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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나멘 총서 001
고병권 저자(글)
그린비 · 2005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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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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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고병권

고병권

지은이 고병권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사회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공동대표이다. 지은 책으로는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 <한 권으로 읽는 니체> 등이 있다.

목차

  • 머리말

    1장 근대의 화폐를 이해하기 위하여
    1. 화폐와 신앙
    2. 눈에 보이는 화폐, 눈에 보이지 않는 화폐
    3. 화폐에 대한 이론적 빈곤
    4. 근대적 화폐구성체라는 시각

    2장 화폐거래네트워크에서 일어난 변화
    1. 화폐의 시장적 기원
    2. 사적 은행가들의 대외교역 네트워크
    3. 화폐거래 질서의 변질
    4. 은행제도의 발전
    5. 전국적인 화폐경제의 구축

    3장 근대적 화폐주권의 성립
    1. 화폐의 국가적 기원
    2. 영토국가의 화폐수요
    3. 화폐의 포획과 화폐를 통한 포획
    4. 국민국가와 화폐주권

    4장 화폐공동체로서 '사회'의 탄생
    1. 화폐, 공동체, 사회
    2. 소키에타스-사적인 것의 공적진출
    3. 공론화된 이해관계
    4. 사회에 대한 새로운 견해
    5. 19세기 사회학과 화폐공동체

    5장 근대 화폐론의 형성
    1. 화폐와 부
    2. 부 자체인 화폐
    3. 부를 표상하는 화폐
    4. 부를 생산하는 화폐

    6장 서유럽에서 근대적 화폐구성체의 성립
    1. 서유럽의 경우
    2. 근대 화폐의 의미 사가성-상품, 명령, 관계, 부

    후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가령 100억이라는 재산을 생각해 보자. 그것은 화려한 저택일 수도 있고, 거대한 농장일 수도 있으며, 수십만 주의 주식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보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100억 그 자체는 저택도 농장도 주식도 보석도 아니다. 그것은 매우 추상적인 어떤 것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저택이나 농장, 보석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100억의 재산에 대해서는 모두가 열망한다. 화폐로 표현된 부 속에서 사람들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전환될 수 있는 그것의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이 살지도 않는 저택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실제로 그는 저택을 보유한 게 아니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추상적인 부를 보유하는 것이다(본문 225쪽).

