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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여로

양장본 Hardcover
이문희 저자(글)
문학세계사 · 2009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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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높고 깊은 정신적 순례와 맑고 그윽한 시적 시선이 펼쳐진다!
이문희 대주교의 시집 『아득한 여로』. 세상의 낮은 곳을 예민하게 포착해서 따뜻하게 감싸는 시들이 펼쳐진다. 낡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진정성을 찾아내는 이문희 시인의 시선은 신과 인간의 사잇길 역할을 하는 종교인의 구도자적 순결성을 드러낸다. 1990년 「일기」 이후 20년 만에 발표한 이번 시집은 고도의 사유와 정신적 높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인간적인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양장본]
이 책에 담긴 시

여로 1


사람들은 어둠을 싫어한다. 그래서 불을 밝히는가 보다.
밤에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람 사는 곳에는 불빛이 있다.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은 불야성을 이룬다.
자세히 보면 하늘의 별빛보다 많은 것 같은 별빛들이 대지에
반짝이고 있지만, 그것은 손바닥만 한 넓이에 불과하다.
어둠의 바다는 불빛을 삼켜버리고 만다. 비행기는 한참을 달려야
다시 작은 불빛을 만나 인사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서로 반짝이며 인사를 하는데 사람과 사람
가슴 밑바닥에 반짝이는 빛은 없을까?
서로를 보고 함께 환히 웃을 수 있는 빛은 없을까?
땅 위의 은하수를 조금 더 지나가면 서로 만나 포옹하는 불빛은 없을까?

(1996. 3. 로마를 떠나오는 비행기 안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이문희

1935년 대구에서 출생, 경북고와 경북대 정치학과를 거쳐 프랑스 리옹신학대학 철학과와 파리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했다. 1965년 사제 서품, 1972년 주교 서품, 1986년에는 대주교(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2007년 은퇴)가 됐으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선목학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90년 시집 『일기』를 냈으며, 『밝은 날이 온다고 다가온다고 누가 알려 줍니까』, 『하느님의 사람들』, 『한 묶음인 세 개의 장미화관』, 『사랑으로 부르는 평화의 노래』, 『형제 여러분』『저녁노을에 햇빛이』 등의 저서와 다수의 번역서를 낸 바 있다.

목차

  • 머리말 _____ 3
    자화상 _____ 11


    여로

    L’Alps d’Huez _____ 15
    그리움 7 _____ 16
    첫사랑 _____ 17
    여로 1 _____ 19
    귀로 _____ 20
    비앙카 _____ 21
    어머니 16 _____ 22
    아버지 1 _____ 23
    아버지 2 _____ 24


    산에서

    산에서 1 _____ 27
    바람소리 _____ 28
    낙엽 2 _____ 29
    달빛 _____ 31
    햇빛 _____ 32
    허상과 실상 _____ 34
    산에서 2 _____ 36
    사육제 _____ 38


    기도

    하느님 오소서 _____ 41
    새벽 3 _____ 43
    성토요일 오후 _____ 44
    거울 2 _____ 46
    비 오는 밤 _____ 47
    성체조배 _____ 48
    애인 _____ 49
    기도 1 _____ 50
    기도 4 _____ 51
    기도 5 ____ 52
    귀향 _____ 53
    다시 역에서 _____ 54
    사랑하는 사람에게 _____ 55


    설악산 가는 길에

    설악산 가는 길에 _____ 59
    단풍 2 _____ 60
    초겨울 _____ 61
    꽃꽂이 _____ 62
    회귀 _____ 63
    추석날 아침 _____ 64
    새싹 _____ 65


    파도가 닿는 곳에서

    파도가 닿는 곳에서 _____ 69
    바닷가에서 1 _____ 70
    바닷가에서 4 _____ 71
    북해도 여행 _____ 72
    구름 _____ 74
    그리움 8-1 _____ 76
    그리움 8-2 _____ 77
    그리움 8-3 _____ 78
    여로 3 _____ 79
    물새 _____ 81
    모기 _____ 82


    예수 그리스도

    천당 2 _____ 85
    천당 3 _____ 86
    천당 4 _____ 87
    원죄 _____ 89
    구세주 1 _____ 91
    예수 1 _____ 92
    예수 2 _____ 93
    예수 3 _____ 94
    예수 4 _____ 95
    내 살을 먹어라 _____ 96
    성체 _____ 98

    □ 해설 | 이태수
    그지없는 사랑의 시학 _____ 101

출판사 서평

이문희 대주교가 시집 『아득한 여로』(문학세계사)를 상재했다. 1990년 첫시집 『일기』를 펴낸 바 있는 이문희 대주교는 20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시집에서 세상의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순례하며 구석에 가려져 있는 낡고 하찮은 것에서 삶의 진정성을 찾아내는 시인의 예민한 촉수를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는 신과 인간의 사잇길 역할을 하는 종교인의 삶 속에서 물처럼 여린 마음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구도자의 순결한 시정신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1965년에 사제로 서품, 1972년 보좌 주교로 서품되면서 본격적으로 대구대교구를 이끈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는 해외성지순례를 가서도 밤새 한 묶음의 시를 쓴 시인이자, 이윤일 요한 성인의 유해를 경기도 묵리에서 대구로 이장해오면서 눈물을 흘린 따뜻한 가슴을 지닌 목자이기도 했다. 1986년 교구장으로 착좌한 후 사회복지 순교신심개발, 대구대교구 설정 100주년 준비와 100년사 정리에 애썼다. 시인으로서의 이문희 대주교는 ‘그지없는 사랑’ 안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높고 깊은 정신적 순례와 맑고 그윽한 시선은 낮고 부드럽게 사람들 가까이, 그 중에서도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와 언제나 가서 안기고 싶은 어머니를 향해 각별하게 열린다.


