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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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양천수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법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법학석사)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 졸업(법학박사)
주요경력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로스쿨(University of Washington School of Law) 방문연구원 역임
영남대학교 법무감사실장 역임
현재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및 인권교육연구센터장
주요저서
『부동산 명의신탁』(2011)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와 법』(2011)
『법철학: 이론과 쟁점』(2013)(공저)
『민사법질서와 인권』(2013)
『빅데이터와 인권』(2016)
『법과 진화론』(2016)(공저) 외 논문 다수
목차
- 제1장 서 론
I. 저술 목적
II. 저술 방법
1. 저술 대상
2. 저술 방법
III. 저술 순서
제2장 철학적-존재론적 해석학의 전개과정
제1절 이해 개념의 존재론적 전환
I. 이해 개념에 대한 이론사적 분석
II. 인식론적인 이해 개념
1. 대상에 대한 인식으로서 이해: 칸트
2. 역사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서 이해: 드로이젠
3. 정신과학의 보편적 방법으로서 이해: 딜타이
4. 중간요약
III. 이해 개념의 존재론적 전환
1. 문제 상황과 출발점
2. 이해 개념의 존재론적 전환에 대한 전단계로서 현상학
3. 이해 개념의 존재론적 전환: 하이데거
제2절 가다머의 철학적-존재론적 해석학
I. 서 론
II. 존재론적 해석학의 출발점
1. 근대 철학이 신뢰한 방법에 대한 비판: 딜타이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
2. 인식론적 해석학에서 존재론적 해석학으로
III. 이해의 조건으로서 선입견
1. 하이데거가 밝힌 이해의 선구조
2. 이해의 조건으로서 선입견
3. 선입견의 일상적인 의미: 계몽주의에 의한 선입견 불신
IV. 선입견의 근거로서 권위와 전통
1. 가다머의 계몽주의 비판
2. 선입견의 근거인 권위와 전통의 명예회복
3. 전통의 존재방식으로서 고전
V. 존재론적-해석학적 이해의 진행 과정
1. 해석학적 순환
2. 해석학적 순환의 확장: 전승의 운동과 완전성의 선취
3. 이해과정에 존재하는 시간간격의 해석학적 의미
4. 존재론적-해석학적 이해과정의 실현형태: 영향사적 원칙으로서 지평융합
VI. 존재론적-해석학적 이해의 실천성
1. 해석학에서 적용이라는 문제
2. 법률해석의 의미
3. 존재론적-해석학적 진리
VII. 해석학의 보편성
1. 영향사적 의식과 해석학적 경험
2. 해석학의 보편성
VIII. 중간결론
제3장 독일 법해석학을 통한 해석학의 수용
제1절 법해석학을 통한 철학적-존재론적 해석학의 수용과정
I. 서 설
II. 19세기 독일의 법해석학
III. 20세기 초반 독일의 법해석학: 철학적 해석학의 초기 수용
제2절 요제프 에서의 법해석학
I. 서 론
II. 이론적 출발점
1. 방법이원론 극복
2. 삼단논법적 법학방법론 비판
3. 개념법학에서 평가법학으로
III. 철학적-존재론적 해석학을 통해 재구성된 법발견 과정
1. 법발견의 의의와 과제
2. 법발견의 근거로서 선이해
3. 해석학적 순환과 적용 문제
IV. 법발견 과정의 합리성 보장
1. 문제 상황
2. 법발견 과정에 대한 합의를 통한 합리성 보장
3. 합의를 가능케 하는 두 가지 근거로서 정당성 통제와 체계성 통제
4. 재판의 정당성 통제
5. 재판의 체계성 통제
V. 중간결론
제3절 아르투어 카우프만의 법해석학
I. 서 설
II. 카우프만의 법철학 개관
III. 카우프만 법철학의 출발점
1. 자연법과 법실증주의의 대립 극복
2. 방법이원론 극복: 사물의 본성론
IV. 카우프만의 법해석학
1. 법의 역사성: 존재론적인 법의 역사성에서 해석학적인 법의 역사성으로
2. 법실현 과정의 구조: 존재와 당위의 상응
3. 선이해와 해석학적 순환
4. 선이해의 근거
5. 법실현 과정에서 방법이라는 문제
V. 해석학적 사고의 한계와 극복방안
1. 해석학적 사고의 한계
2. 극복방안
VI. 중간결론
제4절 빈프리트 하세머의 법해석학
I. 서 설
II. 구성요건 해석에 대한 기존의 방법론 비판
1. 문제제기
2. 형식적?연역적 해석방법의 의미와 그 한계
3. 귀납적 방법의 의미와 한계
III. 구성요건 해석의 전제로서 구성요건의 언어성
1. 서설
2. 언어의 정확성
3. 언어이해의 정당성
4. 구성요건의 언어성으로부터 도출된 해석학적인 결론
IV. 구성요건의 유형성
1. 구성요건의 현실관련성
2. 구성요건의 유형성
V. 구성요건 해석
1. 방법다원주의
2. 선이해와 해석학적 순환
3. 유형론적 절차로서 형법해석절차
VI. 구성요건 해석의 정당성
1. 쟁점
2. 비판적 합리주의
3. 구성요건 해석의 정당성
4. 정형화 원칙
VII. 해석학적 사고의 확장
1. 장면적 이해
2. 형법해석의 한계
3. 의사소통적 법익론
VIII. 중간결론
제5절 프리드리히 뮐러의 규범구조적 법이론__272
I. 서설
II. 법적 방법의 의의와 과제
1. 법적 방법의 개념
2. 법적 방법의 의미
III.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례와 학설에 나타난 방법론 분석
1. 방법이원론 비판
2. 연방헌법재판소 판례에 대한 반성적 분석
3. 기존의 헌법학 방법론에 대한 반성적 분석
4. 중간결론
IV. 규범구조적 법적 방법의 기본 전제
1. 규범구조의 개념
2. 규범텍스트와 규범의 구별
3. 규범텍스트의 명확성과 법규범의 명확가능성 구별
4. 규범텍스트의 효력과 규범의 의미 구별
5. 구조화된 과정으로서 규범성
V. 규범구체화 과정
1. 규범텍스트 해석과 규범구체화의 구별
2. 규범구체화 과정
