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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

여자 혼자여도 괜찮은 느린 여행
같이 갈래 시리즈 2
유진아 저자(글)
씽크스마트 · 2019년 05월 31일
9.8
10점 중 9.8점
(8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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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섬에서 남섬까지 걷고 버스 타고 떠나는 마음회복 여행
직장생활에, 학업에, 취업 준비에 번아웃되어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 새로 시작할 힘을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여행 에세이. 여행을 많이 다닐수록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곳을 돌아보기보다는 한 군데를 여유롭게 돌아보거나 느긋하게 머무는 체류형 여행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바쁘고 경쟁적인 한국 생활이 답답해서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다 보니 어느새 20여 개국을 훌쩍 넘게 다녀왔다는 저자는 일주일가량의 짧은 여행으론 성에 안 차고, 일상보다 더 빡빡한 여행은 저절로 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뉴질랜드.
때로는 여행자로, 때로는 현지인처럼! 한 달은 북섬을 돌고, 중간 지점 넬슨에서는 한 달 살기를 하다가 남은 한 달은 남섬을 돌며 천천히 느리게 마음을 회복하는 여정,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위로받고 소소한 사고도 겪으며 삶의 용기를 얻는 순간들을 담았다.

왜 하필 뉴질랜드?
“석 달 넘게 여행을 간다고 하니, 질문들이 많았다. 왜 가는가, 가서 뭐하나, 아는 사람은 있나, 왜 하필 뉴질랜드인가, 왜 호주가 아닌가, 돈은 어떻게 하고 집은 어떻게 하나 등등. 때로는 걱정, 때로는 은근한 책망, 혹은 부러움이 섞인 물음이었다. 때에 따라 달리 답하긴 했지만, 가장 큰 목적은 ‘빈칸’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땐 언제나, 내가 계획하지 않은 답을 얻어왔으므로. 이번 여행에서도 지금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들으러 가기로 했다.”
“내가 한 달을 머문 도시 넬슨에서 같은 집에 머물렀던 스웨덴 친구가 있었다. 그는 몇 해 전 어학연수로 이곳에 왔고, 그 이후로 몇 차례나 이 나라를 찾았다고 했다. 어떤 이유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모든 게 쉬워. 뉴질랜드에선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이 쉬웠다. 어떤 실수도, 아픔도, 복잡한 마음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나라였고, 요가를 할 때처럼 몸의 한 가닥 한 가닥 긴장이 다 풀어지는 곳이었다. 그러한 느긋함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했다.”

뉴질랜드에서 배운 삶의 속도
해가 뜨면 새소리에 눈을 떠서 이슬 내린 풀밭을 지나 산책하고 낮에는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저물면 기가 막힌 노을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바람에 머리를 식히는 곳, 뉴질랜드. 맑고 깨끗한 공기 덕에 하늘이 더 높고 파랗게 보이는 그곳은 나라 전체가 크고 작은 공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될 만큼 자연이 뒷마당처럼 펼쳐져 있다. 잔잔한 해변과 가파른 협곡, 활화산, 역사적 명소, 화산활동으로 인한 간헐천과 온천이 많아서 관련 휴양시설이 잘 발달한 북섬과 야생동물 서식지, 와인지대, 얼음 쌓인 고산과 평화로운 피오르, 거친 해안선, 광활한 평원 등 다양한 자연경관 위주인 남섬. 여행 기간이 짧지 않은 만큼 주요 관광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낯선 사람들을 환대하는 뉴질랜드 사람들 특유의 느긋하고 친절한 분위기도 잘 느낄 수 있다. 딱히 유난 떨 일도 없고 착한 척 혹은 나쁜 척, 어떤 태도를 가장하지 않으며 몸에 힘을 쭉 빼고 즐거운 일은 즐겁게, 신기한 것은 신기하게, 괴로운 일은 괴롭게, 덤덤한 것은 덤덤하게 느끼는 저자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문제와 내면의 욕구를 발견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새로 정의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나홀로 느린 여행의 기록에서 느낀 점을 세 가지만 꼽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으리라.
좀 더 느긋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것, 내 삶을 더 사랑해줄 것, 나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줄 것!

