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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

류의근 저자(글)
세창출판사 · 2019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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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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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에서 ‘신체’로,
인간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만나다
신체의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서양 철학사에서 신체적 전회를 감행함으로써 신기원을 이룬 인물이다. 칸트와 후설의 선험적 전회, 비트겐슈타인과 로티의 언어적 전회에 필적하는 전회가 메를로-퐁티의 신체적 전회이다. 이 획기적 사건은 서양철학의 주 무대의 성격을 확연히 바꾸어 놓았다. 당시의 시대적 흐름의 징조와 조류에 부합하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포스트모던 사회의 유행 사조를 일별할 때 신체는 이제 의식의 자리와 지위를 대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는 요즈음 거의 공기처럼 시대사조의 전경과 배경으로 공유되고 있다. 철학의 역사에서 변두리에 있던 신체가 이렇게 주 무대에 오른 것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신체 연구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대비되는 ‘신체현상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류의근

경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버팔로 뉴욕주립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고 현재 신라대학교 교양과정대학 철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 읽기』, 『비판적 사고의 토론 수업』, 『도여서』, 『현대사회와 기독교의 대응』, 편서로는 『비판적 사고와 철학 논술 교육』, 『인성교육의 철학적 성찰』, 『인문학의 길찾기』, 역서로는 『형이상학』, 『인식론』, 『예수철학』, 논문으로는 「살의 윤리」, 「몸의 정치」, 「주체의 사망과 부활」, 「반제국적 주체성: 예수」, 「지젝과 기독교」 등이 있다.
현재는 정치현상학, 철학과 제국, 기독교와 제국을 주제적으로 다루는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목차

  • 서문 · 4

    서론 메를로-퐁티의 신체적 전회 · 13
    1. 시작말 · 15
    2. 신체화의 문제 · 18
    3. 신체의 지위 · 30
    4. 마침말 · 40

    제Ⅰ부 이론 철학

    제1장 감각적 경험의 쇄신 · 47
    1. 들어가는 말 · 47
    2. 감각에 대한 고전적 편견 · 50
    3. 세계-에로-현전으로서의 감각 · 56
    4. 감각과 실재의 관계 · 67
    5. 결론적 평가 · 74

    제2장 자아의 재구성 · 79
    1. 서론 · 79
    2.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대한 비판 · 82
    (1) 외적 경험의 가능성의 문제 · 83
    (2) 내적 지각의 확실성의 문제 · 91
    (3) 수학적 진리의 명증성의 문제 · 99
    3. 결론 · 110

    제3장 살과 타자의 만남 · 113
    1. 철학적 물음 · 113
    2. 반성에서 지각으로 · 116
    3. 살의 개념 · 123
    4. 타자 분석 · 130
    5. 나가는 말 · 139

    제4장 메를로-퐁티와 신 · 141
    1. 들어가는 말 · 141
    2. 철학의 개념 · 144
    3. 육화된 의식 · 148
    4. 의미와 자유 · 152
    5. 비판적 고찰 · 155
    (1) 철학의 개념에 대하여 · 155
    (2) 육화된 의식에 대하여 · 161
    (3) 의미와 자유에 대하여 · 165
    6. 결론적 평가 · 169

    제Ⅱ부 실천 철학

    제5장 살의 윤리 · 177
    1. 문제 제기 · 177
    2. 지각에서 살로 · 183
    3. 살과 윤리 · 192
    4. 나가는 말 · 200

    제6장 몸의 정치 · 205
    1. 메를로-퐁티의 정치적 상황 · 205
    2. 전통 정치의 주체성 이해 · 209
    (1) 합리주의적 주체성 비판 · 209
    (2) 경험주의적 주체성 비판 · 212
    3. 메를로-퐁티의 새로운 주체성 · 214
    4. 살의 정치 · 218
    5. 폭력의 살 · 226
    6. 살의 정치의 전망 · 233