3. 규범구체화와 관련한 문제
VI. 규범구체화의 요소
1. 개 관
2. 전통적인 해석방법의 의미와 한계
3. 규범구체화 요소의 유형
4. 좁은 의미의 방법론적 요소
5. 규범텍스트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구체화 요소
VII. 규범구체화 요소 간의 우선순위확정 문제
1. 서설
2. 규범구체화 요소 간의 충돌가능성 및 유형
3. 구체화 요소 간의 우선순위 확정
VIII. 규범구체화의 한계
1. 한계인정의 필요성
2. 규범구체화의 한계인정 가능성
3. 규범구체화의 한계로서 문언
4. 문언의 한계에서 규범프로그램의 한계로
5. 규범구체화의 한계와 우선순위 비교
IX. 중간결론
제4장 국내 법학에 의한 독일 법해석학의 수용
I. 개관
II. 국내 법학의 법해석학 수용 현황
1. 1980년대
2. 1990년대
3. 2000년대 이후
제5장 법해석학의 의의와 기본구조
I. 법해석학의 의의
1. 개념
2. 법학방법론·법적 논증이론·법이론에 대한 비교
II. 법해석학의 핵심 개념
1. 선이해
2. 해석학적 순환
III. 법해석학에 따른 이해과정의 정당화
1. 문제점
2. 철학적 해석학자의 해법
3. 법해석학자의 해법
IV. 법해석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법적용 과정
1. 법적 삼단논법 비판
2. 법해석학에 따른 법적용과정
제6장 법해석학의 실천성과 전망
I. 법해석학의 실천성
1. 문제의식
2. 사법영역
3. 행정영역
4. 입법영역
5. 사적영역
II. 법해석학의 전망
- 찾아보기
책 속으로
[머리말]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룬다. 법규범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필자는 법학을 공부하면서 이 문제와 마주하기 시작하였다. 법학 교과서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이른바 ‘학설대립’은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학설대립을 판단해줄 수 있는 확고하고 결정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판례란 도대체 법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법은 과연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일까?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내내 필자는 이러한 문제들과 씨름하고는 하였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필자는 석사과정에서 운명처럼 가다머(H.-G. Gadamer)와 ‘해석학’(Hermeneutik)을 만나게 되었고, 이후 해석학은 필자가 바탕으로 삼는 주된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이 책은 그 동안 필자가 해석학과 마주하면서 고민하고 씨름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해석학을 향한 고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기에 이 책은 해석학에 대한 일종의 중간결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해석학을 향한 애정과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마음을 먹고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여러 모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이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
이 책은 필자가 석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해석학의 법철학적 수용?을 기초로 한다. 이를 대폭 수정 및 보완하고 그 이후 축적된 연구성과를 반영하여 다듬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 포함된 내용 가운데 일부는 대폭 수정 및 보완되어 독자적인 논문으로 공간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완성될 수 있었다. 먼저 필자를 해석학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존경하는 스승 이상돈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올린다. 이 책은 이상돈 교수님과 공저로 내도 될 만큼 그 분이 이 책에 미친 영향은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이 책의 초고를 읽어주시고 귀중한 의견을 제시해 주신 변무웅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어려운 출판환경 속에서도 이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한국문화사의 조정흠 차장님 그리고 필자의 거친 원고를 훌륭한 책으로 만들어 주신 김태균 부장님께도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드린다. 이 책의 초고를 꼼꼼하게 읽고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해 주신 영남대학교 법학연구소의 김중길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완성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해 주신 한국연구재단에도 감사인사를 드린다. 필자의 스승이시자 언제나 학문적 귀감이 되시는 이상돈 교수님께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바친다.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추가
