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다원적 공공정치를 위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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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폴 슈메이커
저자 폴 슈메이커 (Paul Schumaker)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72년부터 미국 캔자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해 온 원로 정치학자이다. 오랫동안 미국 정치의 체계적인 편향에 관심을 두어 왔고, 이를 토대로 다원주의 정치 이론의 재구성을 시도한 Critical Pluralism을 1991년에 출간했다. 이 책에서 슈메이커 교수는 지역 정치 공동체가 세 가지 정치 목표―정치 원칙과 정책의 융합, 책임 있는 대표성, 복합적 평등―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는가를 분석했다. 그 후 규범적 정치 이론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여 1996년에『정치사상의 이해 IㆍII』(Great Ideas/Grand Schemes)(공저, 오름, 2005/2007)를 출간했다. 그는 또한 2000년 부시-고어 대선 논쟁 이후 대통령 선출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Choosing Our President: The Electoral College and Its Alternatives를 공저했다. 2008년에는 다원적 공공 정치를 주창하는『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을 출간하여 정치사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는 중도 좌파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제시하는 ‘진보적 다원주의’에 관한 저서, 그리고 정책 형성에서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도덕적 다원주의’에 관한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번역 조효제
역자 조효제는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겸 현재 베를린 자유대학 초빙교수이다. 저서로『인권의 문법』(2007),『인권의 풍경』(2008), Human Rights and Civic Activism in Korea(2005), 편ㆍ역서로『전 지구적 변환』(2002),『인권의 대전환』(2009),『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2009),『세계인권사상사』(2005) 등이 있다. 옥스퍼드 대학 비교사회학 석사, 런던정경대학(LSE) 사회정책학 박사이며, 하버드 대학 로스쿨 펠로우를 지냈다.
목차
- 옮긴이 서문 ㆍ13
서론 ㆍ44
1장 공공 정치철학의 구성 ㆍ53
1부 정치적 대화의 참여자들
2장 19세기의 주요 정치 이념들 ㆍ95
3장 20세기의 전체주의 및 다원적 정치 이념들 ㆍ128
4장 현대 정치의 급진적 이념과 극단적 이념 ㆍ177
2부 철학적 가정: 정치적 원리의 토대
5장 철학적 가정 1: 존재론 ㆍ232
6장 철학적 가정 2: 인간론 ㆍ277
7장 철학적 가정 3: 사회론 ㆍ317
8장 철학적 가정 4: 인식론 ㆍ350
3부 정치적 원리: 합의점과 쟁점
9장 정치적 원리 1: 정치 공동체 ㆍ404
10장 정치적 원리 2: 시민권 ㆍ448
11장 정치적 원리 3: 사회구조 ㆍ497
12장 정치적 원리 4: 권력의 보유자 ㆍ547
13장 정치적 원리 5: 정부의 권위 ㆍ592
14장 정치적 원리 6: 정의 ㆍ643
15장 정치적 원리 7: 변화 ㆍ703
16장 한국어판 보론: 오바마의 이념과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 ㆍ754
미주 ㆍ776
참고문헌 ㆍ820
찾아보기 ㆍ841
출판사 서평
자기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의식할수록, 자신의 심미안과 지적 성실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一조지 오웰
오늘날 인간의 운명은 정치적인 방식으로 그 의미가 제시된다.
一토마스 만
4가지 철학적 가정, 7가지 정치적 원리, 12가지 이념
비교의 관점에서 본 현대 정치사상 교본
진보-보수 논쟁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좋은 정책을 산출하지 못한 채 ‘대결을 위한 대결’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이념 간 대립을 타개하는 활로는, 먼저 이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오늘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12가지 이념을 횡단 비교하고, 각 이념이 서있는 철학적 바탕과 논쟁적인 정치적 쟁점에 대해 각 이념이 취할 입장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이념과 이념 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이념으로 전체를 설명하고 모든 문제에 해법을 내리려는 ‘신념’을 내려놓고, 여러 이념들의 장단점을 살려 공적 문제를 다루는 ‘유연함’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개인과 공동체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0. 우리는 이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옮긴이 서문에는 조효제 교수가 독자들에게 낸 퀴즈가 있다. 이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을 보면 이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피상적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시장을 선호하는 사람은 자유주의를 좋아하고, 시장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유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차라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나을 법한 방식으로 이념을 구분해 온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1. 정치적 이성과 공적 이성을 인식론에서 발전시킨 정치 이념은?
