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목차
- 작가의 말
들어가며
비유라는 사나이
한성의 새 기운
하늘을 열다
비유 어라하
삼한 통합의 갈등
삼한 여행의 장정
비상하는 곤지의 길목
책 속으로
해구가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복면사내들에게 신호하였다.
복면사내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대략 양측의 숫자는 20여 명으로 엇비슷하였다. 자연스레 각개의 싸움이 벌어졌다. 해구가 비유를 향해 일장을 가했다. 순간 조미미귀가 해구의 칼을 받아쳤다. 호가부는 해충과 어울렸다. 양측이 백중지세였다. 그러나 잠시였다. 복면사내들이 하나둘 쓰러지며 이내 수세로 몰렸다. 그때 조미미귀가 해구를 향해 일장을 가했다. 해구의 칼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복면사내들이 일제히 주춤하였다.
「모두 칼을 버려라. 목숨은 살려 줄 것이다.」
…
비유가 신호하자 사내들이 일제히 복면사내들을 포박하였다. 해구와 해충도 포박하였다. 무리는 포박한 사내들을 구이신왕 앞에 무릎을 꿇렸다.
「왕전하. 왕실을 기만하고 조정을 해하려하는 역도들을 잡았나이다.」
「뭐라… 역도라 하였느냐?」
모두 웅성거렸다.
「그러하옵니다. 왕전하! 이 역도들은 조정을 해할 목적으로 상좌평과 내두좌평을 비롯하여 여러 조정신료들을 참살할 계획을 모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한 자들이옵니다.」
「…!」
구이신왕의 낯빛이 새하얗게 변했다.
「역모를 꾀했다면 필경 주모자가 있을 터… 주모자를 잡았는가?」
…
「역모의 주모자는 병관좌평 해구와 위사좌평 해충이옵니다.」
비유였다.
모두 일제히 술렁거렸다. 비유를 주시하였다.
「이 두 역도는 오늘 이곳 연회장에서 역모를 꾸몄습니다. 이것이 역도가 만든 살생부입니다.」
상권 〈하늘을 열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백제 곤지왕을 말하다
1500여 년 전, 한국의 한 사내가 처자식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사내는 일본에서 10여 년간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돌연 어떤 사연으로 죽었다.
여기서 한국은 〈백제百濟〉를 일본은 〈야마토大和·倭〉를 말한다.
5세기 중엽, 백제사람 〈곤지昆支〉에 대한 이야기다.
왕족인 곤지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이야기는《일본서기》(720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죽은 이야기는 《삼국사기》(1145년)에 실려 있다.
특히,《일본서기》는 곤지를 〈왕〉 또는 〈왕자〉로 기록하고 있다.
곤지의 직계후손이 살았던 일본 고대국가 야마토의 중심지역인 가와치아스카河內飛鳥에는 〈아스카베신사飛鳥戶神社〉 일명 〈곤지왕신사〉가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곤지왕은 5세기 한일 고대사에 있어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많지 않은 기록이지만 한국과 일본 사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특히《일본서기》는 461년 곤지가 야마토에 입경했는데 「5명의 아들이 있다.」라고 전하고 있으며 그의 아들들은 백제 동성왕東城王·무령왕武寧王이 되었고, 야마토의 천황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마도 이런 사유로 곤지를 왕이라 칭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곤지를 〈백제百濟 곤지왕〉 또는 〈아스카飛鳥 곤지왕〉이라 부르고자 한다.
〈작가의 말에서〉
시대적 배경
5세기 동아시아 시대상황과 곤지의 역할
〈광개토왕비문〉에 의하면 고구려 광개토왕은 4세기말 5세기초 3차에 걸쳐 대대적인 남벌을 단행, 백제를 초토화 한다. 396년에는 금강유역과 한강유역이, 400년에는 낙동강유역이, 407년에는 영산강유역과 남해안일대(*추정)이다.
이때 한강유역의 백제 아신왕은 노객을 자처하여 항복함으로써 인적·물적 피해를 면하나 극심한 피해를 입은 금강유역과 영산강유역의 삼한세력 지배층과 백성은 대규모로 일본 열도로 망명하여 〈응신·인덕천황〉 계열의 야마토大倭를 오사카 일대에 건국한다.
한편 백제 아신왕은 태자 전지를 야마토에 볼모로 보내 기존의 삼한세력이 지배했던 곡나, 지침, 현남, 동한 등 한강유역을 제외한 나머지 삼한영토 대부분을 인계받는다. 이때부터 백제는 한강유역에 국한되지 않고 삼한 전체를 아우른다. 그러나 야마토의 열도 안착이 안정화되면서 야마토왕들은 망명 이전 지배했던 삼한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이 문제로 백제와 갈등을 일으킨다. 영유권 주장은 438년 야마토왕 진珍이 유송에 요구한 왜, 백제, 신라, 임나, 진한, 모한 등 6국제군사 요구에서 확인된다. 그 와중에 백제 왕통이 온조계열의 해解씨에서 구태계열의 부여夫餘씨(비유왕)로 바뀌어 백제와 야마토는 형제국임에도 불구하고 삼한영토를 두고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을 벌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61년 곤지가 야마토에 파견되었다. 곤지는 야마토에 머무르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백제 개로왕은 고구려와 전면전을 준비하다 오히려 475년 장수왕으로부터 역공을 당하여 아차성에서 지배층과 함께 죽임을 당하고 한성의 백제는 멸망한다.