1. 순례자의 노래

사람을 향한 이문희 대주교의 하염없는 길 나서기와 꿈꾸기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연민과 사랑이 자리잡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그지없는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삶과 일치를 이루려는 순례의 여정들로 넘쳐난다.
깊은 사유와 정신적 높이에도 불구하고, 범상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낮은 데로 내려서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목소리로 그리움과 외로움까지 속삭이듯 들려주면서도 자연스럽게 지극히 높은 사랑에 이르는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부드러움의 힘 앞에 실로 경건하고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끊임없이 길을 나선다. 그 길 위에서 다다를 곳을 찾아 떠돈다. 이 바이없는 순례는 언뜻 보기에는 일상에 닿아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나그네가 어린이를 만나 그윽한 시선을 보내며,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고 더듬어 찾아가는 모습 등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 안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런 외양 속에 가장 높고 깊은 정신적 세계를 지향하는 기도와 갈구, 그 도정의 꿈들을 감싸안으면서 원초적인 고향과 근원적인 본향에 이르고, 신의 사랑과 온전히 하나 되려는 세계로 나아간다.
이 때문에 이 시집의 시편들은 누구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쉽고 친숙한 문맥들을 거느리면서도 삶의 깊숙한 근원과 하느님과의 일치의 세계를 일깨우고, 그곳으로 이끌어가는 차원 높은 경지를 열어 보인다. 특히 「기도」와 「예수 그리스도」 시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거기 이르는 길을 우리 가까이 낮은 자세로, 하지만 높고 깊게 끌어안아주면서 깨닫게 하는 시 이전, 시 이상의 세계를 떠올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시인은 일찍이 먼 이국에서 향수에 젖어 산등성이를 덮은 눈 위에 내리는 달빛을 따라 ‘사슴같이 / 서성대며 / 한밤에 / 고향 길을 걷는’(「L’Alps d’Huez-알프스의 스키장 마을」)가 하면, ‘고향땅 오막살이 삽작 앞에 선 / 그 들짐승 한 마리를 / 불러보고 싶’(같은 시)은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첫사랑」에서도 그 고향에는 손짓하는 ‘둥근 눈동자의 / 어린 애인’이 있고, ‘따라갈 수 없는데도 / 기쁜 마음’이 꿈속에서보다도 선명한 데다 그 사랑을 ‘참으로 신령한 거울이 / 전하고 있’는 것으로 느낀다.
너무나 인간적인 이 그리움의 정서는 한없이 헤매면서도 ‘하마터면 부를 뻔한 / 네 이름 / 그냥 머금’(「그리움 7」)게 하고, ‘다시 부르지도 못하는 / 시간들을 돌려보내고서도 / 또 하마터면 부를 뻔’(같은 시)하게 하는 애틋함을 끌어안고 있다.
어릴 때 걷던 꼬불꼬불한 논두렁길이 바로 회귀해 걸어보고 싶은 길이며, ‘다시 꼬불꼬불 / 논두렁길 걸을 때를 기다’(「회귀」)리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그 고향은 ‘울기만 하던 갓난아기가 / 웃으며 재롱을 부리다가 / 어느덧 제 살길을 찾아 떠났다 / 돌아온’(「허상虛像과 실상實像」) 뒤에도 다르지 않으며, 백발노인이 되어 산을 쳐다보며 그 조상을 찾게 되는 회귀처로 자리매김한다.


2. 삶의 노래, 사랑의 노래

시인은 길 위에서 만난 어린 생명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느낀다. 「새싹」에서 그리고 있듯이, 이른 봄의 새생명(새싹)들은 한없이 귀엽고 입맞추고 싶어지게 하는가 하면, 처음으로 반해서 가슴 밑바닥까지 떨리게 된다. 어린아이를 향해서는 더욱 그렇다.
시인은 어쩌면 자신의 분신이요, 삶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어머니를 향한 마음 또한 각별하다. 밤비가 내릴 때 나뭇잎에 닿는 빗소리에서 어머니 숨결을 연상할 정도로 어머니는 그리운 존재이며, 이국에서 어머니의 옛이야기가 불빛 타고 오는 것 같아 귀를 기울이게 되고, ‘젖 먹다가 목덜미 너머로 엄마 얼굴 바라보는 / 아기같이 / 성체불 앞에 앉’(「비 오는 밤」)아 ‘어머니 숨결 따라 잠들려는 / 아기의 평화를 / 가슴에 담’(같은 시)기에 이르게 된다.


3. 시로 쓴 강론

이 시집의 제6부 <예수 그리스도>는 시로 쓴 강론 성격을 띠고 있다. 오랜 세월 하느님의 삶과 일치를 이루는 길을 걸으며 사람들에게 하느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온 사제(대주교)의 깊고 원숙한 깨달음의 목소리들을 집약해 들려주고 있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70754604
발행(출시)일자 2009년 06월 10일
쪽수 120쪽
크기
148 * 233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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