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메이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국민일보 > 2018년 6월 5주 선정
뜨거운 여름날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유쾌하고 거침없는 작품!
유럽을 접수한, 아이스크림과 시 그리고 사랑 이야기
이 매혹적인 소설은 다소 엉뚱하게도 여든 살 생일을 코앞에 둔 화자의 아버지가 우연히 TV에서 본 붉은 머리의 해머던지기 선수에게 첫눈에 반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일이 벌어진 곳은 이탈리아 최북단의 한 골짜기 마을, 베나스 디 카도레. 베나스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이 이 골짜기에서 발명됐다고 주장하는데, 최초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고 추앙받는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조반니 탈라미니’의 증조할아버지 ‘주세페 탈라미니’다. 이 작은 마을에 사는 이들은 대대손손 아이스크림 제조라는 가업을 이으며 살아간다.
작가정보
저자(글)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저자 에르네스 판 데르 크바스트는 1981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작가. 2010년에 발표한 소설『마마 탄두리』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10만 부 넘게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유력 언론으로부터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이며 이색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평적으로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2년에는『조반나의 배꼽』으로 특히 독일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아이스크림 메이커』는 2015년에 출간되자마자『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 작품은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원숙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현재 로테르담에서 집필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역자 임종기는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SF 부족들의 새로운 문학 혁명, SF의 탄생과 비상』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닐 스티븐슨의『바로크 사이클』, 허버트 조지 웰스의『타임머신』과『투명인간』, 필립 커의『철학적 탐구』, 메리 셸리의『프랑켄슈타인』, 니콜라스 카의『빅 스위치』, 샹커 베단텀의『히든 브레인』, 오스카 와일드의『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에드워드 J. 라슨의『얼음의 제국』, 대니얼 G. 에이멘의『뷰티풀 브레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자살클럽』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아버지는 어떻게 83킬로그램 해머던지기 선수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1881년, 증조할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발견하다
왜 주세페 탈라미니는 새로운 세계로 도주했을까?
“하나의 대상을 창조하는 정신”
아버지는 어떻게 양파 한 자루를 머리에 인 채 국가를 불렀을까?
사기꾼 마르코 폴로와 아이스크림콘의 발명
지난날의 눈
암스테르담에서
소피아 로렌의 엉덩이처럼
동생의 결혼과 아버지의 명금
자쿠지 욕조와 다리미판
동생의 씨
몇 초쯤 허비하는 게 어때서?
그날 밤, 동생은 그라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나는 조카의 아버지가 됐다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숨”
베네치아의 주방에서
시작, 끝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인용 시 출처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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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여인들에게 바치는 송가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눈사태처럼 당신의 마음을 발칵 뒤집어놓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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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어조와 문체가 돋보이는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다 읽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정감 있는 이야기를, 때로는 웃음 짓게 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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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가치 있는 소설 … 판 데르 크바스트는 독자에게 누가 진정한 시인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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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매우 감성적으로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강렬한 관찰력으로 한 사람의 결단이 여러 세대의 상이한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미치는 효과를 입증한다. 뜨거운 여름날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아주 유쾌하고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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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는 남녀 간의 사랑과 두 형제간의 사랑, 그리고 바로 그 두 가지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에 관해서 들려준다. 관능적이고 진정 어린 작품이며, 아주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내가 해볼까?”
