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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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작가의 말
37도 2부
꽃집 아줌마 강선덕의 특별한 하루
꿈꾸는 실낙원
너무, 아름다운 예외
딸꾹질
랩소디 인 블루
써니를 위하여
아내의 진홍빛 슬리퍼
천적 퇴치법
폐원에 돋는 별
해설: '새삼'같은 삶, 새삼스러운 이야기/ 장일구
출판사 서평
2000년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아스피린 두 알』로 등단한 뒤 『불꽃 섬』, 『소울 메이트』, 『도둑의 누이』,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을 펴낸 송은일의 첫 창작집 『딸꾹질』이 출간되었다.
송은일은 따뜻한 시선으로 여성 문제의 다양한 소재들을 활달하고 리듬감 넘치며 단단한 문체 속에 녹여 내 인간의 화해와 공존의 방식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또한 독특한 서사를 밀도 높게 전개해 가며 흥미진진하게 그러나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풀어냄으로써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첫 창작집 『딸꾹질』에 실린 10편의 작품들은 삶의 다층을 들추어 미처 의식하지 못한 삶의 이면을 엿보게 하거나 인간 내면의 심리적 중층을 통찰함으로써 의식 이면의 정신세계를 성찰케 하는 소설의 묘미와 진수가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 송은일은 자극적이거나 심각한 이야깃거리가 아닌 소소한 삶의 구석과 인간의 내밀한 의식을 작가 자신이 세상과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뜨거우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묘파해 일상의 표층과 정신의 심층이 역동적으로 작용하여 펼쳐지는 인간 세계의 본질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미더운 솜씨는 말의 맛깔을 잘 살린 언어적 미감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인간 정신이 분열증적 징후만 보여야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유행과도 같은 ‘문학적 오해??에 일침을 가한다. 송은일은 창작집 『딸꾹질』을 통해 삶의 구석과 벼랑에 내몰린 이들이라도 세상을 향한 의식이 편집적인 욕망과 무의식에 지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간 정신의 심연과 중층을 추적하여 기술함으로써 심리 소설의 긍정적 가능성을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 작품 세계
「37도 2부」는 언뜻 보기에 이혼 후 연애담 수준의 그저 그런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37도 2부의 체온을 가진 숙주??라는 특유의 모티프를 통해 사뭇 흥미로운 전개 양상을 보여 준다. 사랑 탓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한 이혼 여성과 그를 둘러싼 남자들과 조성된 미묘한 애증 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결혼과 이혼에 관여된 사랑 이야기는 시작도 끝도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심상치 않은 전언을 남긴다. 주인공의 상처가 온전히 치유의 계기를 얻었는지는 이야기의 여운에 묻혀 선명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로써 정신적 상흔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서사적 책략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꽃집 아줌마 강선덕의 특별한 하루」의 선덕은 남편의 외도와 죽음이 겹친 데서 오는 삶의 중압감에 시달린다. 외도로 생긴 남편의 아이를 빌미로 보상을 요구하는 아이 외삼촌의 집요한 전화와 협박 때문에 정신적 고통의 무게는 사뭇 크다. 환멸투성이인 세상과 담을 쌓고 자기 세계에서 살고 싶을 법하나 그녀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을 온전히 등질 수 없어 15년 만에 얻은 직장인 ‘동화 화원??의 자폐증 환자인 동화에 동화되어 가면서 그를 자신의 실존적 의미로 삼는다. 일종의 정신적 증후를 극단적인 갈등 요인으로 과장하지 않고 상처받은 정신의 치유를 위한 단서로 활용하는 서사적 기획이 미더움을 자아낸다.
「너무 아름다운 예외」에서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윤간했던 한 남자와 ‘예외??적 사랑을 나눈다는 다소 충격적인 이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잠재의식에 각인된 트라우마가 외상후불안장애로까지 치닫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는 실상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개연성의 자장 내에서 적절히 허구화해 선정적이거나 생경한 느낌을 자극하지 않는다. 무참한 윤간에 유린당한 주인공의 트라우마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였다는 설정과는 상관없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나(실제로 그녀의 의식 세계를 드러내는 대목에 눅진한 고통이 배어 있다) 그 가해자인 남자와 사랑을 나누게 되고 또한 그 남자는 과거의 기억 탓에 죄책감으로 자학적 공포감에 시달리다 그녀와의 사랑을 의도한다. 이러한 설정은 자칫 선정적인 무의식의 난장판으로 치달을 여지가 있는 이야기의 수위를 잘 조율함으로써 정신적 외상이 파국을 야기하는 형태로 분출되는 것을 피하고, 소설이 허탄한 가공의 것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도운 전략이 돋보인다.