    제7장 역사의 살 · 237
    1. 역사의 환원 · 237
    2. 역사의 자기 인식적 성격 · 242
    3. 역사적 의미의 생성 · 247
    4. 헤겔의 역사관 비판 · 259
    5. 마르크스의 역사관 비판 · 269
    6. 결론적 평가 · 276

    제8장 언어의 현상학적 해명 · 283
    1. 서론: 현상학과 언어 · 283
    2. 고전적 언어 설명과 그 문제점 · 286
    3. 후설의 언어 이해와 그 문제점 · 289
    4. 소쉬르의 언어 이해와 그 문제점 · 293
    5. 언어의 표현성 · 297
    6. 언어의 신체성 · 304
    7. 결론: 표현하는 신체 · 309

    제9장 현상학적 회화론 · 313
    1. 서론: 예술과 철학의 관계 · 313
    2. 고전적 시각론 · 318
    3. 메를로-퐁티의 시각론 · 323
    4. 신체에서 살로 · 329
    5. 존재론적 회화론 · 333
    6. 결론: 회화와 철학의 동근원성 · 340

    결론 철학의 종말과 살의 철학 · 347
    1. 철학의 현대적 상황 · 349
    2. 메를로-퐁티의 자연의 존재론 · 353
    (1) 데카르트의 자연의 존재론 · 353
    (2) 칸트의 자연의 존재론 · 356
    (3) 후설의 자연의 존재론 · 357
    (4) 현대 과학의 자연의 존재론 · 359
    3. 메를로-퐁티의 살의 존재론 · 361
    4. 철학의 새로운 가능성 · 365

    참고문헌 · 370
    찾아보기 · 380

책 속으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 있어서 신체는 지각의 가능 조건이자 주체이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선험적 관점이다. 메를로-퐁티의 신체개념은 그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 칸트의 선험적 통각, 후설의 선험적 자아, 하이데거의 존재에 비유될 수 있다.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은 의식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신체의 관점에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현상학적 사유 모형을 제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메를로-퐁티의 주저 『지각의 현상학』을 중심으로, 인간 신체의 철학적 문제성이 어디에 있으며, 인간 신체가 물리적 대상과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보고, 메를로-퐁티의 신체론을 인간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기 위한 비전으로 받아들인다. (17-18쪽)

메를로-퐁티는 고전적 감각 개념이 객관적 세계에 기초한 과학적 사고의 편견임을 지적한다. 철학사적으로 보면, 17세기 이래로 아마도 감각에 대한 가장 고질적인 편견은 감각을 사물의 인과적 힘에 의해 주관에 주어지는 의식 상태 또는 사물의 속성으로 보는 견해일 것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고전적 경험론이다. 고전적 경험론에 의하면, “본다는 것은 색이나 빛을 가지는 것이고 듣는다는 것은 소리를 가지는 것이며 감각한다는 것은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적 입장은 고립된 감각적 성질들을 자신의 대상으로 삼는 원자적 의식 상태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 원자적 의식 상태가 우리의 실제적인 지각의 요소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제적인 지각적 경험들은 복합적인 특성을 가진다. 예컨대 우리의 지각적 경험들은 적갈색에 관한 것이라든가 빨간 집과 푸른 집에 속한다든가 등등. 우리는 감각의 복합성을 로크의 단순 관념과 복합 관념의 구분에서 익히 알고 있다. 복합 관념은 더 이상 분해 불가능한 요소적인 정신적 원자, 즉 단순 관념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러한 고전적 감각 분석은 그 감각 개념이 우리가 경험하는 어떤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각적 경험에서 원자적 감각을 확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까지 오판하고 있다. (50-51쪽)