① 신자유주의 ② 현대 자유주의
③ 마르크스주의 ④ 급진적 좌파
2. 국민국가 형성 및 존립을 정치의 선결 조건으로 간주하고, 국가적 정체성과 국가적 차원의 정책 의제를 중시하는 이념은?
① 보수주의 ② 급진적 우파
③ 공동체주의 ④ 자유주의
3. 고전적 자유주의를 계승하되 그것을 급진적으로 재구성한 이념은?
① 자유 지상주의 ② 현대 자유주의
③ 현대 보수주의 ④ 아나키즘
[정답] 1. ④ 급진적 좌파 2. ④ 자유주의 3. ① 자유 지상주의
1. 이념에서 철학으로
이념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의 원서명은 “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이다. 한국어판 부제에서도 다원적 공공 정치를 이루기 위한 ‘철학’[다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정치적 문제에 대해 이념이 아니라 철학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는 셈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념을 과도하게 평가해 다른 이념을 상대적으로 덜 평가하거나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념만을 강조했을 때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 철학과 이에 바탕을 둔 정치적 원리가 공적 논의에 기여하는 바는 여기에 있다.
경험을 통해 검토할 수 있는 정치의 일반적 지침을 말하는 정치적 원리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가르친다. 따라서 정치적 원리에서 모색하는 목표는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목표가 바람직한지는 정치적 관점의 저변을 이루는 철학적 가정에 의해 결정된다. 이념의 표피에서는 날을 세우더라도, 이면의 존재론ㆍ인간론ㆍ사회론ㆍ인식론적 심층에서는 넓은 차원의 공감과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판단 기준별 횡단 비교 없이 처음부터 하나의 이념만을 살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각 이념의 장단점은, 이 책에서처럼 (철학적 가정과 정치적 원리라는) 공통된 기준으로 이념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살폈을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어떤 공공적ㆍ정치적 문제를 다른 이념보다 더 잘 다루는 이념이 있다. 그리고 하나의 이념만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인간 삶의 개선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념이 존재한다고 본다면, 사회문제에 대한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념들 사이의 대화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적 문제에 대해 적대적ㆍ배타적 논쟁이 있었을 뿐, 좋은 대화를 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대화의 전제, 다원주의의 인정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도 있다. 정치 이념들 사이의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대화가 가능하기는 할까? 대화를 시도했다는 알리바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려는 이해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정치 이념들을 이해한 후 서로 대화에 나서면 상대방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배경을 알게 되어 상대방의 주장을 일률적으로 거부하지 않게 되며, 한층 더 정교하고 타당한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수정ㆍ보완할 여지도 생긴다.
대화는 상대에 대한 인정을 전제한다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집회장이었던 아고라 광장의 현재 모습. 현실의 권력관계를 은폐하지 않고, 대화에 참여하는 이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하는지 여부를 통해 다원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 다원주의는 여기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론 틀은 현대 정치사상에서 다원주의가 얼마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알려 준다. (다원주의는 정치 이론에서 논쟁적인 용어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다원주의는 각자의 이념적 입장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모든 정치 이념들의 저변을 이루는 합의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메타 정치 이론이다. 그런 점에서 다원주의는 여러 이념들이 한데 모여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념들과는 다른 지위를 갖는다. 이 책에서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이라는 말이 ‘다원주의’와 혼용되는 것도, 다원주의가 ‘그릇 이념’의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다원주의는 일종의 규범적인 정치 이론이다. 그러나 다원주의가 가장 명확하게 지지하는 규범이란, 대단히 추상적인 차원에 속하며, 흔히 과정 지향적이거나 절차적이다. 다원적 정치가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것은, 결국 그 다원적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 각자가 적용하려는 가치와, 그들이 숙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지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숙의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공평한 절차를 제공하며, 바로 그 때문에 민주주의가 다원주의에서 주요한 절차적 가치를 이룬다.