마리아 그라치아가 물었다. 주세페는 그녀를 위해 옆으로 살짝 움직였다. 그녀가 아이스크림 제조기의 핸들을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세페는 그녀의 피부에서 열이 나는 것을 느꼈고 가빠지는 숨소리도 들었다. (……) 그러던 어느 순간 두 사람은 기적을 목격했다. 마리아 그라치아는 원통 내부의 가장자리를 따라 붙은 잼의 붉은색이 점점 연해지는 것과 얼음에 가까운 덩어리가 조금씩 섬세한 크림 구조로 변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주세페는 그녀의 가슴이 부드럽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름빛보다도 부드러웠다. 심장이 거세게 쿵쾅댔기 때문에 주세페의 가슴이 진동했다. 그는 마리아 그라치아가 이 사실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다. 고동치는 심장 소리를 들킬까 봐 두려웠다. 동물들은 공포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 61~62쪽, <왜 주세페 탈라미니는 새로운 세계로 도주했을까?>에서
나는 루카의 칼라마타 올리브 빛깔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내 입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떨어뜨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곱고 매끄럽고 부드럽고 포근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진한 크림에 든 수백만 개의 작은 얼음 결정체는 비록 아이스크림 전체에서 소량이었지만 마치 척추와 같은 역할을 했다. (……) 아이스크림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무심결에 두 눈을 감았다. 소녀와 키스를 할 때면 일순간 모든 것에서 벗어나 붕 뜨는 기분이 들 듯이 부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 동생은 내 얼굴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냉소는 사라졌다. 지금 루카의 양쪽 입꼬리는 똑같이 올라가 있었다. 그는 내가 아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나의 부재가, 내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 그를 도왔다. 바로 그것이 루카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차지하게 만든 길이었다.
― 233쪽, <소피아 로렌의 엉덩이처럼>에서
새벽 한 시에도 낭송은 계속됐다. 축제 디렉터가 빈번하게 끼어들어 혁명적인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마이크 앞에서 시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포효하듯 고함쳤다. 별 아래 앉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고 나면 다른 시인이 벌떡 일어나서 자신의 작품을 낭송하곤 했다. 나는 미약한 불빛이 흔들리는 도서실에서 열린 시 낭송회를 전부 잊었다. 술집과 카페에서 소음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었던 시 발표도 까맣게 잊었다. 시 낭송이 끝날 때마다, 심지어 시인들이 연과 연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를 때마다 의무적으로 박수를 쳐야 한다고 느끼는 우울한 오후 문학 행사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시가 귀에 흘러드는 동안 나는 고개를 기울이고는 별똥별을 찾으려 애썼다. 마치 파르나소스산 정상에서 시에 매료된 것 같았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시의 전부다.
― 291쪽, <동생의 결혼과 아버지의 명금>에서
그는 나를 주방 한쪽으로 데려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건조된 재료들에 맞게 새로운 시스템을 갖췄고 냉동고도 바뀌어 있었다. 루카는 세 번째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좀 더 작고 평평한 모델로 구입했다. 벽의 흰색 타일은 옛날 그대로였다. 하지만 조리대는 전과 달리 반짝였다. 그것도 새 것이었던가? 우리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침묵에 익숙해졌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10년하고도 2년이 더 지난 시간이었다. 루카는 그토록 오랫동안 침묵해왔다.
“형이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
이제야 루카가 내게 말을 하고 나와 같은 검은 눈으로 나를 똑바로 보았다.
― 293쪽, <동생의 결혼과 아버지의 명금>에서
“우선 내가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어요. 그러고 나서는 한 사람씩 러시아 시인들로 감동시키려 애쓰더군요. 모두 거장들을 거론했지요. 20세기 시인들뿐만 아니라 푸슈킨과 미하일 레르몬토프와 표도르 튜체프도 들먹였어요. 내가 멍청한 어린 소녀인 줄 알았나 봐요. 시를 인용하면서 내가 누가 쓴 시냐고 묻기를 원했던 거죠. 고전이라 할 만한 알렉산드르 블로크와 이반 부닌의 시들을 몇 행 인용하기도 했어요. 어느 시선집을 들춰봐도 찾을 수 있는 시들이죠. 나는 세르게이 예세닌의 시로 응수했어요. 그 시인은 죽는 날까지 술에 취해 있지 않은 시간이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동안에 훌륭한 시를 써냈죠. 잉크가 다 떨어지자 자신의 피로 마지막 시를 썼어요.”