감각의 참모습은 객관적 과학의 용어들로써 파악될 수 없다. 심리 과학에서든 생리 과학에서든, 고전적 감각 개념은 감각 현상의 무시와 왜곡이고 과학적 의식의 객관화 성향의 산물이다. 감각 장치는 전도체가 아니고 신체는 수동적 수용기, 전언의 전송자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과학적 사고방식의 무비판적 수용의 결과이다. 무엇보다도 과학적 의식은 감각하는 주체와 감각 가능한 세계와의 살아 있는 관계를 간과한다. 신체가 객관적 신체 또는 자료의 전송자로 되기 전에, 그리고 성질이 일정하게 규정된 성질로 되기 전에 신체는 사물을 운동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체험하고 있으며, 사물의 감각적 성질은 그 성질이 나타나는 맥락과 분리되어 주어질 수 없다. (56쪽)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언제나 내가 실제적으로 사유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 즉 그 이상이거니와, 내가 데카르트를 읽는 동안 나에게 일어났으되 지금은 현존하지 않은 많은 생각들로 이루어지는, 내가 짜내서 가질 수 있되 전개하지 않은 많은 생각들로 이루어지는 의미의 지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모든 반성적 의식의 원천이 되는 선반성적 삶의 영역이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이미 세계와 접촉하고 있음을 비주제적으로 의식하는 코기토를 전제한다.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이러한 코기토를 통해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공급받는다. 이러한 코기토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는 아니다. 그것은 이미 세계에 개입된 코기토이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코기토가 사고해야 할 혼동스러운 복잡한 세계를 고정시키고 객관화하기 위해, 또한 확실하게 사고하기 위해 나의 내부에서 내가 먼저 만나서 교섭해야 하는 코기토이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익명적으로 제어하는 코기토이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장”으로, “체험”으로, “상황의 가능성”으로 드러내는 코기토이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코기토가 의지하고 이용하고 취하는 침전된 선역사이다. (110쪽)

메를로-퐁티는 인간과 세계의 상호 공속성을 전기와 후기 사상에 걸쳐서 철저하게 지켰다. 이러한 일관된 입장에서 메를로-퐁티가 “세계 없는 신의 관점”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한 신은 인간의 역사와 그 과정을 초월해 있는 절대자로서 “우리의 관념 배후에서 우리의 사유와 경험을 지속시키는 익명적 힘”과 같다. 메를로-퐁티의 육화의 현상학에 있어서는 인간은 세계가 기획하는 인간인 한에 있어서 인간이기에, 세계를 무에서 창조하는 절대적인 객관적 의식으로서의 신은 거부될 수밖에 없다. 설령 있다 해도 신은 세계에 대한 인간, “삶의 체험의 일부”로 환원된다. 메를로-퐁티는 우리가 그러한 존재에 대한 절대적 인식, “모든 사유의 절대적 원리”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을 의심스럽게 생각하고 자신이 그런 입장일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인간이 세계-인간일 뿐이라면, 만유의 주재자로서의 신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본질을 훼손하고 위협하는 것이다. (152쪽)

