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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정치

식민지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
이화진 저자(글)
현실문화 · 2016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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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정치』는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최근 본격화된 한국의 토키 이행기를 더욱 예리하게 살피고 폭넓게 탐구하는 책이다. 식민지 시기 영화에 관한 풍부한 해설과 도판을 통해 당대의 극장이 얼마나 역동적인 공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운드 테크놀로지의 문화 정치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화진

저자 이화진은 연세대학교 국문과에서 「식민지 조선의 극장과 ‘소리’의 문화 정치」(2011)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교토대학의 외국인공동연구자(2011~2012)를 거쳐, 현재는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조선영화―소리의 도입에서 친일영화까지』가 있고, 『조선영화란 하오』, 『조선영화와 할리우드』, 『전쟁과 극장』, 『월경하는 극장들』, 『식민지 검열, 제도· 텍스트· 실천』, 『기억과 전쟁』 등의 공저가 있으며, 『페미니즘 위대한 역설』을 공역했다.

목차

  • 책머리에

    1장. 식민지의 극장과 ‘소리’
    식민지의 다이글로시아와 조선영화
    극장과 ‘소리’에 관한 연구의 궤적
    (목)소리와 말의 영화
    이 책의 구성

    2장. 토키 이행기 극장의 문화적 지형 변화
    1. 식민지 극장과 다이글로시아
    1 두 민족, 두 언어, 두 극장
    2 ‘동족(어) 공간’의 정치적 잠재성
    2. 외국 발성영화의 도래와 ‘방문자막(邦文字幕)’의 출현
    1 무성영화기 외국 영화의 수용: 과잉 혹은 유연성의 조건들
    2 초기 외국어 발성영화의 상영 방식들
    3 ‘방문자막’의 출현과 정착
    3. 상영의 표준화와 극장의 문화 정치적 위상 변화
    1 ‘육성(肉聲)’에서 ‘발성(發聲)’으로
    2 ‘동족(어) 공간’의 쇠퇴와 상영의 문화적 지형 변화

    3장. ‘발성’하는 신체와 ‘조선영화’의 형성
    1. 조선어 영화의 등장과 조선영화 만들기
    1 ‘음화(音畵)’로의 재출발
    2 조선어 대사로 영화 만들기: 나운규의 시도와 좌절
    3 문학과 영화, 그리고 조선영화의 ‘신세리틔’
    2. 초기 조선어 영화의 사운드 실험
    1 경성촬영소의 토키 토착화 시도
    2 ‘사운딩 코리안’: 조선영화의 음악, 노래하는 조선
    3 육체와 음성의 사운드 몽타주
    3. ‘발성’하는 신체: 목소리와 신체, 그리고 스타덤
    1 영화 연기의 제도화 : ‘안면 근육’의 무도(舞蹈)에서 ‘에로큐?’의 문제로
    2 ‘조선적 신체’와 목소리

    4장. ‘소리’의 벡터: 제국의 관객을 상상하기
    1. 중일전쟁 이후 제국적 영화권의 편성
    1 식민지 조선의 양화(洋畵) 통제와 일본 흥행계의 조선 진출
    2 조선영화의 일본 이출(移出)과 내선(內鮮) 합작 영화
    2. ‘대동아공영권’과 일본어 영화의 기획
    1 ‘대동아영화(권)’과 ‘동아 공통어’로서의 일본어
    2 ‘조선어 영화’의 기로
    3 ‘고쿠고(?語) 영화’와 흐려지는 민족적 신체
    3. 조선어 공간의 재편
    1 문화의 외부, 이동하는 극장
    2 ‘오랄리티(orality/aurality)’의 이중성

    맺는말
    주(註)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이 책에서 ‘소리’란, 영화의 ‘사운드’이자 인간의 ‘목소리’이며, ‘말’이고 ‘언어’이다. 사운드, 목소리, 말, 언어를 모두 ‘소리’라고 묶은 것은 식민지의 언어와 미디어 환경에서 발성영화로의 이행이 야기한 변화의 결을 다층적으로 분석하겠다는 포부 때문이다. (…) 테크놀로지의 진보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같은 것을 공유하도록 이끌어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익숙한 것과 낯선 것, 부상하는 것과 잔여적인 것, 중심적인 것과 주변적인 것 등의 분화와 교차가 전개되었고, 그 틈새에서 새로운 정치의 잠재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8쪽)