(……)
“그러더니 그들 중 한 명이 얼마나 많은 남자들과 잤냐고 물었어요. 그 물음에 다들 키득거리더군요.”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그자들이 먼저 한 인물을 지목했어요. 물론 여러 시인들은 내가 아직 처녀일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나는 그들에게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일생 동안 출간한 책의 숫자와 같다고 말했죠.”
― 355~356쪽, <몇 초쯤 허비하는 게 어때서?>에서
나는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그곳에서 주세페의 선물을 샀다. 인도에서는 대리석 코끼리, 러시아에서는 마트료시카, 세네갈에서는 주석 장난감 자동차를 사다 주었다. 루카는 내가 주세페를 망친다며 선물 사주는 짓 좀 그만두라고 말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주세페가 좀 더 나이를 먹었을 때 나는 세계 곳곳의 시인들이 쓴 시집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시집을 선물하는 것도 루카는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얇은 직사각형 꾸러미를 들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서면 아버지도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버지는 “그건 주세페 또래의 아이에게 어울리는 선물이 아니야” 혹은 “녀석은 시인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장수가 될 거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주세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가 준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 415쪽,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숨”>에서
“아니, 네 삼촌은 배신자야. 삼촌은 우리를 버렸어.”
“삼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에요.”
“우리는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어. 우리 중 누군가는 일을 해야만 해!”
(……)
“조반니 삼촌은 세계 시 축제를 열어요.”
“그건 일도 아니야. 아무튼 진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어. 넌 그 축제에 누가 돈을 대는지 아니? 축제 방문객이 아니라 직업을 가진 사람들,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대는 거야. 네 삼촌의 봉급을 비롯해 그 축제에 후원되는 보조금은 전부 세금으로 충당된다고. 나는 네 삼촌을 위해서 일하는 거야.”
“아버지는 그냥 질투하는 거예요.”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질투하는 거예요.”
“넌 고작 열여섯 살이야. 알아야 할 걸 다 알지 못해. 이제 입 다물고 일이나 해.”
― 432쪽, <베네치아의 주방에서>에서
“제 말 뜻은 그게 아니에요.”
소피아는 아이스크림을 푸던 손을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니?”
“제 말은, 조반니 삼촌과 아빠 중에 누구를 더 닮은 것 같냐는 거예요.”
그녀는 주걱을 꽉 쥐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손에서 떨어뜨렸을 것이다.
“넌 나를 닮았어.”
그녀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다들 삼촌을 더 닮았다고 생각해요.”
주세페는 어머니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진열창 안의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던졌다.
― 468쪽, <베네치아의 주방에서>에서
이제 봄이었다. 가장 높은 산봉우리들은 눈으로 덮였고, 들판은 푸르게 변해갔고, 강변의 공기에는 베인 통나무 냄새가 짙게 뱄다. 주세페는 마리아 그라치아와 함께 안텔라오산에 올라 그 왕으로부터 눈을 훔쳤다. 둘은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경험했다. 그는 그녀의 콧등에 맺은 작은 땀방울을 보았고 그녀는 그의 옷에 댄 헝겊 조각이 축축하게 젖은 걸 보았다. 그들은 눈부신 빛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그의 맨팔에 맺힌 땀이 증발했다. 짚으로 엮은 바구니 안에 든 눈은 녹았다.
― 480쪽, <시작, 끝>에서
출판사 서평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
“군침 돌게 하는,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책.”
-「더 텔레흐라프」
***『슈피겔』베스트셀러 ***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굴러가는 운명의 수레바퀴, 그 궤적을 쫓는 매혹적인 여정
카도레 골짜기의 모든 아이스크림 장수들은 매년 봄이면 집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가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고, 겨울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조반니와 동생 루카는 어릴 적부터 아이스크림 장수가 되는 것이 자신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형 조반니는 운명처럼 ‘리처드 하이만’이라는 멘토를 만난다. 리처드 하이만은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로, 시가 곧 인생인 인물이다. 리처드 하이만은 조반니에게 시를 읊어주고, 형 조반니는 자연스레 그를 따라 시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 모두 조반니가 장남으로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 가문의 전통과 절연하겠다고 선언하고 문학계에 발을 들인다.
