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A(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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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저자 구로키 료는 1957년 홋카이도 출생. 와세다대학 법학부 졸업, 카이로아메리칸대학 대학원 석사(중동연구과). 은행, 증권회사, 종합상사 근무를 거쳐 작가로. 2000년 국제금융기구의 협조융자를 그린 소설 『톱 레프트』로 데뷔. 그 외 작품으로 『배출권 상인』, 『거대 투자은행』, 『에너지』, 『과다 대출』, 『공매꾼』, 『아시아의 매』 등. 중학교 때부터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활약했으며 대학교 시절에는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 두 번 출장하여 20km 도로 구간의 홋카이도 기록을 갱신한 바 있다. 그 체험은 자전적 장편 『겨울의 갈채』에 논픽션 형태로 그려져 있다. 영국 거주.
번역 김준
역자 김준은 1973년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주간지, 월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며 경제경영, 실용,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단행본 기획편집 업무를 하고 있음. 또 일본에서 신문장학생으로 일한 인연을 살려 일본의 책을 한국독자에 소개(번역)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음. 주요 역서로는 『모방의 경영학』, 『알기 쉬운 경제학 시리즈』, 『비즈니스 매직』 등의 경제경영서를 비롯해 『마흔부터 다르게 살기』, 『주거해부도감』, 『와인생활백서』 등의 실용서, 『지식의 쇠퇴』, 『와인과 외교』 등의 인문서, 『소설 폭풍우 치는 밤에』 등의 소설까지 다양한 일본 서적을 번역.
목차
- 프롤로그
제1장 금융 개국
제2장 무의뢰 평가
제3장 운명의 아이
제4장 스트럭처드 파이낸스
제5장 등급 담당의 탄생
제6장 금융 위기
제7장 CDS 등장
책 속으로
“경기나 시세의 움직임에 따라 등급을 올리고 내려서야 등급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주식 애널리스트라고 해야지.”
“등급평가는 꿈을 먹고 사는 이야기가 아냐.”
“등급평가란 비가 억수같이 올 때 가지고 있는 우산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사전에 평가하기 위한 거야.”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자신에게 업무를 가르쳐주었던 호리카와 다케시(堀川健史)의 입버릇이 뇌리를 스쳤다.
[트리플 A (상) 22P]
“마셜스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사내 정보를 외부에 흘리지 않는 일입니다.”
매니저는 신용평가의 순서와 경위 등은 물론이고 그 외의 일도 외부에 일절 흘려서는 안 된다, 가족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회사를 그만둔 다음에도, 회사에서의 일은 절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고용 계약서에 적혀 있으므로 위반하면 손해배상 및 형사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반복해서 설명했다.
‘이것이 마셜스를 감추고 있던 신비한 베일의 원천인가…….’
료코는 외부에서만 보았던 복잡한 미궁 내부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이었다.
[트리플 A (상) 47P]
“아, 그리고 료코니까 말해주는 건데 이럴 때의 질문에는 세 가지 요령이 있어…….”
①이쪽이 모른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 ②상대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게 만드는 질문을 할 것, ③상사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질문일 것.
“그럼 열심히 하자고.”
세라는 콤팩트를 넣고 서류가방을 탁 하고 쳤다.
[트리플 A (상) 58P]
“리처드슨은 ‘고객은 높은 등급을 주는 신용평가사를 이용하기 마련이다.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높은 등급을 받으라고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충고해야 한다’, ‘신용 리스크를 통계 및 수치화하여 등급평가를 객관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같은 발언을 사내외에서 반복하고 있지.”
뉴욕의 풍경 사진이 일정한 간격으로 장식된 복도를 나란히 걸으며 세라가 말했다.
“흐음…… 그렇지만 종업원의 자질이라거나 경영자의 자질 같은 건 수치화할 수가 없지 않나요.”
[트리플 A (상) 117P]
“알겠나? 바보 같은 신용평가회사가 최첨단 금융 기술로 복잡화된 스트럭처 안에 숨어 있는 리스크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혹은 비즈니스 욕심 때문에 높은 등급을 주게 되면 마지막으로 곤란해지는 것은 채권을 산 투자가가 되는 거야. 왜냐하면 발행체는 자금만 조달하면 나머지는 어쨌든 리스크를 안 져도 되고, 어레인저는 채권을 완매하기만 하면 어떠한 리스크도 질 일이 없는 거야. 신용평가사는 채권이 디폴트가 되어도 등급평가는 하나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법원이 인정하는 것이기에 아무런 배상 책임도 지지 않지.”
[트리플 A (상) 214P]
출판사 서평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S&P를 모델로, 그동안 베일에 감추어져 있던 신용등급평가에 대해 치밀한 분석과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걸작 기업 소설!!
「신용등급」평가를 둘러싸고, 단순한 의견 표명이라 주장하는 신용평가회사와 그에 반발하는 금융기관과의 사이에 알력 다툼이 팽팽하게 이어졌던 버블기의 일본. 젊은 은행원 이누이 신스케, 생명보험 사원 사와노 간지, 신용평가회사 애널리스트 미즈노 료코 등 3명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일본을 뒤흔들었던 금융 위기의 실상과 신용평가회사의 흥망을 박진감 넘치는 필치로 그려낸 화제작이다.
“신용등급평가라는 것은 과학적인 것도 아닐 뿐더러 공명정대한 것도 아닙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신용평가기관의 의견, 즉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불과합니다.”