[본문 발췌]
제1장 서 론
I. 저술 목적
어떻게 우리는 그 무엇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이 의문은 철학적인 문제에 속하는 아주 근본적인 물음이다. 서구 철학사를 조금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이 의문은 오랫동안 철학, 그 가운데서도 인식론의 근본문제로서 논의되어 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명쾌한 대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단지 철학의 문제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법학과 같은 실천과학에서도 이러한 인식론적인 물음은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법학의 대상이 되는 법은 기본적으로 법적 분쟁을 정의롭게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때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법을 사용하려면, 그 전제로서 법관이 법을 인식 또는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법관이 법을 인식 또는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위에서 언급한 철학적인 문제제기와 동일한 문제구조를 갖는다. 달리 말해, 구체적인 분쟁에 법을 적용하려면 법을 인식 또는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전제는 바로 철학적 인식론과 동일한 문제구조를 갖는 법(철)학의 근본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우리가 그 무엇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문제제기는 법(철)학에서도 다음과 같이 원용될 수 있다. ‘법관은 어떻게 법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은 아주 흥미로운 사안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판결은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생물학적 남성을 집단으로 강간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 및 제6조 제1항에 따라 형법 제297조가 규정하는 강간죄가 성립하는가를 문제 삼고 있다. 즉 지난 2012년 12월 18일에 일부개정 되기 이전의 형법 제297조가 강간죄의 객체로 규정하는 ‘부녀’ 개념에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생물학적 남성이 포섭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 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결이유를 제시하며 무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라고 하여 객체를 부녀에 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부녀라 함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며 곧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 할 것이다. (…) 그러므로 형법 제297조에서 말하는 부녀, 즉 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도 위 발생학적인 성인 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성선,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ㆍ정신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ㆍ개인적인 성역할(성전환의 경우에는 그 전후를 포함하여) 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
그렇다면 위 피해자(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인용자가 고침. 아래 같다)가 비록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여성에의 성귀속감을 느껴 왔고, 위의 성전환수술로 인하여 남성으로서의 내ㆍ외부성기의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대부분 상실하여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본래의 내ㆍ외부성기의 구조,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성전환수술을 한 경위, 시기 및 수술 후에도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은 없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인의 평가와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피해자를 사회통념상 여자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 (…) 부분은 인용자가 생략한 곳이다. 아래 같다).
그런데 위 판결이유를 보면, 일단 그 타당성 여부는 제쳐두고라도, 다음과 같은 의문이 떠오른다. 형법 제297조가 규정하는 부녀 개념에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남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어떻게 도출된 것일까? 이것은 전통적인 법적 삼단논법에 따라 대전제에 해당하는 법규범, 즉 형법 제297조를 논리적으로 해석한 다음, 여기에 위 사실관계를 적용하여 이끌어낸 결론에 불과한 것일까?