시간이 흐른 뒤 조반니는 선망해 마지않던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가 되어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하는 자유로운 삶을 산다. 형 대신 가업을 이어받은 루카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개성적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온 열정을 쏟는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소피아’라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어릴 적부터 소피아는 두 사람의 사랑이었다. 끊임없이 여행하며 수많은 여자들을 만난 조반니와 달리 오직 소피아만을 바라본 루카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함께 소피아를 얻는다. 루카는 가업을 외면한 형을 배신자로 여기며 아주 오랫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고 거리를 둔다. 그리고 어느 날, 몇 년 만에 조반니와 대면한 루카는 아주 특별한 부탁을 하는데…….
이야기와 함께 흐르는 아름다운 시와 시인들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한 문학인의 시선에서 삶, 욕망, 전통,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스크림의 세계와 매혹적인 시의 세계가 교차하며 흥미진진한 내러티브가 펼쳐지는 와중에 실재하는 여러 시인들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독창적인 매력을 뽐낸다. 그러한 중심적인 내러티브의 흐름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고,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특색 있는 에피소드마다 작가의 정감어린 유머 감각과 독창적인 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예컨대 조반니는 ‘눈’이라는 존재가 베나스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면서 시 속에 등장하는 ‘눈’들을 떠올린다. “눈은 시 속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흔하다. 가을 낙엽보다도 더 흔하다. 랠프 왈도 에머슨의 유쾌한 눈, 테드 휴스의 가끔은 남성답고 가끔은 여성다운 눈,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조용히, 살포시, 느리게’ 내리는 눈송이.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다급한 눈발. 프랑수아 비용이 생각한 ‘옛날의 눈’도 있다.”(160쪽) 우리는 조반니의 이런 독백을 통해서 시인들이 눈에 어떤 심상을 부여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설명할 때도 시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아버지라고 불릴 수 없는 조반니는 주세페에게 시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산을 오르고, 운동하는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며 아들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 애틋함을 돋우는 시가 바로 네덜란드의 시인 이다 게르하르트의 작품「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숨」이다. 주세페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조반니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내내 아기의 모습을 상상한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어떻게 손발을 움직일지, 울음소리는 어떨지 그려보다 드디어 주세페를 만난 그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 시를 생각한다. “갓난아기의 / 벌꿀 향기 / 그리고 신선한 젖 / 곤히 잠드네.”(386쪽) 조반니는 주세페가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에 귀를 기울이며 그제서야 시인이 말했던 ‘향기’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깨닫는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비시 셸리부터 거리의 싸움꾼으로 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러시아의 젊은 시인 보리스 리지, 실제 세계 시 축제의 ‘영원한 게스트’라고 불리는 캐나다 시인 패트릭 레인까지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심경에 맞춰 음악처럼 등장하는 시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당신의 여름밤을 수놓을 단 한 권의 소설
한편, 기이해 보이기까지 하는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과 조반니의 삶 속에 깃든 욕망은 시와 아이스크림이 만나 빚어낸 새로운 세계다. 시 창작이 일상 단어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종의 언어 연금술이라면, 아이스크림 제조는 다양한 질료들을 배합해서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요리의 연금술이다. 그처럼 두 세계에는 교감 영역이 있기 때문에 두 영역이 섞이는 장면은 전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난 루카의 아들 주세페는 연금술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들의 삶을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리면서 독자들을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이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윤리관을 가차 없이 허무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독자들은 삶과 사랑이 무엇인지 사색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주인공들이 여러 지점에서 갈등에 빠져들 때마다 독자들도 과거와 미래를 반추하며 이 소설에 푹 빠질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84077188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6월 22일 |
쪽수 | 496쪽 |
크기 |
138 * 203
* 33
mm
/ 62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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