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초/중/고 추천도서 > 아침독서 중고등 추천도서 > 2013년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2년 3월 3주 선정
- 황금연필상을 비롯한 네덜란드 3대 청소년 문학상 수상
이 책의 총서 (40)
작가정보
저자(글) 페터 반 게스텔
저자 페터 반 게스텔 Peter van Gestel은 193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연극학교를 졸업하고 배우로 일하다가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대본을 쓰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79년 첫 청소년소설 『책가방 아래 숨기』를 펴낸 뒤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문학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이 책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로 황금연필상을 비롯한 네덜란드 3대 청소년 문학상을 석권했고, 2006년에는 3년에 한 번 수상자를 뽑는 네덜란드 최고 권위의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테오 티센 상을 받았다. 페터 반 게스텔은 이 책이 자전소설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완전히 내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는 토마스와 나이가 비슷하지만 전쟁으로 어머니를 잃지는 않았다. 다만 내 어린 시절이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더도 덜도 아닙니다. 요스 아줌마나 베트도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많은 인물처럼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주인공 토마스와 나는 어떤 면에서는 쌍둥이입니다.”
역자 이유림은 경희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을,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책과 영화를 번역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질문의 책-마틸다의 숨은 행복 찾기』, 『바람 저편 행복한 섬』, 『사슬옷 베티』, 『어느 날 빔보가』 등이 있다.
목차
- 구름도 비도 없는 여름
내 이야기
새로 온 아이
배고픔을 달래 수 있다
남자애 둘이서만
가엾은 작은 개
고자질쟁이 리셔 오버르바터르
츠반이 사는 저택
독일로 가는 아빠
「소니 보이」스무번 듣기
암스테르다므이 어느 월요일
피 이모한테 찾아온 손님
미안하다고 하지 마요
꼬부랑 골목
한밤중의 모험
여자애의 방
고양이가 집에서 나가면
저기 울타리 위의 셋
테벤터르로 가는 기타
얼음이 녹을 때
아펠도른
구름도 비도 없던 여름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어느 날 피 이모가 나를 데리러 왔다.
“얘, 너 발 좀 씻어야겠다. 일주일만 우리 집에 가 있자꾸나.”
“아빠는요?”
“아빠는 우리가 잘 돌봐 줄 테니 넌 걱정하지 마.”
이모는 나 같은 남자애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심지어 나는 길에서 이모 손을 잡아야 했다. 정말이다. 내 꼴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보름이나 이모네 집에 있었다. 그런 다음 이모가 레인반 운하 근처에 있는 우리 집에 다시 데려다 주었다. 아빠는 그동안 수염을 깎았다. 다행히 아빠가 나를 잊어버리지 않아서 기뻤다.
엄마를 묻었을 땐 아직 방학이었다. 아빠가 신문에 부고를 싣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선 아무것도 몰랐다. 나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누가 복도에서 밀치거나 등판에 사탕 껍질이라도 붙이고 가면 소리쳤다.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야!”
- 본문 18쪽
다시 호허 슬라이스 가까이 왔을 때, 어떤 남자가 난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남자는 가로등 기둥을 꼭 붙잡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남자가 너무 어색하게 움직여서 누군지 당장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안녕, 아빠.” (……)
“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
아빠가 환성을 내질렀다.
“나, 일자리가 생겼어. 독일에 갈 거야. 토마스.”
울음이 터졌다. 내가 운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오늘 뺨을 맞아서도 아니고 리셔 오버르바터르가 소리를 빽빽 질러서도 아니었다. 아니, 달리 할 일이 떠오르지 않아서 난 울었다.
- 본문 58~59쪽
“너희 엄마 이야기를 해 줘.”
“내가 미쳤냐?”
“어땠어? 너희 엄마가 아직 살아 있을 때……그 얘긴 하고 싶지 않아?”
“우리 엄마가 아직 살아 있을 때, 엄마는 하루 종일 내 등짝만 후려쳤어.” (……)
“계속 얘기해 봐. 그럼 나도 잠이 잘 올 거야.”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많아. 하지만 엄마가 아팠을 때 기억은 다 나. 크리스마스 때…… 지난해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지지난해 크리스마스. 의사가 와서 보고 엄마가 독감에 걸렸으니 땀을 많이 흘려야 한다고 했어……. 그런데 의사가 돌아가자 엄마는 너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 댔어. 너 정말 이런 것까지 알고 싶니?”
