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와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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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심재관은 동국대학교에서 고대 인도의 의례와 신화에 대한 연구로 석·박사를 마쳤으며, 산스크리트어와 고대 인도의 뿌라나 문헌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필사본과 금석문 연구를 포함해 인도 건축과 미술에도 관심을 확장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오스트리아, 파키스탄의 대학과 국제 필사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 뿌네의 반다르카 동양학연구소 회원이기도 하다. 저서 및 역서로는 《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 《세계의 창조 신화》, 《세계의 영웅 신화》, 《힌두 사원》, 《인도 사본학 개론》 등이 있다. 〈인도의 전투신 스칸다의 탄생 신화〉를 비롯한 인도 신화학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금강대학교 HK 연구교수, 상지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동국대학교와 상지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자(글) 최종덕
저자 최종덕은 대학 시절, 물리학과 수학 그리고 생물학을 공부하다가 나중에 철학으로 공부 방향을 틀었다. 불교를 접한 인연이 그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독일에서 과학철학으로 학위를 마치고 상지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생물 철학》,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이분법을 넘어서》, 《환경 철학》, 《시앵티아》 등 많은 책을 냈다. 근래에는 생물학과 의학에 관련한 인식론을 공부하고 있다. 홈페이지 〈철학의 눈〉 http://eyeofphilosophy.net에서 최종덕의 학술자료를 모두 볼 수 있다.
목차
- 들어가는 말 -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주제] 자아 | 자아는 없다
[두 번째 주제] 윤회| 윤회는 연기와 다르다
[세 번째 주제] 감정| 욕망과 감정은 나의 것
[네 번째 주제] 미학| 감성과 기억이 예술을 낳았다
[다섯 번째 주제] 방편| 방편을 버린다
[여섯 번째 주제] 진화| 무시무종이라 시작도 끝도 없다
[일곱 번째 주제] 문화| 동서양이 만나다
[여덟 번째 주제] 종교| 무엇이 종교인가
[아홉 번째 주제] 집단| 종교는 집단이다
[열 번째 주제] 믿음| 믿음을 버리고 앎을 향한다
[열한 번째 주제] 고독| 외로움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열두 번째 주제] 원형| 변용이 있어서 생존한다
찾아보기
책 속으로
최종덕 대체로 종교에 접근하는 계기는 실패, 실망, 패배, 좌절, 허망함에 나 혼자서 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죠. 저 역시도 오래전 젊었을 때 그랬으니까요. 난국 상황에서 비로소 나를 찾아 헤매게 됩니다. 그전에는 내가 누구인지를 질문하는 경우가 별로 없죠. 결국, 종교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나를 찾는다는 명분에 있겠죠. 실제로는 나를 찾는 것보단 마음의 위안을 삼기 위한 것이겠지만요. 불교도 그런 명분을 채워 주는 것 아니겠어요?
심재관 많은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을 통해 불교에 접근한다고 하죠. 아마 다른 종교인들도 처음 종교에 입문하기 전에 그랬다고 봅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다른 종교와 달리 처음부터 ‘진정한 나’ 또는 ‘고정된 내가 없다’고 이야기하죠. 자꾸 내가 누구인지를 물으면 서양의 형이상학에서 말하는 자아론에 빠지고 말거든요. 본질적이거나 고정된 자아의 존재 자체가 없다는 것이 불교의 기본을 벗어난다는 말이죠.
최종덕 그런데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한국의 스님들도 ‘참 자아’를 찾기 위해서 자신이 출가했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남들에게도 진정한 참 자아를 찾으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뭔가요?
심재관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그런 말을 절집 안에서만 쓰는 상투어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건 역설이에요. 불교의 핵심 사상이 무아無我인데, 거꾸로 절에 가면 스님들은 참 자아를 찾으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러니까 마치 불교는 거짓된 자아를 버리고 참된 자아를 찾으라는 가르침으로 들리는 거죠. 그런데 이건 다른 모든 종교가 하는 얘기고, 불교만의 고유한 철학은 아닌 거죠. 한국 스님들은 불교적인 교리에 따라서 무엇인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거의 없어요. 스리랑카나 티베트 승려들은, 동아시아의 승려들과 다르게, 참 자아를 찾으라든가 하는 그런 말을 거의 하지 않아요.