19세기 자유주의가 현대 자유주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정치 이념을 몇 마디로 과감하게 요약하거나 정리하기는 어렵다. 정치 이념이 부단한 역사적 발전과 진화를 거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현상인 까닭이다. 그런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특정 이념 내에서, 그리고 이념들 사이에서 크나큰 변화가 일어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전통적 보수주의가 현대 보수주의로 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자유주의는 그들이 도대체 같은 뿌리의 사상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재 크게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보수주의는 뿌리가 전혀 다름에도 오늘날 아주 가까운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식의 역사적 변천상을 무시하고 그저 ‘보수주의’ 또는 ‘자유주의’라고 표현할 때 초래될 인식의 혼란과 폐단은 상당히 심각하다.
가령 현대 자유주의는 정부가 자유를 억압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유를 촉진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떨어져 나와 발전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큰 정부가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시장 체제와 최소한의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가장 잘 보장한다고 가정했지만, 현대 자유주의자들은 순수한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정부뿐이며, 정부가 모든 시민에 대해 더 많은 안전, 안정된 경제 발전, 더욱 평등한 경제적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치권력의 평등한 분산을 위한 다양한 정치 개혁과, 인종차별이나 성적 차별과 같은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도 확장된 정부의 권위[권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이념은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념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이 형성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념은 ‘신념’보다 ‘유연함’이라는 말과 더 어울린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무료 급식을 줄서서 기다리는 실업자들의 모습. 이념들은 역사적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곤 하며, 이때 자신과 대립하는 이념에서 중시되던 가치를 받아들이는 극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3. 비교의 관점에서 본 현대 정치사상
정치 이념을 다루는 개론서는 대개 두 가지 방식을 따른다. 플라톤, 홉스, 마르크스, 롤스와 같은 독창적 사상가의 고전을 읽게 하거나, 주요 정치 이념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슈메이커의 비교 방법론은 정교하고 입체적이다. 5장에서 15장까지 정치 이념의 철학적 가정을 4가지 차원(존재론, 인간론, 사회론, 인식론)으로, 정치적 원리를 7가지 차원(정치 공동체, 시민권, 사회구조, 권력의 보유자, 정부의 권위, 정의, 변화)으로 세분해 살핀다. 철학적 가정들과 정치적 원리들을 모두 합한 11가지 판단 기준에 의거해 12가지 주요 정치 이념들을 횡단 비교함으로써 총 132개 항목에 걸쳐 정치 이념을 비교 분석한다.
각 정치 이념들이 등장한 역사적 과정과 그 중심 사상에 대해서는 2~4장에서 서술된다. 먼저 19세기와 20세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8개의 주요 정치 이념을 소개하는데,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자유주의를 구분하며, 전통적 보수주의와 현대 보수주의를 구분한다. 아나키즘ㆍ마르크스주의ㆍ공산주의는 서로 구분되는 별도의 이념으로 다룬다. 파시즘과 나치즘도 전체주의적 이념이라는 유사성이 있지만 둘 사이의 차이점을 고려한다. 이에 더해 현대 정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다양한 견해를 좌우 이념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급진적 견해와 극단적 견해로 세분해 소개한다.
16장은 한국어판에 특별히 실린 보론으로, 원서가 출간된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변화된 상황과, 오바마 정부를 어떤 이념 틀로 바라볼지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다. 이로 인해 한국어판은 본서의 개정판이라는 의의를 갖게 되었다.
