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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16년 7월 2주 선정
1930년 초반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국가 재건의 시대를 살아온 한 노인이 있다. 아홉 살 나이에 첫 월급봉투를 받은 후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착실하게 돈을 모은 그에게 남은 사람은 치매에 걸린 아내뿐이다. 요양 병원에 매일같이 가며, 정성껏 돌보던 그는 문득 자기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병원 신세를 질수 있게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평생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린 적 없이 꿋꿋이 살아온 남자로서 기저귀를 차고 누워 지내는 삶은 용납할 수가 없는 그는 유언장을 남기려고 하는데 마침 잉크가 떨어지게 된다.
노인은 유언장처럼 중요한 문서는 3대째 내려오는 딥펜으로 써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아들과 함께 잉크를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잉크는 쓸모없게 되고, 결국 그럼프 노인은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온 비밀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게 된다. 과연 노인은 자신의 계획대로 장례식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작가정보

저자 투오마스 퀴뢰(Toumas Kyro)는 197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났다. 2001년 소설 『가죽점퍼』로 데뷔한 후 소설, 희곡, 만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소설 『관계』로 매년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게 주는 칼레비 얀티 상을 수상했고, 핀란드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핀란디아 상의 후보에 오르며 스타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 2006년에는 핀란드 교사들이 선정하는 젊은 알렉시스 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알렉시스 키비 협회의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 『괴짜 노인 그럼프』는 2009년 핀란드 공영 라디오 방송에 작가가 연재한 단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까칠한 괴짜 노인 캐릭터에 독자들은 열광했고, 이후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된 그럼프 노인 이야기는 인구 560만의 핀란드에서 35만 부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되어 골든디스크를 2회나 수상했고, 연극으로도 15회나 번안되어 핀란드 전역에서 공연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2014년에는 영화로 제작되어 같은 해 상영된 〈호빗〉 등의 블록버스터를 누르고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핀란드 영화사상 세 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영어로도 번역된 이 책은 ‘2015년 최고의 유럽 소설’로 권위를 인정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기도 했다. 동세대 작가 중에서 가장 다재다능하다고 평가받으며 ‘핀란드 유머의 제왕’이라는 찬사를 받는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다음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자 이지영은 서울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핀란드로 이주해서 주핀란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했으며, 현재 핀란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핀란드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우리는 강도 가족』, 『파랑 고양이 납치 사건』, ‘무민 그림동화 시리즈’, ‘타투와 파투 시리즈’, ‘메시와 미스테리 시리즈’ 등이 있다.
목차
- 1 동갑내기 떡갈나무 _7
2 요양 병원의 친구들 _13
3 나는 관을 짜고 있다 _27
4 유명 인사들의 장례식 _35
5 유언장은 꼭 펜으로 써야 한다 _48
6 춤을 안 추는 사람 _57
7 좋아하는 과목이 뜨개질이었다고요? _68
8 뭐 이런 호텔이 다 있어? _91
9 태블릿 속 옛날 뉴스 _101
10 필요 없어진 잉크병 _121
11 이웃집 꼬마의 대부가 되다 _136
12 관 속에 눕다 _157
13 아이들은 금방 어른이 된다 _164
14 요즘 라디오는 왜 잡담만 나올까? _172
15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들 _193
16 휠체어 달리기 _207
17 누워서 세계 여행하기 _218
18 요양원에 가라고? _233
19 나의 비밀 아파트 _243
20 나무 묘비 _259
21 성찬식 _272
22 유언장과 아내의 편지 _277
23 내가 좀 약해졌다 _293
지은이의 말 _297
옮긴이의 말 _299