무디스재팬 대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신용등급평가의 실체가 드러난다!!
신용등급평가란 비가 억수같이 내릴 때, 현재 가지고 있는 우산이 도움이 될지 어떨지를 사전에 평가하기 위한 것, 즉 채권의 원리금 지불 능력에 대한 평가로서 투자가들을 위한 마지막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소신 있게 등급평가를 해야 각 기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함께 투자가들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등급평가 하나로 피등급 대상인 발행체(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하는 만큼, 경제 사회에서 매우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신용평가회사가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되어 발행체와 영합했을 때 과연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까?! 이 소설은 일본 버블기를 거쳐 리먼 쇼크에 이르기까지 신용평가회사의 태동과 성장기 그리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무디스와 S&P를 모델로 한 마셜스와 S&D가 등장하며, 그들이 하는 신용평가의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공명정대했던 신용평가가 왜 변질되었고 어떻게 발행체의 입맛에 맞게 조작되기 시작했는지, 그 일련의 과정을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매우 현실감 있고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투자가들을 배신하고 마성의 기호로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신용평가회사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장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긴박하게 풀어가는 극한의 리얼리티 소설!!
이 소설은 1984년 버블기부터 이토만 사건, 야마이치증권의 바꿔치기부터 폐업까지의 과정, 닛산생명의 파산, 아시카가은행, 홋카이도타쿠쇼쿠은행, 일본채권은행의 파산 등등을 거쳐 2008년 리먼 쇼크에 이르기까지 일본 금융계의 동향을 있는 그대로 현장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은 은행원 이누이 신스케, 생명보험 사원 사와노 간지, 신용평가회사 애널리스트 미즈노 료코 등 3명이며, 이들을 축으로 각 분야의 알력 다툼이 어떻게 어우러지며 서로를 견제하는지, 그 깊은 내부 사정과 함께 비장한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사건에 연루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얽혀 있던 실타래가 일거에 풀리듯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의 종착점으로 매끈하게 연결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는 법 없이, 신용평가회사의 흥망성쇠를 스릴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실제 사건들에 대한 저자 구로키 료의 힘 있고 유려한 묘사가 강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신용평가회사가 걸어온 역사, 주인공들이 걸어온 여정을 살펴보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등장인물 중 호리카와는 “투자가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 투자가에게 있어 등급평가는 마지막 보루이자 시장의 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다”라고 설파한다. 이는 신용평가회사가 지켜야 할 지상명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신용평가회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윤 추구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경쟁 업체보다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내던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성장률을 기록하지만, 결국 눈감았던 모든 리스크가 부메랑이 되어 파국의 길을 걷게 된다. 그에 비해 주인공들인 이누이 신스케, 사와노 간지, 미즈노 료코는 철저하게 소신에 따라 개인의 영달보다 진실을 추구하며 마지막까지 공정하게 현상을 파악하고 신용등급평가에 매진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며, 자신들이 원하는 앞날을 묵묵히 개척해나간다.
이 책은 신용등급평가의 실상에 대한 자세한 지식을 제공하여 그동안 있었던 여러 금융 사건의 전말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재미있게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로 하여금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많은 여지를 제공하며,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이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처신해야 되는지, 글 속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구로키 료가 선사하는 ‘트리플 A’는 신용등급평가를 둘러싼 수많은 욕망의 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충분한 지식은 물론, 소설적인 재미와 함께 여러 교훈을 선사하는 걸작 기업소설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078006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11월 25일 |
쪽수 | 368쪽 |
크기 |
152 * 224
* 20
mm
/ 55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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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느끼는 것은 그리 살갑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수많은 경제정책과 제도가 입안되고 결정되어 실행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 되지만 국민이
자신들의 삶에서 도움이 되거나 그렇게 느끼기 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 IMF를 겪으며 우리는 '신용'이라는 단어를 너무도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소설은 경제위기와 신용등급회사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일반적인 독자들이
섭렵하기엔 경제학 용어들이 적잖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경제학에 대한 공부를 조각조각 할 수는 있겠지만 만만치는 않다.
현실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신용평가 등급이 매겨지고 그것에 대해 신경쓰게되는 이상한 구조가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신용평가 기관이 이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삶의 깊숙한 부분까지
침투해 있다는 사실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황당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97년 10월 IMF 구제금융을 시발점으로 신용경색이 대두되고 온 국민 개개인의 신용이 지수화
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 사태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만 결국 신용경색에 대한 이야기와
신용경색이 우리의 문제만이 아닌 신용 평가기관들의 문제도 상당함을 말해주고 있다.
현실에서 깨달을 수 없는 문제를 소설로 느끼고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척
힘겨운 일이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 수순을 갖고 있지만 가장 적확한 해결 방법의 이미지화를
가능케한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기대되는 하편이다.
"경기나 시세의 움직임에 따라 등급을 올리고 내려서야 등급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주식 애널리스트라고 해야지""등급평가는 꿈을 먹고 사는 이야기가 아냐""등급평가란 비가 억수같이 올 때 가지고 있는 우산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사전에 평가하기 위한 거야"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자신에게 업무를 가르쳐주었던 호리카와 다케시(堀川健史)의 입버릇이 뇌리를 스쳤다. - '프롤로그' 중에서
신용평가회사의 필요성이 대두되다
날씨가 좋으니까 가지고 있는 낡은 우산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높은 등급을 매기고, 비가 내린 다음에야 비가 새는 것을 보고 등급을 내리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다. 높은 등급을 믿고 있다가 우산이 있는 투자가마저 흠뻑 젖게 만드는 등급평가는 올바른 등급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먼 위기 때도 신용평가업계의 맹주 마셜스가 리먼의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파산하기 불과 사흘 전이었다.
