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

유미리 저자(글) · 김난주 번역

솔 · 1999년 05월 01일

책 소개

작가정보

저자(글) 유미리

저자 유미리는 1968년 가나가와 현 출생으로 고등학교 중퇴 후, 히가시 유타카가 이끄는 「도쿄 키드 브라더스」에 입단했다. 배우, 연출 조수를 거쳐 86년 극단 「청춘오월당」을 결성했다. 93년 『물고기축제』로 기시다쿠니오희곡상을 최연소로 수상, 97년 『가족 시네마』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풀하우스』(이즈미교카문학상, 노마문예신인상), 『골드 러쉬』(기야마쇼헤이문학상), 『물가의 요람』, 『루주』, 『생명』, 『혼』, 『생』, 『목소리』,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8월의 저편』 등이 있다.

번역 김난주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홀리 가든』, 『좌안 1·2』, 『제비꽃 설탕 절임』,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 『도토리 마을의 빵집』, 『도토리 마을의 경찰관』, 『까만 크레파스와 요술가게』, 『누에콩의 기분 좋은 날』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주인공 소년의 가정은 온갖 명상을 껴안고 있는 현대인의 상징처럼 병들고 붕괴되어 있다. 아버지는 파칭코 가게를 경영하면서 탈세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모든 것을 돈과 폭력으로 해결하려 한다. 배금주의拜金主義를 신조로 하는 그는 신주 단지라도 모시듯 금괴를 지하실 금고에 숨기고 있다. 엄마는 자신의 첫아들이 불치의 병에 걸렸음을 알고는 종교에 빠져 가정과 자식을 버리고 아버지와 정반대의 논리(즉, 背金主義)로 생을 살아간다.

소년의 형 히데키는 정신과 육체의 성장이 마냥 지연되는 불치의 병에 걸려 법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누나 미호는 어른이 되어 가는 문턱에서 생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면서 원조 교제에 열중해 있다. 이 가정에는 식탁을 둘러싼 가족간의 정겨운 대화도 믿음도 없고, 아버지의 몰이해와 폭력과 돈의 횡행만 있을 뿐이다. 이런 가정 환경 속에서 소년은 학교도 부정하고 스스로 어른이 되는 길을 찾아 그림처럼 따스한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 한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란 오로지 돈과 힘의 유무에 있다고 인식한 소년은 그 현현인 아버지를 살해하고 만다. 아버지의 돈과 힘을 자기 것으로 하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잠재 의식이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다. 이후, 자신이 원하는 식의 새로운 가족을 구성해보려 했던 소년은 그러나 자신이 철저히 혼자임을 자각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 남은 여자 친구마저 자기 곁을 떠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는 그녀의 충고대로 자수를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형과 함께 동물원 소풍을 나선다.

돈에 대한 숭배와 폭력, 섹스와 광기 그 비인간적인 황금 지상 주의 속에서 성장한 소년은 어디에도 안주할 곳 없는 떠도는 집시 같은 존재다. 가정, 학교, 심지어 엄마에게까지, 의지붙이 하나 없는 그 막막한 한복판에 폭력적인 존재이며 황금광인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가 살아 온 폭력의 방식을 그대로 좇아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은, 소년에게도 출구가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소년은 환각 상태에서나마 따뜻했던 가족의 자화상을 잠시 소유하게 된다. 유미리는 고베 연쇄살인의 범인인 열네 살 소년의 의식을 끔찍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의식의 밑뿌리에 표현 못할 강한 그리움이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아마도 이 작품의 뒷부분에 있는 동물원이 비유하는 세계일 것이다.

[골드 러시]는 우선 겉으론 섬뜩한 살인과 패륜을 그린 일본 사회의 악마성에 대한 보고서이다. 또한 이 작품은 황금 만능을 좇던 현대 일본 사회가 오랜 경제 침체로 인해 물질적 풍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마주치게 되는 기괴한 문화적 패닉 상태 혹은 비인간적 인간성의 형해形骸들을 그린 사실화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보고서나 사실화를 넘어서는 것은 작중의 주인공인 비행 소년에 대한 작가의 집요하고도 그윽한 이해의 시선 때문이다.

그 속에 유미리 특유의 강한 기질이 살아 있고, 또 그 속에 이 작품의 문학성이 숨쉬고 있다. 우리가 이 작품을 통해 자문하게 되는 것은, 황금 만능과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는 마침내 가족 관계의 붕괴와 그로 말미암은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야기했고, 그래서 불온한 꿈을 지닌 음침한 현대판 집시들이 이 거리 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비단 일본 사회에만 국한된 일인가 하는 점이다. [골드 러시]를 읽고 반문하며, 깊이 반성해야 할 일차적인 이유는 바로 이 물음에서 시작된다.

기본정보

ISBN	9788981333157
발행(출시)일자	1999년 05월 01일
쪽수	350쪽
총권수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