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내역/미디어추천
어떤 나라든 문화의 기반은 의식주에 있다고 한다. 1부에서는 한국인의 식생활, 2부에서는 의생활, 3부는 주생활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문화를 살펴보았다. 우리의 식생활 한식은 밥과 국을 골고루 섞어서 먹는 어울림과 관계의 문화이고, 버무리고 삭히는 김치는 이질적인 것을 한데 섞는 융합의 문화이다. 우리네 전통 의상은 옷을 입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데, 평면적으로 재단된 치마는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완성되는 융통성과 여유로움을 가진다. 주거 공간 한옥은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우리의 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작가정보
저자 정수현은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호주 시드니대학교(The University of Sydney)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통번역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한국 문화뿐 아니라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 왔다. 1995년 호주 시드니 대학교 동아시아학부에서 한국문화 강의를 시작한 이후 지난 15여 년간 외국인들에게 주로 한국 문화 및 한국 문학을 가르쳐 왔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한국문화론을 강의하며, ‘영어로 한국 문화 소개하기’, ‘한국어 교사 양성’ 등 한국어 교육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글로벌 시대의 ‘한국 문화 교육 전문인’이기를 희망하는 그의 작업은 강의와 글쓰기를 통해 계속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공저)가 있다.
저자 정경조는 경희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에서 영문학 석사?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2002년부터 10년 동안 교양영어 ? 영문법? 토익? 토플을 강의했으며, 2011년부터 한국골프대학에 재직 중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잉태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1980년대에 미국 지향적인 정치학을 공부하면서도, 대학원에서 영미 소설과 영시, 영미 어린이문학를 읽으면서도 항상 ‘한국인의 소멸’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다. 문화적 다양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공저)에 이어 이 책으로 ‘한국 문화’에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다.
목차
- 머리말
Ⅰ. 한국인의 식생활
1. 밥
2. 된장
3. 김치
4. 국
5. 비빔밥
6. 막걸리
7. 엄마 손맛
8. 사발
9. 수저
Ⅱ. 한국인의 의생활
10. 흰옷
11. 치마
12. 저고리
13. 옷고름
14. 보자기
Ⅲ. 한국인의 주생활
15. 온돌
16. 마루
17. 창호지
18. 뒷간
책 속으로
“우리 조상들은 계절과 풍토를 고려해 음식을 만들고, 옷을 짓고, 잠자리를 마련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음식과 입었던 옷, 살았던 집 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소중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반만 년 동안 터를 지키고 이어 온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머리말」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은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 역사 왜곡 논쟁 등 노골적인 자국 이기주의로 인해 국가 간의 갈등이 첨예화된 현실에 직면했다. 이런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분쟁에 대응하는 방식의 개발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싸움에 이기고도 한족(漢族)의 문화에 밀려 중국 55개 소수 민족 가운데 하나로 전락한 청나라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일본이 조선을 강제 합병한 후 창씨개명과 언어 말살 등 문화 통치를 강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6~7쪽)
현대 사회는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무수한 정보나 장르 간의 접목과 혼합, 융합이 일상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둘 이상의 다른 현상 따위가 알맞게 조화를 이루는 접목이나,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화학적인 결합을 하지 않고 섞이는 혼합, 그리고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 없이 하나로 합하는 현상을 융합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특질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혼합을 대표하는 음식인 ‘비빔밥’이나 융합을 상징하는 ‘김치’를 보라. 비디오아트나 레이저아트 같은 새로운 장르의 선구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55쪽)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요리의 모양과 의미가 달라진다. 음식과 그릇의 궁합에 정답은 없다. 음식에 꼭 맞는 그릇이 시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청자는 고려 시대의 그릇이었고 백자는 조선 시대의 그릇이었다. 현대에는 현대에 맞는 그릇이 필요하다. 음식의 맛에 대한 관심이 음식을 담는 그릇에 대한 흥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스파게티를 투박한 뚝배기에 담아내는 것이 오히려 더 세련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값이 비싸서’, ‘잘 깨져서’, ‘설거지하기 힘들어서’라는 핑계로 스테인리스 그릇에 냉면을 담고 플라스틱 그릇에 김치를 올리는 것은 그릇에 음식과 함께 담던 우리의 정서와 전통을 내버리는 일이다. (119~120쪽)