출판사 서평

새로운 삶을 촉발하는 사유와의 마주침 ----- 클리나멘 총서 001 화폐는 어떻게 ‘화폐’가 되었는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화폐의 탄생에 관한 고고학 근대 화폐의 정체 ----- “이것은 화폐가 아니다”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늙은 것을 젊게 만드는 것, 문둥병조차 사랑스러워 보이도록 만들고, 늙은 과부에게도 젊은 청혼자들이 달려가게 만드는 것.”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셰익스피어는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황금, 곧 돈이다.” 정치경제학을 연구하던 맑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이렇게 바꿨다. “네가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너의 화폐는 할 수 있다. 너의 화폐는 네가 모든 것을 갖도록 할 수 있다. 너의 화폐는 진정한 능력 그 자체다.” 이 말은 아직도 맞을까? 도서출판 그린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클리나멘 총서(5~6쪽 참조)의 첫번째 책 ?화폐, 마법의 사중주?는 바로 이에 관한 답을 찾아나가는 책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화폐가 어떻게 이런 신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됐는지(“오늘날 화폐는 세계의 세속적 신이다”)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지식공동체를 지향하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대표 고병권 씨의 박사학위논문(서울대 사회학과 2005년)을 전면 개정한 이 책은 화폐야말로 오늘날의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요소라는 점에서 ‘지금-여기’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려는 클리나멘 총서의 첫번째 책이 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지은이는 화폐를 둘러싼 기존의 두 가지 상식, 즉 화폐를 사물이라고 이해하거나 화폐가 자연발생적으로 등장했다고 보는 상식을 뒤집는데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식을 뒤집는 게 이 책만의 고유한 새로움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새로움은 화폐를 구성체(formation)라는 개념에 근거해 설명한다는 데 있다(본문 38~43쪽 참조). 구성체 개념은 어떤 것의 실존을 다양한 요소들의 배치로 설명하면서, 그 배치를 ‘이행’과 ‘생성’이라는 시간성 속에서 고려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화폐를 구성체 개념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화폐를 일종의 사회적 배치이자 역사적 생성물로 다룬다는 것과 같다. 이런 전제 아래 화폐의 발생과정을 온갖 우발적인 사건들과 당대 인간들의 특수한 여러 욕망들이 서로 맞물린 채 매우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 ?화폐, 마법의 사중주?는 화폐를 향한 현대인들의 강박관념, 물욕과는 다른 치부욕(추상적인 부 자체를 축적하고 싶은 욕망)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화폐에 대한 강박관념과 치부욕은 인간의 본성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무엇이 아니라고, 이것들 자체도 일정한 역사적 발전의 산물이라고, 다시 말해서 인간이 화폐에 대해 강박관념과 치부욕을 갖게 만든 것은 바로 인간의 욕망 자체라고. 이 책 ?화폐, 마법의 사중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화폐의 역사가 아니라 화폐의 고고학이다. 역사가 허구적 기원을 상정해 모든 현상을 그 ‘단일한’ 기원으로 환원시키려고 한다면, 고고학은 실제적 발생에 주목해 그 발생에 관여한 모든 요소들의 ‘복잡다단한’ 상호작용을 살펴본다. 이것은 화폐가 아니다? 화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화폐를 사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저 종잇조각은 왜 자신이 화폐인지를 말해 줄 수 없다. 화폐성은 어떤 사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 종잇조각이야말로 화폐 행사를 하면서 진짜 화폐적인 것을 가리고 있는지 모른다. 근대적 화폐구성체의 네 가지 요소 지은이는 근대적 화폐구성체의 요소, 즉 근대 화폐의 발생과정에 관여한 네 가지 요소로 근대의 시장, 국가, 사회, 과학에 주목한다. 화폐를 통해 상품을 거래하고 채무를 지불하는 시장, 화폐를 발행하고 그 질서를 관리하는 국가, 화폐적인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는 사회, 부(富)와 관련해서 화폐를 개념화하고 화폐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제공하는 과학. 