잘 아는 바와 같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신은 인간의 유한한 지성이 많은 경험을 겪으면서 주조해 낸 신이 아니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 우상 신이다. 신은 한계 없는 인간 존재가 아니다. 신이 죽은 문자나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으로서 우리에게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존재하는 신이려면, 우리의 지성이나 체험으로부터 그가 스스로 존재하는 신이라고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신(I am who I am)이 스스로 존재하는 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계시할 때이다. 살아 있는 신에 대한 긍정은 우리 측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신 측에서 주어진다. 이 점을 믿고 수락할 수 있었을 때 메를로-퐁티는 인간과 세계 사이의 유대를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면서 초월적 신에 대한 긍정으로 이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과 세계 사이의 상호 결속과 유대를 기술하는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실증주의가 인간과 신에 대한 관계를 실증하는 방법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은 그가 신을 아는 가장 기초적인 원리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붙잡을 때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실증주의는 신의 존재를 하나의 현상학적 명증성으로 실현할 수 있는 새 옷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173쪽)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들 중에서 육화에서 새로운 윤리학에 대한 필요를 추구한 철학자로는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등을 위시해서 여러 인물들이 있지만, 메를로-퐁티가 단연 독보적인 존재일 것이다. 도덕성, 도덕적 경험, 도덕적 행동, 도덕적 태도와 판단에 대해서 육화, 상호신체성, 상호주체성의 견지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메를로-퐁티의 시도는 체계적인 윤리 이론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류의 덕 윤리학이나 칸트류의 의무론적 도덕 이론 등과 같은 이전의 모든 시도와 달리, 육화된 주체성을 윤리학의 원리를 추구하는 아르키메데스적 일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매우 창의적이며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의 상호주체성으로서의 살의 원리는 칸트의 정언 명령, 공자의 군자의 도, 예수의 황금률을 새롭게 이해하고 정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 도덕률은 타인을 자기로 여기지 않고는 성립될 수도 실천될 수도 없는 도덕적 원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의 이념과 정신이 기본적으로 타자를 위한 이타성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처음부터 상호주체성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살의 상호주체성은 지금까지의 개인 주체 중심의 윤리학에서 벗어나 상호 주체 중심의 윤리학으로 이행해 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윤리학의 축을 자아 중심에서 타자 중심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은 윤리학의 역사에서 혁신적인 안목이며 윤리학의 획기적인 변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윤리학의 원리를 “타자 명법”(Other Imperative)이라고 부르고 싶다. (200-201쪽)

메를로-퐁티의 살의 정치는 폭력이 인간의 운명이기 때문에 폭력을 비방하거나 저주하지 않는다. 폭력의 현실은 우리 각자가 직면하는 인간 조건이라는 점에서 평등하다. 다만 사회구조적 폭력이 고강도로 또는 저강도로 행사되는 삶의 처지와 형편이 다르다는 점에서 불평등하다. 그러기에 불평불만하지 말고 폭력을 나의 생활환경으로 긍정하고 폭력이 상호주체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메를로-퐁티의 정치철학의 교훈이다.
따라서 폭력을 추방하거나 대항하기 위한 폭력은 허용된다. 그러나 그러한 폭력이 어떤 폭력인가에 대해서는 애매한 것 같다. 아마도 “인간이 인간에 대해 최고의 존재가 되는 미래의 지평을 지향”하는 폭력 정도가 참조 기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 (234-235쪽)

우리의 사고와 의도와 목적이 신체적 동작에 육화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신체를 통하여 세계를 말할 수 있고 다시금 세계는 우리의 신체를 통하여 우리에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입천장의 생김새, 입술 모양, 목구멍의 진동조차도 의미를 전달하고 표현한다. 이러한 육화는 “신체적 지향성의 뛰어난 사례”로 이해된다. 이러한 육화를 매개로, 언어적 기호들은 ‘나는 사고한다’, 즉 사고하는 주체로부터가 아니라 ‘나는 할 수 있다’, 즉 능력의 체계로서의 신체로부터 발생하는 내재적 의미를 풍부하게 소유한다. 나의 신체는 자신의 부분들을 세계의 상징적 체계로 사용하고 전개함으로써 세계에 출현하고 세계를 파악하며 의미를 발견하고 말을 한다. 세계의 의미, 언어의 의미는 육화된 주체의 변양

출판사 서평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을 읽기 전에,
길잡이가 되어 줄 여섯 가지 질문과 답

