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튀세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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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49)
작가정보
번역 강희경
역자 강희경은 6장_「알튀세르의 『자본』 독해」 옮김.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권리'에 대한 스피노자의 철학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옮긴 책으로 아리엘 수아미의 『스피노자의 동물 우화』(열린책들, 2010)가 있다.
번역 김은주
역자 김은주는 9장_「알튀세르와 스피노자」 옮김.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erieure)에서 스피노자 철학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 중이다. 「사유의 역학: 스피노자와 프로이트」(2011) 등의 논문을 썼고, 알렉상드르 마트롱의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공역, 그린비, 2008)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번역 장진범
역자 장진범은 11장_「알튀세르, 구조주의, 프랑스 인식론 전통」 옮김 l 13장_「종말론 대 목적론: 데리다와 알튀세르의 유예된 대화」 옮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석사 과정. '사회진보연대' 편집실에서 일했고, 사회 운동과 시민권에 관심이 많다. 최근 논문으로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난장, 2010)에 실린 「에티엔 발리바르: 도래할 시민(권)을 위한 철학적 투쟁」이 있고, 헤르만 판 휜스테렌(Herman R. Van Gunsteren)의 『시민권 이론』(그린비, 근간)을 번역하고 있다.
2장_「과잉결정, 이데올로기, 마주침: 알튀세르와 변증법의 문제」 지음 l 5장_「알튀세르의 우발성의 유물론의 우발성들」 옮김 l 8장_「하나의 마주침: 알튀세르와 마키아벨리」 옮김. 1966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관계론적 해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라깡의 재탄생』(공저, 창비, 2002), 『서양 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공저, 2004), 『서양 근대 윤리학』(공저, 2010)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스피노자 정치학에서 사회계약론의 해체」 I, II(?2004), 「어떤 상상의 공동체?: 민족, 국민 그리고 그 너머」(2011) 등이 있다. 또한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문학과지성사, 2004), 『마르크스의 유령들』(이제이북스, 2007), 피에르 마슈레의 『헤겔 또는 스피노자』(그린비, 2010), 에티엔 발리바르의 『우리, 유럽의 시민들』: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재발명』(후마니타스, 2010), 『정치체에 대한 권리』(후마니타스, 2011)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김정한은 18장_「알튀세르와 포스트맑스주의: 라클라우와 지젝의 논쟁」 지음.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있다. 다양한 현대 정치철학의 개념들을 궁리하여 한국의 대중 운동과 그 이데올로기의 역사를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중과 폭력: 1991년 5월의 기억』(이후, 1998), 『5ㆍ18 30년: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색』(공저, 근간) 등이 있으며, 한나 아렌트의 『폭력의 세기』(이후, 1999), 에릭 홉스봄의 『혁명가: 역사의 전복자들』(공역, 길, 2008)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리고 그 외에?「권력은 주체를 슬프게 한다: 91년 5월 투쟁 읽기」(2002), 「5ㆍ18 광주항쟁에서 시민군의 주체성」(2010), 「폭력과 저항: 발리바르와 지젝」(2011), 「한국 라깡주의 정치의 가능성과 조건: 지젝의 '사회적 환상의 횡단' 개념을 중심으로」(2011) 등의 논문을 썼다.
저자(글) 박기순
저자 박기순은 16장_「알튀세르와 랑시에르」 지음.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4대학교에서 『스피노자에서 존재의 역사성과 기호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스피노자를 중심으로 한 17세기 철학, 프랑스 현대 철학 및 미학이다. 도미니크 르쿠르의 『프랑스 인식론의 계보』(새길, 1996), 질 들뢰즈의 『스피노자의 철학』(민음사, 1999)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스피노자, 들뢰즈,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등에 관한 다수의 글들을 썼다.
저자(글) 서관모
저자 서관모는 14장_「알튀세르에게서 발리바르에게로: 이데올로기의 문제설정과 정치의 개조」 지음. 1984~1988년 사이에 한국사회 계급구성 분석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1991년 알튀세리엥이 된 이래 에티엔 발리바르의 맑스주의 개조 작업과 그에 뒤이은 '정치의 개조' 작업을 소개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논문으로 「반폭력의 문제설정과 인간학적 차이들: 에티엔 발리바르의 포스트마르크스적 공산주의」(2008), 「네그리와 하트의 다중의 기획에 대한 비판」(2009)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에티엔 발리바르의 『대중들의 공포: 맑스 전과 후의 정치와 철학』(공역, 도서출판b, 2007) 등이 있다.