「딸꾹질」의 주인공 인자는 첫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결혼 생활이 파탄 난 충격에서 비롯된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러한 외상은 며칠이 되도록 그치지 않는 지독한 ‘딸꾹질??로만 표출될 뿐 단적인 양상으로 비화되지는 않는다. 버리듯 두고 온 전 남편의 아이와의 만남을 애써 외면하려 몸부림치고, 버림받다시피 한 아이가 끈질기게 모성을 갈구함으로써 정신의 안정과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긴장된 갈등 구조는 결말에서 주인공이 아이와의 재회를 목전에 두고서 그 고통스런 ??딸꾹질??이 잦아들 수 있다는 설정으로 나아감으로써 모녀의 해후만이 상처 입은 두 영혼이 치유될 수 있으리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다.
송은일은 또 다른 작품 「아내의 진홍빛 슬리퍼」, 「천적 퇴치법」, 「꿈꾸는 실낙원」을 통해 정신적 안정을 해칠 개연성이 다분한 현실에서 외면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현실과 다른 차원의 시공을 기획함으로써, 정신의 병증이 번져 심각한 정신적 장애 상태로 치닫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의 ‘서사적 치유책??을 제시하고 있다.
삶의 구석으로 내몰려 소외된 이들이 겪는 삶의 단면을 미덥게 그려 낸 작품으로, 가족에서 소외된 채 피시방을 전전하는 한 아이와 동성애를 앓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응하는 「랩소디 인 블루」, 다운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정선??과 삶의 고역을 짊어진 채 생을 마친 가련한 ??써니 아줌마??의 운명적 조우를 통해, 소외되었으나 순박하기 그지없는 이들을 연민함으로써 현실에 우의적 냉소를 보내는 「써니를 위하여」, 한 마을을 짙은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이게 하는 연쇄적 자살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적도댁 순남??의 인생이 감성을 자극하는 「폐원에 돋는 별」은 죽음의 충동질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삶의 구석에 내몰려 소외된 이들을 연민하고 그 가련한 심령을 다독이려는 그래서 서사적 치유의 희망을 명징하게 보여 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다.
이 창작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허구인 것이 분명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누군가 경험한 일상일 듯하면서도 가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이 각박하고 고역스럽다고 한들 그런 현실에서 사람들이 심리적 고통을 겪고 혼란스러워하며 때로 심리적 이상 징후를 체감한다 해서 쉬이 정신적 장애 차원으로 비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내면 심리의 중층을 다루려는 많은 소설들이 그런 이야깃거리들을 가학과 피학이 뒤섞인 변태적 투사 행위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차원이라면 이 창작집에 실린 소설들은 임간 심리의 자기 치유력을 전제로 심리적 역동의 적극성을 옹호함으로써 그러한 경향과 차원을 달리 하고 있다. 또한 표현의 디테일, 언어적 결구력, 담화의 구체성 등 다면적인 서사적 변용의 유연성을 여실히 볼 수 있어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 줄거리
수록 작품 : 37도 2부 · 꽃집 · 아줌마 강선덕의 특별한 하루 · 꿈꾸는 실낙원 · 너무 아름다운 예외 · 딸꾹질
랩소디 인 블루 · 써니를 위하여 · 아내의 진홍빛 슬리퍼 · 천적 퇴치법 · 폐원(廢園)에 돋는 별
37도 2부
서른일곱 살 이혼녀인 조현은 맞선으로 만나 헤어진 남자의 임신 사실을 알고 산부인과로 가지만 도망치듯 나오고 만다. 조현이 운영하는 논술학원으로 전남편이 평소처럼 찾아오지만 그녀는 몇 달 전 헤어졌다고 생각했던 유부남 김원재로부터 전화 연락이 오자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며, 이혼 후 6년간 이어왔던 전남편과의 만남에 마지막이 왔음을 문득 깨닫는다. 한편 두 달 전 조현은 단짝 동주와 ‘스모킹 룬??이라는 카페에 들렀다가 동주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서 ??37도 2부의 체온을 가진 새 숙주를 찾아야 할 때??라는 말을 듣고 고약한 기분을 느낀다. 조현은 전화를 받지 않자 집으로 찾아온 김원재를 맞아들이고 습관처럼 관계를 가지려 하는 그를 거세게 밀어내며 임신 사실을 말해 버린다. 충격을 받은 김원재는 집을 나가고 이틀 밤을 못 자고 헤맨 그녀는 병원에 실려 간다. 유산이 되고 잠에서 깬 조현은 김원재로부터 온 수십 통의 메시지를 지운 뒤 병원을 나선다.