1984년 여름, 도쿄 가스미가세키 3번지에 위치한 대장성의 낡은 석조 건물 회의실에는 세 명의 남자가 등급 제도에 대한 대정부 설명용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국제금융국, 증권국, 그리고 은행국 소속의 직원이었다. 1980년대 들어 일본의 국제수지 흑자규모가 커지자 미국은 자국 기업과 생산자의 불만을 막고자 농산물, 유통, 금융 등의 분야를 개방하라고 일본에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금융 분야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일 양국은 '미일엔달러위원회'가 설치되어 1984년 2월부터 여섯 차례의 회담이 진행됐다. 무역불균형을 시정코자 적절한 엔-달러 환율의 유도, 일본 금융시장의 개방, 유로-엔 시장의 확대 등을 의제로 다루었다.
신용평가회사는 채권 발행의 기준에서 그 문제점이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대장성은 디폴트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는 발행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에 근거해 발행기업의 규모, 순자액, 자기자본 비율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놓고 안전한 기업만이 발행가능하도록 규제했다.
정크본드의 발행도 허용하는 미국의 입장에선 미국계 투자은행이 일본에서의 채권인수 업무를 확장할 수 있도록 시장 원리에 기준한 유연한 발행제도를 도입할 것을 일본에 요구했다. 이에 일본은 기존의 채권발행 기준을 대체하는 등급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했다. 즉 등급부여를 위한 신용평가가 꼭 필요한 절차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의 활동을 희망하는 미국계 신용평가회사로는 마셜스, 스탠더드&딜론스, 그리고 중견 그룹인 더프앤펠프스가 있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사가 설립한 일본공사채연구소JBRI가 유일하게 전환사채의 등급을 평가하고 있었기에 새로운 신용평가회사의 설립이 목전에 있었다.
도쿄은행이 중심되어 신설하는 신용평가회사는 생손보사生損保社 등에 자본참가를 요청 중에 있었고, 장기신용은행도 일본개발은행의 출자와 함께 대장성 출신 인사를 신설 신용평가회사의 사장에 내정키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동향들을 고려할 때 미국 제일의 신용평가업체 마셜스는 일본 진출이 확실해 보인다.
"국산 신용평가회사의 탄생, 미국으로부터 마셜스와 더프가 진출"
경제면 4단 기사의 제목이다. 1985년 B급인 와쿄은행에 근무하는 신입행원 이누이 신스케가 퇴근 후 은행 지점 인근의 오뎅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펼쳐든 신문에서 눈에 띈 제목이었다. 그는 대학 야구 선수로 활약하다 부친의 사망에 따른 경제난 때문에 중도에 이를 포기하고 신문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지속해 은행에 입행한 인물이었다.
잠시후 대학 때부터 사귄 가오리가 가게로 들어섰다. 그녀는 얼굴이 작고 눈이 큰 미인형으로 현재 인재교육회사에 근무 중이었다. 둘은 이내 대화가 무르익어 갔다. 가오리가 신문 내용을 토대로 이누이에게 미국계 신용평가회사에서 근무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영어가 서툴러 국내파 은행에서 한 우물을 파겠다고 답했다.
그해 가을 마셜스재팬, 한 여성이 자기 신고를 하고 있었다. 미즈노 료코, 그녀는 인사부 매니저의 소개에 따라 자신은 전 후소증권 주식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으며 최근 한 달간 미국 뉴욕의 본사에서 연수를 받고 부임했다고 신고했다. 그녀의 보직은 FIG 애널리스트다. FIG는 금융기관의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부서이다.
"마셜스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사내 정보를 외부에 흘리지 않는 일입니다"
이어서 자리를 옮겨 총무인사부 사무실, 매니저는 신용평가의 순서와 경위 등은 물론이고 그 외의 일도 외부에 일절 흘려서는 안 된다, 가족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회사를 그만둔 다음에도, 회사에서의 일은 절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고용 계약서에 적혀 있으므로 위반하면 손해배상 및 형사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반복해서 설명했다.
은행의 등급에 손을 대기 시작하다
1987년 4월, 미즈노 료코는 회의용 전화기를 향해 현재 일본 은행의 영업환경을 말하고 있었다. 상대는 뉴욕 본사 FIG 최고 책임자 패트릭 뉴먼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가장 먼저 등급을 조정해야 할 대상을 물었고 이에 그녀는 도쿄은행, 일본장기신용은행, 미쯔비시신탁, 산와 등 네 곳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번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마셜스의 양심'으로 불리는 본사 등급조정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서덜랜드였다.
료코는 도시은행들의 업무 확대로 장기신용은행의 지위가 약화되어 점포수가 적은 까닭에 시장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서 주임 애널리스트도 산와는 대기업과의 거래가 가장 약한데 이를 커버하려고 국제 및 채권 업무에 급속한 확대를 진행 중이라 리스크가 높은 자신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했다. 얘기를 다 들은 서덜랜드는 2~3개월 후 도쿄 출장을 갈테니 네 개은행과의 면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며 전화회의가 끝났다.