평면인 한복은 사람이 입었을 때 비로소 입체가 된다. 입는 사람이 자신의 개성에 따라 연출할 수 있는 열린 구조인 것이다. 입는 사람이 말랐으면 마른 대로,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풍성하게 감싸 주어 신체의 결점을 가려 주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입체 재단으로 만드는 서양의 옷은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만 한복 치마는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다른 옷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평면 재단 속에 인간에 대한 배려, 경제성 등이 담겨 있다. (162쪽)
현대 주거 공간에서 거실이 가지는 기능은 한옥에서 마루가 가졌던 기능과는 전혀 다르다. 마루는 조상 숭배 등의 관념적인 질서를 반영함과 동시에 가족과 이웃이 교류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감성을 키워 주는 반(半)외부 공간이다. 반면 거실은 가족의 단란함과 접객 등의 기능만을 담당하는 명백한 내부 공간으로 한정된다. 또한 마루는 비어 있으면서 여러 기능을 수용하는 다목적 공간인 데 비하여 거실에는 소파나 테이블 등 서구식 입식 가구나 텔레비전을 놓아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가재도구로 가득 찬 거실에서는 옛날 바람도 머물러 가던 마루의 정취를 다시 되살릴 수 없다. (224쪽)
출판사 서평
한국인의 의식주로 한국 문화를 들여다보다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입고, 자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온다. 어떤 나라든 문화의 기반은 이러한 의식주(衣食住)에 있다. 한 민족이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한 의식주 문화는 다양한 사회적 의미와 상징을 갖는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과 풍토를 고려해 음식을 만들고, 옷을 짓고, 잠자리를 마련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음식과 입었던 옷, 살았던 집 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소중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반만 년 동안 터를 지키고 이어 온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에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한국 문화를 살펴보려고 시도했던 두 저자 정수현과 정경조가 이번에는 언어가 아닌 의식주 생활을 통해 한국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한국인의 밥상에 담긴 배려와 융합의 정신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삶의 근간이 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된다. 빵을 먹는 문화권과 밥을 먹는 문화권은 결코 같을 수 없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밥을 중심으로 국과 반찬들이 배열된다. 밥과 반찬, 국을 골고루 섞어서 먹는 한식은 어울림과 관계의 음식이다. 반면 서양은 한 접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 각자 음식을 덜어 먹는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는 다 같이 한 냄비에 숟가락을 넣고 찌개를 떠먹는 문화가 낯설 수밖에 없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기 위해서는 반찬이 작게 잘라져 나와야 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자신의 접시 위에 올라간 고깃덩어리를 각자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는다. 술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술을 각자 따라 마시는 자작(自酌)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우리는 서로 술을 따라 주는 수작(酬酌) 문화이다. 한국의 식생활이 상대를 배려하는 문화라면, 서양은 자기 선택의 문화인 셈이다.
또한 한국인들은 섞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은 누가 뭐래도 김치이다. 김치는 버무리고 삭혀서 그 맛을 낸다. 버무리는 것은 이질적이고 대립되는 요소를 한데 섞어 융합시키는 행위이다. 서양의 샐러드는 소스만 씻어 내면 원형으로 환원하는 물리적 단합이지만, 김치는 아무리 씻어 내도 환원되지 않는 화학적 단합으로 새로운 창조를 한다. 이질적인 재료들을 섞어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에서도 이러한 융합의 정신이 엿보인다. 이는 문화 다양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정신이기도 하다.
한복에서 드러나는 융통성과 여유로움
우리 민족의 전통 의상은 옷에 사람을 맞추는 양복과 달리 옷을 입는 사람을 그 중심에 둔다. 한복 치마에는 허리둘레 사이즈가 없다. 누구나 그저 갖다 몸에 두르면 된다. 한복 치마는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날씬하면 날씬한 대로 사람을 그 모습 그대로 감싸 준다. 입체적으로 재단된 서양식 정장은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만, 평면적으로 재단된 한복 치마는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다른 옷으로 거듭난다. 한복 치마는 완성된 옷이 아니라 입는 순간 비로소 하나의 옷이 된다.