“아니, 하지만 네가 말하고 싶다면 말을 해야 돼.”
한동안 우리 둘 다 말을 하지 않았다.
츠반이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 본문 179~180쪽
“엄마랑 싸운 걸 후회하니?”
“누군들 안 그러겠어?”
“엄마가 죽었을 때, 봤니?”
“잠깐. 아무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는데 아빠가 눈치를 챘어. 그리고 얼른 병실에서 데리고 나갔어.”
“너희 아빠는 너희 엄마를 생각하니?”
“아빠 마음속을 내가 알 게 뭐야.”
베트가 다시 웃더니 일어나서 내 앞에 선다.
내가 말한다.
“아마 츠반은 너한테 긴 편지를 쓸 엄두를 못 낼 거야.”
베트가 안경을 벗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말한다.
“넌 눈이 참 예뻐.”
베트가 다시 안경을 쓰고는 말한다.
“내가 미국에 가면 널 데려갈게.”
나는 씩 웃고 만다. 햇빛이 쏟아지는 공원에서 한 약속은 그냥 잊어버리는 게 낫다.
- 본문 393~394쪽
출판사 서평
네덜란드 3대 청소년 문학상 동시 수상
“희망에 대한 위대한 소설.”
“어른이 되는 법에 관한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책.”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와 츠반의 이야기, 나와 베트의 이야기,
그리고 그 길었던 겨울 이야기를.”
“페터 반 게스텔은 말할 수 없는 것,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기술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구사한다.” _미리암 프레슬러(소설가 겸 번역가, 『씁쓸한 초콜릿』)
전쟁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194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아이의 우정과 사랑, 만남과 이별 이야기. 2차 대전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아이들 마음속에 새겨진 상처에 눈을 돌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아이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 토마스는 전쟁이 끝나고 몇 달 뒤 크리스마스에 엄마를 티푸스로 잃었고, 유대인인 츠반은 엄마와 아빠 모두를, 츠반의 사촌누나 베트는 유대인이자 공산주의자인 아빠를 홀로코스트로 잃었다. 세 아이는 가슴 깊이 응어리진 아픔을 서로에게 털어놓으면서 친구가 되고 사랑에 눈떠 간다.
“어쩌면 겨울이 영원히 계속될지도 몰라.”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매서운 추위는 아이들 마음속 풍경 그 자체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한 채, 마음속의 얼음장, 세상의 얼음장이 녹아내리기를 함께 기다린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봄이 찾아온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출간되어 황금연필상을 비롯한 네덜란드 3대 청소년 문학상을 석권한 작품으로 “희망에 대한 위대한 소설”, “어른이 되는 법에 관한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의 작가 미리암 프레슬러의 번역으로 독일에 소개되어 2009년 독일 아동·청소년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쟁과 상실의 아픔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슴 시리면서도 결코 암울하지는 않게 펼쳐진다.
작품 특징
■ 상실의 고통,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희망을 끌어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을 잃는 것, 특히 유년기에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도 있는 수많은 상실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운 축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토마스와 츠반, 베트는 바로 그런 고통을 겪은 뒤에도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 간다. 세 아이는 고통에 짓눌린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대놓고 아프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비록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때론 활기차고 때론 명랑하기까지 한 걸음으로 제 앞에 펼쳐진 길을 그저 담담하게 걸어간다.
반면, 어른들은 기억에 옭매인 채 허우적대기 바쁘다. 그들은 아이들을 보듬어 주기는커녕 제 상처조차 가누지 못해서 휘청거린다. 예컨대 토마스의 아빠는 어린 아들이 보기에도 안쓰럽고 무기력하며 현실 감각이라곤 없는 존재이고, 베트의 엄마 역시 딸의 뒤치다꺼리를 받으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는, 그러다 결국 신경증이 도져서 요양을 떠나는 귀부인으로 그려진다.