료코가 입사한지 벌써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지금까지 마셜스재팬이 매스컴에 주목받을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즉 대부분 트리플 A 등급이었던 은행의 등급을 하향조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1980년 외환관리법이 개정되어 금융 자유화가 시행되자 최근 대장성은 기존의 방침과 달리 개별 금융기관의 자기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
담당 애널리스트는 통상 8쪽 정도의 '리코멘데이션'을 사내의 등급조정위원회에 제출한다. 전화로 빈번하게 회으기 진행된다. 본사에선 위원장 서덜랜드, FIG 책임자 패트릭 뉴먼, FIG 애널리스트 2~3 명이, 일본에선 일본대표, 주임 애널리스트와 료코 등 세 명이 참석했다. 등급 결정은 1인 1표로 투표한다. 결국은 애널리스트의 주관이나 가치관이 반영되므로 절대적인 것이 아닌 허술한 채점 방식인 셈이다.
"아, 그리고 료코니까 말해주는 건데 이럴 때의 질문에는 세 가지 요령이 있어......."①이쪽이 모른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 ②상대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게 만드는 질문을 할 것, ③상사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질문일 것."그럼 열심히 하자고"세라는 콤팩트를 넣고 서류가방을 탁 하고 쳤다.
7월, 마침내 뉴욕에서 출장온 팀을 대동해 료코는 하향 조정이 예정된 은행 중 한 곳을 방문했다. 뉴욕에서온 상급 애널리스트 세라는 뉴욕 연수시 료코의 멘토였던 30대 후반의 미국 여성이다. 당해 일본측의 기획부장은 하향 조정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 국제 금융 시장에서의 위세를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행장, 기획부장 등 한결같이 답변으로 임했다. 정말 구제불능이었다. 담보자산인 부동산의 가격이 향후 10년 동안 지속 상승할 것이고 은행의 주가 또한 현재 저평가된 상태라서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즉 리스트 관리에 대해선 전무한 상태였던 것이다.
사실 미국계 은행 중 트리플 A는 JP모건 하나분이다. S&D도 일본계 은행의 평가는 태반이 더블 A였다. 트리플 A는 산업은행, 농림증금 뿐이었고 그 이외는 더블 A 이하였으므로 마셜스는 너무 후하게 등급을 부여해왔던 셈이다. 8월 하순, 마셜스인베스터스서비스는 산와, 미쓰비시신탁의 등급은 한 단계 내린 Aa1, 일본장기신용은행은 두 단계 내린 Aa2, 도쿄은행은 Aa1 에서 Aa2로 하향 조정을 결정했다.
보도자료를 내기 전 료코가 은행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전하자 격렬하게 항의했다. 마셜스는 한번 결정된 등급에 대해 상대 회사에서 클레임을 제기하더라도 결코 변경하지 않는다. 단순한 의견의 표명임을 설명했지만 상대는 '일본인 주제에 외자의 앞잡이가 되어서는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라는 말과 함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미국 마셜스, 은행 네 곳의 장기채를 하향 평가. 리스크 증대, 준비 불충분의 이유"
- 요미우리 신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S&P를 모델로 한 기업소설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마셜스와 S&D의 신용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공명정대했던 신용평가가 왜 발행회사의 입맛에 맞게 조작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은행, 증권회사, 종합상사 근무를 거쳐 작가로 변신한 구로키 료는 일본경제의 버블기를 거쳐 리먼 쇼크에 이르기까지 신용평가회사의 태동과 성장기 그리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경기나 시세의 움직임에 따라 등급을 올리고 내려서야 등급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주식 애널리스트라고 해야지"
은행원 이누이 신스케, 생명보험 사원 사와노 간지, 신용평가회사 애널리스트 미즈노 료코 등 세 명의 주역들을 통해 일본을 뒤흔들었던 금융 위기의 실상과 신용평가회사의 흥망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금융 파생 상품이 매일같이 쏟아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투자가는 '신용등급평가'에 의존하고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이 생긴다. 이누이 신스케는 일본의 버블을 떠올리며 위기감을 느끼지만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신용평가회사는 금융업계와 영합해 리먼 쇼크를 일으킨다.
1988년 가을, 대형 생명보험사 히비야생명의 대졸 신입사원 사와노 간지는 우쓰노미야 시내의 영업소 문을 열었다. 우쓰노미야 시는 인구 약 45만 명의 북간토 지방 최대 도시로 지금은 만두의 도시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커다란 밀감 상자에 든 그물망을 하나씩 세일즈 레이디들의 테이블에 올려 놓으며 지사의 위문품이라고 격려한다.
"이토만, 토지 채무 축소 서둘러 - 스미노에은행, 융자 규제에 협력"
이토만은 1883년 창업한 직물상 '이토만 상점'이 전신인데, 도쿄 증시 1부 상장사다. 종합상사 이토만의 거액 채무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1990년 5월 24일 목요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렇게 불길한 제목이 실렸던 것이다. 스미노에은행은 이토만의 주력 은행이다. 문제는 스미노에은행의 회장의 장녀가 이토만에 거액의 미술품을 팔았다고 알려졌다.