이 네 가지 요소를 지은이는 각각 화폐거래네트워크, 화폐주권, 화폐공동체, 화폐론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는 이 네 가지 요소가 빚어낸 ‘마법의 사중주’를 통해 비로소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1) 화폐거래네트워크 화폐거래네트워크는 화폐의 교환?송금?보관?대부?지불?결제 등에 관계하는 은행, 금융 및 기타 신용 관련 제도들, 그리고 화폐 자체를 거래하는 화폐시장을 아우른다. 화폐거래네트워크의 맹아는 13~14세기 환(換)은행가들의 네트워크이다. 대외교역, 특히 원격지교역에 종사하던 상인들 중 일부가 전문적으로 환전에 관여하면서 생겨난 환은행가들은 ‘이산’(정치적 불안정이 극심했던 이탈리아의 상인들이 맨처음 환은행가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런 점에서 시사적이다)을 통해 유럽 전역에 걸쳐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으며, 크레딧(어음이나 채권 등)을 활용해 나라별 환율 차이에서 이득을 얻었던 계층이었다. 그러나 환은행가들의 사적 네트워크는 ‘국가간 체제’의 성립을 알린 베스트팔렌 조약이 체결된 1648년을 기점으로 몰락해갔다. 이 조약에 근거해 영토국가로 거듭나려던 서유럽 각국이 전쟁과 국가 형성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고자 도시국가들의 부와 권력의 원천인 대외교역 네트워크를 장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에 대외적으로 독립해 있던 화폐네트워크는 영토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상황에서 16세기의 아시엔토 체제(영토국가와 대외적 화폐네트워크의 ‘외면적’ 상호작용), 17세기의 암스테르담 체제(영토국가와 대외적 화폐네트워크의 ‘내면적’ 상호작용), 18세기의 영국/프랑스 체제(중앙은행을 통한 대외적 화폐네트워크의 체제화)를 거쳐 마침내 전국적 화폐거래네트워크가 됐다. 2) 화폐주권 화폐주권이란 화폐의 발행과 관리에 대한 국가의 합법적?독점적 통제권으로서 법정화폐에 대한 특정화, 중앙은행 등을 통한 통화량 조절, 일반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감독, 고용과 성장을 위한 거시적 통화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포괄한다. 이 화폐주권 개념은 (16세기경 형성되기 시작한 근대적 주권이론과 연관되어) 화폐에 정당성과 합법성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는 국가밖에 없다는 발상에 기초해 있다. 이런 발상은 금속을 녹여 주화를 만들 때 금세공업자들이 정해진 금속함량을 속일 수도 있다(그리고 나중에는 화폐의 금태환을 누가 보장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더욱 더 설득력을 얻었다. 더군다나 영토국가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전쟁 자금, 거대해진 관료조직의 관리비, 게다가 궁정의 사치 등은 영토국가의 주요 지출항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들었다. 그에 따라 영토국가에게는 대외적으로 존재하던 화폐의 흐름을 포획해 부의 원천인 대외교역을 장악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16세기부터 시작된 이 포획과정에서 영토국가는 공채의 발행, 화폐조세, 국민통화의 주조, 중앙은행 건설과 은행법 발표 등을 통해 19세기경에는 전국적 화폐거래네트워크를 장악했다. 화폐거래네트워크에서 ‘상품’으로 전국을 순환했던 화폐가 ‘명령’으로서 전국을 순환하게 된 것도 화폐주권의 등장 때문이다. 3) 화폐공동체 화폐공동체란 화폐적 인간관계를 전제로 조직된 공동체로서, 근대 이전의 공동체들이 해체된 결과이기도 하다. 근대 이전의 공동체에서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생존을 고민했다. 요컨대 공동체 전체가 궁핍에 빠지지 않는 한, 개인은 결코 굶주릴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교환이 공동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공동체의 유지에 필요한 ‘자급자족의 이상’과 ‘잉여 발생의 예방’을 교환이 해칠 것이었기 때문이다. 생산이 너무 부족하면 다른 공동체에 의존해야 하고, 생산이 너무 많아 잉여가 생기면 그것 때문에 권력의 분화가 나타날 수 있을 테니. 그러나 이처럼 ‘교환에 대항했던 공동체’는 교환의 일반적 등가물로서의 화폐가 등장하면서 해체되기 시작했다. 특히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에 일어난 세 가지 현상이 이런 해체의 과정을 재촉했다. 인간의 새로운 결합 원리로 ‘계약’(즉, 교환)을 내세운 사회계약론의 출현, 결합 주체로서의 ‘개인’(화폐자산가들, 즉 부르주아지)의 성장, 결합 목적으로서의 ‘이해관계(interest)’ 개념의 변화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명확히 구분되던 공적 영역(정치)과 사적 영역(경제)의 구분도 사라졌다. 즉, 사적 영역이 공적인 의미를 획득하면서 ‘사회적 영역’이라는 것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친 결과, 지극히 인간적이었던 기존의 사회적 관계가 화폐적인 것으로 뒤바뀌게 됐다. 4) 화폐론 화폐론이란 화폐를 정의하고 그 기능을 탐구하는 것에서부터, 다양한 화폐 현상들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화폐정책을 제시하는 것까지, 화폐에 대한 지식 전반을 가리킨다. 