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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저자(글)
문학세계사 · 2022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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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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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傘壽를 맞는 노시인의 해학과 성찰
낮은 목소리로 전해져오는 미적 전율
‘내 글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 이어령
자유로운 상상력과 활달한 언어, 인간과 자연을 실물적으로 포착하고 재현하는 오탁번 시인의 시는 이제 나이, 늙음, 죽음, 존재 등의 문제까지도 넘어서는 담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오탁번

오탁번

1943년 충북 제천.
백운초. 원주중 ㆍ 고. 고려대 영문과, 대학원 국문과.
1966년 동아일보(동화), 1967년 중앙일보(시), 1969년 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
1971-2008년 육사 교수부, 수도여사대,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시집 :『아침의 예언』(조광.1973),『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청하, 1985),『생각나지 않는 꿈』(미학사, 1991),『겨울강』(세계사, 1991),『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1999),『벙어리장갑』(문학사상사, 2002),『오탁번시전집』(태학사, 2003),『손님』(황금알, 2006),『우리 동네』(시안, 2010),『시집보내다』(문학수첩, 2014),『알요강』(현대시학, 2019).
◦문학선 ㆍ 시선집 :『순은의 아침』(나남, 1992),『사랑하고 싶은 날』(시월, 2009),『밥냄새』(지만지, 2012),『눈 내리는 마을』(시인생각, 2013).
◦창작집 :『처형의 땅(일지사,1974)』,『내가 만난 여신(물결, 1977)』,『새와 십자가 』(고려원,1978),『절망과 기교』(예성, 1981),『저녁연기』(정음사,1985),
『혼례』(고려원,1987),『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문학사상사, 1988).
『오탁번 소설』전 6권(태학사, 2018) 재출간.
◦산문집 :『 현대시의 이해』(나남, 1998),『오탁번 시화』(나남, 1998),『시인과 개똥참외』(작가정신, 1991),『헛똑똑이의 시 읽기』(고려대 출판부, 2008),『병아리 시인』(다산북스, 2015),『두루마리』(태학사, 2020).
◦수상 :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문학상(1997), 한국시협상(2003), 고산문학상(2010), 김삿갓문학상(2010), 목월문학상(2019), 공초문학상,(2020), 유심문학상 특별상(2020), 은관문화훈장(2010).
⦁한국시인협회 평의원. 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목차

  • 1. 해동갑

    소 두 마리의 울음소리 ______ 12
    삼대 三代 ______ 15
    이름 ______ 18
    보릿고개 ______ 21
    박달재 ______ 23
    벌초 ______ 26
    일기예보 ______ 28
    해동갑 ______ 30
    어리보기 ______ 31
    술적심 ______ 32
    냄비 ______ 33
    풍경 風磬 ______ 34
    네 이놈! ______ 36
    시집이 운다 ______ 37
    어영부영 ______ 38

    2. 해름

    비백 飛白 ______ 42
    구구단 ______ 43
    봉양역 ______ 44
    종종이 ______ 45
    옛 말씀 ______ 46
    버슨분홍 ______ 48
    해름 ______ 49
    옥수수수염 ______ 50
    혼잣말 ______ 53
    얼굴 ______ 54
    동창회______ 55
    독후감 ______ 57
    벼랑 ______59
    살맛 ______ 61
    위리안치 ______ 62
    제비 ______ 63
    니, 해라 ______ 64

    3. 시인의 사랑

    춤사위 ______ 66
    저승길 동무 ______ 68
    별 ‘아! 이어령’ ______ 70
    추억 ______ 72
    절명시 ______ 73
    이수익 ______ 75
    노향림 ______ 77
    윤석산 ______ 79
    나태주 ______ 81
    용고뚜리 ______ 83
    시인의 사랑 ______ 85
    바보 양띠 ______ 88
    오누이 ______ 92
    개꿈, 니콜로 파가니니 ______ 94
    과일 바구니 ______ 96

    4. 휘뚜루

    두루뭉술 ______ 100
    똥딴지 ______ 101
    무기징역 ______ 103
    여류시인 ______ 105
    몹쓸 ______ 107
    용꿈 ______ 108
    감별사 ______ 112
    음식윤리 ______ 114
    팬데믹 ______ 116
    휘뚜루 ______ 118
    나자르 본주 ______ 120
    팽이 ______ 122
    일동 기립! ______ 124
    아잔 ______ 126
    세상일 다 이러루하니 ______ 128
    쇼팽의 심장 ______ 130
    제천 ______ 132
    늘푸른큰키나무 ______ 134
    사람 사는 일 다 이러루하니 ______ 136