식민지 시기에 극장에서 발생한 여러 사태들 중에는 극장의 공기를 금세 불온하게 바꾸어 버린 ‘말’ 때문에 ‘식민지인임’을 자각하게 된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이른바 조선인 상설관 시대라 할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전반기에 걸쳐 극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상연/상영 중지 사건은 배우가 검열을 통과한 대본에 적혀 있지 않은 대사를 하였다거나 변사가 불온하게 해설했다거나 하는 것이 그 사유들이었다. 다중(多衆)이 군집한 장소에서 수용되는 연극이나 영화(의 해설)는 한 번 내뱉으면 공기 중에 흩어져버리는 말로 극장을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 수 있었다. (50쪽)

하나는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공명을 생산한 [아리랑]의 마지막 장면이 발성영화 시대의 변화된 상영 환경에서는 구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했을 때, ‘미친 영진/나운규’의 신체가 괴물의 신체로 전환된 것이 의미하는 또 다른 측면은 ‘활극(活劇)’의 실패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은 무성영화식 연기의 좌절이다. 활극 스타로서 나운규의 역동적인 신체 연기와 그것이 유발하는 감정 효과는 도덕적 투명성의 순간에 감정을 쏟아내는 멜로드라마적 감수성(melodramatic sensibilitㆍ), 즉 동정(同情)의 맥락에 있었다. 반드시 선(善)이 승리하는 것은 아닌 싸움에서, 그는 뛰어내리고, 구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낫을 뽑아들었다. 여기에 음악과 변사의 해설이 수반되어 관객의 동일시와 감정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때, 극장은 관객들의 유대와 결속의 장소가 되었다. 이때, 행동의 강렬한 변화를 보여주는 표현적인 신체 연기는 무성영화를 작동시킨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발성영화에서 이러한 활극적 연기는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우며, 기괴해 보였다. (139~140쪽)

대동아공영권에서 ‘동아 공통어’로서의 일본어는 ‘일본정신’을 동심원적으로 확대시켜야 했지만, 제국의 영토가 확장되고 다민족화가 확대될수록 역설적으로 민족적ㆍ문화적 다양성이 일본정신의 동심원적 확대를 저해하는 원리로 부상했다. 대동아공영권에서 다양한 이문화(異文化)와 이언어(異言語)의 영역이 늘어날수록, 일본어가 보편적인 언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동아 공통어’로서 일본어는 ‘현지어’를 존중하면서, 이민족ㆍ이언어를 ‘관용’으로 아우르는 제국적 언어가 되어야 했다. (267쪽)

이동영사는 영화를 효과적인 프로파간다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지만, 그것의 가변적인 유동성을 완전히 통어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었다. 조선어 해설자의 구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선인들의 ‘동족(어) 공간’은 식민 당국의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지 못했다. 제국의 이념을 피식민자의 말로 번역해야 하는 불투명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306쪽)

출판사 서평

제국과 식민지 영화의 각축장, 소리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의 이행을 둘러싼
식민지 조선의 영화와 극장의 정치학


영화에 소리가 도입된 이래, 영화의 표현은 더욱 풍부해졌고 그 결과 우리는 소리가 없는 영화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음향과 음성이 영화에 삽입되면서 영화는 국민국가의 언어로 ‘들리는’ 매체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이 특정한 언어를 공유하는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럴 때 극장은 정치적 중립지대이기는커녕 치열한 정치적 무대가 된다. 그렇다면 식민지 시기 조선의 상황은 어땠을까. 무성영화 [아리랑]을 즐겨 보던 조선인 관객의 눈앞에 토키(발성영화)라는 신문물이 나타났을 때, 조선영화인들은 조선어 영화를 만들고 제국 일본의 국경을 벗어나는 것을 꿈꿨다. 정치적 공간인 극장 또한 토키의 도입에 따라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리의 정치: 식민지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은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최근 본격화된 한국의 토키 이행기를 더욱 예리하게 살피고 폭넓게 탐구하는 책이다. 영화 테크놀로지의 도입과 변화는 기술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가리킨다. 무엇보다 보는 것 이상으로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은 대단히 첨예한 정치적 테마다. 이때 사운드 도입은 식민지 조선의 동족(어) 공간을 때로는 갈라놓기도 했고, 거꾸로 새로운 공공적 공간을 창출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책은 식민지 시기 영화에 관한 풍부한 해설과 도판을 통해 당대의 극장이 얼마나 역동적인 공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운드 테크놀로지의 문화 정치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우리의 맑고 뜨거운 붉은 피를 온 세상에 뿌리어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정성을 깨닫게 하자!”
식민지 조선의 극장은 치열한 정치적 무대였다