이토만에는 서른 명에 달하는 스미노에은행의 부대가 조사를 위해 파견됐다. 두 시간 뒤, 마셜스재팬의 회의실에는 미즈노 료코와 FIG의 주임 애널리스트가 이토만 사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이토만의 상무 이상 임원 열 명 중 여덟 명이 스미노에은행 출신이라는 점과 이외에도 일곱 명의 평이사가 은행에서 파견되어 있어서 이토만이 은행의 자회사화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달 전 쯤 마셜스는 트리플 A등급이던 스미노에, 미쓰비시, 후지, 다이치간교 중 후지와 다이치간교의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래서 스미노에은행의 네거티브 워치는 후지와 다이치간교의 등급을 하향 조치한 다음에 하자고 두 사람은 합의했다. 마셜스재팬의 지사장이 곧 교체될 예정이었다. 신임 인사는 본사에 일하는 일본인으로 아프리카 주재원의 자녀 출신으로서 귀국 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 고교부터는 계속 미국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을 정도로 일본인에 대해 차가운 느낌을 가진 듯했다.
11월, 스물아홉 살의 이누이 신스케는 연인 가오리를 신부로 맞아 결혼식을 가졌다. 그는 입행 당시 희망대로 영업본부에서 부동산회사를 담당하고 있다. 다음 말, 나리타 공항의 JAL '사쿠라 라운지'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스미노에와 미쓰비시가 마셜스에게 등급을 깎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는 신혼여행 중에도 공부할 작정으로 발밑에는 부동산 전문 서적이 담긴 보스턴백이 놓여 있었다. 옆에선 신부 가오리가 하와이 가이드북을 읽고 있었다.
'이로써 트리플 A인 일본 은행은 하나도 없는 거군'
같은 무렵, 마셜스재팬의 대표실에서 새로 부임한 대표는 일본의 주가가 계속 하락 중이고 향후 부동산 가격도 하락 조짐이 있으므로 S&D보다 선제적으로 일본계 은행의 신용등급을 추가 하향 조정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마흔한 살의 이 독신 남성은 은테 안경 안쪽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앞으로는 언솔리티드 레이팅(무의뢰 신용평가)을 많이 하자고 포부를 밝힌다.
무의뢰 신용평가는 마셜스의 초기 영업방식으로 수수료 수입이 전혀 없다. 그런데, 지방은행들로부터 왜 수수료를 달라고 청구서를 보내왔는지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심지어 무의뢰 평가에서 '의뢰 평가'로 바꾸면 등급이 한 등급 더 오른다는 말까지 들려왔다. 아무튼 신임 대표의 꼼수가 작용하고 있었다.
1993년 3월, 료코는 뉴욕에 출장 가 있었다. 2년 전 마셜스에 입사한 알렉산더 리처드슨은 현재 서른여섯 살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인물로 증권화 상품의 등급평가인 ABS(자산 담보 증권)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었다. 2년 만에 팀장까지 올랐으니 그 실력을 알 만하다. 뉴욕의 풍경 사진이 일정한 간격으로 장식된 복도를 나란히 걸으며 세라가 료코에게 말했다
"리처드슨은 '고객은 높은 등급을 주는 신용평가사를 이용하기 마련이다.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높은 등급을 받으라고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충고해야 한다', '신용 리스크를 통계 및 수치화하여 등급평가를 객관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같은 발언을 사내외에서 반복하고 있지"
4월 초순, 료코 등 마셜스 일행은 스미노에은행 도쿄 본부를 방문했다. 12층 대회의실, 고급 양복을 입은 백발의 니시와키 가즈후미는 "이토만의 불량 채권 처리는 지난 번 1천억 엔의 채권 포기로 모두 끝이 났다"면서 스미노에를 네거티브 워치로 지정한다는 것은 실상을 제대로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하지만 니시와키의 거짓말은 다른 경영진과 다를 게 없었다. 미팅이 있은지 3주 후 마셜스는 스미노에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은행장이 꿈인 이누이 신스케는 아내 가오리와 함께 두 살된 딸 하나의 뇌에 장애가 생겨 이를 치료하려고 고민이 많다. 수면 부족으로 일처리에서 종종 평소답지 않게 실수가 잦다. 한편, 사와노 간지는 1년 동안 런던에서 증권업 관련 연수를 받고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귀국해서 보험사에 근무 중이다.
료코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2년 전부터 남편은 후소증권 런던 현지법인에서 채권 거래를 하고 있어서 그녀는 지금 혼자 살고 있었다. 남편 전화려니 했는데, 본사의 상급 애널리스트 세라였다. '마셜스의 양심' 피터 서덜랜드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이었다. 마셜스 본사는 지난 5월 조직 개편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피터의 사직은 이와 상관 없는 건강 상의 문제, 즉 암이 발견된 탓이라고 알려줬다. 또 후임으로 미국계 은행의 심사 부문 출신이 내정됐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마셜스의 비즈니스는 스트럭처드 파이낸스 부문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총수익의 30퍼센트를 차지함으로써 35퍼센트의 사채 등급평가에 이어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작년 10월부터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와 계약해 조직 개혁을 준비 중인데, 마셜스의 결론은 '스트럭처드 파이낸스 부문'의 강화였다.
10월, 료코는 인사담당자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회사의 방침과 료코의 생각이 맞지 않기 때문에 사직 처리하라고 일본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재취업을 고려해 개인 사정으로 퇴직한 것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고 사물을 정리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회사를 떠났다. 11년의 마셜스 커리어가 끝나는 셈이다.
