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팅 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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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김진호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제도권 신학의 공간 밖을 떠도는 신학의 방외자로 20여 년을 유랑했다. 한백교회 담임목사로 7년간 일했으며,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 계간 당대비평』 편집주간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재야 민중신학 연구단체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일한다. 민중신학자로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대한 신학적, 문화적 비평의 글을 써왔으며, 인권연대가 수여하는 ‘올해의 종교인권상’(2011)을 수상했다. 『반신학의 미소』, 『예수역사학』, 『예수의 독설』,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인물로 보는 성서 뒤집어 읽기』,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등을 썼고, 다른 이들과 함께 쓴 책으로 『죽은 민중의 시대 안병무를 다시 본다』, 『우리 안의 파시즘』,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무례한 복음』 등이 있다.
목차
- 글머리 ‘낯선 바울’ 바울을 리부팅하다
제1장 ‘낯선 바울’에게 묻다-이력서
제2장 낯선 바울에게 ‘전향’에 대해 묻다-전향사
제3장 낯선 바울,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다-[빌립보서] 읽기
제4장 낯선 바울이 말하는 ‘몸의 부활’ 정치학-[데살로니가전서] 읽기
제5장 낯선 바울의 타자의 정치학-[고린도전서] 읽기
제6장 낯선 의인론이 내게 말을 걸다 1-[갈라디아서] 읽기
제7장 낯선 의인론이 내게 말을 걸다 2-[로마서] 읽기
제8장 의인론과 종말론, 그 낯선 만남
덧붙이는 글 ‘죄론’과 시선의 규율 권력-바울의 ‘옷 입음’ 레토릭을 중심으로
맺음글
책 속으로
예수 운동의 한 승계자 바울, 후대의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기독교라는 종교의 진정한 창시자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후 해석일 뿐이다. 즉 기독교의 주류적 전개가 바울 해석에서 그 정형화된 신학적, 신앙적 틀을 갖추게 된 사실에서 거꾸로 바울에게로 역추론해 가서 평가한 결과다. 그러나 바울 자신은 종교의 창시를 위해서 인생을 걸고 투쟁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의 삶과 실천은 한마디로 ‘예수운동의 부활을 위한 분투’였다고 단정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규정일 것이다. 예수운동은 그 사회의 지배체제에 의해, 심지어는 일상에까지 침투해 있는 지배적 권력에 의해 빼앗기고 모멸당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여 궁핍에, 질병에, 악령에 시달리는 대중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선사하고 해방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민중론적 신앙운동이었다. 그리고 그의 활동은 대체로 이스라엘계 디아스포라 회당 언저리에서 벌어졌다.
-‘낯선 바울’에게 묻다(48쪽)
프뉴마 퓌토나 들린 여자 앞에서 그리스도의 길을 잃었던 빌립보의 바울의 모습을 2000년대 서울의 시민인 우리들에게서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약자에 대한 돌봄을 얘기하면서도 눈앞의 약자가 저지른/를 위험성을 과장하고 그를 적대시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그 한 예가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해 악마 담론이 부상하고, 그런 이들을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으로 사회 청정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이른바 형사국가적 여론이다.
-낯선 바울,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다(101쪽)
노동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존재의 하나는 ‘해방노예’들이다. 특히 노예 해방에 대한 법적 절차를 거치고 노예해방세를 낼 수 있는 해방노예가 아니라 주인의 사적인 사정에 의해 무분별하게 내보내지는 노예들, 곧 ‘비공식적인 해방노예’들이 이 도시에 들끓었다는 점이다.
……
뿌리 뽑힘의 자의식으로 살아야 했던 이 도시의 다수 불안계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해방노예의 존재론적 불안과 연결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주인이 방출함으로써 정글 같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내던져진 노예처럼, 세상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자, 주님이 없는 자라는 해방노예적 자의식으로 자신을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몸을 위탁할 곳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해서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의 몸은 하느님이 사들였으니, 모두들 자기 몸으로 주님을 영광스럽게 하시오.”