저자 서동진은 12장_「알튀세르와 푸코의 부재하는 대화: 정치적 유물론의 분기」 지음. 계원디자인예술대학교 인문교양학부 조교수. 경제와 문화의 관계에 관심이 크고 최근에는 문화적 실천으로서의 금융을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산만한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라 정치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관계를 묻는 이론적인 연구도 함께 하고 있으며, 틈틈이 미술을 비롯한 시각 문화에 관한 글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돌베개, 2009), 『디자인 멜랑콜리아』(디자인플럭스, 2009) 등이 있으며, 그 외에 다수의 함께 지은 책들이 있다.
목차
- 서론: 알튀세르 효과, 효과 속의 알튀세르 l 진태원 7
1부 알튀세르의 주제들
1장 알튀세르와 청년 맑스 l 피에르 마슈레 l 최정우 옮김 44
2장 과잉결정, 이데올로기, 마주침: 알튀세르와 변증법의 문제 l 진태원 76
3장 맑스주의 역사학, 건설 중인 역사학: 알튀세르와의 대화 l 피에르 빌라르 l 안준범 옮김 108
4장 미학으로 (재)생산되지 않는 미학: 알튀세르 예술론의 어떤 (불)가능성 l 최정우 177
5장 알튀세르의 우발성의 유물론의 우발성들 l 앙드레 토젤 l 진태원 옮김 220
6장 알튀세르의 『자본』 독해 l 자크 비데 l 강희경 옮김 267
2부 알튀세르의 원천들
7장 알튀세르를 위하여 원자론을 읽자 l 양창렬 300
8장 하나의 마주침: 알튀세르와 마키아벨리 l 에마뉘엘 테레 l 진태원 옮김 369
9장 알튀세르와 스피노자 l 피에르-프랑수아 모로 l 김은주 옮김 407
3부 알튀세르의 동시대인들
10장 알튀세르와 정신분석학: 주체 구성의 문제 l 파스칼 질로 l 조현진 옮김 426
11장 알튀세르, 구조주의, 프랑스 인식론 전통 l 피터 듀스 l 장진범 옮김 456
12장 알튀세르와 푸코의 부재하는 대화: 정치적 유물론의 분기 l 서동진 519
13장 종말론 대 목적론: 데리다와 알튀세르의 유예된 대화 l 에티엔 발리바르 l 장진범 옮김 558
4부 알튀세르의 장래들
14장 알튀세르에게서 발리바르에게로: 이데올로기의 문제설정과 정치의 개조 l 서관모 586
15장 알튀세르와 바디우: 정치적 주체성의 혁신을 위하여 l 서용순 669
16장 알튀세르와 랑시에르 l 박기순 701
17장 인셉션인가, 호명인가?: 슬로베니아 학파, 버틀러, 알튀세르 l 최원 724
18장 알튀세르와 포스트맑스주의: 라클라우와 지젝의 논쟁 l 김정한 771
19장 알튀세르와 서발턴 연구 l 안준범 800
감사의 말 822
참고문헌 824
찾아보기 847
저역자 소개 864
책 속으로
알튀세르는 죽을 때까지 공산주의 철학자로 남아 있었지만, 그의 공산주의는 아포리아적인 공산주의였다. 왜냐하면 그는 이전의 모든 공산주의 철학자들과 달리 맑스식의 공산주의를 상상적인 것으로, 기원ㆍ주체ㆍ목적/종말의 삼중적인 신화로 계속해서 해체시켰기 때문이다. 우발성의 유물론은 특히, 대중 운동이 세계화된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복원이라는 능동적인 무 속에서 그것 역시 도려내짐으로써 거의 소멸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가장 끔찍한 역사적 패배를 겪은 바로 그 시기에 이러한 공산주의를 공허한 것으로 만들었다. (5장, 앙드레 토젤, 「알튀세르의 우발성의 유물론의 우발성들」, 265쪽.)