그날 밤, 이누이 신스케는 10월 1일자로 과장으로 승진해 바쁜 날을 보내고 귀가 중이었다. 지난 1년 부부 간의 대화가 확연히 줄었다. 집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 거실에 불을 켜고 냉장고을 열어 차가운 물을 꺼내 들이켰다. 테이블 위에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하니와 같이 잠시 친정으로 가요. 가오리"
사흘 뒤 일요일에 처가로 가 처와 달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가오리는 오열하면서 말했다. 부부가 죽고 난 뒤 과연 딸 하나는 혼자 살 수 있을지, 누가 돌봐줄지 등에 대한 걱정 때문에 남편과 늘 얘기하고 싶었는데, 일이 바쁘다고 전혀 들어주지도 않고 해서 너무나도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누이는 마치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주, 이누이는 외자계 인재파견회사의 응접실에서 일본인 헤드헌터와 마주 보고 있었다. 그의 경력과 전문적인 업무에 대해 높이 평가했지만, 영어 구사가 어려운 점이 못마땅해 했다. 이직이 결정될 때까지 현재의 커리어를 쉽게 포기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영어 공부를 하라고 조언했다.
다음 해인 1997년 1월 28일, 미즈노 료코는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런던에 온지 3개월이 지났다. 독서와 가사일 그리고 스포츠센터에서 일과를 보내며 밤에는 남편과 식사를 하거나 친구와 오페라나 발레를 감상했다. 라커룸에서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카페테리아의 의자에 앉아 스포츠백에서 영자신문을 꺼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유럽판이었다.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일본 주식이 2% 하락"
마셜스인베스터스서비스가 일본의 네 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네거티브로 변경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은행들은 일본채권은행, 홋카이도타쿠쇼쿠, 야스다신탁, 추오신탁 등이라고 했다. 주가 급락으로 은행뿐 아니라 생보업계까지 암운이 확대되었다. 이미 도호생명과 닛산생명 등 중견 생보사가 불안하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스포츠센터에서 귀가했더니 헤드헌팅사 엘리스젠더재팬에서 음성메시지를 남겼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료코는 엘리스젠더로 전화했다. 미국계 신용평가사 스탠더드&딜론스에서 금융기관 신용평가를 담당할 시니어 애널리스트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간, 이누이 신스케는 일본계 신용평가사에서 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헤드헌터와의 접촉 후 3개월이나 지나서였다. 사십대 중반의 수석 연구원 호리카와 다케시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발행회사와 주간 증권회사는 각각 무엇을 희망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일본계 대형 증권회사의 뉴욕 현지법인에서 사원으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알겠나? 바보 같은 신용평가회사가 최첨단 금융 기술로 복잡화된 스트럭처 안에 숨어 있는 리스크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혹은 비즈니스 욕심 때문에 높은 등급을 주게 되면 마지막으로 곤란해지는 것은 채권을 산 투자가가 되는 거야. 왜냐하면 발행체는 자금만 조달하면 나머지는 어쨌든 리스크를 안 져도 되고, 어레인저는 채권을 완매하기만 하면 어떠한 리스크도 질 일이 없는 거야. 신용평가사는 채권이 디폴트가 되어도 등급평가는 하나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법원이 인정하는 것이기에 아무런 배상 책임도 지지 않지"
이누이 신스케, 일본계 신용평가사로 이직하다
1997년 4월 1일, 이누이는 가에데은행을 퇴직하고 작은 일본계 신용평가사로 이직했다. 입사 당일부터 그는 바빴다. 이날 일본채권은행 계열의 리스사 세 곳이 도쿄 지방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고, 홋카이도타쿠쇼쿠은행과 홋카이도은행의 합병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일본채권은행장은 히비야생명 본사를 방문해 후순위 론의 반과 기한부 후순위 론의 1/4에 대해 각각 보통주와 우선주로 전환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고 있었다. 그자리에는 경영기획부장과 함께 사와노 간지도 배석하고 있었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분석에 경험이 있는 사와노가 발탁된 것이다. 그의 직함은 과장 바로 밑인 부장副長이었다.
"닛산생명이 파산했대!"
파자마 차림으로 칫솔을 문 채 거실로 향하는 사와노에게 아침을 준비하던 아내가 그에게 말을 전했다. TV 화면에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이를 발표하고 있었다. 닛산생명은 1909년 설립된 타이해이 생명이 그 전신이다. 닛산자동차, 히다치제작소 등과 관계가 깊은 회사였다. 닛산생명은 예정 이율 5.5%의 개인 연금 보험을 마구잡이로 팔면서 총자산 중 50%가 넘었다. 현재 10년 만기 국채도 이자가 2%대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들은 부동산 투자와 구조채 등에 투자해왔다. 사와노는 히비야도 걱정됐다.
출근하자 경영기획부장이 그를 불렀다. 부장은 그에게 신용평가 취득 업무를 맡겼다. 즉 보험사가 보험금과 급부금을 규정대로 지불할 능력과 보험금 지불능력 신용평가를 받자는 것이다. 주식 애널리스트와 신용 리스크 애널리스트 업무를 했던 경험이 있는 그가 적임자라면서 말이다. 히비야생명에 역사상 처음으로 '등급 담당'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6월 5일, 도쿄의 기온은 여름으로 변해가는 듯했다. 미국계 신용평가사 S&D의 사무실에는 시니어 애널리스트 미즈노 료코가 책상 위에 산더미같이 자료를 쌓아두고 컴퓨터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었다. 4월에 입사한 후 그녀는 바브기 그지없엇다. 일번의 금융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 신용평가업무추진부의 한 동료가 분게이슌주사가 발행하는 월간정보지에 실린 마셜스에 관한 기사를 복사본으로 보내왔다.