추천의 말 _302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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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삶에서, 지난 반세기의 변화는 지난 반만년의 변화와 비교된다. 삶을 둘러싼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삶에 대한 개념 자체가 급속하게 바뀌어, 노인들에게는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 하나하나에 희극적인 요소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노인들은 턱없이 고집스럽거나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전통적으로 노인이 방향감각과 지향의지를 한꺼번에 잃는 것은 식민지사회와 이민사회의 현상이다. 우리는 사실 편리성의 식민지에 살고 있고, 미래로 미래도 떠밀려가는 이민사회에 살고 있다. 편리성과 미래의 무한진보라는 미신은 우리가 마침내 죽게 될 존재라는 것을 자주 망각하게 한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의 겸손함’만큼 근본적인 문명비평은 없다. 비장한 코미디이며 해학으로 위장한 비장함의 서사인 이 소설이 또한 죽음의 서정시인 이유가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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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모두 투오마스 퀴뢰가 핀란드식 유머의 제왕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울 것이다. 퀴뢰는 자신의 독백에 완벽한 리듬과 목소리를 불어넣어 독자가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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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으로 맛있는 탄산수가 만들어졌다. 그러니 쭉 들이켜라. 당신은 투오마스 퀴뢰의 책을 집어삼킬 듯 허겁지겁 읽을 것이고, 다 읽고 나면 시원한 트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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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뢰는 스러지는 소중한 것에서 그 본질을 포착한다. 그럼프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정곡을 찌르고 유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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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완벽한 책인가? 읽으면서 울고 웃게 만드는 책이 완벽한 책이다. 나는 이 작지만 큰 작품을 읽으며 웃고 울었다. 투오마스 퀴뢰는 능수능란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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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포도주로 비유하자면, 흥미진진하고 절제되고 긍정적인 유머가 입안에 기분 좋게 오랫동안 감돌며 부드러운 뒷맛을 남긴다. 이 책이 핀란드에서 3년 연속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책 속으로
내 나이쯤 되면 긴 세월도, 느리게만 돌아가는 것 같은 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고 만다. 때가 되면 빈손으로 떠나게 되고 이 세상에 별달리 남겨둘 것도 없게 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떠나고 싶은데, 내 뜻을 알아줄 이가 있을까?
-12쪽
기저귀는 용납할 수 없다. 수액 주사나 튜브 등은 나나 스키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때 내 뜻을 분명히 알려놓아야 한다. 이는 정당하고 국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선택이다.
-25~26쪽
관을 짤 나무를 베어놓은 뒤 벌써 올림픽이 여러 번 치러졌다. 외양간 앞에서 나무를 말린 뒤에 다락에 놔둔 지도 13년이 지났다. 반은 소나무이고 반은 자작나무다. 목재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잘 휘게 하려면 연중 언제 베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누울 관에는 페인트칠, 대패질이나 왁스 칠을 하지 않고 벨벳 위에 아내가 내 이름의 이니셜을 수놓아준 갈색과 노란색이 섞인 내 담요를 깔 것이다. 담요는 아름답지는 않아도 부드럽고 따뜻하다. 내 아내의 관에는 대패질과 왁스 칠을 하고 무늬를 새길 것이다. 무늬를 만드는 끌로 레이스 문양을 만들어줄 것이다. 흰색이어야만 한다. 아내도 그렇게 해주길 바랄 것이다.
-36쪽
이 펜을 40년 전에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출을 받을 때 한 번 사용했다고 아들에게 알려주었다. 이후 3년 동안 나는 매달 월급봉투를 은행장에게 직접 가져다주었고, 찻잔에 담아 내온 커피는 절대로 마시지 않았다. 은행에서 돈을 빌렸건 아버지가 빌려 주었던 간에 빚이 무거운 짐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선 의무를 다해야 하고, 친구가 되는 것은 나중 일이다.
