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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세계 시인선 23
손현숙 저자(글)
문학세계사 · 2011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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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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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미학의 예리한 시각으로 거친 생의 단면을 풀어헤친 진정성 있는 이야기!
손현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손』.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손현숙 시인이 <너를 훔친다>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벼랑에 감각의 둥지를 위태롭게 마련한 시인은 가파르고 거칠고 험한 벼랑에서 여성적 감각으로 대담하면서도 야생적인 생을 그려내고 있다. 언어와 생명이 얽히고설키는 상상력의 예리함이 빛나는 표제작 <손>을 비롯해서 섬세한 여성미학과 거친 벼랑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진 시들을 크게 4부로 나눠 수록했다.

이 책의 시리즈 (27)

작가정보

저자(글) 손현숙

손현숙

1959년 5월 16일 서울 출생. 1999년 현대시학 '꽃터진다 도망가자' 등단. 2002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수상.

목차

  • 제1부
    애인 ______ 13
    나사니까 ______ 14
    비경 ______ 16
    팬티와 빤쓰 ______ 18
    샘플 ______ 20
    블랙커피 ______ 22
    화개 ______ 24
    아직은 통화 중 ______ 26
    입 싹, ______ 27
    달에게 박수를 보낸다 ______ 28
    낙서 ______ 30
    꼴값한다 ______ 32
    빨래 ______ 33
    핵으로 쓴 시 ______ 34
    부도덕으로 살 거다 ______ 36
    광합성 ______ 38

    제2부
    연애, 할래요? ______ 43
    죄지었니, 나? ______ 44
    사랑은 없다 ______ 46
    광대 ______ 48
    형상기억 브래지어 ______ 50
    열 번은 너무해 ______ 52
    강과 감 ______ 54
    화장실 앞에 차세우기 ______ 56
    눈까풀에서 가슴까지 ______ 58
    공갈빵 ______ 59
    나쁜 징조 ______ 60
    고양이 한 마리 키우세요? ______ 62
    먹이 ______ 64
    틈 ______ 66
    나쁜 사랑 ______ 67
    껍질을 까다 ______ 68

    제3부
    너는 묵묵하고 나는 새파랗다 ______ 71
    손 ______ 72
    나는 오늘도 나를 염殮한다 ______ 74
    봄밤 ______ 76
    발 없는 발처럼 꽃이 피고 ______ 78
    뱀 ______ 79
    버섯 옆에 누워볼래 ______ 80
    맞서다 ______ 82
    별, 별, 이별 ______ 84
    목련꽃, 저 여자, 지다 ______ 86
    이상한 동거 ______ 87
    비오는 날 기차를 탔다 ______ 88
    현호색 ______ 90
    그 남자 ______ 91
    복통 ______ 92
    천국 ______ 93
    물집 ______ 94

    제4부
    슬픔의 맛 ______ 99
    리듬 ______ 100
    너에게 묻다 ______ 102
    알파빌 거리에서 ______ 104
    시 ______ 106
    탯줄 ______ 107
    개 ______ 108
    일상이 이긴다 ______ 110
    숟가락 촉만큼 ______ 111
    수가한정식 ______ 112
    살아 있는 슬픔 ______ 114
    제비꽃이라는 이름의 불면 ______ 116
    몸살 ______ 118
    부디 ______ 119
    여자의 허기는 우주다 ______ 120
    문 ______ 122