"신용평가라는 것은 과학적인 것도 아닐 뿐더러 공명정대한 것도 아닙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신용평가기관의 의견, 즉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국제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애널리스트가 각자 최선을 다해 분석한 것이므로 그 평가가 맞는지 아닌지는 시장이 판단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 야나세 지로, 마셜스재팬의 일본대표
10월에 들자 경제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었다. 6일 다이와은행 등 3개 사가 산요증권에 100억 엔의 긴급 융자를 실행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급속도로 가치가 하락하고 있었다. 도쿄증시에서도 닛케이 평균이 1만 6천 엔대로 하락, 최저가를 갱신했다.
'마셜스의 양심' 서들랜드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미즈노 료코는 맨해튼 호텔에서 숙박한 후 다음 날 아침 신문을 펼치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쿄의 주가 하락으로 희생되는 회사'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11월 3일, 산요증권이 회사갱생법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
11월 17일 일요일, 일본계 신용평가회사로 이직한 이누이 신스케는 자택 거실의 식탁에서 업무 자료를 읽고 있었다. 부동산 증권화의 스트럭처에 대한 마셜스의 영문 자료였다. DSCR, 즉 원리금 지불액에 대한 영업 순이익의 비율이 높으면 채권의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TV를 켜자 한 아나운서가 도쿄 주식시장에선 홋카이도타쿠쇼쿠은행의 경영 파탄을 계기로 정부가 공적 자금의 투입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는 발표였다.
11월 21일 금요일, S&D에선 미즈노 료코와 FIG 일본인 애널리스트, 일본대표 등이 회의실에 모여 회의용 전화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뉴욕 본사의 등급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야마이치증권의 등급을 더블 B 플러스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즉 투자 부적격 등급이다. 료코는 심호흡을 한 후 수화기를 들어 야마이치증권 기획실 부장에게 전화했다. 상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지므로 마치 방아쇠를 자기들에게 당기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니혼게이자이시문 1면 톱에 눈에 띄는 제목이 실렸다.
"야마이치증권 자주 폐업 ~ 부채 3조 엔, 전후 최대"
1998년 3월 4일, 야마이치증권의 전 회장, 전 사장, 전 부사장 등 세 명은 허위 유가증권 보고서 작성와 분식결산 등의 혐의로 체포되었다. 마셜스재팬은 야나세 일본 대표의 부인이 일본은행에서 근무함으로써 윤리적 기준을 어겼고, 무의뢰 평가를 비롯한 일본 기업 문화를 무시한 영업 등을 이유로 들어 그를 경질했다.
난 금융이나 경제에 대해 지식이 해박한 편도 아니고, 적금이나 펀드같은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특정분야만 찾아 파고들어 읽어왔기 때문에 사실 이해를 못하면 어떡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무슨 정말 신용평가사를 뽑는다는 것이 아니고 그에 대한 소설이기에 그나마 마음을 놓고 집중하고 읽을 수 있었으며, 어느샌가 빨려들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용평가회사와 금융기관의 갈등을 긴장감있게 다뤘고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라 신용평가회사와 나 개인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것은 기준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걸 평가하는 사람은 어떠한 잣대로 평가를 하는 것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결국 한 사람의 평가로 신용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싸워서 바꿀 수는 있는 것인지 조금은 무력한 입장이라 생각도 들고 '공정성'이라는 것은 참 당연히 지켜져야하는 것이지만 참 지켜지기 힘든 덕목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경제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편이다.
물론 관심만!!
좀 더 잘 알면 좋겠지만 내게는 꽤 어려운 분야 중 하나가 경제와 재테크이다.
이 어려움을 돌파해보고자 과감하고, 용감하게 트리플A에 도전을 해봤다.
결과는....?
허허허,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건 어려운거다.
책을 읽으면서도 정신이 하나도 없긴 했다.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경제위기와 신용등급회사 등 경제를 바탕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보니 알아야 할 경제 용어가 만만치 않았다.
물론, 그 덕에 공부가 좀 되는 듯 싶었지만 이내 머리속에서 다 섞여 버렸기 때문에...
읽으면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아야했다.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타이트한 설정으로 책에 빨려들어가 듯 읽어버렸다.
읽으면서도 트리플A라는 소설은 단순히 경제만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
경제는 물론이고 이와 맞물리는 사람의 심리와 생각,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이해 관계역시도 보여주고 있다.
1권을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은......
2권 역시도 얼른 읽고 싶지만 경제에 대해 공부를 조금 더 한 다음에 1권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나갈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경제에 대한 공부도 되거니와 돈이 얽힌만큼 그에 대한 사람의 모습까지도 보여주기 때문에 실사판에서 보고,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이 책을 통해 미리 경험할 수 있다.
공부하게 하고, 궁금하게 하는 트리플A.
다시 도전하겠어!!!
평소 경제서적을 많이 읽고, 기업관련된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소설이 없음에 갈증을 느끼곤 하였다.
트리플A는 일본 소설이지만, 일본의 경제의 성장과 쇠퇴 등의 싸이클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고, 우리가 겪었던 금융위기 등도 나오고 있어서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기업이나 국가의 Risk가 적은 시기에는 신용평가가 그다지 중요치 않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블랙 스완 상황에서는 신용 평가의 적절성이 중요하고, 신용 애널리스트의 업무가 바빠지게 된다.
다만 어떻게보면 후행적이고, 급변하는 등급 조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조금은 의미가 빛바래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1) 우리나라에는 잘 찾아보기 힘든 류의 기업 소설, 2) 빠른 전개, 3) 친절한 주석을 들 수 있다. 특히 주석이 좋았는데 약자의 Full Name과 설명을 같이 실어 순간순간 이해하는 데 좋았다.