인식적 차원에서 화폐는 ‘부’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탄생하고 발전했다. 자기만족적인 특수한 부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일반적 부의 출현, 즉 비교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고 축적할 수 있는 ‘부’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 탄생했다. 물론 그것은 맑스의 말처럼 일반적 부를 나타낼 수 있는 화폐의 출현을 통해서야 가능했다. 애덤 스미스에서 데이비드 리카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근대 정치경제학자들은 화폐와 부를 구분하고 부의 절대적 척도로서 가치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부의 모든 표현(비교, 측정, 축적)은 결국 화폐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화폐론의 탄생은 화폐경제의 형성과정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화폐가 16세기에는 부 자체이자 부의 척도로, 17~18세기에는 부의 표상으로, 19세기에는 부의 생산수단으로 강조되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처음에는 부의 가치를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의 이미지(가치척도로서의 화폐)로, 그 다음에는 영토국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경제를 부흥시켜 주는 ‘혈액’의 이미지(유통수단으로의 화폐)로 이해됐던 화폐가 결국 살아 움직이듯 스스로 부를 창출하는 ‘생물’의 이미지(자본으로서의 화폐)를 얻게 된 과정은 화폐경제가 오늘날과 같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된 과정을 압축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폐의 노래, 우리의 노래 지금까지 간략히 살펴봤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는 바로 이 네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 속에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됐다. 실로 이 과정은 마법의 사중주였다. 사전에 미리 계획을 짜낸 지휘자가 없었는데도 각 요소가 상호중첩되면서 지금과 같은 화폐를 탄생시키는 쪽으로 발전해갔으니 말이다. 따라서 화폐는 “온갖 우발적인 사건들과 당대 인간들의 특수한 여러 욕망들이 서로 맞물린 채 매우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 생겨난 것이다”라는 지은이의 주장은 역사를 회고적으로 정당화하는 목적론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은이는 아무런 ‘필연성’도 존재하지 않는 발생지로부터 출발해 온갖 우연적 사건들이 개입하는 시간을 따라 화폐의 형성과정을 추적하기 때문이다. 지은이와 더불어 우리는 분석의 차원에서는 지금과 같은 근대적 화폐구성체로의 귀결이 자연스럽게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그런 귀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위성’이 작용하게 됐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인위적인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화폐를 갈구하게 됐는지를 알게 된다. 예컨대 치부욕이 그렇다. 맑스는 물욕과 치부욕을 구분한 적이 있다. 물욕이 구체적인 재화에 대한 욕심이라면, 치부욕은 추상적 부에 대한 욕심이라는 것이다. “특수한 부에 대한 욕망, 예를 들어 옷, 무기, 장신구, 여자, 포도주 등에 대한 욕망과 구별되는 치부 욕망 자체는 일반적 부가 한 특수한 사물로 개별화되자마자 가능해진다. …… 요컨대 화폐가 치부욕의 대상이자 원천인 것이다.” 지은이는 맑스의 이 말을 인용하며, 구체적 물욕과 추상적 치부욕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구체적 물욕은 양적으로 유한하지만 치부욕은 무한하다. 아무리 구두가 갖고 싶은 사람도 5만 켤레의 구두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5조 켤레도 충분치 않다. 둘째, 물욕은 양적인 제한 대신 질적으로는 무제한적이지만 치부욕은 양적으로는 무제한적이지만 질적으로는 단일하다. 셋째, 치부욕은 질에 있어 동일하기 때문에 그것을 모델화할 수 있고 심지어 계산할 수도 있다. 물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일 수 있지만 치부욕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치부욕은 부를 측정해 주고 저장해 주는 화폐가 존재하고, 그것이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화폐경제의 발전을 전제할 때에만 비로소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로또복권’이나 ‘10억 만들기’ 혹은 ‘재테크’ 등에 열광하는 것은 물욕이 아니라 치부욕이다. 