Q1: 이 책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썼는가?
이 책은 실존적 현상학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현대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철학적 비전을 소개하고 그 비전을 구현해 가는 철학적 여정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겨냥한다. 그의 철학적 비전은 한편으로 의식 일변도의 서양철학의 사조를 거스르고 다른 한편으로 프랑스 철학의 전통에 충실하게 신체를 중요시한다. 그에게 신체는 근원 실재로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선험적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 그는 신체를 다른 방법이 아닌 오로지 그리고 오롯이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것에 전념한다. 이 책은 그러한 신체의 현상학적 연구 성과를 10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전체상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은 비견하건대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대비되는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의 전모를 그려 보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Q2: 이 책은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
이 책이 논하고 있는 문제들은 다양하다. 서론은 메를로-퐁티와 서양철학사에 있어서 신체의 인식론적 또는 존재론적 지위를 혁신적으로 규명한다. 메를로-퐁티의 신체 개념은 서양철학사에 있어서 하나의 사고 혁명으로서 이를 신체적 전회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고 메를로-퐁티는 그에 합당한 증명 책임을 수행한다. 이어서 장별로 외부 세계를 대신하는 감각, 인간을 대신하는 자아와 타아, 그리고 세계와 인간을 초월하는 신, 인간의 도덕과 윤리, 인간의 정치, 인간의 역사, 인간의 언어, 인간의 예술을 차례로 신체에 기반을 두고 전통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현상학적으로 규명한다.

Q3: 이 책에서 논의되는 핵심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적으로 신체이다.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은 말 그대로 신체에서 시작하고 신체에서 끝난다. 신체가 유일한 특이점이다. 신체는 그의 철학적 관점이고 그의 철학은 현상학이며 따라서 그의 실존 철학은 신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는 신체를 철학을 하는 관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신체 위에서 인간과 세계와 역사를 위시한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한다. 헤겔이 절대 정신의 자기 전개를 인간의 삶과 역사를 규명하는 근본 틀로 삼았던 것처럼 메를로-퐁티는 신체의 자기 전개를 그 대안 및 대항 체계로 구축한다. 과장한다면 메를로-퐁티의 신체 철학은 신체를 아르키메데스의 일점으로 삼아서 펼치는 우주론 정도로 보아 줄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 실존, 우주 존재의 원리를 새롭게 찾아 나서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Q4: 이 책은 최종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 주는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동물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사실이요 진리이다. 우리에게 너무 가까운 진리라서 우리에게 잊힌 것일지도 모른다. 문명과 문화는 인류의 좋은 발명품이지만 그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구상에서 존재했다가 사라진 또는 실패한 문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문명과 문화를 신체에 기반해서 이해하고 우리의 정신과 이성의 신체성을 밝혀낸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시대만큼이나 신체가 인류에게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이다. 삶의 곳곳에서 신체 또는 육체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화제를 모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신체는 모두 대상화된 육체들이다. 즉 신체는 자본의 물신이요 상품이다.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정신의 하대를 받았고 신체에 대한 정신의 우위는 확고했다. 신체는 그 본래의 모습과 지위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런 모든 처사에 반대해서 메를로-퐁티는 신체를 진리를 탐구하고 존재의 본성을 규명하는 일체의 인간 삶의 원천으로 말하는 놀라운 기획을 수행했다. 메를로-퐁티는 신체는 더 이상 사물과 같은 단순 객물이 아니고 진리와 인식의 근원이며 존재의 본성이고 심지어 의식이 누리는 정신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요 기반임을 논증한다. 우리가 신체는 우리의 인식의 고향이요 존재의 원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신체는 인식과 존재의 구성에서 주체적인 것이 될 것이다. 신체는 우리의 생활 세계로서 모든 삶을 영위하는 데서 기능하고 능동한다. 메를로-퐁티는 신체는 능동하는 주체라는 것을 선험적·현상학적으로 확립했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신체이지만 그런 신체이기만 한 것은 아니고 이렇듯 근원적 실재로서의 본질을 지니고 있는 신체이다. 이러한 신체이기 때문에 동물의 신체로서 인간의 신체는 근원적 신체로서 전화될 수 있고 어떤 신체이든 소중할 수밖에 없는 근거가 마련된다. 인간의 신체는 동물적 신체일지라도 실존적 신체·주체인 것이다. 신체에 대한 해묵은 편견과 통념을 정밀하게 비판하고 신체를 우리의 일상성의 터전으로 회복시키고 생물학적 신체가 실존적 주체로서의 신체와의 탯줄을 방기할 수 없다는 것은 현상학적 신체 개념이 던져 주는 심중한 교화이다.