세 아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상처를 서로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으면서 친구가 되고 사랑에 눈떠 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말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말하는 순간 마침내 치유가 시작된다. 실제로 몹시 추웠다고 전해지는 1947년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에는 세상을 온통 뒤덮은,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은 얼음에 대한 묘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람들 마음속까지 뒤덮은 얼음이 마침내 녹아내리는 결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희망’에 건네는 따뜻한 격려처럼 다가온다. 너무 많은 상실, 너무 많은 이별, 너무 많은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오늘, 연약하면서도 힘 있는 이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책
고통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침묵일 것이다. 저자 페터 반 게스텔이 이 작품에서 선택한 전략이 바로 침묵이다. 그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출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큰 감정의 파고를 만든다. 또한 슬픔에 짓눌리지 않은 채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희망에 대한 조바심 없이 희망에 손을 내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정적 속에 잠잠히 가라앉아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결코 우울하거나 처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활기차고 명랑하다. 사춘기를 맞은 열두 살 사내아이답게 짐짓 걸걸한 척하는 토마스의 눈과 입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터라, 구절구절마다 풋풋하고 정제되지 않은 힘이 팔딱거린다. 아이들이 둘이나 셋이서, 혹은 어른까지 여럿이서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대화는 너무나 천진할뿐더러 그들의 처지에 어울리지 않게 구김살도 거의 없다. 언뜻 보기엔 의아하지만 어쩌면 그 모습이 차라리 현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고난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웃고 떠들고 친구를 만나고 어느 날엔 사랑에 눈을 뜨는 법이므로.
페터 반 게스텔이 선택한 침묵은 독일어판 번역자 미리암 프레슬러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서 표현하자면 “말할 수 없는 것,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한 침묵이다. 아이들은 참새처럼 쉼 없이 재잘거리고 이리저리 어울려 다니기 바쁘다. 그들이 겪는 고통은 격렬한 말이나 몸짓으로 대놓고 표출되는 법 없이, 그저 어쩌다가 문득 흘린 대수롭잖은 한두 마디로, 아무런 의도 없이 무심코 지은 표정이나 몸짓으로,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갑자기 흘린 눈물로 표출된다.
이러한 서술 특징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장과 은근한 유머 감각과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한다. 감정을 너무나 무분별하게, 그것도 날것으로 노출하는 작품들이 넘쳐나는 지금, 이 작품의 절제된 표현법은 결코 흔치 않은 미덕이라 하겠다.
■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
이 이야기는 안네 프랑크의 다락방이 있던 바로 그곳,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펼쳐진다. 나치의 검거를 피해 지인의 집에 은신한 끝에 살아남은 츠반은 그때 그곳에 실존했던 유대인들―츠반처럼 살아남았거나 안네 프랑크처럼 희생되고 만 수많은 이들을 가만히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이문학이나 청소년문학에서도 전쟁은 낯설지 않은 소재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 보아 온 대부분의 작품과는 달리 아이들의 일상과 심리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소리를 높여서 전쟁의 잔혹함을 폭로하지는 않지만, 세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되고, 쓰라린 상처에는 새살이 돋고, 삶은 계속되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지막이 일깨운다, 먼저 떠난 이들을 마음 깊이 애도하면서.
내용 요약
열두 살 토마스는 아빠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전쟁이 끝난 바로 그해 크리스마스에 티푸스로 죽었다. 작가인 아빠는 원래도 몽상가 기질이 다분했지만, 엄마가 죽은 뒤로는 현실 감각이 더 떨어져서 토마스를 챙길 상황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웃에 사는 피 이모가 간간이 들러 토마스를 챙겨 주곤 한다.
늘 생각이 많은 토마스에게 학교는 성가신 장난을 거는 악동들이 득시글거리고 잔소리꾼 선생이 버티고 있는 재미없는 곳일 뿐이다. 게다가 토마스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리셔는 아무리 관심을 끌려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2월 어느 일요일, 토마스는 이모네 집에 다녀오다가 작년 가을에 전학 온 피에트 츠반을 우연히 만난다. 부유한 유대인 가정 출신인 츠반은 아빠 친구네 다락방에 숨어서 나치 점령기를 넘겼다. 수용소에 끌려 간 엄마 아빠는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지금은 숙모인 요스 아줌마네 집에서 산다. 비슷한 상처를 지닌 토마스와 츠반은 민족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만 조금씩 가까워진다. 어느 날 츠반과 놀다가 요스 아줌마네 집까지 따라간 토마스는 요스 아줌마의 딸이자 츠반의 사촌누나인 베트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날 요스 아줌마에게 처음으로 엄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날 독일에 일자리를 얻은 아빠는 토마스를 피 이모네 집에 맡기고 떠난다. 토마스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거리를 헤매다가 츠반을 찾아간다. 집에 혼자 있던 츠반은 아빠의 유품인 축음기를 꺼내 「소니 보이」란 노래를 들려준다. 이 축음기와 음반은 미국에 사는 아론 삼촌이 1930년대 중반 네덜란드에 왔을 때 아빠에게 선사한 것이고 츠반의 아빠가 츠반을 소니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두 아이는 이렇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간다.