알튀세르의 고유한 철학적 작업의 목표는 비철학적인 문면을 지닌 이 『자본』이라는 새로운 담론의 출현 조건들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역사적 현상들로서의 사회들에 대한 '과학'은 어떤 단절로부터, 즉 새로운 이론적 재료의 출현으로부터 탄생한다고 알튀세르는 말한다. 원래 사용되었던 철학적이고 경제학적인 이런저런 개념들이 그 대상에만 적합한 다른 개념들에 자리를 내어주는 바로 그때, 그러한 과학이 생겨나는 것이다. …… 알튀세르는 『자본』을, 그 자체에 대해서, 그 자체가 표상하는 새로움에 대해서, 그 자체가 지닌 불확실성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무의식적인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근본적으로 미완성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독한다. 이 때문에 알튀세르는 여백들과 불충분함들에 대해서 그렇게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6장, 자크 비데, 「알튀세르의 『자본』 독해」, 273~274쪽.)
마주침의 유물론이 새로운 생산양식이 돌발하고 응고하는 '우연성의 필연성'에 대한 연구라면, 우발성의 유물론은 '대중 운동'에 대한 사고였다. 그리고 알튀세르가 1960~1970년대에 세공한 구조적 인과성과 재생산론은 하나의 '생산양식 내에서의 결정'에 대한 논의다.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볼 때, 이것들은 마치 하나의 체계를 이루는 것 같다. 구조적 인과성이 지배하는 하나의 생산양식의 여러 요소들이 특수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마주칠 때, 이것이 응고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이 우발성을 혁명의 필연성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대중 운동에 대한 열린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엔 끝이 없다. (7장, 양창렬, 「알튀세르를 위하여 원자론을 읽자」, 363쪽.)
알튀세르 저작에 내재한 주체 문제와 관련된 난점의 분석은 이처럼 라캉적인 입장과의 조우 지점뿐만 아니라 분기점도 경유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주체 구성의 이론이기도 한 이데올로기론의 수수께끼 같은 독특성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알튀세르가 열어 놓은 특수한 관점 속에서 이러한 이론이 지닌 미완의 성격은 아마도 주체의 존재 혹은 주체의 생성에 관한 알튀세르 자신의 개념화에 내재하는 긴장들과 분리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완성은 그의 기획 자체를 무효화하지 않으며, 반대로 다수의 최근 작업들이 증명하듯이, '주체 호명'의 문제틀을 둘러싼 성찰을 계속 자극할 수 있다. (10장, 파스칼 질로, 「알튀세르와 정신분석학: 주체 구성의 문제」, 450쪽.)
출판사 서평
그린비출판사 '프리즘 총서' 7번째 책. 20세기 최대의 맑스주의 철학자 중 한 명이자 서양 근대 철학을 근본에서 해체한 루이 알튀세르에 관한 연구서이다.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10편, 해외 학자들의 논문 번역문 9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알튀세르의 '주제들', '원천들', '동시대인들', '장래들'을 살펴봄으로써,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사상의 요소들, 우리가 현재를 사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의 유산들이 무엇인지 밝혀 준다.
루이 알튀세르는 국내 인문사회과학계에도 막대한 영항을 끼친 사상가이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맑스주의가 실추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최근 해외 사상계를 주도하는 이론가들의 연구에서 여전히 '알튀세르 효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또 알튀세르 사상 그 자체가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가 있음을 주장하면서, 그의 '사유 양식'을 다시 한 번 재개할 것을 요청한다.
왜 지금 루이 알튀세르를 다시 읽는가?
