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열도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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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목차
- 유린 이야기
다소 기이한 입장의 C
미에 가깝고 솔에 다가가는 파
야자수 나라
배리어 열도의 기원
궁핍하여라
우수(雨水)
꽃밭의 찰스
작품 해설 | 명왕성 증후군 | 이철주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추천사
-
규범화된 좋음의 여러 기준들을 충족시키는 소설이 좋은 소설인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 쓴 글이 좋은 독자를 만나 심오한 공명이 일어나는 자리에서 태어나는 것이 좋은 소설이다. 내가 아는 김가경은 좋은 소설을 쓰려는 욕심보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의욕이 더 큰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슬퍼할 줄 아는 작가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소설들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 사람의 조심스러운 한 걸음 한 걸음이다. 그 걸음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애쓰고 있는 사람인가를. 그리고 마침내 느끼게 될 것이다. 그가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출판사 서평
합의된 규칙과 정해진 방식대로 무탈한 일상을 유지해나가며, 어둠에 자신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관성을 지닌 우리의 세계가 ‘빛의 세계’라면 김가경의 소설은 우리가 만들어낸 그 날카롭고 확정적인 빛의 구조 속으로 어둠을 데려온다. 빛의 규율에 의해 삶의 변두리로 쫓겨난 타자들이 저마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 상처와 열망들을 섬세히 어루만진다. 어둠이 쫓겨난 자리는 불안과 폭력의 자리임을 드러내고, 어둠이야말로 빛의 날카로운 절단면으론 결코 재단하거나 포획할 수 없는 우리 내부의 본질이자 기원임을 보여준다.
김가경 소설 속 불청객들은 상대가 자신과 같은 왜소행성의 자리를 타고났음을 감지해내며 타자의 내밀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온다. 세 편의 연작 「다소 기이한 입장의 C」 「미에 가깝고 솔에 다가가는 파」 「야자수 나라」 속 유령 같은 모습의 ‘정숙’이 그렇다. 그녀의 등장은 끊임없이 주체의 탐욕스런 욕망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관습화된 인식과 체계들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다소 기이한 입장의 C」의 화자가 불편함과 당혹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방문을 허락해버리는 것은 동료 시인 C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과 관련이 있다. 시인이라면 소외된 타자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고통을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C보다 더 나은 시인임을 증명해야만 하기 때문에 정숙과 아이들이 불러 일으키는 소란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에 가깝고 솔에 다가가는 파」에서는 그가 결국 정숙과 C로부터 영감을 얻어 시집을 냈음이 드러난다. “세상의 숱한 이야기가 자라 숲을 이루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이 담겼다는 이 시집에서 불청객들이 펼쳐놓았던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정숙’은 「미에 가깝고 솔에 다가가는 파」에 이르러 ‘나’가 내는 비정형의 목소리, ‘라’ 음에서 갈라지는 그 소리를 특별하게 감지해내는 한편, 「야자수 나라」에서는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연을 이어가다 “내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게 되는 ‘나’가 직면한 상황의 초라한 민낯을 선명하게 비춰낸다. “너무 작고 왜소해서 주변의 천체를 위성으로 만들거나 밀어내는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영구 제명된 명왕성처럼, 특권을 지닌 자에 의해 강제로 존재를 부정당한 인물들의 이러한 비정형성을 「유린 이야기」는 능동적이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긍정하고 포용하려 한다. 어딘가 말이 어눌하고 ‘오줌’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지니고 있는 ‘그녀’는 의약품 재료인 오줌을 ‘urine’이라고 표기하라는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기어코 ‘오줌’으로 표기하고야 마는 인물이다. 초점화자인 ‘그’는 그녀로부터 거리를 두려 하지만, 그녀만이 지닌 진정성의 세계를 유일하게 이해하려 한다. 그의 상처를 유일하게 알아차리는 인물 역시 그녀이다. 그녀는 자신이 목격한 그의 상처와 눈물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 이 윤리는 “불필요한 감정”을 모두 거세한 후에야 제대로 작동하는 정형화된 빛의 세계에 대한 명징한 거부이자 거절이다.
진정성을 찾아 헤매는 모티프들은 김가경 소설 속 타자들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다. 「꽃밭의 찰스」의 ‘표’는 진품을 능가하는 짝퉁을 만들기 위해 장인 ‘찰스’를 영입하려 따라나섰다가 모래톱 섬에 다다르게 되는데, 찰스는 과거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존재했던 갈등과 긴장 속에 표를 연루시킴으로써 표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실은 당신도 진정성에 대한 갈망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것은 아니냐고 말하는 듯한 찰스의 뒷모습에선 묘한 연대 의식 같은 것이 느껴진다. 표제작인 「배리어 열도의 기원」 역시 상처의 기원에 묶인 인물들 간의 독특한 연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와 위험한 파도를 기다리는 여자, 그리고 연인의 흔적을 찾아 해변가를 전전하는 그녀. 이들은 모두 육지와 바다 사이, 파도라는 경계에 얽매여 있다. 시시각각 충돌하고 부딪치며 변화하는 이 매혹적인 경계는 신비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존재를 집어삼키는 심연의 입구이기도 하다. 파도를 막기 위해 있는 힘껏 흔들리며 어디론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배리어 열도는 이 경계의 심연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을 보호하는 상징적 표상이고, 온 힘을 다해 상처를 견디는 자들의 자화상이자 부서진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연대의 형상이기도 하다. 그들의 부스러진 모습이 설령 명왕성처럼 지극히 왜소하고 무기력해서 잘 보이지조차 않는다고 할지라도, 김가경은 어떤 상처도 함부로 부정하거나 지워내지 않은 채 경계 바깥의 그 존재들을 응시한다. 그렇기에 김가경의 소설은 명왕성의 호흡과 목소리, 명왕성적 충동에 사로잡힌 존재들로 가득하다. 이 낯선 불청객들이 펼쳐놓는 아득한 어둠. 태양계라는 빛의 권력에 의해 존재의 자리를 부정당한 왜소행성의 이름으로, 그녀는 빛에 의해 잘려나간 삶의 가장 근원적인 어둠을 끌어안는다.
