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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연 저자(글)
· 2021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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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내 모든 작품은 그곳을 향해 있었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반수연은 1998년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난다. 2005년 희박한 모국어의 공기 속에서 쓴 단편 「메모리얼 가든」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통영』은 그렇게 낯선 이국에서 쓴 일곱 편의 단편을 묶은 첫 소설집이다. 반수연의 소설에서 이민은 삶에 대한 근원적 메타포다. 그의 문장들은 강렬히 꿈꾸고 아프게 실패하고 부정하며 방황하다 결국 꿈이 남기고 간 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인간의 오랜 운명을 이야기한다. 꿈꾸는 삶의 한 원형을, 견디고 버티는 삶의 피할 수 없는 본질을 이민자들의 형상을 빌려 차분하고 성찰적인 문장들로 축조해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반수연

통영 출생. 1998년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났다.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메모리얼 가든」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2015년, 2018년 재외동포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년 단편소설 「혜선의 집」으로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이민 와서 겨우 일 년이 되었을 때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 아이가 백일이 되었을 즈음, 통장의 잔고는 물론 영혼까지 끌어모아 식당을 열었다. 남편은 생전 처음 주방에서 서양 요리를 했고, 나는 갓난쟁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식당으로 나와 서투른 영어로 홀에서 음식을 날랐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지만 가게는 매일매일 망해갔다. 이러다가 아이들과 함께 이국의 길바닥에 나앉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 기다리는 것은 고역이었다. 기다리지 않기 위해 계산대 아래 한국 소설책을 펴놓고 고개 숙여 읽기 시작했다. 오지 않는 손님은 오지 않을 미래처럼 막막했지만 그럴수록 책은 재밌었다. 손님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내 앞에 서 있는 줄도 모르고 읽는 것에 몰두할 때도 있었다.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회피라고 해야 할까, 도망이라고 해야 할까, 위안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걸 기도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걸까. 내 소설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고향이 싫었다. 철들고부터는 고향을 떠나는 것만이 꿈이었다. 원대로 지구 반대편에 정착했고 이십삼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나는 매일매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진작에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통영. 내 모든 작품이 그곳을 향해 있더라는 말씀을 듣던 날, 나는 노트북 위에 얼굴을 묻고 조금 울었다. 그곳이 내 고향이 아니었다면 나는 소설 같은 건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목차

  • 메모리얼 가든
    혜선의 집
    나이프 박스
    사슴이 숲으로
    통영
    국경의 숲
    자이브를 추는 밤

    작품 해설 | 달아남으로써 돌아오는 | 이철주
    작가의 말

추천사

  • 북아메리카는 아득히 멀고 크며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낯설고 고단하다. 평생을 물어도 또 묻게 되는 진부한 질문이 이곳에서만큼은 튤립의 새순처럼 여리고 절실하고 선연하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세상이 내 것 같을 때는 결코 궁금하지 않을 질문이다. 내가 내 삶의 객체로 전락해가는 처참을 따박따박 목도하게 되는 것도 멀고 아득하고 낯선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멀고 낯선 자리일수록 삶의 경계는 오히려 또렷해지는 거니까. 그러나 과연 얼마나 멀고 낯선가. 그 아메리카는 한국과 고향 통영과 나라는 개인 존재의 범주와 본질적으로 얼마큼 다른가. 기민한 작가의 ‘멀고 낯섦’의 전략으로 유효하게 우리의 서글픈 실존이 환기됐을 뿐 그곳이 어디든 우리가 딛고 선 자리가 고독의 중심이며 최전선이다. 차마 앞모습일 수 없었던 걸까. 세월의 묵흔이 어린 귀밑머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이제는 돌아와 고향 앞바다에 선 누이의 선한 옆모습이 떠올라 이 소설을 목메게 읽는다.

  • 작가 반수연의 고향은 통영이다. 강구안과 해저터널, 언덕 위 동네에 미로처럼 난 좁은 골목길이 있는 곳. 현재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캐나다의 밴쿠버이다. 때론 곰이 출몰한다는 하늘을 찌르는 침엽수림과 바다 같은 호숫가, 거대한 설산들이 지척에 있는 곳. 그녀는 SNS에 가끔 저무는 태평양 연안이나 이틀 동안 운전해서 달려간 로키산맥의 장엄한 산들을 찍어 올린다. 다섯 시간 이상은 운전해서 갈 길이 차단된 섬 같은 이 나라에서 바라보는 그 기나긴 여정이 몹시 부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들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몇 날 며칠의 긴 여정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향 통영으로부터의 도망이란 걸, 아니 통영을 향해 달리는 사무치는 그리움의 질주라는 걸. 이 모순된 욕망의 발자국들을 그녀는 거미줄처럼 섬세한 모국어로 직조하면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다는 걸. 경계인의 지문과 같은 소설들이었다.

출판사 서평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포착하기 어려운 놀라운 구체성들이 소설집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민 말년을 다루고 있는 「메모리얼 가든」과 「혜선의 집」은 꿈과 현실의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생의 황혼 무렵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소멸과 죽음의 그림자를 배음처럼 깔고서 절제된 문장과 안정된 호흡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꿈도, 가족도, 기회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도 나에게 그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시간이 있었음을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랄 때 찾아오는 죽음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탁을 느닷없이 건네며 조용하고도 묵직한 소란을 남긴다. 「메모리얼 가든」의 박 노인이 그렇다. 장례 코디네이터이자 묘지 세일즈맨으로 일하는 화자에게 매번 찾아와 계약과는 관련 없는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던 박 노인은, 죽은 아내의 유해를 맡아달라는 곤란한 부탁을 남기고 양로원에 들어가버린다. 「메모리얼 가든」은 박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남긴 죽음의 무게를 떠맡게 된 화자의 심리적 변화의 시간들을 강렬하게 포착한다.
「혜선의 집」의 혜선은 암 투병으로 허물어져가고 있다. 미국 생활 십 년 만에 산 자신의 집, “어린 딸을 안고 계단을 쿵쿵 오르내리던, 거짓말처럼 젊고 바빴던” 시절이 걷잡을 수 없이 희미해져만 가고 있는 지금, 혜선의 불안감은 자신과 남편을 돌봐주는 여성들이 서서히 집을 빼앗고 차지할지 모른다는 의심으로 확장된다. 한때 유일하고도 확실한, 안전한 공간이었던 집에서 혜선이 불안정하게 휘청거리는 것은 깨어진 꿈과 현실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다.