-50쪽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이 분명하다. 숲에 나무가 가득하고, 집 안에 멋들어진 벽난로가 있는데, 대체 왜 그 먼 호메이니의 전쟁 중인 나라에서 기름을 수입하고, 시베리아 꽁꽁 언 땅 밑에 잘 있는 가스를 가져와서 러시아의 독재자에게 다른 작은 나라를 좌지우지할 힘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반대라면 또 모르겠다. 핀란드와 캐나다는 중동 사람들이나 자동차 없이는 한 발짝도 떼려 하지 않는 덩치 큰 미국 사람들에게 목재를 수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51쪽
작은 기계와 거기서 나오는 불빛은 쳐다보지만 대화 상대의 눈은 쳐다보지 않는다. 협의할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서로 눈을 맞추고 악수로 끝냈다. 하지만 이제 터치와 밀어서 하는 잠금 해제 기능 때문에 이런 예절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땀에 축축하게 젖어 죽은 물고기처럼 느껴지는 손으로 잡는 둥 마는 둥 악수하는 사람들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
-55쪽
남자가 남들 보는 데서 눈물을 흘리는 건 민망한 일이다.
그저 소매로 쓱 훔치고는 먼지가 눈에 들어갔다고 하거나 너무 추워서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고 해야 한다. 울음이 난다고 눈물을 세상 사람들에게, 나에게 그런 식으로 내보여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는 책을 너무 많이 읽고 텔레비전도 너무 많이 보고 엄마의 말은 믿으면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빠에게는 믿음이 없다. 어려서부터 그들은 대화를 해야 하고, 울어도 되고, 반드시 서로 안아줘야 한다고 배웠다.
예전에도 물론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것은 아니다.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요새 남자들은 남자처럼 살지 못하고 반은 여자처럼 살아야 한다. 음식을 만들고, 아기 기저귀를 갈고 방바닥을 닦아야 한다. 물론 그런 일은 마라톤 선수들에게 물병을 건네주는 일처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왜 일을 하면서 무슨 말들이 그리 많고 또 꼭 울어야 하는가? 단순히 기쁘고 슬픈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반드시 왜 기쁜 것인지 왜 슬픈 것인지 이유를 알아야 하는가? 별것도 아닌, 남들도 다 하는 고만고만한 걱정거리를 가지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떠든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커피에 크림을 타서 마시면 그만이다.
슬픈 일이 있으면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면 된다.
세상은 그래도 돌아간다.
-60~61쪽
출판사 서평
“비장한 코미디, 해학으로 위장한 죽음의 서정시” -황현산(문학평론가)
★ 35만 독자들이 선택한 핀란드 소설!
★ 2014년 영화화, 최다 관객 동원!
★ 오디오북, 골든디스크 2회 수상!
★ 2015년 ‘최고의 유럽소설’
핀란드 전 국민을 사로잡은 매력남 ‘그럼프 노인’
북유럽식 착한 유머로 ‘할아버지 열풍’을 일으키다!
꼬장꼬장하고 고집 세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스한 그럼프 노인, 그는 2009년 핀란드 공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처음 태어났다. 당시 방송국에서는 핀란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작가 투오마스 퀴뢰에게 스무 편의 ‘조금 웃기는 대본’을 의뢰했고, 그것이 그럼프 노인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까칠한 괴짜 노인 그럼프에 대한 이야기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인구 560만 명인 핀란드에서 35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또한 오디오북은 골든디스크를 2회나 수상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극으로 각색되어 핀란드 전역에서 공연되었고, 2014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그해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이것은 핀란드 영화사상 흥행기록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핀란드 유머의 제왕’이라 불리는 투오마스 퀴뢰는 그럼프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자유자재로 웃겼다 울렸다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자신의 죽음’에 대비하여 직접 관을 짜고, 추도문을 쓰고, 나무 묘비를 만드는 그럼프 노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따뜻한 웃음과 아름다운 눈물을 마주하게 된다. 평론가들 사이에서 2015년 ‘최고의 유럽 소설’로 꼽히기도 했던 『괴짜 노인 그럼프』는 독자들에게 과장된 웃음, 억지웃음이 아닌 착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죽기 전에 장례식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
괴짜 노인 그럼프의 장례식 준비 소동!
여기 한 노인이 있다. 1930년대 초반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국가 재건의 시대를 살아왔던 노인이다. 그는 어렸을 때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일을 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했다. 아홉 살 나이에 첫 월급봉투를 받은 이후 도살업자 보조, 목수, 측량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착실하게 돈을 모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고 자식들은 모두 성장해 독립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사람은 치매에 걸린 아내뿐이다.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내를 만나러 요양 병원에 간다. 직접 만든 요리를 아내의 입에 넣어주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아내가 듣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아내가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해주며 그녀를 웃게 만든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아내를 돌본다.