4.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디자인하기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원주의의 내용, 즉 다원주의를 구성하는 토대적 합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신축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이념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다원주의의 토대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정치 이념이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모두가 동의할 만한 공통분모, 또는 모두가 반대할 공동의 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어느 수준에서 정할 수 있는지와 곧바로 연결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에서도 이런 질문은 중요하다. 시민들은 산출물을 내지 못하는 진보-보수 논쟁에서 피로를 느낀다. 다원주의의 토대 없는 진보 운동 또는 보수 운동이 유권자에 대한 호소력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운동이 정치 공동체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여러 공공 정치철학들의 철학적 가정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또한 정치의 영원한 쟁점들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각종 정치적 원리들 가운데 적당한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일정한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통합하는 식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재구성하여 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은 정치 이념을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 좋은 교본이다. 성실한 번역을 통해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제언을 해온 조효제 교수가 10년간의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 책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371251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10월 22일 | ||
쪽수 | 888쪽 | ||
크기 |
153 * 224
* 40
mm
/ 135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Schumaker, Pa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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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폴 슈메이커 지음, 조효제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후마니타스<이념>의 원제는 "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다. 번역자는 저작 전체에 걸쳐 'ideology'를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이념'으로 번역했다. 아마도 번역자가 이런 결정을 한 까닭은 슈메이커가 말하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한국에서는 주로 '이념' 대립으로 일컬어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슈메이커는 '이데올로기' 개념에 비성찰성, 폐쇄성 등의 속성을 부여한다. 정치 이데올로기는 "현실 인식과 사고를 일정 방향으로 인도하거나 왜곡하는 특수하고 편협한 렌즈"(77쪽)며, 그래서 "상호주관적 합의 형성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데올로기의 이런 속성이야말로 이데올로기가 정치 행동과 투쟁을 이끄는 힘을 갖게 만드는 근거다.왜냐하면 지성과 숙의는 명백해 보이는 것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하는 데 반해, 정치 행동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에 대한 '확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의심과 확신 중 무엇이 더 낫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적 확신은, 그것의 진리성과 타당성에 관한 성찰의 결과로서 획득돼야 한다. 이데올로기는 종종 이런 성찰을 막는 강력한 장애물로 작용한다.이념이라는 나무의 뿌리그렇다면 견고한 신념 체계로 구성된 상쟁하는 이념들이 서로 건설적 대화와 대결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념 논쟁이 정치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선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하는 동력이 되려면 우리는 무엇을 성찰하고 숙의해야 하는가?이 질문들이 <이념>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다. 여기서 저자는 각 정치 이념의 평가로 곧장 들어가는 최단 경로가 아니라, 그 토대를 이루는 철학적 가정과 정치 원리를 추적하는 긴 여정을 택했다.저자는 각 이념이 세계·인간·사회에 관한 특정한 철학적 가정, 그리고 정치의 근본 질문들에 관한 원리적 입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념의 뿌리를 이루는 이 '암묵적' 가정과 원리야말로 이념 간의 대화를 막는 요인이자, 또한 대화로 들어가는 문을 열 열쇠다.