피 이모가 다리를 다친 사실을 알게 된 요스 아줌마가 토마스를 몇 주 동안 맡기로 하면서 아이들의 우정과 첫사랑에 날개가 돋는다. 자신의 감정을 가리는 데 익숙했던 세 아이는 마침내 침묵의 얼음장을 깨고 자신들이 경험한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금기를 깨고 발화함으로써 기나긴 치유의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토마스는 작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던 츠반과 베트를 통해 다른 이의 아픔에도 눈을 뜨고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온다. 요스 아줌마가 잠시 친척집에 다니러 갔을 때,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세 아이는 잠시나마 상실의 경험을 잊고 다시 아이가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강이 마침내 녹기 시작할 무렵 요스 아줌마의 신경증이 심해지면서, 세 아이는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게 된다. 결국 츠반과 베트는 츠반이 나치 점령기에 숨어 살던 츠반 아버지의 친구 집이 있는 데벤터르로 떠나고 토마스는 피 이모네 집으로 되돌아간다. 토마스는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으리라는 예감 때문인지 며칠 호되게 앓아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따라 이번엔 아펠도른으로 떠난다.
한여름이 되어서야 암스테르담에 돌아온 토마스는 츠반이 보낸 편지를 받고서야 츠반이 삼촌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론사 서평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책.” _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희망에 대한 위대한 소설.” _쾰르너 슈타트안차이거
“놀라운 우정, 부드러우면서도 씁쓸한 사랑 이야기.” _도이칠란트 풍크
“아름다운 책.” _디 차이트
“단 한 부분도 슬픔에 짓눌리지 않는다.” _벨트 암 존탁
“어른이 되는 법에 관한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 _드 폭스크란트
“걸작이다.” _ NRC 한델스블라트
기본정보
ISBN | 9788971994740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3월 05일 | ||
쪽수 | 399쪽 | ||
크기 |
142 * 210
* 30
mm
/ 46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꿈꾸는 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Winterijs/Gestel, Peter v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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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쟁이 끝난 후 살아남은 자들의 고난과 비애를 그리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당시 상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 독자에게 당시 사람들의 고통과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아주 잘 전달해주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1947년의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침공으로 피해를 본 나라 중 하나다. 한국으로 치면 일본의 침공을 받은 것과 같은데 네덜란드는 그때 입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21C인 지금까지도 독일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 감정은 축구 국가대항전 때 잘 나타나는데 한일전과 흡사한 광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독일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1947년만 해도 네덜란드 국민들의 감정과 고통은 현재의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우리로 치면 해방 직후가 되겠는데 그때만 해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전후 처리는 확실히 하고 있었지만 감정 표출과 대응은 잘 못했던 것 같다. 나치군으로부터 가족과 재산을 잃었으니 응당 독일인들에게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전쟁 후라 모든 물자가 부족해 당장 먹고 살기 바빴고 정신적으론 아직 전쟁의 참상이 덜 잊혀진 상태라 그럴 틈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하고 정신적으로도 온전해야 과거 일을 논리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따지고 들 텐데 아직 그럴 준비가 덜 되어서인지 1947년도를 산 네덜란드인들은 독일에 대한 감정 분풀이보단 당장 먹고 사는데 더 힘을 쏟은 것 같다. 이런 점을 저자는 되도록 사실 그대로 묘사해 21C를 사는 독자들에게 당시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은 총 22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작가를 소심하고 무능한 예술가로 취급한 당시 분위기를 보여준 점’이다. 토마스의 담임선생님인 콜레뱅은 주인공인 토마스가 수업시간에 딴 짓을 했다는 이유로 토마스의 뺨을 때린다. 이에 대해 토마스는 자신의 아빠가 선생님은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체벌에 대해 항의한다. 그러자 콜레뱅 선생은 토마스 아버지가 군대는 다녀왔냐고 묻고는 토마스가 물론 안 다녀왔다고 하자 바로 다른 쪽 뺨을 또 때린다. 그리고는 두 번째 뺨을 때린 것은 ‘물론’이란 단어를 써서 그랬다는 변명을 한다.