-낯선 바울의 타자의 정치학(135~136쪽)
이스라엘계 디아스포라 회당 내부의 중심적 가치가 유대주의적 편향을 강하게 띠게 되면, 회당은 ‘유대주의적 이스라엘인다운 삶’을 과도하게 강조하게 된다. 한데 어떤 태도가 ‘유대인다운’ 삶일까? 물론 율법을 충실히 지키는 자세가 그것이다. …… 한데 이러한 율법적 충실성에는, 말할 것도 없이 사회적, 경제적 능력이 포함된다. 가령, 공동체가 성원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충당되는데, 이는 남들보다 막대한 기부금을 지출할 수 있는 능력이 ‘유대인다운’ 삶의 필요조건이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 당국자들과 만찬을 나누며 공동체의 이권을 대변할 만한 지식과 신분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다. 즉 신분, 자산, 지식 등에서 고루 높은 수준의 사회적 위치가 회당 내부의 중심 가치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낯선 의인론이 내게 말을 걸다 1(163쪽)
오늘 우리는 훨씬 더 세밀해진 규율체계의 망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규율체계는 심각성이 한계에 달한 사회적 격차를 정당화하는 지배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것을 문제제기하는 신앙을 상상하기 위해 우리는 바울을 다시 읽는다. 그러나 교회가 해석해온 바울은 오히려 그런 문제를 공유하고 있고, 더 지체된 방식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그것은 교회에 의한 바울의 오독에 기초하고 있지만, 그 오독의 실마리를 바울 자신이 제공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여 우리는 바울을 다시 읽어야 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그것을 교회와 주류 신학들이 보여준 바울과는 다른 ‘낯선 바울’이라고 말했고, 그것을 ‘민중신학적 바울 읽기’라고 보았다. 그런데 그 낯선 읽기의 준거는 예수의 급진주의다.
-덧붙이는 글 ‘죄론’과 시선의 규율 권력(234쪽)
출판사 서평
‘낯선 바울’ 읽기, 바울을 리부팅하다
가톨릭의 아우구스티누스, 프로테스탄트의 마르틴 루터,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칼 바르트, 그리스도교 신학의 제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세 사람의 신학은 바울 해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성서 자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2성서(신약성서) 27개 텍스트 가운데 13개가 바울의 이름으로 된 문서다. 이는 1세기 말경에 이미 그리스도의 공동체들 사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서는 다름 아닌 바울의 문서였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고대에서 현대까지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바울의 시선에 의해 규율된 역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역사적 그리스도교에 비판적 문제를 제기했던 많은 이들은 대개 바울을 비판했다. 니체는 바울이 예수를 교회의 도그마로 왜곡, 전락시킨 장본인으로 보았고, 자유주의 신학자 아돌프 폰 하르낙은 바울이 기독교 신앙을 왜곡한 정통주의의 원흉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신학자 루이제 쇼트로프는 바울을 남성 쇼비니스트라고 비판했으며, 민중신학자 안병무도 김창락의 바울 연구를 접하기 전, 바울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역사적 그리스도교에 대해 비판적임에도 바울을 다시 주목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그런 시선들은 역사적 그리스도교에 의해 바울이 왜곡되었음을 문제제기하고 바울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비판적 성서학 연구자의 하나인 도미니크 크로산도 그중 하나고, 대표적 급진주의 성서학자들인 리처드 호슬리나 닐 엘리엇, 그리고 퀴어신학의 개척자이자 이론신학의 대가인 테드 제닝스 등도 그런 예에 속한다. 그밖에도 무수한 비판적 신학자들이 교회에 의해 왜곡된 바울과는 ‘다른 바울’을 얘기한다. 그들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좌파 사상가들인 알랭 바디우, 조르지오 아감벤, 슬라보예 지젝 등도 바울을 재해석하였다.