<이념>은 이념의 나무들을 단지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 뿌리로 깊이 들어가 '좋은 나무'를 키울 방법을 찾고 있다. 그 결론이 바로 '다원적 공공 철학'이다.다원적 공공 철학저자에게 '다원적 공공 철학(plural public philosophy)'은 이념들 간의 대화와 합의 형성을 위한 철학적 토대다. 그것은 각 이념의 강점과 약점, 정치 공동체에 대한 잠재적 기여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이다. 또 특수한 정치적 입장과 규범적인 보편성 요청을 성찰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한 전제다. 그 공공 철학은 어떤 실질적 내용을 담고 있는가?저자의 주장은 네 가지 층위에 걸쳐있다. (1) 가치 지향 : 정치 이념은 특정 집단의 배타적 이익이 아니라 공공선의 관점에서 현실을 해석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2) 철학적 가정 : 정치 이념은 세계와 인간 본성의 복잡성, 사회 권력의 다원성, 인식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3) 정치적 덕성 : 정치이념은 차이에 대한 관용과 상호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4) 정치 노선 : 정치 이념은 어떤 절대화된 이념에 따라 사회와 인간을 재조직하려는 극단주의를 거부해야 한다. 다원성, 공공성, 관용과 절제가 그 핵심이다.저자는 다원적 공공 철학이 단지 중도, 절충을 뜻하지 않으며, 이념들 간의 합의, 화해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것은 건설적인 논쟁과 상호 계몽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제시된다. 치열하게 논쟁하되 그 논쟁은 정치 공동체의 공공선에 기여하고 서로를 계몽시키는 계기가 돼야 하며, 그것이 가능하려면 어떤 공동의 지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정치 이념위의 관점에서 슈메이커는 19세기 이래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12가지 정치 이념을 해석하고 평가한다. 그가 철학적 가정, 정치 원리, 정치 이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각 이념들을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그림으로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위의 분류 체계 하에 전개되는 긴 이념사적 서술에서 두 가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하나는 다원적 공공 철학의 원환 '내부'에 관련되고, 다른 하나는 그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경계선에 관련된다.먼저 원환의 '내부'를 보자. 저자가 다원적 공공 철학에 기초한 이념으로 평가하는 것은 현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좌·우익 급진주의다. 현대 자유주의는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현대 보수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전통적 보수주의라는 두 이념을 결합시켰다. 급진 좌파는 사회민주주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급진 페미니즘과 생태주의를, 급진 우파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등을 포괄한다. 저자는 이 이념들이 공공선이라는 공동의 목표 하에 성찰적 대화를 해가야 함을 강조한다.다음은 '내부/외부' 경계선의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급진주의(radicalism)'와 '극단주의(extremism)'의 구분이다. 이 구분 자체는 새롭지 않다. 사회·정치 운동 연구에서 이 구분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양자를 나누는 핵심 기준은 다원적, 민주적, 입헌적 원리와 제도를 긍정하느냐 아니냐다. <이념>에서 새로운 것은 이 구분을 다원적 공공 철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저자에 따르면 급진주의는 다원 사회를 개선하는 동력이지만, 극단주의는 그에 대한 위협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다원적 사회는 유토피아 사상과 허무주의에 의해 그 존립이 위협과 침해를 당해 왔다."(873쪽) (좌우를 막론하고) 총체적 현실 부정과 총체적 전복의 이념, 또 종종 그에 수반되는 냉소주의는 일견 가장 '급진적'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세계의 실제적 개선을 가로막거나 심지어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한국의 현실과 <이념>의 메시지<이념>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나아가 한국 사회와 정치에 줄 수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 이 저작의 관점에서 한국의 이념 대립을 성찰해본다면,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이념담론의 범람 속에 다원적 공공 철학이라고 하는 '안감의 결핍'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때론 이 결핍이 인지되지도 못하고, 때론 인지되었으나 정치적 요인에 인해 그것의 공론화가 억제된다. 슈메이커가 이 상황을 표로 만든다면 아래와 같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A↔B] 갈등이 격렬하고 요란스럽게 계속되는 동안 [X→Y] 방향의 발전이 지체되고 있음이 은폐되고, 그 결과 [C↔D]의 이념 논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너는 진보냐, 보수냐, 자유냐? 좌냐, 우냐, 중도냐?" 