[첫 번째 주제] 자아_자아는 없다 p.17-18
최종덕 어떤 진화론이든 최초의 한 조상으로부터 진화가 시작한다는 공통 조상 이론을 갖는데, 이는 생명종 혹은 생명 개체의 상호 연결성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가족끼리는 서로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즉 모든 생명은 신진대사와 자손 번식을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가족인 셈이죠. 생명종이나 생명 개체나 고립된 존재는 불가능하죠. 진화의 기제가 지금까지는 경쟁의 관계로만 간주해 왔는데 공존의 진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진화나 발생의 사유 구조 외에 생명의 연결성을 찾는 길은 많습니다.
심재관 그런 점에서 불교와 연관이 있네요. 불교는 연기적인 관계에 있으니까요.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기적이라고 하죠. 연기적이라는 뜻은 모든 사물과 사태는 고립된 존재일 수 없으며 지속적인 인과 관계로 묶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기론은 불교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상인데, 선생님이 얘기하신 진화론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여요.
[여섯 번째 주제] 진화_무시무종이라 시작도 끝도 없다 p.152
출판사 서평
생물철학자와 인도철학자의 불교에 관한 대담
12개의 삶에 관한 키워드로
불교와 진화생물학을 통섭하다!
종교와 과학, 좁게는 불교와 진화생물학 사이에서 대화가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의 상징적인 제목에서 단번에 그 뜻을 알 수 있듯이, 원숭이는 생물학을, 승려는 종교 또는 불교를 상징한다. 언뜻 보기에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생물철학자와 인도철학자는 왜 굳이 '불교'라는 주제에 대한 대담을 시작하게 됐을까? 10여 년 전에 인연이 닿은 두 저자는,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했음에도 서로 간의 철학적 고민이 비슷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다. 그것은 과학과 종교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삶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중에서도 불교라는 종교 이상의 학문이 과학이라는 학문과 어떠한 유사성을 보이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과학에서 신화에 이르기까지, 형이상학에서 현실 사회의 모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경험들이 결국 이 책을 만들게 된 동기가 된 셈이다. 궁극적으로는 삶과 사회 그리고 철학과 종교와 같은 추상적인 주제들이 불교라는 현실 종교 안에서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 두 저자의 초발심이었다.
초월적 존재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강요하는 타종교와는 다르게, 불교는 무아(無我)에 이르는 깨달음을 가장 이상적인 목표이자 최우선의 과제로 상정한다. 이 두 저자 역시 신앙보다는 지적 차원에 방점을 두고 불교를 논한다. 쉽게 말하면 바깥에서 본 불교다. 다양한 관점에서 불교를 그리고 그와 관계된 역사적 사실들, 과학과의 접점 등을 파악하기 때문에 두 학자의 첨예한 대담은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유쾌하다. 이들의 대담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아에서 원형으로 이어지는 12개의 소재 하나하나가 저자 자신의 고민에서 나온 문제라는 점이다. 익숙하지만 어려운 불교 개념을 삶의 테두리 안에서 녹여내며 삶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논하기 때문에 독자들과의 거리는 더욱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불교를 현실의 언어로 풀어냈기 때문에 호흡이 짧고 속도감이 있다. 경전을 읽기에는 부담스럽고, 불교를 지식으로 쉽게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대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불교를 쉽게 풀어내다!
12개의 주제로 엮은 불교와 과학
이 책은 ‘자아, 윤회, 감정, 미학, 방편, 진화, 문화, 종교, 집단, 믿음, 고독, 원형’ 이렇게 모두 12개의 키워드로 구성됐다.