1910년 조선 최초의 영화상설관인 경성고등연예관이 문을 연 이후, 조선에는 여러 극장이 개관했다. 식민지 조선의 극장은 크게 조선인 상영관과 일본인 상영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조선인 상영관에서는 주로 서양 영화가, 일본인 상영관에는 일본 영화가 상영되곤 했다. 조선인 상영관은 재조선 일본인 관객에게 “저렴한 입장료로 서양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빈대가 많고, ‘조선인 특유의’ ‘이상한 냄새’가 나며, 여기저기서 ‘지저분한 욕’을 하는 자들이 있(43쪽)”는 공간으로 비쳤다. 이런 종족적 편견은 제국 일본이 ‘내선일체’를 표방하지만 그 저변에는 차별이 깔려 있으며, 식민지 조선이 이중언어의 환경에 놓여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즉 “조선의 언어 환경은 각 언어 사용자의 합의에 의해 두 언어가 공존하는 바이링구얼리즘(bilingualism)이 아니라, 식민자의 언어인 일본어와 피식민자의 모어인 조선어가 지배자의 언어가 가하는 상징적 폭력에 의해 위계화된 다이글로시아(diglossia)이다(29쪽).” 무성영화 시기 식민지 조선의 극장에 저항의 기운이 스며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20년 7월, 우미관 변사 정한설은 상영 중 휴식 시간에 무대에 나타나 긴장된 표정과 흥분된 어조로 주먹을 불끈 쥐고 객석을 향해 외쳤다. “오늘은 자유를 부르짖는 오늘이요, 활동을 기다리는 오늘이라, 우리의 맑고 뜨거운 붉은 피를 온 세상에 뿌리어 세계의 이목을 한번 놀래어서 세계만국으로 하여금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정성을 깨닫게 하자.” 곧바로 임석경관에게 체포된 그는 종로경찰서에 구인되었다. 상영되는 영화와는 무관한 불온한 언사로 관중을 선동하고 사상을 고취했다는 죄목이었다. 당시의 기사는 변사가 상영 도중 “언론에 대한 관계로 구인”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50쪽)

스크린에 비친 무성영화를 해설하는 변사는 관객과 영화를 이어주는 매개자이자 번역자로서 목소리를 통해 관객과 공명했다. 하지만 토키 이행기 동안 관객의 영화 체험은 ‘육성(肉聲)’에서 ‘발성(發聲)’으로 변화했고, 그에 따라 극장에서 배제된 변사들은 자살을 감행하기까지 했다. 동시에 조선인 상설관은 ‘동족(어)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조금씩 탈각해 갔다.

‘최초의 조선어 토키’를 향한 도전과 좌절의 역사
사운드는 어떻게 식민지 조선의 ‘로컬 컬러’를 구현했나

[아리랑](1926)으로 스타덤에 오른 나운규는 ‘최초의 조선어 토키’를 제작하고자 젊은 영화인과 의기투합했지만 그의 시도는 금세 좌절을 맞는다. 토키는 무성영화보다 고도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성촬영소가 토키 영화 [춘향전](1935)을 제작하면서 조선영화는 ‘세계표준시’에 진입할 수 있었다. 경성촬영소는 거기서 더 나아가 사운드트랙의 도입을 실험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소리와 함께했지만, 그때 소리는 스크린 밖의 악단과 변사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사운드트랙은 영화 음악의 성격을 바꿔 놓은 동시에, 조선영화만의 사운드를 구현해야 한다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식민지 조선의 ‘로컬 컬러’는 영화에 삽입된 조선민요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서양음악을 박스 음악으로 사용하여 할리우드 고전영화가 표방하는 보편적인 영화 문법 안에 있으면서도, 스크린 음악으로 조선음악을 삽입하여 조선적인 특수성을 강조하는 방식인 것(172쪽)”이다. 이때 조선의 로컬 컬러는 제국 일본의 신민이라는 위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도, 조선인 관객의 동족(어) 공간을 개방하는 방향으로도 동시에 작용한다.

이 장면에서 식민지인들이 식민지의 언어로 부르는 식민지의 노래는 전혀 다른 두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겉모습(形)도 마음(心)도 피(血)도 살(肉)도 모두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쉽게 합리화되지 않는 세계로의 비약이 시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노래란 논리나 이성으로 설명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래 부르기’가 스크린 바깥으로 확장될 가능성과 관련된다. 영화를 보면서 [양산도]를 조심스럽게 따라 부르거나 영화를 본 후 극장을 나온 관객이 [양산도]를 흥얼거리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백마강 시퀀스를 연출한 감독 허영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그 효과는 의도를 쉽게 배반한다. (181~182쪽)

한편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의 이행은 배우의 연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는 대사가 필요 없었지. 우린 얼굴이 있었거든(190쪽).”이라는 영화 대사처럼 표정과 동작으로 극을 이끌던 무성영화기 배우들은 ‘에로큐?(화술 연기)’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려야 했다. 조선어 발성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조선인 배우의 신체와 목소리가 제국 안에서 ‘이국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소비됨에 따라 ‘내셔널한 스타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기도 했다.