그의 '원천들'에서 '장래들'까지, 알튀세르 사상의 전모를 드러낸다!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 1919~1990). 20세기 최대의 맑스주의자. '종속된 주체'와 '목적 없는 과정으로서의 역사' 개념을 통해 근대 철학의 핵심 원리인 '주체'와 '목적론'을 해체한 철학자. 가장 이단적인 방식으로 맑스주의를 쇄신하려 했기에 언제나 논란과 비판 한가운데에 서 있어야 했던 논쟁가.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살해한 뒤 면소 판결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쓸쓸히 죽어 간 비운의 인물. '과잉결정'(surdetermination) 개념의 고안, '맑스주의적 모순' 개념의 정교화, '이데올로기' 이론의 혁신 등의 작업을 통해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맑스주의에, 나아가 비판적 이론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우리 사회에서도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인문사회과학계를 휩쓴 '한국사회구성체논쟁' 및 '맑스주의의 위기'라는 정세에서 주요한 이론적 전거로 원용된 바 있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 그가 바로 루이 알튀세르이다.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현존하는 유일한 체제가 되었으며, 맑스주의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각종 포스트 담론이 범람하면서, 그는 추억 속의 철학자 혹은 가끔씩 언급되는 참고문헌에 불과한 옛날 철학자가 되어 버렸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알튀세르의 영향력은 급속히 사그라졌다. 한때 인문사회과학계를 풍미했던 그는 어느새 잊힌 철학자가 되었고, 그 빈자리를 좀더 최신의(그리고 미국에서 유행하는) 사상가들이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젠 알튀세르를 읽을 필요가 없는가? 그를 이렇게 잊어도 괜찮은가?
『알튀세르 효과』의 엮은이 진태원 교수(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알튀세르 사상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상적 효력을 지니고 있고 현재를 사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튀세르 사망 20주기를 기념해 기획된 『알튀세르 효과』는 이처럼 “그가 여전히 우리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고, 또 우리 역시 그의 사상에 관해 무언가 새로운 점을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 위에서(9쪽), 그가 남긴 '효과들'을 통해 그를 다시 한 번 읽고자 하는 책이다.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의 사건!
- 해외 사상가에 대한 기획 논문집의 모범을 보여 주는 책
그린비출판사에서 펴내는 '프리즘 총서'의 일곱 번째 책인 『알튀세르 효과』는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책이다. 2009년 3월 진태원 교수와 그린비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래 2년 6개월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출간된 이 책은 해외 학자들 글의 번역문 9편과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10편을 수록하고 있다. 총 4부에 걸쳐 알튀세르의 '주제들', '원천들', '동시대인들', '장래들'을 다루는 19편의 논문들은, 스피노자 전공자이면서 알튀세르와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데리다 등 현대 프랑스 사상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내놓은 진태원 교수가 직접 선별하고 구성틀을 짠 것이다. 현대 사상계의 지형도를 누구보다 더 잘 꿰뚫고 있다고 평가받는 진태원 교수의 감식안은, 『알튀세르 효과』가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완성도 높은 논문들을 담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나아가 알튀세르 사상에 대한 지속적 관심 속에서 치열하게 작업해 온 국내 연구자들의 귀중한 노력 덕분에, 『알튀세르 효과』는 해외 유명 사상가들의 논문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독창성과 완성도를 지닌 집필 논문들을 수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한국 인문사회과학계가 외국 학계에 뒤지지 않는 결과물을 산출할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우리 학계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다.
또한 『알튀세르 효과』는 출간 전 '심포지엄'을 통해 독자들과도 미리 만난 바 있다. 2010년 8월 25일 서교동 소재 <상상마당>에서 국내 거주 저자들의 발표를 중심으로 '알튀세르 효과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놀랍게도 연인원 200여 명에 달하는 청중이 심포지엄을 찾아, 알튀세르(나아가 비판적 학문 일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여전히 뜨거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린비출판사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결과물을 책으로 엮을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다음 심포지엄은 최근 '통치성' 분석으로 다시 화두가 된 철학자 '미셸 푸코'를 주제로 2012년 2월 17~18일에 열릴 예정이다.
치밀한 기획, 심포지엄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 국내ㆍ외 연구자들의 수준 높은 연구 성과의 수록이라는 특징을 지닌 『알튀세르 효과』는, 한국에서 해외 사상가를 주제로 한 공동 논문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전범을 보여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루이 알튀세르 사상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치를 지니고 있고 여전히 현실적인 효과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고, 알튀세르 사상과의 비판적 대결을 통해 독자적인 이론 세계를 구축한 현대 사상가들의 작업에 알튀세르 사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그 작업들 속에서 어떤 식으로 변용되거나 지양되고 있는지”(20쪽)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알튀세르 사상의 전모가 드러나다!