언뜻 생각하면 이러한 논리적 과정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생각하면, 이러한 논리적 과정이 당연하게 성립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전제인 형법 제297조가 규정하는 ‘부녀’ 개념은 그 어떤 해석방법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사안과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는 구체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언어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일정한 언어기호, 즉 ‘부녀’라는 언어기호는 경험과는 무관하게 선험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대상이나 그 범위를 지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결국 대전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작업은 항상 일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해서만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법적 분쟁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ㆍ이해와 이러한 법적 분쟁과 관련을 맺는 법률에 대한 인식ㆍ이해가 전통적인 법적 삼단논법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로 엄격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법규범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항상 사실관계를 전제로 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 경우 이해 및 해석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정당하게 도출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위의 대법원 판결을 예로 보면,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남성은 형법 제297조가 규정하는 ‘부녀’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결과는 무엇을 근거로 해서 도출된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는 우선 전통적인 법학방법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해석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위와 같은 해석결과가 도출된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정법 도그마틱에서 전개되고 있는 각종 ‘학설대립’을 조금이라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이러한 대답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본다. 과거 형법 도그마틱에서는 문서위조죄와 관련하여 복사문서가 과연 형법상 문서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적이 있었다. 이에 관해서는 복사문서도 문서에 해당한다는 긍정설과 복사문서는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정설이 대립하였다. 부정설은 형법이 규정하는 문서 개념을 문법적 해석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이끌어낸 결론이다. 이러한 부정설에 따르면, 형법상 문서란 작성명의인의 의사가 표시된 물체 그 자체를 의미하고, 따라서 복사문서는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형법상 문서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반해 긍정설은 목적론적 해석방법에 힘입어 복사문서의 문서성을 긍정한다. 즉 복사문서는 이미 현대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복사문서를 통해 이루어진 위조ㆍ변조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문서위조죄의 보호법익인 ‘공공의 신용’을 달성할 수 없다는 근거를 들어 복사문서도 형법상 문서로 인정한다. 이에 대해 판례는 대법원 1978. 4. 11. 선고 77도406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복사문서의 문서성을 부정했다가, 그 후 태도를 바꿔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복사문서의 문서성을 긍정하였다.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형법은 제237조의 2를 신설하여 입법적으로 복사문서의 문서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복사문서의 문서성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복사문서의 문서성 여부를 둘러싼 학설대립이 시사하는 것처럼, 해석방법 그 자체가 특정한 해석결과를 실질적으로 근거 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정설은 문법적 해석을 사용함으로써 복사문서의 문서성을 부정한다. 이에 반해 긍정설은 목적론적 해석에 힘입어 복사문서의 문서성을 긍정한다. 그러면 이러한 견해대립 중에서 어느 쪽이 옳은가를 판단해줄 수 있는 객관적인 메타기준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문법적 해석과 목적론적 해석은 모두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법적 해석과 목적론적 해석을 통해 각각 도출해 낸 부정설과 긍정설은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어서, 해석과정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과연 어느 쪽이 정답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해석방법 그 자체는 해석결과에 대한 실질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형법 도그마틱이 아닌 민법 도그마틱이나 헌법 도그마틱에서도 마찬가지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재단법인에 대한 출연재산의 귀속 시기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48조 해석에 관한 견해대립이나, 헌법 제8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 해석에 관한 견해대립을 보더라도, 해석방법이 해석결과를 근거 짓는 실질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석방법은 모종의 실질적인 근거를 통해 결정된 해석결과를 사후적으로 근거 짓기 위한 “언어의 수레”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면 해석결과를 실질적으로 근거 짓는 것은 무엇인가? 법관은 과연 어떤 근거와 과정에 힘입어 법규범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일까? 형법 제297조가 규정하는 ‘부녀’ 개념에는 성전환수술을 한 남성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나 복사문서도 형법상 문서에 해당한다는 결론은 과연 어떤 논리적ㆍ인식론적ㆍ이해론적 과정을 거쳐 도출되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이미 법학이 시작되면서 거의 동시에 제시된 것으로서 성서해석문제와 더불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쟁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의문을 해명하기 위해, 특히 독일 법학을 중심으로 하여 등장한 것이 ‘법학방법론’(juristische Methodenlehre), ‘법해석학’(juristische Hermeneutik), ‘논증이론’(Argumentationslehre), ‘법이론’(Rechtstheorie)과 같은 학문영역이다. 이 가운데서도 ‘법해석학’은 ‘철학적 해석학’(philosophische Hermeneutik)에서 거둔 성과를 수용하여 실제로 법관이 어떻게 법률이라는 규범텍스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이해 및 해석과정을 규범적으로 정당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요컨대, 법해석학은 법인식론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학문분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법해석학을 법인식론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 한 학문이라고 이해하면, 우리는 다시 다음과 같은 문제들과 마주해야 한다. ‘법해석학은 어떻게 철학적 해석학의 관점을 수용하였는가? 법해석학은 법을 이해하는 과정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또한 ‘법해석학이란 과연 무엇인가?’와 같은 개념적인 근본문제도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저술에서는 법해석학의 개념 혹은 의의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자 한다. 그 대신 아래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법해석학이 어떻게 철학적 해석학의 관점을 수용하였는지, 그리고 법해석학은 어떤 방식으로 법이해 및 해석과정을 파악하고 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저술의 목적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8174902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4월 30일 |
쪽수 | 392쪽 |
크기 |
154 * 226
* 21
mm
/ 61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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