이후 신라의 지원을 받은 문주왕이 웅진(공주)에 수도를 정하고 백제를 일시 재건한다. 이 시기에 귀국한 곤지는 내신좌평의 중책을 맡아 왕권의 안정화와 전후 복구사업에 매진하다 정적에 의해 갑자기 암살당한다. 곤지의 죽음은 웅진내 정치적 기반이 빈약한 탓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또 반전을 한다. 문주왕, 삼근왕이 단명으로 끝나자 곤지의 직계인 동성왕과 무령왕이 백제왕통을 잇는다. 이후 백제는 660년 멸망하기까지 200여 년 간 곤지계가 왕통을 이어간다.
등장 인물 〈상권〉
여비餘毗
비유毗有, 백제 제20대 비유왕(427~455).
백제 최초의 여씨 왕.
백제 강역을 한성에서 삼한 전체로 확대함. 해씨가의 유마왕후에게 독살됨.
여신餘信, 해수解須
여씨가와 해씨가의 수장으로 둘 다 상좌평 역임.
밀약을 통해 해씨가의 구이신왕을 몰아내고 여씨가의 비유왕을 옹립함.
유마柳麻왕후
해씨가의 여자로 비유왕의 왕후가 되었으나 자식을 낳지 못함.
남편 비유왕을 독살하고 개로왕을 옹립한 후 태후가 되어 장기간 섭정함.
연길燕吉
백제 최고의 상단 총수로 비유의 재정 후원자. 비유왕 옹립에 기여하여 내두좌평을 역임함.
호가부好嘉夫, 공가부公嘉夫, 소시매蘇時昧
비유왕의 의형제로 호가부는 비유왕 옹립에 기여하고 공가부는 비유왕의 왕권강화에 기여함.
소시매는 비유왕의 여동생으로 신라 자비마립간의 후궁이 됨.
해구解丘, 해충解忠
백제 전지왕을 옹립한 일등공신으로 병관좌평과 위사좌평을 역임.
여신 등 여씨 일족을 몰아내려다 오히려 역공을 당해 한성에서 축출됨.
여채餘?
비유왕 말기 상좌평 역임. 비유왕의 장자 여은을 후계자로 옹립하려다 개로왕과 해씨가의 역습으로 몰락함.
[ 책속으로 추가 ]
다음날 곤지일행은 사냥에 참가하지 않았다. 굴내를 떠나 인접 무시이武尸伊(전남 영광)로 발길을 돌렸다. 무시이에는 백제에 불법을 전한 마라난타 존자가 창건한 불갑사가 있었다. 불갑사를 찾아보라 주문한 사람은 비유어라하였다.
불갑사 경내에 들어서자 한 젊은 승려가 곤지일행을 가로막았다.
「혹 왕자님이 아니신지요?」
「그렇습니다만 어찌 저희를 알아보십니까?」
「법사님께서 두 분의 왕자님을 정중히 모시라 하였습니다. 한 분은 한성에서 한 분은 야마토에서 오신 왕자님이라 하였습니다.」
곤지와 유무는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젊은 승려는 곧장 대웅전 전각으로 안내하였다.
전각 안에는 목조로 만든 3구의 좌불상이 자리하였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왼쪽에 약사불, 오른쪽에 아미타불이 위치하였다. 삼존불이었다. 한 승려가 삼존불을 등지고 좌부좌를 틀었다.
「수년 전 만혜법사께서 입적하시면서 먼 훗날 왕자 두 분 왕자님이 찾아올 것이라 하셨습니다.」
「…?」
「어젯밤 스승께서 꿈에 나타나 오늘 오실 것이라 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좌정하시지요.」
승려는 앉은 채로 자리를 권했다.
「법사께서 유언하시길…」
「…」
「왕이비왕비왕이왕王而非王非王而王. 이 말씀을 두 분 왕자님께 전하라 하였습니다.」
즉 〈왕이되 왕이 아니고 왕이 아니되 왕이라〉는 뜻이다.
「법사님의 말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가르침을 주소서.」
유무가 승려에게 물었다.
「소승은 두 분 왕자님께 스승의 유언을 전할 뿐이옵니다. 스승의 유언이 무얼 말하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
「다만 두 분 왕자님이 서로 믿고 의지하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 했습니다.」
「만사형통?」
「소승은 스승의 유언을 전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승려는 먼저 자리를 떴다.
곤지와 유무는 한참 동안 대웅전에 머물렀다. 말없이 만혜법사의 유언을 되새겼다.
〈왕이되 왕이 아니고 왕이 아니되 왕이로다.〉
상권 ? 〈삼한여행의 장정〉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63571676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2월 05일 |
쪽수 | 364쪽 |
크기 |
152 * 225
* 25
mm
/ 56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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