    □해설 | 우찬제
    벼랑의 노래 ______ 125

출판사 서평

섬세한 여성미학 예리한 시각의 앵글로 꿰뚫어보는 몸과 자연
감추어진 여성성의 감성과 사랑을 풀어헤치다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손현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손』이 문학세계사의 <시인세계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첫 번째 시집 『너를 훔친다』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손현숙 시인은 국내 주요시인들의 스냅사진과 시인들의 일상을 스케치한 사진 산문집 『시인 박물관』을 펴내어 화제를 모은 시인이기도 하다.
편안한 존재의 둥지를 한사코 마다한 채 가파른 벼랑에 자기 감각의 둥지를 위태롭게 마련하는 손현숙은 벼랑의 시인이다. 그 벼랑은 아슬아슬하다. 벼랑에서 그녀는 지독한 고립무원을 스스로 실천하면서 온몸으로 노래한다. 벼랑에서의 실존은 우선은 ‘손’에 의해서이다. 그러기에 벼랑의 촉각은 무척 각별하다. 몹시 가파르고 거칠고 험한 벼랑에서 여성적 감각의 실존이 가능한 것은 “마음보다 먼저 도착해서 마음보다 먼저 나를 알아차린”(「손」) 예리한 손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손잡아 도울 수 없는 벼랑, 아슬아슬 딛고 선 이 자리가 지금 내가 사는 중심이다 나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이런 지옥이 좋다 창밖을 본다 저기, 저 바윗덩어리, 인수봉이 나를 향해 불끈 몸을 세웠다 나는 간절히 나를 끌어 올린다 격렬하게 갈기를 세우며 마침내, 내 몸은 한 외간남자를 통째로 깊숙이 삼켜버린다”(「그 남자」 3연)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벼랑, 마치 지옥과도 같은 그 벼랑을, 그러나 시인은 스스로 즐길 줄 안다. 바윗덩어리가 나를 향해 몸을 세우고, 내 몸이 통째로 깊숙이 삼켜버리는 이 벼랑의 신명은 벼랑에서의 섬세한 여성적 감각이 있기에 가능하다. 거기에는 대담하면서도 야생의 에너지를 승화하는 순정함이 있다. 몸과 자연이 교호하고, 미학과 설화가 넘나들며, 언어와 생명이 얽히고설키는 상상력의 예리함, 그 벼랑의 감성이 이번 시집 『손』에 담겨 있다.

세상에 맞서는 선연한 역광에의 애무
벼랑의 노래는 세상과 맞서야 하고, 그에 앞서 자신과 맞서야 가능하다. 「맞서다」는 그런 시인의 태도를 잘 알게 하는 시다. 혹은 손현숙 시의 탄생 비밀을 가늠하게 하는 서정이다. 등산을 즐기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시인은 사진 작업에서 “선연한 역광”을 즐기는데, 이 역광에의 애무는 아마도 시 작업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연출되고 있을 것이다.

사진은 움직이는 빛을 붙잡는 거다
순광은 일상처럼 담담하고
역광은 칼로 베는 듯 날카롭다
간혹 사광을 쓰기도 하지만
나는 비명처럼 선연한 역광을 즐긴다

역광으로 사진을 찍을 때
렌즈는 해와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한 장면을 골똘히 들여다보며
카메라의 눈은 오래 열려 있어야 하는 거다
보이는 것 말고도 햇빛 속으로 숨어버린
저 속의 내막을 뼛속까지 읽어내야 한다

본다는 것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는 것
시선은 집요한 애무다
나는 당신을 내 속에 단단히 박아 넣고 싶었다