콜레뱅 선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이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쟁 당시 군인이 아니었던 사람들을 무척이나 깔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전쟁이 벌어졌으면 마땅히 조국을 위해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데 예술가라 불리는 작자들은 직접 전장에 나서지 않고 그저 펜만 들고 뒤에 숨어 있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소심한 존재로 치부한 것이다. 콜레뱅 선생은 토마스의 아버지가 작가라는 사실을 사전에 잘 알았다. 대체로 작가들은 소심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콜레뱅 선생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놓고 추정해보면 콜레뱅이 토마스의 두 번째 뺨을 때리며 한 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콜레뱅이 토마스에게 두 번째 뺨을 때린 건 토마스가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기 보단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자가 선생의 도리에 대해 왈가왈부를 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콜레뱅 선생과 같은 생각을 가진 자들이 비단 군복무를 마친 이들만의 생각이었을까? 그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전쟁 참전자를 대변하는 인물인 콜레뱅 선생 이외에 다른 일반인들의 대화를 통해서도 예술가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자 토마스의 친구인 츠반이 한 말은 당시 사람들이 작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토마스와 츠반은 극장 앞에 있던 영국의 어떤 왕에 대한 포스터를 보고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중 츠반의 주장에 대해 토마스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어본다고 하자 츠반은 “너희 아빠야 소심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예술가잖아, 안 그래?”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버린다. 생각이 제법 깊은 츠반이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는 토마스의 아버지를 두고 소심한 사람이라 단정지어버린 것이다. 과연 12살짜리가 세상을 온전히 파악해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이건 어른들의 생각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옮겨져 아이들까지 예술가를 소심한 인간으로 여기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작가인 저자는 당시 이와 같은 세태에 대해 전혀 과잉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당시 그 사회를 살았던 작가들이 어떻게 비춰졌고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 사실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대개 예술가로 불린 사람들은 세계대전에 벌어졌을 때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숨죽여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전시 전엔 펜으로 세상을 비판하고 악을 규탄하던 예술가들이 막상 전쟁이 터지자 밖으로 나와 싸우는 대신 비겁하게 뒤에 숨어버린 것을 보고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들에게 실망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선생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 심지어 12살짜리 아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술가로 지칭되는 대상을 두고 소심한 작자들로 여기고 한심하게 바라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점을 저자는 등장인물과 상황 그리고 대화를 통해 아주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점이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준 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되도록 1947년 당시 상황을 독자인 우리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것 같지만 평범해 보이지 않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언행으로 당시 정황을 보여주려고 애썼는데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등장시켜 전쟁이 어른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우리들에게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몇몇 특징적인 어른을 등장시켜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토마스의 아버지와 요스 아줌마(베트의 엄마이자 츠반의 숙모)다. 바로 앞에서 난 토마스의 아버진 예술가라는 이유로 소심한 인간으로 치부되어 사람들로부터 안 좋은 시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토마스의 아버진 전쟁 후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까지 더해져 독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토마스의 아버지는 소심한 예술가로 취급받는데다가 사회 부적응자로 이리 저리 떠도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어 이 책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동정의 눈길로 토마스의 아버지를 바라봐선 안 된다. 토마스의 아버진 아무리 전쟁 중에 소심하게 숨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쟁이 끝나고 나선 어떤 일이든 해서 자식인 토마스를 부양해야 했다. 그런 차원에서 토마스의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돈을 벌려고 고향을 떠나 독일에서 일을 하려고도 했고 실제로 몇 개월간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별로 오래 있지 않고 바로 고향인 네덜란드로 돌아와 다시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만약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토마스의 아버지가 사람들로부터 안 좋은 대우를 받고 사회에 부적응하며 살았을까?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토마스의 아버지만 유일하게 이중고를 앓고 있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당시의 예술가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이런 이중고를 감수하며 살았어야 했다는 점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베트의 어머니인 요스 아줌마는 전쟁 중 남편을 잃고 그 충격으로 정신을 좀 놓고 사는 귀부인으로 등장한다.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요스 아줌마는 자신이 딸인 베트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딸로부터 보살핌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행히 요스 아줌마네는 부유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그 덕분에 요스 아줌마는 행동이 어른답진 않지만 토마스의 아버지와 달리 무능력한 인물로는 묘사되고 있지 않다.