하는 이념적 추궁이 빈번하다. '좌빨, 친북, 수구, 꼴통' 등, 낙인과 거부의 어휘가 가득하다. 자신만이 '진정한 진보', '정통 보수'라 주장하고, 이를 통해 권위를 강요하는 이념적 순수주의가 잔존한다.하지만 자신과 타인의 이념이 터하고 있는 철학과 가치, 또 그것이 정치 공동체에 의미하는 바를 성찰하는, 이념적 진정성에 허용된 땅은 좁다. 지금 <이념>은 이념 대결 안에서 이념을 사유하는 것을 넘어, 이념 대결의 뿌리를 사유하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몇 가지 이견하지만 <이념>에 대해 이의가 없지 않다. 먼저 이 저작의 '전체주의(totalitarianism)' 개념이 그러하다. 전체주의 개념은 다양한 맥락에 놓일 수 있고, 그 맥락에 따라 사상적·이론적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개념의 의미의 중핵을 파악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 개념이 무엇과 대조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슈메이커는 '전체주의 이념'과 '다원적 정치 이념', '다원적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적"(151쪽)을 대비시키고 있다.이 개념 쌍은 다원·자유민주주의의 전통에서 이뤄진 비교정치학 연구에서 친숙한 것이다. 이들의 전체주의론은 '전체주의'로 명명된 사회의 동질성을 과장하고, 그 역동성을 폄하하며, 그것을 악마화함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미화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특히 공산주의 블록 전체를 전체주의로 비판할 때 그 이데올로기적 함의는 분명했다. 그래서 이 개념은 여전히 논쟁적으로 남아 있지만, 슈메이커는 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하지 않고 있다.이러한 성찰성의 결여는 더 실질적인 철학적, 이론적 문제로 이어진다. 강한 가치 평가적 대조법에서는 항상 '인정/배제'의 정치학이 작동한다. 여기서는 무엇이 '내부'로, 무엇이 '외부'로 간주되느냐가 중요해진다. <이념>에서 '전체주의'는 '다원적 공공 철학의 적'이라는, 더 상위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전체주의와 더불어 '다원적 공공 철학의 적'으로 간주된 이념은 무엇인가? 바로 '좌·우익 극단주의'다.그런데 여기서 '극단주의 좌파'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놀랍다. '反신자유주의 강단 좌파'(네그리, 하트), 포스트구조주의(푸코, 데리다, 무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버틀러), 심층 녹색주의(돕슨) 등이 극좌로 분류된다. 이것은 이들을 '다원민주주의의 적'이라는 대범주 하에 공산주의, 파시즘과 나치즘, 종교적 근본주의와 동급으로 놓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는 저자의 이념 이해 자체가 이념적으로 경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그런 의혹의 근거는 이 저작의 이론적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동심원 모델' 자체에 있다. 원환의 중심에는 현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있다. 그 주변에 급진주의자들이 있다. 사회민주주의가 그 중 하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20세기 정치의 양대 기둥의 하나를 이뤘던 사회민주주의가 동심원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혹시 이 동심원의 중앙에 있는 '현대 자유주의'와 '현대 보수주의'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을 뜻하는 게 아닐까? 보편적 언어 아래에 숨겨져 있는 것은 실은 미국적 맥락이 아닐까? 우리는 저자의 철학적, 메타 이론적 메시지를 수용하면서도 저자와는 다른 이념의 지도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이념이 뿌리내린 토양<이념>이 터한 역사적 준거를 묻고 있는 위의 질문들은 이 저작이 다루지 않고 있는 더 깊은 문제로 우리를 이끈다. 그것은 바로 저자가 말하는 '철학적 가정'이 놓여 있는 더 넓은 역사적 지평, 체험의 지평, 이해의 지평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이다. 저자가 정치 이념의 뿌리를 캤다면, 남겨진 과제는 이념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적 토양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 토양에서 토질 개선의 방법을 찾아야만 '이념의 대화'가 가능하다.존재론과 인간학, 사회론과 인식론에 관한 슈메이커의 논의는 대단히 체계화된 지적 담론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처럼 지성화된 담론의 저변에는 그 시대와 사회의 생활세계, 역사적 어휘들과 담론의 질서가 놓여 있다. 그것을 생산, 재생산, 변형하는 담론적 실천들이 있고, 담론적 투쟁이 벌어지는 제도적 장이 있다. 슈메이커의 주장이 현실적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수준에서 어떤 '사회적 가치'가 광범위한 합의를 획득해야만 한다.슈메이커는 정치 이념의 '안감'과 '겉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때 '안감'은 단지 철학적 가정만을 의미할 수 없다. 그것은 집단적 체험의 차이, 사회 구조 내의 서로 다른 위치들, 구조적 환경이 강제하는 이해관계의 대립, 각 주체들이 속해 있는 담론적 장의 차이를 포함한다. 그것이 이데올로기의 사회적 토양이다. <이념>이 추구하는 이념 간의 대화와 상호 이해, 상호 계몽은 바로 그 토양의 실질적 개혁과 함께 갈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뭔가를 말하려면 우선 숫자를 앞에 세워두고 뒤에 말을 붙이는 게 유행이다.