한복만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물건을 휴대하거나 운반할 때 보자기를 이용해 왔다. 서양의 가방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보자기의 융통성은 극적이다. 내용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자기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가방과 달리, 보자기는 폈다가 샀다가 할 수 있는 다의성(多義性)을 지닌다. 보자기는 싸는 물건의 부피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또 쌀 것이 없으면 하나의 평면으로 돌아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융통성은 한복의 옷고름에서 드러나는 여유로움과도 통한다. 양복은 몸에 꼭 맞게 조여 입는 데 비해 한복은 신체의 구조를 이용하여 그저 걸칠 뿐이다. 저고리는 어깨에 걸치는 옷으로 그냥 걸쳐 놓으면 앞이 벌어지니까 옷고름으로 매는 거지 서양의 단추나 지퍼처럼 조이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정해진 위치에 똑바로 끼워야 하는 단추와는 달리 옷고름은 옷이 크면 바짝 매고, 옷이 작으면 넉넉하게 묶어 조절한다. 이러한 의생활은 서양인들은 합리성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융통성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옥,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공간
긴 하루를 보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집은 건축물로서의 집이 아니라 편안한 안식처로서의 집이어야 한다. 한옥에 있는 ‘마루’는 고정되고 폐쇄된 공간이라기보다는 외부와 내부, 사람과 사람, 인간과 신의 매개하는 공간이다. 그곳은 햇살 한가득 늘어지게 잘 수 있는 방이 되기도 하고, 바람이 머물다 가는 들녘이 되기도 한다. 거실은 구성원들만을 위한 공간이지만, 마루는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 아닌 안팎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다. 이렇게 안과 밖을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 한국 특유의 가치관은 지금도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다.
한옥에서 창호지 한 장으로 가려진 문과 창은 그 너머의 모든 세상과 소통한다. 밖에 있는 사람과 통하고 빛과 바람을 비롯한 자연과 통한다. 창호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람과 빛을 통과시키고 습도도 조절한다는 점이다. 한옥은 창호지를 사용하여 문을 닫고도 환하게 생활할 수 있었고, 통기가 되어 닫고 살아도 불편함이 없었다. 모두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어졌기에 창호지는 자연현상에 순응하는 성질을 띤다. 반면 유리로 된 창호는 시각에만 의존하고 다른 감각은 닫아 버리는 단절의 장벽이다.
이러한 모습은 화장실에서도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배설물을 혐오해서 배설과 동시에 그것을 버려 버렸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뒷간을 단순히 버리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않고, 이를 자원 순환의 개념으로 바라보았다. 화학 비료가 지금처럼 대량 보급되기 전에는 가장 귀한 거름을 생산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 ‘뒷간’이었기 때문이다. 뒷간은 음식이 똥이 되고 똥은 거름 그 거름으로 다시 음식을 얻는 전통적인 자연 순환 방식을 일구는 중요한 자리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동서양 여러 나라 문화를 비교함으로써 소재에 다양성과 참신성을 구현했다. 이전 책과 같이 서양 문화와 한국 문화를 비교하되, 한국 문화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제1부에서는 한국인의 식생활, 제2부는 한국인의 의생활, 제3부는 한국인의 주생활을 다룬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한국인의 생활상을 흥미롭게 전달해 주는 이야기이자,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익한 길잡이가 되기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360774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2월 28일 |
쪽수 | 252쪽 |
크기 |
128 * 188
* 12
mm
/ 29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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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다시 대하는 글이다. 그저 머릿속에서만 아는 내용이었다.
시댁에서 된장을 얻어올 때면 짜증이 나곤 했다. 올해 담근 색깔도 좋고 물기가 촉촉한 먹음직스런 된장은 안 주시고 늘 굳어? 빠진 시커먼 된장 속에서 떠 주시던 시어머니...
오늘 아침 갑작스레 그룹채팅이 들어왔다.
“동서들 형님이 다같이 모여서 된장 담그자고 하시네...”
‘아 이젠 당당하게 내가 만든 된장을 먹을 수 있겠구나...’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와 함께 커다란 가마솥에 메주콩을 삶아 절구에 찧은 후에 네모난 틀에 메주 만들던 일이 떠올랐다.
‘어휴, 바쁜데, 어이 시간을 내지? . . .’
“메주 사다....”
‘휴 다행이다. . ㅋㅋ’
‘된장국’, ‘된장찌개’, ‘청국장’... 우리 세대에서는 된장이 빠져서는 안 될 음식이다. ‘치즈케이크’, ‘치즈 피자’, ‘치즈 돈가스’, ‘치즈 떡볶이’, ‘치즈 볼’, ‘치즈 밥’, ‘치즈 라면 등 아들들의 모든 음식에는 된장대신 치즈가 식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중 서양의 대표적인 발효 식품인 치즈와 한국의 된장에 대한 글‘을 통해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