무력감과 좌절감의 원인인 상실을 예방하는 방법은 분실하기 전에 한발 앞서 잃어버리고 폐기하는 것이다. 애초에 어떤 것도 갖지도 꿈꾸지도 갈망하지도 않는 것이다. 『통영』 속 이민자들에게는 상실의 경험이 있다. 「국경의 숲」의 레이첼은 연인을 잃고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간다. 「통영」의 현택은 고통을 잊기 위해 고향을 떠나 찾은 새로운 땅에서 사고로 손가락을 잃었고, 모친상으로 이십 년 만에 다시 고향을 찾는다. 한국을 떠나오면서 시간의 흐름은 분절되었고, 이민은 그들 삶의 너무나도 많은 부분들을 바꿔버렸다. 연인이 사라진 국경의 숲에서 딸과 함께 눈밭에 누워 “스노우 엔젤”을 그리는 레이첼과, 다친 손을 숨기려 주먹을 말아쥐고 장례식장 구석에서 잠이 든 현택의 모습은 상실을 견디는 인간의 안감힘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자이브를 추는 밤」의 화자가 잃어버린 것은 유독 돈독했던 아들과의 유대감이다. 커가며 매일 한 뼘씩 거리가 벌어지는 듯 멀어지더니, 어느새 애인과의 미래를 계획하는 아들 준이 화자는 손님처럼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화자가 현실과 자기 안의 허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부드럽게 인도한다.

『통영』의 인물들은 스스로의 진실로부터 있는 힘껏 달아남으로써 되돌아온다. “상처를 준 사람과 장소에서 멀어지는 것은 완벽한 해답 같았”(「사슴이 숲으로」)다며, “진짜 실패를 피하려고 의도적인 좌절을 선택”(「나이프 박스」)함으로써 패배의 시간을 최대한 늦추고 지연시키려 한다. 『통영』 속 그 숱한 유배와 우회, 망각과 수치의 시간들은 어째서 하나의 욕망과 상처가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의 추동이자 이유였는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납득과 체념, 수용과 성찰의 시간이다.
「사슴이 숲으로」와 「나이프 박스」의 인물들은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오래 잊고 지내왔던 창작에 대한 열망, 갈증들과 다시 마주한다. 현실의 파국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선택한 미국에서 죽은 화가의 작업실을 정리하는 일을 떠맡게 된 「사슴이 숲으로」의 화자는 죽은 이의 물건들 사이에서 자신의 갈망을 재발견하고, 해묵은 마음들의 밑바닥을 딛고 일어선다. 등단한 지 십 년 만에 캐나다로 이민을 온 「나이프 박스」의 명희는 아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난 뒤에야 비로소 글을 쓸 시간을 얻게 되지만, 도피하듯 요리 학교에 등록해버린다. 그곳에서의 허방의 시간들은 상처가 품은 독기와 열을 가라앉히기 위한 신중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요리 실습 마지막 날, 명희는 “나이프 박스”에 담긴 무수한 도구들, 잔뜩 무장된 핑계들을 기부 접수처에 내려놓은 채 물러섰던 최초의 자리로 돌아온다. 안전한 실패들에 기대어 진짜 실패로부터 달아나고자 했으나, 그 모든 일들을 통해 단단한 마음들을 재차 확인하며 최초의 열망 속으로 결연한 발걸음을 다시 내딛는 것이다.

『통영』에는 기나긴 회피와 회귀 끝에 패배하고 좌절한 자의 순수성과 진정성이 담겨 있다. 멀어지지 않고서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었지만 결코 온전히 떠날 수도 없었던 맹목의 마음들 곁에서 반수연의 문장은 이들 달아나는 자들에게도 윤리가 있음을, 가장 힘들고 아픈 우회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마음이 있음을 고백하고 증언한다. 그 치열하고 고집스러운 도망자의 윤리를, 불가피한 마음들로 엮인 고유한 매듭과 선연한 문양들을 그려낸다. 오래도록 부정해온 지극히 명징한 실패를 삶의 중심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세워놓는다. 마음을 다해 도망쳐온 삶의 맨얼굴을 아프게 끌어안으며 그 불완전함과 비루함의 밀도로, 어둑한 꿈의 뒷모습을 캄캄히 들여다보고 위무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82182792
발행(출시)일자 2021년 06월 15일
쪽수 240쪽
크기
136 * 200 * 22 mm / 334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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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빽빽히 누운 자들의 존재가 뿌연 연기 속에서 새삼스레 선명히 느껴졌다.
통영
어머니는 관 속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푸른 낯빛에 눈을 감고 입에 솜을 반쯤 문 어머니의 몸은 삼베옷에 싸여 있었다. 뼈와 피부만 남아 오래전에 이미 죽어버린 미라 같은 몸을 보자 어머니가 얼마나 아팠을지 비로소 실감이 났다.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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