이 책의 총서 (2)

작가정보

저자(글) 유진아

책 - 가장 오랜 벗, 스승, 부모, 담요 그리고 꿈
물거품 - “너는 물같아”라고 말한 이가 있었다. 너무 아파 사랑이 아닐지라도 목소리를 잃고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얻고 종국에는 소멸될지라도 그 길을 가고야 만다.
일처럼 공부처럼 - 생애 첫 아르바이트였던 캠프 인솔과 팔도를 도는 학술답사로 여행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강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다가도 일출을 보러 가자며 훌쩍 기차를 타러가기가 어렵지 않은 사람이 되어갔다.
해외 출장이라는 로망 - 일주일에 네 나라를 찍고 밤에 비행기에서 자는 무지막지한 일정에, 출장보고서, 결산보고서 등이 짜증스러워 피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머물렀던 풍경만큼은 예쁘게 마음에 남았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 나에게 여행이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다. 여행은 세상에 머문 사람 수만큼 풍성하고, 이야기의 깊이만큼 따뜻하다.
물음과 답 - 그치지 않는 호기심으로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탐한다. 한 시기를 끝내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시달림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미지의 것이 그리울 때, 홀로 떠난다. 물음조차 분명하지 않은 채 떠나지만 언제나 답은 기다리고 있다.
일상 역시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여정이다. 국어교육과 졸업 후, 교사를 비롯한 여러 직업을 경험하다 북한출신주민과의 만남을 계기로 북한, 통일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어쩌다 박사수료, 졸업논문은 언제 마치나.

목차

  • 추천사
    프롤로그-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빈칸

    1장. 여행은 준비할 때가 가장 설렌다
    [일정] 일인 여행자의 코스 짜기와 교통편
    [예산] 항공권 발권부터 스타게이징 투어 예약까지
    [집] 집 구하기 대소동
    [영어] 친구를 사귀기 위해 준비하는 질문과 대답
    [짐] 단지 7kg의 짐
    키위팁. 여행 준비에 참고할 사이트

    2장. 해독국가라 불린다
    [오클랜드] 자연은 뒷마당처럼 펼쳐있다
    [레잉가 곶] 망망대해 한가운데 선 듯한 북쪽 끝
    [로토루아] 화산지대의 초현실적 빛깔과 냄새
    [온천] 핫워터 비치와 호숫가 마을의 비밀스런 온천
    [통가리로 국립공원] ‘반지의 제왕’ 한복판, 알파인 크로싱
    [타우포, 하웨아, 와나카 호수] 음미해야 더 맛있는 아름다움
    [웨스트 코스트] 멋진 일몰만으로 완벽한 하루
    [밀포드 사운드] 태곳적 신비를 경험하다
    [마운트 쿡] 울음이 터질 듯한 사방의 만년설
    [테카포] 그곳엔 별을 보러 간다
    키위팁. 와인이 좋다면 와이너리 투어

    3장. 모든 장소에서 삶의 방식을 배운다
    [집] 여행을 삶처럼, 삶을 휴가처럼 즐기기
    [중고가게] 나는 날마다 중고가게에 들렀다
    [도서관] 개척자들은 도서관부터 세웠다고 한다
    [역사] 한국전에 참전한 그들은 전쟁을 이렇게 기억한다
    [건축] 과거로의 시간여행
    [교회] 어쩌면 뉴질랜드에만 있는 교회
    [요가학원] 이만하면 동네 주민
    [공원] 산책하다 사슴을 만날 확률은?
    [시장] 매주 만나는 농부들
    키위팁. 뉴질랜드 대중교통의 느린 풍경

    4장. 재료가 훌륭하니 맛없을 수가 없지
    [고기] 요리할 맛 나는 식재료들
    [맥주] 동네마다 유서 깊은 양조장이 있다
    [커피] 끼니는 걸러도 하루 한 잔
    [퍼그버거]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땅콩버터] 피넛버터 팩토리 관람기
    [피조아] 그냥 가져가세요
    키위팁. 한국음식이 그립다면?

    5장.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북한이탈주민] 그 남자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배낭여행자] 때론 낯선 이에게 털어놓기가 더 쉽다
    [마오리족] 뉴질랜드의 선주민 공동체는 살아있다
    [난민] 미얀마를 품고 돌보는 사람들
    [장애인] 나는 그녀에게 모질게 말했다
    [이민자] 지구 한 바퀴를 돈 그들의 러브 스토리
    [집주인] 생일파티와 결혼 10주년 기념식
    [키위] 세상 어디나 나쁜 사람은 있기 마련
    [한국인]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키위팁. 대화모임 참여하기

    6장. 이쯤 되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사고
    [길] 잘못 든 길이 아름답다
    [바다] 내 손목을 쥐여이다
    [버스] 놓친 버스 되돌리기
    [샌드플라이 혹은 벼룩] 최악의 기억
    [기절] 빙하 체험을 하고 싶었지만
    [불] 나 사고 쳤어요
    [히치하이킹] 떠돌이의 계획은 신비롭다
    [조난] 뜻하지 않은 일몰, 그 후
    [접촉사고] 그냥 가면 섭섭하다는 듯
    키위팁. 다양한 자연 체험