한편 민중신학도 바울에 대한 재해석의 대열에 가담했는데, 그 대표적 학자는 김창락이다. 바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안병무도 제자인 김창락의 연구에 영향을 받아 바울을 재평가하였다. 하지만 김창락의 연구는 신학계와 교회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함으로써 그 가치가 간과되었다.
지은이 김진호는 김창락의 바울 재해석을 계승하고 있는데, 그는 김창락의 바울 재해석이 기존의 주류 그리스도교의 바울 이해나, 그리스도교 비판가들의 바울 비판, 그리고 바울을 재해석하고자 했던 여러 논의들을 ‘리부팅’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김창락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바울의 현장신학적 관점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바울에 대한 대개의 재해석들은 바울을 로마제국 전체와의 대결구도 속에서 보고자 했다. 그것은 고전적인 바울 연구들이 바울을 유대교와의 대립구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관점이다. 한데 이런 논쟁은 모두 바울의 서신들이 담고 있는 투쟁 현장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 반면 김창락은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부의 기득권자들인 유대인들에 대해 비기득권자들인 이방인을 옹호하려는 것이 바울의 투쟁 현장임을 밝혀낸 것이다.
김진호는 김창락을 계승하면서도 그가 입증하는 데 실패한 현장의 사회사적 맥락을 밝힌다. 그리고 그런 논의의 연장에서 김창락의 관점을 수정한다. 바울의 현장은 지중해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부가 아니라 이스라엘계 디아스포라 사회이며, 그 안에서 비기득권자인 이방인은 주로 개종해 들어온 해방노예들임을 주장한다. 이들은 고대적 세계화가 한창 진행되던 1세기 지중해 지역의 독특한 사회사적 상황에서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 이리저리 떠도는 유민이 된 자들이다. 한데 도시의 지배층과 시민층, 그리고 서민들은 이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 심지어는 증오를 쏟아냈다.
이스라엘 교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그곳에서 순혈주의적이고 배제주의적인 근본주의적 이스라엘 종파인 유대주의가 거세게 물결쳤다. 한데 바울은 그런 현장 한 가운데서 이들을 옹호하고, 이들에 대한 배제의 논리를 공박하였다. 김진호가 재해석한 바울의 현장과 그의 담론투쟁은 이랬다.
이렇게 김진호는 고전적인 바울 해석과 최근의 바울 재해석을 리부팅하는 김창락의 견해를 계승 보완하면서, 1세기 지중해 지역 대도시들 한 가운데서 활동했던 바울이라는 인물을 읽는다. 이는 지금까지의 연구사에서 다뤄지지 않은 ‘낯선 바울’의 이야기이다.
고대사회의 인권선언, 바울의 의인론 / 고대의 급진적 인권운동가, 바울
김진호는 이 책에서 바울과 기독교를 동일시하도록 전개되었던 기독교의 바울 수용사를 접고, ‘기독교 이전’의 바울, 곧 기독교가 아직 세상에 존재하기 전에 실존했던 인물 바울의 활동을 현장신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바울의 현장 이해에 핵심적인 논점은 ‘유대주의’ 문제다. 바울은 거의 모든 곳에서 유대주의자들과 심각한 갈등을 벌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연구는 이스라엘계 디아스포라의 신앙을 ‘유대교’라고 명명했다. 김진호는 이를 현대 시오니즘의 유대 중심적 관점에 의해 과거의 역사가 만들어진 결과라고 보았고, 이를 바로잡아 ‘이스라엘 종교’라고 썼다. 그리고 다양한 이스라엘 종교 현상과 운동들이 공존하는 이스라엘계 디아스포라 사회에서, 안식일과 절기의 준수, 할례 등을 주장함으로써 순혈주의적이고 남성 중심주의적인 방식으로 이스라엘 종교를 재해석하려는 집단을 ‘유대주의자’라고 불렀다.