자아, 윤회는 불교에서 다루는 주개념이지만, 자아의 경우 인간 존재에 관한 질문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이 책의 시작에서 먼저 다룰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적 불교 사상에서 다루는 자아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그리고 그것이 초기의 불교 사상, 불교에서 다루는 본질적인 개념과 어떻게 다루는지 차근차근 분석한다. 그리고 철학에서 다루는 형이상학적인 존재론과 또 어떻게 다른지 언급한다. 이어 감정과 미학, 진화, 문화, 집단, 고독 등은 인간의 삶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불교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생물학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비교한다. 삶을 구성하는 이러한 요소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일상적이어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폭넓게 사유하도록 문제제기한다. 마지막으로 방편, 믿음, 원형 등 종교 일반에서 드러나는 요소들을 다루며 타종교와 불교의 유사성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불교를 일반적인 종교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게끔 한다. 각각의 개념들은 내용상 흐름에 맞게 재구성했으며, 두 학자의 대담을 통해 불교를 종교 바깥의 차원에서 거리를 두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불교가 대중들이 이해하기 수월한 종교는 아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짧고 쉽게 보여주는 단일한 경전도 없고, 있다고 해도 그 언어의 깊이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일차적으로 불교 경전의 내용은 거의 다 전문적 수행자들을 위한 내용들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불교적 사상을 이해하는 폭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때문에 불교의 기원부터 파생까지 역사적 사실들에 근거해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불교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특징이 돋보인다. 더불어 불교와 얽힌 고대 인도의 역사부터 문화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유익함이다.
종교 이상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불교
붓다 당시는 확연한 계급 사회였기 때문에 불경에는 당시 계급 사회를 비판하는 대목이 많다. 사회적 갈등, 현실적 불만을 기만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계기가 불교 탄생의 사회적 의미가 된다. 붓다의 깨달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깨달음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의 심오한 체험과 통찰이 그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를 낳게 된 것이다. 붓다가 간파한 것은 이 세계 저 너머에 다른 절대적이고 영원한 존재는 없다는 사실인데, 결론적으로 이러한 통찰은 당시 지배하던 권력의 당위성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 위에 서 있던 힌두교의 사회 질서까지 위협한 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 추상적 본질보다는 보이는 그대로의 사물, 보이는 그대로의 사회,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들, 구체적인 실상을 보려는 희망에서부터 불교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불교를 현실 종교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 모습이 바로 나이거늘 밖에 드러난 나를 제쳐놓고 안에서만 자아를 찾으려 한들 무엇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 자아는 추상적이고 만들어 낸 자아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런 자아 혹은 참 자아를 찾는 것이 불교의 본질이라고 오해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참 자아’를 찾기 위해 불교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절집에서만 쓰는 상투어구라고 볼 수 있다. 벗긴 껍질 안에 참 자아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모습이 바로 자아라고 할 수 있다. 감각의 다발들이 바로 자아라는 셈이다. 다른 종교가 연역적 이론 체계라면, 불교는 귀납적 행동 체계라고 볼 수도 있다. 권위적인 절대 교리에 따라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연역적 체계와 달리, 현실속의 사소한 문제들에 일일이 접근하면서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귀납적 행동 체계다. 보편적인 원칙은 있되, 권위적인 규범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불교는 종교가 보편적으로 제시하는 윤리적 당위성이나 심리적 위안 등을 목적으로 강요하는 신앙의 차원을 넘어선, 철학적 사유를 제공하는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
불교와 신경생리학 지향점의 유사성