-'맑스 독해'에서 '마주침의 유물론'까지, 여럿이면서 하나인 알튀세르
루이 알튀세르는 누구인가? 그는 무엇을 말했는가? 우리는 그를 제대로 이해해 왔는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이 그의 전부인가, 아니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움이 있는가?
『알튀세르 효과』 1~2부에 실린 글들은 알튀세르가 전념했던 '주제들'과 '원천들'에 천착함으로써 위 질문들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던져 준다. 알튀세르는 무엇보다 '맑스주의자'였고, 『맑스를 위하여』(Pour Marx, 1965), 『『자본』을 읽자』(Lire le Capital, 1965),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들」(Ideologie et appareils ideologiques d'Etat, 1970)에서 그의 맑스주의는 맑스 텍스트 자체에 대한 정밀한 독해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 독해의 결과 그는 '인식론적 절단'(coupure epistemologique)과 '문제설정'(problematique) 개념을 이론화했으며(1장 참조. 상세 목차는 이 글 뒤에 첨부), 또한 맑스의 대표작 『자본』을 '진정한 과학성'의 기준에 따라 고찰했고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나 '호명'(interpellation) 등의 개념으로 맑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을 개조했다(6장). 당대에 가장 혁신적이었던 알튀세르의 독해는 맑스의 텍스트들을 '인간주의적'이고 '목적론적'인 해석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알튀세르 효과』에 실린 글들은 이처럼 알튀세르의 '맑스 독해'의 정확한 내용을 밝혀 주고 있으며, 나아가 이제는 알튀세르 역시 '과학성'의 기준에 따라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튀세르의 독해가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그를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ㆍ사회 이론을 형성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말년에 알튀세르는 '마주침의 유물론'(혹은 '우발성의 유물론')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계보'를 제시했다. '마주침'과 '우발성', '우연'을 강조하는 후기 알튀세르가 자본주의의 '구조'와 '재생산'을 중시하던 초기 알튀세르와 양립할 수 없는 인물로 보였기에, 그가 말년에 이르러 비합리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비록 강조점은 다를지 모르지만 초기와 후기 알튀세르에게는 여전히 일관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알튀세르는 맑스의 교의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교조적 맑스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맑스의 사유도 '관념론적 목적론'에 오염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며, 맑스를 그 오염에서 정화시키는 것이 말년 알튀세르 작업의 주목표였다. 그는 에피쿠로스,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하이데거 등의 철학에서 그 '정화'의 요소들을 발견하고, 이를 '마주침의 유물론'(materialisme de la rencontre)의 계보라고 이름 붙인다. 이 책 1~2부에 수록된 글들은 그가 제시한 이 계보의 의미를 상세히 분석하고 있으며(2장, 5장, 7장, 8장),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전모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알튀세르 후기 사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알튀세르는 체계적인 이론을 남기지 않은 분야에서도 많은 성찰과 효과들을 산출한 철학자다. 일례로, 그는 전문 역사가는 아니었지만, 맑스의 '역사 유물론'에 입각해 '역사' 개념을 새롭게 건설해야 함을 촉구한 바 있다. 프랑스 '아날(Annles) 학파'의 일원이자 이 학파에서는 드물게도 맑스주의자였던 피에르 빌라르는 알튀세르와의 대화를 시도하면서, '새로운 역사 개념 건설'이라는 알튀세르 요청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역사학의 관점에서 그의 작업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3장). 또 다른 사례로, 알튀세르는 이렇다 할 '예술론'을 구축하지 않았고 몇 편의 짧은 글만을 남겼을 뿐이지만, 그의 단편적인 예술론들은 제도에 포획되지 않는 거리두기의 미학, '미학으로 (재)생산되지 않는' 유물론 미학의 전범을 보여 주고 있다(4장).
자신의 효과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알튀세르의 사유들
-'정신분석학'에서 '서발턴 연구'까지, 그가 남긴 유산들을 탐색하다
알튀세르는 동시대 사상가들과 어떤 긴장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사상을 펼쳐 냈는가? 후대 사상가들에게 그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나아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알튀세르 효과는 무엇인가?