    7장. 돌아가기 위해 떠나온 거니까
    [홀로서기]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
    [외로움] 효리네 민박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고양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지만, 고양이 이야기
    [이별] 잊기 위해 떠난 건 아니지만
    [선택] 한국에서 나쁜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성찰] 버려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키위팁. 인터넷 사용, 뉴질랜드 12주 여행 경비 내역

    에필로그-이 여행은 범죄 스릴러로 끝날 것인가

추천사

  •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니 말만 들어도 흥분되었다. 책 속에 펼쳐진 뉴질랜드 풍경에 이미 맘을 뺏겼고 뭘해도 괜찮다고 말할 것 같은 그곳 사람들에게 벌써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완벽한 여행이 있을까? 못 견디고 항공권을 검색했지만 곧 내 옆에서 티셔츠에 머리가 걸려 안 빠진다며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하아~ 5년…. 5년만 기다리자!

  •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 보면 숙소 로비에서 한국어 여행서적을 발견하곤 한다. 여행을 마치며 짐을 줄일 요량으로 놓고 간 것이다. 보통 여행기라고 하면 정보 위주라 여행 끝물엔 쓸모없어지기 마련이니까. 유진아 작가의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는 석 달에 걸친 나 홀로 뉴질랜드 여행의 생생한 체험에 쏠쏠한 정보를 버무려 내놓는 것은 물론, 가슴을 건드리는 서정과 진솔한 삶의 성찰을 겸비했다. 한 번 보고 말 게 아니라 틈틈이 꺼내 읽어볼 만한 여행책이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이다. 보행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리베카 솔닛의 말을 떠올렸다. 뉴질랜드에서 내딛는 저자의 걸음이 피곤과 상처로 찢어진 자신의 삶은 물론 우리네 삶을 여며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걸으면 해결된다”(solvitur ambulando). 옛 현인들이 전한 이 지혜의 말씀이 이 책을 읽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그대에게도 응하기를 바란다.

  • ‘여행은 역시, 장소보다는 사람’이며 ‘눈을 떼고 싶지 않은 완벽한 풍경 앞에서 행복’했다는 작가의 말에 마음이 지극히 가 닿는 순간 잠자던 나의 추억이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아,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연 가득한 곳, 뉴질랜드!
    홀로 떠나 자연스러움과 인간다움으로 충만해지는 체류형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그녀의 언어에 풍덩 빠져보시길.

  • 수년간 뉴질랜드 풍경을 마주하며 살았지만, 이 책을 읽고 비로소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 풍경 뒤에 가려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을수록 익숙하지만 새로운 뉴질랜드에 빠져들었다.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는 뉴질랜드를 소개하는 어떤 책보다도, 뉴질랜드의 감성을 잘 전달하고 있다.

  • 이 책은 뉴질랜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여러 국가를 여행한 작가의 내공이 담겨 어디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독특한 여행 비법을 만날 수 있다. 뉴질랜드가 아니더라도 체류형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만의 여행 장면을 만들고자 하는 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여행기의 구성과 문장력 또한 탄탄하여 가슴을 둥둥 두드린다.

  • 30대 여자인 나는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서로 인스타용 사진을 찍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이렇게 즐겨야만 여행다운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저자는 오롯이 ‘혼자’ 여행하며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그곳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나도 문득 ‘나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뉴질랜드의 자연과 사람들을 만나서 힐링하는 저자를 보며 함께 뿌듯해지고 함께 치유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행복의 정점은 책 한 권을 들고 벗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질랜드 여행이라면
    벗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다. 이 책에 뉴질랜드 자연의 숨결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연신 들려주는
    벗이 있으니 외로울 틈이 없다.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와 함께라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뉴질랜드 여행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의 사막을 달리다〉 저자]

책 속으로

p27
바다야 말할 것도 없지만, 화산 지열지대와 세계에서 손꼽히는 풍성한 트레킹 코스들이며, 반딧불처럼 빛을 발하는 글로우웜이 사는 동굴, 빙하와 만년설이 덮인 산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별을 많이 볼 수 있는 테카포, 사막과 남극광 오로라까지! 스코틀랜드식 건축과 문화가 남아있는 더니든이나 세계 최초 번지점프대를 비롯해 각종 액티비티로 유명한 퀸즈타운도 색다른 매력이었다. 한반도보다 약간 큰 면적이라 한 바퀴 돌기도 그렇게 힘들 것 같지는 않았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었고, 지리적 특징이나 거주민들이 약간 차이가 있다. 북섬은 남섬보다 험한 산이 적고, 더 따뜻해서인지 사람이 더 많이 산다. 수도인 웰링턴과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도시인 오클랜드, 마오리족이 많이 사는 로토루아가 모두 북섬에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이
살고 있어 문화도 다채로운 느낌이다. 남섬은 광활한 태초의 자연이 살아있어, 그야말로 압도적인 감동을 받을 수 있다.