확실히 기억에 남도록 하려는 의도겠지만, 이 책도 4가지 철학적 가정, 7가지 정치적 원리, 12가지 이념으로 소개됐다.
4+7+12= 이 책 이런 등식이 성립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비교의 관점에서 본 현대 정치사상 교본이라고 평가되고, 또 그렇게 평가돼도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옮긴이의 의도가 꽤 읽혀지는 점에서, 미리 책 내용전개를 상상해볼 수 있다. 진보-보수 논쟁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좋은 정책을 산출하지 못한 채 ‘대결을 위한 대결’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이념 간 대립을 타개하는 활로는, 먼저 이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오늘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12가지 이념을 횡단 비교하고, 각 이념이 서있는 철학적 바탕과 논쟁적인 정치적 쟁점에 대해 각 이념이 취할 입장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이념과 이념 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이념으로 전체를 설명하고 모든 문제에 해법을 내리려는 ‘신념’을 내려놓고, 여러 이념들의 장단점을 살려 공적 문제를 다루는 ‘유연함’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개인과 공동체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시대에 맞는 이념의 새로운 디자인???- 이념이란 불편의 진리를 아니기에 당연한 말인 듯 들리지만, 한 번 자리잡은 혹은 잡힌 고정관념이라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곱씹어 읽어야 할 까닭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원주의의 내용, 즉 다원주의를 구성하는 토대적 합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신축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이념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다원주의의 토대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정치 이념이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모두가 동의할 만한 공통분모, 또는 모두가 반대할 공동의 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어느 수준에서 정할 수 있는지에 관련된 질문이다. 또한, 현실 정치에서도 이런 질문은 중요하다. 시민들은 산출물을 내지 못하는 진보-보수 논쟁에서 피로를 느낀다. 다원주의의 토대 없는 진보 운동 또는 보수 운동이 유권자에 대한 호소력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운동이 정치 공동체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여러 공공 정치철학들의 철학적 가정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또한 정치의 영원한 쟁점들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각종 정치적 원리들 가운데 적당한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일정한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통합하는 식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재구성하여 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치 이념을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 좋은 교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일단 민주 자본주의를 형성한 고전적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개혁한 현대 자유주의를 구분한다. 옛 사회질서를 옹호한 전통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현대 보수주의를 구분한다. 좀더 평등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인 사회를 모색하는 급진적 좌파와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를 해체하려는 극단적 좌파를 구분한다.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거나 도덕적 합의를 추구하는 급진적 우파와 더욱 동질적인 사회로 회귀하려는 극단적 우파를 구분한다. 그리고 권위에 항거하는 아나키즘과 계급 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와 투쟁을 벌인 공산주의, 전체주의적 통제로 집단성을 강화한 파시즘과 나치즘을 구분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정치이념은 크게 현대 자유주의, 현대 보수주의, 급진주의, 극단주의 네 가지다. 현대 자유주의는 평등주의 및 강한 국가를 찬성하기에 복지국가 자유주의라고도 불리고, 자본주의를 개혁한다는 점에서 개혁 자유주의라고도 불리고, 경제성장과 사업활동을 장려하기에 기업 자유주의라고도 불린다. 혹자는 현대 자유주의를 이익집단 자유주의라고도 부른다. 현대 보수주의는 철학적으로 상극이었던 고전적 자유주의와 전통적 보수주의를 섞어놓은 것이다.
급진주의와 극단주의를 판별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먼저 다원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다. 급진주의는 다원주의 내에 심각한 결함을 시정하려고 하고, 자본주의를 순치하려고 하지만 자본주의 자체를 파괴하자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극단주의는 다원주의 자체 혹은 다원주의에 필수적인 정치구조를 철폐하려 하고, 자본주의 자체를 파괴하여 새로운 정치체제를 수립하려고 한다. 다음은 통상적인 좌파와 우파의 구분에 따른 불평등에 대한 태도다. 우파는 불평등을 당연하게 바라보고 기존의 사회 서열을 강화하는 반면에, 좌파는 기존의 사회 서열을 비판하고 각종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