    ┃시인의 산문┃언어를 모시다 ______ 137
    ┃해설┃유성호 ㆍ 시간의 필경사가 전해주는
    말과 마음의 고고학______ 153

출판사 서평

“시는 언어를 최고로 받들어 모시는 문학의 장르”

콩을 심으며 논길 가는
노인의 머리 위로
백로 두어 마리
하늘 자락 시치며 날아간다

깐깐오월
모내는 날
일손 놓은 노인의 발걸음
호젓하다

- 「비백飛白」 전문

시집 표제작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쓰기’를 정점의 고백으로 들려준다, ‘비백’은 한자 서체의 하나로서 획마다 흰 자국이 나도록 쓰는 방법을 말한다고 한다. 다리를 절룩이며 느리게 걷는 노인 머리 위로 “백로 두어 마리”가 하늘 자락 시치며 날아갈 때, 시인의 시선에는 “깐깐오월/모내는 날”에 그 광경을 호젓하고 고즈넉하게 바라만 보는 노인의 발걸음이 들어온다. 그것이 가장 ‘시적인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50년 전으로 돌아가/1970년대 나에게 팬레터 쓰고 싶다”(「독후감」)는 시인은 이처럼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창신의 미학을 오늘도 개척해간다. “몹쓸 은유는 죄악”(「몹쓸」)임을 명심하면서 “비백飛白의 절명시絶命詩”(「절명시」)를 써가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 들어앉은 사물들은 화음(和音)으로 서로 어울리면서 가볍게 출렁인다. 그 출렁임은 격렬한 몸짓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물과 사물 사이를 환하게 채우는 밝은 파동으로만 존재한다. 그 잔잔한 풍경에서 시인은 자기 영토를 확보한 사물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고, 그들끼리 소통하게 하며, 나아가 그들이 시인의 경험 속에 어떻게 깃들이게 되었는가를 표현한다. 이때 사물들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개체들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고 촘촘한 연관성을 가지는 유기적 전체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시인이 상상적으로 구성하는 사물의 관계는 합리적 인과율이 아니라 시인의 경험적 시선에 의해 결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시선이 지극한 고요함으로 사유하는 ‘시’와 ‘시인’의 길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시인으로서 오탁번의 존재는 “시는 언어를 최고로 받들어 모시는 문학의 장르”(「시인의 산문 - 언어를 모시다」)라는 선언에서 발원한다.

문학평론가 유성호(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오탁번 시집 『비백』은 천진성의 시학과 비근대 시법에 의해 발원된 것으로서 그야말로 순은(純銀)이 빛나는 아침으로부터 뉘엿하게 기울어가는 해거름까지 지내온 순수 회귀의 미학을 미덥게 펼쳐간 사례로 남을 것이다. 때로 ‘방울 울타리’의 고요함으로, 때로 ‘창 수레’의 역동성으로, 천천히 낡아가거나 사라져가는 것들을 온 정성으로 기록해가는 ‘시간의 필경사’로서, 오탁번 시인은 뒤를 돌아보면서도 앞을 예시하는 역설의 시학을 한없이 지속해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과 마음의 고고학을 하염없이 들려줄 것이다.”라고 이번 시집이 갖는 미학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말한다.

중얼중얼 혼잣말의 시학

오탁번 시인은 섬세한 물리적 파상(波狀)에 자신의 궁극적 귀속처가 있음을 노래함으로써 작고 아름다운 서정적 순간을 포착하고 착상하고 형상화해왔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토로하지 않고 사물 스스로 말하게 하는 세련되고 깊이 있는 감각과 사유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성 그대로를 살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코 사물과 손쉽게 동화하지 않고 사물과 한결같이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속성을 형상적으로 추출하고 배열해간다. 다시 말해 자신의 경험을 직접 노출하려는 욕망을 경계하면서 사물이 가진 본래 속성을 자신의 실존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번 시집은 자신이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삶의 심층을 유추하고 성찰하는 방법을 취하게끔 함으로써 이러한 원리를 적극적으로 실현한 결실이다. 낮은 목소리로 전해져오는 미적 전율이 참으로 미덥고 아름답다. 이제는 ‘시인 오탁번’의 유사에, 속살처럼, 아늑한 거소(居所)처럼, 가닿아 보자.