감정이 좋든 나쁘든 지나치면 번뇌의 단초가 되기에 그러한 감정의 문제를 잘 파악하는 것이 불교의 핵심이라고 본다. 놀랍게도 신경생리학에서 말하는 감정에 대한 기조도 이와 같다. 생리학에서는 감정의 복합체를 마음이라 일컬을 수 있는데, 몸의 피부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외부에서 자극받은 느낌을 걸러내지 않고 쌓아 놓게 되면 결국 감정이 상한다고 말한다. 이 느낌을 걸러내는 장치가 바로 감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감성은 감수성과는 다른 의미다. 일례로 요즘 아이들에게 감성 훈련이라고 시키는 예술 교육은 감성 연습 중 적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감성 교육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스스로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감정 처리 훈련인데, 현대인들에게는 이 연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감성으로 조절되지 못한 감각들이 아무 여과 없이 수용되어 일희일비하게 된다. 그렇게 축적된 감정들은 행동을 과잉으로 유도하거나 폐쇄하게끔 한다. 슬픈 감정이나 기쁜 감정이나 감성의 피부를 거치지 않고 들어온 미조절의 감정들은 결국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불교에서도 감정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감정과 욕망은 피할 수 없다고 보지만 최대한 조절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고 상호 간 욕망을 조정하는 공리주의적 입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불교는 그러한 보편주의 윤리학과는 거리가 멀다. 고통을 없애는 도구화된 방법을 적극 제안할 뿐이다. 고통을 낳는 직접적인 인과 작용의 원인을 깨닫고 욕망을 통제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자는 것이다. 즉, 감정의 진동이 요동치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불교의 감정론이다. 이는 생리학에서 말하는 감정의 조절과도 매우 흡사하다.
불교와 진화론 간 사유 구조의 유사성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균, 즉 박테리아의 수는 그것의 5배 정도가 된다. 이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 내 모습이다. 가령 내 몸에 있는 박테리아가 나쁘다고 해서 이 박테리아를 모두 없애려 한다면 결국 나라는 존재 자체도 죽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현존하는 모든 생명종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 진화의 소산물이라고 진화생물학에서는 말한다. 그래서 어느 생명종이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생명종은 동등하기에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없다는 뜻을 포함한다. 진화론이 시사하는 이러한 평등성과 공존 관계는 불교의 연기론과도 유사하다. 특히 ‘나’라는 존재가 다른 생명들과 얽혀 존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적인 메시지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한 생명의 존재론적 조건은 모든 다른 생명에 의해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불교의 연기론에서 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진화론을 크게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정향 진화’다. 원시 세포가 발전해서 균류가 되고 그것이 더 발전해서 파충류가 되고 조류가 되고 포유류가 되고 그리고 원숭이로 발전해 침팬지가 되고 마지막으로 사람이라는 일방향성 발전을 말한다. 이것은 큰 오류라고 진화학에서는 말한다. 진화론은 서로 갈라지면서 다양한 생명종이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고 이렇게 갈라진 종 중 하나가 호모사피엔스라는 것이다. 서구 인종학자들이 흑인을 고대 원시인의 흔적으로 간주한 것 역시 인종학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의도된 왜곡인 셈이다. 진화는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발전적 시간관이 아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불교와 생태학적 앎과의 유사성
앎은 불교의 특징이다. 물론 일반 불교 신자들에게 신심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앎은 지식과 추상적인 진리의 세계를 인식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흐름이나 내 생각 밑에 깔린 인과론의 고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앎을 말한다. 그러한 현상적인 문제를 직시한다는 점에서 진화론에서 말하는 생태학적 앎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스틸 사진의 한 장면이 아니다. 한 장의 사진이 전체에 걸쳐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를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이것은 생태학적 관계성과도 같다. 다른 공간에 펼쳐져 있는 다른 사물, 사람, 사건까지의 관계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생태계 안에 있는 모든 개체는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모종의 상관성을 지닌다. 서로에게 무관하지만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그런 불특정적인 공진화의 공존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공존 방식을 생물철학자 최종덕은 ‘차가운 공존’이라고 말한다. 그런 차가운 공존이 결국 불교적 의미의 공동체성이라고. 그것이 불교를 ‘차가운 종교’로 부르는 이유이자, 타종교와는 다른 특징적인 점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불교와 과학 간의 접점을 통해 불교의 현재성을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폭넓게 사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2977520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3월 01일 |
쪽수 | 392쪽 |
크기 |
135 * 210
* 30
mm
/ 444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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