사실 요스 아줌마도 토마스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성인이기에 전쟁이 끝난 후엔 정신을 좀 차리고 딸을 돌보며 살아남은 자의 삶을 이어나갈 생각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요스 아줌마는 오로지 전쟁으로 받은 자신의 충격만 생각한 채 정신을 놓아버리는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전쟁 중에 남편을 잃었다면 응당 정신 줄을 놓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요스 아줌마는 혼자가 아니었다. 딸인 베트도 있었고 조카인 츠반도 곁에 있었다. 아무리 전쟁으로 인해 심한 충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는 어른이라면 본인의 입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돌보려고 노력을 했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요스 아줌마 입장에선 남편을 잃었지만 베트는 아버지를 잃었고 츠반은 부모를 다 잃었다. 충격의 정도를 비교할 순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성인인 요스 아줌마가 아닌 아직 12살인 츠반이 더욱 고통 받고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츠반은 오히려 어른다운 면모를 보이며 삶을 살아간다. 풍요롭게만 살아 고생 내지 고통을 모르고 살았던 요스 아줌마는 자신만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사람처럼 행동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른은 마땅히 어른다워야 한다. 아무리 전쟁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아 정신적으로 힘들다 하더라도 다들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데 예술가나 부유한 자들만 정신적 후유증을 운운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저자는 이런 점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아이들이 아이들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점’이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인 토마스와 그의 친구 츠반 그리고 츠반의 사촌 누나 베트는 각각 12살과 14살이다. 하지만 세 아이는 전혀 아이답지 않다. 츠반은 나치군에 의해 양친이 끌려가 돌아오지 않은 상태고 베트는 아버지만 유대인이라 츠반의 부모와 같은 이유로 수용소로 끌려간 후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전쟁이 끝난 후 둘은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자신들의 부모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지만 그들의 부모는 도무지 돌아올 줄 모른다. 이런 모습만 보면 천상 아이들 같다.
하지만 14살인 베트는 물론이고 12살인 츠반조차 어른스러운 생각을 해 과연 이들이 이 나이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초등학생 마인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린애들은 아이 같은 생각을 한다. 아직 지식과 지혜, 경험이 부족한 상태고 어른에 비해 뇌가 덜 발달해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베트와 츠반은 이런 우리들의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해 이미 어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츠반은 깊이 있는 사고와 논리적인 행동으로 초등학생을 초월하고 있고 베트는 어머니와 사촌동생을 돌보며 역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언행을 보이며 나이를 초월하고 있다. 유일하게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 주인공인 토마스인데 그 토마스조차도 이따금씩 어른스러운 말투나 사고, 행동을 보여주어 얘가 정말 초등학생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이 또한 전쟁의 후유증으로 보는 것 같다. 전쟁이 아이들에게 아이다운 감성을 빼앗아가 아이들에게 응당 있고 발휘되어야 할 동심이 전혀 표출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이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베트는 어른이 없는 상태에선 자유롭게 행동하고 어린애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이 있는 곳에선 어김없이 다시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이는 전쟁 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아무리 전쟁이란 무서운 재앙을 겪었어도 성숙함 보단 나이에 맞게 아이처럼 행동하고 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꾸 억제를 해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후유증을 같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전쟁 후를 힘들게 산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전쟁은 끝났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 못하니 아이답게 굴지 말고 어른스럽게 굴어야 한다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어 아이들에게 이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자는 가시적인 것은 물론이고 이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까지도 잘 잡아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했는데 이 또한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작용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쟁은 비단 총칼을 들고 직접 싸운 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전장에서 싸우지 않았어도 전쟁으로 인해 정신적 혹은 육체적 고통을 겪는 이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저자는 전쟁 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전쟁이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어 전쟁의 위험성을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아직 휴전 중이라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우리의 입장에선 이 책이 매우 의미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쟁 후 삶이 어떠한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를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
“젊을 땐 슬픔도 지나가는 새와 같아. 늙으면 슬픔은 네 심장을 꽉 깨물고는 절대 놓아주지 않는 독사가 되지.”