이들 유대주의자들은 (바울에 의하면) 회당 사회 주변부 대중, 곧 대개가 개종자들인, 특히 버림받은 노예들인 민중에 대해 배타적이다. 이러한 유대주의자의 담론의 효과를 잘 이해하지 못한 많은 이들, 심지어 베드로나 야고보같이 예루살렘계 그리스도파의 유력한 지도자들조차 이러한 운동에 동조하곤 했다. 바울의 전향은 한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의 개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이스라엘 신앙에 속한 사람으로 유대주의자의 일원이었다가 그 반대편의 지형으로 생각과 실천의 축을 옮겨간 정치적인 전선의 이동을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바울은 유대주의자들의 담론에 대항하면서 성적, 인종적, 계급적 민중담론을 폈다. 바울의 의인론은 바로 이런 투쟁의 무기로 제기된 신학적 언술이다. 다음은 투쟁교설로서의 의인론의 사회사적 해석이다.
바울이 활동하던 기원후 1세기 중반은 해안지역 노동자의 30퍼센트에 달하던 노예경제가 붕괴되고 무수한 노예들이 속속 방출되던 시기였다. 신분은 노예인데 소유주가 없는 이러한 방출 노예들은 마치 유기견과 같은 존재가 되어 생존의 정글 속에 내던져진 ‘말하는 짐승’에 다름 아니었다. 이들 방출 노예들은 도시의 하층 노동시장을 크게 교란시켰고, 이는 방출 노예들에 대한 사회적 증오와 적대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혈통으로도 피부색으로도 언어로도 어느 하나 동질감을 발견할 수 없는 사람들로 들끓는 도시, 이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을 보호해줄 사적 연줄을 만들었고, 해방노예나 난민 등 하층민들은 그 연줄망의 변두리에라도 속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이런 맥락에서 로마제국 내에서 사법권, 제의 준수권, 조세 징수권 등 특권을 누리는 격조 있는 결사체, 즉 도시 사회 속의 또 하나의 사회로 기능하는 이스라엘계 디아스포라 결사체에 속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이스라엘 자치 결사체에 편입된 비이스라엘계 사람들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테오세비오스, 즉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개종자다. 비록 할례를 받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자치결사체를 위해 많은 기부금을 내고 지역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이스라엘 교포사회를 보호하였던 이들인 테오세비오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교포 사회에서 별 반감이 없었다. 그러나 기부금을 낼 처지도 못 되고 품격도 갖추지 못한 개종자는 순혈주의적이고 배타성이 강한 유대주의자들에 의해 ‘이방인’ 또는 ‘헬라인’으로 불리며 하위주체로 대상화되었다.
바울은 바로 이러한 이스라엘계 디아스포라 회당에서 의인론을 편다. 사람이 의로워지는 것은 율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은혜에 의해서라고 하며, 그 은혜의 대상에 대해서 “이스라엘인뿐 아니라 헬라인(이방인)도,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자유인뿐 아니라 노예도 ‘차별이 없이’ 의롭다고 인정해준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것은 종교적,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주권이 박탈된 하위주체 모두를 은혜의 공간으로 호출하는 선언이다. 그리하여 권력 없고 소외받던 이들을 재주체화하는 신학담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울의 의인론은 권리 없는 자들을 위한 신학, 즉 ‘인권으로서의 신학’이다.
2013년 서울, 바울을 호출하다
지구화 시대 세계는 무수한 유민과 난민들로 들끓고 있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최소한의 특권도 갖지 못한 쓰레기가 되어 버린 사람들이다. 사회는 그들을 더러운 자, 처분해 버려야 할 자들로 간주한다. 하여 그들은 배제와 차별, 증오가 혐오의 대상이 된 자들이다.