꽃집 아줌마 강선덕의 특별한 하루
동화 화원은 자폐아였던 서른한 살의 동화와 그의 모친이 꾸리는 꽃집이다. 일찍 출근한 선덕은 동화 모친으로부터 가게를 잘 돌봐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사람을 향해 웃는 일이 없고, 주위 사람의 말에 반응도 없는 동화지만 오늘은 유독 수다스럽다. 동화에게 마음을 열고 자주 말을 걸었던 선덕은 그런 동화의 태도에 마음이 흡족하다. 첫 손님을 맞은 선덕에게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기 직전 직장 부하이자 애인이었던 이정아에게서 계속 전화가 걸려온다. 이정아는 어제 남편의 아이를 낳았으며 이름을 선덕의 아이들과 같은 돌림자로 짓겠다고 한다. 선덕은 상관없다는 듯 마음대로 하고 잘 살라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퇴근한 선덕은 이정아의 오빠로부터 아이를 함께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협박조의 전화를 받는다. 선덕은 아이 둘을 여행 보내고 아무도 없는 텅빈 집을 나와 술병을 손에 쥔 채 술에 취해 화원으로 향한다.
너무, 아름다운 예외
김태하는 본사로 입사한 후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박세진을 지켜본다. 그리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어 점심 약속을 제안한다. 박세진은 줄곧 지켜봤던 김태하에게 선험적이다 싶은 친숙함을 느끼고 설레이는 기분으로 선뜻 약속 장소에 나간다. 그리고 고2때 윤간당한 기억과 그러한 과거를 알고 자신을 떠났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김태하는 박세진과 함께 10년 전 박세진을 윤간한 뒤 휴학하고 머물렀던 안성의 청룡사로 향한다. 김태하는 친구의 이야기라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박세진의 사연을 모른 척하며, 박세진은 그러한 사연을 듣고도 의연한 김태하에게 점점 빠져든다. 안성에서 돌아온 후 김태하는 박세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박세진은 우연히 동생 미진의 작업실을 정리하다 10년 전 미진의 일기에서 김태하의 이름을 발견한다.
딸꾹질
인자는 네 번째 유산을 하고 친정에 내려와 지낸다. 갈치를 다듬으며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전남편에게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도 멈추지 않았던 딸꾹질에 다시 붙들린다. 인자의 딸꾹질은 사나흘씩 가기도 하고 이번엔 아이를 유산하고 난 뒤에야 멈추었다. 또 시작된 딸꾹질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인자는 자꾸 집 전화기의 코드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히 여긴다. 상촌댁은 그런 인자의 빈번한 유산이 몹시 심란스러운 가운데 두어 달 전부터 전화를 걸어와 엄마의 행방을 묻는 손녀 지혜의 전화를 인자가 알게 될까 봐 노심초사한다. 어느 날 상모정으로 나간 상촌댁은 전화 코드를 빼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다 골목 어귀에서 지혜를 맞닥뜨린다. 그 사이 인자는 지혜의 전화를 받고 슬리퍼를 신은 채 터미널로 내달린다. 광주로 가는 버스가 몇 대씩 지나갔지만 올라타지 못하고 대합실에 앉아만 있던 인자는 고교 동창 정희가 사 신겨 준 새 신을 내려다보다 어느새 자신의 딸꾹질이 멈추어 있는 것을 깨닫는다.
기본정보
ISBN | 9788974563417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06월 05일 |
쪽수 | 323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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