“오늘은 존재하는 것 가운데 가장, 아주, 매우 놀라운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였을 때를 가끔 회상한다. 너무나도 여리고 약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고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여기 나오는 세 명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아프고 힘들지만 어른들보다 때 묻지 않고 순수하기 때문에 그 추운 겨울도 서로 보다듬어 주면서 추위를 극복해 나간다.
여기에 나오는 어른들은 어떻게 보면 주변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아이들 또한 주변의 아이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과 상황이 그리고 이 소설 자체에서는 전쟁의 비극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른과 아이의 입장이 차이가 너무 크게 느끼어진다. 그냥 평범한 어른과 아이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책에서의 묘사는 그 이상으로 그 힘든 상황에서도 그리고 비극적인 상황을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책 뒤에 나와 있는 언론사의 서평 즉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책”이란 문구가 정말로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30대 중반의 나이에 있는데 10대를 생각해 보면 정말 그 때는 해맑고 순수하지 않았나 쉽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가는 거지만 그 때를 다시 한 번 정도 가고 싶은 동심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아픈 상황이라고 해도 잘 모르고 때문에 그리고 때 묻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혹은 그냥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른이 되고 겪게 되면 너무나도 아프고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들을 어떻게 보면 태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이별의 아픔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성장하고 극복해 가는 거야 저자가 책을 읽는 고객들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극한의 시대에 아이들을 통하여 아픔을 잊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과 희망을 안기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아이들을 중심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법을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이제 완연한 성인이지만 아이들을 통하여 어떻게 보면 잊고 지내었던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하여 다시 느끼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
끝끝내 물러갈것 같지않던 동장군이 봄바람의 기운을 결국 이겨내지못하고 물러가면서 미련을 질질 흘리며...
이 책은 네덜란드 3대 청소년 문학상을 동시에 석권을 했을 정도로 뛰어난 문학성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역시 네덜란드라는 ..우리에겐 익숙치않은 나라의 소설이다보니 역시 정서가 달라서 우리완 코드가 맞지않는 유머가 종종 등장하곤하여 이해에 조금 어려운 점은 있었다.이책의 배경은 2차대전이 끝난후인 1947년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히틀러와 나치가 남긴 상처가 채 아물지않고 사람들에게 슬픔과 두려움이 남아있던 상태였던것 같다.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의 입을 통해..그것도 유대인소년과 소녀의 입을 통해 이야기한다.
엄마를 잃고 약간은 비현실적인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면서 늘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소년 토마스...가까이에 이모가 살고있어 항상 잔소리를 하고 걱정을 하지만 별다른 일 없이 살아가는 토마스는 그 해 겨울 반으로 전학온 츠반과 친해진다.항상 말이 없고 모든걸 알고있는 소년...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와도 그 비밀을 나누려하지않고있다.그런 그아이와 친해진 토마스는 그 아이의 저택으로 놀러가게 되고 그 곳에서 베트를 만나게 되면서 늘 같이 붙어다니게 된다.
별다른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속에서 아이들의 입을 통해 가끔식 드러나는 진실들....유대인인 그 아이들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혹은 아빠를 잃고 가족을 잃은것..그 모든것들이 그 아이들에게 웃음을 앗아가고 행복을 앗아갔음을 알수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도 잠들지 못하고 늘 불안에 떨고 있는...살아남은 사람들..모두가 전쟁으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얻고 고통받고 있었던것..세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점차로 상처를 딛고 조금씩 치유해가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전쟁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로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이 그 전쟁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받고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짧은 몇마디의 글귀로도 알수있었다. 웃음을 잃은 아이,절대로 크게 웃는법이 없고 비밀을 얘기하지도 않는 모습에서 그 내면의 상처를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죄의식에 대해서도...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상처를 주는지 아이들의 입을 통해 그 참상을 이야기한다.이런 잔혹한 이야기를 덤덤하고 약간의 웃음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작가...그래서 더욱 그 잔혹함이 피부에 와닿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