1세기 지중해 연안의 바울의 세계들도 그랬다. 기원전 3세기 이후 국제무역이 전례 없이 활발해졌고, 지중해 전역을 차지하려는 제국들의 전쟁이 잇따랐다. 그 과정에서 종족국가 단위를 훌쩍 넘어 지중해 전역을 단위로 하는 문화적, 종교적, 인구적 혼합 현상이 극심해졌다. 무엇보다도 유민과 난민의 행렬은 지중해 지역 대도시들을 혼융성(하이브리디티)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한데 지중해의 기원후 1세기는 고대적 지구화의 양상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아우구스투스의 팍스로마나 선언 이후 해안 지역 노동인구의 30퍼센트를 차지하던 노예경제가 빠른 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수한 노예들이 방출되었음을 의미한다. 유기견과 같은 존재인 이들이 결국 몰려든 곳은 해안도시들이었다. 이곳에서 이들 부유하는 방출노예들은 가장 심각한 차별과 배제의 대상,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었다.
하여 김진호는 1세기 활동가인 바울을 21세기 서울로 불러내 읽는다. 바울이 활동한 도시들, 특히 빌립보, 데살로니가, 고린도 등과 21세기 도시 서울은 많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중 혐오적 양상에 있어서도 양자는 닮은꼴이다. 도시국가 서울이 ‘21세기적’으로 지구화하고 있는 세계의 ‘주변부 메트로폴리탄’이라면 바울의 도시들은 ‘1세기적’으로 지구화하던 세계의 ‘주변부 메트로폴리탄’이었다. 돌진적 근대화로 치닫던 1970~1980년대 한국의 도시와 농촌의 개념과는 달리, 농촌의 독자성이 거의 괴멸되어가는, 서울에 귀속된 부속도시들과 촌락들로 이루어진 도시국가 서울, 여기가 지은이가 바울을 묻는 시공간이 된다.
교회 안에서 교회를 개혁하고, 교회 밖에서 배척된 이들을 이웃으로 삼는 일에 몸 사리지 않는 ‘서울의 바울’을 찾아내고 그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다.
추천사
신학자가 철학자에게 대화를 건네는 책. 바울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바우디와 아감벤의 논의에 민중신학의 관점에서 개입하는 의미심장한 작업이다. 무엇보다도 두 철학자가 간과한 바울의 장소성을 짚어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낸다. 이 장소성이야말로 바울의 논의에서 실천성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일 테다. 왜 지금 여기에서 바울인지 또는 바울이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캐묻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바울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의 장소성에서 바울의 현재성을 추적하려는 시도가 관심을 잡아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하게 바울의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울이 수행한 투쟁의 장소성으로 귀환시켜 의미를 되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것도 최근 바우디와 아감벤으로 대표되는 바울에 대한 서구 철학의 논의를 출발점으로 삼아서 한국 민중신학의 문제의식에서 이미 제기되었던 입장을 확대하고자 분투한다. 기독교 신학이 어떻게 정치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훌륭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울 연구일 것이다. 이 책은 명민한 눈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바울 연구의 핵심을 꿰뚫으면서 서구의 시선으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인식의 단층을 찾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이택광 문화평론가,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
[리부팅 바울]은, 오늘날 교회와 신학의 일상적인 지배담론 속에 널리 깔려 있는 바울 대신에 1세기 로마제국 내의 유대 회당 공동체 주변부라는 구체적인 현장 속에서 활동했던 바울의 실천과 신학을 저자의 독창적이고 통찰적인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탁월한 시도다. 저자는 지배/권력과 배제/박탈 체계에 주목하는 사회문화비평적, 민중론적 시각으로 바울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세상과 민중을 함께 읽어내고, 의인론을 비롯한 바울의 주요 담론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저항담론의 성격을 밝혀낸다. 이 책은 서구의 소외 새로운 자유주의적 바울 해석과 최근의 급진적, 철학적 바울 해석과 교감하면서도 그들의 한계를 민중신학적 해석으로 뛰어넘는 “낯선” 바울 읽기의 새로운 도전이다.
-이재원 전 맥코믹 대학 교수, 바울 전공 제2성서 연구자
기본정보
ISBN | 9788964360668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8월 16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52 * 225
* 20
mm
/ 36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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