그러나 당신은 태양을 등진 채 나를 본다
눈부셔라, 총 쏘듯 카메라의 셔터를 슛팅하자
오! 나의 아름다운 당신,

순식간 깜깜하다
――「맞서다」 전문

칼로 베는 듯 날카로운 역광에, ‘사진작가/시인’의 시선은 “집요한 애무”로 맞선다. “당신을 내 속에 단단히 박아 넣고 싶”은 깊은 욕망 때문이다. 「별, 별, 이별」에서도 시인은 “너를 온전히 내 속으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토로하고 있거니와, 그밖의 여러 시편들에서 그런 소망은 천연스레 드러난다. 이런 욕망이 칼로 베일 듯한 역광을 견디게 하고 애무하게 한다.
왜 시적 주체는 온전히 타인을 자기 안에 담아내고 싶어 하는가. 세상이 “고독과 고독이 따로 앉아 밥 끓”이는 섬(「이상한 동거」)의 형상으로 앓고 있기에, “가도 가도 너는 참 멀기만 하”(「비오는 날 기차를 탔다」)기 때문에, 주체는 “통점을 알 수 없는 환부”(「일상이 이긴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통점이 깊을수록 욕망도 깊어지는데, 「맞서다」에서도 그렇듯이 내 속에 단단히 박아 넣고 싶은 “아름다운 당신”은 “순식간 깜깜”해질 따름이다. 역광에의 애무는 매우 진지하고 정성스럽지만, 그 애무와 사랑의 엑스터시는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사랑은 없다」 「연애, 할래요?」 「나쁜 사랑」 등 여러 시편에서 공통적으로 “사랑은 없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그러나 사랑은 없다는 진실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손현숙의 시적 작업이 그치지 않는다. 거기서 그치고 말 것이라면 그토록 힘겨운 역광에의 애무를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인은 “사랑은 없다”는 슬픈 진실의 역광을 다시 거슬러 애무를 거듭한다. 이 애무는 사랑의 죽음에 대한 애도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애도로서의 애무를 위해 시인은 계속해서 ‘사이’와 ‘틈’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애무한다.

여성의 몸에 스민 새로운 삶의 가능성
그러나 소망에의 애무는 한없이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나와 너 사이 혹은 우리의 교감과 소통은 이루어질 듯 미루어지고, 그 사이의 틈은 좁혀질 듯 멀어진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시인은 “자궁에서 양수가 새어나가듯 그가 나를 빠져나갔어”라며 “허방에 헛손질”을 한다. 그 순간 시인의 몸은 현묘한 역설을 체험한다. “가슴이 텅 비어서 무거워”(「눈까풀에서 가슴까지」) 같은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이 욕망하는 것은 빠져나가고, “한번도 불러들인 적 없는데/ 저 스스로 와서/ 한 아가리, 크게 나를 삼키고 싶어 하는”(「틈」) 같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욕망하지 않는 것은 두통처럼 밀고 들어와 그녀의 몸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은 점점 더 텅 비어가고, 역설적으로 가슴의 무게는 더해간다. 그럴수록 허기는 가중된다. “몸 밖으로 비우고 또 비워도 허기는 금세 차”(「화장실 앞에 차세우기」)오른다. 그녀에게 허기는 마치 “허공의 눈꽃”처럼 “지독한 환영”(「너는 묵묵하고 나는 새파랗다」)이다.
시인이 불러들인 허기의 역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혹은 그것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일차적으로 「눈까풀에서 가슴까지」에 제시된, 그가 나를 빠져나간 사건을 떠올릴 수 있다.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문」) 나갔다. 이 사건은 타자와의 원융 합일을 꿈꾸던 주체에게 상처와 결여의 계기로 작용한다. 남자가 빠져나간 뒤 서둘러 문을 닫아걸었지만 그럼에도 문의 구멍을 어쩔 수 없다. 그 구멍 사이로 불안이 스며든다. 여러 시편에서 불안의 심상은 되풀이 반복된다. 여기서 단군신화의 웅녀 이야기를 전복시킨 「문」이 주목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비밀은 비밀로 대물림되면서 여자의 딸은 또 여자가 되었다 여전히 마늘을 먹고 동굴 속에 갇혀 햇빛을 등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고민 중이다 “동굴의 문이 열려 있다” 저 문을 박차고 나가면 야생으로 살 수 있는 거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일까, 그 긴 세월 내 엄마로 살았던 여자의 울음이 왜 가끔 꿈속에서 곰으로 환생하는 것일까(「문」, 3연)