주지하다시피 알튀세르는 맑스주의를 혁신하면서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정신분석학,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를 비롯한) 구조주의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그 수용의 범위와 정도는 불분명한 채로 남아 있었고, 그 때문에 이 쟁점들은 항상 격심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3부 '알튀세르의 동시대인들'에 실린 글들은 알튀세르가 이 이론들에서 어떤 요소들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였는지, 어떤 부분을 거부했는지를 드러내 줌으로써 기존 논쟁에 새로운 빛을 밝혀 주고 있다(10~11장). 다른 한편, 알튀세르 동시대의 또 다른 걸출한 사상가인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모두 알튀세르와 지적으로 우호적인 사이였지만, 또한 그들의 관계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관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가 상대방을 언급한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그 관계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3부는 '정치의 유물론'이라는 테마로 알튀세르와 푸코의 대화를 중계해 보려는 시도, '종말론 대 목적론'이라는 쟁점을 통해 알튀세르와 데리다의 대화를 예상해 보는 시도를 담은 글들도 수록하고 있다(12~13장). 이 글들은 알튀세르와 푸코ㆍ데리다가 어떤 공통의 문제의식 속에서 서로 다른 작업을 발전시켜 왔는지, 상대방에게 빚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 사상가들을 함께 읽음으로써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부에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에게서 알튀세르가 어떤 효과들을 낳았는지를 다루는 여섯 편의 글이 담겨 있다. 알튀세르 사상의 요소들은 이 사상가들에게 상이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데, 알튀세르의 충실한 제자였던 에티엔 발리바르는 알튀세르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그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철학을 전개하고 있으며(14장), 알튀세르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그를 비판한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와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는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이론들을 형성해 냈다(15~16장). 또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과 에르네스토 라클라우(Ernesto Laclau),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역시 알튀세르 사상과 비판적으로 대결하면서 알튀세르의 유산을 이어받거나 거부한 대표적 사상가들이다(17~18장). 나아가 아직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는 없지만, 알튀세르 사상의 효과들은 라나지트 구하(Ranajit Guha)나 가야트리 스피박(Gayatri Spivak) 등의 '포스트식민적 서발턴 연구자'들에게서도 지속되고 있다(19장).
이처럼 알튀세르와 그 동시대 사상가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를 계승하거나 비판한 후대 사상가들 사이의 관계를 밝혀 주는 글들을 통해 우리는 알튀세르 사상의 역량과 그것이 산출한 효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반대로 알튀세르가 이 사상가들의 작업에 미친 영향, 그들 사상의 내용과 강점, 그리고 한계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많은, 더 새로운 '알튀세르 효과들'을 위하여
-그의 '사유 양식'을 배움으로써 그를 넘어 나가가기
이 책에 수록된 논문 「알튀세르와 스피노자」의 저자이자 스피노자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피에르-프랑수아 모로(Pierre-Francois Moreau)는 자신의 스승인 알튀세르에 관해 “이제 우리가 알튀세르의 이런저런 분석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는 우리에게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9쪽). 알튀세르는 '모순'과 '과잉결정' 개념의 수립, '주체' 개념의 해체, '목적론' 비판, '마주침(혹은 우발성)의 유물론' 등을 통해 맑스주의 철학을 혁신했고 나아가 근대 철학의 핵심 범주들을 해체했다. 이 작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특유의 개방적인 '사유 양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튀세르 효과』는 알튀세르가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책이며, 나아가 알튀세르의 고유의 '사유 양식' 자체를 드러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여전히 알튀세르에게 배울 수 있고 또 배워야 함을 촉구한다.
루이 알튀세르가 평생에 걸쳐 밝히고자 했던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재생산, 그리고 그러한 재생산을 넘어서는 대중 운동과 혁명의 가능성이었다. 이러한 알튀세르의 시도를 다시 한 번 되새김으로써, 우리는 자본주의가 거대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동시에 깊은 위기에 빠져 있는 현재의 체제를, 그리고 이 체제의 변혁을 새롭게 사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는 가운데 알튀세르의 사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 아니라 비판하고 변용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더 새로운 '알튀세르 효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알튀세르 효과를 올바르게 전유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를 면밀하게 읽음으로써 그를 넘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바로 알튀세르이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3694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11월 15일 | ||
쪽수 | 872쪽 | ||
크기 |
152 * 224
* 40
mm
/ 113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프리즘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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