그것은 사물로서의 ‘화폐’가 아니라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늙은 것을 젊게 만들고, 문둥병조차 사랑스러워 보이도록 만들고, 늙은 과부에게도 젊은 청혼자들이 달려가게 만드는” 화폐의 ‘힘’을 갈구하는 욕망인 것이다. 따라서 화폐가 들려주는 마법의 사중주는 밤하늘의 별들이 들려주는 천체의 노래처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노래가 아니다. 지은이는 이렇게 묻는다. “화폐의 마법에 영혼을 빼앗긴 이가 아니라면 상품과 명령, 화폐적 인간관계와 부로 이루어진 사중주를 어떻게 행복하게 들을 수가 있겠는가? 화폐의 노래 이후 세상이 어떻게 침묵하게 되었는지를 아는 이상.” 과연 우리는 화폐의 노래가 아니라 우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화폐경제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에 대한 강박관념과 치부욕이 인간의 욕망이 낳은 결과였듯이, 그 대답 역시 우리의 욕망에 달려 있을 것이다. 화폐의 노래가 아닌 우리의 노래를 부르려는 욕망에. 클리나멘 총서, 새로운 사건을 불러오는 마주침! 클리나멘 총서는 도서출판 그린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인문사회 총서이다. 클리나멘(clinamen)은 ‘기울임/기울기 παρ??κλισι?’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라틴어 식 표현으로서 ‘사선운동’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서는 원자들의 이합집산이 세상만물을 생성?소멸시킨다고 봤는데, 원자론의 효시인 데모크리토스처럼 원자들이 수직낙하하는 직선운동만을 한다고 가정하면 원자들의 이합집산을 가져올 원자들간의 충돌(마주침)을 설명할 수 없다. 데모크리토스의 제자인 에피쿠로스는 클리나멘(사선운동) 개념을 도입해 이 난점을 해결했고, 그 이래로 이 개념은 철학사에서 필연과 운명을 거부하는 ‘자유’를 뜻하게 됐다. 왜냐하면 이 세계가 원자들의 클리나멘과 그로 인한 우발적 마주침의 결과물이라면, 세계가 어떤 의미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기존의 목적론적 세계관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클리나멘 총서도 이런 우발적 마주침을 꿈꾼다. 클리나멘 총서는 기존의 사유에서 벗어난, 혹은 기존의 사유를 비켜나간 사유의 기록이다. 그 벗어남, 그 비켜감이 아무리 작을지언정 그 차이는 기존 사유와의 충돌을 가져올 것이고, 그 충돌로 인해 새로운 사유가 촉발될 것이다! “자유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의 것이다.” 폴란드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이 아직도 옳다면, 우리는 클리나멘이 가져올 ‘다름’을 통해 ‘지금-여기’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클리나멘 총서는 ‘지금-여기’의 삶이 이미 전제된 어떤 의미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클리나멘 총서는 ‘지금-여기’의 삶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되었는지, 지금과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화폐, 마법의 사중주?(고병권), ?전복적 스피노자?(안토니오 네그리), ?자본과 그 외부?(이진경), ?니체와 차이의 철학?(진은영) 등 클리나멘 총서를 이루고 있는 책들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기획되고 씌어졌다.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화폐’의 형성과정을 추적하기,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토대를 되묻고 근대성 자체를 다시 생각하기, ?자본?의 사유를 재검토하면서 뛰어넘기, 도덕이 아니라 ‘윤리’를 지향하는 ‘차이의 존재론’을 고민하기. 이 모든 시도가 새로운 사유를 촉발할 수 있기를! 그래서 각자에게 새로운 사건을 불러올 수 있기를! 이 모든 마주침과 사건이 새로운 삶을 촉발할 수 있기를!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76829573
발행(출시)일자 2005년 11월 21일
쪽수 343쪽
크기
153 * 224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클리나멘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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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고유의 탈코드성과 탈영토성 때문에 공동체는 안팎으로 위협을 받는다.
화폐 마법의 사중주
근대 화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무엇이냐'고 묻는 대신 '어떻게 산출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근대의 시장, 국가, 사회. 과학에 주목햇다.
화폐 마법의 사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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