p85
“하웨아하고 와나카하고 어디가 더 좋아요?”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다 답했다.
“어렵다. 그저 다른 아름다움이야. 어디가 더 좋다기보다.”
하웨아 호수는 와나카 호수 가는 길에 있었다.
뉴질랜드선 보통 큰 호수 근처에 마을이 있는데, 하웨아는 산만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넓으면서 산 그림자가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물, 산 위로 옹기종기 구름이 둘러앉은 모습까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어쩜 이렇게 길가에 아무렇지 않게 비현실적인 장면이 펼쳐지는지. 함께 차에서 내린 외국인들도 “대애박”의 느낌으로 “오 마이 갓! 미쳤다 미쳤어”를 외쳐댔다. 감탄이 사그라들기 전에 와나카에 도착했다. 마을을 보자마자 “역시!” 하고 끄덕이게 됐다. 오래 머물기를 잘했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정말 둘이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p176
피조아는 그냥 과일이 아니라 소박하고 따스한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통로이다. 피조아가 다 익어 저절로 땅에 떨어질 즈음이면, 사람들은 집 마당에 넉넉히 열린 피조아를 이웃과 나누고 기증도 한다. 요가학원에도, 종종 들르는 중고가게에도, 교회에도 ‘가져가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피조아가 한 바구니씩 담겨 있다. 어떤 때는 가정집 문앞에 한 상자 가득 놓여있기도 한다. 그마저도 귀찮은 이들은 길거리에 열매가 떨어지는 데도 거두지 않아 뭉개진 것들도 있다. 흔한 열매지만 새콤달콤하여 별미다. 라임보다 약간 큰 크기의 열매를 반으로 갈라 티스푼으로 퍼먹으면 열 개, 스무 개 한없이 들어간다. 값을 치르지 않고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p226
결과는 좀 돌아갔지만 행운이었다. 멀리서 보거나 위로 건너기만 하던 하버브리지를 페리로 건너면서 아래로 지나 천천히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더구나 하버브리지 근처에도 선착장이 하나 더 있어 멈춘 상태에서 찬찬히 볼 수 있었다. 책자나 인터넷에서도 이런 길은 보지 못했는데, 잘못 든 길이 아름다운 나만의 길을 만들어주었다.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멍 때리며 걷다가 버스 정류장을 지나 결국 걸어갔는데 멋진 공원이 나왔고, 박물관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내려와서 좀 도는 길로 버스를 탔는데 카페 거리로 유명한 파넬 거리를
지났다. 커피만 마시러 나와서 파넬 거리를 굳이 들를 생각은 없었는데, 버스로 한 바퀴 투어한 셈. 예상치 못한 길, 기대치 않던 친절은 여행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든다.

p245
주인은 괜찮다며, 여기서 중요한 이슈는 네가 괜찮은 것이라고, 사고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울상인 내가 안 돼 보였는지 어깨를 토닥거리고는 이불을 쑥 안고 나가 쿨하게 다시 티브이를 보러 갔다. 집주인은 덩치가 컸고 목소리가 우렁우렁했다. 딱히 어디가 더럽진 않았지만 묵은 먼지가 느껴지는 거친 집에 혼자 살고 있었다. 산적 같은 사내가 혼자 사는 집에 머물자니 사실 좀 불안하기도 했다. 그가 밤늦게 일을 나간다고 할 때 내심 마음을 놓았었다. 그러나 이불 사건으로 그의 친절함에 마음이 한껏 풀어졌고, 낡은 집마저 편안하게 느껴졌다.
쉽지 않은 모든 것이 쉽게 되기는 사람 덕분이었다. 모든 것이 쉬워서 자꾸 오고 싶은 나라. 자연뿐 아니라 사람으로 힐링 되는 나라. 한 사람으로 인해 이 나라에 다시 반했고, 이 도시가 마음에 기록됐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65292050
발행(출시)일자 2019년 05월 31일
쪽수 296쪽
크기
114 * 184 * 21 mm / 279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같이 갈래 시리즈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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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쉬웠어요
나도 뉴질랜드로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글이 가득하네요.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빠르게 읽어내려 갔어요. 마음 복잡하고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모든게 정말 쉬워지는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면서 추천합니다! 잘 읽었어요!!!
10점 중 10점
/추천해요
나홀로 느린 여행의 기록에서 느낀 점을 세 가지만 꼽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으리라. 좀 더 느긋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것, 내 삶을 더 사랑해줄 것, 나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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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웨아하고 와나카하고 어디가 더 좋아요?”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다 답했다. “어렵다. 그저 다른 아름다움이야. 어디가 더 좋다기보다.”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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