있다

    2 냉소적 이성
    안 믿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suspension of disbelief -믿는 것을 안 믿지 않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
    범주 오류 category mistake -속하지 않는 집합에 집어넣는 실수
    벌거벗은 임금님 kynismus -그들은 모른다 그러나 행한다
    스파르타의 유머 laconic -디테일을 제쳐두고 곧바로 사태의 본질을 치는 화법

    3 차이와 반복
    무한소의 차이 inframince -가시적 영역 아래, 지각할 수 없는 무한소의 차이
    리트윗의 반복가능성 iterabilit? -반복을 통해 발생하는 차이는 소통을 가로막는 '일탈'이 아니다
    시차적 관점 parallax -서로 충돌하는 두 입장을 함께 유지하는 사유의 새로운 습관

    4 정체성과 차이
    양 가죽을 쓴 늑대 identite -왼쪽과 오른쪽, 서로 방향은 달라도 멘탈리티는 동일하다
    자기를 조각낸 사나이 heteronym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닐 때 '근대적 주체'의 관념은 해체된다
    차이 속의 연대 syncretism -생각이 달라도 얼마든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5 시뮬라크르
    시뮬라크르의 반란 simulacre -복제는 사라진 실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독배 pharmakon -‘진짜’와 ‘가짜’를 가르고 솎아내려는 충동
    양들의 침묵 le nom du pee -논리를 초월한 사안은 '논'파가 불가능하다

    6 정치신학
    유물론자의 신학 materialist theology -유토피아는 은밀히 작동해야 한다 마치 촉매처럼
    불꽃놀이 apparition -어두운 현실에 불꽃놀이를 그리는 창조의 능력
    카페 볼테르의 레닌 apocalypse -오늘날 좌파가 부활시킨 신학은 사실상 아나키즘이다

    7 저항의 미학
    바틀비라는 구세주 versagung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탈주와 아방가르드 fuite -‘탈주’역시 아방가르드와 비슷한 운명에 처하지 않을까?
    역사의 우연성 irony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발적 사건으로 만들어진다
    유령들의 인터내셔널 hantologie -계급에 속하지도 정당의 형태를 취하지도 않는 동맹

    8 상상, 상징, 실재
    텔로스에서 미토스로 mythos -오늘날 텍스트를 대신하여 실재를 표상하는 것은 이미지다
    언캐니의 푼크툼 punctum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 대상에서 느껴지는 어떤 섬뜩함
    인형의 노래 machine -인간-기계는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데드팬의 미학 deadpan -세계와 현존재 사이의 원초적 만남의 상태

    9 세계의 기분
    부조리 속의 무력함 kafkaesk -현실 자체가 영원한 미로라면
    신을 버린 세계의 허무함 nihilism -모든 절대성을 부정하며 허무의 상태를 끌어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지루함 ennui -무의미한 삶이 기계적으로 반복된다는 느낌

    10 사악한 유혹
    악마의 철학 mal -악마를 잡기 위해 악마보다 더 잔혹할 필요는 없다
    예술과 구토 abject -역겨움, 그 금지된 욕망을 표현하고 실현하는 예술
    엑스터시 ecstasy -하시시와 트랑스

    11 우연과 생성
    완성으로서 미완성 non finito -과정으로서의 창작, 생성으로서의 작품
    코라 chora -무無로부터 현상들이 나타나는 영원한 생성의 장場
    액자에 관하여 parergon -외부에 있으면서도 은밀히 내부에 간섭하는 것
    과학의 파레르곤 serendipity -세렌디피티는 과학의 밖에 있으나, 그 안으로 깊숙이 작용한다

    12 구원
    구제비평 rettende kritik -아담의 비평은 사물 속에 들어 있는 언어적 본질을 온전히 읽어낸다

출판사 서평

개념은 세상을 읽는 아이콘이다
세상을 읽는 철학의 도구상자

“새로운 개념은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준다.”