그러다 문득 자기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생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린 적 없이 꿋꿋이 살아온 남자로서 기저귀를 차고 누워 지내는 삶은 용납할 수가 없다. 결국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한다. 직접 관을 짜고, 추도문을 쓰고, 나무 묘비를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언장을 남기려고 하는데, 마침 잉크가 떨어진다. 노인은 유언장처럼 중요한 문서는 3대째 내려오는 딥펜으로 써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아들과 함께 잉크를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잉크는 쓸모없게 되고, 결국 그럼프 노인은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온 비밀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게 된다. 과연 노인은 자신의 계획대로 장례식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서 온 까칠남이 현대인에게 던지는 통쾌한 돌직구
영어로 그럼프(grump)는 ‘성격이 나쁜 사람’, ‘투덜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노인은 세상만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투덜거린다. 하지만 그 투덜거림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만큼 가벼운 것들이 아니다. 노인은 요즘 사람들이 불필요한 것들을 마구 사들이고, 쓸데없는 일에 정신을 판다고 말한다. 또한 냉동 음식과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어간다고도 말한다. 현대인들은 늘 손에 쥐고 있는 조그마한 기계에서 나오는 불빛만 쳐다볼 뿐이지, 사람을 앞에 두고서도 진심어린 눈빛 교환도 할 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사람들은 말이 너무 많다고 투덜댄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만고만한 걱정거리가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마치 커다란 일인 것처럼 떠벌리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노인은 이 모든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커피에 크림을 타서 마시면 된다. 슬픈 일이 있으면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면 된다”고 말이다. 그는 평생 동안 7번의 외식을 했고, 샤워는 사람이 딱 적당한 정도로 깨끗해질 수 있는 12초 동안만 한다. 이토록 단출하고 정갈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기에 독자들은 노인의 투덜거림이 단순한 짜증이 아니라, 일생을 충실히 살아온 한 남자의 깊은 통찰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지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한 거기에는 600년이 넘도록 스웨덴의 속국이었고, 제정 러시아의 통치를 100년 이상 받았고, 소련의 재침략을 물리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핀란드인의 ‘시수(sisu, 핀란드인들의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일컫는 핀란드어)’가 담겨 있다. 또한 전쟁 후 폐허에서 지금의 복지 선진 국가를 만들어낸 산업 역군으로서의 자부심도 담겨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근과 끈기와 닮아 있다. 이것이 우리가 더욱 그럼프 노인에게 끌리는 이유이다.
“거친 겉모습 속에 감추어둔 따스한 인간애와 진정성”
황혼에 되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생(生)의 아름다움!
그럼프 노인은 한평생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했던 것처럼, 죽음도 충실하게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준비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너무나 담담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거기에는 어떠한 거짓과 허세도 들어가 있지 않다. 노인은 자신의 장례식에서 억지 울음을 금지하고 거짓으로 자신을 칭송하는 듯한 말투도 쓰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추도문은 아름다운 수필이 되고, 묘비는 훌륭한 예술 작품이 되고, 나무로 짠 관은 레이스와 벨벳으로 장식되어 멋진 목공예 작품이 된다.