다만 주된 등장인물이 외국인이라 인물에 대한 파악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1984년 일본 경제의 버블기라고 불리던 시기에..
미국에서 건너온 신용평가 회사와 일본 금융기관 사이의 알력 다툼과
여러 금융 사건을 시간순으로 설명하면서 신용등급평가의 실상에 대해
자세하게 쓴 기업소설 시리즈. <트리플 A>
은행원 이누이 신스케, 생명보험 사원 사와노 간지, 신용평가회사 애널리스트 미즈노 료코..
이 세 사람을 주측으로 일본 금융 위기 등의 실제 사건을 설명하고 여러 등장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무작정 어렵기만 한 책은 아니었다.
다만...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있었다.
책의 도입 부분... 리먼 사태에 관해서 기본적인 정보가 없으면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나 역시 경제에 관해서 잘 모르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이후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말도 수없이 듣게 되었고...
리먼 파산과 AIG 위기 등은 이때 생긴 일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모기지론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면서
서브프라임 등급에 대한 대출 비중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좋은 시기도 한때일 뿐...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였고...
이후 17차례에 걸쳐 정책 금리를 1.0%에서 5.25%로 올리게 된다.
이로 인해 이자 부담이 높아진 저소득층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을 수 없게 되고..
당연히 서브프라임 연체율은 급상승한다.
그리하여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일어났고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게 되었다.
또한 미국 금융회사들의 줄도산으로 인해서..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저금리 정책이 실행되고 일자리 창출 역시 어려움이 생긴다.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 역시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서 국내 인력이 아닌..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인 채용을 우선시하다 보니..
취업률 역시 점점 낮아지게 되는 상황이 되었던 것...
이 책은 신용평가회사의 무분별한 경쟁과 그로 인해 결국 극복할 수 없는 리스크가 터져버리면서..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고 파산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훨씬 쉽게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일본 버블 경제 상황과 일본 금융계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해야만 하는 신용평가 회사가
이윤 추구만을 위해 무분별한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신용평가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기준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생각해보니 불합리한 부분도 많은 것 같다.
개선해야 할 부분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경제에 관해서 스스로 알려고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
전문가라고 해서 무작정 그들의 말만 믿으면 안된다는 것.
처음에는 기업소설이라고 해서..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는데..
읽을수록 재미가 있었다.
작가가 오랫동안 취재를 하면서.. 실제 있었던 일들을 가지고..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해 준 덕분에..
한 편의 스릴러 소설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만 하는지..
경제에 관해서.. 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떨지 궁금하다.
하) 편도 꼭 읽어봐야겠다.
"높은 등급을 믿고 있다가 우산이 있는 투자가마저 흠뻑 젖게 만드는 등급평가는 올바른 등급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몇 달 전 신용평가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신용평가사가 평가 대상 기업에 좋은 등급을 줄 테니 평가를 맡겨달라는 식으로 ‘등급 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투자를 할 때 신용평가기관이 매긴 등급을 따져서 투자 기업을 결정한다. 그런데 그 등급이 ‘등급 장사’를 통해 부여된 것이라면 손실은 이미 그 투자에 포함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기사를 읽은 후 신용평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해 더 알아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책을 고르지 못하던 차에 신용등급평가를 다룬 소설 <트리플 A>를 읽게 되었다. 아마도 내게 평생 신용평가업계에 발 디딜 가능성은 없을 텐데,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에겐 딱딱한 이론서보다는 소설이 맞춤할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용평가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지니고 읽어 내려갔다.
소설은 19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와 이 버블이 붕괴된 1990년대, 그리고 아시아 금융위기를 거치며 흘러간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 세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원래 은행원이었지만, 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일본계 신용평가회사로 이직한 이누이 신스케. 외자계 신용평가회사에서 근무하는 미즈노 료코, 생명보험사에서 등급평가 업무를 맞게 되는 시와노 간지. 이들이 신용평가 업무를 알게 되면서 그 안에 존재하는 모순성과 맞닥뜨리는 과정이 묘사돼 있다. 그리고 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 결정이 대상 기업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가 생생하게 나타난다.
소설에는 미국계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S&P를 모델로 한 마셜스와 S&D가 나온다. 마셜스재팬 대표 야나세는 언론이 주목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등급평가를 해서 마셜스의 지명도를 높이려 한다. “신용평가 역시 비즈니스입니다.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라는 소설 속 인물의 말이 보여주듯 신용평가회사의 수익의 상당부분은 평가 대상 회사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신용등급평가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식돼 있는 것처럼 딱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누이는 “경영자의 자질이라든가 회사의 전략 같은 것은 수치화할 수 없는 것 아닐까……?”하고 자문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수치이지만, 그 수치에는 인간의 주관적 관점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에 나오는 신용평가 관련 용어들을 완전히 소화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용평가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소설에서 지적하는 일본 내 신용평가회사의 문제가 한국의 신용평가회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도 적고, 탐욕스런 신용평가회사들은 이를 이용해 ‘등급장사’를 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얼마간 투자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맹목적으로 신뢰해서는 언젠가 발등을 찍힐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들이야 축적된 정보로 내부 등급을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개미들은 무엇을 참고해야하나? 이 소설이 한국에서 많이 읽혀서 신용평가회사들이 지닌 문제를 여러 사람이 인식하게 되어 문제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