원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1963년 겨울
청량리역에 내렸다

안암동까지
추운 길을 걸어갔다
그 길이
내 생애의 비알이고 벼랑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른 채

내가 걸어온 길은
기승전결 엉망인 쓰다가 만 소설
낙서 같은 시

눈물이 앞을 가려
(상투적 수사가 이럴 땐 딱!)
더는 얘기 못 하겠다
……
종종이나 찍어야지

- 「종종이」 전문

스물한 살 ‘청년 오탁번’은 1963년 겨울 원주역에서 청량리행 기차를 탔다. 청량리에서 안암동까지 걸었던 그 ‘길’이 “내 생애의 비알이고 벼랑”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고 한다. ‘비알’은 ‘비탈’이니 그 아찔하고 가파른 비유를 새삼 일러 무엇 하겠는가. 적수(赤手)의 한 청년이 그 후로 걸어온 길은 “기승전결 엉망인 쓰다가 만 소설”이나 “낙서 같은 시”로 남았다지만, 그 안에는 실존의 고독과 고통이 눈물처럼 떠오르면서 끝내 ‘종종이’처럼 일견 적막으로 일견 침묵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큰 것을 이야기하는 역리(逆理)의 방식을 두고, 시인은 “눈으로 읽는 시보다/귀로 듣는 나무의 울음소리가/더 시답다”(「시집이 운다」)라고 비유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의 비유적 형상은 다음에서 더욱 확장된다.

수수밭 가에서 팔 휘저으며
새떼 쫓는 할아버지나
보행기 밀고 가다가
느티나무 그늘에 쉬는 할머니는
중얼중얼 혼잣말 잘도 하신다
그 말을 가만히 귀동냥해서 들으면
그게 바로 시다
그러나 문장으로 옮겨 적으려는 순간
는개처럼 흩어져 버린다

마른기침 사이로 쉬는 한숨에는
전 생애의 함성이 있고
캄캄한 우주를 무섭게 가로지르는
살별의 침묵도 있다
중얼중얼 혼잣말이여
아, 알짜 시여

- 「혼잣말」 전문

‘혼잣말’은 누군가에게 할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는 자기 확인의 언어이다. 수수밭 가에서 새떼를 쫓는 할아버지나 보행기 밀고 가다가 쉬는 할머니가 중얼중얼하시는 ‘혼잣말’은 시인의 비유를 통해 “그게 바로 시”로 새삼 등극한다. 그 ‘시’는 문장으로 옮겨 적으면 곧 사라져버리니 그저 혼잣말로 우주를 가득 채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른기침 사이로 쉬는 한숨에도 생애를 가득 채운 함성이 들어 있고 우주를 가로지르는 침묵도 잠겨 있지 않은가. 그 “알짜 시”야말로 그에게 “새싹 올라오는 마늘밭”(「위리안치」)처럼 신생하는 순간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겠는가. 오탁번 시인의 중얼중얼 혼잣말이 우리 문학사에 짙은 밑줄을 긋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능청스러운 언어로 사물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모어母語의 예술가’

그는 풍경의 구체나 기억의 심도(深度)도 놓치지 않지만, 그에 딱 맞는 토박이말을 찾아내느라 정성을 들이는 모어(母語)의 연금술사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비록 표준어가 규율과 소통의 편의를 도모했다 하더라도 그는 살아있는 입말이야말로 그 자체로 우리말의 가능성을 확장해가고 있다는 자각을 의식의 심층에 간직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말라르메가 ‘시인’을 일러 ‘부족 방언(모어)의 예술사’라고 정의했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모름지기 시인이란 모어를 최대한 세련화하여 구성원들에게 깊은 인지적, 정서적 감염을 선사하는 존재라는 함의에 훤칠하게 가닿게 된다. 더없이 풍요롭고 살가운 모어의 집성(集成)이 말하자면 그의 근작들을 수놓고 있는 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이자 원서헌(遠西軒) 문학관 관장인 오탁번 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참 많은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이 없는 그를 일러 우리는 ‘천재’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문단에서는 그를 ‘3종 3관왕’이라고도 칭한다. 대학 재학 중에 동화(66년 동아일보), 시(67년 중앙일보)가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졸업 이듬해에 소설(69년 대한일보)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고 이어령 선생은 ‘내 글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활달한 언어, 인간과 자연을 실물적으로 포착하고 재현하는 오탁번 시인의 시는 이제 나이, 늙음, 죽음, 존재 등의 문제까지도 넘어서는 담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오탁번 시인은 지난 2003년 백운국민학교 애련분교의 부지와 건물을 샀다. 자신이 다니던 국민학교의 분교다. 교실 세 칸과 숙직실, 안채를 손보아 아담한 문학관을 만들었다. 제천과 원주 일대를 둘러보다 결국 '삶의 밑변'이었던 천등산 박달재 아래로 자리 잡았다. 문학관의 이름은 원서헌(遠西軒), 제천에서도 먼 서쪽이라는 뜻의 조선시대 지명이다. 해가 지는 곳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70755410
발행(출시)일자 2022년 04월 25일
쪽수 176쪽
크기
125 * 209 * 15 mm / 332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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