미학자, 시사평론가 진중권이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철학의 38가지 개념을 소개한다. 주변의 다양한 사건을 접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인식의 오류를 분석하고,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돕는 생각의 틀(‘철학의 개념’)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이 말하는 ‘아이콘’은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라는 뜻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아이콘(시각화된 명령어)을 뜻한다. 아이콘을 이용해 복잡한 명령어 없이 간단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듯, ‘개념어’를 통하면(인지하고 있으면) 전문적 철학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도 철학적 수준의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잡지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이란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사회적 이슈들(천안함, 트위터, 허경영, 심형래 등)을 철학의 개념을 동원해 분석한 연재 당시의 칼럼들은, 주제별(냉소적 이성, 시뮬라크르, 정체성과 차이 등)로 분류되어 큰 사유의 틀에서 종합적, 복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의 개념어들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일 터져 나오는 현실에서 남의 의견(혹은 ‘우리 편’의 의견)을 따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인식의 훈련 도구다. 예를 들어 독자는, ‘범주 오류’라는 개념으로 ‘타진요’ 회원들이 타블로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식의 오류를 범했는지 들여다보고, ‘파타피직스’의 개념을 통해 ‘닌텐도 위WII’와 ‘허경영’을 동시에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해볼 수 있다. 또한 진정한 연대의식을 뜻하는 ‘싱크레티즘’과,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는 ‘시차적 관점’과 같은 개념을 통해 관용과 상대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표명한 나의 주관적 견해나 주장들은 모두 잊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개념의 사용법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범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란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의견과 관점에는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저자의 목표는 ‘내 주장이 옳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안내하는 데 있다.

“이 책이 이른바 '인식의 효소'(fermanta cognitionis),
말하자면 독자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숙성시키는 효모가 되었으면 한다.” _머리말 중에서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84314948
발행(출시)일자 2011년 09월 09일
쪽수 266쪽
크기
153 * 224 * 20 mm / 471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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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책을 사야지. 평생 소장하고 읽고 또 읽어야 할. 진짜 내 사고에 도움이 되는 기본서
10점 중 7.5점
"철학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은 세계의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세계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다. 이렇게 '진리'가 의심받는 시대에 철학은 차라리 예술에 가까워진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철학에서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세계의 올바른 기술이 아니라, 세계의 참신한 해석이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관점주의다."(5쪽)
 
파타피직스(pataphysics). 처음 들어본 개념이다. 파타피직스란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 철학 혹은 사이비 과학"을 가리키는 형이상학, 메타피직스의 패러디다. 진중권은 이를 철학과 과학 영역의 다다이즘으로 본다. 이그노벨상처럼 말하는 자도 믿지 않고 듣는 자들도 믿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담론이 바로 파타피직스의 세계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 새로운 상상력의 논리로 메타포의 패러디인 파타포(pataphor)를 언급한다. 파타포가 오늘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원리로 자리잡은 까닭은 파타포가 바로 은유와 사실, 가상과 현실의 중첩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파타포의 정수는 비디오게임 닌텐도 위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그리고 허경영 현상에 잘 드러난다.
 
또하나 새롭게 배운 게 있다. 바로 데드팬(deadpan)이라 불리는 개념이다. 원래 '무표정한 얼굴'을 뜻하는데 코미디 장르에서는 "표정이나 동작의 변화없이 유머를 제시하는 코믹한 전달의 한 방식"을 말하고, 사진미학에서는 "피사체와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냉정한 객관적 양식"을 가리킨다. 피사체 앞에서 찍사의 감성적, 이성적, 윤리적 판단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현상학의 '판단중지'와 흡사한 방법론이다. 데드팬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단지 하이데거 현상학의 상식적 설명에 머무른 점이 아쉽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1853)란 유명한 단편이 있다. 바틀비는 어떤 제안에 거절을 할 때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라는 부정적 긍정법을 사용한다. 필경사 바틀비에 매료된 일부 포스트모던 좌파들은 바틀비를 정치적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참신한 주체성의 아이콘으로 설정한다. 예컨대 들뢰즈는 바틀비를 미학적 주체로 보고, 아감벤은 세속적 메시아로 보고, 네그리와 지젝은 그를 혁명적 주체로 본다. 그러나 진중권의 말대로 정치적 참여를 거부하는 바틀비는 결코 급진적 저항의 아이콘이 될 수 없다. 포스트모던 주체가 보여주는 부정과 탈주의 방법론은 체제 변혁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진중권의 평가에 공감한다. 포스트모던 좌파의 정치적 입장은 냉혹한 현실 정치에 비추어보면 그다지 '먹히는' 전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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