기본정보
ISBN | 9788982182709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30일 |
쪽수 | 232쪽 |
크기 |
137 * 200
* 19
mm
/ 26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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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의 그림 속에서 막 걸어 나온 타히티 여자처럼" 보이는, 유난히 튀는 옷차림새로 다니며, 사시가 있어서 타인과 시선이 잘 맞지 않는 여자가 있다. 창작촌의 작가들은 웃음을 자주 흘리고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여자를 경계한다. 아이처럼 행동하는 여자는 단단히 사회화된 사람들 사이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여자의 이름은 '정숙', 자기 올케 '미란'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다닌다. 정숙은 미란의 하나뿐인 선생님을 언급하며 자신에게도 선생님이 있다고 주장한다. 시인 '그'와 'C'의 작업실에 방문한 날, 정숙의 상상 속 선생은 곧 C로 대체된다. C가 정숙의 세계를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 51-52쪽
"이 세상은 공처럼 둥글고 보이지 않는 막대기에 꽂혀서 돌아간대요. 이 세상은 거북이 등을 타고, 떨어지는 별을 피해다닌대요. 파란색은 바다, 빨간색은 시암, 초록색은 버마."
(...)
"아름다운 이야기군요."
(...)
"저도 거북이 등을 타고 다니다 돌아오는 길입니다."
* 56쪽
"천사가 다녀간 거 같지 않아?"
그는 열린 미닫이문 밖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방문에 대해 정리가 될 만한,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마무리 문장이었다.
'그'는 정숙의 방문을 불편하게 여기면서도 '천사'라는 단어를 수식한다. C는 정숙의 말에 공감해주지만 '그'의 평가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위선과 솔직함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후 '그'가 매끄럽게 재단된 시집을 출간한다는 점에서 위선을 버리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숙의 이야기는 <미에 가깝고 솔에 다가가는 파>에서 이어진다. '그'와 C가 떠난 자리에 '수경'이 새로 입주하지만 정숙은 자신의 선생님을 찾아 계속해서 창작동에 찾아온다. 수경은 앞선 단편에서의 '그'와 C의 중간에 가까운 인물이다. 적극적으로 호응하지는 않지만 정숙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정숙은 그런 수경에게 역시 선생님 호칭을 붙이며 뱃고동 소리와 잡채라는 단어로 수식한다.
한편 창작촌 작가들은 정숙의 방문을 불편해 한다. 쫓아내고 쫓아내도 정숙이 계속해서 C 선생을 찾으러 오자 작가들은 수경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들의 불쾌감을 이기지 못한 수경은 결국 재입주 심사에서 탈락하고 이사하는데 그 동네에 미란이 살고 있었다.
<야자수 나라>에서 사라진 정숙을 찾으러 다니는 미란은 무례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숙과 마찬가지로 꾸밈이 없다. 수경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고민한다. 과거 명왕성을 떠올리며 공연했을 때와, 겉보기에 멋지기만 한 현재의 공연 사이에서 '내 안에서 나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 70쪽
'너무 작고 왜소해서 주변의 천체를 위성으로 만들거나 밀어내는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인간이 자의적으로 영구 제명시킴. 그래도 명왕성은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
조명도 비추지 않는 어두운 무대 귀퉁이에 앉아 내는 소리였지만 명왕성은 그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았다.
* 107쪽
나는 행렬을 따라가려다 걸음을 멈추었다.
(...)
이상한 것은 내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
그가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지만 올라갈 수가 없었다.
명왕성은 겉보기에 투박하고 어둠 속에 가려진 인물을 상징한다. 수경이 끊임없이 '내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기울이는 것은 명왕성의 처지에 공감하기 위해서라고 여겨진다. 정숙과 미란의 말을 흘려듣지 않는 수경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
수경이 정숙에게 C선생을 찾아주지 못하고, 미란에게 정숙을 찾아주지 못하고, 여전히 그들 밖의 세상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진정성을 고민하는 예술가로서의 삶, 명왕성과 태양계 행성들의 중간자적 삶의 의미를 독자에게 일깨워준다. 연작소설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좀 더 곱씹어봐야겠다. 내 안의 값싼 연민이나 혐오의 감정을 비워내는 촉매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