프로파간다는 결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다
지배와 저항이 교차하는 식민지 조선의 ‘동족(어) 공간’을 탐색하다

조선어 토키의 제작은 활성화되었지만, 토키 이행은 만주사변(1931)과 중일전쟁(1937), 태평양전쟁(1941)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침략 전쟁과 함께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영화는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첫 번째는 조선영화가 제국 일본의 영역으로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방에 자리 잡은 이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첫 번째 벡터는 전쟁 발발 직후 제국 일본이 외국 영화의 수입을 제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조선영화는 식민모국인 일본을 겨냥해 중심으로 진입하고자 했는데, 이때 ‘조선색’이라는 로컬 컬러는 다시금 조선영화의 특성으로 강조되었다. 한편 제국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면서 일본 영화계에서도 이에 호응해 ‘대동아영화(권)’을 제안한다. 이때 일본어는 ‘동아 공통어’로서 위계화된 언어로 자리매김한다. 그에 따라 조선영화 역시 일본어 제작이 이뤄졌다. 일본어로 된 조선영화는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의 경계를 흐리고 조선인을 완전한 ‘황국 신민’으로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선인 배우가 아무리 일본어를 유창하게 해도 그 발음과 음조가 일본인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은 감춰질 수 없었을 것(288쪽)”이기에, 일본어로 된 조선영화는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불균등한 언어 환경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긴장을 더욱더 드러낼 수밖에 없다.
조선영화의 두 번째 벡터는 전시 체제 하의 성공적인 동원을 위해 식민 권력이 추진한 이동영사와 관련이 있다. 조선인 상영관을 비롯해 식민지 조선의 극장은 경성을 비롯한 대도시에 집중되었고, 빈자와 지방민은 여전히 미디어 테크놀로지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 식민 권력은 일본어도 조선어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자를 대상으로 ‘이동하는 극장’인 이동영사를 추진했다. 이동영사는 식민지 방방곡곡을 누비며 선전영화와 시국영화를 상영했고, 제국의 이념을 조선어 구연으로 번역했다. 이동영사에는 그동안 ‘문화’로부터 배제되었던 이들이 모여들었는데, 여기서 피식민자들은 제국의 논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기보다 독자적인 해석을 수행하는 주체로 이동영사에 참여했다. 이는 시인 이상이 평안남도 성천에 머물렀을 때 지역 주민과 함께 이동영사에 참여했던 기록을 통해 잘 드러난다.

부산, 평양, 압록강 등 조선의 실경(實景)을 담은 필름의 영사가 끝났을 때에는 서양 명감독의 작품이라도 접한 듯이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휴식 시간에 단상에 올라온 금융조합 이사의 연설에는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은 것이다. 조선어 통역이 뒤따른 이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미끼로 던지는 식민주의에 대하여 무언의 저항과 차가운 시선을 돌려보냈던 것이라 하겠다. 이 무언의 순간, 이상은 성천 사람들을 “촌민”이 아니라 “우매한 백성”이라고 부르며, 그 역시 “그 우매한 백성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303쪽)

이동영사 관객의 저항은 식민 지배가 결코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호명하는 자의 말(orality)이 호명 당하는 자의 귀(aurality)와 계속 불일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 필연성(307쪽)”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동영사는 일종의 공공적 공간, 동족(어) 공간을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양면적인 성격을 갖는다.
『소리의 정치: 식민지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은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서술된 기존 한국영화사 연구와 거리를 두고, 조선영화가 식민지 조선과 제국 일본을 오가며 제작, 유통되는 과정을 세심하고 명민하게 포착한 연구서다. 이 책은 ‘한국영화’라는 틀로 사후적인 해석을 전개하기보다 당대의 이중언어 환경 하에서 영화의 토키 이행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밝힘으로써 식민지 관객의 정치적 주체성과 테크놀로지의 동시대성을 새로이 해석하고자 한다. 사운드 테크놀로지의 문화 정치를 상세히 보여주는 『소리의 정치』를 통해 한국영화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 기대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65641896
발행(출시)일자 2016년 09월 01일
쪽수 380쪽
크기
152 * 225 * 26 mm / 699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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