금기와 억압의 규율에 따랐던 신화 속의 웅녀와는 달리 손현숙의 웅녀는 동굴의 문을 심각하게 응시하고 있다. 더 이상 금기에 갇히거나 규율로 닫히기를 거절한다. 무엇보다 “동굴의 문이 열려 있다”는 명료한 인식 자체가 중요하다. 열린 문은 새로운 삶을 향해 열린 가능성의 출구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굳이 문 밖에 따로 존재하여 열리는 것만은 아니었다. 여성의, 그것도 허한 여성의 몸 안에 이미 그 가능세계가 웅숭깊게 스며 있음을 시인은 직관한다. “여자는 또 다른 우주 하나를 내장하고 위태롭게 세상을 건너가야 하는 거다”(「여자의 허기는 우주다」). 그러기에 필요에 따라 들어왔다가 서둘러 허둥대며 빠져 나가는 남자와는 다르다. 하여 시인은 준엄하게 경고한다. “그러니 남자여, 여자를 안다고 말하지 마라/ 그것은 아마도 걸어서 달까지 가는 일,/ 나의 허한 ‘여성’에 대하여 함부로 말하지 마라”(「여자의 허기는 우주다」). “남자여! 찝쩍거려라, 문질러라, 터트려라,/ 숨죽이며 다가와 무릎 꿇어라”(「핵으로 쓴 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허한 여성 안에 실한 우주를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햇빛과 물과 바람을 먹고 자란 초식의 자손”(「이상한 동거」)들이 선사할 수 있는 생명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진정한 어머니인 까닭이다.

다양한 생명의 빛깔을 펼쳐내는 벼랑의 신명
허한 여성의 실한 우주를 빚어내기 위해 시인은 온몸으로, 온 맘으로, 벼랑 끝으로 나간다. 천 길 낭떠러지가 지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광대-시인’은 그 누구보다도 “위험이 내는” “싱싱”한 길을, 그 몸 길과, 맘 길과, 말 길을 낼 줄 안다. 천 길 낭떠러지, 그 벼랑에서 허허롭게 큰 발짓, 손짓 내딛을 수 있는 ‘광대-샤먼-시인’이기에 그 작고 허한 몸으로 실한 우주를 빚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빚은 실한 우주로서의 시편들은 만화경처럼 다양한 생명의 빛깔과 역동적인 몸짓을 펼쳐 보이며 활달하게 독자들의 인지를 자극한다. 그녀의 연금술에 스미고 짜인 벼랑에서의 절실하면서도 각별한 난장은 신명의 도돌이표를 달고 있다. 온몸으로, 온 맘으로 시를 밀고 나가며 벼랑의 신명을 선사하는 이 ‘광대-시인’과 더불어 아무쪼록 ‘한 판’ 잘 벌이며 신명의 리듬을 지펴볼 일이다.

위험이 내는 길은 싱싱하다
북한산 염초, 만경 하루에 치고
하산하는 길, 산이 출렁 땅이 빙빙 돌고 돌아
팔다리 제멋대로 흔들리며
내가 산이고 땅이고 바람이다

빗방울 한두 방울 묻어나는 골짝
비구름과 한바탕 뒹굴어도 보고
바람의 나라에선 머리칼 뿌리째 흔들렸다
절벽길 붙들어서 벼랑 꽃하고 눈 맞았을 때
아찔, 천 길 낭떠러지가 지척이다

지금 실컷 살다 가는 거
일하고 울고 웃고 떠들어 난장 치면서
흑암을 꿰차며 사라지는 유성처럼
티끌 한 점 없이 몽땅 탕진하는 거
피를 화끈 돌려 보는 거

살아 있어서 보고 듣고 만지고
바닥 치면서 저기, 궁창에 흐르는 말
알아듣지 못하지만 나, 여기서 당신하고 눈 맞추면서
미끄러지면서 슬픈, 기쁜, 오늘
한 판 잘 붙어먹었다
――「광대」 전문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70755083
발행(출시)일자 2011년 02월 21일
쪽수 135쪽
크기
125 * 207 * 20 mm / 210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시인세계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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