Q5: 이 책은 그 내용을 고려할 때 어떤 함축을 지니는가?
이 책은 신체를 철학적으로 다룬다. 신체에 대한 학문적 학제적 접근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여기서 제시되는 주장과 내용들이 유일한 진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들은 여타 학문 분야의 신체 연구와 관련해서 풍부한 자원과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과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생물학을 위시한 신체 과학과 의학의 연구를 능가하는 통찰과 탁견도 있을 것이다. 철학적 또는 현상학적 연구는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삶의 제반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으며 이는 현상학적이 아닌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와 만나고 대화할 것을 요구한다. 현상학적 신체 연구가 배타적이고 폐쇄적일 수는 없는 일이고 개방적인 정신으로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은 활용되고 응용되어야 할 것이다.

Q6: 이 책은 어떤 독자들이 읽기를 바라는가?
이 책은 신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이 일독할 수 있다. 신체 없는 인간 생활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인간의 제반 활동과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읽을 수 있다. 자연과학연구자, 과학철학자, 사회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등 할 것 없이 모두 포함된다. 철학 연구 영역과 관련해서 말한다면 선험적 사고 성향을 지닌 관념론적 철학연구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철학을 연구하는 인공지능연구자, 의학철학자들 그리고 현상학적, 해석학적 신체와 인공지능과의 만남을 도모하는 인공지능철학연구자들에게도 추천을 하고 싶다.

[출판사 서평]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의식’에서 ‘신체’로의 대전환!
“이름도 성도 없었던 신체”에 주목한 신체의 철학자 메를로-퐁티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철학은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의 후기 현상학을 계승, 발전시킨 데에서 시작한다. 그는 후설의 철학 체계를 받아들이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후설의 선험적 의식으로부터 신체에로 관점을 전이하는데, 저자는 이 전환을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의 아르키메데스적 일점”이라 명명한다. 메를로-퐁티는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의식에 집중했던 기존의 흐름에서 벗어나 신체를 사유하기 시작했고, 이 신체적 전회를 통해 이제 “신체는 세계 속의 한 대상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관점이고 주관의 편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치밀하고 풍부한 논리로 새로운 현상학적 사유 모형을 수립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탐구라는 철학적 과제에 답하기 위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사유를 살피고, 이 사유의 영역이 우리 삶의 다른 부분에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메를로-퐁티 현상학을 향한 깊고 넓은 통찰로의 초대

이 책은 그동안 저자 류의근 교수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철학을 연구하며 썼던 글들을 선별하여 편집한 것이다. 20년 동안의 연구 성과들은 현상학을 공부하는 연구자, 그리고 신체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적절한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서론인 ‘메를로-퐁티의 신체적 전회’에서는 메를로-퐁티의 주저 『지각의 현상학』을 중심으로 신체의 주체성을 파악하고 그 존재론적 지위를 살폈다. 본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세계, 자아, 타아, 신을 주제로 연구한 부분(제1장 ‘감각적 경험의 쇄신’~제4장 ‘메를로-퐁티의 신’)을 이론 철학의 범주로 묶어 소개했으며, 그 밖의 윤리, 정치, 역사, 언어, 회화를 주제로 연구한 부분(제5장 ‘살의 윤리’~제9장 ‘현상학적 회화론’)을 실천 철학의 범주로 묶어 두었다. 결론에서는 ‘철학의 종말과 살의 철학’이라는 주제 아래 철학의 현대적 상황을 살피고, 몇몇 철학과 20세기 물리학에서의 자연의 개념을 검토했다. 자연적 세계의 형이상학적 근거는 살에 있고, 마찬가지로 사회적 역사적 세계의 형이상학적 근거도 살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존재가 사회성과 역사성으로 자신을 개시하는 것은 살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이것이 살의 존재론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84119154
발행(출시)일자 2019년 11월 29일
쪽수 384쪽
크기
153 * 225 * 25 mm / 559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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