독자들은 그럼프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이해하게 되고 거기에 담긴 진정한 가족 사랑을 느끼게 된다. 무뚝뚝한 늙은 남자가 내면 깊이 간직해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사랑’을 말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는 이 책이 “비장한 코미디이며 해학으로 위장한 죽음의 서정시”라고 평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의 겸손함’만큼 근본적인 문명 비평은 없다고 덧붙인다. 결국 우리는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한 노인의 인생 서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죽음, 가족과 사랑이라는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진짜 중요한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평범한 인생을 아름답게 수놓은 추억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책속으로 추가
추도문에서 고인의 인생에 대해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고인 자신밖에 없다. 시인들이나 쓸 법한 미사여구, 친척들의 미화나 기자의 무미건조한 기사보다 나는 내 자신의 말을 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에 나의 추도문을 쓸 준비를 해왔다. 도서관에서 신문에 실린 추도문들 중에서 나쁜 문구와 눈에 띈 훌륭한 문구들을 베껴서 기록해두었다. 그중에서 최고는 힐피 마레티 뤼외나의 추도문이었는데 아쉽게도 어떤 문구였는지, 그 종이를 어디에 두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연필로 초안을 썼다. 잉크를 사고 나면 깨끗하게 다시 잘 써서 은행 금고에 잘 보관해두려고 한다. 또 지역신문에도 알려두고,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난 뒤에 열어보라고 할 생각이다. 아들이 초안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봐줘야 할 것이다. 요새 신문사들의 교정 실력은 믿을 수 없다. 교정자가 없기 때문이다.
-74~75쪽
엔지니어가 디자인한 자동 조절 기능은 전지전능한 신이나 명령을 내리는 군 간부를 대체하기 때문에, 나는 그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다. 자동 조절 기능은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 우리가 갈 길은 어디인지를 미리 다 정해놓았다. 샤워는 정해진 시간 동안 해야 하고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온 물의 온도는 정해져 있고, 목욕세제 용기는 손바닥 위에 일정량이 나오게 만들어져 있다. 어쩌다 몸을 조이는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을 할라치면 차는 잔소리를 쏘아붙인다.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음식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포장돼 있으며, 머지않아 먹기 쉽게 씹혀서 나올지도 모른다.
딱딱한 베개를 좋아하고, 여전히 조각 비누를 사용하는 나는 요새 기준으로 치면, 특이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내가 만약 찬물 샤워를 꼭 원해서 호텔 소유주에게 연락해서 부탁하면, 아마도 호텔에서는 국민건강 보호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샤워하기 전에 헬멧을 꼭 써야 한다고 할 것이다. 30도 미만으로 온도를 내려야 한다면 잠수복을 입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사고 조사원들과 유엔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왜 80세의 남자가 샤워기 온도를 내리고자 했는지 조사할 것이다. 뉴스 속보에서는 호텔 주변의 주민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보도할 것이다.
따뜻한 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샤워를 할 때는 따뜻한 물이 맨살에 닿는 느낌이 좋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과 전기가 낭비되고, 피부와 영혼이 물렁해진다. 자신의 의지가 따뜻한 물과 함께 씻겨져서 하수구로 내려간다. 핀란드의 아이들이 뚱뚱해지고, 아이들의 부모들은 이미 뚱뚱하다.
-108~109쪽
도마뱀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거나 핀란드가 장거리달리기 종목에서 다시 메달권에 든다 해도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얼굴 표정은 거창한 말과 같아서 극한의 위기에 처한 경우에만 사용하여야 한다. 어떤 일이나 물건, 사람을 훌륭하고 소중하다고 이미 말해버린 후에, 정말 훌륭하고 소중한 물건이나 사람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1969년 가을 아내가 드레스가 예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나와 아내 사이에는 불편한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아내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나는 빨면 줄어들 것 같고 입기에도 좀 불편해 보인다고 정직하게 대답했다. 아내는 내 대답이 듣기 싫었는지 그날 저녁 유난스러울 정도로 그릇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설거지를 했다.
-121~122쪽
한 가지 프로젝트가 있다.
내 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크기가 틀렸다. 너무 어두운 곳에서 만들어서 색도 내가 원하는 색이 아니다. 나는 관을 해체해서 목재, 천, 장식 레이스와 경첩 등 중에서 무엇을 쓸지 고민하고 있다.
선물을 만들어야겠다. 아들과 며느리의 막내 아이에게 줄 아기 침대를 만들면 좋겠다. 잠이 잘 오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아기 침대를.
-296쪽
기본정보
ISBN | 9788984075672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7월 05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28 * 188
* 30
mm
/ 35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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